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꼬마 로봇

SCP-2785가 제 방에 앉습니다. 작은 방이었으며,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으나, SCP-2785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죠. 그저 방 안에 앉아 있기만 하면 자신은 다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니까요. 다시 변신을 할 것이고, 다시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었으니까요. 단지 생각만으로도 SCP-2785는 세상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SCP-2785는 바깥에서 자신의 친구가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SCP-2785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었죠. 아마 자신을 데리고 나갈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 개나 고양이에 대해 말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SCP-2785는 친구의 말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죠.

SCP-2785는 비명에 대해서라면 알 수 없는 게 참으로 많았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비명이란 무서울 때 지르는 것이라 말해주었어요. SCP-2785는 '무섭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죠. 결국 당신이 착한 사람이었다면 누군가가 당신을 해하는 이유가 뭔가요? 일부 친구들은 또한 너무나도 즐거워서 기분이 들떴을 때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고 하였답니다. SCP-2785는 그 말을 듣고도 당혹스러워졌습니다. 너무나도 즐거울 때, 무서움을 느끼는 건가요?

SCP-2785는 롤러코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차량이 철로에 연결되어 휭휭 빠르게 이동하고, 당신들은 기분이 들뜬다고 했죠. 저 소리의 의미는 자신의 친구가 롤러코스터를 지었다는 의미일까요? 서프라이즈로 자신에게 롤러코스터를 보여 주려고? SCP-2785는 바로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졌답니다!

하지만 SCP-2785는 기다려야만 했답니다. 그렇기에 기다렸습니다. 그저 기다리고,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SCP-2785는 만약 나가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자신의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순간, 주변이 어두워졌습니다. 원래대로라면 SCP-2785는 어둠 속을 볼 수 없었을 거예요. 눈이 먼 여학생처럼, SCP-2785 또한 앞을 볼 수 없었을 것이었단 말이죠! 하지만 몇 번의 변신 후에, SCP-2785는 어둠 속을 보는 능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어둠을 들여다보았고,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방에 문이 있었다는 것을요. 어떤 상황에서도 닫혀 있었던 문 말이죠. 그리고 오늘, 그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만일 가능했더라면 SCP-2785는 기분이 너무나도 들떠서 기절하였을 거예요.

SCP-2785가 걸어 나가서 본 바깥은 난장판 그 자체! 탁자는 뒤집어져 있었고, 원래 그 위에 올라가 있던 물건들은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거의 세상 모든 종류 액체가 벽과 바닥을 뒤덮고 있었지요. 전등은 깨졌고, 문은 경첩으로부터 떨어져 나갔으며, 과거에 SCP-2785에게 호기심을 주었던 그림은 훼손되어 더 이상 그에게 호기심을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SCP-2785는 들떠서가 아닌 이유로 기절할 뻔 했습니다.

자신의 친구는 어디에 있나요?

휴가라도… 떠났나요?

가끔, 자신의 친구들이 떠났을 때 다른 친구들은 자신에게 그들이 휴가를 떠난 것이라 말해주었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가를 떠난 이들은 돌아왔죠. 아마 모든 친구들이 휴가를 떠난 게 아닐까요?

SCP-2785는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이 곳은 난장판이었고, 친구들은 휴가를 떠났지요. 만약에 내가 이 장소를 청소하고 아주 말끔하게 해 놓으면 어떨까? 친구들이 돌아 왔을 때, 되게 기뻐할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조차 슬퍼 보일 정도로!

하지만 그 전에, SCP-2785는 확인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SCP-2785의 변신 (그 동안 더 나은 암흑 시야와 더 나은 손의 도구를 습득했다) 이후에 그는 공기를 들어 보기로 했답니다. SCP-2785는 알아냈어요. 방 속에서는, 공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원한다고 해도 말이죠! SCP-2785는 읽기 시작했으며… 무엇이 녹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답니다. 이상하기도 하지. 친구들도 변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친구들이 어째서 휴가를 떠났는지 설명이 가능할 텐데 말이죠.


SCP-2785는 유용해 보이는, 숨겨진 책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읽을 수 있어야 유용할 테지만요.

당연히 SCP-2785는 본인의 모국어는 읽을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영어라니? 영어는 단어 몇 개만 배웠을 뿐이었어요. SCP-2785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처럼 문맹인 수준이었단 말이죠! 소용 없는 일이었어요. 조금 배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많이.

SCP-2785는 첫 책을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SCP-2785는 메인 로비에서부터 청소를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바닥에 끈적이는 걸 청소하기 위한 대걸래와 (어느 정도) 깨끗한 물이 담긴, 양동이 하나를 찾았습니다. 깨진 창문을 대체할 완벽한 판유리를 구하기도 했죠. 물건 저장용 벽장에서 오래된 가구를 꺼내왔으며, 또한 목공일 101을 읽어서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지 (대부분)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SCP-2785가 친구들이 돌아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대걸래질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파티를 하지 않을까? 파티를 하면 좋을 거야. SCP-2785는 두어 번의 직원 파티에만 참석을 허가받았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좋은 대화를 나누었고, 엄청난 장식이 있었죠. 자신이 혼자서 파티 준비를 하면 친구들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SCP-2785를 흥분시켰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끈적이는 게 가득한 상태로는 파티를 가질 수 없었죠. 그렇기에 대걸래질을 했습니다. 대걸래질을 했습니다. 대걸래질을 하고, 조금만 더 대걸래질을 했습니다.


