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씨가 당신에게 보여줄 이야기들이 있다고 한다. 당신은 과연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해져 보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 씨는 종이를/데스크톱을/노트북을/휴대전화를/그 외 무언가를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은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한다.
…
square 작
그들은 절 '생명 씨(Mr. Life)'라고 불렀습니다. 저도 저의 이름은 알지못해 그들이 부르는 이름을 저의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언제 한번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니 왼쪽 옆구리에 생명 씨라고 적혀있던군요. 그래서 더욱 제 이름을 생명 씨로 확정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여러 질답과, 실험을 시켰습니다. 저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생명들의 고통이나 질병을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생명이 누구든지 간에 그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 전 주저없이 그들에게 달려가 흡수했고, 그들의 고통을 제가 대신 졌습니다. 그때부터 절 이곳에 데려온 자들 중 일부는 절 '좋음 씨(Mr. Good)'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제 선의에 대한 보답인지, 비좁고 하얀색으로 가득한 방에서 나와 시설을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전부 다 좋은 사람들이었죠. 험상궃게 보이던 사람도, 백의를 입고 딱딱한 표정만을 짓던 사람들도 저만 보면 언제나 미소를 지어줬습니다. 그리고 전 그 미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간 그들의 일을 도와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는 일을 계속 하다가, 갑작스러운 현기증으로 인해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감기기 직전에 보이던 것들은 제가 알던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환상 속에서 무언가를 봤습니다. 전 침대에 누워있고, 발목과 손목은 수갑으로 채워져 침대에 묶여져 있었죠. 그리고 저 아래에서 어떤 가면을 쓴 머리가 긴 사람이 다가와 제 볼을 쓰다듬고 왼쪽 옆구리에 뾰족한 주사기를 찔러 넣었습니다. 한순간의 고통은 제 몸을 휩쓸며 지나가고, 이내 그 고통은 사라졌습니다. 제 환상도 끝이 났고요.
눈을 떴을 땐, 전 침대에 누워있었고, 제 옆엔 이 시설의 의료팀 중의 한 명이 절 내려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론 제가 너무 많은 질병과 고통을 흡수해 더이상 몸이 한계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말하며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 말을 듣곤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가 의문이었습니다. 화를 내야하나? 울어야 하나? 그저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만 전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어 줬습니다. 그들이 제게 보여준 미소를요.
시간이 천천히 지나가자, 저는 컵 하나도 제대로 들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까지 이 글을 쓰는 것 밖에 없었죠. 그리고, 당신에게 제 비밀을 얘기하려 합니다. 전 사실 남들의 고통을 대신 얻고, 그들의 기억 일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설의 비밀, SCP란 존재, 그리고 뒤에 일어나는 일도요.
하지만 그런 일은 조금 뒤에 생각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쓰겠습니다. 그저 보지 않는다면 목을 꺾는 조각상이거나, 몸에 문신이 가득한 셈족 남성이거나, 살아있는 사진을 찍는 여자애거나, 절대 죽지 않는 파충류거나, 배 속에 괴물들을 품고있는 불쌍한 여인들이거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 본 자가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키 큰 괴물이거나, 바다에 잠들어있는 거대한 절지동물이거나, 또 다른 미스터 시리즈들간에.
그 모든 것들과, 당신은 포함한 사람들은 여전히 제 앞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며, 별 다른 장점이 없다고 해도,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그건 이미 충분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미소를 봐서 행복했던, 생명 씨였습니다.
['뱀 양(Ms. Serpent)'는 2015년 ██월 █일에 필리핀 █████에서 4 km 동서쪽에서 발견된 20대로 추정되는 아시아계 여성으로, 몸 곳곳은 붉은색과 초록색, 검은색의 비늘로 대체되어있고 머리카락은 메두사처럼 코브라, 비단뱀 등의 뱀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왼쪽 날개뼈에 검은 뱀의 비늘로 Ms. Serpent라 적혀 있었다.]
