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회 이야기: 재단에 로봇 군대가 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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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가 최고였다. 한 사람은 그 주에 코르델리아 로열 호텔Cordelia Royale Hotel의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업무를 빼먹지 않으며 비행기를 타고 나라 안팎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으며, 또 다른 한 사람은 응원단 연습이 없는 유일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후의 하늘은 맑았다.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호텔은 적절한 색상과 멋진 구조를 적용한 디자인의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바이올렛 메스머Violet Mesmur는 간부회의실 안에 서 있었다. 머리카락 뿌리에는 회색빛이 스며들었고, 화장 사이로도 나이를 먹었다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갈색의 두 눈이 자동차가 멈추는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요원들이 주차 직원보다 먼저 자동차 문 앞으로 와서 문을 열어주자, 두 사람이 나온다. 메스머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이클스Michaels 대령과 영Young 박사가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곧 회의실에 도착했다. 강단 있게 생긴 영이 먼저 회의실에 들어왔다. 금발 머리가 돌돌 말려서 쪽이 져 있고, 화장이 할 일은 자연이 알아서 한 상태였다. 뜬눈으로 지새운 밤들이 아이섀도를 대체했고, 피로가 얼굴의 형태를 조각한 뒤였다. 영이 자리에 앉았다. 마이클스가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군인이다. 그는 봄에도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러고는 쓰고 있던 에비에이터를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어폰에서 또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수연 씨가 도착했습니다. 김지수 씨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수연은 이미 또 다른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들어오는 동안, 귓가에 휴대전화를 댄 채로 다른 인물과 한국어로 격렬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녀는 키가 작고, 머리카락은 길며, 안경을 쓰고 있으며 언쟁을 계속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분이 나빠져 가는 것처럼 보였다. 또 한 번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들려왔다. 전보다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그린Greene 씨가 도착했습니다."

열려 있는 회의실 문 앞에 서 있던 소녀는 프리트 스커트와 재킷을 입고 있었고, 도스 사립학교Dawes Preparatory School의 색상에 맞춘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묶은 상태였고 녹색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그 가냘프고도 퇴폐적인 모습에 다른 사람들의 불안감이 섞인 시선을 보냈고, 그녀는 그에 화답하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명찰에는 카산드라라고 적혀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메스머의 파일에는 이름이 다섯 개는 더 적혀 있었다. 그린은 자리에 앉아 책상 아래에 배낭을 밀어넣었다. 그러고는 물병 하나와 분홍색 알약 두 정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뒤로 등을 기대고는, 씩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수연의 통화가 끝이 나자, 경비원들은 문을 잠그고 제자리로 돌아갔고, 메스머는 상석에 앉았다. 그 앞에는 녹음 장치가 놓여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녹음' 버튼을 눌렀다.

ΩK 시나리오의 해결책에 대한 윤리위원회와 요주의 단체들 사이의 교섭

<기록 시작>

바이올렛 메스머 박사가 헛기침하고는 말을 시작한다.

메스머: 다들 이번 회의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영 박사님은, ΩK와 관련된 상당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시는 중이니까 말이죠.

영: 과찬이십니다, 메스머 박사님.

마이클스: 초대해주셔서 영광이죠.

메스머 박사는 앉은 채로 자세를 고쳐앉고는 서류 가방 하나를 꺼낸다. 가방을 열며 그녀는 말을 계속한다.

메스머: 아직 서로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하자면, 제 이름은 바이올렛 메스머 박사이고, 윤리위원회의 일원입니다.

메스머 박사가 에밀리 영 박사를 향해 손짓한다.

메스머: 이쪽은 에밀리 영 박사입니다. ΩK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두각을 보이는 박사로, 다들 사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 감사합니다. 전 ΩK와 관련해서는 아주 광범위한 작업을 해왔죠. 특히 SCP-3984라는 이름이 붙은 연구 말이죠. 그저 지속적인 해결책에 공헌할 수만 있다면 좋습니다.

메스머 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서류 가방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고는 말을 계속한다.

메스머: 좋아요. 사이버네틱 강화 장치를 갖고 탁자 끝에 앉아있는 남자는 에릭 마이클스 대령입니다. 수훈 참전용사이자…ΩK의 효과를 처음으로 겪은 장본인이기도 하죠. 적어도 우리 기록상으로는 말이죠.

