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우드워스와 브라이트 박사의 이상한 사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재단에서 일하는 관리인들은 오만 가지 민감한 정보들을 은근히 알고 있습니다. 격리의 세부사항, 열정페이당하는 인턴에게서 나온 소문, 오랫동안 안 쓰인 방의 먼지투성이 구석에서 찾은 몇 토막 지식들.

근무복은 밝은 노란색이었지만 관리인들은 재단의 보이지 않는 구석에 늘 있었습니다. 혹시 모르죠, 기지 휴게실에서 수다 떨기 바쁜 어떤 연구원들이 있다면 다른 어딘가에 아는 게 그 연구원들 가식 떠는 것보다 더 많은 관리인이 있을지도.


자, 이 글은 우드워스라는 관리인의 이야기입니다.

조 우드워스Joe Woodworth, 대개는 '조', 차갑게는 '관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이 사람은 제19기지 관리동의 복도와 방을 청소했습니다. 우드워스는 날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열심히 안 일한 날은 빼고요. 평소에 우드워스는 제일 가까운 관리인용 사물함을 찾아가서는 자기 플라스크에 들어 있는 액체를 뭐든 간에 쭉 들이키고는 했습니다.

아무도 조 우드워스가 자유시간에 뭘 하는지 관심이 없었고, 아무도 이 관리인의 직업의식을 가지고 신경쓰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 조 우드워스에게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면 2078년 7월 19일 한 가지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2078년 7월 19일, 딱히 뚜렷한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놀라운 사건이라든가 세계멸망이 찾아왔다든가 한 날도 아니었습니다. 격리 실패도, 새로운 발견도, 아무것도 없었죠.

그러나 그날은, 조 우드워스가 브라이트 박사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첫날이었습니다.

"자…" 존경받는 관리인 팀장 샘Sam이 운명의 그날 이전에 말했던 적 있었습니다. "자네는 브라이트 박사 사무실을 청소하는 역사상 최초의 인간이야, 알겠어? 그 사람은 줄곧 자기 사무실에 관리인을 거부했는데, 높으신 분들이 이제는 좋도 신경 안 쓰기로 해서 된 거라고."

샘은 주저앉은 채로 담배에 불을 붙이던 중이었습니다. 적어도 시도 중이었죠. 물론 기지 내에서는 금연이었지만, 관리인들은 동료들한테 찍히는 걸 생각해서 서로를 일러바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사람 사무실에 뭐가 있든 무슨 상관이래요?" 한탄하듯 조가 말했습니다. "중요한 문서는 다 금고에 있을 테구만. 아니 무슨, 저희가 스파이도 아니잖아요. 그냥 뭐도 아닌 관리인밖에 아닌데."

조는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도덕적 의무라든가 고상해 보이는 이미지가 욕심나서 그랬던 건 아니예요. 욕을 안 하면 다른 관리인들이랑 구별된다는 인상을 받을 거라고 조는 생각했고, 그래서 그 억센 브루클린 말씨로 내뱉는 웃긴 말투에 단 한 마디 욕도 담지 않았습니다.

아, 이게 무슨 중요한 사실은 아닙니다. 그냥 흥미로우니까요.

샘은 관심을 다시 담뱃불을 붙이는 데 돌렸습니다. 브라이트의 사무실이 어떻고 하는 건 그렇게 관심은 없었으니까요.

"뭐 알아서 잘해봐, 조. 내가 브라이트의 사무실이 어떻고 하는 게 그렇게 관심 있는 줄 알아?"

조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얼굴로 불어오는 자욱한 연기를 맞고 코를 움찔거리면서요.

"알겠습니다, 팀장님."

79살로 웬만큼 늙은 샘은 다정하게도 껄껄 웃으며, 넉넉한 무례함을 담아 웃음과 담배 냄새 나는 흔들리는 수염을 곁들여 말했습니다.

"브라이트가 자네 몸 어디 파묻을 때도 그 태도 그대로 가나 보자고."



2078년 7월 19일, 관리인 조 우드워스는 어떤 종이 한 장을 문득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 종이를 발견하기 전에도 사건은 있었습니다. 불만에 가득 찬 연구원한테 자기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욕먹고, 아내한테 애들 줄 인스턴트 음식 좀 사오라고 문자하고, 물론 브라이트의 사무실에 들어간 것도 있었죠. 그런데 그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종이 자체는 딱히 흥미로울 게 없었습니다. 사무실 어디를 가나 흔히 찾을 수 있는, 평범한 바인더용 구멍 달린 종이였죠. 하지만 조 우드워스가 특별히 이 종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린이 것처럼 조악하게 SCP-963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색깔은 빨간색 형광펜으로 넣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목걸이의 금속 광택이 펜으로 어쭙잖게 강조되어 있었죠.

