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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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 프레데릭 박사가 책상 뒤에 서 있었다. 리지웨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을 닫았다.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램지는 고개를 돌려 리지웨이에게 얼굴을 보였다.

"왔군, 리지웨이.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네."

"무슨 일입니까?"

리지웨이는 처음 만나는 윤리위원회의 의장에게 아무런 동요 없이 말했다.

"자네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어."

"그건 제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이겠군요."

"그렇지." 램지가 쓰게 웃었다. 리지웨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보 유출이 일어났네."

램지가 담배를 한 개비 꺼냈다. 그가 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본 리지웨이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라이터를 집어 건네주었다.

"고맙군." 그가 불을 댕기고 연기를 한 번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 대부분 민간인이었어. 당국 정부에서 항의가 들어왔네."

"우리가 뭔가 특별히 행동을 취해야 합니까?"

"그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아. 다만 비극적인 사고를 덮어줄 만한 다른 사건을 터뜨려주길 원하지."

두 사람은 침묵했다. 램지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윤리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있나?"

"공리를 지키는 곳이죠."

"맞아. 대부분의 직원들은 우리가 명목을 위한 단체라고 생각하지. 대부분의 간부들은 우리가 재단을 움직이는 인사 권력이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자네가 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어."

"제 생각을 물으시는 겁니까?"

램지는 담배 개비를 입에서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리지웨이는 무감각한 시선으로 그를 마주했다.

"당신은 대리인입니다."

"놀랍군." 램지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대리인이라. 맞아. O5 평의회는 윤리위원회에게 그 역할을 맡겼지. 우리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어서 자신들의 죄책감을 떠넘겼어. 우리는 재단에 있어 그런 존재야."

램지가 담배를 다시 입에 물며 돌아섰다.

"좀 더 인륜적인 방법을 모색한다는 구실 아래 O5 위원회의 결정을 물릴 정도의 권한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알아. 하지만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 가장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잘 알지. 실질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 우리는 그저 그들이 결정한 스위치를 대신 눌러줄 뿐이야."

리지웨이는 그가 담배를 빨아당기는 소리를 미약하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연기가 사무실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과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네."

창밖에 눈이 휘날렸다. 램지가 향하는 곳을 따라간 리지웨이는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의 환영이 보이는 것 같아 움찔했다.

"자네는 그런 사람인 것 같더군."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리지웨이."

램지는 어조를 바꾸며 다시 한 번 리지웨이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지."

흐르는 담배 연기 소리가 울려퍼지는 듯 했다. 리지웨이는 한동안 램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해방되시는 거군요."

"자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램지는 유리창 가까이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리지웨이는 그의 주머니에서 언뜻 번쩍하고 빛나는 열쇠를 보았다.

"내가 할 말은 이걸로 끝이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네."

"그럼, 작별이군요."

리지웨이는 램지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는 오래 지나지 않아 새장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발목에는 문틈에서 흘러나온 연기로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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