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924-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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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924-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924-KO가 발견되면 기동특무부대 파이-314("ℕ수생")가 개체를 포획하고 대상자를 비롯한 관련 인물의 기억을 소거한다. 제71K기지에 건설된 격리 시설 안팎에 전파 방해 장치를 설치하여 개체가 외부와 통신하는 것을 방지한다. 격리 담당 팀은 하늘을 나는 동물과 관련된 밈을 여러 경로로 광범위하게 우포하여 민간 사회에서 SCP-924-KO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도록 유도한다.

격리 담당 팀은 SCP-924-KO의 발생 원인으로 여겨지는 셰르파교육연구소의 소재를 파악하여 관련 시설을 무력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협조 의사가 있는 SCP-924-KO 개체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감시 하에 원래 거주하던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격리 시설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허용된다.

설명: SCP-924-KO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띠는 생물로, 대한민국의 도시에서 발견된다. SCP-924-KO의 몸은 집고양이(Felis catus), 햄스터(Cricetinae), 개(Canis lupus familiaris) 등 주로 반려 동물로 키우는 포유류의 것이고, 집비둘기(Columba livia domestica)의 날개가 기적술을 이용하여 등 부분에 융합되어 있다. 이 날개를 스스로 움직이거나 투명하게 만들어 숨길 수도 있다. 비행하는 변칙성 또한 보유하고 있지만, 실험의 일환으로 날개가 제거된 개체가 여전히 날 수 있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날개가 해당 변칙성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SCP-924-KO의 수명은 약 15~20년으로, 비변칙적인 동물보다 수명이 대체로 길다. 뇌 중앙에 통신, 데이터 저장, 미약한 정신재해 유발 기능이 있는 칩이 신경 세포와 복잡하게 연결된 상태로 이식되어 있다. 지능은 성인 사람의 수준에 가까우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칩의 메모리에 저장한다.

SCP-924-KO는 만 5~12세 아동(이하 대상자)에게 접근하여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텔레파시를 통하여 들리는 목소리는 대상자의 또래이면서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의 것이다. 대상자가 SCP-924-KO를 두려워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면 의사소통을 포기하고 대상자에게 미약한 정신재해 공격을 가하여 기억을 소거하고 현장에서 벗어난다.

의사소통이 성사되면 SCP-924-KO는 자신은 장래성이 높은 아이를 찾아가 성공하도록 보필하는 '요정'이라고 소개하며 대상자의 공부를 도와 주겠다고 요청한다. 대상자가 요청을 수락하면 SCP-924-KO와 관련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밝히려고 할 때마다 두통을 일으키는 미약한 기아스가 그의 뇌 내에 형성된다.

SCP-924-KO가 수립한 공부 계획의 난도는 대상자 또래의 평균적인 지능과 체력을 고려하였을 때 적합하지 않을 만큼 상당히 높다. 대상자가 도중에 계획 실행을 그만두거나 항의하면 SCP-924-KO는 그의 부모나 진로를 언급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통제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한다. 대상자가 정해진 기간 내에 계획을 완수하면 SCP-924-KO는 자신의 소임이 끝났다고 밝힌 후 대상자의 뇌에 형성된 기아스의 강도를 일시적으로 높여 자신에 관한 기억을 소거한다. 이후 평범한 동물로 위장하여 모습을 감추고 대상자에게서 떠난다.