마이클스: 전 그닥 중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여긴 보안을 위해서—

그린: —나도 그리스 문자를 참 좋아하긴 하지만, 계속 말하고 있는 그 멋진 이름이 도대체 뭔지 우리 같은 외부인에게도 알려줄 수 있을까?

메스머 박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 가방에 남아있던 종이 몇 장을 꺼낸다. 그녀는 그린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메스머: 사회조사프로그램 설문조사에서 나와 있던 걸 기억하신다면 알겠지만, ΩK는 지금 우리가 강제로 받아들이게 된 시나리오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불멸 상태 아시죠? 이쯤 되면 무슨 뜻인지 알아들으셨겠죠.

메스머 박사는 모두를 돌아본다.

메스머: 방금 끼어든 사람은 그레고리 그린Gregory Greene입니다. 그치만 지금쯤 다른 이름을 쓰고 있겠죠. 이 사람은 프로메테우스 연구소의 전신 이식 시술에 대한 대변인이기도 하죠.

그린: '그린'이라는 이름은 못 들어본 지 꽤 됐구만. 캐시면 됐어. 익숙해지는 참인 애칭이지.

그린은 씩 웃으며 대답을 기다린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린: 어쨌든, 다들 이미 우리 고객 목록에 있으니까, 내가 감독하는 서비스에는 익숙하시겠지.

영: 네, 저도… 그 시술을 받았으니까요.

메스머 박사는 그린이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소개를 계속한다.

메스머: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셜, 카터와 다크의 대표자이신 이수연 씨입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던 건 김지수 씨지만 말이죠.

이수연이 쪽지 하나를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수연: 이수연 씨는 우리의 상품 히프노트라린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구속력이 있는 계약도 맺지 못합니다. 그녀는 마셜, 카터와 다크를 대표하여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으며, 이수연 씨가 말하는 모든 것은 그녀 개인의 의견으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수연이 쪽지를 다시 집어넣는다.

수연: 지수 씨는 영어를 못해서 오지 않았습니다.

마이클스: 여기에 가운뎃손가락의 외교적 동치를 보내온 게 놀랍지는 않네. (수연을 향해) 악의는 없었어요.

영: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메스머: 막 나갈 필요는 없어요, 대령님.

그린: 사실 꽤 괜찮은데. 여기서 바로 마시 카티와 디키네 신상품 파헤쳐 보자고.

영: 이번 모임에서는 진지한 논의를 나눌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요.

마이클스: 제 탓이네요. 여기서 뭔가를 진짜로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바라고 있었는데 말이죠. 부하들한테 불평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이클스는 메스머 박사가 노려보자 말을 멈춘다.

마이클스: 그만하도록 하죠.

메스머 박사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들을 정렬하고는 첫 장을 읽기 시작한다.

메스머: 오늘 이 모임은 프로메테우스 연구소 마셜, 카터와 다크 양쪽이 모두 현재의 이… 비자발적 불멸 사태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명백히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 모인 것입니다.

메스머: 영 박사와 마이클스 대령은 전문가와 민간인의 시점에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수연: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주장되는 것'이라고요? 저— 저은 인신매매자이면서 도살자잖아요.

수연 씨가 그린을 가리킨다.

그린: 왜 그래, 마이클스 씨를 제하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예의 바른 여성들 아니었나?

마이클스: 그쵸. 저 양반은 타인의 몸을 뒤집어쓴 사람이죠. 그리고 당신네는 다른 사람들한테 벗어날 수 없는 악몽을 안겨주고요. 그 두 상황 모두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군요. 그치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은 아직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이 자리에서 거래를 할 수 있길 바라고 있고요.

수연: 그렇다면 전 했던 말을 다시 할 수밖엔 없겠군요. 저는 이제 히프노트라린의 마케팅 및 배포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없고,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영: 그렇다면 정말 죄송합니다만, 수연 씨. 왜 여기 오신 거죠?

메스머 박사가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종이 몇 장을 돌린다. 거기에는 마셜, 카터와 다크의 비즈니스 모델에 존재하는 잠재적 오류에 대한 것이 상세히 적혀있다.

