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재단 고위 관계자들의 대배심이 끝나고 오늘 재판 절차가 연이어 진행될 계획입니다. 전 재단 정보국 차장인 카에스틴 브롬의 배심원 선정 절차가 진행됨과 동시에,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전 O5-3 위원인 제니퍼 플레이크 등의 관계자들을 소환할 계획입니다. 한편 연방 법무부는 하원의 청문회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혔고, 청문회 전에 미 법원에 기소되지 않는 관련자들은 제네바로 이송한다는 계획입니다…
지금 제니퍼 플레이크를 태운 호송차가 의회로 도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크 씨의 변호인은 청문회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즉 의회에서 나오는 질문에 숨김없이 대답하겠다는 것인데, 플레이크 씨는 재단이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한 엄청난 오해를 바로잡고, 모든 정치공작과 음해를 타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진행되는 청문회에 관련하여,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의회로 몰려든 상황입니다. 일부는 관련자들의 사형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는 세계 오컬트 연합의 조작과 무능함을 비난하며 재단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찰과 FBI는 긴장한 가운데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대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어지는 소식으로, 각국 기관들은 '잉크 바다'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할 SCP-505 재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EA를 필두로 조사단이 연이어 출발할 예정이며, 대통령은 핵무기와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네탈시포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미합중국 하원
외교위원회
SCP 재단의 반인류적·비윤리적 활동 조사를 위한 청문회증인: 제니퍼 플레이크, 1955년생, O5-3 위원 O5 평의회 위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기록을 보면 증인의 이름은 제니퍼 플레이크, 1955년생, 재단 지도부인 O5-3 평의회 소속 O5-3 위원입니다. 맞습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이름과 출생연도는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O5-3 위원이 아닙니다. 저는 O5-13입니다.
외교위원회 위원장: 법무부 핵심 증인은 당신이 O5-3 위원이라고 선서 하에 진술했습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저는 O5-3가 아닙니다. 이는 저에게 재단의 모든 과오를 뒤집어 씌우려는 공작입니다. 저는 평의회의 말석인 O5-13입니다.
외교위원회 위원장: 아무튼 좋습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살펴보고… 그러면 제니퍼 플레이크 씨, SCP 재단의 O5 평의회 위원으로서 당신이 맡은 역할은 뭐였습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초자연적이고 변칙적인 위협으로부터 우리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여러 사항에 대하여 결정을 내리고 중요한 격리 절차를 승인하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이는 결국에는-
외교위원회 위원장: 됐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수많은 비윤리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불법적인 무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예를 들어 소위 'D계급' 인원 제도를 봅시다. 이에 대해서는 AEA에서 확보한 제19기지, 제17기지 자료들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습니다. 이는 결국 아무리 포장해 보아도 인간 실험 아닙니까? 특히나 이들의 대다수는 사형수와 장기수인데, SCP 재단은 여러 인권탄압 국가와 협력하여 인원을 충원했습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100여개 국이 사형을 폐지했고, 대다수의 정상적인 국가가 죄수들에 대한 면회와 가석방, 우편 교류, 전화 등을 허용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소위 D계급의 충원을 위해서는 인권탄압 국가들과 협력해야 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정치범죄 및 박해범죄에 재단이 적극적으로 공모한 것 아닙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저는 위원장님 말씀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러면 저희가 길거리에서 클로로포름으로 사람을 잡아다가 실험에 썼어야 한다는 겁니까?
외교위원회 위원장: 증인. 주의하십시오. 그러한 답변 태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답변할 시 의회 모독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제니퍼 플레이크: 아뇨, 저는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어느 국가로 도망쳐도 난민으로 인정받을 사람들이, 재단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우주에서 안팎으로 뒤집혀 죽는 것도 보았고, 스스로 계산기를 입에 쑤셔넣어서 자살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변칙적 위협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러한 위협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결정을 내리라고 할 것입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들을 파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여기 계신 모두 똑똑히 알 겁니다. 우리가 수십 년간 안전하게 격리해온 SCP-1428을 세계 오컬트 연합이 얼마나 어설프게 다뤘는지도 아실테고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렀는지도요.
외교위원회 위원장: 그렇다면 국제 정치범죄 및 박해범죄에 공모한 걸 인정하는 겁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네! 인정합니다! 인정하다마다요! 절 기소하든, 정신병원에 넣든, 사형시키든, 제가 한 대로 되돌려 받게 하든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저는 기쁘게 그 책임을 지겠습니다! 저는 드디어 정부가 AEA 같은 기관을 세워서 이런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책임을 떠맡은 게 너무 기쁩니다! 거기 직원들은 국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고, 연방법의 면책 적용을 받는다는 핑계를 생각하면서 자위할 수 있을테니, 재단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죄책감에 죽어나가진 않겠죠!