2021년 1월 7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천근린공원의 쓰레기통에서 개의 몸을 가진 SCP-924-KO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초상동물학부는 둔기에 의한 두개골 함몰이 직접적인 사인인 것으로 보았다. 사체를 유기한 최██(당시 만 12세)의 부모가 3개월 전에 셰르파교육연구소Sherpa Institute of Education라는 업체와 SCP-924-KO와 관련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였고, 해당 업체가 셀레스트(GoI-1000)의 가맹 기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부록 924-KO/A: 특이 사례

2023년 5월 6일 오전 8시 32분 강남경찰서에 한서윤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다. 한서윤의 부모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신의 딸이 사라져 있었다고 증언하였으며, 경찰 당국은 정황상 가출을 의심하고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였다. 이때, CCTV 촬영 기록을 확인하자 한서윤이 고양이 1마리를 품에 안고 집에서 나와 서초역으로 향한 사실이 드러났다. 5월 6일 오전 8시 17분 선릉역에서 전철에 탑승하고 몇 차례 환승한 후 오전 9시 50분 전대·에버랜드역에서 하차한 것이 마지막 기록이었다.

그날 오후 7시 38분 한서윤을 목격하였다는 신고가 용인경찰서에 접수되었고, 오후 8시 42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식당에서 고양이와 함께 있는 한서윤이 포착되었다. 경찰이 접근하자 둘은 도주하기 시작하였다. 20분 가량의 추격 끝에 한서윤과 후에 SCP-924-KO 개체로 밝혀진 고양이(SCP-924-KO-a)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때 셰르파교육연구소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한서윤과 SCP-924-KO-a에 접근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록을 참조하라.

기록자: 유희성 요원

비고: 한서윤과 SCP-924-KO-a를 확보하기 위하여 방재원의 협력을 받고 경찰로 위장하여 유희성 요원과 김현 요원이 현장에 파견되었다. 다음은 그들의 바디캠 영상, 무전 교신, 블랙박스 영상, 관련 인물들의 증언 등에서 발췌한 기록을 종합한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 생략됨]

유희성 요원: 분명 이 근처랬지 않냐? 어디로 간 거지… [혀 차는 소리]

김현 요원: 처음 신고가 들어온 지 이제 30분이 지나가는 상황이니까요. 어쩌면 이미 여기를 빠져나왔을지도 모르죠. 기지에 연락 넣어볼까요?

유희성 요원: 아니야. 한 번만 더 둘러보자. 골목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 같단 말이지. 열 살짜리가 그렇게나 빨리 움직이지는 못할 거고… 그래도 안 보이면 전철역 쪽으로 가보지, 뭐.

김현 요원: 알겠습니다.

[비명 소리가 작게 들린다.]

김현 요원: 어?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유희성 요원: 무슨 소리? 뭔데?

김현 요원: (급하게 차창 너머를 가리키며) 저쪽이에요, 저기! 저기서 났어요. 비명 소리요! 얼른 차 세워봐요!

유희성 요원: 미치겠네, 뭔 상황인 거야?

[유희성 요원이 차량을 길가에 급히 주차하고, 둘은 소리가 난 골목으로 뛰어간다. 비명 소리가 또 다시 들린다.]

김현 요원: 저쪽, 저쪽으로. 저기서 났다.

유희성 요원: 이거 애가 내는 소리가 아닌데? 어른 목소리잖아. 한서윤 맞아?

김현 요원: 얼른 가보자고요, 일단.

[골목을 몇 차례 돌자 검은색 현대 스타리아 옆에 있는 한서윤, SCP-924-KO-a, 사복 차림의 남성 3명이 나타난다. 그 중 1명은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엎드려 있고, 2명은 각자 단봉과 테이저건을 들고 양쪽에서 SCP-924-KO-a에 접근한다.]

남성 1: [신음] 씨발, 씨발… 죽을 거 같아. 머리가…

남성 2: 와 씨, 뭔 놈의 고양이가…

한서윤: (SCP-924-KO-a를 품에 안고) 저리 가요! 가라고요!

남성 3: (남성 1을 보고) 등신 새끼야, 그러니까 미리 약 먹어 두라 했잖아!

유희성 요원: (김현 요원에게 속삭이며) 일단 테이저건 든 녀석부터 처리하고 보자. 우리는 장비라도 착용하긴 했지만, 서윤이는 아니니까. 내가 총 든 놈을 제압하면 네가 다가가서—

남성 3: 시간 없는데 어쩌냐?