메스머: 모두에게 히프노트라린과 불법 복제된 경쟁작들에 대한 정보를 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경쟁사들이 실패할 경우 MC&D가 이득을 본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이 영생의 안전한 대체품이나 죽음과 가장 가까운 것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나, 이는 또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결함품에 노출될 경우 신체에 갇힌 채로 일종의 고문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노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의 대부분이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삶"을 살고 있을 때 그랬던 것 이상의 짐이 된다는 것입니다.

영 박사는 빠르게 내용을 읽어내려간다.

영: 이런 썅. 전혀 몰랐는데요.

수연: 뭐, 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히프노트라린이 김지수 씨의 통제하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실제로 제작된 경쟁품은 없었다는 것 또한 말씀드리고 싶군요.

영: 이 사람들의 예후는 어떻죠? 깨어났나요?

수연: 그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메스머: 방금 건네드린 파일을 살펴보시면, 경쟁사들이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고문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것이 상세히 적혀있습니다. 물론, 가장 유명한 부작용은 영구 수면성 무호흡이나, 다른 문제로는 몽유병이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날 수 없게 된다면 훨씬 더 위험한 증상이 되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혼수상태에 빠지기보다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부작용도 있고요.

메스머: 제약 산업에서 의약품의 결함이 존재하는 것이 꽤 흔한 일이기는 하나, 결함품이 보고되는 속도나 규모가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가족 구성원이 새로운 짐이 되어, 점차 더 보살피기 어려워져 가는 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사회 전체에도 해로운 상황입니다.

영: 정말이지… 끔찍하군요.

수연: 이런 게 경제죠.

영: 수연 씨, 조금 전에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는 경쟁자가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 상황이랑 뭔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수연: 지금 모임은 녹음이 되고 있죠. 경영에 변화가 필요한 적극적인 경쟁자가 이 탁자 위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마케팅 전략을 노출할 순 없습니다.

영: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린: 저 평양 양반이 원한다면야,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있도록 하지.

마이클스: 봤죠? 외교적 가운뎃손가락이라니까.

영: 어느 쪽이 그 손가락인지 모르겠네.

수연: 이건 음성 발췌문도, 사전 녹음된 메시지도 아니죠. 프로메테우스 연구소의 사업의 시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행동은 히프노트라린에게도 영향을 줄 거예요. 히프노트라린은 모든 종류의 외부 변화에 극도로 취약한 제품이란 말이죠.

메스머 박사는 스테이플러로 찍은 종이 뭉치를 또 꺼내 탁자에 앉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메스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말이죠, 수연 씨, 당신이 소속된 회사는 여전히 보다 도덕적인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그쪽에서 취할 수 있는 부도덕한 행동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메스머 박사는 다시 한번 전신 이식 수술을 위해 프로메테우스 연구소에서 행하는 다양한 시술이 나와 있는 문서를 나눠준다.

메스머: 이번에는 수술 대상의 납치와 준비 과정, 뇌의 폐기, 신체 공급원에 대해 특정 고객들에게 거짓 정보를 배포하는 것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죠. 문서의 나머지 내용을 읽어보면 자명할 겁니다.

그린: 사실 납치라고는 할 수 없는데 말이지.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문서를 읽는 동안 침묵이 흐른다.

마이클스: (작은 소리로) 조이스가 이걸 괜찮다고 했다니 믿을 수가 없군.

영: 죄송하지만, 마이클스 대령, 이 탁자 앞에 앉은 사람 중 당신만이…. 이러한 일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강화 장치"를 가진 사람입니다. 저는 1989년에 태어났고, 지금이 뭐, 2130이었나요? 이 시술을 받지 않은 사람은 손을 들어주시겠어요?

마이클스 대령만이 손을 든다.

마이클스: 놀랍진 않군요. 실망스러운 건 여전하지만.

영: 전신 이식 수술이 없었다면 대부분은 진즉에 죽었을 거예요. 뭐, 죽진 않지만, 더 끔찍한 상황이었겠죠. 아마 쭉 잠들어 있을라나.

메스머: 저도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했던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식을 딱 한 번만 받아봤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겠네요.

그린: 이건 또 뭐람? 이다음에는 생수 산업이라도 재판대에 세울 작정인가?

메스머 박사가 그린에게로 고개를 돌려 노려본다.

메스머: 지금 생수를 사람의 목숨과 비교하는 겁니까?

