YarrowWilliam 06/21/2015 (일) 13:06:55 #59160062

1992
우리 동네 옆 숲에는 사슴이 죽지 않는 데가 있어. 엽사들이 서로를 의심에 찬 눈으로 쏘아보면서도 늘 이 이야기를 떠들어 대. 동네 남쪽으로 뻗은 길가, 애팔래치아산맥 근처이지만 애팔래치아산맥은 아닌 곳인데, 엽사들은 거기를 가지 않아. 충분히 오래 주워듣다 보면,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게 되지.
심장과 머리에 관통창을 당한 사슴이 숨이 붙어서 차 앞유리를 박살내고 숲속으로 쏜살같이 도망갔다는 두서없는 이야기 하며, 덫사냥꾼들은 거기선 사냥감이 덫에 걸리질 않는다고 하고. 나 역시 거기서 전조등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비쳤다고 방향을 틀었다가 길 밖에 처박힌 자동차들을 지난 20년간 여러 번 봤고.
그래도 나는 그걸 믿지 않았어. 거긴 그냥 숲의 좀 울퉁불퉁한 부분일 뿐이고, 원래 숲속에서는 짐승들이 약해 부러질 것 같은 작대기 같은 다리의 인간들보다 훨씬 건강한 법이지. 도로에 얇게 얼음이 얼면, 엉뚱한 곳에 별빛이 나타나기도 하는 거고. 근데 이게 다 인디언들 탓이라는데, 이 인간들은 오만 가지 일을 다 인디언 탓이래. 한 번도 직접 가서 보지도 않고.
내 삼촌이 이 지점에서 좀 달랐던 사람인데, 삼촌은 영리한 엽사였고, 또 박제사였는데 그런 소문들을 정말 하나도 안 믿었거든. 삼촌 차고에는 트로피가 가득했고, 몇 개는 반쯤 완성된 사냥해온 지 얼마 안 된 거였지. 그리고 누가 너 이거 못하지 그러면 그걸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이었어. 삼촌이 그 소문들을 듣고는, 거기 가서 사슴 한 머리를 잡아 그 사슴을 픽업트럭 화물칸에 실어오겠다는 도전을 했지. 우리는 어느 날 밤 삼촌의 낡아빠진 닷지 다코타를 몰고 거기로 갔다. 나는 뒷자리에서 삼촌 술을 숨기면서, 어디에 멈춰야 하는지 알려줬어.
남들은 그냥 지나쳐 가는 도로변에 정차하려니 느낌이 이상했지. 다른 주에서 오는 사람들이 보통 이 길을 탔는데, 그 사람들은 앞에 보이는 길에만 시선이 붙박혔지. 이런 오래된 길의 땅바닥으로 내려와 보면 온갖 크기의 자갈, 검은색 고무코팅이 먼지를 뒤집어쓴 낡은 타이어 같은 것들이 굴러다니는데. 숲은 울창했지만, 내 눈에는 이상한 건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냄새가 났어. 차 문을 닫은 채로는 맡기 힘들었지만, 분명히 틈새로 악취가 스며들었어. 마치 동쪽의 나무들의 장벽에서 도로 아스팔트 쪽으로 퍼지는 것 같은 악취였지. 삼촌도 그 냄새를 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없었어. 근처에 뭐가 죽어서 시체가 썩나, 하는 게 내가 처음 한 생각이었어. 하지만 썩은 내라기에는 너무 시큼하다고 내 뇌의 다른 부분이 말했고. 나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삼촌이 궁시렁하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어.
삼촌은 숲 속으로 사라졌고, 약간 흥분한 삼촌이 돌아오기까지 15분은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지.
“뭘 찾았다. 흔적이야. 총 가져와라.” 고 하셨어.
삼촌이 따라오게 해서, 나도 뿌리와 수액을 넘고 넘어 따라갔지. 뭘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총만 들고 있었을 뿐, 무슨 흔적을 추적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러나 곧, 나도 마치 낮처럼 명백하게 그걸 보게 됐지. 삼촌의 손전등이 숲 바닥을 쏜살같이 가로질러, 부드러운 땅에 움푹 패인 곳을 비췄는데, 거기는 손가락 하나 들어갈 깊이로 최근 내린 빗물이 가득 차 있었어. 길고 가는 자국들이 서로 붙었는데, 뒤에서 앞으로 갈수록 서로 멀어지는 형상. 그리고 그 옆으로는 무언가가 흙에 끌리면서 구불구불한 흔적을 남겼더라고. 이 자취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가 잘못되었는지 정확히 지적할 수는 없었어. 그래도 삼촌은 그걸 동정했고. 발굽이 펴지지 않았다, 사슴은 가볍기 때문에 이렇게 깊은 발자국을 남길 수 없다, 덤불 밀도를 봤을 때 빠르게 움직였을 거다, 그리고 굶주렸을 거다, 아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병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라고 그러셨는데, 난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어.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서, 나는 소총을 꽉 쥐었어. 그 자취는 계속 눈에 띄었고, 우리 발자국도 계속 더 깊은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지. 삼촌은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아했지만, 악취도 이제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였어. 냄새는 왠지 달콤한 느낌이 있었는데, 꼭 하수에 섞인 꿀을 태우는 것처럼. 물이 뚝뚝 떨어졌어.
