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파시로 인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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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에 대해 면담을 할 수 있느냐고요? 물론 되죠. 연구 대상이 되는 거는 별로 불편한 거 아니에요. 면담 요원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그 면담 결과를 전달하는 것까지 업무에 포함되니까, 면담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 드문 일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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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9와 면담 중인 스완 요원

네, 그 사진에 찍힌 건 제가 맞아요. 박사님이 생각하는 텔레파시는 물론 아니지만요. 텔레파시라면 당연히 원거리 통신이 되어야 하잖아요! 아무튼, 저 때 의식을 직접 연결해서 의사소통을 성공한 거죠. 아니, 생존했다고 해야 하나.

면담 기록에서는 직접 의식을 연결하여 면담하였다고 아마 대충 그런 뉘앙스로 되어있지만-죄송해요, 제가 전문 용어에는 약해서요-실제로 직접 의식을 연결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에요. 혹시 의식 연결이 영화에서처럼 목소리만 들리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겠죠. 시각적인 심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청각적인 심상을 전달할 수 있는 거잖아요.

사실 그 정도만 해도 실제로는 끔찍한 일이에요. 그 사람의 주관적인 감상까지 같이 뇌에 들어오거든요. 위험을 알리는 텔레파시가 온다면 그 수신자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든지 그 위기감까지 실제로 느끼게 돼요. 우리 뇌는 원인은 없는 이러한 결과에 원인 찾으려 하고, 그 끝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속에서 생각지 못한 두려움을 찾아다니다가 미칠 수밖에 없죠. 쉽게 말하자면 눈앞의 현실이 텔레파시로 말미암은 괴리감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는 거에요.

그니까 의식의 송수신은 굉장히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해요. 저 사진은 특정한 뇌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연결한 경우인데, 그 디자인은 좀 봐주세요. 그때 하프라이프에 빠져있을 때여서, 네, 지금이었다면 고양이 귀 형태의 기생 생물로 골랐을 거에요. 그러면 사진이라도 보기 좋았을 텐데.

아무튼, 의식도 결국에는 소통을 위해서는 언어화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뭐, 이것도 어디까지나 인간끼리의 얘기긴 하지만요.

기본적인 인사말부터 시작해볼까요. 일단 보낼 의식을 골라야 하는데 문제는 수신자의 상태를 송신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는 거에요. 그렇다고 그냥 아무 이미지나 막 보낸다면, 예를 들어서 그냥 제가 아는 애가 저한테 '안녕'하면서 손 흔드는 이미지를 생각한다면요, 그러면 수신자의 의식에서는 눈앞의 감각이 일그러지더니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그런 광경이 펼쳐질 거에요. 그게 또 언제 끝나느냐, 그리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눈앞의 감각과 어떻게 타협이 되느냐, 뭐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딱히 훈련받은 게 없다면 아마 1, 2년 정도? 그 '안녕 안녕'을 광경을 보고 살아야 할 거에요. 저희 업계에서는 '저 창문에' 현상이라고 하는데, 여튼 해소법은 그냥 잊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니 넘어가고 이 상황이 안 벌어지게 하는 것이 송신자의 책임이겠죠.

그러면 어떻게 의식을 고르냐부터가 문제겠네요. 사실 방법은 간단해요. 그냥 적당히 멍 때려주면서 뭐 할까 하는 거에요. 전문 용어로는 의식 농도 조절이라고 하는데 농도를 0으로 맞출 거 아니면 명상 10년 하면서 무념무상의 경지에 다다르니 그냥 멍 때리는 게 쉽고 빨라요. 송신할 의식은 구체적인 심상보다는 일부러라도 기호화된 심상으로 골라야 해요. 그래야 의식상에서 최대한 흐릿하게 지나갈 테니까요. 일단 이 조건만 맞추면 사실 보낼 것은 한정되어 있어요. 공유하는 기호는 결국 한정되기 마련이니까요.

아님 아예 맥락에 맞지 않는 의식을 고르는 방법도 있어요. 이것도 일종의 기호화이긴 한데요, 적당히 잊을 리는 없지만 절대로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장면을 고르는 거에요. 제일 좋은 방법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내는 것이겠네요. 영화를 잘 안 보는 사람들이라 해도 TV나 스마트폰에서 따오는 영화 클립 위주로 보내면 수신자는 현실이 왜곡되었다고 느끼기보다는 빠르게 그것이 현실 속의 심상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겠죠. 그렇게 수신자도 현실과 살짝 떨어뜨리면 의식 전송은 쉽게 이루어져요. 수신자 쪽도 그것이 일종의 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여튼 뭔가 전달받고 있는 거구나 하는 건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뭐 여기까지는 이론적인 부분이고요. 실무에서는 좀 달라요. 근데 이거는 박사님 연구 자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고요? 그럼 뭐 얘기할게요. 저야 뭐 이렇게 땡땡이치는 거 재밌기도 하고요.