그린: 아니, 생수를 폐기 가능한 목숨과 비교하고 있는 거지. 자, 대체 시술에 사용한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해? 답은 아무것도 안한다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달 장기 적출이나 노예 따위의 일들을 위해 이 행성 표면에서 사라져가지.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시작부터 망한 인생이고, 미래 또한 망한 상태야. 그렇다면, 우리처럼 계속해서 살아갈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썩어가는 미라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런 인간들을 그냥 낭비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마이클스: 가끔은, 그 사람들의 선택이 아닐 때가 있죠. 그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면 그런 건 상상하기 힘들겠죠.

그린: 자, 당신 이름이 뭐더라, 영이었나? 당신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그…의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딱 말해주지. 잠깐만 있어봐.

영: 18살 소녀의 신체를 입고 있는 성인이 하는 말치고는 참 재밌네요.

그린: La vida loca.

영: 적어도 전 갖고 있던 성기가 지루해져서 그랬다는 것보다는 더 나은 이유였죠.

그린: 아, 그래, 그거였지. 영, 당신의 신체는 리투아니아의 길거리에서 가져왔어. 그 신체는 극장에서 자랐고, 샤워는 화장실 변기칸에서 하곤 했지. 뒤꿈치를 맞부딪치며 춤을 추면서 모자에 동전을 받았고, 부모들은…아, 거참 놀랍구만…죽었어. 이제, 그 신체는 그 유명한 재단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건강하고 활기차며, 어쩌고 저쩌고. 우리가 그 신체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또 다른 구더기 번식장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겠지. 아니면 살아있는 비료로 거리에서 끌려 나와 진흙탕에 던져졌거나. 당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난 이 산업을 일종의 재활용 산업으로 본다 이 말이야.

영 박사가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린: 다른 사람들 정보도 갖고 있으니까, 궁금하면 물어보라고.

메스머: 그만 해요. 우리가 이러려고 여기 모인 건 아니잖아요.

그린: 당신 말이 맞아. 우린 뭔갈 해야 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프로메테우스 연구소는 약간의 돈을 원하지.

수연: 뭐라고요?

마이클스: 어련하시겠습니까.

메스머: 우리가 자원을 넘겨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전반적인 문제를 인간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는 이상, 재단은 당신의 회사에 기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메스머 박사가 이수연 씨를 바라본다.

메스머: 당신네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상사들에게 그렇게 말해주세요.

수연: 알겠어요.

이수연 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를 한다.

수연: 답장이 오면 말씀드리도록 하죠.

그린: 아니, 근데 자꾸 그쪽이 우리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이 서비스에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처리 방식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뭐, 우리도 말이지, 그 남는 뇌를 전부 우주 밖으로 쏘아 올릴 수도 있었어. 처음에 나온 안건 중 하나였는데 말이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

영: 그런 식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이 우주 공간을 떠돌게 하자고요? 거기서 얻는 이익이 뭐가 있다고요?

마이클스: 지금 그 말이 무슨— 해발 수십만 피트 위에 숨겨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매립지도 마찬가지고요. 아직도 거기 있는 거니까 말입니다.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요.

수연: 마셜, 카터와 다크는 보조금을 대가로 특정 경쟁자에 대항하는 행동을 기꺼이 취할 것입니다.

영: 상사가 그렇게 문자를 보냈나요?

수연: 네. 저 같았으면 덜 모호하게 썼을 테지만요.

그린: 개소리 항목에 400 쓰도록 하죠, 짐. 아 좀, 맥도날드가 사람들 상대로 사리사욕 좀 챙겼다고 사람들이 전 세계 마약 조직망을 해체하진 않잖아. 그리고 처리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성층권에다가 뇌를 쏴대서 커다란 젤리 고리를 만들자고 하는 게 아니야. 더 먼 곳을 말하고 있는 거지. 태양을 향해서 말이야.

영: 저 망할 태양으로요? 진지하게 태양에다가 사람들을 던져넣자고 제안하는 건가요?

그린: 뭐, 까다롭게 굴자면 화성도 공짜 부동산이긴 하지.

마이클스: 조금 전에 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내용의 말을 한 걸 듣긴 한 건가요?

영: 있죠, 제가 인가를 돌려받은 뒤에 마이클스 박사가 3984한테 한 짓을 확인했었어요. 제가…떠난 뒤에 말이죠.