우리 잠복지는 튼튼한 하얀 떡갈나무 아랫가지였는데, 불편했어. 사냥감을 찾는 동안 삼촌의 입김이 내 목에 자꾸 뜨겁게 와 닿았고. 삼촌은 아픈 사슴은 멀리 갈 수 없고, 살이 없어도 머리통과 자랑할 권리가 사슴고기보다 중하다고 삼촌은 생각했나봐. 시간이 계속 흘렀고, 달이 나뭇가지에 가려서 시간을 알 수가 없었어. 나는 삼촌한테 그만두자고 설득할 참이었는데, 뭔가 움직였어. 삼촌은 총을 들고 주저 없이 쏘았어. 낮고 어두운 총성이 울리고, 움직이고 있던 모든 것이 멈췄어.
삼촌은 재빨리 나뭇가지에서 내려 걸어가기 시작했어. 사냥감이 어디에 있건 그 거리는 멀었고, 손전등 광선은 낮은 가지들 너머를 비출 수 없었어. 악취는 이제 압도적일 정도가 되어서 아무 데서나 다 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공기는 따뜻하고 고요했어. 나는 숨을 죽이고 삼촌 뒤를 따라갔어. 잠시 뒤, 손전등이 무언가에 부딪혔고 삼촌이 멈췄어. 어두운 형체가, 마치 다친 것처럼 지피식물 위에 누워 있었어. 그 가장자리에 손전등 광선이 가 닿았고. 하지만 여전히 손전등이 닿지 않는 것처럼 실루엣으로 보였어. 한쪽 눈이 반짝였고, 다른 쪽 눈은 총알로 관통되었고. 어디까지가 사슴뿔이고 어디부터가 나뭇가지인지 분명하지 않았어. 그것이 천천히, 꾸준히 숨을 쉬었어.
조심스럽고, 거의 의도적인 품새로, 아무리 봐도 사슴이 아닌 그것이 일어나서는 뒤로 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했어. 삼촌은 말없이 빠르게 따라갔어.
그 순간, 내가 달려감에 따라 내 주변의 숲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날카로운 가시와 가지들이 나와 삼촌을, 삼촌의 빠른 걸음과 거칠게 흔들리는 손전등 불빛 사이를 가로막었어. 꾸역꾸역 쫓아간 나는 그 와중에 총을 잃어버렸고, 작은 공터까지 삼촌을 따라잡을 수 있었어. 옛날에 시냇물이 흘러서 나무가 자라지 못한 그런 숲 속 공터 말이지. 삼촌의 손전등이 위로 기울었고, 나는 발을 멈췄어.
사슴이 우리 앞에 서서 뚫어지게 바라보았어. 사슴의 얼굴 오른쪽 절반이 움푹 들어가더니, 그 상처에서 뿔이 자라나고, 뿔이 위로 계속 뻗어나가 나뭇가지와 섞였어. 사슴뿔과 나뭇가지가 얼어붙은 연기처럼 걸쭉하면서도 울퉁불퉁하게 피어올랐어.
그 주위 양쪽에는, 사슴의 머리들이 트로피처럼 매달려 있었고, 그 어두운 물질에 눈이 가려서 빛을 포착할 수 없었어. 나는 냄새에 정신이 팔린 채, 사슴 머리들로 덮인 나무 아래 서 있었어. 단단하고 곱게 꼬인 사슴뿔이 커다란 옹이들과 얽히면서, 머리와 발굽의 모양을 만들어냈어.
삼촌이 내 쪽을 돌아보고, 웃으면서.
“왜 그러냐? 그냥 사슴이잖아.”
나는 밤새도록 정신없이 도망쳤고, 얼마 뒤 구급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길가에서 일어났어. 그 후 몇 주 동안 기억은 병실, 의사, 튜브로만 가득해서 흐릿하고.
사람들이 삼촌이 자살했대. 숲의 그 근처 구역에서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총에 맞은 뇌 덩어리가 근처의 나무에 튀었고, 손전등, 옷 몇 벌, 뼈 몇 개가 흩어져 있었대. 시체는 주변의 청소동물들이 뜯어먹었을 거라더라. 내 머릿속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사들이 밝혀내자, 나는 살인 용의자 명단에서 바로 제외되었어. 어떤 종류의 독극물인데, 생물학적 신경독이라던가. 가벼운 뇌손상에 그친 건 운이 좋았대. 삼촌의 추정사망시각 며칠 전에 길가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된 덕에 난 살았고.
난 아직도 환각을 느껴. 사슴뿔과 나무가 보이고, 발굽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그게 뇌손상 때문이래. 하지만 인간들은 오만 가지 일을 다 뇌손상 탓이래. 한 번도 직접 가서 보지도 않고. 따뜻한 날, 습하고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공기를 타고, 때때로 남쪽에서 내 마당으로 냄새가 풍겨와. 꿀처럼 달면서도 박제처럼 썩은 냄새. 삼촌은 여전히 그 방향에서 뿔의 왕관들에 둘러싸여 기다리겠지.
나는 이제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실 수 있어. 그리고 예전처럼 혐오감을 느끼고, 삼촌이 죽지 않았다는 걸 내 마음 속으로만 조용히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