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조: 기동특무부대 무호-17 "도시 한가운데"
대상: 제21K격리구역
조장: 무17-조장
조원: 무17-1 / 무17-2 / 무17-3 / 무17-4 / 무17-5
[불필요한 기록 생략]
무17-조장: 이 빌어먹을 좀비 놈이 안개까지 깔아놨네.
무17-조장의 시점으로, 6층 전역에 안개가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인다. 경고등에서 발해진 붉은 빛이 사이에서 드러난다.
무17-1: 냉각기라도 부순 걸까요.
무17-2: 방호복 플러스 안개. 오늘 우리 제삿날입니까?
무17-3: 입 안 닥치면 그렇게 만들어준다.
무17-2: 무서워라.
무17-5: 그분들 여기 있습니다.
무17-5이 조원들을 불러모은다. 무17-5의 시점으로, 온몸에 종기가 났으며 구강을 드러낸 채 사망한 이성민 요원의 시신이 드러난다. 시신은 계단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있다. 그 옆에 인원들이 사망한 채 쓰러져 있다.
무17-조장: …이런 젠장.
무17-1: 시신들은 어떻게 할까요?
무17-조장: 우선 여기 둔다. 그 좀비 새끼부터 재격리하고 난 뒤에 수습해도 늦지 않아.
무17-4이 이 요원의 눈을 감긴다.
무17-4: …잘 가게, 친구.
무17-조장: 흩어져서 찾는다. 2, 3, 제1연구실과 제2연구실. 1, 4, 제3연구실과 인원 휴게실. 5, 너는 나랑 좌측으로 가서 물품형 안전 등급 격리실 확인한다. 생존자 있으면, 우선 아래층으로 옮겨 둬. 5층에 의료진 포진해 있으니까.
무17-3의 시점으로, 제1연구실의 문이 들어온다. 문 앞에 시신이 한 구 쓰러져 있다. 만찬 박사다. 무17-3은 시신을 옆으로 살짝 치우고,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어둡고 정돈되지 않았다. 무17-3이 손전등을 사방에 비춘다.
무17-3: 인기척 없음. 내부에 시신도 없다.
무17-2: 여긴 좀 달라요.
무17-2의 시점으로, 제2연구실 내부가 비친다. 연구실 탁자에 미겔 G. 루데옴 박사의 시신이 엎어져 있다. 무17-3이 제2연구실로 들어온다.
무17-3: 누구 시신이야?
무17-2: [시신을 확인함] 루데옴 박사요. 딴엔 문 아래에 젖은 수건도 밀어 넣고 입과 코도 막은 모양이에요. 이대로만 버텼으면, 어쩌면 우리 올 때까지 살 수도 있었는데.
무17-3: 뭐야, 그럼 왜 사망한 거야?
무17-2이 고갯짓을 한다. 무17-3의 시점으로, 연구실 한구석에 엎어져 있는 격리불가 외무부장의 시신이 들어온다.
무17-2: 정황상 외무부장님이 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서 병원체도 같이 들어온 모양이네요.
무17-3: 뭐— [잠시 멈춤] 마지막까지…
무17-2: 그 외의 이상은 없어요. 실험 중이던 키트가 좀 박살 나긴 했는데, 대피하던 인원들이 떨어뜨린 것 같아요. 숨바꼭질하는 전염병 좀비도 안 보이고—
그때, 갑자기 루데옴 박사의 시신 옆에 위치해 있던 기기 하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기기가 푸른 빛을 발하며, 세기는 점점 커진다.
무17-2: 어, 어어… 이거 왜 이러는 거에요?
무17-3: 모르겠는데. [기기를 확인함] 쌩 처음 보는 계수기인데… 우리가 들어와서 그럴 수도 있어. 일단 나가자.
그때 무17-3의 시야 카메라가 안갯속에서 존재 하나를 포착한다. 존재는 인간형으로, 잠시 문 밖에 머물렀다가 금세 사라진다. 무17-3의 시야 카메라 화면에 노이즈가 발생한다.
비고: 이때부터 전 대원의 시야 카메라가 조금씩 기능 이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무17-3: 방금 뭐야— [교신기에 대고] SCP-994-KO로 추정되는 인간형 독립체 발견. 현재 자우 팀 쪽으로 간 것 같다. 조심하도록.