메스머 박사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고, 그 바람에 서류 상자가 달가닥 닫힌다.

메스머: 다들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건가요, 아니면 제가 제대로 된 생각을 말하게 해주실래요?

영: 죄송합니다, 메스머 박사. 그냥 그린에게 그…그녀가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한 건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메스머는 한숨을 내쉰 뒤, 영에게 계속하라고 손짓한다.

영: 마이클스 박사는 뇌를 소각한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아보고자 했어요. 아무 일도 없었죠. 뇌가 그냥 쪼개졌어요. 다만 모든 세포가 여전히 살아있었고, 뇌가 여전히 의식을 가진 상태인지 아닌지는 알아낼 방도가 없었죠. 태양은 해답이 되지 못해요.

메스머 박사가 모두를 노려본다. 그녀는 제 콧날을 집는다.

메스머: 하느님 맙소사, 다들 몇백 살은 먹어놓고 아직도 애처럼 굴기나 하고…

메스머 박사가 손을 다시 내린다.

영: 죄송합니다.

그린: 뭐, 엄밀히 말하면—

마이클스: 아무도 신경 안 써요, 그린. 당신은 애가 아녜요.

메스머: 영 박사, 저도 개인적으로 뇌를 소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당신이 알아낸 내용을 알고 있었어요. 사실, 마이클스 대령을 이번 모임에 데려온 부차적인 이유는 가 우리가 찾고 있던 해결책이기 때문이죠.

메스머 박사가 에릭 마이클스를 향해 손짓한다.

마이클스: 이 사람들한테 직접 보여줘야겠군요, 그쵸?

메스머 박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에릭은 셔츠를 벗어 사이버네틱 대체 부위들을 내보인다.

메스머: 마이클스 대령의 사이버네틱 이식물은 단순히 그를 건강하게 유지해준 것만이 아니라, 지난 한 세기 동안 ΩK 이전의 기준으로 건강하게 유지해줬습니다. 프로메테우스 연구소와 마셜, 카터와 다크로부터 적절한 투자와 연구 지원을 받는다면, 이걸 더 복잡한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뇌를 담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전원을 끌 수도 있는 안드로이드 신체까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죠. 말하자면, 두 회사의 제품을 한데 섞은 것이라 할 수 있겠군요.

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한구석에서 전화를 건다.

영: 마이클스 대령, 당신의 상태에 대한, 어, 장기적인 전망이 어떤가요?

영: 여기서 장기적이라는 건 정말로 긴 시간을 말하는 겁니다.

마이클스: 뭐, 일부분이 손상되기도 하지만,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걸 제한다면, 글쎄요. 전 그냥 박사님들이 하라는 대로 할 뿐이죠.

그린: 안드로이드라면 어떤 종류의 것을 말하는 거지? 단순히 생각을 잘하는 로봇 같은 건가 아니면 평범한 인간과 구별이 안 가게 피부까지 만들어진 그런 걸 말하는 건가?

메스머: 전적으로 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죠. 이상적으로 보면, 최소한의 기준은 작동하는 데에 산소가 필요 없는 신체여야 할 겁니다. 이는 또한 인류가 바다처럼 이전에는 살 수 없었던 지역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인구 과잉 과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영: 모든 사람의 신체를 제작할 만한 금속이 이 행성에 충분하긴 한가요? 당장은 음식이나 물도 충분치 않은 상태인데요.

수연이 탁자로 돌아와, 그 위에 휴대전화 화면을 위로 해서 올려놓는다.

수연: 지수 씨가 듣고 계십니다. 계속하시죠.

마이클스: 아. 드디어 당신이 여기 온 것이 가치가 생겼군요.

메스머: (어눌한 한국어로) 반갑습니다, 지수 씨.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군요.

지수: (영어로) 하던 말씀 계속하시죠, 재단.

메스머: 당신이 여기 오지 못한 것은 언어 장벽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메스머 박사가 수연 씨에게 경멸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메스머: 어쨌거나, 저의 제안은 단순히 프로메테우스 연구소와 그쪽 회사 제품의 특징을 합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의 뇌를 담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제작하는 것이죠. 여기서 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열화될 경우 교체 받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겠죠. 휴대전화를 생각해보면 되겠군요. 당신이 시장에 집중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 정도면 양쪽의 이해관계에 대한 좋은 중간 지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 박사, 당신의 걱정거리에 대해서는…

메스머 박사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두드린다.