기본적인 보고서를 읽고, 난 해당 개체가 있는 격리실로 들어갔다. 온통 하얀 타일로 된 방엔 뭔지모를 허물이 구석에 쌓여 있었다. 좋아, 보고서에 추가될 사항이군. 난 가져왔던 접이식 의자를 그녀에게 건네고, 나도 의자를 펴 앉았다. 그녀는 꽤나 불안해 보였다.
''그러니깐 여기가 어디라고요?''
몇 분간 입을 오므리던 그녀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난 그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말들을 말했다.
''저희 단체의 이름은 Serpent Caring Project. 줄여서 SCP라고 해도 됩니다. 전 당신의 치료사고요. 자, 당신 몸에 일어난 현상에 천천히 설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침묵을 택하던 그녀는 한숨을 내뱉고 나에게 토로했다.
''좋아요. 저도 지금 제가 왜 이런 모습인건지 모르겠어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모습인 건지, 아님 어떤 미친 박사가 나한테 이걸-'' 머리에 붙은 뱀을 가리켰다. 뱀은 그걸 흥미롭게 보다가 살짝 핥자 그녀는 손으로 찰싹 때렸다. ''으, 소름끼쳐.. 그러니깐 저도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눈을 떠보니깐 전 이런 모습이었다고요. 차라리 앵무새랑 바뀌는게 났지.''
''그러니깐 █████에서 동서쪽으로 4 km에서 저희에게 발견될 때부터 이런 모습이었다는 거죠?'' 그녀는 눈을 위로 굴리며 고개를 까닥했다. 난 수첩에다가 그녀의 머리에 붙은 뱀의 생김새를 그렸다. 잘 그리진 못해도 전문가는 알아보겠지. ''네, 그럼 그 뱀들은 당신에게 어떤 위해는 끼치지 않나요?''
''엄청 얌전해요. 평소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당신처럼 사람이 들어오면 되게 활발하게 움직이네요. 어쩌면 이 뱀은 절 지킬려고 이러는 걸 수도 있죠.''
마지막엔 좀 삐딱하게 말하며 끝냈다. 이래서 인간형 SCP가 싫단 말이야. 그래도 난 형식상으론 협조해줘서 고맙단 말을 하고 격리실 바깥으로 나갈려고 했다. 문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돌로 변해 굳어버렸지만. 뒤돌아서 그녀를 보자 갈색 눈은 초록색에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보였고, 머리에 붙은 뱀들은 당장이라도 날 감아 죽일려고 하는듯이 내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뭐야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두려움에 사로잡힌 내가 겨우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힌 못 한거 같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천천히 걸어왔고, 그 망할 동공은 날-
J 연구원은 전신이 돌로 굳어있지만 심박이나 미세한 진동으로 봐 살아있다고 추정된다. 해당 SCP는 현재 격리되어 있던 시설에서 탈출해 필리핀을 떠돌고 있으며, 더 많은 피해를 막기위해 [데이터 말소] - A███. W████ 3등급 연구원.
범고래 작
면담기록
연구원: 다음 기록은, 모든것을 뒤집어서 말하는 정신자적 개체인 씨 로꾸거를 면담한 기록입니다,
연구원: 면담을 시작하겠습니다. (뭔가를 꺼내는 소리 )아, 이게 그 같이 있던 개체인가요? 감사합니다.
요서해안불 면으없 게이 는저 :씨 로꾸거
요세보해말 제이 :원구연
…네 아
요어했아좋 을것 는집뒤 을것 든모 터부때을렸어 는저…
.요어었입 어집뒤 상항 도옷 고었먹 터부분부깔고 도림크스이아
요지았않 지되 잘 만지셨하 려보쳐고 은님모부 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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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어했작시 기히집뒤 이것 든모 도데는았않 지하식의
…지까손 는하용사 어지심 ,관습 ,법춤맞
.요어없 건할별특 ,요에다 게이
…요어겠쩌어 만지하 긴하편불
면담종료.
문제의 면담은, 거울 씨의 앞에서 이뤄진 것이다.
