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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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karoff 2021/7/10 (토) 20:29:29 #7241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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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platform

내가 아직 신참이었을 적 이야기다.
당시 나는 나라의 부름을 받아, 폐기시설을 조사하거나 옛 유물을 회수 또는 등록하여 국가의 자산으로 기록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 무렵, 북극해의 오염과 비용 증대로 폐업하는 유전오너가 많아서, 우리는 위험한 석유플랜트가 제대로 정지해서 해체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지, 불법점거자 등이 점거해서 위법적인 일이 이것저것 자행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북녘 바다에 체재하고 있었다.

목표는 반 년 전에 폐업해서 방기된 해양플랜트. 그 시찰과 등록, 보고였다. 불법체류하는 사이비종교나 범죄자가 없는지, 나라에서 다시 다른 업체에 허가를 줄 때 유용이 가능한지 그런 걸 조사하는 거다.

신참이었던 나는, 그 일에 약간 낙담하고 있었다. 트레져헌터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보물의 ㅂ자도 안 보이는 장소,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북극해에서 끝도없이 지겨운 등록작업만 하게 되었다는 것에 약간 절망하면서, 그런 시설의 등록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은 그 지역에 남은 마지막 폐기플랜트를 조사하러 가는 날이었다. 거친 파도에 시달리며 반나절 동안 바다를 건너, 거친 파도 가운데 마치 마왕성처럼 어떤지 섬뜩하게 서 있는 플랜트에 발을 디뎠다.

그 때, 함께 배를 타고 플랜트로 향했던 사람이 30명. 그 중 10명이 선원으로서 배 운항요인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동료가 되는 선배나 전문기술자 20명이 반 년 동안 방치되어 녹슨 선착장에서 폐기플랜트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오전에 출발했는데 도착해 보니 시각이 16시가 넘었고, 아직 해는 높았지만 그 날은 거기서 머물게 되었다고 들어서, 얼른 잠자리부터 확보하고 싶었다.

위법점거자나 범죄자의 거점이 될 가능성을 우려해서, 라이플로 무장한 몇 명이 선두에서 앞길을 밝히고, 우리는 왁자지껄 가벼운 수다를 떠들면서 플랜트에 올라섰다.

시간대적으로 햇빛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할 저녁무렵, 플랜트 구조물 때문에 유독 어둑한 가운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던 것이, 지금도 잘 기억난다.

그리고서 우리는 기계실로 향해서, 발판이 불량하거나 오작동할 기미가 있지 않은지 살피며, 플랜트 아랫층을 도적과 같은 기세로 뒤져나가기 시작했다. 말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가동할 무렵의 종업원의 개인소지품은 회수해도 책망받지 앟았기 때문에, 아직 움직이는 시계나 쓸만한 공구, 시설의 상태나 가동과는 무관계한 비품을 뒤져서 챙기는 녀석들이 여럿 있었고, 옆에서 보기에 그야말로 무덤을 터는 도굴꾼 그 자체였다. (지금의 나는 이것과 동류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가 벌써 밤도 가깝고, 금방이라도 해가 질 것 같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아슬아슬하게 일할 의욕이 있는 멤버들은 무덤 부장품 더미의 절반 정도를 내버려 두고, 그 날 숙박할 예정인 거주구획으로 발길을 돌렸다.

karkaroff 2021/7/10 (토) 20:35:59 #72416532


이변은 여기서부터였다.

쓸데없이 무겁고, 기이기이 하고 싫은 소리를 내는 밸브를 돌려서 문을 열었을 때, 아마도 기묘한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냄새였다. 철녹과 피를 섞은 듯한 지독한 냄새. 냉장고에 1년 내내 방치된 터퍼웨어의 뚜껑을 연 것과 같은 역겨운 부패의 냄새. 농축된 역한 냄새가 확 퍼졌고, 그리고는 급격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라앉았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냄새를 맡은 기억이 있는 건 문 앞에서 힘을 쓰고 있었던 나와, 사고나 습격을 경계해서 총을 겨누고 있던 두 사람, 이렇게 세 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아무도 그런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마 여기서 떼를 써서 돌아갔으면 그런 걸 보지도 않았겠지.

karkaroff 2021/7/10 (화) 20:39:14 #72416532


아무튼 간에.