메스머: 이 계획을 진행할 경우의 잠재적 자원 사용량에 대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른 곳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전까지는 재단 전용 기밀 사항입니다.

영: 알겠습니다.

그린: 여기 한국인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난 시장에 그닥 집중하지 않아. 경험의 질에 더 집중하고 있지. 그 귀여운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서 내게 완전한 맞춤화와 정확도를 보장한다면 협력하도록 하지. 하지만 거기서 끝이야.

영: "정확도"가 키워드겠군요, 그쵸, 캐시?

그린: "맞춤화"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마이클스: (영에게) 몇백 년이 지났는데도 저 작자가 아직도 섹스에 목매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영: (대답으로) 단순한 사람에겐 단순한 것들이지.

그린: 그리고 보통 처음 사는 고객들보다는 재구매 고객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려줘야겠군. 혹시 내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말이지.

메스머: 맞춤화는 프로젝트에 상당한 진척이 있어야 가능할 겁니다. 사람처럼 보이는 건 걷거나 먹는 것 같은 특정 행동들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 덜 중요한 일이니까요. 물론 그러한 행동 대부분은 불필요한 것이지만, 혀가 썩어가고 배가 터져가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먹는 걸 선호하는 걸 보면, 그러한 부가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메스머 박사는 그린을 보며 말을 잠시 멈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메스머: 하지만…초기 예상보다 더 많은 투자를 받는다면 정확도도 약속할 수 있긴 하겠군요.

영: 저조차도 이게 시장성이 있으려면 어느 정도는 사람처럼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린: "어느 정도는?" 난 터미네이터가 허리를 흔들고 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그런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해줘서 참 고맙구만, 이 이상한 인간들아. 참가하도록 하지. 망할, 지지할 생각도 있어. 이 프로젝트의 미적 부문을 프로메테우스 연구소가 맡는 것에 동의만 한다면 말이야.

영: "미적 부문"을 정의해주실 수 있나요?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거죠?

그린: 피부, 머리카락, 눈, 혀, 손톱, 뭐 그런 것들 말이지.

영: 거기에 사용하는 손톱을 동유럽 쪽에서 가져온다든가 하지만 않으면 되겠죠.

그린: 거참 웃기네. 그거 당신의 리투아니아인 부분이 말하는 건가, 아니면 인도주의자 부분이 말하는 건가?

영: 아, 꺼져요—

그린: —그리고 아니, 인공물이지만 살아있는 듯하게 만들 거야. 이상적으로는 말이지.

메스머: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들 것 같나요? 우리가 필요한 투자의 대부분은 자원을 얻는 데에 사용될 겁니다. 테스트와 제작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배정받을 거예요.

그린: 잠깐만, 잠깐만. 거기로 넘어가기 전에, 머리 두 개 달렸지만 아무 말도 없는 저쪽은 무슨 말을 할지 듣고 싶은데 말이야.

수연: (한국어로, 휴대전화를 향해) 당신한테 묻는 거예요. 내가 아니라.

지수: (한국어로) 안 할래. (전화를 끊는다)

수연: 좋다고 하는군요.

메스머: 제가 좀 전에 조금이지만 한국어를 한 건 기억하시죠? 그렇다면 "하고 싶지 않다"와 같은 기초적인 한국어 문장 정도는 제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수연: 지수가 히프노트라린을 맡게 된 건 그 제품은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잘 팔리기 때문이에요. 전 그보다 더 똑똑하고, 자격도 충분하고 훨씬 더 안정적이죠. 그가 제게 했던 것처럼 당신의 제안에 지수의 급여 등급 이상을 드리도록 하죠. 상의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마이클스: 허. 가운뎃손가락이 스스로에게 되돌아가는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자기 상사한테 지금 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거잖아요.

메스머: 뭐, 분명 기분 좋은 깜짝 선물이기는 하네요. 그렇게 할 자격은 충분한 건가요, 수연 씨?

수연: 전 지수 씨가 싫어요. 그가 약 8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한 짓도 싫어하죠. 아직 그 숫자가 맞다면 말이죠. 기쁜 마음으로 구매 설득을 할 거예요.