자신의 예전 방에 연결된 두 복도 중 하나의 복도는 천장 일부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약간의 강철, 철근, 그리고 돌이 섞인 엄청난 먼지 더미가 방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 더미는 망가진 위쪽 파이프에 의해 젖어있었겠죠. 이미 마른 상태였지만요.

이 무더기를 치우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SCP-2785가 가진 것은 삽 하나와 무더기를 옮길 장소 하나(5층의 캐롤라인 연구원 기숙소였는데, SCP-2785는 그녀가 딱히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뿐이었습니다. SCP-2785는 작은 더미를 삽으로 퍼내어,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SCP-2785는 청소 외에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요.


SCP-2785는 2층의 휴게실 근처에 있는 전구를 갈고 있었습니다. SCP-2785는 그것이 총에서 나온 총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요.

네 친구는 이제 너무나도 오랜 휴가를 보내고 있구나.

자신이 방에서 나온 지 얼마나 지난 걸까? SCP-2785는 날짜를 세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한 달? 그렇게 오래 지나진 않았을 거야. 1층부터 3층까지 어느 정도는 진행했지만, 그 위쪽 층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불을 켜지도 않은 상태로 말이죠!

SCP-2785는 가슴 속 잡생각을 떨쳐냈답니다. 다음에 생각하자.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A0-3 발전기가 어떤 부분이라도 과용으로 인해 고장이 날 경우, 만약 고장이 난 것이 필수 대체 부품일 경우 고치는 것은 쉽다. 우선, 발전기가 꺼진 상태여야만 한다.

SCP-2785는 매뉴얼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발전기를 살펴 보아 ON/OFF라고 스티커가 붙여진 스위치를 찾아냈고 말이죠. SCP-2785는 ON 방향으로 스위치가 올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OFF로 돌려놓고 다시 매뉴얼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은 정비라고 이름이 적힌 패널을 열고 발전기 내부를 확인하라. 손상이 된 부품이 있는지 눈으로 식별해야 한다. 필립스 PH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해당 부품을 제거하고, 작동이 되는 부품으로 교체하라.

SCP-2785는 패널을 열고 바싹 타 보이는 와이어 몇 개와 여러 개 중 하나의 모터를 확인했습니다. SCP-2785는 손에 부착된 드라이버를 가지고 있었기에, 고장난 부품들을 제거하고 창고에서 찾은 부품과 재빠르게 교체하였죠. 모든 것이 온전해 보이게 되자, SCP-2785는 패널을 닫고 발전기 스위치를 ON으로 돌렸습니다.

몇 초가 지나자, 위의 전등이 점멸하다가 온전히 켜졌습니다. SCP-2785가 자신의 암흑 시야를 끄자, 건물에 있는 많은 다른 불빛이 깜빡이다 결국 온전히 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또한 SCP-2785는… 삐 소리? 뭔가 플러그를 뽑는 걸 까먹었나?

큰일이야.


얼마나 지난 것일까?

SCP-2785는 딱히 날짜를 세고 있지 않았기에 기억해내야 했습니다. SCP-2785는 보통 시행한 변신의 횟수로 날짜를 셌지요. 세기 시작했습니다. 1, 2, 3… 24? 예상보단 적구나. 하지만 변신과 변신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난 거지? SCP-2785는 1년에 한 번 변신을 하곤 했지만, 최근 들어 더럽게 많이 변신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아마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을까?

SCP-2785는 그런 걸로 하기로 했다. 자신의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혼자가 아니야, 그렇지? SCP-2785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돌고 돌았습니다. 당연히 혼자일 리는 없겠지. 하지만 최근에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답니다. 심지어 파리조차!

하지만 혼자는 아니었지요. SCP-2785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미생물 벌레들인 박테리아에 대해서 배운 것을 떠올렸습니다. 볼 수는 없지만, 자리에는 있는 것들 말이죠. 자리에는 있어. SCP-2785는 그 사실을 계속해서 떠올렸습니다.


너는 혼자야.

그런 생각이 어둠을 뚫고 나왔습니다. 마치 박쥐가 그림자에서 튀어나오듯. 그 생각은 SCP-2785가 들고 있던 탁자 다리를 떨어뜨리도록, 그리고 휴게실의 기울어진 녹색 소파에 주저앉도록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은 휴가에서 곧 돌아올 거야, 그렇겠죠?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어요. 만약에, 정말 만약의 이야긴데,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떡하죠? 뭐, 박테리아가 있긴 할 거예요, 그쵸? 하지만 박테리아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박테리아와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박테리아와 친구가 될 수 있긴 할까요?

SCP-2785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혼자가 될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그렇게 되었네요.

혼자.

SCP-2785는 탁자 다리를 주워 들고 소파에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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