남성 2: 아오, 그냥 쏴! 애새끼고 뭐고 일단 잡아둬야지!

남성 3: 에라이…

김현 요원: 선배, 선배! 얼른 움직여야 합니다!

남성 3: (김현 요원의 목소리를 듣고) 씨발, 거기 누구—

남성 2: 어억—

남성 3: [비명 소리]

[SCP-924-KO-a의 변칙성으로 인하여 정신을 잃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유희성 요원과 김현 요원이 순간적으로 두통을 느낀다.]

김현 요원: 끄으으… 왜 우리까지… 선배, 괜찮아요?

유희성 요원: [가쁜 호흡] 아이고… 죽겠다. 난 괜찮아. 저 새끼들은 기절한 건가? 거품 문 거 보니 의식을 잃은 게 맞나 보구만. 잠깐만, 한서윤은? 아, 저깄다!

[한서윤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며 SCP-924-KO-a를 안고 있다.]

한서윤: 누, 누구에요?

김현 요원: 서윤아, 우리는 경찰이야. 부모님이 너랑 머루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셔. 이제 안심해도 돼.

유희성 요원: (작은 목소리로) 머루? 저 고양이 이름이 그거야?

김현 요원: 예, 듣자 하니 서로 각진한 사이였다고 해서요. 분명 이번 가출 건도 저 924-KO 개체가 주도한 거겠죠. (서서히 다가오는 한서윤과 SCP-924-KO-a를 보고) 서윤아, 이 고양이가…

유희성 요원: (작은 목소리로) 조심해라. 저 납치범 놈들처럼 거품 물고 쓰러질 수도 있어.

한서윤: (요원들과 거리를 둔 채로) 어… 안녕하세요. (잠시 침묵) 엄마 아빠도 여기 계셔요?

유희성 요원: 응, 근처 파출소에서 기다리고 계시지. 이제 슬슬 여기로 오실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많이 무서웠지?

한서윤: 전 괜찮아요. 머루가 같이 있어줬어요. 그런데… 머루가 아픈 거 같아요. [잠시 침묵)] 머루가 말을 안 해요. 어떡하죠?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김현 요원: (낮은 목소리로) 몸이 축 늘어져 있는데, 아까 너무 무리한 거 아닐까요?

유희성 요원: 경찰차에 타면 바로 병원에 가봐야겠다. 아마 오늘 무리해서 그런 걸거야. 괜찮을 거야, 괜찮아.

[유희성 요원이 조심스럽게 한서윤에게 다가가는데, SCP-924-KO-a가 텔레파시로 요원에게 말한다.]

SCP-924-KO-a: 저리 가… 가라고… (앞발을 힘없이 흔들어 보인다.)

한서윤: 머루야, 괜찮아?

김현 요원: 머루야, 우리도 네 사정을 알고 있어. 더 이상 셰르파 쪽 사람들에게 쫓기지 않아도 된다고. 저기 저 사람들, 너를 쫓아오던 거 맞지?

SCP-924-KO-a: 그걸 어떻게 알아? (날개를 조금씩 움직인다.)

유희성 요원: 우리는 그런 나쁜 사람들을 잡아서 벌을 주는 일을 하거든. 너같이 착한 애를 자기네 마음대로 이용하는 사람들 말이야. 지난 몇 년 동안 고생 많이 했잖아. 이제는 그런 일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어.

한서윤: 머루야,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우리 지금 아무것도 없잖아. 엄마 아빠도 우리 걱정하실 거고. 그리고… 이러다가 너 죽으면 어떡해? [울음 소리]

유희성 요원: 아이고, 서윤아…

SCP-924-KO-a: 난 어른 못 믿어… 그래도… 어른은… (날개의 형상이 희미해진다.) 알겠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한서윤: 응. (훌쩍임) 빨리 집에 가자.

