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2019/07/19 (금) 11:24:22 #09345864
어린 시절이 오컬트붐 말기 시대였습니다.
골든타임의 심령특집방송 해설자로 기보冝保 아이코愛子 선생이 나올 무렵이라고 하면 어느 세대인지 알 만한 사람 많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심령사진에 관한 특집을 아주 좋아해서, 어깨를 움츠리고 꼬리뼈가 욱신거리는 느낌을 참으면서도 방송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도 나이를 먹게 되면서 공포심의 원인 같은 것이 아련하게 보이게 됩니다. 심령사진 자체의 진위는 차치하고, 심령사진에 찍힐 얼굴이 무섭게 보이게 하려면 요령 같은 것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얼굴은 놀래키는 표정이어야 한다
・얼굴을 왜곡시켜야 한다
・얼굴이 살색이면 안 된다대체로 이 세 가지를 지킨 심령사진은 마음에 남았다는 것으로, 어린 나는 심령사진 작성의 how to를 찾아낸 것입니다.
망령 업계나 심령사진 생산업계에서는 아마 상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제 스스로 그것을 찾아낸 것입니다.
자화자찬해서 송구합니다만, 정말로 핵심적인 에센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언젠가 이것을 활용해 남을 놀래키자 생각하면서도 기회가 없었고, 오컬트붐이 저물면서 그 의욕도 잃어버린 채 세월이 흘렀습니다.
참새 2019/07/19 (금) 11:34:63 #49308847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독립해서 통근에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건축연수는 그럭저럭이지만, 벽지와 마루와 유닛배스까지 전부 고쳐서 겉보기에는 새삥인데, 집세는 또 싸다는 매물을 찾았습니다.
사고매물 검색 사이트에도 걸리더군요. 저야 약간의 괴기현상은 오히려 바라는 성격의 사람입니다만.
보통으로 가구도 갖춰져 있고, 일단 생활거점으로 기능할 둥지를 획득했습니다.그런데 겉보기에 깔끔한 이 방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현관 앞 벽에 구멍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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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까요? 손잡이 달린 뚜껑을 열어 보면, 말 그대로 구멍입니다.
수납용인가 해서 들여다보니 단열재인지 배관인지 같은 것들이 보이고, 공간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그리고 그 너머 상하로 계속되는 것입니다.
네 모서리가 20 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구멍이라, 점검을 위해 일부러 만든 구멍으로 생각되지도 않고, 묘한 토마손적 기구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습니다.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오컬트를 좋아하는 성격의 저입니다. 장난에 불이 붙었지요.
혼자 살기 시작하면 찾아오는 신문 권유나 종교 전도, 방문판매 같은 불청객들에게, 이 맹장처럼 불필요한 기구를 사용해서 불쾌감을 해소하려고 한 것입니다.이 방의 현관은 별로 빛이 밝지 않습니다. 딱 좋은 무대장치로 생각됩니다.
현관문을 열면, 졸린 얼굴로 응대하는 집주인의 뒤로 보이는 벽에 난 부자연스러운 구멍에 매료된 방문자의 시선.
눈이 어둑한 실내에 익숙해지자, 멍하니 고민으로 일그러진 사람 얼굴 같은 것이 보이고, 불청객은 예정보다 빨리 도망치듯이 돌아간다. 이것이 이상적입니다.여기에 와서 심령사진 작성의 how to가 살아납니다. 적당한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낯선 영상편집용 무료 소프트웨어와 격투한 끝에 심령사진을 만들어냈습니다.
처음 만들어낸 공포사진 치고는 좋은 수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데이터는 인쇄한 뒤 지워 버렸습니다만. 이름은 「하나양」はなちゃん으로 했습니다.
다음은 이걸 적절한 크기로 인쇄하고 잘라내 구멍 안쪽, 배관의 그늘에서 얼굴이 보이도록 양면 테이프로 붙입니다.
