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런 괴수

"저, 기지 관리자 사무실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 하급연구원 토시다 타케루(Takeru Toshida)가 그리스 중장보병 차림을 한 두 남자의 뒤에 대고 물었다. 타케루도 가설격리지대 델타-3에서 실행하는 규약 이야기는 진작에 알았지만, 막상 의상의 질을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여기 처음ㅇ… 팔이 왜 그래요?!"

"이 친구가 메두사 눈을 똑바로 쳐다봤거든." 윌킨스Wilkins 요원이 말했다. 옆에 있는 동료의 팔은 돌로 변한 상태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참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게 있는 거라니까." 윌킨스가 거울 방패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래 내가 고대신화 학위가 없었던 점 참 죄송한 바이고." 로버트슨Robertson 요원이 말했다. "핑계를 대자면 내가 그리스로마팀으로 옮겨온 게 토드Todd가 지난 월요일에 키메라한테 물려서 뻗었다고 불려와서 그렇거든."
"장난쳐서 미안, 새 동료님. 다행히 동료님 없이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 윌킨스가 기분 좋은 듯 말하면서 창에 묻은 죽은 괴물의 피를 닦아냈다.

"정말 말도 아닌 일들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 타케루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인생계획을 다시 짜 보려 했다.
"보기보다 위험한 일은 아니야." 윌킨스가 말했다. "아니 사실, 이 엣씨피 우리가 처음 발견했을 때는 자주 가까운 마을까지 나가서 미쳐날뛰고 내일이 안 올 것처럼 요원들 잡아가고 그랬거든. 그래도 작년에 우리 불쌍한 블라디슬라브Vladislav 이후로는 사상자는 안 생기고 있으니까."

"그분은 어떻게 됐는데요?" 타케루가 물었다.

"아, 나도 생각이 난다." 로버트슨이 말했다. "전투가 정확히 책대로 안 돌아가고 있었는데, 블라드가 기관총을 갖다 들이댈 생각을 했지."
"절차에 시대 고증에 맞는 무기 일습만 쓰라고 분명히 그러는데 그랬지. 걔는 용한테 산 채로 통구이 되는 걸로 아무도 못 탓해. 덕분에 규칙 따라서 연기한 요원들 패배했어도 살아는 났다만은." 윌킨스가 말을 이어가던 중에, 로버트슨의 손가락이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다. "난 이제 저놈이 그 모든 민간인을 죽이려 드는 게 정의로운 히어로가 나타나서 모두 구해주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저놈은 이제 우리가 상연하는 역사적 전투들을 최대한으로 즐기고 앉아 있다고. 그래서 갈수록 더 자주 나타나고 심지어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서 나타나는 걸 거야, 원래 그 오니-드래곤 듀오가 재미없어질 때쯤."

"현실에서 죽을 수 있게 우리가 죽이는 방법 같은 건 없나요?" 타케루가 궁금해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자네가 생각하는 그 평범한 괴물이 아니거든. 나 같으면 개념의 화신 같은 존재라고 부르겠어. 그 배라먹을 도마뱀의 장난스런 여동생 같달까. 개념은 무기로 죽일 수가 없지. 하지만 그 규칙을 깨닫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는 있어. 그게 바로 우리가 SCP-2301을 격리하는 방법이야."


3개월 후

토시다 타케루가 자기 작은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을 때, 알람이 울렸다. 타케루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달려가 막 펼쳐질 참인 전투를 보러 나갔다. 반자이Banzai 타입 출현 사태는 타케루가 언제나 고대하던 사건이었다.

재단에 들어와서 이 기지에 배정받는 건 아마도 박사를 딴 사람에게 역사상 최고로 죽여주는 일이기는 했다(영 비현실적인 그 인디아나 존스는 뺀다 치면). 하지만 약간 지루한 일이었다. 장소부터 벽지(僻地)였다. 더구나 그 천불 내릴 관리자는 격리지대에서 소설이며 영화며 하는 건 (타케루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만화랑 애니 컬렉션까지) 싸그리 압수해서 기지 밖으로 보내버렸다. SCP-2301한테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는 게 막아지는지 본다고. 그때부터 타케루에게 유일한 오락거리는 안전거리 밖에서 전투를 구경하는 것이 되었다.

