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된 인원을 환영합니다.
면담 기록 읽어들이는 중……
환영한다, 연구원.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 내 이름이 궁금하겠지. O5를 만나는 연구원들이란 모두 그러니까.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많은 이름들을 거쳐왔고, 지금은 O5-11일 뿐. 개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름은, 쓰지 않은 지 너무 오래 되었으나, 원한다면 이렇게 부르도록. 단端목木사赐라고.
기겁하지 말고.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잖나.
보아하니 자네는 이 나라의 역사에 밝은 것 같군. 모두들 자네처럼 내 이름을 잘 알지는 못하지. 오늘날 나는 자子공贡이라고 더 많이 불리고, 사실 그 이름마저도 누구나 다 아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스승님만을 알 뿐이라.
아니, 내 스승님은 변칙이 아닐세 공자는 변칙이 아니야. 기천년 전에 돌아가셨지. 허나 자네가 역사에 밝다면, 공자와 『춘春추秋』를 이야기할 때 한 신神수兽가 떠오를 것인데 그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것이다.
기麒린麟.
부夫자子께선 돌아가셨고, 나는, 살아남은 나는 거부의 상인으로서 적축한 재산으로 이학회의 모태 되는 단체를 세웠다. 우리의 제1건 수용대상이 바로 기린이었다. 나의 스승님과 달리, 기린은 죽지 않았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군. 자네는 기린이 곧 장경록giraffe인 줄 알고 있겠지. 『산山해海경经』에서 묘술하는 바가 장경록과 같으니까, 그렇잖나?
“기夔”라고 알고 있는가? 내 스승님께서 국国군君을 시봉하실 때 해석하신 바, 기는 본시 못되먹은 금琴사师였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는 다리가 하나”라고 했다. 스승님께서 국군의 앞에 나아가서는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셨으나, 사석에서 나를 불러 그 죽간들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철야하여 그 “기”에 관한 일체를 소梳리理하였고, 이 금사 이전에는 기라는 글자가 기재된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어떠한 요妖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타났다.
외다리로 깡충깡충 뛰는 기.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뿔은 없고 다리만 하나 있던 기.
그와 같이 내 앞에 나타나니, 나와 부자님의 얼굴을 덮치는 콧김이 마치 따귀를 때리는 것과 같았다.
중국에는 옛말에 “심心성诚즉则령灵”이라는 말이 있는데, 들어 보았겠지? 사실상, 믿음에는 확실히 힘이 있다. 사람을 힘있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믿음 그 자체가 힘이라는 것이다. 인류는 이와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없으나, 그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치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식물섬유를 미생물은 분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그 힘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 나도 그것을 무슨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 이학회에서 우리는 그것을 간단히 “요妖”라고 불렀다. 지금은 SCP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지.
기도 그런 것이었다. 원래 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알 수 없으나, 우연인지 불운인지, 어쩌다 한 번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은, 그것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낸다거나, 비바람을 몰고 다닌다거나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 “이异수兽”라면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여긴 일체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사람들의 한정된 전설 속에서, 기는 그저 외다리 괴수일 뿐이다.
하면, 기린은 어떠할까?
나의 스승님께서 각국을 주유하실 때, 기린의 전설을 여러 번 들으셨다. 기린은 성세에 출현한다고도 했고, 기린이 명名문门의 연회를 찾아온 적이 있다고도 했고, 기린이 뭇 짐승을 부리는 신神명明이라고도 했다. 이 모든 전설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들은 모두, 기린이 우리의 역사와 심심히 상관이 있다고 여겼다.
어쩌면 기린이 처음에는 장경록이었을 수도 있지. 허나, 지금 그것이 무엇이 되었을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다.
후세인들은 나의 스승님께서 “술述이而부不작作”하셨다고 말했는데, 자네는 거기에 정말 아무 원인이 없었으리라 생각하나? 스승께서는 공자님이셨지만 그보다 먼저 한 명의 사람이셨다네. 그분의 말씀이라고 반드시 정확할 수는 없는 것이지. 말이란, 반드시 걸러내고 증좌를 구해야만, 그 안에 “전설”의 성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음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스승님 당신의 요구셨다.
그분께서 기를 보셨을 때, 그분께서는 두려우셨다. 춘추에 유일하게, 하늘에 사무칠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던 분께서도 두려우셨던 것이다. 스승님은 이 기린의 전설에 더 많은 이야기가 붙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자子불不어语 :괴怪, 、력力, 、난乱, 、신神.。” 그 원인은 이와 같았던 것이다. 스승님도 장庄주周와 같이 비유를 사용해 사람들을 설복시키는 법을 아셨으나, 비유를 실제로 사용하시는 일은 거의 없으셨다.
스승님께서 하신 또 하나의 거짓말은, 『춘추』의 유일한 거짓말, “14년 봄에 서쪽에서 사냥하여 기린을 잡다.” 이 문장을 쓰신 뒤, 스승님은 당신께서 쓴 글월 하나하나가 기린에 관한 더 많은 전설이 되리라는 것을 아셨다.
기린은 죽지 않았다. 애공 14년에는 그저 목격되었을 뿐이다. 자네 생각 그대로, 전설이란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가 살던 그 시대부터 이미, 역사를 충실히 기록하는 사관들이 이 민족에게 부족했던 적이 없었고,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최崔저杼시弑기其군君”이라고 쓸 때마다, 우리의 역사는 조금씩 더 완벽해지고 조금씩 더 현실에 가까워졌고, 기린은 조금씩 더 무해해졌다.
허나 기린이 다시 출현한 적이 없었겠는가? 아니, 그것은 여전히 출현하고 있다.