미합중국 콜럼비아 특별구 연방법원
미합중국. v. 카에스틴 브롬.
배심원 선정 절차(Voir Dire)판사: 31번 후보분께 질문하겠습니다. 질문지를 보니 강력범죄에 대하여 엄벌이 필요하다고 답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31번 후보: 아침에 청문회 보니까 재단에서는 인간 실험에 동원했다는데, 그렇게 해야죠. 혈세 절약입니다. 혈세 절약.
판사: 네…. 그러면 친척 중에 아시아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특히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러시아에 친족이 있거나 있었습니까?
31번 후보: 아니, 그거 인종 차별 아니에요? 법원에서 이렇게 대놓고 아시안을 차별해도 되는 겁니까?
판사: 무슨 말입니까? 이건 인종 차별이 아니라 사건과 관계가 있는… 됐습니다. 질문을 취소하겠습니다. 넘어가죠. 29번 후보분. 공권력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했는데, 그럼 예를 들어 봅시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의 아내가 아주 아픈데, 집에 돈이 없어서 약을 훔쳤다가 잡혔다고 합시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29번 후보: 잘 모르겠네요. 아마 그래도 그것도 범죄 아닐까요?
판사: (검사와 변호사로부터 메모를 전달받음) 31번 후보와 29번 후보 모두 기피되었습니다. 집에 가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으로 자리 채워주십시오. 32번 후보분, 친척 중에 러시아 시민이 있다고 질문지에 쓰셨는데, 지금도 러시아에 있나요? 오… 그래요? 그러면 재판에 편향되었다고 보이므로 이유부 기피합니다. 집에 가시면 되겠고…
미합중국 하원
외교위원회
SCP 재단의 반인류적·비윤리적 활동 조사를 위한 청문회
증인: 제니퍼 플레이크, 1955년생, O5-3 위원 O5 평의회 위원R. 매그너스 위원: 제19기지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SCP 재단에는 소위 '기동특무부대'라는 준군사 조직이 있습니다. 이들은 UN군에게 큰 피해를 입혔으며 GOC에 맞서는데 동원되었습니다. 자료로 SCP 재단 미국 본부에 있던 O5 평의회 결의 자료들을 제시하겠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면 타 조직을 공격하고 파괴할 것을 결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을 둔 이유가 군사적 분쟁을 획책하고 조직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것 아닙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아뇨. 일단 우리는 UN군과 맞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결의에 관여한 바 없습니다. 우리가 대응한 건 타 조직, 소위 요주의 단체들이지 UN군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기동특무부대의 목적은 변칙 개체를 효과적으로 격리하고 요주의 단체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희가 이 모든 일이 시작하기 전에 처음 공격한 조직은 소위 부서진 신의 교단이라는 조직입니다. 기계와 쇠를 숭배하면서 신체를 개조하는 걸 목표로 하죠. 그러면 이런 조직들을 누가 상대해야 했나요? 까딱하면 온몸이 박살날 수 있는 장난감들이 시장에 풀릴 때 CPSC(미국 소비자제품 안전위원회)는 어디 있었죠? 마샬, 카터&다크 사가 초자연적인 것들을 경매에 붙일 때 국세청과 국토안보부는 뭘 했고요?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이 날뛸 때 CIA는 대체 어디 있었냐고요? 신체개조를 일삼는 광신도들, 마법사들 조직이 암약하고 있는데, 우리가 준군사 조직을 두는 게 잘못되었나요? 그 알량하신 UN 휘하의 '합법단체'라는 GOC는 뭘 했죠? 저도 자료를 제출합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요주의 단체 관련 사건은 약 5,000건에 달합니다. 주와 연방 정부는 어디서 뭘 했나요?
R. 매그너스 위원: 당신은 그냥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죠. FBI에 신고할 수도 있었고요. 경찰과 FBI가 아무것도 못한 건 그들이 진짜로 무능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당신 동료들이 그들이 무능하다고 믿고 독자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이죠.
제니퍼 플레이크: 자료 제출합니다. AEA의 전신인 FBI 특이사건반 2012년 오리엔테이션 녹음파일 및 녹취록입니다. 우리 SCP 재단을 '자금줄'이라 칭하고 있고, 자신들은 훈련받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UIU 요원이 죽으면 우리 재단이 보상을 할 거라는 대목도 있으며, 우리가 지시를 내리면 따르라고도 언급합니다. 네, 그들은 무능했습니다.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죠. 누가 이런 일을 진지하게 대했겠습니까, 우리 말고. 또한 법적인 문제를 언급하자면, 미국 내의 기동특무부대는 합법적인 민병대입니다. 이는 수정헌법 제2조가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다. 라고 말이죠.
