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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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karoff 2019/06/04 (월) 13:11:41 #92422596


야만타우 근방의 정부시설에 출장했을 때의 이야기. 조금 맥빠질지도 모르는 작은 소품이다.

그 날은 옛날 지도를 대조할 필요가 있어서, 10년만에 변방의 지도를 끝없이 맞대면서 한밤중에 출장간 자료실에서 혼자 자료를 뒤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늪에 빠져버린 전차, 소련 정부가 회수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방치된 무기, 냉전시대의 격납고, 잊혀진 셸터, 그런 과거의 유산들이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 끝없이 옛날 지도와 각전자료를 뒤지고 있었다.

그 때 조사하고 있던 지구의 지도는 18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정 주기로 작성되어서 필요한 시설과 흔적을 찾는 단서가 될 것이었다.

지도는 분명히 보관되어 있었고, 정확도의 차이에 죽을 고생을 하면서 메모에 건축물이나 인공물의 차이를 기록하며 사진을 찍어갔다.

길이 생겼다가, 마을이 사라졌다가, 무인지대가 되는가 하면 산이 깎이고. 해를 거듭하며 지도가 바뀌는 가운데 묘한 것이 적혀 있었다. 갈겨쓴 것과 같은 형태로 곳곳에 작게 이렇게 적혀 있는 것이었다.

「구멍」

「예로부터의 카타콤베」

「개의 말로」

「근위」

그런 의미심장한 기술들이 1920년대부터 쓰여지더니, 아무 것도 없는 장소에 마킹이 점점 늘어갔다.

의미도 모르고 기억만 하고 있는 와중, 1980년대까지 계속 늘어나던 것이 1990년 지도에서 사라지고, 1996년 작성된 지도를 마지막으로 새로 추가되는 것은 없어졌다.

다만 1996년 지도 뒷면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못 본 것으로 해라, 부負의 유산이다
그것이 현명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그 뜻을 대뜸 알아차렸지만 일을 안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로 직속상사에게 보고하며 좌표들을 보고서와 함께 제출했다.
상사는 그저 말 없이 보고서의 사진을 찍은 뒤 재떨이 위에서 보고서를 불태웠다.

「넌 임마 이번 주에 시찰이나 나가 있어라」

그대로 나는 우두커니 혼자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부터 나는 1주일간 모스크바에 머물렀던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좌표들, 시체일까, 유산일까, 아니면……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water_deep 2019/06/04 (월) 13:33:44 #92427766


그거 혹시……

이봐, 부의 세계유산Negative heritage으로 등록된 게 어떤 게 있더라?

exchange 2019/06/04 (월) 13:45:27 #92421478


비키니 환초 핵실험지, 포토시 광산도시, 오스트레일리아의 죄수 기록, 원폭 돔, 아우슈비츠…… 외에도 몇개인가 더 있지만 그런 느낌들이다.

그건 도대체 왜?

water_deep 2019/06/04 (월) 13:50:27 #92427766


아니 그 있잖아…… 그게 등록된 이유라고.

NoName 2019/06/05 (목) 00:00:00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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