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폭풍嵐의の 경境계界선線
원작: http://scp-jp.wikidot.com/storm-gaps
저자: ©︎karkaroff
역자: Salamander724
메시지: 예전에 시베리아에서 들었던, 폭풍의 경계선에서 다른 광경이 보였다는 괴담과, 조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karkaroff 2023/02/09 (금) 00:29:21 #72416532

storm&tower
어이, 너희들 폭풍의 경계선을 넘어 본 적 있냐? 눈보라든 태풍이든 모래폭풍이든 스콜이든 간에. 경계선을 넘어서 폭풍으로부터 도망쳐본 적이 있는지? 그 시야가 없어질 것 같은 격류의 베일을 빠져나가는 순간, 기묘한 무언가가 보였다. 그런 경험이 있거나 하지는 않나?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고, 실제로 겪어도 봤다. 심심풀이로 한번 들어봐 줬으면 한다.
몇 년 전 시베리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rock-well33 2023/02/09 (금) 00:35:05 #91374682
그거 맞지? 폭풍의 틈새로 거인이 들여다본다는 거. 스티븐 킹의 미스트 보면 나오는 거?
그런 거는 지겹도록 봤어. 일본의 인습촌이든, 루마니아의 거대한 깻망아지든, 그런 흔해 빠진 건 집어치워.
그건 그렇고 냉장고에서 버드와이저 꺼내 옴.
steng774 2023/02/09 (금) 00:36:17 #71394654
그렇군요, 경계물 로어인가요?
몬태나주였나 거기서 비의 경계를 넘을 수 없게 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습니다만, 경계를 넘는 순간의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많이 들어본 게 없는 것 같네요. 폭풍 말고 마법진이나 교령회라면 비교적 많이 들어 봤지만요.
karkaroff 2023/02/09 (금) 00:38:24 #72416532
경계물 로어라고 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비슷한 전승이 카리브해 같은 데서 여럿 전승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육지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겪었던 건 극북에서 사냥을 나갔을 때 일이다.
시베리아는 기본적으로 물류가 나쁜데, 최근 몇 년간 여러 사건으로 인프라가 걸레짝이 되어서 신선한 고기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없을 때가 있다. 통조림이나 보존식으로 연명할 수도 있지만,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두꺼운 고기를 탐닉하고 싶어지는 것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낡은 핵셸터를 사들여서, 거기를 비밀지기로 삼아 생존주의자처럼 살았었다.
마을까지 20 km 이상 떨어져 있고, 도로도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정기적인 제설 등 처리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고립당할 벽지라, 당연히 겨울에는 보존식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장소지.
당연히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으면, 자기 스스로 사슴이든 늑대든 토끼든 최악의 경우 곰이든 잡을 필요가 있어서, 우리는 대구경 (아는가, 추운 곳에는 동물이 생겨나거든, 그래서 큰 총이 있다) 엽총으로 고기를 사냥해오곤 했다. 사슴 한 마리라도 사냥하면 고기를 얻을 수 있고, 가죽이며 이것저것 쓸모가 많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날도 라이플을 메고 시베리아 삼림 속으로 들어갔던 거다. 그 날은 비교적 따뜻한 날이었고, 일기예보에서도 갑작스러운 날씨 악화는 없을 거라고 했기 때문에 마음이 가벼웠다. 그 날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 혼자였는데, 날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기분전환을 위해 잠깐 차를 몰았다.
karkaroff 2023/02/09 (금) 00:45:07 #72416532
대체로, 차를 세울 수 있을 만한 장소는 정해져 있다. 사냥감의 해체와 뒷처리를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는 물가 근처에 자랑스러운 트럭을 세워놓고, 정성들여 냄새를 제거하고, 커다란 2연장 엽총을 들쳐메고 나섰다.
나무 위의 트리하우스에서 상황을 살피거나, 숲 속을 느긋이 사냥감의 흔적을 찾아다니거나 하면서, 평소와 같이 사냥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면서, 대략 5시간 정도만에 사슴 한 마리를 잡은 나는 마음이 들떠서 신경이 무디어지고 있었다.