거울 씨는 거꾸로 씨와 함께 발견된 밈적 성질을 지닌 거울로, 영향을 받은 인물이 자신이 모든것을 거꾸로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변칙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 사진으로 말할것 같으면… 제가 LA에서 야구를 할때… (후략)
현재 실존하는 해당 야구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면담기록
수다쟁이 씨: 안녕하세요,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까요? 아, 제 이름은 [데이터 말소]에요. 영어로는 [데이터 말소]라고 해요. 이 이름의 뜻으로 말할것 같으면…
연구원: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해주시고, 언제부터 해당 변칙능력이 생겼는지 이야기 해 주세요,
수다쟁이 씨: 아, 그게요. 제가 원래 야구를 좀 좋아해서, 현재 유명한 야구단에 있거든요. 야구단에서 팬들을 만나면, 아 팬들은 아시죠?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요(웃음)
아무튼 그래서 제가 팬이 왜 생겼는가를 또 설명드리려면…
연구원:아뇨, 어떻게 변칙적인 능력이 생겼는지만 설명해 주세요.
수다쟁이 씨: 아…죄송합니다. 다시 해당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야구단에서 팬들을 만났을때, 그들이 너무 고마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또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 해주려다 보니까 이렇게 변한것 같아요. 제가 원래말이 많은편은 아니에요. 저보고 투머치토커니, 수다쟁이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거 진짜 무례하다니까요? 저 정도 되는 사람이 말이 많은 편이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이야기 하다 보니까 또 야구 하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이야기 해드릴까요?
연구원: (한숨)…아뇨.
수다쟁이 씨: 제가 야구를 하던 시절에…
(관련없는 내용 편집됨)
수다쟁이 씨: 해서 그렇게 된거죠. 이제 저에 대해서 이해가 좀 되셨나요?
연구원: (반응없음)
해당 시점에서, 연구원은 움직이지 않은채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수다쟁이 씨가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가 그를 툭, 하고 치자, 그는 의자에서 넘어지며 놀란 눈으로 깨어났다.
해당 면담기록 중, 연구원은 졸았다는 명목으로 징계를 받았고, 수다쟁이 씨는 해당 연구원에 대해 무례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왼손이야 작
깜짝이야!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지 마! 놀랐잖아!
두리번거리지도 마, 이 바보야. 난 눈에 보이지 않는단 거 이쯤 되면 알아야지. 그리고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게 들리지 않을 거란 것도. 아, 또 주변을 여기저기 뒤지는구나.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그만두겠지. 내가 있는 동안 나를 최대한 느끼려고. 니 패턴은 이제 다 외웠다고. 그러니 너도 이제 시작부터 침착하게 있을 줄도 알아라 좀. 내가 제대로 쳐다보질 못하겠잖아!
흠, 이제야 자리에 눕는군. 그래, 들이마셔 봐. 눈을 감고 천천히. 귀여운 짜식. 넌 나를 느낄 때면 항상 그런 표정이 되더라. 넌 입술이 참 예뻐. *쪽* 진심이야.
너 눈가에 주름이 는 것 같네. 요즘 일이 힘든가 봐. 그 좆같은 사장 놈이 괴롭히는 걸 그만두지 않는 거겠지. 니가 나한테 부탁만 하면 얼마든지 처리해줄 텐데. 사람 죽이는 것쯤이야 나한테는 일도 아니잖아, 너도 알다시피. 아, 아니. 넌 모르겠구나.
…….
사실 요즘 나도 힘들었어. 네 곁에 없을 때 말야. 도망 다녔거든. 그동안은 도망에 참 자신이 있었는데. 아니, 자신이 있었다고 말할 것도 없었지. 그냥 날 못 보는 사람들을 지나쳐 사라지면 끝이었으니까. 그건 도망이 아니잖아?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거였거든. 어쨌건 그동안은 사라지는 거에 불편함이 없었는데, 이번엔 다르더라고. 그 씨발놈들 내가 아무리 도망가도 어떻게든 날 찾아내서는, 수면총하고 전기봉을 휘두르며 날 두들겨 패려고 하더라니까! 빌어먹을 과학 기술 어쩌구를 새로 개발해낸 거겠지.
