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피에게

이 짓도 스물세 번째다. 시스템에 로그인하고(다행히 시스템은 지각을 못하더라) 내 개인기록으로 들어간다. 이게 연구원들이 작성한, 내 사망 보고서의 23번째 버전이다. 나는 시스템에 접근을 차단당하지 않도록 매일같이 이 보고서를 삭제한다. 그러면 다시 또 찾아오지.

오 세상에. 오늘의 뉴스다. "████년 ██월 ██일 SCP-████ 격리 실패로 ████ 연구원 사망. SCP-████은 [데이터 말소]함으로써 보안 직원 5인과 연구 인원 2인이 사망함. ████ 연구원은 SCP-████에 잡아먹히던 중에 발견되었으며, SCP-████-2의 전파를 방지하고자 시신은 파괴함."

오늘도 또 새로운 SCP야. 너, 지가 잘난 놈인 줄 알지? 응, 아니야. 그래 맞아, 너한테 말하는 거야, 씨피야, 이 똥이나 처먹을 놈아. 아하, 재단에선 네가 맞은 사람 과거로 보내서 죽이는 총인 줄 알지? 염병 귤까네, 아니잖아 영악한 놈아. 하, 그런 거 아니잖아.


등급: 유클리드 무효

설명: SCP-████는 보라색 장난감 총으로, 베레타 92 9mm 권총처럼 생겼다. 원래는 폼다트를 발사하는 너프건으로 제작되었다고 보이며, A.N.G.E.L이라는 단체의 로고가 새겨졌다. 이 단체는 소설 ████████ 시리즈에 등장하는 국제 군대로, 완전히 가상의 단체로 확인되었다. 해당 시리즈는 청소년 모험소설로서, 시간여행과 연속성 오류를 주요 소재로 이용한다.

대상의 주요 변칙효과가 발현하려면 사람의 손으로 들고 다른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이때 SCP-████는 하얀 섬광을 방출한다. 섬광에 맞은 표적 대상자는 잠깐 동안 뒤로 날아가다가 모습을 감추고, 지난 24시간 이내에 발생한 치명적 사건의 현장으로 이동되어 사망한다. 대상의 변칙효과는 미래 사건의 인과까지 파급하지는 않는데, 이러한 성질을 띠는 원인은 불확실하다. 다만 대상자의 사망 상황이 항상 24시간마다 변화하는 점으로 보아 시간연속성 유지 작용을 타당한 근거로 여김직하다.


너는 아주 새개끼야, 씨피야. 어떤 새끼가 너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그새끼 찾아내기만 하면 바로 너로다가 쏴버려서 진짜로 그새끼 세상에서 없애버릴 거야. 혹시 알아? 그렇게 착한 짓 했는데 누가 칭찬해줄지. 씨발 개좋같은 내 운명.

오늘 첫째 일과도 끝냈으니 다시 방을 나선다. 내가 죽었다는 기록을 다시 지웠으니 이제 두 번째 일과에 착수해야 한다. 나는 항상 손에 총을 쥐고 다닌다. 너같은 개쓰레기 총 말고 진짜 총이야, 믿음직한 우리 친구 45구경이지. 똑똑히 지켜봐 씨피야, 이거 졸라 중요하거든. 내가 보니까 그 D계급들 죽었든 살았든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더라고. 연구실에도 가봤는데 여전히 SCP-████-A 방지 그물 몇 개에 죽어서 썩어가는 D계급들 널려 있더라. 원래 있잖아, 자유롭고 투명하고 반쯤 천하무적인 살인자가 뭐부터 하는지 알아? 살인을 하겠지 뭘 하는데.


대상의 부차 변칙효과, 이하 SCP-████-A는 주요 변칙효과가 일어나고 얼마 뒤에 발생한다. 표적이 사라진 시점과 SCP-████-A 개체가 발현하는 시점 사이의 기간은 대개 표적의 IQ가 높을수록 짧아진다. SCP-████-A는 모종의 독립체로 추정되며 정확한 성질을 가늠할 수 없다. 이 독립체와 의사소통하거나 개체가 존재한다는 시청각적 증거를 확보하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다만 개체가 주변 환경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점으로 보아 물리적 개체 및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는 있다고 보인다.

SCP-████-A가 처음 기록된 시점은 실험실 바깥에 있던 한 보안 요원이 D-████-15가 SCP-████에게 "맞고" 나서 몇 분 이후 조금 밀쳐지는 느낌을 받았을 때이다. 해당 요원은 무언가에 살짝 스쳐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밝혔다. SCP-████-A 개체를 추적 또는 포획하고자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D계급에게 부착한 추적 및 이미징 장치는 예상되었던 바처럼 송신을 멈췄으며, 파괴되었다고 추정된다. 또한 개체를 포획하고자 전기 네트를 설치했으나 네트의 질량이 약간 증가했을 뿐 별다른 결과를 획득하지는 못했다. 특기할 점으로, SCP-████-A는 항상 SCP-████ 실험실 바로 바깥에서 출현한다.


나는 탈출한 놈들을 사람 죽이기 전에 제거하는 짓을 의무 삼아 하고 있다. 괴상한 죽음이 이곳에서는 드물지 않다. 다들 사람들이 왜 죽어나가는지 오만 가지 괴상한 이유를 갖다붙인다. 한 달 전에는 이런 공문도 돌았다. 기지에 "목 꺾는 독감"이 퍼져서 재채기를 너무 세게 하면 목이 우드득 꺾인다더라. 그러니 이 점을 양지하시고 평소에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별 아무 관련도 없는 SCP와 접촉을 피하시기를—

오오, 스키피! 저기 네가 만든 썩을놈의 투명인간이 있어. █████ 박사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데, 지는 내가 보이는 줄 모르나 봐. 빵, 빵, 죽어버렸다. 아무한테도 총소리가 안 들리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시체를 밟고 지나가. 분명히 이것도 네가 시킨 짓이겠지. 나는 다가가서 시체를 끌고 떠나. 아무하고도 안 부딪히게 조심하면서. 좀 있다가 주방 짬통에 버릴 거야. 그러면 그날의 쓰레기들이랑 같이 소각되겠지.

