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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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앤 르위트는 담요를 다시 끌어 올렸다. 11월 밤의 창밖에선 바람이 휘몰아치고, 냉기가 아파트 틈새를 파고들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온기가 빠져나가는 것이고 "냉기"같은 건 없지만, 메리앤은 그런 정의는 진짜 냉기를 겪어보지도 못한 과학자들이나 하는 말이라 자주 생각하곤 했다.

이번 냉기는 별것 아니었고, 양털 담요와 차이 차 한 잔이면 간단히 대처할 수 있었다. 알렉산더 자주 그랬듯이 컴퓨터 탑의 꼭대기에 올라 잠들어있었다. 메리앤은 차를 홀짝이고 단체 데이터베이스를 훑었다.

언어공의 숭배자(Cult of the Wordsmith): 약 250명으로 이루어진 기독교유래 단체. 언어를 말과 글 양면에서 신성불가침이라 여긴다. 글이 쓰여 있는 물체의 파괴를 중대한 죄악으로 여긴다. 바르톨로메오 복음서를 소유. 현재 상태: 통합됨. 위협 등급:없음.

메리앤은 어느 의미로 봐도 꽤 재밌는 삶을 보냈다. 기회가 찾아온 순간 문을 쾅소리나게 닫고 나와, 모태신앙을 버렸고, 해외여행도 몇 번 갔다 오고, 수많은 친구가 죽는 걸 보고, 떠날 때 보다 많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왔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하다 버렸던 신앙을 다시 주워 담았고, 학교로 돌아갔고, 다시 삶에 적응했고, 일거리도 좀 찾았다.

깊이 응시하는 이들(Those Who Gaze Deeply): “신원소(神元素)”, 즉 하나님의 구성물질을 찾으려 하는 유럽 연금술 종사자 무리. 부서진 신의 교단과 연관성이 의심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현재 상태:현존하지 않음. 마지막 활동:1991.

찾은 일거리는 다시금 약간 광신적인 사람들을 쏘는 일이 포함되었었다. 저번과 다른 점은 저번에 그녀가 쐈던 광신자들이 이번엔 동료고, 이번에 쏘는 광신자들은 정말 말 그대로 악마와 어울리는 경향이 있었다.

네필림의 아들들(Sons of the Nephilim):힌두쿠시산맥 내 단일 거주군집 내부에 위치한 약 50명의 개인으로 이루어진 단체. 자신들을 천사존재의 자손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다시 완벽한 상태가 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매우 폭력적이며, 위험한 유물 및 천사적 존재의 유해로 보이는 것을 소지 중. 통합 회담 보류 중. 현재 상태: 활동. 위협 등급:높음.

말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그날의 마지막엔 쇠스랑을 든 뿔나고 발굽 있는 임프와 정화조를 떠다니는 말하는 시체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브램벌리 가족과 추종자들(The Bramberly Family and followers):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위치한 216인으로 이루어진 단체. 중심적인 믿음은 브램벌리 가족의 가장이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고 있으며 이 외계 생명체를 인류를 악에서 구원할 자들로 여기며 다양한 성적 의식을 통해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유물을 소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확인된 적 없다. 세계 오컬트 연합이 거주군집을 급습했다. 현재 상태: 현존하지 않음. 마지막 활동: 1982.

데이터베이스의 항목들을 스크롤했다. 목록에는 600개 이상의 항목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소멸됐거나 해체되었다. 일부는 그들의 믿음에 대한 교리 문답서를 싹 출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수집되었지만, 나머지는 표지에 적힌 선전문구가 전부였다.

익투스교도(Icthians): 미국 북동부 해안을 따라 분포한 작은 점조직들에 약 700명이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단체. 물고기와 수중 생물을 숭배한다. 소유했다고 알려진 유물은 없다. 주목할 만한 사건은 소금의 경전에 바닷가재가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해 분파가 설립된 분쟁(6명의 사상자)과 정어리가 가장 신성한 생선이라는 주장과 함께 45명의 사람이 트레일러 집 하나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다. 현재 상태: 활동. 위협 등급: 최소.