내부는 상상 그대로였다. 오랫동안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소파에 침실, 아케이드 게임기에 텔레비전에 테이블. 이 플랜트의 생활이 거기에 있었다. 캄캄한 거주구에서 재미 없는 탐색을 해야 할 처지였다. 적어도 자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각이 보였기 때문에, 후딱 끝내고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다.

얼마나 진행했을까? 한참 탐색을 하고 있는데, 묘한 물소리가 났다. 찰박찰박, 구두가 무언가를 밟는 듯한…… 불길한 것, 이건 무조건 불길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부엌 가장자리, 냉장고의 한 모서리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붉게 녹슨 쇳내, 약간의 점성이 있는 액체・・・・・

냉장고를 중심으로 피웅덩이가 퍼져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것은 돼지 피였다. 탐색대원 한 명이 몰래 가져와서 설치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거는 그거고, 당시의 나는 식겁을 했다. 장난쳐 놓은 놈이 묘하게 맛있는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나는 감쪽같이 속았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냉장고에서 쏟아져나온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당시의 나는 몹시도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이 왔다. 짬 먹은 지금이라면 기뻐서 용감히 열러 가는 탐험의 묘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보물이 있는 기미가 있거나, 숨겨진 무언가 있다고 누가 봐도 확신할 수 있는 플래그, 즉……

잠긴 걸 열기까지의 그 사이.

karkaroff 2021/7/10 (토) 20:44:44 #72416532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공포심이나 경계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냉장고를 열려는 동료들을 보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동료들은 달랐다.

눈에 루블화 깍지가 씐 몇몇이, 봉인된 문을 발파하기 위해 폭약을 가져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건축폭파 기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사업 경비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 모습은 아주 시원할 정도였다. (지금은 나도 이쪽이다)

아마 B급 호러라면 제일 먼저 죽는 그런 짓.

그리고 재능을 최대한으로 낭비한 귀여운 바보들이 분위기를 깨부수는 물리적 해결을 한 직후, 문이 파쇄되고 방 안쪽이 드러난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력 있게 환성을 질렀고, 그 직후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방 안쪽, 원래 소장이나 그런 역직을 맡았을 누군가의 차지였을 의자, 거기에 자리잡고 앉은 것은, 전신이 타르 투성이가 된, 시커멓고 질척한 곤죽같은 무언가에 질식해서 숨이 끊어진 시체였다.

karkaroff 2021/7/10 (토) 20:51:05 #72416532


그러고는 난리가 났다. 두 손 두 발이 책상에 들러붙은 채 시커먼 타르에 흠뻑 젖은 그 시체를 보고, 우리는 즉시 본토에 통보했다. 실제로는 경찰이 오기 전까지 몇 명이 관계없는 다른 방에서 계속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외의 인원들은 신고 이후 현장보존, 촬영에 경찰의 허락을 받아 (물론 촬영 포함) 검시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 나도 밖에서 구토를 하고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몇 시간 뒤 헬기로 날아온 경찰에게 현장을 넘기고, 밤사이 본토로 돌아갈 처지가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어떤 의미에서 호러한 사건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후에 사정청취나 약간의 연줄을 통해서 나중에 알게 된 것, 그 후에 주워듣게 된 것들을 몇 가지 풀어 보겠다.

1: 이 시체는 플랜트 작업원이나 관계자가 아니었다. 아직도 신원불명이다.

2: 문은 안쪽에서 용접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이 시체를 봉인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죽은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3: 사인은 교살이라고 한다. 목졸려 죽은 뒤 타르에 절여진 것이라고 들었다.

아무튼 기묘한 일 투성이였던 이 이상한 변사체는 경찰에 인계되었고, 우리는 풀려났다. 며칠간 조사를 받았지만, 공적 업무 중에 발견한 시체 때문에 용의자 취급을 받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고. 밤에, 그 시체, 타르맨이 꿈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karkaroff 2021/7/10 (토) 22:01:05 #72416532


몇몇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주었는데, 나는 적어도 법적인 의무를 다했다는 전제 위에 이 이야기를 풀고 있다. 신상이 밝혀지는 건 원하지 않으므로, 사건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무튼, 어디까지나 문제는 이 타르맨이었던 것이다.

