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요원의 조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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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픽트 박사가 검사지를 들고 스완 요원 앞에 나타났다.

"음, 분석결과 저 마약은 일종의 혼합 약물일세. 액상 코카인에다가 LSD 넣고 거기에 헤로인도 좀 들어가 있구먼."

스완 요원은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주사기를 바라보았다.

"저 진짜 이 약을 빨아야 하는 거에요?"

"아직 저 약물에 변칙성이 없다는 증거가 없네. 그리고 자네 '직접' 이 약을 빨겠다고 하지 않았나."

픽트 박사는 마지막으로 한번 스완 요원에게 물었다.

"자네,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한 건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픽트 박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고, 또 지금 살고 있던 도시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곳에서만큼은 재단이 들러붙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픽트 박사는 스스로 손으로 재단이 이 도시에 들어오는 것을 결정하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클레프 박사님은 이 일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똑같은 마약상에게 똑같은 마약을 사간 16명이 전부 실종되거나 사망했으니까요. 어쩌면 새로운 요주의 단체가 생길 조짐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현지 경찰도 증거물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보기에는 아직까진 현지 경찰의 수사를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만은….."

"재단에는 초법적인 권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한은 누구보다 변칙 개체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고요. 마침 저 도시에 임시 기지 하나도 없었으니 이번에 제대로 된 연구 기지를 세워도 좋겠네요."

"그래서 지금 나에게 허가를 내려달라고 하는 거군…."

"박사님은 4등급 권한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기지 이사관 직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부서에 남아계신 거의 유일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박사님이 해주시는 게 맞죠."

거기에 그는 한 마디 더 붙였다.

"게다가, 평의회에서도 박사님께 기지 이사관 자리를 한번 맡겨보고 싶어하고 하는 것 같습니다."

픽트 박사는 순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도시에서 직접 첩보망을 구축하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감시하며 누구에게 기억소거제를 내릴지 아니면 누구를 처분시킬지 결정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농담으로도 그런 말 하지 말게."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 그래도 저 곳에 기지가 세워질 겁니다."

그때, 스완 요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약물이 변칙적인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게 무슨….? 아니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겁니까, 스완 양?"

"당신이 들어올 때부터요. 망할 의족가 또 고장 나서 구석에서 고치고 있었죠. 설마 제가 있는 줄도 몰랐던 거에요? 아까 들어오실 때 전 하마터면 밟힐 뻔했다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제 말은요, 저게 그냥 존나 쎈 마약일수도 있잖아요. 그럼 그냥 존나 센 마약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칙성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제 고향에 기지를 세우는 건 완전 재단의 자산 낭비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단지 강력한 마약일 뿐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아니라는 증거도 없으니 제가 찾아볼게요."

"스완 양은 현장 요원이 아니시지 않은가요?"

"휴가 좀 남았어요."

"그럼 그 마약이 변칙적이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시려고요? 픽트 박사님이 개인적으로 지원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재단은 휴가 나온 직원이 가져온 마약에 변칙성 검사를 해줄 수 없습니다."

"직접 빨아보면 괜찮은지 어떤지 알 수 있겠죠."

그는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입은 열려있는데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하십시오."

그가 나간 후 스완 요원은 바로 휴가 신청서를 들고 왔다.

"세상에, 정말 고맙다네. 어떻게 보답을 해줘야 할지…."

"제가 더 영광입니다. 저희 동네에서 박사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도 O5-8의 대리인 업무는 중단되지 않네. 계속 재단에서 제공된 일정을 따르도록."

"아, 제발."


딘 웨스턴은 어두운 골목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왔네요."

전화에서 들은 대로,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돈은 가지고 왔어요. 얼마든지 확인해도 돼요."

"흠."

웨스턴이 입을 열었다.

"일단 얼마나 가져왔나 보지."

"혹시 부족한가요? 모자라면 얼마든지 더 낼 수 있어요."

웨스턴은 두툼한 돈뭉치를 만지작거리면서 여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의 촉이 이 여자는 단순한 약쟁이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얼마까지 낼 수 있는데?"

"얼마까지 팔아먹길래 그러는데요?"

"이봐, 지금 나하고 말싸움을 하자는 거야?"

