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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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혼자 있을 때면 로버트 부마로는 자기도 울 수 있었으면 했다.

부마로가 자기 방에 앉아 부서진 신의 말씀을 묵상하노라니, 크나큰 고통이 밀려왔다. 교단은 그의 삶이요 지향이요 기능이요 그 밖에 갖다붙일 만한 모든 것이었다. 그 교단이 죽어갔다. 이단 때문에.

몇 년 전에 누군가 교단을 셋으로 분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단 중에서도 분해보다 악독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을, 더구나 교단을 분해한다는 것은 신을 부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묵상을 끝마치고 부마로는 자기 방에서 걸어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승강기가 곧바로 위로 쭉 올라가 부마로를 연단 앞에다 데려다 주었다. 신자들이 모여 있었다. 다른 이단들과 달리 대체로 변형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대부분은 신의 부품이 되기에야 과분할망정 신을 기꺼이 흠숭할 이들이었다. 물론 부마로는 예외였다. 신의 영액을 마신 지 오래되었으니까.

"30년." 윙윙하는 기계소리로 부마로가 나직이 말을 꺼냈다. "30년이 흘렀습니다. 분열이, 그리고… 분해가 닥쳐온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청중들이 우우 야유했다. "30년이나 지났으되 천천히 우리는 재조립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가 재조립할 신을 제쳐두고요."

"재조립할 신을 제쳐두고." 부마로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두 교단을 파괴하자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습니다. 폭격, 산성액, 신호 교란, 부식성 물질 등등. 그러나 새겨두십시오, 부서진 신의 아이들이여, 그런 짓을 행동에 옮기는 자는 스스로를 신에게서 떼어내는 것입니다. 분해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이단입니다. 설령 갈라진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을지라도."

"신도 여러분, 우리는 전쟁을 모색하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간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을 잊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마로가 목을 가다듬었다. "큼, 그럼. 찬송가를 부르겠습니다. '주 우리를 살덩이에게서 이끄사'를 펴세요."


로버트 부마로는 편지를 많이 받았다. 신도들에게 온 것도 있었고, 그 바깥에서 온 것도 있었다. 맥스웰파의 살해 위협, 톱니장치 정교파의 살해보다 더한 위협, 무슨무슨 족속들의 컨퍼런스 초대, 숭배자들이나 신의 조각을 보고자 하는 사람. 그런 편지들을 부마로는 족족 치워버리다가, 어떤 편지를 발견했다. 노트지에 적어서 허둥지둥 봉투에다 집어넣은 편지였다.

부마로 성하 안녕하세요
저는 9살 제이크에요
궁금핸 게 있어서 편지했어요
읭읭이랑 똑딱이랑 교단은 왜 서로 싫어할까요?
우리 형은 읭읭이고 엄마 아빠는 똑딱이에요
그래서 가족끼리 맨날 싸우고
마커스Marcus 형이 신호 이야기만 하면 또 싸워요
가족끼리 싸우는 게 싫어요
부마로 님 어떻게든 해결해주세요
제이크 스파크스Jake Sparks 올림

무엇보다 첫째로, 부마로는 톱니장치 정교 신도들이 번식하기를 선택했다는 점이, 그것도 아이 둘을 두었다는 게 놀라웠다. 둘째로, 갈라진 이들 둘이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 부딪치는 그림을 떠올리자니 말 그대로 기어가 갈리는 듯했다. 부마로는 편지를 책상에다 올려놓고 잠시 묵상한 다음,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창문 앞으로 갔다.

창문 밖으로 부마로는 하늘 높이 뜬 달을 바라봤다. 달은 한때 지구의 조각이었다, 고들 과학자들은 주장했다. 먼 옛날 지구는 대재앙을 겪었고, 달은 그 와중에 태어나 지금까지 몇천 년을, 밤하늘에 흉터진 얼굴을 내보이며 떠 있었다. 그런데도 저 위성은 본래 행성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지. 부서진 조각들이 기계 하나처럼 움직이듯이.

부마로가 고개를 저었다. 가망 없는 소리였다. 세 교단이 서로에게 품은 반감은 너무나도 컸다. 보건대는 부서진 신은 영원히 부서진 교단을 거느릴 것만 같았다.

부마로는 편지를 다시 들여다봤다. 길 잃은 저 아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잠시 동안 부마로는, 이들이 다시 재조립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로버트 부마로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 다음 주 내내 로버트 부마로는 전화를 몇 통씩 걸었다. 절대다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두 명만이 전화를 받았다. 회담이 잡혔다.

장소는 어떤 계곡, 정확히는 그 안의 호수, 더 정확히는 그 안의 섬, 어떤 기계가 있던 곳이었다. 기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모종의 비극만이 감돌고 있었다.

섬에서 로버트 부마로는 두 사람과 같이 있었다. 한편의 사람은 맥스웰파, 천사의 성인 헤트비히였다. 다른편의 사람은 트루니언 대사였다. 두 여인은 언제라도 서로의 목구멍을 찢어발기겠다는 듯했다. 둘 다 자기네 교단의 교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모두 충성스런 개종자였다. 헤트비히의 편에서 맥스웰 관리인-사제들이 빛을 깜빡이고 팬을 웅웅 돌렸고, 트루니언의 편에서 대사들이 금속을 철컥이고 기어를 째깍거렸다.