물가에서 피를 빼고, 내장을 눈 밑에 파묻고, 차에 실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해체를 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때와 같았다.
주위는 바람과 물소리, 그리고 해체작업 중의 기분전환을 위해 틀어둔 카세트덱에서 흘러나오는 모 게임의 사운드트랙 그것밖에 들리지 않는 소리 가운데서, 작업에 몰두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였다.
황급히 사냥감을 짐받이에 싣고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집까지 서둘러 돌아가려고 섣불리 스피드를 올렸다가는 미끄러져 사고를 당할 것이 뻔했던지라, 시야에 신경쓰며 적당한 스피드로 차를 몰았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동할 것이 아니라 셸터를 만들어서 거기서 밤을 새웠어야 했다. 소복소복 내리던 눈은 30분도 안 되어서 몇 미터 앞도 제대로 안 보일 정도의 눈보라로 변모했다.
an611 2023/02/09 (금) 00:51:53 #14796314
눈보라에 운전이라……. 지금 이렇게 글 올리고 있으니 무사했다는 건 이미 알겠지만, 그다지 감탄스럽지는 않네요.
확실히 셸터를 만드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아, 코코아를 먹고 있어서 그런데, 좀 더 얼어붙는 이야기 부탁해요. 푹 덥히면서 들을테니까.
karkaroff 2023/02/09 (금) 01:03:01 #72416532
마시멜로를 잔뜩 넣은 스페셜한 놈을 마시면서 들어주면 좋겠다. 말하는 김에 말인데, 코코아도 좋지만 나는 핫초콜릿에 아주 소량의 브랜디를 떨어뜨린 게 좋다.
해서, 그 때의 나는 완전히 초조해져서, 핸들에 매달리다시피 필사적으로 앞을 보며, 언제쯤 눈보라를 넘어갈 수 있을까? 언제쯤 집에, 또는 적어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도로로 나갈 수 있을까? 라며 운전을 계속했다.
다행히 부동액은 충분했고, 와이퍼도 작동했기 때문에 앞이 어떻게든 보이기는 했으나, 측면을 두들기는 눈 때문에 좌우는 거의 보이지 않고, 짐받이도 점점 눈이 쌓여가는 것인지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져 마음은 급해질 뿐이었다. 그렇다고 악셀을 확 밟으면 길을 벗어날 수도 있는데다, 최악의 경우 나무에 처박고 아미타불이다. 그러니 안전하게 달리면서 어정어정 조금씩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작업용으로 만든 BGM이 흘러나오던 카세트는 한참 전에 멈추었고, 고우고우, 비시비시, 기시기시 거리는 눈보라 소리만 이어지는 백은의 세계를 전조등 불빛에 의지해 계속 나아가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시야가 트였다. 눈앞의 길 끝, 평소였으면 슬슬 도로에 도달할 만한, 삼림과 삼림의 한가운데까지 뚫고나왔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길이 열렸다고 순간 크게 날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은 안심을 했다. 이걸로 이제 살았다 싶었지.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차 앞쪽에 트인 시야는, 그런 게 아니었다.
열린 길 너머, 전조등이 비추는 그 광경은 온통 황야였다.
아니, 그냥 황야도 아니다. 전조등에 비춰진 그 부분만이, 마치 게임 따위를 하다가 텍스쳐가 벗겨져 있거나, 벽뚫을 해서 그 너머가 보인 것 같은, 버그로 텍스처 너머의 구현되지 않은 세계가 부분벅으로 보이는 것처럼, 전조등의 빛줄기 형태로 뚫린 버그 같은 황야였다.
그을은 나무들, 어설프게 실체화한 듯한 기묘한 바위, 벗겨진 콘크리트 도로 같은 길……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steng774 2023/02/09 (금) 01:11:19 #71394654
텍스처에 버그, 재미있는 표현입니다만…… 대략 시베리아에서는 잘 볼 수 없을 광경이군요.