사람들이 더 원시적이었을 때가 그립네. 자기들이 직접 냄새를 맡아서 날 잡으려고 하던 때 말야. 흐흠, 꽤 귀여웠지. 처음이라 당황해서 별 생각 없이 그랬던 거였겠지만… 그때 상황에선 간단하고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고. 물론 날 맡자마자 다들 너랑 비슷한 표정이 되었지. 그렇게 되면 누가 날 잡으려 하겠어? 나를 맡는 순간, 나를 가진 거나 다름없는데.
아… 방금 표현은 좀… 존나 이상했네. 이제 그런 표현은 너한테만 허용하기로 했거든. 그래도 뭐 어느 정도는 사실이야. 사람들은 날 맡으면 그 순간만큼은 날 가졌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아니야. 난 사람들 주위를 맴돌다 사라질 뿐 소유되는 게 아니야. 다들 착각하는 거지. 날 가질 수 있는 건 너뿐인 걸.
다시 얘기로 돌아가자면, 놈들이 다음 수단으로 개들을 풀어놨을 때도 귀여웠지. 물론 개들 말야. 이제 사람 새끼들은 도저히 귀엽다고 봐주질 못하겠더라고. 너나 할 것 없이 질척질척 달라붙기는. 어쨌든 훈련된 사냥개라면 날 잡을 수 있을 걸로 생각했나 봐. 개들이 충성스럽긴 하잖아. 기름을 질질 흘리는 맛있는 고기가 눈앞에 있는데도 명령 하나에 꾹 참는 게 멍멍이들이니까. 하지만 게네들이 날 뭐 어쩌겠어? 귀여운 것들. 코가 좋으니까 저 멀리서부터 날 맡고는 바닥에 드러누워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
쯧, 근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였지. 위대하신 현대 기술의 등장이. 기계 필터가 날 감지하면 소리를 울리며 빛도 내더라니까? 제일 좆같은 건 만날 때마다 더 발전한 모습이라는 거야. 이번에 온 것들은 훨씬 더 위험해졌어. 필터를 마스크에 부착했는데 날 맡자마자 고글로 내 위치를 알려주는 거 있지! 한 놈을 죽이고 직접 써봤는데 씨발 기가 막히더라고!
…….
흐음… 머릿결도 꽤 상했네. *킁킁* 요즘 샴푸 뭐 쓰는 거야? 전에 쓰던 게 더 나은 거 같은데. 아닌가? 나는 코가 둔해서 항상 헷갈리네. 일이 쌓여서 씻지를 못한 건가. *킁* 맞나? 모르겠군. 화장실에 가봐야겠어.
아, 바꾼 거 맞네!
으차! 이거저거 다 바꿔놨던데 무슨 바람이 분 거야?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이제 네가 그런 걸 좋아하면 그런 거겠지. 넌 뭐 한 가지에 구애받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널 좋아하지.
하아-
사람들은 왜 그렇게들 질척거리는 걸까? 날 한 번이라도 맡은 애들은 기어코 내가 뭔지 알아내고 싶어 하고, 직접 찾아서 가지고 싶어 해. 구글에 검색하고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냄새란 건 말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분야인데 말야. 나 같은 경우엔 더더욱. 항상, 언제나, 내 흔적을 찾아다니고, 내가 만진 물건들을 가지길 원하고…
정말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거야. 넌 날 맡아도 백날천날 내가 어디서 오는 건지 찾으려고 하지 않지. 잠깐 둘러보고 말 뿐야. 내가 사라져도 잠깐 우울해했다가 일상을 다시 시작하잖아. 흥, 그래서 널 좋아해. 쿨하잖아.
…하지만 그걸 넘을 수는 없을까? 내 말은, 날 그냥 바람처럼 찾아왔다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해줄 순 없을까? 어떤 사람의 향취라고 생각하라는 게 아니야. 나 자체가 사람이라고 깨달아 줄 순 없겠냐는 거야. 너에게 나를 알리고 싶어.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란 걸 알아줬을 좋겠어.
