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번 국도의 주유소
  • 평가: +5+x

lonesome-wanderer 04/23/15 (화) 20:53:32 #73839164


gas-station2.jpg

내가 본 주유소.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배달부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저기 운전을 많이 하고, 종종 고속도로와는 떨어진 뒷길로 다닐 때도 있다. 나는 밤에 운전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하는 대부분의 경우 내가 길바닥에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올빼미족인 셈이다.

그래서 지난 주에도 야간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가까이 차를 몰고 갔더니 주유소가 하나 보였는데, 편의점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시각이 새벽 2시경이었다. 이런 데서, 이런 늦은 시각에 나 말고 운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이 꺼져 있어야 정상이었다.

나는 기름이 필요해서, 쎄한 직감에도 불구하고 옆길로 빠져나갔다. 다음 주유소까지 아슬아슬하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문명과 멀리 떨어진 곳에 고립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유소 자체는 내가 봐온 어떤 주유소보다도 규모가 컸는데, 야외에 의자가 몇 개나 있는 편의점이 딸려 있었다. 꼭 그 의자들이 다 채워질 수 있는 것마냥.

일단 사진을 찍었다. 이게 뭔가 글타래 소재가 될 거 같았고, 증거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았다.

주유기의 카드 리더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현금을 갖고 가게에 들어갔다. 문간으로 들어서자, 등골이 오짝해졌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온이 10도 정도 곧바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상점 안은 지옥처럼 차가웠다.

내가 들어갔을 때, 계산대의 남자는 제대로 깨어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기름을 얼마나 넣겠냐고 소리쳤다. 나는 그에게 주유비를 지불하고, 잠시 가게를 좀 돌겠다고 했다. 먼 길을 가니 씹을거리가 좀 필요했다. 이미 몇 시간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주유소 핫도그가 평소보다 훨씬 먹음직스러웠다.

어떤 감자칩을 사야 할지 고르고 있는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주유소 뒤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여우나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사람의 비명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비인간적인, 빽지르는 소리였다.

주유소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한테 지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쳤다. 나는 두려움에 마비되어 있었고, 직원이 뭐라 하지 않았어도 그 자리에 굳어 있었을 거다. 직원은 나를 매장에 혼자 남겨둔 채 돌아서서 뒷문으로 나갔다. 울부짖는 소리가 거의 2분 동안 지속된 것 같았고, 곧이어 직원이 다시 걸어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가능한 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뭔가 괴기했고,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과자 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사실 비명소리에 정신이 팔려서, 뭘 제대로 고른 것도 아니었다. 직원은 계산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기름을 넣으러 갔다.

주유소 밖의 공기는 내가 편의점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그런데 편의점 밖에 발을 내딛자마자, 가게 안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 큰 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뒤를 돌아봤더니, 주유소 뒤에 작은 판잣집이 있었고, 그 문에는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문이 쾅쾅 소리를 내며 떨렸다. 판잣집 안의 무언가가 문에 몸을 들이박고 있었다.

나는 쓸데없이 우물쭈물하기 싫었다. 이미 돈은 냈기 때문에, 호다닥 차로 달려가서 주유하고 가능한 한 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

주유소는 395번 국도에서 옆으로 나간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다. 정확히 어딘지는 기억나지 않고, 주유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 어쩌면 애초에 이름이 없었을지도?

limpfirebird 04/23/15 (화) 21:05:56 #87301432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거 같다. 이 이야기에선 초상적인 무언가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기묘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을 뿐이고, 그 일들 모두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한밤중에 영업하는 주유소는, 그냥 그 일대 물동량이 밤늦게까지 영업할 정도로 충분히 많기 때문이겠지. 얘기만 봐선 어디 허허벌판 한가운데 있는 것 같지만, 근처에 네가 모르는 동네나 마을이 있었을 지도 몰라. 네가 국도에서 옆으로 샜던 그 길이 생각보다 훨씬 물동량이 많은데, 그날 밤만 유독 사람이 없었건 걸 수도 있겠다.