평소에는 뚜껑이 있다는 구조도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뚜껑을 닫아 놓으면, 퇴근한 뒤 내가 만든 심령사진에 놀란다는 바보짓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준비는 만전입니다. 불청객을 기대한다는 모순된 즐거움을 가슴에 품고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참새 2019/07/19 (금) 11:48:12 #96886501
한 달쯤 지났을까요.
결국 수제 깜짝상자는 한 번도 사용한 일이 없었습니다.
친가에 살 때는 나름대로 귀찮은 불청객들이 방문했는데, 막상 준비를 하고 기다리니 불청객조차 오지 않는다.
뭐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제가 만들어낸 인공괴기현상이 무엇인가 마음에 걸립니다.
제가 만든 공포사진이 실체를 얻어 벽 속에서 기어다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일 픽션이라면 그 플롯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는데, 섬뜩한 사진이 현관 바로 앞의 구멍 속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귀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사진과의 재회는 밝은 시간이 좋다고 생각하여 휴일 대낮에 뚜껑을 열고 「하나양」을 회수하려고 했습니다.
예상이 어긋낫다면 죄송합니다. 이곳의 거주민 여러분이라면 짐작하신 분이 오히려 다수겠지만요.
「하나양」은 구멍 속에 없었습니다.
테이프가 떨어져서 바닥 밑으로 떨어졌는가 싶었는데, 구멍이 너무 작기 때문에 머리를 넣어서 눈으로 확인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뭔가 찍히면 싫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플래시를 터뜨려 촬영을 했지만 그럴듯한 것은 안 보입니다.
아무래도 「하나양」은 없어졌습니다.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하나양」이 있을 수 없는 장소에 재출현했다던가, 세안하다 거울 너머로 「하나양」과 눈이 마주쳤다던가, 그런 것은 현시점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참새 2019/07/19 (금) 11:59:46 #53914432
앞서 말했던 대로 사진 데이터는 지웠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운 기억은 없습니다만, 데이터를 왠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을 첨부할 수는 없겠습니다. 상상에 도움이 되도록, 영상편집 과정을 말씀드릴 테니, 어떤 얼굴인지 상상하실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원본 사진은 롱헤어에 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 표정의 여성의 사진이었습니다.
그것을 잘라내 모노크롬으로 변환했습니다.
오른쪽 눈은 1.2배, 왼쪽 눈은 그것보다 약간 크게 확대해서 비뚤어진 위치에 배치했습니다.
코 아래를 입과 턱째로 늘려서 확대하고,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잡아늘려 소리지르는 표정으로 만든 것이 「하나양」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앞서 말한 대로, 주변에서 괴기현상은 일절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흔히 있는 호러적인 결말이 다가와 주길 바라는 마음마저 듭니다. 침대 밑이나 가방 속에서 「하나양」이 나와 준다면, 또는 그녀가 실체화해서 눈앞에 나타나 신음소리라도 내준다면, 저는 꺄악 비명을 지르며 방을 뛰쳐나가자마자 이사하는 것으로 이 괴담은 끝. 공포체험물로 완결됩니다. 그게 없는 것입니다. 대신 생각나 버립니다. 하나양의 얼굴이.일하다 한 숨 돌렸을 때, 버스 차창에 결로한 물방울이 유리 표면을 달릴 때, 제 방을 나가려고 방을 돌아보는 순간에, 잠들려고 조명을 껐을 때의 잔광 속에, 거기에서 「하나양」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까 설명해드린 대로 「하나양」의 얼굴을 상상하는 데 성공하셨나요.
상상하실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저한테요.
이 글을 거친 「하나양」이 여러분도 아는 것이 되어, 조금이라도 제 안의 그녀가 희석되기를 바랍니다.
원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것이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하나양」의 얼굴을 전달하는 것은 설명 형식밖에 취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여러분, 「하나양」을 기억해 주십시오. 마음의 틈틈이 문득문득 생각나십시오.
가능하다면 어둠 속에서 발견해 주십시오. 그녀의 새하얗고 뒤틀린 소리지르는 얼굴을.어쩌면 그러면 제 안의 그녀는 조금이라도 흐려질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