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변전소

cthulahoop 02/02/16 (화) 15:09:17 #0874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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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전기회사에서는 십여 개 이상의 창고들과 여러 제조업 단지들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미화가 너무 심한 경비원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나는 차단기가 내려가지는 않았는지, 변압기 위에 수리가 둥지를 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변전소를 순찰한다. 나는 야간교대조에서 일하는데, 그러니까 밤을 트레일러에 앉아서 고통스러운 지루함을 쫓기 위해 휴대폰이 터지도록 고군분투하는 것이 내 일의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 직업에 진짜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생기는 유일한 순간은 비가 올 때 뿐이다.

먼저 몇 가지 배경 설명: 다들 변전소라는 공간에 대해 들었을 때 어떤 심상이 머리에 떠오르시는지? 그 심상이 무엇이건 아마 틀렸을 거다. 2천 에이커의 벌판에 소림지들과 하천들, 시골길들, 그리고 이따금씩 창고들이 흩어져 있다. 이곳을 ‘외딴’remote 곳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의상justice 맞지 않다. — 이 오지의 주민들마저 우리가 여기 있는줄조차 알지 못한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슴 뿐이다(밤이 되면 5, 60마리씩 튀어나온다). 변전소들이란 그냥 숲 속의 판잣집이나 다름없다. 이 직업에서 가장 힘든 건 변전소를 점검하는 게 아니다. 발견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너무 많은 세부사항을 말하고 싶지는 않고(나는 내 직업이 좋고 계속 이 직업을 갖고 싶다), 다만 여기 근교에 광산촌이 하나 있었다. 근데 하류에 댐을 지으면서 동네가 통째로 호수에 잠겼다. 동네 사람들은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광산들도 공장들도 물에 잠겼으니까. 호수 수위가 낮아진 뒤 그들은 모든 것을 철거하고 새 공장들을 세웠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데, 그들이 그 건물들을 다 철거할 때? 지하실까지 철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 변전소들 대부분은 지중화 때문에 그 건물들과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땅 위로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판잣집들 아래에 거대한 땅굴망이 기어다나며,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건물들의 지하실들 수백 개와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이 지하 땅굴망은 아마 영원히 남아 있겠지.

비가 내리면 그 지하실들이 물에 잠긴다. 비가 세차게 내리면, 물이 너무 불어서 지하실들에서 역류해서 변전소들까지 넘친다. 엄청나게 민감한 고전압 기기들로 가득한 변전소 말이지. 이제 비가 왜 문제라는 건지 알겠지?

여기서부터 내가 등장하는 순간인데, 내 일은 차를 몰고 이런 변전소들 각각을 찾아다니면서, 지하실로 내려가서,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거다. 보통 물이 특정 높이에 도달하면 펌프가 작동하지만, 물에 떠오른 것들이 걸릴 수 있다(또는 펌프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쯤되면 다들 이렇게 생각하겠지. 그냥 거 지하실들을 메워버리면 되지 않냐? 뭐, 비용도 비용이지만 — 메우는 동안 거기 연결된 변전소를 닫아야 하고 — 누군가는 그 배수펌프들이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이 바로 이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라서. 그래서 경영하는 윗대가리들에게 그냥 지하실 메우면 됩니다 하고 알려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우리 중에 아무도 없어)

처음 고용되면, 고참들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 지하실에서 씨발놈의 뻘짓하지 마라. 싸돌아다니지 마라. 뒤지고 다니지 마라. 쳐 내려가서 일이나 쳐 하고 바로 올라와라. 발 밑 조심하고. 손전등은 항상 두 개씩 갖고 다녀라.

그 땅굴들 중에 몇 개는 거의 백 년 정도 묵은 거라, 그러니까 ‘제대로 지었다’는 게 짓고 나서 5분 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던 시절에 지었던 것들이란 거지. 그것도 그렇고, 그곳들의 청사진들도 물에 잠겨서 다 없어졌고. 그래서 밑에 내려가면 뭐가 있는지, 또 무엇이 무엇에 연결된 건지 아무도 몰라. 내 사수 양반이 한번은 하늘을 단 한 번도 보지 않고 한 변전소에서 다른 변전소까지 걸어간 적도 있을 정도. 그런 땅굴들이 3 마일이나 깔려 있다는 거지. 3 마일(4.8 킬로미터).

