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뿐만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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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신고를 받고 도착하였을 때, 그곳은 이미 화염으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소방관들이 물을 계속해서 뿌려대고 있으나, 불은 전혀 기세를 줄이지 않았고, 주위에 열기와 절망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지옥과도 같은 불길 속에서 한 소녀를 구해 내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고, 또 마지막 업무임을.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다른 대원에게 전언 하나를 남겼다. 그리고, 그 뜻을 짐작한 대원의 제지를 뿌리치고는, 불타는 집 안을 향해 달려나갔다.

1층은 처참했다. 가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숨막힐 듯한 연기가 가득하다. 제 역할은 다했다는 듯 다 타 버린 기둥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언제 집 자체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 이 정도로 ‘때가 늦어 버린’ 현장을 보고, 어째서 베테랑인 자신이 구조한 뒤 죽을 운명인지, 그는 이해했다. 그래도, 그는 걸어 나간다. 역으로, 스스로의 죽음만으로 반드시 살아나는 생명이 그곳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경첩이 다 된 문을 발로 차고는 거실로 들어간다. 깨져 떨어진 유리와, 때로 폭발음을 연주하는 전자 제품을 뒤로 그는 탐색을 계속했다. 소녀를 발견할 수 없어 애가 타고, 열풍으로 몸이 타는 것 같아, 온몸에서 땀이 솟는다.

대강 방 안을 둘러보지만 아이와 비슷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거실을 뒤로 하여 불과 연기가 자욱한 계단을 째려보았다. 다행이도 불 자체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기에 올라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연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이 그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그야말로 연기의 미궁과도 같은 모양새였다. 소방관은 바닥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하여, 하지만 빠르게 걸음을 재촉한다. 잿빛으로 덮인 시야에서, 가장 처음 눈에 든 문을 열었다. 얘는 땡이다.
거기서 차례로 방을 확인해 나간다. 결국, 마지막으로는 계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에 그는 다다랐다. 마음을 굳게 먹고 문을 연다. 더욱 타오르는 불꽃 안에, 그는 누워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았다.
불길을 뚫고 나가 소녀에게 다가간다. 몸을 굽혀 소녀의 가슴이 움직임을 확인한 뒤, 그는 환희와 안도에 싸였다. 그는 소녀를 안고는 문을 열고자 했다. 하지만 그 바로 다음에, 기둥이 문을 닫듯이 소방관 앞에 쓰러졌다. 그에게 남겨진 길은 하나뿐이었다.

소녀를 안고는, 창문을 열어 오른발을 걸친다. 아래에 펼쳐지는 광경은 모인 사람들과 마당까지 번진 불길뿐이었다. 그의 몸은 이미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팔과 다리는 이미 통각에게 제어되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연기를 너무 마신 건지 머리도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그러나, 가슴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녀의 숨결은, 그곳에 있었다.
소녀에게는 앞으로 여러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 몸 하나 망가지고, 썩어 버린다 할지라도, 아이만은 이 불길의 우리 밖으로.
 


 
하나, 이쪽으로 달려오는 청년의 모습을 소방관은 보았다. 소녀를 어떻게든 다른 대원들에게 맡긴 뒤, 들것에 실린 몸에 힘을 줘 보지만, 그의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동생을, 동생을 구해 주셔서.”

그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하는 청년은, 그 소녀의 오빠인 것 같다. 소방관은 그 눈에서 언젠가 보았던 반짝임을 기억해 내었다. 분명 그는 다정한 사람일 것이다.
소방관이 겨우 청년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을 때, 구급 대원들이 들것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청년은 소방관에게 물었다.

“저도,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청년의, 소녀의 영웅은 웃으며 “당연하지.” 라고 대답하였다.
 


 
검은 전화가 울린다.
미래에서 날아온 의뢰에, 수트를 입은 사람은 닦고 있던 총을 놓고 수화기를 들었다.

“바꾸고 싶은 건 무엇인가?”

지금까지, 그는 여러 사건을 조작해 왔다. 소년에게 가라테를 가르쳐, 따돌림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정해진 위치로 옮겼다. 그러나, 이번 의뢰는 어떤 것과도 그 성질이 달랐다.

“제81██기지에 있는 █████ 요원의 단말의 교신 기록을 모두 파기해 주었으면 한다.”

제81██기지라, 들은 적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그곳에 다다르기까지의 상세 지도, 시설 내 인원과 단말 배치가 떠오른다. 그는 그것을 계시라고 불렀으며, 그것을 생각하여 사건을 변경해 왔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그가 추정하기로는, 이 의뢰에 대한 단말 접근은 가능할 것이나 데이터 파기는 불완전하게 끝날 것이다. 이에, 거절하려고 한 그의 말을 전화 너머 사람이 막았다.

“완전한 파기가 아니어도 된다. 그걸 아는 사람이 없게 되면 난처하다.”

그 말을 듣자, 그는 다시 한번 음미를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결론은 바로 나왔다.

알았다.

일찍이 영웅이 동생을 구하였기에,
청년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하여, 과거를, 미래를 바꾼다.
지금, 확연한 의사가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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