사람들이 "반사교(反邪敎)" 활동이란 말을 들으면 어디에 뛰어들겠는가? 부서진 신의 교회와 다섯째주의다. 프로젝트 말레우스의 요원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자기네 일을 미화하는 걸 장려했다. 메리앤은 몰려오는 톱니인간과 별정신 녀석들과 사투한다는 이야기가 구상의 사기에 기적과도 같은 일을 했다는 것은 인정해도, 전부 좀 심한 과장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메리앤이 하는 일 대부분은 조그만 녀석들을 처리한 것이었다. 거대한 사교는 보통 다른 단체가 처리할 일이었고, 그런 단체들은 이런 놈들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이 있었다. 엄청나게 적은 수의 사교들만 몇십 명을 넘기는 정도였고, 대부분은 유지할 수 있는 권력이 없었고, 결국 죄다 무슨 폭력, 섹스, 아니면 둘 다에 심취했다. 그게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타락한 본성이 아니라고 한다면, 메리앤은 그보다 좋은 설명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오탁자(The Defiled): 108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불교유래 단체. 최소 4개의 변칙적 유물을 소유하고 있음. 일차적 목표는 물리적 우주의 파괴로, 이를 통해 전 인류가 열반에 들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현재 상태: 활성. 위협 등급: 높음.

아, 여기 있네. 메리앤은 오후부터 노트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있었다. 이들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도, 조직도, 종교도. 그냥 적대 단체로, 교회 앞에다가 멋지고 조그마한 고문 장치를 만들어서 천천히 죽이는 게 가능했을 뿐이다. 교회 안의 유물들도 똑같은 꼴을 당했다.

삐빅 화면에 채팅창이 열렸다. 거기 있었네, 예정대로야.

딸깍

“살라흐.” 메리앤은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들겼다.

“안녕. 계획에 변화가 있어.” 메리앤은 살라흐의 억양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중동일 거라 생각하면, 영국 같았고, 영국 같으면 중동 같았다.

“음?”

“걔네 중 3명이 자살했어.”

“비소 의치? 질식 자위? 그 설사하는 거?”

“입속에 숨겨둔 소형 폭탄. 두 명의 피는 튀어서 '좆까'란 글을 썼어. 세 번째는 자포로제 카자크인의 회신 전문이었지. 이건 글자가 엄청 작았고.”

“와우.”

“그걸 어디에 새겨 둘 생각이야. 대단한 책상 장식이 될걸.”

“허, 남은 사람은?”

“한 명. 막 중재에 들어갈 참이었지.”

“나도 곧 마무리야.”

“의사가 다리에 대해서 뭐라고 했어?”

“일주일 더 깁스하래.”

“오, 그래. 뭐, 주님께선 인간의 속임수를 기다려주시지 않으시는 법이지.

삐이이이이이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 사라지는 곳에서 파키스탄 남자는 휴대폰을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었다. 코트는 커다란 울 라인드 코트였고, 어디서 헐값에 구해왔지만, 그보단 훨씬 가치 있는 옷이었다.

그는 임시 감방에 들어가 있는 젊은 여자에게 주의를 돌렸다. 문신은 꽤나 요란했고, 피어싱도 그랬고, 머리카락도 그랬으며, 주변을 뒤덮은 동료들의 살점들은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온갖 악독한 말을 쏟아내며, 카바에 있는 선지자를 어떻게 똥과 월경혈로 그려낼지에 대해 악을 쓰고 있었다.

그는 그런 여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 혈기 왕성한 청년이 더 나이든 자신이 만든 철창을 흔들며, 그 여자의 신성모독보다 크게 소리쳤다. 연기는 그만 둬, 죽여버려. 저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야. 인간 이하라고. 최악의 불신자 새끼라고. 벌레가 파먹고 영혼은 영원히 불 속에서 썩게 하라고. 넌 정당해, 완전 정당하다고. 의식은 진정한 정의를 방해할 뿐이야…

전에도 몇 번이나 그랬듯, 살라흐는 혈기 왕성한 청년에게 그 증오가 어떤 일을 불러왔는지 상기시켰다. 청년은 저항했고, 살라흐보다도 강했다. 그는 바닥에 놓인 가방을 뒤지면서 손을 쉬지 않게 했다. 항상 그랬듯 청년이 철창을 흔들 때마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와 날쌘 혀라는 늙은이의 무기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살라흐는 일어났다. 한 손엔 두껍지 않은 장정된 책을 들고 전에 표시해둔 페이지를 펼치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권총이 있었다.

“관례에 따라, 이 순간에 최후의 속죄를 해도 좋다. 용서를 빌고 싶다면, 그리하도록.”

여자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아주 잘했소.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주님의 앞에서, 난 당신이 열다섯 명의 죽음과 성 안토니우스 성당에 보관 중인 성유물의 훼손에 대해서 유죄라 판결하오. 영원법의 중재자로 임명된 바, 난 이에 따라 사형을 선고하오. 깊은 유감과 무거운 마음으로, 당신과 나의 영혼을 사하실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를 행하오. 마지막으로 남길 말 있소?”

“넌 네가 뭔 스페인 종교재판관 같은 거 같냐?”

살라흐가 안전장치를 풀었다.

“아니,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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