"황동, 청동, 실리콘. 드디어들 모였군요." 부마로가 다른 둘을 바라보며 끄떡였다. "…부른 까닭을 알겠습니까, 자매님들."

"당신 똑딱이 복음 앞에 무릎 꿇으라고 불렀겠죠." 헤트비히가 말했다. 자기 교단에서 읊는, 왜곡되고 오류 가득한 자바스크립트경Javascripture을 외울 때보다 훨씬 어눌했다. "개별성이란 곧 파일 시스템-"

"그 경전은 저도 압니다, 성 헤트비히." 부마로가 말했다. "그러나 개별성은 지금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회의 안녕입니다."

"헹." 트루니언이 말을 툭 내뱉었다. "우리 사명은 다 똑같아요. 메카네를 재조립하는 거죠." 신자들이 '메카네'라는 신의 이름을 조용히 연호했다.

"WAN 말씀이겠죠." 헤트비히가 따졌다. "WAN이여, 영원한 네트워크여." 신자들이 저편에 맞받아쳐 'WAN, WAN, WAN'을 연횄다.

트루니언이 김을 푸욱 내뿜고, 다이아몬드 도금한 치아를 훤히 내보였다. "예의 좀 갖춥시다, 헤트비히. 설립자 말하십니다."

"우리 모두 신을 재조립하고자 하는 자입니다." 부마로가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대들이 취하는 방법은… 논란이 많습니다."

"우리가 취하는 방법이요?" 컴퓨터화된 목소리치고는 최대한 불쾌한 기색을 담아 헤트비히가 말했다. "자기네 개종자convert도 맨날… 개조convert되게 냅두지를 않으면서! 당신네 교단은 높은 자리에 있으려면 당신네 신의 영액을 꾸역꾸역 마셔야 하죠. 게다가 그게 영액이라고요? 바이러스겠지." 읭읭이는 성인이 씩 웃었다. "우리야 바이러스 걱정할 일은 없죠."

부마로가 고개를 저었다. "개조의 방식이란 상관없습니다. 다만… 개조를 제한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아직은 그러기에 알맞지 않은-"

"사람이 알맞은 자가 될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것뿐이에요." 트루니언이 말을 툭 던졌다. "신의 부품이 되기에는 알맞지 않다고 말한다, 더구나 개조를 막음으로써… 그러면야 당신네 무리들이 향상되는 길만 막힐 뿐이죠."

헤트비히가 연기를 푸욱 뿜었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이상하지만… 나도 대사 말에 동의해요."

트루니언이 눈을 끔벅였다. 톱니장치 신자들 사이에서도 당황하는 목소리가 나옸다. "동의…한다고요?"

"그럼요. 사실 오히려… 그런 말을 당신보다 먼저 못 꺼내서 분한데요."

부마로가 한 걸음 물러나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달랬다. 머릿속 기어가 돌아가며 손이 위잉 울었다. "아시겠습니까? 화해는 얼마든지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럴지도." 트루니언이 부마로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네 영액 있잖아요. 당신한테 디지털 부품 따위는 보이지 않네요. 실리콘도 없고.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아요?"

부마로는 말 없이 있으면서 손목을 내려다봤다. 트루니언의 말이 맞았다. 부서진 신의 영액을 마시는 자의 몸에는 실리콘이 한 움큼도 없었다. 충격을 얻어맞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더 오랫동안, 헤트비히도 그랬다. "맞는 말입니다."

"그게 뭐 어때서요?" 헤트비히가 물었다. 불안한 듯이. "그냥 뭐… 종파마다 다를 수도 있죠."

길고 어색한 침묵이 잠시 내리깔렸다. 그러다 트루니언의 동료 수사가, 젊어 보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증거입니다."

트루니언이, 톱니장치 교인 전체가 말을 꺼낸 이를 바라봤다. 트루니언도 이 남자의 얼굴을 알아봤다. 콘덴서Condenser 형제였다. 트루니언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메카네의 피에 실리콘이 담기지 않았다는 증거요. 바로 저자들 모두가 이단자라는 증거입니다." 증기가 모여드는 소리, 곧 성녀대사의 몸 속 배관이 빛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필요했던 그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들은 이단자고, 메카네는 우리만을 굽어살피고, 저들의 WAN은 거짓 우상임을." 찰-칵-찰-칵-찰-칵, 스틸아이Steel Eye 형제의 손이 팔 속으로 접혀들어가고 기다린 날이 튀어나왔다. 입은 맥스웰파를 보며 웃고 있었다. "우리가 바라왔던 이 증거로 말미암아, 우리는 디지털 이단자의 참모습을 깨달았습니다. 이단자일 뿐."

톱니파 군중들에게서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단-자. 이-단-자. 이-단-자. 이-단-자."

이에 맞서 성 헤트비히가 앞으로 나와 두 팔을 펼쳐 자기 신도들을 보호했다. 신도들의 눈이 빨갛게 파랗게 푸르게 노랗게 빛나며 전투 프로세스가 개시되었다. "우리를 잡아드시겠다? 와서 잡아보시지."

