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두 관리 사이의 의견이 주고 갔다.

"아무리 현 상황이 시급하다고 해도, 요괴(妖怪)를 잡기 위해 괴귀(怪鬼)를 사용하면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다네.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제주(濟州)를 넘어 이 조선 또한 요괴들의 소굴이 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어째서 불어도감이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네. 유교 교리를 반대하는 수신도 교인들과 수호장승을 만들라니."

"대제학(大提學)께서도 소문을 들으셨지 않으셨습니까? 수신도 교인 중 한 명이 이금위에서 폐기처분하기로 한 책에 나온 방법대로 요(妖)를 행했다지 않습니까."

"하지만 불어도감의 명령이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껏 우리 또한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했으니 인제 와서 반대를 할 수도 없다네."

"소인은 대제학 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주상(主上) 또한 수신도 교인들과 함께 수호장승을 만들어 탐라를 보전하자는 의견에 승낙하셨다.
(중략)
이에 수신도(修身道) 교인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을 몇몇 보내 달라고 요청하였으니 나흘 내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는 며칠전 대제학과 나눈 대화가 현실이 된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교인들을 전부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네. 저 13명이 수신도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금속을 다루는데 능하다고 하는구나."

"알겠습니다. 저들과 대략적인 토의를 진행한 후 탐라로 내려가겠습니다."

"제주도 관찰사에게 파발을 보내겠네."

"빠른 시일내에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판윤(判尹)은 불어도감에게서 멀어져갔다.

13명의 교인들. 그들은 각기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몸의 일부분은 광택이 나는 회색빛으로 그들이 금속을 보철 또는 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알지만, 신체발부(身體髮膚)를 모르는 것으로 익히 잘 알려진 이들이었다.

관리는 그들을 두(頭)부터 족(足)까지 살핀 뒤 실내로 안내했다.

불어도감 계획실에서는 교인들과 불어도감 사이의 여러 의견이 오고 갔다.

"그래서, 저희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관리는 그들과의 협력이 꺼림칙했지만, 현재 상황에는 그들을 존중하여 작업을 해야 한다는 대제학의 말씀을 명심하고 그들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현재 제주의 상황을 알고 있는가?"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저희 교인 중 하나가 스스로의 팔을 물려 새로 보철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예로부터 제주는 그 특유의 신비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했다네. 하지만 대부분 소규모 현상들이어서 그곳에 살고 있으신 도사들이 간단하게 막을 수 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일이 많이 틀어졌네. 어느 순간 발생한 광염(光焰)을 중심으로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요괴들이 발생하였다네"

"말을 끊어 황송하오나, 저희는 그저 금속을 다루며 다친 신체를 복구할 뿐, 도사들과 같이 요술을 부려 요괴들과 싸울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금속을 다룰 때 그 금속을 목적에 맞게 특수성을 부여하시는 작업을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

"아, 그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해드릴 수 없지만, 간단히 말해 금속을 좀 더 강하고, 요술에 대항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게 필요하다네. 이전에도 수호장승을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다네. 하지만 일반적인 원목은 요술을 이겨내지 못하고 금방 가루가 되었다네. 혹시 나무나 돌에도 그 과정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아마 가능은 할 겁니다만 그만큼 시간도 걸릴 것 같습니다. 저희는 평소 금속 바깥 부분에 필요할 경우만 돌들을 가공시켰기에, 다량의 돌이면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노력해보겠습니다."


문관들과 함께 교인들은 제주로 내려왔다. 그들을 마주한 건 몸 곳곳에 상처가 난 도사였다. 최후의 도사, 그에게 붙은 수식어이다. 그가 힘을 다하는 날에는 이 조선(朝鮮)팔도가 요괴들의 소유가 되는 것을 도사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명백히 인간, 어찌보면 조선의 운명도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소문으로만 듣던 도사님을 직접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불어도감 무관들과 잠시 자리를 교체했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네. 빠르게 결과를 내도록 하는 게 양쪽에게도 이익일 것이라네."

"알겠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혹시 석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요술이 있을까요?"

"석상이라니, 드디어 불어도감에서 탐라에 수호장승을 만드는 방법을 새롭게 찾았나 보군."

"예. 도감에 들은 바로는 저희가 석체를 만들면, 도사님께서 직접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생명을 넣어주실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능은 할 것이라네. 하지만 그에 필요한 요술을 보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네. 알다시피 요술은 신체의 원기(元氣)를 바탕으로 하기에, 잘못하면 나한테도 무리가 갈 수 있다네."

"그렇다는 건…"

"맞네. 앞으로 이 도술이라는 것을 이어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라네."

"그럼 역시 무리겠네요."

"하지만, 고향을 위해서 힘을 다한다는 데 노력은 해봐야지. 어서 석체 작업을 시작하게나. 나는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할 테니."


3개월간의 작업이 끝났다. 3개월이 흘러갈 동안 탐라는 도사의 지속적인 방어와 주기적으로 교인들을 감시하러 오는 이금위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그 경제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석체에 정신만 불어넣으면 되는 건가…"

도사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저기 도사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네, 빨리 수호장승을 만들어야 주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인들이 도사와 석체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물러났다. 도사 주위에 있던 낙엽들이 도사를 감싸며 빛나는 흰색 구체를 심장에서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낙엽들은 구체를 길게 늘려서 6개의 촉수 모습으로 갈라지더니, 수호 장승의 두 팔과 다리, 머리, 등 중앙에 연결되었다. 안에 있는 무언가가 주입되는 모습이 1분간 지속되었다. 촉수가 사라지며 수호장승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지만, 도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교인들은 쓰러진 도사를 자신들의 기술로 다시 살려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교인들은 검소하게 그의 장례식을 치렀다.

수호 장승.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그는 무의식 속에서 요괴를 퇴치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지만, 속으로는 과연 이제부터 일어날 모든 일들이 옳은 일일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 보인 산, 저 산 아래에서 사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날짜 훼손]

현재 도사의 몸 상태는 수호장승을 만든 직후보다 악화하였다. 그를 현재 의학기술로는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자택에는 요술에 대한 도서는 한 권도 발견되지 않았다. 교인들끼리 그를 우리의 기술로 다시 회복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그의 신체를 감싸고 있는 어떠한 힘의 장(場)으로 인해 교체는 불가능했다. 결국 다음날 장례(葬禮)를 치렀다. 조정은 목적을 이루었고, 제주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장승에게 이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키지 않고 바로 가동시켜도 되는 것일까?


귀신(鬼神) 을사(乙巳) 제(第) 십육호(二六號)

상(詳) 제주(濟州)에 출몰(出沒)하는 악귀(惡鬼)
당(當) 감찰관(監察官) 비사대부(批士大夫) 무영(無影)
결(結) 수신도(修神道)가 제주(濟州)에 수호장승(守護長栍)을 설치
현(現) 호전된 상황(狀況)과 지속 감찰(監察)

선비가 말한다.

(중략)

이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호장승은 얼핏 인간처럼 생겼으나, 석체이다. 수신도(修神道)는 십육호의 당이 바뀌기 전에 활동했던 도사들의 능력을 사용하도록 석체를 개량했다. 석체의 가장 큰 특징은 원(原)이 없어도 계속해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능력을 만들어진 후 도사들의 활동은 잠적을 감추었다.

[붙임]: 언제 발생할 지 불확실한 국(國) 간의 전(戰)에 사용하자는 의견이 조정에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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