추위는 아마 그냥 마음의 속임수였을 거다. 차 안은 따뜻했고, 이미 너는 그 시점부터 편집증 환자가 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떄문에, 의심스러운 것을 더 찾으려고 했을 거다. 네가 밖으로 나갈 때 가게 안의 추위가 밖으로 새어나왔고, 그래서 두 번째 공기가 더 차갑다고 느꼈을 거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온도에 뭔가 으스스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판잣집과 비명은 네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이긴 하지. 하지만 내 생각엔 그것도 아마 착각이었을 거다. 판잣집 안에 있는 것이 기계나 뭐 그런 거였을 수도 있고, 문을 안에서 두들기는 것도 그냥 상상이었겠지. 아니면 개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lonesome-wanderer 04/23/15 (화) 22:48:09 #73806555


그럴 수도 있겠다. 한동안 이 사이트에서 활동했는데, 뭔가 직접 찾고 싶었고, 그래서 별 거 아닌 거에서 그런 걸 읽으려고 했던 거 같다. 아마 그 주유소는 이상한 점이 전혀 없었을 수도 있다. 네 설명이 모두 일리가 있고.

하지만 그 비명소리는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지난 며칠 동안 그걸 잊을 수가 없었다. 개가 그런 소리를 낼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소리 자체가 아주 컸기 때문에, 소리를 낸 것도 그만큼 큰 것이어야 맞다.

혹시 사람이 갇혀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든다. 사람 소리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지, 안 그래?

ellie4 04/24/15 (금) 12:36:44 #91938461


lonesome-wanderer가 갔다는 주유소가 어딘지 찾고 있었는데, 올린 사진하고 일치하는 주유소가 며칠 전에 뉴스에 떴거든. 디테일은 부족하지만, 불과 며칠 전에 거기서 살인-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뉴스였어. 배달부가 봤던 게 초상적인 무엇은 아니었을 수 있지만, 죽을 뻔 했던 건 사실인 것 같아.

살인이 있던 그 순간 피해자가 911에 신고전화를 했어. 녹취록이 짧은데, 그 내용이 충분히 기괴해.

접수자: 911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피해자: 395번 국도 옆의 주유소인데요, 51번 나들목에서 30분 더 가면 있는 곳이고요, 제 차 밖에 뭐가 있어요! 저게, 저게 뭔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주 커요. 크고 화가 났어요.
접수자: 그게 선생님을 위협하고 있나요?
피해자: 차 안에 들어오려고 해요. 제발, 제발 누구 좀 보내 줘요.
접수자: 그게 뭔지 알아볼 수 있나요?
피해자: 아뇨,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고 — 저런 걸 본 적도 없어요. 차창을 무슨 액체로 범벅을 만들어놨는데, 나 어떡해요!
접수자: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지금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피해자: 오, 주유소 직원이 나왔어요! 소총을 들고 있는데, 총을 들어올려서…
접수자: 경찰관이 파견되었습니다.
총성.
접수자: 직원이 그걸 죽였나요?
접수자: 여보세요?

이 전화가 있고 나서 경찰이 나타나기 전에, 주유소 직원이 판잣집에 불을 지르고 주유소 앞문 문간에서 총으로 자살했다는 것 같아. 경찰은 왜 주유소 직원이 개뜬금없이 손님을 쏴죽이고 불을 질렀는지 이유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고. 주유소 주인 부부도 이유를 모르고, 직원이 총을 가지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대.

결국 사건은 누가 갑자기 미쳐서 이유 모를 정신쇠약을 일으킨 것이라고 결론내려졌다는데.

그런데 경찰 보고서에서 다른 데서 전혀 보도되지 않은 디테일을 내가 하나 찾았거든, 웬 발굽자국과 석유가 뚝뚝 떨어진 흔적이 불탄 판잣집에서 시작되어서, 피해자의 차 주위를 맴돌다가, 도로 쪽으로 사라졌대.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