하지만 조 우드워스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얼마나 그림을 못 그렸든 간에, 덕분에 그 기이한 브라이트 박사가 조금 더 인간스럽게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우드워스는 그 그림을 사진으로 찍고 (샘이 보면 껄껄 웃겠지 하고 말하면서) 종이를 책상 서랍에다 넣어뒀습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림은 계속 나왔습니다.

얼마 안 가 그림들은 더 이상 놀라우리만치 중요한 문서 옆에 낑겨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작고 아담한 스케치북 속에 자리잡아, 실험복 안에 들어가 있었죠.

투박한 스케치는 계속 나왔습니다. 브라이트의 불쌍한 인턴이 커피 넉 잔으로 저글링을 하는 모습. 휴게실에서 자고 있는 동료. 라이트 박사가 페이지 저 위 어딘가를 바라보며, 욕설 한 떼거지가 입에서 나오는 모습. 시메리안 박사가 필스버리 도우 한 캔을 슬쩍하며 누구 지켜보는 동료가 있나 양쪽을 번갈아 살피는 모습.

다들 의외로… 귀여웠어요. 그런 생각을 하자니 조는 살짝 부끄러웠지만, 설명치고는 딱 알맞았습니다. 그 조그만 초상들이 가죽 표지 책 속에 시간을 고정해놓고 있었어요. 이미 지나 버린 순간의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었죠.

한번은 그림에서 조를 찾은 적도 있었어요. 물론 맨 처음 발견하고 몇 년이 지나서였지만 (그때쯤 조는 살을 상당히 많이 찌웠다) 그림에는 옛날의 거뭇한 저녁 수염과 큰 가방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림 속에서 조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뭉치를 쓸고 있었습니다. 별로 자랑스런 모습도 아니고, 조의 눈은 쓰고 있는 관리인 모자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았죠.

하지만 조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조의 머리칼은 후추색에서 소금색으로 조금씩 바뀌어 갔고, 브라이트의 입에 항상 걸려 있던 그 명랑한 웃음기도 딱딱한 깁스처럼 굳어 갔습니다.

브라이트가 예전에 그리던 주제들은 점점, 재단과 그 공포 쪽으로 초점이 옮겨져 갔습니다.

놀랄 일은 아니었죠. 5년 내 사망률 30%라는 수치는 재단 계약서에 자그마한 글씨로 숨겨져 있었지만, 무서움에 떠는 인턴들과 지쳐 빠진 지긋한 직원들의 호들갑 섞인 귀엣말 속에 살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그 위험을 알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고요.

그리고 조 우드워스는 여전히 두꺼운 가죽 표지 사이에 낑긴 브라이트의 일상을 찍어 모으면서, 자기치고 뭔가 특이한 것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걱정을 하기 시작했어요.

브라이트는 이따금 이 예술계로 떠나는 모험 속에서 옛날의 자기 몸을 그리려고 했던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날수록, 브라이트의 노트 속에 우아하게 스케치되었던 그 형체와 윤곽이 점차 두루뭉술해지고 흐리멍텅해졌어요.

옛날의 그 드높은 광대뼈는 녹아내려 단순한 곡선이 되었습니다.

살짝 꾀죄죄한 수염은 조금씩 듬성해졌습니다.

심지어 안경과 까치머리마저 세월이 흐르며 사라져 갔어요.

이제는 청소부 팀장이 된 조 우드워스는 "브라이트 박사" 태그가 달린 이 사람 모양 얼룩으로 된 광란의 그림을, 이 사람 비슷한 형체 (어떤 사람일지 구별도 할 수 없었지만)에서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서, 무언가 한 자밤 뱃속에서 꿈틀거리며 피어났어요.

그날 하루 동안 그렇게 피어난 무언가는 나무로 자라나 조의 창자를 싸고 돌았어요.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 우드워스는 할리Harley 박사의 사무실 문 앞에 있었어요. 공연히 겁나는 세리프 글씨로 김 서린 문유리 위에는 "인적자원부장"이라고 쓰여 있었죠.

문이 활짝 열렸어요. 조는 부딪혀서 뇌진탕 안 당하게 후다닥 비켜섰어요.

"뭡니까." 말쑥한 사무직 스타일 남자가 두꺼운 테 안경으로 조를 멀거니 쳐다보며 옴츠린 입술 사이로 한마디를 내뱉었어요.

"브라이트 박사님이 걱정돼서요."

할리 박사가 한숨을 내쉬고, 우드워스의 코앞에서 문을 쾅 닫았어요.

조는 낙담한 채로 돌아서…기도 전에 문이 다시 열렸어요. 이번엔 할리 박사가 장갑 낀 손으로 뭔가 쎈 것 한 병을 들고 있었죠.