자네가 어릴 때부터 읽어본 모든 역사책들에서 헤아려서, “혹或왈曰”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이 있었을까? 그 “혹자”들이 도대체 누구였겠나? 당연히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살면서 단 한 번만 자신의 평소 기질과 어긋나는 판단을 했고…… 바로 그 한 번의 판단만이 사서에 기입된 것이다.
진陈승胜이 기치를 들었을 때, 그 아래 군중들 속에서 소리높여 외친 것은 누구였겠나? 진승이 득의양양했을 때, 그가 자기 벗의 목을 자르도록 하여 인심을 잃게 만든 것은 누구였겠나? 왕王망莽이 일찍이 이 나라에 사회주의를 들고 나왔을 때, 황실에서 유刘수秀가 나게 하여 맞서게 만든 것은 또 누구였겠는가…… 우리는 매번 역사 속에 모습이 드러난 사람들만 찾다가, 늘 관건적인 때에 실마리를 놓쳐왔다.
나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무언가 농搞간鬼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건 상관없이, 농간이 있다.
우리가 사서를 읽을수록, 이 고古노老강强대大하며 불不안安분分한 의식의 형상은 분명해진다. 그것이 기린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으나, 그렇다고 내가 믿는 이유가 있다. “린麟지之소所이以위为린麟자者, ,이以덕德불不이以형形. 。” 어떤가?
그래서 이것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우리의 결론이다. 기린은 줄곧 존재했고, 또한 우리의 사서 한 구석에 자리를 점거하기를 갈망한다. 오랫동안 출현하지 않으면, 뭔가를 궁리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커다란 것 예컨대 황제를 꼬드겨 백성을 부리고 재산을 축내면서 나라의 절반을 꿰뚫는 대운하를 만들게 한다던지.
그것을 성공시킨 수 양제는 폭정으로 만 년에 걸쳐 진동하는 악취를 남겼으나, 대운하는 당송양대 아마 중국 역사상 가장 휘황찬란했던 오백년을 확확실실히 떠받드는 기둥이 되었다.
대운하는 그것의 가장 큰 성공이었다. 운하를 닦는 일이 다 끝난 뒤, 그것은 거의 백년 동안 소리없이 사라졌고, 우리는 공公사私의 곳간이 함께 풍실한 백년 성盛당唐을 맞이했다.
자네 수족관의 백상아리를 본 적이 있나? 백상아리는 생활하기 위해 기십만 입방미터의 수역이 필요한데, 수족관의 부피는 수천 입방미터밖에 되지 않아, 수족관 벽에 수시로 부딪으며, 넓은 공간을 갈망한다 자기 등 뒤에 그래도 수천 입방미터의 물이 있음에도.
기린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역사는 그것을 만족시키기에는 영원히 부족하며, 우리는 새롭고 보다 상세한 역사가 필요하다.
하여 부자님께서 결정하셨고, 우리도 결정한 이것이 바로 수修사史. 우리는 스스로에 관한 기록을, 자그만 것 하나까지 일일이 넓게 펼쳤고, 기린은 그 이야기의 벌판을 환쾌히 내달릴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그것은 가끔 벽에 부딪고 그래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의 결과는 자네가 방금 산 아이스크림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에 그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자네가 아이스크림이 떨어졌다고 불평하는 상태를 사회관계망에 올리면, 기린은 잠시 만족한다. 자네가 정교하고 섬세하게 묘사할수록, 그것은 더욱 배부름을 느끼고 만족할 것이다.
까놓고 말하지. 중국사 역대 모든 황조가 어째서 전대 황조의 정사를 편찬하기를 그렇게 중시했는지, 자네는 단 한 번이라도 의심해본 적이 있나?
자네가 이걸 납득하기 어려울 줄 나는 알고, 사실 나도 당시에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직도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역사, 우리의 장구한 문화, 그 모든 것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어떤 것에 의해 휘둘리는, 그 어떤 것의 유원지라니?
기린을 포획할 방법은 없지만, 그것의 활동공간 우리들의 역사기록이 확장되는 한,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하여 우리는 기린이 또 무슨 능력을 더 얻었는지 개의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단지 그것이 자질구레한 인간생활 속에 머물며, 우리의 중대한 역사적 과정과는 멀리 떨어져 있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현재부로, 자네는 기동특무부대 辛辰-03 “획获린麟”의 대원이 된다. 대원으로서 자네는, 아무 것도 할 필요 없다. 그냥 하던 대로 매일매일 보내고, 사회관계망이든 어디든 자네의 생활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만 남기면 족하다. 자네가 다 늙어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자리보전하면서 일생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회상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자네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믿기지 않는가? 하지만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재단은 많은 인력을 들여서 사회관계망에서 사람들의 생활데이터를 선별하고,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그 역사를 남기고 있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 세상의 일각일 뿐, 세계의 모든 진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 그렇잖나?
……신이라면 어땠을까. 이 나라 최초의 전설에는 신의 자리가 없고, 대신 산이 길을 막는다고 산을 파버리겠다고 마음먹은 농부, 바다에 빠져 죽자 복수하겠다고 바다를 메우려 한 소녀, 태양볕이 따갑자 태양에 활을 쏜 사냥꾼, 신으로부터 흙을 훔쳐와서 물을 다스린 노인이 있다. “왕王후侯장将상相 ,영宁유有종种호乎” 아니겠나? 우리의 역사는, 신수나 요괴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 써내려온 것이다.
언젠가 어딘가에 기린이 다시 출현했을 때, 그것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희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의 모든 구석구석을 완전하고 충실하게 기록할 수만 있다면.
……다만 나는 그게 될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