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지?” 카를 드네 시장이 들어오자마자 권총을 들어올렸다.
“여기서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냐고?”
마리엔느 드네가 눈물 젖은 얼굴로,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이는 여전히 부인의 품에 파묻혀 있었고,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보, 봐요. 우리 샤를이 돌아왔어요.”
시장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오, 맙소사. 당신… 완전히 미쳤군. 샤를은 죽었어.”
“아니에요, 봐요. 얘는 그 거지 같은 애가 아니에요. 난 봤어요. 샤를의 눈에서 봤던 그 빛을. 지성으로 빛나던 그 빛을. 당신도 와서 봐요.”
“그만해, 제발. 당신은 지금 아픈 거야. 병원으로 데려다 줄 테니 일단…”
“내 말을 믿어줘요. 난 아주 멀쩡하다고요. 이 아이를 좀 봐요.”
“여보, 제발. 죽은 자가 다시 살아오는 건 불가능해.”
“아니요. 카드니 부인이 해냈어요. 샤를의 영혼을 다시 불러와서 그 애의 육체에 담았다고요. 영혼 때문에 육체도 그 애의 것으로 완전히 되돌아왔어요. 봐요. 보라고요.”
“여보, 당신 말이 사실이라 치자.”
마리엔느 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 말대로… 카드니 부인이 기적을 해냈다고 치자고. 죽은 이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네.”
“그러나 당신이 품에 안은 그 아이는 우리 딸이 아니야. 카드니 부인은 우리 딸을 되살려낸 게 아니라고.”
“카를, 당신도 보면 이해할 거에요. 와서 봐요. 어서. 제발.” 부인이 한 손을 간청하듯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카를 드네 시장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총을 앞으로 내밀 뿐이었다.
“여보… 그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어? 내가 말을 해도 괜찮냐고?”
“물론이죠.” 부인이 환하게 웃었다.
“얘야… 만약 네가 내 딸이라면… 도대체 왜 네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거냐?” 팔이 부르르 떨렸다. “너희 엄마가 널… 이 방에서… 창문 밖으로 밀었는데.”
“저런, 타임아웃이네. 시간이 부족했나요? 이제 봐요. 어때요? 광기가 안 보여요?” 카드니 부인이 카에스틴의 귀에 속삭였다.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입이 벌어졌고, 이빨이 환하게 드러나는 무시무시한 미소였다. 전혀 인간 같지 않은. 차라리 짐승에 가까운.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 같았다. 아이는 부인의 품에서 펄쩍 뛰어올랐고, 부인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 시장은 아이를 다시 겨냥해 발사했고, 그 때 부인이 몸을 날렸다. 부인의 목에서 피가 튀었다. 넘어진 부인은 그대로 쓰러졌고, 일어나지 못했다.
남자의 비통한 비명 소리가 방을 메웠다.
카를 시장은 총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부인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한 순간, 아이가 그 앞에 네 발로 버티고 섰다.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고, 이번에는 아이가 몸을 날렸다. 시장은 달려드는 아이와 부딪혀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는 몸 위로 얼굴을 숙였고, 요란하게 무언가를 뜯어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와 살점이 후두둑 튀었다. 카를 드네의 몸은 부르르 떨렸다.
경련하는 카를 드네의 몸에 부딪혀, 총이 바닥을 미끄러져 왔다. 카에스틴은 잽싸게, 그 총을 집어들었다. 그의 옆에 있는 카드니 부인에게 총구를 돌리는 순간, 카드니 부인이 빠르게 움직였다. 다음 순간, 부인은 유리 없는 거대한 창가에 서 있었다. 벼락 치는 허공을 배경으로 부인은 뛰어내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서는 느긋하게,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깔깔댔다.
“그래, 광기가 보이지 않나? 이게 바로 결실이고, 광기다. 너무나도 웃기지 않냐고? 제 부인을 쏴 죽인 남편에, 원한으로 가득 차 돌아와서는 자기 아버지를 뜯어먹는 딸에, 자기 딸을 죽여놓고는 다시 살려내고 이번에는 딸을 위해 죽는 어머니까지. 나는 광기의 유모이다. 나에게서 광기는 자라나고 꽃피지. 그러고 보니 너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는 것 같은데. 원한다면 내가 그 광기를 깨워줄 수 있지. 그리고 넌 원하고 있지 않나? 말했다시피, 광기와 결실은 같은 거니까.”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3악장. Poco Allegretto.
