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로부터의 조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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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사무실이 없다.

제19기지에 있던 동안에는, 실질적인 업무라고 할만한 일 한두 개 정도는 했었다.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부"에 입력 오류로 인하여 배정된 뒤로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문은 명백히 처음 보는 것이다. 명판에는 분명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알렉스 톨리

비현실부
현실 연락관

갑자기 나타난, 내 이름이 적힌 이 사무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 본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기록서류 사건을 떠올린다. 말이 안 된다. 부서는 실재하지 않는다. 하는 일 또한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연구하는 것인데, 왜 자꾸만 나타나는 것일까? 왜 나한테?

비현실부라는 혼란스러운 난장판에 대해 개인적으로 탐색을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유일한 단서는 존 도라는 이사관의 이름뿐이다. 단서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엄청나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얘기한 것이다. 기껏해야 자리 표시자용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사무실이 생겼다. "현실 연락관"이라고 적힌 사무실이 말이다. 존재하지 않는 부서에서 내게 배정된 것으로 보이는 직책이다. 그렇다면 현실 연락관은 대체 뭘––

기억이 떠오른다. 기록서류. 부서원들의 이름은 물론, 존 도라는 이사관의 이름 또한 밝혀놓은 그 기록문서에서는 나를 부서의 현실 연락관으로 표기했었다. 조각들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Unrealityoffice

내 사무실.

사무실은 황량하다. 문진 몇 개와 내 이름이 적힌 책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알렉스 톨리라고 적힌 단순한 명판만이 유일한 장식 역할을 하고 있으며, 펜꽂이 옆에 있는 서랍에는 서류철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들어있다. 본능적으로인지 습관대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서류철들을 넘겨본다. 서류철은 알파벳 순서로 정렬되어 있고, 색인표가 요약된 업무의 긴급도를 나타낸다. 내가 좋아하는 대로다. 우선 빨간 줄로 표시된 파일부터 넘겨본다.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급한 일들을 표기한 방식대로다. 나는 노란색 서류철을 꺼내든 뒤, 서랍을 닫는다. 서류철 안에는 이미 내용이 채워져 있는 양식 하나가 들어있다. 제19기지로부터 제184기지로의 전근 요청서. 이사관 존 도의 인가를 받은 것이다.

눈앞이 빙빙 돌면서 방이 점차 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바로 이거야. 뭔가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이거라고. 이다음에는 무얼 할지 생각해 본다. 밖에 나가서는 기지 이사관이나 프로젝트 팀장 같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도 있으리라. 이 방은 이전까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 뭔가 있을 거 아닌가? 내가 단순히 불운한 것이 아니라, 뭔가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갑자기, 세상 자체가 더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있다. 시간이 좀 흘러 있다. 생각하는 것으로도 고통이 느껴지지만,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온 기분이다.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잠시 균형을 잃기라도 한 것 같다. 나는 내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 출구로 향한다. 문을 열자 작은 경비 부대와 눈이 휘둥그레진 연구원들이 곧바로 내게 달려들어서는 푸른 빛을 내뿜는 작은 휴대용 장치를 작동시킨다. 휴대용 현실성 닻이다. 갑자기, 방이 깜빡이며 사라지기 시작하고, 곧 말문이 막힌 상태로 경비원들을 쳐다보고 있는 나만이 남는다. 그들은 즉각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한 뒤 저들끼리 대화한다. 짧은 논의를 거친 뒤, 그들은 나보고 따라오라 한다. 격리실로 향하는 와중에 가까이 있던 창문을 내다보자, 시야가 닿는 가장 먼 곳까지 파도가 보인다.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몇 시간 뒤, 내 신원이 확인되자,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질문들이 던져진다. 내가 나온 방에 대한 질문들이다. 내가 나타난 기지는 제184기지다. 캐나다에 있는 기지다. 나는 최대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건 전부 설명하나, 지금껏 내가 본 것 외에는 딱히 말할 것이 없다. 들은 바로는, 지난밤 거의 대부분의 주요 재단 기지에 비슷한 방들이 여럿 나타나기 시작했고, 해당 현상은 이미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마침내 풀려난 뒤에는, 기지 내에 작은 방이 주어졌다. 또한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가 더 모이기 전까지 어떠한 경우에도 기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빤히 들여다보이는 명령이 내려졌다. 나는 침대 탁자에 놓인 작은 디지털시계를 쳐다본다. 새벽 6시. 잠은 다 잤다. 나는 내가 와버린 이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설 지도에서 꽤 빠르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연히 볼 수 있다. 부두와 일종의 예술품 및 유물 관련 건물, 수생 변칙존재를 위한 시설 몇 개. 바다에 주력한 시설이라는 것은 꽤 당연했기에, 나는 직접 바다를 보러 부두로 향한다. 거기로 가는 길에, 너무 늦은 순간까지도 진즉 거기 있었던 것이 분명한 사람들을 나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중 누군가가 나를 눈치챈다.

저기요, 당신도 낚시평의회 모임 때문에 왔나요?