만약 거기서 싸돌아다니게 된다면… 그래서 다들 ‘지하실에서 씨발놈의 뻘짓하지 마라’ 그러는 거지만, 다들 그래도 지하실에서 씨발놈의 뻘짓들을 쳐 하거든. 그러니 발 밑을 조심하고, 정신줄 잡고, 언제나 — 언제나 — 손전등을 두 개 들고 다녀야 하는 거야.

그리고 이거 진심인데, 우리가 저 밑에서 어떤 미친 것들을 찾아내는지 들어도 절대 믿지 못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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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땅굴 한번 보라고? 이 땅굴… 위에 있는 변전소 이름을 “9번 변전소”Substation 9라고 치자고.

우리가 이 땅굴 따라 가장 멀리 가 본 게 한 500 야드쯤 되는데 — 미식축구장이 다섯 개, 1 마일의 3분의 1 약간 덜 되는 그 정도지. 그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아무도 몰라. 땅굴이 아래쪽으로 비스듬해서, 그 너머는 완전히 물에 잠겼거든. 펌프로 퍼내려고 해 봤지만, 물이 이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빠지질 않아. 그러니까 이 지점 너머에 얼마나 더 많은 땅굴이 (그리고 지하실이) 있는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거지.

그 밖에도 공유할 게 더 있는데 — 사진도 있음. 그건 내일 쓸게.

cthulahoop 02/03/16 (수) 14:19:51 #31166510


오케이, 우선 중 첫번째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개인메시지를 보냈는데, 사진이 짭이라는 둥, 무슨 놈의 땅굴이 몇 마일씩이나 될 리가 없다는 둥, 등등등.

그래서 인증 먼저 간다.

그래서 주작설 제기한 애들은 싹 다 치워놓고… 나머지 질문들 중에 몇 개를 골라서 대답해 주겠음.

  • 우리는 싸구려 일회용 펌프를 쓰는데, 회사가 돈을 쓰고 싶어하질 않아서 그렇다. 말인즉슨, 낡은 원심펌프들이 몇몇 변전소들 또는 거기 붙은 지하실에 굴러다닌다는 거지. 침수가 진짜 심한 곳에는 호스를 끌고 가서 그것들을 백업으로 쓰게 되고. 문제는 이런 펌프들은 거의 50년 이상 묵은 것들이라 — 호환되는 부품들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나 포함 몇명을 제외하면 우리 중에 그것들을 고치는 법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
  • 사실 우리 중에 전기기사 자격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 우리는 전기기사들을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회사는 훈련받은 프로들에게 값을 치르고 거기를 계속 지키고 있게 하는 대신, 그 값의 몇 분의 일밖에 안 되는 값으로 우리를 부리는 거지. 우리가 퓨즈가 날아갔거나 변압기가 다운됐거나 하는 걸 발견해서 우리가 전기기사들을 부르면, 그때야 기사양반들이 와서 그걸 처리하는 식으로 굴러가는 것. 그리고 차단기를 확인하고 변전소가 젖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다 우리 책임이고(기사들은 지하실에 들어가지 않음).
  • 우리가 관리하는 변전소는 한두개가 아님(50개가 넘을 듯). 가장 큰 곳 두 개소에는 220 킬로볼트짜리 변압기들이 있고(그걸 66 킬로볼트로 내림). 반대로 전압을 올려주는 승압소도 한 두 개소 있고, 이동식 정수장이 한 개, 그 밖에 이것저것 기타등등 많이 있음.
  • 그 광산촌이라던가, 그게 수몰된 시점이라던가는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음. 그랬다가 사람들이 여기가 어디고 내가 어딘지 알게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한다니까. 다만 말해줄 수 있는 건 수몰된 뒤로 광산은 문을 닫았고 두 번 다시 재개장한 적이 없다는 거.
  • 밑에 내려가서 봤던 것들 중에 가장 무서웠던 건 웬 라쿤 가족을 하나 발견했을 때였음. 안 무섭게 들린다면… 너희가 가장 가까운 인간 영혼으로부터 몇 마일이나 떨어진 지하 땅굴에서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한 쌍의 눈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줄은 알겠다.

몇몇은 ‘손전등은 항상 두 개’에 관해서 물어보던데. 이걸 보시라.