R. 매그너스 위원: 여기서 수정헌법 제2조를 들먹이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주(州)의 치안과 안보가 당신들 목표가 아니었잖아요. 민간인들을 마음대로 구금하고 심문하고 '기억소거'한 기록들이 수두룩하게 있습니다. 결국 당신들은 영웅 노릇을 하고 싶었던 거였죠. 안 그렇습니까?
제니퍼 플레이크: 아뇨, 그 반대죠. 전 오히려 우리 재단이 여기 의원님들이나 사람들이 기대할 법한 영웅 노릇을 못해온 걸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어쩌겠습니까, 빛나고 화려한 일만 할 수는 없는데! 제가 이 일련의 사건에서 가장 후회하는 건, 끝까지 이 세상에 비정상적이고 초자연적인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한 겁니다. 그 선은 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걸 베일 안에 숨기고 음지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미합중국 콜럼비아 특별구 연방법원
미합중국. v. 카에스틴 브롬.
배심원 선정 절차(Voir Dire)판사: 57번 후보분, 종교가 'COtBG'라 하셨는데, 이게 뭡니까?
57번 후보: 부서진 신의 교단입니다.
판사: 그게 뭐죠?
57번 후보: 부서진 신의 빈 껍데기를 다시 만들고, 모든 배교자와 불신자에게 원한을 갚으리니, 그분과의 영원한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도다!
(57번 후보가 팔을 몸에서 분리해 피고인에게 던지려 함. 판사와 검사가 몸을 숙이고, 법원 내 배치된 연방보안관이 달려들어 제압. 피고인은 전혀 움직이지 않음. 사후 조사에 의하면 57번 후보는 입구의 금속탐지기에서 금속을 소지한 것으로 탐지되었으나, 몸 안에 철심이 박혀있다 하여 통과한 것으로 드러남.)
판사: 전부 즉시 나가주십시오! 나가세요!
(제압당한 57번 후보가 폭발. 비명소리.)
킬리와 O5-3는 AEA 국장 집무실에서 생중계되는 청문회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청문회가 진행되었는데, 뭐 이것도 다 당신이 꾸며놓은 계획인가요? 아니면 또다른 계획을 세울 건가요?"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하지만 잘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 저렇게 진실 싸움으로 가면 우리야 좋지."
"의원들도 참 멍청하군요. 그냥 바이러스하고 핵무기 얘기나 죽어라 물고 늘어지면 될 텐데."
"저기 증인들도 사형을 선고받고 싶지는 않을테니 끝까지 회피할 테고. 그리고 첫날부터 메인 요리를 먹어버리면 나중에는 뭘로 물고 뜯으려고?"
"그나저나…" 킬리가 책상에 놓인 서류철을 펼쳤다. "이제 네탈시포 사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왔군요. 정찰기와 위성으로 잡았을 때는 항저우 서쪽으로 이동했다고 하고…아마 계속 도망치겠죠. 백악관에서는 공개적 작전을 원하던데."
"안 될 일이지. 그러다가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선동자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우리 과업의 핵심인데."
"핵심이라?" 킬리가 비꼬았다. "AEA 국장은 미국 대통령 계승 순위에도 못 들어가요. 당신이 대통령, 부통령부터 모든 각 부 장관들을 싹 죽여도 대통령 계승 못해요. 아직 각국에서 재단 기지들을 다 접수한 것도 아니고. 러시아는 난장판이 되었죠. 아시아는 아직도 오염되어 있고. 지금 505 때문에 또다른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죠. 당신 계획대로 재단이 새로 태어나는 걸 보려면 지구가 세 개는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시나리오를 보면 전 세계가 악의 상징인 선동자를 두려워해서 관리자에게 굴복한다고 하지. 킬리 국장 당신도 네탈시포가 그 정도 급은 안 된다는데 동의할 걸세.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해서… 그렇게 만들어야지. 505는 걱정하지 말게. 방법이 있으니."
킬리가 서류철을 펼치면서 맞은편에 앉은 O5-3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 얼굴에서는 끝을 모르는 탐욕과 지독한 추함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자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녀 자신은 붉은 오른손에게 감시를 받고 있었고, O5-4와 O5-2는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최근 계속 사건들이 터지면서 AEA는 미친 듯이 바빴다. 킬리가 조사단의 이름을 쭉 훑어보았다. EPA 직원, FBI 직원, 전 재단 직원들. 그녀가 내부 보안부에서 부리던 부하들에 비하면 어중이떠중이들이었다. 이런 작자들이 NK급 시나리오와 TF급 시나리오를 막을 유일한 희망이라. 내 신세도 참 한심하군. 그렇게 자조적으로 생각하며 킬리 국장은 서명했다. 최소한 제니퍼 플레이크는 청문회에서 원하는 대로 떠들 자유라도 있었으나, 그녀에게는 그 정도의 자유도 없었다.
허브 | 계획을 짠 자들이 있고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