타케루는 이런 모습을 한 SCP-2301을 본 적 없었다. 대상은 일본 여학생 모습으로 출현해서 거대하게 빛나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대상은 진홍색 머리를 트윈테일로 땋은 모습이었다. 요원 다섯 명이 멀찍이서 대상을 바라보며 자기들의 계획을 궁리하고 있었다.

Wong 요원은 SCP-2301을 상대하고자 비천어검류의 최종오의 천상용섬을 선택했다. 현명하게도 웡은 힘을 끌어모으고자 기술을 개시하기 전에 기술명을 외치기로 했지만, 기술보다는 아마카케루 류노 히라메키라는 정확한 발음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기술을 쓸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대상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웡을 바라보더니 웡을 한방에 쓸어버렸다. "불인법 불생불사를 쓸 걸 그랬나?" 기절하기 전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알바로Alvaro 요원과 마르티네즈Martinez 요원이 앞으로 나와 "왓쇼이"를 외치고 적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SCP-2301은 두 사람의 시도에 고마워하는 듯 적절한 예의를 갖춰 반응했다. 알바로는 타격을 입히고자 산섬참을 사용했고, 마르티네즈는 대상의 집중을 흐트릴 목적으로 진심 반복 옆뛰기를 시전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요원들이 빠르게 움직여 원본과 구별할 수 없는 잔상이 만들어지는 그 스피드의 장관(壯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상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현상이지만, SCP-2301은 자기 적수에게 현실조정능력의 일부를 빌려주는 버릇이 있었다. 아마도 순전히 경탄스런 그 장면을 보고 싶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공격에 나선 두 요원이 SCP-2301의 주위를 빠르게 돌았지만, 대상은 발차기 단 두 번에 둘을 모두 끊어 버렸다. "너희들도 이 기술들, 패러디 시리즈에서 나온 건 알지?" 대상은 그렇게 말하고는 혀를 낼름 내밀었다. "바보같아." 그렇게 덧붙이고 대상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나머지 요원 두 명은 작전상 후퇴를 선택하면서 에셔 토폴로지 어택을 써야 한다, 구연식구급구명구인구를 써야 한다 하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때 타케루는 이미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SCP-2301을 전투에서 이기려면 기술이 얼마나 정확한지, 검이 접쇠를 몇 번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대상은 자기가 바라는 어느 때라도 우리 모두를 죽일 수 있었어. 대상을 붙잡아 두려면 제공해야 할 건 양질의 오락이야. 타케루는 확신에 차 건방진 대상에게 다가갔다. 타케루에게는 무술 실력도 전투 훈련 경험도 없었다. 그러나 참된 전사의 마음이 있었다.

자기가 할 일이 아니었지만, 타케루는 SCP-2301에게 믿음을 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어린 시절부터 또렷하게 기억하던 그 자세를 갖췄다. 타케루는 양손을 옆구리에 가져다 동그랗게 모아 쥐었다. 내가 정말 이걸 하는 거야? 잠시 망설임이 들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계속했다. "에에에에—" 타케루가 소리쳤다. 관중들이 타케루를 발견하고는,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짓을 하려는 건지 궁금해져서 쳐다봤다. SCP-2301은 궁금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에에에—" 타케루가 계속 소리쳤다. 불현듯 한 번도 몸에서 경험해 본 적 없었던 감각이 느껴졌다. 천천히 손 안에서 기의 공이 커졌다. 내 계획에 동조해 주고 있어! 타케루가 생각했다. 몇 초 뒤 타케루는 순수한 에너지로 된 기공파를 SCP-2301에게 쏘았다. 전장은 여덟 가지 빛으로 가득 찼다. 하와이 왕국의 초대 왕의 이름이 계곡 전체에 울려퍼졌다.

타케루는 공격에 완파되는 대상의 모습을 잠깐 보았다. "다음에 또 나랑 놀러 와 줘, 오니짱." 기공파에 사라지기 전에 들려온 대상의 말이었다. "착각하지 마! 딱히 네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 타케루의 마음속으로 하이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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