그 말은 모여 있던 여러 사람 사이에 있는 한 여성의 것이다. 다들 이런저런 낚시용품을 들고 있다. 그녀는 내게 더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고, 다가가자 거기에 모인 다른 사람들의 장비보다 그녀의 것이 확연히 더 새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모인 사람 중에서 내 환영회에서 본 경비원 몇 명이 시선을 보내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그들의 관심은 거의 자기네 장비로 가있다. 나는 낚시 모임에 다가가, 날 본 여성에게 인사 한다.

안녕하세요. 어, 낚시평의회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낚시와 관련이 있는 거겠죠?

여자는 웃기다는 듯 날 쳐다본다. 뭐, 그렇겠지.

기민한 관찰력이네요. 백팔십사에 처음 방문하신 건가요? 제 이름은 엠마예요.

엠마가 손을 내밀고, 잠시 뒤 난 그 손을 잡아 악수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184기지에 처음 온 것이 맞긴 한 것 같다. 사고라고는 해도 말이다.

네, 처음 "방문"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 이름은 알렉스예요.

방문이라는 말을 할 때 손가락으로 따옴표를 만들어 보인다. 그게 엠마의 주의를 끈다.

아, 당신이 한동안 나타났던 방들에서 나왔던 그 사람이군요? 몇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간단히 말해주던데요.

훌륭하군.

네, 그게 접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요.

그녀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 말을 멈춘다.

그러면, 잠깐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 낚싯대도 드릴게요. 낚시에 다른 사람들 초대하기 시작할 때부터 예비용으로 몇 개 사뒀거든요.

지금 뭐랄까 기지 내 근신 상태이긴 해서, 배를 타도 될지 모르겠네요.

엠마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몸을 돌리더니, 낚싯배 중 하나 옆에 서 있던 남자에게 몸짓을 한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나는 알 수 없으나, 그녀가 나와 배를 가리키자, 남자는 엄지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답한다. 엠마가 다시 나를 본다.

좋아요, 방금 보안 요원에게 물어본 건데, 같이 가고 싶다면 괜찮을 것 같네요.

난 잠시 당장의 선택 사항들을 고려한다.

좋아요, 안될 거 있겠어요?


Unrealwaves

바다가 반겨준다.

바다 상태는 좋다. 이전까지 한 번도 바다에 와본 적은 없으나, 뭔가 최면을 거는 듯한 잔잔한 파도에 상당히 마음이 진정된다. 나는 엠마와 제19기지에 대한 것이나 어쩌다 여기에 왔는지에 대한 것, 그리고 이렇게 곧바로 다른 나라로 전송된 상황에서 은연중에 드는 걱정에 대한 담소를 나눈다. 그녀는 변칙예술 및 유물부 업무에 관해 이야기하고 나는 내가 속한 부서에 대한 농담을 던져본다.

배는 안정된 속도로 파도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우리는 곧 사방이 물인 고요한 장소에서 조용히 떠 있는다. 닻이 내려가고, 소리 없이 다들 낚싯대를 드리운다.

이다음 몇 시간 동안은 그닥 별일도 없어서 흐릿하다. 전반적으로 평온한 분위기고, 이럴 때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재단 신입인데, 상황이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허비한다? 올바른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관성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서 그걸 일로 치부하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난 같은 느낌의 작은 순간들에 계속해서 괴로워하고 있다. 무언가 일어나도, 눈도 거의 깜빡하지 못한 새 상황은 이미 저 멀리 지나가 있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밝혀낼 것이다. 더는 대충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저기요, 괜찮아요? 이제 떠날 거니까, 그 전에 낚싯줄 다시 감는 게 좋아요.

엠마가 한동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난 낚시하고 있던 마지막 사람이었기에, 재빠르게 낚싯줄을 감는다. 잠시 줄이 팽팽하여 무언가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 밖으로 나온 낚싯바늘에는 아무것도 없다. 엠마가 동정의 시선을 보내온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 시기에는 여기서 잘 안 잡히니까요.

우리는 낚시 장소에서 벗어나, 제184기지로 향한다.


기지로 돌아오자, 몇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제184기지 내에 새로운 방이 나타났고, 해당 방 내부에서 기초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방에 대한 것을 다시 되짚어 달라 요청한다. 나는 수락한다. 내게 그걸 다 설명한 여성은 본인을 밈학부의 제니퍼 윌리엄스라 소개한다. 나는 왜 밈학부가 공간 변칙존재를 조사하는지 묻지 않기로 하고, 최대한 많은 질문에 답한다. 그녀와의 대화가 끝나기 전에, 난 근시일 내에 해당 방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방에 대한 세부 사항들을 물어본다. 윌리엄스는 방이 평범한 사무실이라 말한다. 내가 기억하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끝에, 그녀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한다.

한 책상에 텅 빈 수조가 있었고, 마치 물고기가 들어있는 것처럼 내부가 꾸며져 있었다고 말한다.

그 말에 난 미소 짓는다. 제대로 잡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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