무17-4: 확인.
무17-조장의 시점으로, 물품형 안전 등급 격리실의 정경이 들어온다. 변칙 개체들의 격리는 눈에 띄게 파기된 점이 없다. 조장은 비상 전원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다.
무17-5: 물품 수 확인했습니다. 추가적 격리 파기 사태는 없습—
둔탁한 소리가 난다. 양성준 박사가 격리실 한쪽에서 달려나온다. 무17-조장과 무17-5가 소총을 들어 올렸다가 양 박사를 확인하고 다시 내린다.
양성준 박사: 오 씨발 신이시여.
무17-조장: 성준, 자네 살아 있었군!
양 박사: 간신히. 젠장, 고든, 자네들이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어. 저 좆같은— [말을 잇지 못함] 저 좀비인지 악마인지 모를 것 특성이 내겐 안 먹히는 것 같아.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지금 정신이 한 개도 없어서 어떡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무17-5의 시야 카메라가 암전한다. 이윽고 다시 복구되나, 화면은 심각하게 왜곡된 상태다. 화면이 정상화되기까지 약 7분간, 신원 미상의 존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세한 내용은 음질이 좋지 않아 파악할 수 없었다. 무17-5는 해당 현상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17-5: 잠복기가 긴 걸 수도 있으니까, 우선 내려가서 검사부터 받아보시죠.
무17-조장: 하성 말이 맞아. 그나저나 혹시 다른 생존자는… 없나?
양 박사: …그래. 그래… 나 혼자만 살았어. [말을 잇지 못함] 내 팀원들 모두 당하고 말았어…
무17-조장: 자책 말게. 우선 자네 목숨이나 걱정해. 그 새낀 염병하는 능력 말고도 흉기를 수두룩이나 가지고 있으니까.
무17-5: 우선 나가시죠. 여기 있지 말고—
무17-4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의 시야 카메라 화면이 암전한다. 그와 동시에, 무17-1의 화면 역시 암전한다. 소리는 왜곡되어 들린다.
무17-3: 방금 자우 아냐? 이런 씨발—
무17-3의 시점으로, 6층 복도가 들어온다. 무17-3의 카메라는 여전히 노이즈가 발생하고 있다. 화면이 일그러져 보이며, 잠시간 [데이터 말소] 무17-3은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양 박사: 뭐야, 방금 누구야?
무17-조장: 자넨 일단 아래층으로 내려가. [무17-5에게] 가지. 무17-4와 무17-1이 위험하다.
무17-5의 시점으로, 안개가 조금 더 짙어진 복도의 모습이 들어온다. 무17-조장과 무17-5이 인원 휴게실로 다가간다. 무17-3과 무17-2가 대기하고 있다.
무17-조장: 놈인가? 4는?
무17-2: 자우 선배님, 그러니까 4도, 1도 보이지 않습니다. 끌려간 것 같아요.
무17-조장: 놈은 안에 있는 게 확실한가?
무17-3: 안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날랜 놈입니다.
안개가 더욱 짙어진다. 대원들의 개인 카메라에 인원 휴게실 내에서 움직이는 인기척이 포착된다.
[데이터 말소]
무17-5: 놈일까요.
무17-3: 그럴 가능성이 높아. 한참 전부터 두 사람 교신이—
무17-3의 시야 카메라 화면에 다시 노이즈가 발생한다.
무17-3: [잠시 말을 멈춤]
무17-5: 왜 그러십니까?
무17-3: 방금 시야 카메라가 오작동한 것 같아서.
무17-조장: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점검상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심하게 방해된다면 빼 둬.
무17-3: 괜찮습니—
다시, 무17-3의 카메라 화면이 왜곡된다. 누군가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판독 결과, 무언가를 읊는 소리로 밝혀졌다. 비명 소리가 이에 겹친다.
동시에, 무17-4과 무17-1에게서 교신이 전달된다.
무17-4: [잡음]
무17-조장: 괜찮은가? 자네들 지금 어디 있나?