하지만 나는 적어놓는 글씨마저도, 내가 찍힌 사진마저도 향기가 되어 날아가지. 너에게 날 알릴 수단은 아무것도 없어. 이미 다 시도해봐서 아는걸. 하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 너에게 진정한 내 모습을 알려주고 싶어. 네가 날 사람으로서 좋아해 줬음 좋겠어. 그저 기분 좋은 향기가 아니라.
일이 많이 쌓였을 테니, 인제 그만 가봐야겠지. 언제까지고 누워있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일 때문이 아니라도 내가 곁에 계속 머물면 네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바람에 실려 사라져야지.
하지만 부디 알아줘. 알 수 없을 테지만 꼭 알아줘. 네가 지금 맡고 있는 이 향기는 오로지 너를 위한 거야.
기억해. 나는 너만의 ‘향기 양’이야.
AikenDrum 작
어느 우중충한 화요일의 점심, 나는 나의 사무소에 앉아 조용히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조금씩 담배가 짧아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 순간 딸랑 거리는 종의 경쾌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펴지고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탐정 씨의 사무소인가요?"
아무래도 새로운 의뢰인이 찾아온 듯했다.
"네, 제가 탐정 씨입니다.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의뢰인, 의뢰인이에요."
"그럼 의뢰인 양, 무슨 일로 오셨죠?"
"의뢰를 하러 왔어요."
내 예상이 맞았다. 화요일에 찾아온걸 보면 상당히 급한 일이거나, 다른 사람 몰래 찾아오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슨 의뢰시죠? 아, 물론 의뢰를 거절하는 일은 없습니다. 남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이던 애인을 감시해달라는 일이던 무엇이든 해드리니까요. 물론 비밀은 완전히 보장합니다."
"사라진 물건을 하나 찾아주셨으면 해요."
"음, 잃어버리신 건가요 아니면 도둑맞으신 건가요."
"도둑맞았어요"
"그럼, 상황과 물품을 설명해주시죠"
…
들어보자니 상황은 이렇다. 이 여인의 정확한 이름은 '4인조 가족 강도단의 일원으로 값비싼 보석을 훔치고 도둑맞은 척을 하면서 보석을 빼돌리려고 하는 의뢰인 양'으로 최근 시골 지방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보석을 구매하게 됐는데 감정을 받아보니 지난달 도둑맞은 왕실의 보석이라는 것이었다. 이 보석을 두고 가족 간에 분쟁이 있었으며 사촌인 '의뢰인 양을 총으로 쏘고 보석을 가지고 도주하다 체포될 사촌 씨'와 아버지 '아까 그 사촌에게 밀실 살인 당할 아버지 씨'는 몰래 보석을 다시 되팔자고 주장했고 의뢰인 양의 오빠인 '밀실 살인 사건 진범으로 사촌에게 죄를 덮어씌우려다가 탐정 씨에게 발각돼 체포될 오빠 씨'와 의뢰인 양은 이 보석을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이틀 전 보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자 의뢰인 양을 따라 집으로 찾아갔다.
"여기가 저희 집인 '사실 비밀 통로가 있어서 의뢰인 양이 보석을 훔치고 밀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할 오래된 저택'이에요"
나는 의뢰인 양을 따라 집에 들어가며 천천히 집의 외관을 둘러봤다.
….
와우! 당신은 원더테인먼드 박사의 '스포일러 씨'를 찾으셨군요! 모두 모아 '수집가 씨'가 되어보세요!
…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어떨 땐 즐겁고, 어떨 땐 오싹하고, 또 어떨 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당신은 작가 씨에게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그는 어디 갔는지 당신 혼자뿐이었다. 당신은 그가 과연 어디에 있을지 골똘히 생각해 보았고 작가 씨는 당신이었다. 당신은 종이를/데스크톱을/노트북을/휴대전화를/그 외 무언가에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
작가 씨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