그 방에 들어갔던 놈들의 꿈에 그 놈이 나오게 된 거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모두 같은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대체로, 어딘가 낯익은 방이나 호텔방, 본가의 침실이나 차 안, 어디든 상관없지만 폐쇄공간에서 눈을 뜨는 거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이 몸이 움직이지 않고. 그런데 어디선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목은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시선을 돌려 그 소리의 정체를 찾아낸다. 소리의 정체는, 창문 쪽으로 눈을 돌리면 들어오는 거기에, 그 타르맨이 끝도 없이 계속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다.

빛이 없는 새카만 망자의 눈, 묘한 자국이 남은 목, 전신에 타르를 범벅한 괴물이 무표정하게 창문을 계속 두드린다. 처음은 거기에서 정신줄을 놓고 잠에서 깬다.

다음에 꿈을 꾸어도 같은 꿈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어, 그 창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물론 다른 장소에서 밖으로 나가도 된다. 가까워지자마자 잠에서 깬다.

내 동료들이 꾸었다는 꿈은 여기까지다. 일이 끝나자마자 얼른 그 지역을 떠서, 그 이후로는 그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 꿈이 전염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술집에서 모두들 같은 꿈을 꾸었다고 떠들다 보니, 그 말을 듣기만 한 다른 동료들이나 선원들도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이 이야기를 술집에서 주워들은 현지인 녀석도 같은 꿈을 꾸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점덤 꿈이 퍼져갔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 남은 뱃놈들이나 그 밖에 꿈을 꾸게 된 놈들의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말인즉슨, 타르맨이 어딘가로 오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플랜트로 오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그리고 계속 무시하면 차제에 그 꿈을 꾸지 않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유령 소동으로 곧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이야, 훌륭하게 괴담화가 되었구나, 한 건 했네. 하고 웃어넘겼는데, 아무래도 그럴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어느새 사정이 달라졌다. 북극해 해변의 항구도시에서나 나돌던 이야기가, 정신을 차려보니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은 놈을 따라서 전염된 것일 뿐이겠거니 했는데, 항구도시에서 가도를 따라 조금 떨어진, 지사의 아는 사람이 내가 말한 적도 없는데 그 이야기를 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한 놈들 중에 돌아오지 않은 놈이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꿈의 내용도 조금씩 달라졌다. 타르맨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도굴꾼들을 찾고 있는 것 같다던가. 이야기를 조사해서 전해들은 한, 이야기를 들어서 꿈에 나오는 구역은 아직 한정되어 있다.

문제의 북극해 근방에서 들었던 놈들이 꿈에 나온다. 하지만 소문을 취합해본 바, 놈들은 지금도 남쪽으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수를 늘리고 있다.

놈들은 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꿈은 전염되는 게 아니었다……. 꿈을 통해서, 그래…… 타르맨은 사람의 꿈과 꿈 사이를 건너서 이동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karkaroff 2021/7/10 (토) 22:01:05 #72416532


그 놈의 꿈을 꾸는 조건은, 내가 조사해본 바 간단하다.

1: 그 플랜트에서 직접 놈을 본 녀석한테 이야기를 듣는다. 또는 꿈을 꾸었던 녀석과 직접 이야기를 한다.

2: 이야기를 들은 후, 놈이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으로 접근한다. 자세한 범위는 알 수 없지만, 듣기로는 이동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데, 최근 4년간 250 km 정도라고 한다.

아마 이 두 가지. 이 둘 뿐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타르맨이 하는 말만 듣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행방불명될 놈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를 아는 녀석들이 늘어서 놈이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알 수 없어지면,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동할 데가 없어서 원래의 플랜트로 돌아가 줄지도 모른다. (아마도 놈은 거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이 소소한 실험에 좀 협조해 주었으면 한다. 누군가 밤중에 타르맨을 꿈에서 보거든 알려줬으면 한다. 여차하면 엑소시스트든 뭐든 고용해도 되니까.

꿈 속의 타르맨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말로에 조금 흥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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