무17-1: 소령님, 큰일 났습니다! 공격당했습니다! 미처 대응하기도 전이었습니다!
무17-조장: 그래, 지금 어디야? 심하게 다쳤나?
무17-4: [잡음] 그러나 그들을 죽이지는 못하게 하시고 다섯 달 동안 괴롭게만 하게 하시는데—
무17-1: 소령님, 큰일 났습니다! 공격당했습니다! 미처 대응하기도 전이었습니다!
무17-조장: 뭐?
무17-4의 카메라 화면이 잠시 복구된다. 어두운 실내 탓에 잠시 식별할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진다. 무언가의 형체가 꿈틀거린다.
무17-1: 소령님, 큰일 났습니다! 공격당했습니다! 미처 대응하기도 전이었습니다!
무17-4: [심하게 변조된 음성] 그 괴롭게 함은 전갈이 사람을 쏠 때에 괴롭게 함과 같더라.
무17-3: 자, 잠깐—
무17-1의 발음이 뭉개지기 시작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되풀이된다.
무17-1: 소령님, 큰일 났습니다! 공격당했— [끄르륵거림] 미처 대응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카메라가 활성화되면서 차차 초점이 맞추어진다.
무17-2: …안 돼, 정헌아, 안 돼.
화면은 참수된 무17-4의 몸을 보이고 있다.
무17-4: [끄르륵거림] 그날에는… 사람들이 죽기를 구하여도 죽지 못하고 죽고 싶으나 [끄르륵거림] 죽음이 그들을 피하리로다.
무17-4의 시야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에 의해 바닥과 천장이 번갈아 보이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잠시 뒤 벽면에 부딪히며 이동이 멈추자, 화면으로 무17-1의 시신이 보인다. 시신의 입은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상기한 발화를 반복하나, 더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무17-5: …방금 뭐였죠?
무17-조장: …둘을 잃었다.
무17-2이 벽면을 강하게 친다.
무17-3: 빨리 그 좀비 새끼 확보하죠.
무17-5: 둘의 신호가 휴게실 근처에서 오고 있습니다.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
무17-3의 시야 카메라. 손목에 부착된 개량형 칸트 계수기가 들어온다. 계수기는 인원 휴게실로 향할수록 점점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최대치에 근사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관측된다.
무17-3: 틀림없어.
무호-17 대원들은 즉시 대열을 정비하고 무기를 점검한다. 이때, 무17-조장의 시야 카메라 화면이 잠시 암전한다. 화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복구된다. 조장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17-조장: 진입한다.
무17-5을 필두로, 네 대원이 인원 휴게실 내부로 진입한다. 내부엔 밖보다 안개가 더욱 짙다. 인기척이 포착되나, 명확한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 무17-조장의 카메라에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앞서 무17-3의 카메라에 포착된 음성과 동일하다. 여전히 그 내용은 판독할 수 없었으나, 추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후기 다에바어에서 쓰인 어절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17-조장: [목소리를 낮추어] 무슨 소리 안 들리나?
무17-5: 전혀요. 이젠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도 없—
그때 무17-2의 앞에 어떤 존재가 불쑥 튀어나온다.
무17-2: 으, 으아악!
유정원 요원이 뒤로 물러나면서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해당 존재의 머리를 가격한다. 존재의 고개가 돌아가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대원들이 전부 존재를 조준한다. 이내, 점차 안개가 걷히면서 해당 존재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는 이강수 인사이사관보다.
무17-2: 이, 이사관보님?
무17-2의 시점으로, 이강수 인사이사관보의 형상이 더욱 세밀하게 드러난다. 인사이사관보의 눈은 뜨여있지만, 눈동자의 움직임은 없다. 왼쪽 안구에 구멍이 나 유리체가 흘러내리고 있다. 얼굴 근육에는 경련이 일어난다. 총알 구멍이 인사이사관보의 양복 여러 군데에 나 있고, 사방에 피가 묻어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상처는 가슴에 난 자상이다. 이사관보의 피부엔 종기와 발진이 나 있다. 이사관보의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무17-조장: …이강수 인사이사관보.
이강수 이사관보가 고개를 돌려 무17-조장을 바라본다. 이윽고 목이 꺾여지고, 바닥으로 쓰러진다.