지휘자는 쏟아지는 불빛 아래 부드럽게 지휘봉을 움직였고, 깊고 씁쓸한 곡이 퍼져 나왔다. 노래는 귀에 고요히 파고들었지만, 시선은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부드러운 초록색 눈. 그 눈빛에 어울리는 붉은빛 섞인 갈색 머리카락. 그의 손이 천천히 머리카락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입술이 조용히 움직인다.
“도망쳐요.”
거대한 폭발음. 흔들리는 사방. 비명소리와 총소리. 순식간에 새까맣게 물드는 시야. 사방에서 날아오는 파편과 먼지더미가 몸을 때리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보면 그의 위로 거대한 샹들리에 파편이 덮쳐온다. 그러고는-
눈앞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그는 한 순간 순수한 살의를 느꼈다. 그 웃음소리를 그치게 하겠다는 광기에 가까운 증오가 전신을 감쌌다.
총소리가 울렸다.
카드니 부인이 여전히 깔깔대며,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 카에스틴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한 순간, 그녀는 마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몇 초 후, 털썩 소리와 함께, 검은 형체가 바닥에 부딪혔다.
그는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검은 형체가 보였다. 바닥에 부딪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검은 형체가. 그는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분명히 봐야만 했다. 그 웃음소리, 그 비웃음이 이제 영원히 끝났는지. 그는 총을 떨어뜨리고, 문을 향해 달려갔다. 시장 몸 위에 엎드리고 있던 형체가, 손을 뻗어 그의 바짓단을 잡았다. 문을 열어젖히며, 잠시 뒤를 돌아보자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가 입가에 붙어 있는 아이. 그는 몸을 빼냈다. 복도를 달려가며, 그는 계속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혹시나 뒤에서 그를 쫓아오고 있지는 않을까.
그는 건물 일층을 쿵쾅거리며 달렸다. 밖으로 들과 나무들이 보였고, 언뜻 샤를의 미로도 보인 것 같았지만, 출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창문 밖으로 검은 옷 뭉치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눈을 창문에 바싹 대고 밖을 보자, 분명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옆에 놓인 돌로 된 등을 집어들어 창문에 대고 던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창문이 깨져나갔고, 그는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돌바닥에 엎어졌다. 무릎이 까진 듯 쓰라렸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그는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앞을 내다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과, 돌바닥과, 풀뿐이었다. 카드니 부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이라도 어딘가에서 그녀의 말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에르티스 씨! 에르티스 씨! 무슨 일이에요?”
뒤에서 아키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키드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보이는 것은 흉가, 철저하게 나락으로 파멸해 버린 흉가뿐이었다.
일주일 후.
그는 캔스필드를 떠나는 배에 앉아 있었다. 결국, 캔스필드의 두 번째 방문 역시 짧게 끝나버렸다. 또다시 불과 몇 일만에 임무가 끝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물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샤를의 미로, 카드니 부인. 둘 모두 분명히 변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고, 그는 그 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팀이 도착하고 나고서야 떠날 수 있었다. 어쨌든 변칙 개체를 발견하기는 했으니, 결국 어쨌든 임무는 완료된 것이었고, 그는 떠나고 있었다.
작곡가는 악보에 자신의 삶과 경험을 그려내죠. 당신은 아직은 어려요.
그래, 그는 기억했다. 모든 것을. 그는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남편을 기억했다. 딸에게 지독한 증오와 사랑을 가지고 살았던 어머니를 기억했다. 이마에 붉은 구멍이 뚫린 채로, 여전히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으며 실려나오는 아이를 기억했다. 천을 들추어 보며 “꼭 늑대가 물어뜯은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던 대원을 기억했다. 아키드에게 ‘A등급 기억 소거제’를 투여하던 요원을 기억했다. 아이의 시신을 메스로 열었을 때 그 안에 있는 것에 그 자리에서 구토한 부검의를 기억했다. 말소와 블록으로 얼룩진 보고서들을 기억했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을 기억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의 환상의 주인공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꿈 속의 그녀를. 그러나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이 옳았다. 그가 악보에 써야 할 것은 그의 삶이었다. 그가 이곳에서 겪은 모든 것들이고. 천천히 손을 뻗어, 그는 오선지에 적었다.
교향곡 1번. 흉가. 1악장. Con Malinconia.(우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