"이단자!!" 정교 신도 하나가 헤트비히에게 소리쳤다. "성인 사칭자! 사기꾼!"

로버트 부마로가 끼어드려는 찰나, 헤트비히의 눈이 빨간빛으로 타올랐다. 등에서 기계 날개가 돋아나고, 곧 헤트비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웅장한 모습이었다. 헤트비히가 모두를 내려다봤다.

로버트가 머리를 기울여 날개 돋은 천사를 바라보며 진정하라는 손짓을 내보였다. "성 헤트비히, 이러지 마십시오. 성급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것만은 알아라, 나는 한갓 성 헤트비히가 아니다. 그자는 죽은 지 오래다. 나는 곧 복제reproduction이며, 그것이 우리 의무이다. 신의 이미지 속으로 우리를 복제하는 것. 이제 우리는-" 탕, 헤트비히의 말을 끊은 것은 정교 신도가 쏜 머스킷총이었다. 날개가 잘려나가며 헤트비히는 뱅글뱅글 떨어져 땅바닥에 추락했다.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나오고, 부마로 성하가 바로 곁으로 달려왔다.

이 모두를 지켜본 트루니언 자매가 자기 신도 쪽으로 고개를 돌려, 총을 쐈던 그 신도를 똑바로 노려봤다. 두 눈이 분노로 맹렬하게 불타고, 눈 뒤의 기어들이 특별한 시퀀스를 이루며 째깍거렸다. 트루니언이 총을 쏜 자를 '응시'하자, 그자가 땅바닥에 풀석 쓰러져 시스템이 멎었다. 잠시뿐이었지만.

트루니언이 다시 신도들을 쳐다봤다. 모두들 트루니언을 보며 두려워했다. 곧이어 메카네의 진노가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살인자가 아닐세. 명심하게. 신의 아들딸을 죽일 수는 없네. 심지어 탕아라 할지라도." 우우웅, 기계 목소리가 잇새로 계속 새어나왔다. "우리는 대사들일세. 우리는 기소하며 또 수사하네. 그렇게 결론을 짓고 그곳에 근거하여 계획을 잣네." 트루니언이 몸짓하며 맥스웰파를 가리켰다. 헤트비히 자매가 기절하여 정지될락말락한 모습이 있었다. "저… 저들이 이단임은 틀림없네. 저들이 해체주의dissolutionism를 껴안했다, 틀림없네. 하나 저들 또한 인간일세. 우리나 저들이나 노력을 다하고 옳은 마음을 품으면 저들 또한 규격화될 수 있네."

"자, 누가 물 좀 떠 와서 저 증기 터빈을 식혀주게나. 예의를 저버리고만 대화에 임할 이유는 없다네."

정교회 대사들이 이 말을 받들어, 호수로 가서 물을 떠나 맥스웰파에게 주었다. 어떤 대사들은 성 헤트비히에게 곧장 다가가, 맥스웰파를 같이 도와 산산이 부서진 날개를 살폈다.

한 시간 동안 '이단'이란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형제'와 '자매', 그리고 서로 사과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이윽고 마침내, 부마로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꺼냈다.

"오늘 밤, 이 비극의 현장에서도 선한 말은 숱하게 오갔으며 선한 행동은 숱하게 나누어졌습니다. 자, 우리 모두의 목적은 똑같음을 이제 분명히 깨달으셨을 겁니다. 오늘 같은 실랑이는… 결국 무가치할 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재조립해야 합니다. 오늘에야 제가 깨달은 바와 같이, 신께서는 가장 단순한 기계, 모루이기 때문입니다." 부마로가 하늘 위로 주먹을 쳐들었다. "우리가 무엇이든, 무엇을 지으려 하든, 우리의 목적은 모루를 다시 짓는 것입니다… 그 위에 살덩어리를 놓아 깨뜨리기 위하여!"

세 교단이 모두 환호했다. 그러는 사이 부마로는, 머릿속의 기어들이 벌써 이후의 설교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날 밤 로버트 부마로는 편지를 썼다.

우리 어린 스파크스 형제에게
솔직히 말하건대 저는 원래 어떤 교인에게 직접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주신 편지는, 내용은 단순할지언정 살피는 바는 아주 심대했습니다.

오늘 밤 저는 갈라진 이들을 몇 명 만나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부서지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예비 부품이며, 그들이 지을 바는 더욱더 큰 기계입니다. 물론 그들은 예비라고만 하겠습니다만, 신의 심장이란 모듈화되지 않았을 리 없는 법입니다.

그대 같은 이들의 관용과 지혜로 힘입어 교단도 우리의 신도 심지어 우주도 다시 건설될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충분히 가능하 일입니다. 이전에도 그렇게 믿었지만, 이제는 오로지 확신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제이크.

그대가 영원히 완전하길 바라며,

로버트 부마로

마지막으로 편지에 서명을 넣자, 부마로의 몸에서 전에 듣지 못했던 소리, 삐익 하는 미약한 디지털 소리가 들려왔다. 신의 건설자는, 이 소리를 들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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