무17-5: 그, 그 새끼가 없습니다. SCP-994-KO가 보이지 않습니다!
안개가 더욱 강해진다.
무17-조장: …속았다.
내부의 안개가 급격히 강해진다. 누군가가 질주하는 소리가 들리며, 동시에 문이 닫힌다.
SCP-994-KO: [해독 불가]
무17-5: 빌어먹을—
SCP-994-KO: [해독 불가]
총소리가 진동한다. 무17-5의 비명이 녹음된다. 안갯속에서 인영이 포착되지만, 뚜렷하지 않다. 무17-5의 개인 카메라에 피가 튀긴다.
SCP-994-KO: [해독 불가]
무17-조장: 하성! 씨발—
무17-조장이 바닥으로 넘어지고, 누군가가 방호복을 우악스럽게 찢어낸다. 조장의 개인 카메라가 안개에 가려진 인영을 포착한다. 창백한 손이 조장의 목을 움켜쥔다.
무17-조장: 이, 이 개자식이—
몸싸움이 이어진다. 잠시 뒤, SCP-994-KO의 변칙성으로 인하여 무17-조장이 힘을 잃는다. SCP-994-KO가 품에서 SCP-994-KO-c를 꺼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이윽고 대상이 이를 무17-조장의 가슴팍에 꽂는다. 조장이 비명을 지른다.
SCP-994-KO: [해독 불가]
무17-3이 안개를 향해 사격한다. 안개가 잠시 걷히면서 SCP-994-KO의 형체가 드러난다. 대상은 즉시 몸을 피하고,무17-조장만 남는다. 무17-3이 조장에게로 접근한다. 조장은 변칙성으로 말미암은 고통으로 호소하고 있다.
무17-3: 조장님! [SCP-994-KO-c를 발견함] 이런 미친—
무17-조장: [힘겹게] 주위… 주위를 경계하게…
무17-3: 네, 조장님. [주위를 둘러봄] 이제 우리뿐입니다.
무17-조장이 대답하지 않는다. 무17-3이 조장의 상태를 확인한다. 조장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무17-3: 조장님!
이때 인영이 무17-3 앞에 다가온다. 무17-3이 고개를 돌려 그 존재를 바라본다. SCP-994-KO다. SCP-994-KO가 눈을 뜨고 무17-3을 바라본다. 다에바인과 유사한 홍채가 식별된다.
SCP-994-KO: [쉰 목소리] 아니, 이제 너뿐이다.
목소리는 대원들의 시야 카메라에 녹음되었던 음성과 유사하다. 무17-조장이 경련하더니, 이윽고 기계로 변하기 시작한다. 무17-3이 재빨리 소총을 들고 SCP-994-KO에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기지만,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탄창이 비었음이 드러난다.
무17-3: …하하, 썅.
SCP-994-KO가 허리춤에서 SCP-994-KO-e를 꺼낸다.
무17-3의 개인 카메라가 파손된다.
22:10에, 전력망이 복구되면서 SCP-994-KO이 6층 복도에서 비활성 상태로 발견되었다. 대상의 흉부에는 SCP-994-KO-f가 꽂혀 있었다. 이는 기동특무부대 무호-17의 행위로 추정되었으나, 추후 조사에서 무호-17 부대원들이 대다수 사망하거나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 밝혀지며 해당 행위자의 신원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SCP-994-KO의 자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스스로 검을 꽂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닌 부위에서 SCP-994-KO-f가 발견되었으므로 기각되었다.
한편 SCP-994-KO의 흉부에서 SCP-994-KO-f를 제거하자, 다음 날 이로 인한 자상은 완전히 원상 복구되었다. 그러나 사건 994-KO.b와 같이 활성화되는 모습은 현재까지 다시 목격되지 않았다.
해당 사태로 인하여 당시 제21K구역 내부 6층과 7층에 위치했던 인원 대다수가 사망했다. 관련자 중 생존한 인원은 무17-2 유정원 요원과 SCP-994-KO 격리 총괄자 양성준 박사뿐이다. 사망한 인원들의 유해는 수습되었고, 6~7층은 방역을 위해 소독 후 폐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