"들어오시죠. 안 오셔도 되고요. 그러시면 저야 뭐 더 간단하니까."

참나, 조가 투덜거리며 할리 박사를 따라갔어요. 할리 박사는 책상 위로 발을 툭 올려놨죠.

"관리인 선생님도 눈치채셨나 봐요?" 할리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슬픈 웃음을 머금었어요. 그리고 조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말을 계속 이어나갔죠.

"사실 말이지만 브라이트 박사님 상태는 저희도 벌써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정신은 80년짜리 기억을 버티려고 했다가는 홰까닥해버리기 쉬운데, 사람은 보통 백몇 년밖에 못 사니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며 할리 박사는 또 웃음을 지였죠. 조는 아직도 뭐 때문에 박사가 웃는지 몰랐어요. 여러분이 이유를 아신다면 조한테 알려주세요.

"안타깝지만 브라이트 박사님은, 200년쯤 살아 계시면서 200년짜리 찝찝하고 두려운 기억들을 그 쪼끄만 반짝이는 보석에 갇혀 있는 채로 쌓아오신 겁니다. 사람은 하드웨어도 80년에 맞게 설계가 안 되었는데, 정신도 별반 다른 게 없어요."

심드렁하게 쳐다보는 할리 박사의 눈을 바라보며 조는 이를 꽉 물었습니다. 재단에 차갑기 그지없는 자식들이 가득 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안 그러면 아무래도 오래 있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런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자니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죠.

"뭐라도 하기는 할 계획은 없는 겁니까?"

할리 박사는 아주 짤막하게, 겨우 들릴 만한 콧방귀를 뀌었어요. 깔보는 기색이 물씬 풍겨왔죠.

"지금 같아선 브라이트 박사한테 건강한 정신상태를 마련해주는 게 682 죽이기보다 어렵습니다. 저희가 무슨 나쁜놈들은 아닙니다, 사람들 생각이랑 다르게요. 수많은 의료진이며 치료사들을 붙여드려서 963의 효과가 그렇게 지대하게 늦춰진 겁니다. 게다가 머리가 그렇게 어수선한 쪽이 좀 덜… 반항적이세요. 덕분에 자기가 일해야 한다는 것 하나는 잘 기억하시고, 지난 200년 동안 재단에서 나온 지식들 간직하시고 그런 데다 집중할 수 있으시죠. 그게 박사님이 재단에서 하는 일이자 하셔야지 될 일의 끝입니다."

조는 할리에게 고함을 치고 싶었습니다.

그 면상에서 저 안에 사람 영혼이 있다고 라고 외치고,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수천 수만 개 사진을 디밀어 주고 싶었습니다. 브라이트가 옛날에 그렸던 명랑하고 화사한 초상화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재단에게 브라이트를 도와 달라고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는 알았습니다.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가 머리 뒤에서, 사실을 조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할리 박사 말이 맞다고. 불멸은 결국에는 불치병일 뿐이라고.

그래서 조는 뒤로 돌아 나가, 남자 화장실 보관함에 꽂아둔 자기 행운의 빗자루를 들고는 다시 일하러 갔습니다.



조가 마지막으로 브라이트를 본 것은 밤에 비질할 때였습니다.

매일 밤 퇴근하기 직전에 하는 마지막 전 구역 청소였죠. 매일 밤 조는 사무실부터 시작해서 (청소하기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었으니까) 복도를 훑은 다음에 가장 너저분한 곳인 휴게실에서 작업을 마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7시까지는 퇴근하겠다는 일념으로 휴게실까지 다다랐을 때, 조는 누군가 책상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플라스틱 의자에 브라이트가 앉아 있었습니다. 커다랗고 뚱뚱한 D계급의 몸에 알맞지는 않았지만, 브라이트는 불편하다는 티가 없었어요. 조가 자기 벨트에 매달아놓은 짤랑짤랑 소리가 거슬렸을 법한데도, 브라이트는 조가 들어오는지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신에 조가 브라이트를 바라봤습니다. 브라이트는 뭉툭한 바인 차콜을 조심스레 집어들고, 이제 다 해진 스케치북의 마지막 몇 장을 넘겼습니다.

조가 창밖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햇빛 줄기를 바라보는 가운데, 박사는 스케치북에다 목탄을 문지르며 페이지 전체에 걸친 원들과 나선들을 검은 가루 자욱한 손으로 그렸습니다.

조는 브라이트의 눈을 바라봤습니다. 거의 깜빡이지도 않으며, 페이지 중앙만 콕 바라보는 채로 있었습니다. 흐릿하고 자욱하고 생기 없는 까만 눈동자가, 까맣게 칠해진 목탄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렇게 브라이트가 다시 손가락과 옷을 까맣게 더럽히는 모습을 보며, 청소팀장 조 우드워스는 뒤로 돌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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