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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하상가 消えた地下街
원작: http://scp-jp.wikidot.com/vanished-underground-city
저자: ©Jiraku_Mogana
역자: Salamander724
JiM 19/07/19 (금) 20:05:23 #07423762
너희들한테는 흔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처음이고 아주 중대한 거다. 좀 들어줘라.
저번 주말에 친구 10명 정도하고 밥 먹으러 갔거든. 간 적 없는 가게에서 현지집합이었고, 가게에서 가까운 역도 처음 내리는 곳이었다. 그런 이유로 가게에 어떻게 가야 할까 역의 안내판을 봤지. 아무래도 가게 쪽으로 지하통로가 있는 거 같아서, 나는 그쪽을 지나가기로 했다.
그 지하통로는 좁은 아케이드 상가였는데, 혹시 신주쿠 가 본 적 있는 놈 있냐? 신주쿠 지하상가를 좀더 어둡고 좁게 만든 것 같은 이미지였다. 세세한 기억은 없지만 이상한 가게가 많은 느낌이었고. 수정 가게라던가, 가발 가게라던가. 그리고 이상한 것이, 지하상가가 크게 커브를 그리며 경사가 있었다. 보통 지하상가는 직선 아니냐? 게다가 앞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졌다. 가게도 셔터가 닫혀 있는 곳이 많아지고, 천장도 낮아지면서, 이러다 막다른 곳이 되는 거 아니냐 느김이 들 때 지상으로 나왔다. 전체가 오르막 경사로였기 때문에, 계단 같은 것 없이 갑자기 태양 빛이 비추어서 알았다. 나온 곳은 큰길의 십자로 귀퉁이였는데, 지하통로 출구는 마치 구멍이 난 것 같았다.
거기서 조금 걸어서 목적지인 가게에 앉자 친구놈들은 이미 벌써 달아올랐더라. 먼저 와서 벌써 한잔 걸친 놈도 있었고. 뭘 먹을지 망설였는데, 누가 뷔페로 하겠다고 나서고부터는 빨리 처먹자 하고 난리가 났다. 나는 원래 소식파라 평소에 뷔페 같은 건 하지 않는데, 그 날은 실컷 먹었다.
그리고 3시간 후 정도였을까, 계산이 끝나고 해산하고, 역으로 돌아가려고 그 지하통로 출구까지 갔는데, 그 출구가 보이지가 않는 거야. 출구가 있었던 십자로 귀퉁이는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오가는 행인들도 원래부터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나쳐 가고. OL같은 여자 한 명이 두리번거리고 있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녀석도 그 출구를 찾고 있었던 걸까.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걸어서 역으로 돌아와 다시 안내판을 보았는데, 지하통로 같은 건 없는 거야. 휴대전화로 찾아 봐도 없어. 내가 통과했던 지하상가는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 아무래도 계속 위화감이 있는 게. 이거다 하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공기가 다르다고나 할까, 뭔가 나라는 존재가 세계에서 어긋난 느낌이다. 원래 안쪽으로 열었던 것 같은 문이 밖으로 열리고. 직장 계단 수가 늘어난 것 같고, 집안 가구 배치가 바뀌어서 자주 부딪히게 되었다. 왜, 있잖아. 원래 살던 세계와 꼭 닮은 이세계로 간다는 이야기. 그런 느낌인 거지. 나는 그 지하상가가 이세계로 가는 게이트였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를 통과해온 뒤로 계속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 같고. 내가 있을 장소는 빼앗기고 말았다.
Membrain 19/07/19 (금) 20:13:43 #09121893
아ー……자네는 그 위화감을 누군가에게 상담하셨는고?
JiM 19/07/19 (금) 20:16:11 #07423762
얘기한 적 없다. 어차피 머리가 어떻게 되었다거나 이상한 거짓말 한다거나 그렇게 생각되면 끝이잖아?
Membrain 19/07/19 (금) 20:18:03 #09121893
그렇구만. 상담받으러 가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게시판보다는 직접 대화를 하는 쪽이 더 잘 들어줄 거야.
JiM 19/07/19 (금) 20:21:59 #07423762
상담이라. 가본 적은 없지만 알아볼게.
Leiras 19/07/19 (금) 20:20:45 #51253027
“있을 장소는 빼앗기고 말았다”?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 집어쳐.
JiM 19/07/19 (금) 20:24:03 #07423762
약간 페이크는 섞여 있지만 실화라고. 뭐 그렇겠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
Leiras 19/07/19 (금) 20:29:30 #51253027
그런 의미가 아니고. 이상한 허세 부리는 거 꼴불견이라고.
너는 친구들하고 놀러 갔다고 했지만, 처음 가는 장소인데도 친구들과 함께 가지 않고 현지집합 현지해산. 소식파인데도 뷔페를 했다는 것도 아마 네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였겠지. 걔네들 친구 맞냐? 그냥 지인인데 의리로 너 끼워준 거 아냐?
사라진 출구 주변에 있던 여자도, 혹시 너와 같은 세계에서 온 동료일지도 모른다면 말을 걸지 그랬냐. 그 뒤로도 너는 아무에게도 상담하지 앟고, 의지할 상대를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다. 뭔가 현상을 바꿔 보려고 누군가에게 부탁해 보기라도 했냐?
JiM 19/07/19 (금) 20:31:59 #07423762
그게……
Leiras 19/07/19 (금) 20:33:78 #51253027
너 같은 게 있을 장소는 원래부터 없었다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