수연: 자격 따위는 필요 없어요. 더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할 수 있고, 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확률도 높으며, 파워포인트도 훌륭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린이 천천히 박수를 친다.

메스머: 영 박사, 마이클스 대령, 당신 둘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에 동의하시나요?

마이클스: 저기 꼬맹이가 과학 프로젝트를 돕겠다는 걸 찬성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필요하겠군요. 우리의 감독 말이죠.

영: 현재까지 제안된 해결책 중에서 유일하게 그닥 혐오스럽지 않은 제안이에요. 투표하도록 할까요?

메스머: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해결책을 들고나오는 사람이 없다면 그래야겠죠?

영: 제 생각에는, 로봇 아니면 태양이에요.

그린: 난 이미 두 방법 다 딱히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어. 당장 누리고 있는 삶은 의외로 즐거우니까, 그 재미를 보장하는 쪽으로 하자고.

수연: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할 거예요. 이 계획을 시작하고 나서 갑작스러운 폭로가 터져 나오지 않으면 좋겠네요.

메스머: 더 질문이 없다면, 투표하도록 할까요?

영: 찬성합니다.

메스머: 저도 찬성해요. 마이클스 대령? 수연 씨? 캐시?

마이클스: 찬성합니다.

수연: 전 마셜 카터와 다크를 대표해서 행동하지 못해요. 다시 차에 탄 뒤에 메일로 찬성 여부를 보내드리도록 하죠.

그린: 오늘 밤에는 학교에 가야 하는 데다가 지금 완전 지쳤어. 찬성해. 단지 자금이 생기고 나면 누구한테 디자인 선택을 맡길지나 기억하고 있으라고.

마이클스: 벌써 이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메스머: 완벽하군요. 모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끝났으니, 밤에 뭔가를 할 예정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다행이겠군요. 이제 마치도록 할까요, 아니면 누구 마지막으로 할 얘기 있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영: 그린, 당신 설마…. 진짜로 학교에 가는 건 아니겠죠, 그쵸?

그린: 헤, la vida loca.

마이클스: 그냥 그 la vida 부분을 우선 바로잡자고요.

<기록 종료>

다섯 명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회의실을 나갔다. 이수연과 캐시는 서로 미소를 지은 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한 명은 다른 한 명보다는 보다 뻔뻔하고 의기양양한 미소였으나, 십 대들은 그닥 섬세한 감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다른 세 명은 그다음 엘리베이터를 탔다. 에릭과 에밀리는 주차장에서 바이올렛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자동차 쪽으로 걸어갔다.

"다시 공항으로 가는 거겠죠?" 에릭이 운전석에 타면서 물었다.

"아직은 아녜요. 우선 서쪽으로 좀만 가봐야 해요."

"진짜요? 왜요? 돌아가는 비행기 편이 몇 시간 뒤에 뜰 텐데요."

"알아요. 시간은 많잖아요. 당신 여동생에게 뭔가 보여주기로 약속했는데, 당신도 따라오고 싶어 할 것 같아서요. 뭐, 이 행동 때문에 규칙 몇 개를 어기게 될 것 같긴 하지만, 그 장소가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거든요."

"잠깐만요, 조이스도 이쪽으로 왔다고요?"

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 티켓값은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에요."

"뭐, 그렇다면 시간이야 있겠네요."

"멋져요." 에밀리는 주소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에릭은 자동차를 운전해 주차장에서 나와 좌회전 해서 일방통행 도로에 진입했다.

"그래서 어딜 가는 건데요?"

"당신 형 보러요."

에릭은 정지 신호에 맞춰 차를 멈추며 에밀리에게 혼란스럽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형 무덤이 여기서 두 개 주는 떨어져 있다는 거 알긴 하는 거죠?"

"묘지 말하는 게 아녜요, 에릭. 신체를 말하는 거죠."

에릭은 얼어붙었다. 그는 방금 들은 말을 잠시동안 곱씹었다. 그러자 질문이 머릿속에 쏟아지듯 떠올랐다. 왜 형의 시체가 여기 있지? 뭐 볼게 있다고? 토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는 어쩌면, 딱히 알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은 그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초록불 됐어요."

"아, 네." 에릭은 가속 페달을 밟았고, 자동차는 제2718기지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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