근데 이새끼 아까 보니까 지금 상황 너무 즐기는 거 같더라.


직원 공문, 제██기지 휴게실, ████/██/██: 현재 저희는 제██기지 직원 여러분이 수차례 신고해주신 대로 인간의 체액이나 폐기물이 뜬금없는 장소에서 출현하고 아무 전조 없이 거듭 쌓이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물질들을 분석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험 오류가 자꾸 빈발하는 탓에 현재로서는 정체를 특정해내기 어렵습니다. 해당 현상을 일으키는 변칙개체를 발견한 보안 및 연구 직원은 지체없이 개체를 격리하거나 격리가 불가능하다면 처분하십시오. 이 개체가 생성하는 체액과 폐기물은 모두 잠재적 생물재해 전염 매개체입니다. - 보안부장 ████████


이야 씨피야, 네가 싸지른 짓 좀 봐. 피가 온통 난무한데 다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밟고 지나가. 여기서 진상이 보이는 놈은 나뿐이지, 적어도 몇 시간은. 어휴. 내가 연구원이었을 때는 죽은 D계급 따위 신경쓸 필요 없었어. 시신을 처리해줄 청소팀이야 항상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내가 판사에 배심원에 처형인에 청소부까지 모든 지랄을 혼자 싸그리 다 해치워야 해. 내가 너새끼 얼마나 싫은지 말했던가?

그래, 너는 씨밥새끼야. 적어도 사람 17명은 죽였잖아. 사인은 별 병신같은 이유로 다 처리되고. 기분 좋아? 물론 졸라 기분 째지겠지. 너 분명히 나쁜새끼 되고 싶어서 이러는 거다. 그냥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좋까 씨피 씨발놈아. 난 네놈새끼 내버려두지 않아. 절대 하나도 타협하지 않아. 물론 탈출한 D계급들한테는 대개 내가 잘못했어, 인정. 과학의 이름으로 총 쏘긴 했어. 근데 그놈들 여기서 오만 데 돌아다니는 건 네가 변칙효과 미쳐서 그러잖아. 다른 게 아니고 네가 투명인간 만들어서 그러잖아. 다행히도 중요한 물건에다 딸린 특수 격리 절차는 대개 충분히 안전해 가지고 투명 D계급도 못 뚫기는 하더라. 어휴 SCP-████ 같은 게 븅신 D계급이 격리구역 찾았다고 바로 세상 바깥으로 풀려났으면 대체 무슨 지랄이 닥쳤을지. 근데 씨발 이 D계급 새끼들은 감옥에서 너무 오래 지내가지고 SCP들 훔쳐가는 거 말고도 하고 싶은 거 굉장히 많고 또 투명인간이라서 겁나 술술 하거든. 불쌍한 █████ 박사는 안전상의 이유로 보호처분까지 받고 있어. 좀 죄책감을 느껴봐 이 개놈의 물건새끼야.

내가 널 부숴먹지는 못해도 멈춰세울 수는 있지. 지금까지 탈출한 D계급 열 명 잡았어. 한 열댓 명 더 남았나. 이 지랄 다 끝내면… 그냥 끝이야. 나 내가 "죽은" 그날부터 매일 성격평가를 받아보고 있어. 사이코패스 징후랑 성도착 성향이 자꾸 늘어나더라. 어제는 우리 사랑하는 ████████ 연구원보 샤워하는 자리에 찾아가고 싶어졌어. 너새끼를 연구하라고 나한테 시켰던 ████ 박사랑 █████████ 박사를 다 쏴죽이고 싶어졌어. 아주 말종새끼. 이대로 가다간 나도 대량학살 D계급 되어버리겠지. 작작 좀 해 씨피야. 나를 그렇게 만들어버리게 두진 않아.


부록: 사건기록 ████-A:

████년 ██월 ██일, ████ 연구원이 SCP-████를 한번 "쏴서" 몇 명을 관통하는지 확인하고자 D-████-24 ~ -27을 사용해 실험을 실시했다. 대상을 한번 발사하자 피험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잠시 후 SCP-████-A 개체 하나가 발현했으며, 실험실을 나서던 ████ 연구원을 미처 문밖으로 나가기 전에 밀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때 SCP-████가 우발적으로 발사되었다. ████ 연구원과 SCP-████는 바로 사라졌다. SCP-████는 무효화되었다고 추정된다.


뭐 그래,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아. SCP-███가 안쪽에 어떻게 생겼는지 항상 궁금했었잖아.


이름: ████ 연구원:

(…)

장소: N/A (임무 중 사망)
(…)

부록: ████ 연구원 사망 보고서, ████████ 연구원보 작성: ████년 ██월 ██일, SCP-███가 느닷없이 인간의 위팔뼈를 토해냈으며 분석 결과 ████ 연구원의 뼈로 확인되었다. ████ 연구원이 SCP-████에게 사고를 당하면서 해당 형태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직원 공문, 제██기지 휴게실, ████/██/██: ████년 ██월 ██일 부로 인간의 체액과 폐기물이 쌓이는 변칙현상이 해소되었습니다. 여태껏 해당 현상을 일으켰던 변칙개체가 격리되거나 처분되었다는 소식이 없었던 점을 볼 때 해당 개체는 탈출했거나 자연사했다고 추정됩니다. - 보안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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