일단 사실 텔레파시 그딴 거 없고 그냥 뇌에다가 직접 꽂아버리는 게 제일 효과가 좋아요. 저는 사이오닉학과 소속이 아니니까 더 깨끗한 방법은 없느냐고 묻지는 마시고요. 흔한 방법은 대충 말하자면 뇌의 특정한 부위에다가 케이블을 연결하는 건데요. 요즘은 유전공학 기술이 좋아서 케이블도 생체 물질로 대체되었어요. 꼬라지가 너무 촉수 같아서 문제이긴 하지만요.

여튼 꽂아버리고 나면 뇌 속이 한번에 쑥 하고 쓸려나가는 느낌이에요. 사실 물리적으로도 뇌 속에 촉수가 들어가는 거고, 신경학적으로도 뇌 신경이 연결되는 거니 딱히 틀린 느낌은 아니지만요. 그러고 나면 이거는 정신력 문제인데 이제 진짜로 정신도 같이 빨려 들어가는 거에요. 이거는 사실 딱히 요령이 없어요. 뇌 신경이 그대로 뭉개지는 거라서…. 여튼 기억 몇 개 잃는다고 보면 돼요. 어, 기억을 또 세는 단위가 뭐냐면…. 아 그냥 대충 쓸데없는 기억 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러면 멍 때리는 것도 문제가 돼버리죠. 실시간으로 영혼이 빨리는데 거기서 멍 때릴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일까요? 생각해보니 저는 그걸 해냈으니 딱히 저는 사람도 아니네요. 저는 좀 운이 좋았던 게, 이 과정에서 기억소거제로 지워진 기억이 떠올랐어요. 무슨 내용이냐고요? 그거 완전 데이터 말소라서…. 괜히 지워진 기억이 아니더라고요.

여튼 정신 제대로 차렸으면 수신자의 정신도 차리게 만들어야 해요. 네, 이거는 아까 그 이론 과정에서는 없던 내용이었죠. 어쨌거나 수신자 쪽도 똑같이 영혼이 빨리고 있으니까요. 이것도 사실 제 임기응변이었는데, 아까 그 영화 속의 장면을 심상으로서 보낸다고 하는 그거 있었죠? 그걸 쏘우의 한 장면으로 했어요. 그 붙잡아놓고 팔다리 비틀어대는 거 있잖아요. 모르신다고요? 다행이네요. 사실 그 혼란스러움은 정신 문제였지, 극단적인 신체적인 고통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상황하고 모순되게 만들려고 그 고문 장면을 보냈던 거에요. 네, 성공했어요. 나중에 그건 그거대로 트라우마로 남으셨지만요.

그 다음에는 그래도 일사천리였는데 연결을 끊을 때가 또 문제더라고요. 두개골에 뚫린 구멍은 둘째치고 일단 뇌 신경을 다시 이어붙여야 하는데, 그 방식이 좆같게도 전기 용접이더라고요…. 13살 생일 파티의 기억이 번쩍이는 스파크로 뒤덮인 게 싼 대가인지 저는 아직도 헷갈려요.

네? 수신자 입장이요? 그건 안 해봐서 잘 모르는데요. 저 사진이요? 그거 위에 올라탄 쪽이 저에요.

그야 저 헤드크랩이 자연적으로 진화했을 리가 없잖아요. 요즘에는 몸 바꾸는 기술도 꽤 안전해졌고 말했다시피 유전공학 자체도 발전해있으니까 주문만 똑바로 하면…. 어? 저기요? 갑자기 쓰러지시면, 아니, 야, 너 2등급 연구원이었어? 으아아아…. 모르고 4등급은 되는 줄 알고 마구 말해버렸는데. 그러니까 지금까지 한 얘기 그, 그냥 적당한 소설이라고 치고 잊어버려. 정 속이 뒤집어질 것 같으면 내가 기억소거제라도 줄게? 그러니까, 어, 음. 됐다. 그냥 다 토하고 나와라. 난 걸레나 찾고 올께.

도넛에 커피도 가져와 주랴? 됐다고? 으응,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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