"저도 먹고살 돈은 있어야죠."

웨스턴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저런 어설픈 녀석은 또 처음이었다.

"그게 약쟁이가 할 소리야?"

"네?"

"처음부터 이상했어. 갑자기 웬 여자가 나타나서 돈을 뿌려대며 이것저것 캐묻고 다니면 의심스러운 게 당연한 게 아니야?"

웨스턴은 여자에게 점점 다가갔다.

"다음부턴 약쟁이 연기 제대로 하라고. 진짜 약쟁이는 약 하나 때문에 가지고 있는 모든 걸 팔아치우지. 흥정 같은 건 없어."

"저는…. 지금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이제 봤더니 말빨도 안되는구먼. 기껏 짜낸 변명이 '모르겠어요'라니."

이상하게도, 바로 이때 여자는 분개하는 듯했다. 하지만 웨스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 그럼 넌 정체가 뭐야? 이 주변 짭새는 아닌 거 같은데. 러시아? 아님, 홍콩?"

"잠시만 기다려봐요."

스완 요원은 황급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무슨 개수작을 하려고….."

"아, 와 있었군."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약만 어서 주세요….."

스완 요원은 결국 기억소거제를 4개나 쓰고 말았다.


"저, 그러면 전 어떻게 되는 거에요?"

약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스완 요원이 물었다.

"여기 내 집무실에는 흄 검사기가 있다네. 만약 약이 몸속에서 흡수되어 변칙성이 드러난다면 1분 내로 기동특무부대가 달려오고, 자네는 SCP-4200번 쯤에 등록될 걸세."

"만약 제가 맞았다면요?"

"음…. 이런 건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평소 술, 담배, 마약 하나?"

"술이나 마약은 안 해봤고 담배 가끔 피워요."

"숙취 같은 거 겪어본 적은 없겠군. 아마 이번에 처음 겪을걸세. 약 성분이 몸 안에 분해되면 신경을 자극해서 일반적으로 메스꺼움이나 어지러움을 느낄걸세."

"잠깐, 그 말 들으니까 진짜 기분이 이상해지는데요."

처음에는 눈이 돌아간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바닥이 돌아가 그녀의 눈앞에 있는 거였다.

그녀는 어떠한 느낌도 없이 바닥이 둥둥 떠있는 느낌을 받았다.

'코카인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바닥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바닥의 줄무늬 무늬가 헤엄치듯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마치 바닥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그녀를 껴안으려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앞쪽으로 넘어지고 있네.'

그때 그녀 앞에서 무지개가 쏟아져 내렸다. 무지개는 거품을 일으키면서 점점 퍼지고 있었다. 마치 꿈속 풍경을 미리 보여주는 듯이.

'그리고 이건 내가 구토를 한 거고.'

이제 무지갯빛 액체는 점점 빛깔이 변하면서 그녀를 거부할 수 없는 깊은 잠 속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완전히 잠들기 전에 짧은 생각을 할 수는 있었다.

'그래도 내가 맞혔구나."


"그거 기억소거제 비슷한 건데…."

이야기를 듣던 클레프 박사가 나지막이 내뱉었다.

"네?"

"SCP-3000이 확보되기 전까지 기억소거제는 그런 강력한 항정신성 약물을 섞어서 만들었어. 화학적으로 뇌진탕을 주는 원리지."

"그게 무슨…."

"픽트 박사에게 네 진료기록을 받아야 하겠는걸. 워낙 옛날이라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거든."

스완 요원의 싸늘한 시선을 느끼고서야 클레프 박사는 다급히 말을 돌렸다.

"음, 어, 기지 건은 이제 해결이 될거야. 어차피 예산은 많이 남길수록 좋으니까. 그리고 그 녀석도 재단이 증거물을 넘겨주고 나면 경찰에 곧 잡히겠지. 그래서, 넌 괜찮아?"

스완 요원은 금단증상으로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꺼내 들어 두툼하게만 대마초에 불을 붙였다.

"안 괜찮아요."

대마초를 입에 물고 연기를 가득 마시고 나서야 스완 요원은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마약 중독 치료가 완전 헛짓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고 스완 요원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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