손전등을 끄면 얼마나 어두워지는지 좀 알겠냐?

그럼 이제 손전등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걸 잃어버렸다고 상상해 보시라. 절대의 암흑absolute darkness 속에서 이 땅굴망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상상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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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건… 이거 보이냐? 물로 가득한 구멍이다. 이놈의 지하실들은 이따위 것들로 가득하거든. 배수용 구거, 바닥 꺼진 데, 승강기 수갱 — 심지어 수직으로 패인 수혈까지 있다. 어떤 것들은 깊이가 몇 피트 정도밖에 안되지만, 다른 것들은 깊이가 몇십 피트나 되고. 내 동료 한 명이 그런 것들 중 하나에 빠진 적도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이거 농담이 아냐.

어떤 구멍은 지하실 밑의 지하층으로 통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이 지하 2층은 천장까지 완전히 물이 들어찬 상태겠지. 그리고 수십년 동안 물에 잠겨 있었던 낡아빠진 펌프들과 기계뭉치들이 가득히 굴러다닐 테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저 밑에서 어떤 미친 것들을 찾아내는지 절대 믿지 못할 걸.

cthulahoop 02/05/16 (금) 19:11:58 #65330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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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글 올리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데, 질문 몇 개만 대답 더 하고 넘어가자.

  • 밑에 내려갈 때는 산소 계측기를 들고 간다. 질소가 들어찬 에어포켓 같은 게 걱정되니까. 그리고 두꺼운 장갑, 발가락에 강철을 덧댄 고무장화, 환기마스크(석면 대비용)를 착용한다.
  • 이따위 장소 대부분은 딱 생긴 꼬라지대로 냄새가 난다. 가끔은? 더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 지상의 옛날 동네 있던 자리나, 소림지에서도 이런저런 것들을 찾을 수 있는데, 대부분 공구리 평판 따위지만, 어딘가에는 트럭의 녹슨 껌데기가 나무에 처박혀있는 경우도 있고.
  • 붕괴한 광산이 어디 있는지는 우리는 전혀 모른다. 그리고 — 솔직히 말해서! — 우리 중 누구도 그걸 찾는 데 관심이 없다. 아마 독성 매연과 그 밖에 각종 독극물 같은 끔찍한 것들로 가득차 있겠지.
  • 이 밑에는 동물이 많지 않은데, 들어올 수 있을 만한 (우리가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길이 많지 않기 때문. 그 씨발놈의 라쿤들은 도대체 어떻게 기어들어온 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 몇 명은 누가 밑에서 실제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냐고 묻던데. 음, 그건 말이지…

손전등 두 개 어쩌고 기억하냐? 사실 그건 그야말로 상식적인 생각이지. 이 밑에서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 그럼 빛 없이 어떻게 빠져나가겠어? 전화도 안 터지고, 너밖에 없는, 혼자서… 칠흑같은 암흑 속에, 썩어가는 공구리, 산패한 물웅덩이들, 녹슨 기계뭉치들만 몇 마일에 걸쳐 가득한데.

노동계에 이런 시쳇말이 있지. 모든 법규는 피로 쓰여진다. 우리가 손전등을 두 개씩 들고 다니게 된 진짜 이유는, 그러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벌어진 일 때문이다.

내 동료 한 명이 — 이름은 John이라고 치자고. 괜찮은 친구였어. 똑똑하고, 숫자 계산도 잘 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말수가 정말 적었지. 그 친구하고 나하고 다른 세 명하고 해서 다섯 명이 야간교대조 총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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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에 해빙기가 오자 배수펌프들이 압도당했다. 물이 너무 많이 들어차서, 아무리 펌프를 돌려도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물이 더 많았던 것. 존은 지하실들에 굴러다니는 낡아빠진 원심펌프들을 연결시키려고 했었다. 우리 펌프들로 모자라니까, 그것들까지 끌어다 써야 한다는 거였지. 좋은 생각이었지만, 현실화되려면 할 일이 많았다. 일단 그 썩은 펌프들은 최소 수십년 동안 작동한 적이 없는 것들이었고.