마치 무언가 근본에서부터 어긋나 버린 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무언가의 주마등에 휘말렸다던가? 아니면 이것이 호접몽인가…… 아니면 추위와 스트레스로 본 환각인가……
아무튼, 그 광경을 보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karkaroff 2023/02/09 (금) 01:18:59 #72416532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게 너무 갑자기 일어나서 무슨 일인지 몰랐다.
아니, 알 수가 없잖아……. 악셀에서 완전히 발을 떼고 그 광경에 망연하고 있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아마 머리가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프리즈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최소 몇 분을 그대로, 전조등 불빛 끝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정신을 차렸다.
보이는 광경은 이상했지만, 눈보라 소리 자체는 여전히 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창문에는 눈이 소리내며 부딪혀오고 있었고, 사슴을 실은 짐받이는 삐걱삐걱 불길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앞유리에는 그동안에도 계속 눈이 쌓였고, 와이퍼가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는 눈보라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고민했다. 이대로 앞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국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민하는데, 변화가 일어났다…… 보이는 광경 너머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그것은, 아마 촉수를 늘어뜨린 비공정 같은 무언가였을 거다. 아니면 뚱뚱한 드래곤이던가, 하늘을 나는 번데기였을까?
어쨌든 그렇게 부풀어오른 것인지, 아무튼 커다란 무언가가, 전조등과 그을은 불씨로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 저 멀리 배경에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무엇인지 모를 부유체는 무언가 낭창낭창한 긴 것을 뻗으면서, 황야를 가로질러 맹스피드로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차를 후진시켰다. 이미 불길한 예감이 쿵쿵 울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기어를 전환하고 악셀을 끝까지 밟아 타이어를 울리면서 맹스피드로 후진했다.
그 때의 판단은 아마 내 인생에서 최선의 판단 중 하나였다고 지금도 확신한다. 차는 안전벨트로 묶인 나를 중력으로 짓누르며, 후방의 폭풍 속으로 역돌격했다.
전조등 불빛이 닿는, 보아서는 안 될 그 황야가 곁눈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한편, 트럭은 눈과 어둠 속으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엄혹한 환경 속으로 맹스피드로 돌진해갔다. 돌진해서, 전력의 후퇴 끝에, 나는 핸들을 잘못 꺾어 그대로 스핀해서 나무에 처박았다.
아마 헤부(ヘブゥ) 또는 구갹(グギャ) 하는 소리를 지르며 나는 기절했겠지. 그 다음에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 침대 위였다.
karkaroff 2023/02/09 (금) 01:37:59 #72416532
그게, 그게 뭐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사고 때문에 기억이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고, 사실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술에 손을 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눈을 뜨고 나서 병원에서 묘한 걸 물어보더라고.
나는 당시에 살던 셸터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길에서 차를 나무에 들이받고 기절했던 것 같은데, 그 발견된 차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차는 진심으로 역돌격한 충격으로 눈에 파묻혔고, 그 위에 눈이 내려 덮어서 거의 풍경 속에 녹아 있었던 모양인데, 왠지 기묘한 상태가 되어 있어서 내가 운 좋게도 발견되었다는 것 같다.
무엇이 기묘한가 하면, 짐받이에 쌓인 눈이 무슨 액체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그리고……
사슴 한 마리 만큼 눈이 깔끔하게 파내어져 있었다고 한다.
나는 분명히 그 사슴의 피를 빼서 밧줄로 단단히 고정해 놓았다. 게다가 튕겨나가지 말라고 덮개도 씌어 놓았다. 하지만 차의 짐받이에는 덮개도 짐도,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그래, 만약 이 토픽을 본 누군가가 눈보라 너머로 망가진 텍스처 같은 그 황야를 보게 된다면, 나쁜 말은 하지 않겠는데, 눈보라 속으로 도망가서 셸터를 만드는 편이 좋다.
눈보라 너머, 그 알 수 없는 텍스처의 세계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버그 같은 괴물이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놈에게 들키지 마라. 놈은 아직도 무너진 폭풍의 틈새기를 찾아다닐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