김현 요원: [안도하는 한숨] (무전기를 들고) 우선 본부에 연락할게요. 동물학부 사람 불러달라고요.

유희성 요원: (김현 요원의 등을 치고) 고생했다, 김현. 저기 정신줄 놓은 녀석들 처리도 부탁할게. (한서윤에게) 가면 수의사 선생님도 계실 거니까 바로 검진 받을 수 있다고 하네. 자, 서둘러 엄마 아빠한테 가자.

한서윤: 머루야, 아프지 마. 응?

SCP-924-KO-a: [희미한 웃음 소리] 노력해 볼게.

기록 종료

제71K기지에 도착한 직후에 진행된 검진 결과, SCP-924-KO-a 뇌에 이식된 칩이 광범위한 정신재해 공격을 일으켜 과부하한 영향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몸을 마비 상태에 빠지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치료 끝에 SCP-924-KO-a는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고, 통상적인 개체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기에 한서윤과 SCP-924-KO-a를 대상으로 한 면담이 이루어졌다.

한편,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 3명은 사나흘 후에 의식을 되찾았고, 셰르파교육연구소에서 급히 고용한 조직폭력배의 일원이라고 진술하였다. 이들은 과거 명천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만큼 초상 세계에 소속된 인물이었지만, SCP-924-KO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일절 모른다고 주장하였다.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하였기에 조사 이후 국가초상방재원에 신병을 인도하였다.


민서안 박사는 SCP-924-KO-a의 행동 분석 결과와 한서윤의 심리 검사 결과를 근거로 하여 SCP-924-KO가 지속적인 관찰하에 한서윤과 지내게 할 것을 제안하였다. SCP-924-KO-a가 셀레스트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에 추후에 셀레스트와 접촉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여 주장하였다.

제안서를 제출하고 일주일 후 윤리위원회에서 민 박사의 제안을 승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SCP-924-KO-a가 한서윤에게 그동안 무해하였지만, 가출과 같은 돌발적인 행동을 유도한 점을 고려하여 이와 비슷한 사건을 또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확증을 얻는다면 문제가 없울 것이라고 밝히었다. 이후 SCP-924-KO-a가 해당 사항을 수용하면서 민 박사의 제안이 실현되었다.




2028년 7월 24일 SCP-924-KO-a가 자연사하였다. 사체에는 변칙성이 없었으며, 화장한 후 유해는 유골함에 담아 한서윤이 보관하기로 하였다. SCP-924-KO-a가 한서윤 일가와 함께 지내면서 주목할 만한 사건은 없었으며, 셀레스트의 접근 시도 또한 없었다. 7월 30일 SCP-924-KO 사후에 처음으로 한서윤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자: 민서안 박사

면담 대상: 한서윤


[기록 시작]

한서윤: 안녕하세요.

민서안 박사: 오랜만이야, 서윤아. 그새 많이 컸네. 이제 중학교 2학년이라며?

한서윤: 네, 그로부터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아직도 그게 엊그제 일 같아요. 뉴스에도 타고, 난리가 아니었죠.

[25초 동안 대화가 멈춘다.]

민서안 박사: 서윤아, 이런 말을 꺼내서 미안하지만… 머루와는 그동안 잘 지냈었니?

한서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그럼요. 머루는 제 좋은 가족이었는걸요. 하나밖에 없는 천사 같은 친구기도 했고요. 모르는 게 있으면 머루가 많이 가르쳐 주기도 했어요. 여행도 같이 가고, 잘 때도 함께 자고, 또…

민서안 박사: 서윤아?

한서윤: 그냥… 미안해서요. 머루한테 해준 게 많이 없는 것 같고… 제가 잘 해 줬는지 모르겠어요. 머루 아플 때 학원 가야 한다는 핑계로 돌봐주지도 못했다고요. [침묵] 너무 미안해요.

민서안 박사: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난 후에 천천히 말해도 돼.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한서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네.