하지만 존이 그 일에 달라붙어서, 찾을 수 있는 모든 펌프를 찾아내서, 수리하고, 호스에 연결했고, 덕분에 늦봄이 될 때까지 내내 우리는 변전소들을 건조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태가 통제가능해지고 나서 며칠 뒤, 나는 주간교대로 교체되게 되었다. 그 때 내 야간 교대자는 존이었다. 그런데 내가 트레일러에 가 보니 트럭이 없어져 있고 존도 사라져 있었다. 근무일지 마지막 항목에는 변전소 중 하나의 배수펌프를 점검하러 나간다고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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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없어졌으니 나는 걸어서 거기까지 가야 했다. 트럭은 변전소 밖에서 공회전하고 있었다. 나는 지하로 내려가 존을 두 시간 넘게 찾아다녔다. 그러고 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와 수색이 있었다. 총 9 야드 정도를. 우리도 대부분이 수색을 돕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그 땅굴을 한 달, 또는 그보다 더 길게 조사했다. 하지만 존의 머리카락 한 올, 거죽 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약 1년 뒤, 다른 동료 — 그녀의 이름은 ’패트리샤’Patrice인 걸로 하자 — 가 나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순찰하다 발견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전지가 방전된 손전등 한 개였다. 손전등 손잡이에는 존의 이니셜을 인두로 지진 끈이 감겨 있었다.

cthulahoop 02/07/16 (일) 17:13:02 #86713880


자꾸 이 지하실들의 규모와 그것들이 정말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해 의심하는 놈들이 있는데, 그래서 내가 짧은 동영상을 하나 찍어왔다. 너희가 직접 보고 느껴보라고. 옛다.

(숨이 가쁜 건 양해 좀. 마스크가 새 거라.)

마지막에 나오는 땅굴 보이지? 그게 내가 처음 들어갔던 시설만큼 큰 다른 시설의 일부다. 그쪽 영상도 나중에 찍어 보겠다.

아무튼, 또 들어온 질문들에 답변하겠다.

  • 회사 정책은 우리가 이 공간들을 탐험하고 다녀서는 안 된다는 거다. 우리가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고 있다.
  • 존은 찾지 못했다. 경찰이 결론내리기로, 존은 소림에서 길을 잃었다. 우리가 결론을 내리기로는… 존은 물이 가득한 지하 2층에 빠져서 익사한 거겠지.
  • 우리가 변전소를 끄고 지하의 물을 완전히 빼고 존을 계속 찾았어야 한다는 애들도 있던데… 우리가 그 생각을 못 했을까봐? 다시 말하지만, 지하 2층들 중 일부는 물을 뺄 수가 없다고. 물을 뺀 만큼 다시 들어오는데 — 하천이나 침수된 광산에서 들어오는 거겠지 (아마 양쪽 다일 듯). 지금 화제가 수십년 동안 물이 가득한 거대한 지하구조물이라는 걸 기억 좀 하라고. 한 10억 달러짜리 발굴 프로젝트라도 시작해갖고 지하실들을 다 파내지 않는 이상… 문자 그대로 시신을 수습할 방법이 전혀 없다니까.
  • 발 아래의 물 찬 지하 2층 어딘가에 동료의 익사체가 도사리고 있는 줄 알면서 이 거대한 지하공간에서 계속 일하는 게 소름끼치게 들린다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졸라 소름끼치는 일이지, 정말로.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존이 사라진 변전소에 얼씬도 안 하려고 함.

“무서운거”spookums 좀 읊어달라는 애들도 많던데. 음, 실망스럽겠지만… 존에게 일어난 일을 제외하면? 여기서 나한테 무서운 일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

다만 내 동료들 중 몇 명이 각자 겪은 일들을 말해준 게 있긴 한데. 그걸 믿을 만한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예만 들어 보자면,

  • 패트리샤는 최소 세 번, 뭔가 “옛날 라디오 음악” 같은 것이 아래에서 연주되는 것을 들었다고 함.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번 다 같은 노래였다고.
  • “에드”Ed(내 사수임)는 낡은 옛날 펌프들이 저절로 켜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함. 사실 이건 별로 괴기한 일은 아니지. 존이 잔뜩 수리했으까(그 중 몇 개는 아직도 쓰고 있고). 근데 에드는 존이 수리했던 것들이 아니고 — 더 깊은 데 있는 것들이 그런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니까 우리가 아직 탐험한 적이 없는 곳 어딘가에 있는 것들 말이지.
  •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는데 이거 자체가 좀 “무서운거”스럽긴 하다. 우린 아직 지하를 완전히 탐험하지 못했음. 그러니까 아직 우리가 발도 들인 적 없는 복도, 출입구, 계단통이 수십 개는 저 밑에 더 있다는 거.
  • “필”Phil(고참들 중 한 명임)은 땅굴들 중 하나에서 웬 새하얀 나체의 남자가 스쿼트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던데, 이건 분명히 그 인간이 개드립 친 거거나, 또는 라쿤이었겠지. 그리고 필은 9번 변전소의 어느 부분이 폐광으로 연결되는 걸 봤다고도 하고 막 그럼.
  • 어떤 봉인된 문(저 밑에 용접된 문들이 여러 개 있음) 너머에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지르는 소리를 들었다는 신참이 두 명 있었음. 두 놈 모두 딴 일 찾겠다고 도망감.
  • 우리가 이동식 정수장이 있다고 전에 그랬는데, 정확하게 말을 못 했는 게, 이동식 정수장이 있었다고 해야 맞음. 지금은 갖다 버렸거든. 여기선 아무도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가 없어. 수도꼭지와 배관이 모두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회색 반죽 같은 게 엉겨붙어서. 그래서 우린 화장실은 요강을 쓰고 식수는 생수를 트럭으로 받아 마심.

뭐 대충 그런데. 하지만 내가 이런 것들을 직접 조우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나는 상당히 회의적임.

cthulahoop 03/12/16 (토) 14:15:21 #33670699


음, 내가 저번에 글을 올린 뒤로, 안 좋은 소식들이 좀 있었다.

에드가 존의 전화기를 발견했다. 배수펌프를 수리하려고 물장구를 치다가 발 밑에 단단한 걸 밟아서 찾은 건데, 그래서 하마터면 거의 박살낼 뻔 했다. 존은 휴대전화를 거의 무슨 산업안전등급 폰케이스에 넣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상태가 상당히 양호했다. 그래서 그럭저럭 작동을 하더라고.

그래서 그 망할 것을 켜서 뒤져 봤는데 —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듯이, 존도 밑에 내려가서 사진들을 찍었거든. 그래서 사진 대부분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가장 최근 사진들은 아니었다.

이게 진짜 미칠 거 같은 부분인데, 에드가 이 전화기를 9번 변전소에서 찾았거든. 근데 일지를 보면 존은 실종된 당일 9번 변전소 근처에도 간 적이 없어.

그래서 우린 지금 좀 겁난 상태임. 패트리샤하고 몇 명은 일 때려치울까 그런 얘기 하고 있고. 아무튼 때려치든 안 때려치든 당장 최선은 이 전화기를 경찰에 넘기고 경찰이 전말을 밝히게 하는 거라는 데는 다들 동의했다.

하마터면 잊을 뻔 했는데. 마지막 사진 있지? 필이 그 회랑을 전에 본 적이 있다고 자꾸 그래서. 저게 바로 무너진 폐광이랜다.

cthulahoop 03/18/16 (수) 19:10:04 #46449280


경찰이 일 한다. 누가 회사 똥줄에 불을 질렀나봐. 지금 9번 변전소에서 물을 빼내려고 천지를 움직이고 있는 걸 보니. 무지막지한 펌프 몇 개를 가지고 와서 물을 빼고 있고. 우리 모두 야근 중이야. 수당은 나오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솔직히 이건 시간 낭비다. 존의 전화기는 딴 데서 떠내려왔을 거고. 9번 변전소 밑에서는 존을 찾지 못할 거야.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최소한 저 회랑 너머에 무슨 망할 지옥이 있는지는 알게 되겠지.

cthulahoop 03/25/16 (금) 14:18:43 #43427769


패트리샤하고 다른 둘이 그만뒀다. 회사에서 나한테 시간외근무 가산수당 붙여서 노임을 150% 줄테니 새 노동자들을 구하기 전까지 걔네 몫까지 일하랜다.

이제 아무도 지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꼭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cthulahoop 03/27/16 (일) 14:04:12 #36086089


9번 변전소 밑의 회랑 끝에는 밑으로 계속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경찰이 존의 시체를 찾은 것 같다.

cthulahoop 03/27/16 (일) 16:05:19 #80183729


조닝 아니엇어

cthulahoop 03/28/16 (월) 21:01:00 #29239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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