[한서윤이 2분 동안 울다가 심호흡을 하고 진정한다.]

한서윤: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아무래도 미련이 잔뜩 남았었나 봐요. [어색한 웃음]

민서안 박사: 괜찮아. 누군가 죽는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고, 잊기 어려운 일이거든. 나도 가족이나 지인 장례식에 갈 때마다 그랬었고. 그래도 그때 억지로 슬퍼하지 않으려고 하면 오히려 그게 평생 동안 가니까, 가능하면 그때 슬픔을 털어놓고 행복했던 추억을 간직하려고 하는 편이지.

한서윤: 그런가요. 전 아직 그런 경험이 많이 없어서요. 저 아주 어릴 때 할아버지 장례식 간 게 마지막이거든요. 그때 기억은 거의 없고요. 그 후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죽은 건… 머루가 처음이고요.

민서안 박사: 머루는 분명 행복했을 거야. 아직 모르나? 4년 전에 네게 돌아가고 싶다고 한 게 머루가 먼저였을걸.

한서윤: 진짜요? 전 그런 얘긴 들은 적이 없는데…

민서안 박사: 아마 머루는 직접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워낙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서윤이를 도와주러고 무척 노력한 것 같더라고. 그때 정신 연령을 따지자면 머루가 더 많았는데 말이지.

한서윤: 그건… 몰랐어요. 머루는 제 앞에서 투정도 부리고, 가끔은 집에서 눕기만 하고, 다른 사람이 키우는 고양이랑 다를 게 없는 것 같았었어요. [침묵] 생각해 보니 제가 뭘 놓고 가면 하늘을 날아서라도 챙겨다 주려고 한 적이 여러 번이었네요.

민서안 박사: 그렇지? 머루는 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했어. 그러니까, 서윤아.

한서윤: [침묵] 네.

민서안 박사: 너무 죄책감 갖지 않아도 돼. 넌 머루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줬어. 머루도 미련이 없었을 거야. 비록 첫 만남이 그리 좋은 이유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을진 몰라도, 머루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포기하면서까지 너와 지내고 싶어졌다고 했지. 세상에 그 어떤 고양이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겠어?

한서윤: [웃음] 그러게요. 머루도 마지막에 저한테 이렇게 말하긴 했었죠.

민서안 박사: 뭐라고 했는데?

한서윤: "정말 고마웠어."라고요.

[10초 동안 대화가 멈춘다.]

한서윤: 머루는 정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고양이였어요. 저도 머루에게 최고의 친구였겠죠?

민서안 박사: 그럼. 물론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걸.

한서윤: 다행이네요…

민서안 박사: 자, 면담은 슬슬 마칠까? 오랫동안 이야기 나누느라 수고했어.

한서윤: 아니에요, 선생님이야말로 고생하셨는걸요. 맞아, 이거를 드려야 하는데… (가방에서 접힌 종이를 꺼낸다.)

민서안 박사: 그게 뭐니?

한서윤: 이건 머루가 저한테 부탁해서 전해 달라고 한 편지예요. 박사님을 포함해서 재단 직원 분들께 전하고 싶다고 해서요.

민서안 박사: 아… 정말이지. 고마워. 정말 수고했어, 서윤아. 앞으로도 힘내렴.

한서윤: [웃음] 네, 선생님도요.

[기록 종료]

SCP-924-KO-a가 적은 편지는 컴퓨터로 입력하고 인쇄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정말 고마웠다.
내가 죽고 없어지면 계속 서윤이를 지켜주었으면 해.
그 셰르파 놈들도 반드시 잡아내고 말이야.
가능하면 내 가족도 찾아주면 좋겠어. 나랑 꽤 닮았으니까 동생들 몇몇은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때 에버랜드에 못 가게 되어서 미안하다고도 전해줘.
다음에 다시 고양이로 태어나면 그때라도 가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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