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인원: D-0870, 공간변칙부 박성윤 연구원, 기동특무부대 카이-17 "태평양" 소속 백승희 요원
지휘본부: 공간변칙부 김다희 선임연구원
탐사 개요: SCP-870-KO가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탐사. 긴 시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식량과 물이 지급됨.
<기록 시작>
D-0870: [웃음] 제가 선두로 가겠습니다. 박성윤 연구원님.
박성윤 연구원: 세상에…
김다희 연구원: 긴 탐사가 될 것입니다. 내부 구조는 이미 많이 파악되었으니 대화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마시고 올라가는 것에만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고는 25층 단위로 해주시면 됩니다.
백승희 요원: 수신.
[이하 불필요한 내용 생략됨]
백승희 요원: 컨트롤, 현재 25층 도달 완료했습니다.
박성윤 연구원: 헉… 헉… 왜 절 따라오게 한 건가요…
D-0870: [작은 목소리로] 그러게 체력 단련 좀 하시지.
김다희 연구원: 내부 공간이 공간변칙이니까 공간변칙부의 인원이 동참하는 것이 당연하죠. 혹시 특기할 사항이 있나요?
박성윤 연구원: 음, SCP-870-KO는 일종의 자동화된 주머니 차원 생성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계단통 한층 짜리를 만들고 그것을 자동적으로 쌓아올리는 접힌 공간을 만들어내는 변칙적 알고리즘을 이용한 것 같아요. 페인트가 잘못 칠해진 구획이 있는데, 각 층 모두에서 그런 구획이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어요.
김다희 연구원: 흠, '백 룸'류의 공간변칙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형태네요. 주어진 공간을 스스로 복제하며 확장되는 그런 형태의 공간변칙 말이에요.
백승희 요원: '백 룸'이라니, 그런 비전문적 용어가 쓰이니 감회가 새롭군요.
[중략]
백승희 요원: 50층 도달했습니다.
박성윤 연구원: [기침] 쓰읍…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김다희 연구원: 네? 벌써요?
D-0870: 좀만 더 힘을 내보쇼.
박성윤 연구원: …물 있나요?
백승희 요원: 이제 시작한 지 20분 지났습니다.
박성윤 연구원: … 네?
D-0870: 제대로 들은거 맞습니다.
박성윤 연구원: 한시간 정도 오른거 아니었나요?
백승희 요원: 제가 운동삼아 20층짜리 건물을 오르는데, 평균 15분 정도 걸립니다. 내려가는 거 포함이니까 실제론 8분 정도겠군요.
박성윤 연구원: … 사람인가요?
김다희 연구원: [웃음] 그럼 계속 올라가 봐요.
[중략]
백승희 요원: 75층 도달했습니다.
D-0870: 후, 저도 이제 숨이 차네요. 그래도 전보다 체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네요.
김다희 연구원: 저기… 박연구원?
박성윤 연구원: [발작적인 기침] 크억, 컥, 네.. 콜록콜록.
김다희 연구원: 더 특이할 공간변칙적 특성을 발견한 게 있었나요?
박성윤 연구원: 허억, 헉…
김다희 연구원: 숨 좀 고르셔요.
박성윤 연구원: 음… 자세한 건 더 실험해 봐야 하는것 같은데, 올라가면서 생각을 해본 바, 10층마다 있는 버튼은 아마 분리된 두 공간을 잠시 이어주는 웜홀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숨소리] 버튼을 누르면 두 공간이 겹쳐지고, 버튼을 누른 사람을 겹쳐진 두 공간 중 5층의 공간에 둔 채로 다시 원상복구 되는걸로 추정됩니다.
김다희 연구원: 그렇군요.
박성윤 연구원: … 과학도로써 그 실험을 이참에 해보고 싶은데요.
백승희 요원: [웃음]
김다희 연구원: 음, 그런가요?
박성윤 연구원: 절대 힘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공간변칙부의 연구원으로서 궁금한걸 못 참는… 허억헉.. 성격이라 그렇습니다.
김다희 연구원: … 그럼 박성윤 연구원은 이만 복귀하세요. 나머지 탐사는 D계급 인원과 백요원에게 맡길께요.
박성윤 연구원: 이… 이얏호! 수고들 하고!
[박성윤 연구원은 이 시점에서 탐사팀에 이탈하여 복귀함]
D-0870: 저, 저… 아직 에너지 남아있었구만!
백승희 요원: 그럼 저희끼리 마저 올라가죠.
D-0870: 혼자 갈 때보다 훨씬 할 맛이 나네요.
백승희 요원: 원래 운동은 이렇게 둘이서 하는 게 좋습니다. 서로 경쟁도 하고 페이스도 맞추고 하면 의욕도 올라가고 훨씬 수월해져요.
김다희 연구원: 운동이 아니라 탐사입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항상 대비하고 긴장상태를 유지하여야 해요.
[중략]
백승희 요원: 100층 도달했습니다.
D-0870: 와아! 드디어! 헉헉…
김다희 연구원: 특이사항은?
백승희 요원: 음, 벽에 꽤 많은 양의 낙서가 있습니다. 벽에 쓰인 100층 표시에 별표가 다수 쳐져 있고, 트로피 그림도 보입니다.
D-0870: 펜 있나요? 저도 별표 하나 치고 싶은데.
김다희 연구원: 음… 일단 계속 올라가 보죠.
[중략]
백승희 요원: 125층 도달했습니다.
D-0870: 헉… 헉… 특이사항 없습니다.
김다희 연구원: D-0870, 몸 상태는 어떤가요?
D-0870: 힘들긴 한데, 오기가 생기네요. 150층까지는 도전해보겠습니다…
[중략]
백승희 요원: 후… 후… 150층 도달했습니다. 저도 이제는 조금 힘들군요.
D-0870: 콜록, 콜록. 내가 해냈다!
김다희 연구원: D-0870은 이제 복귀하실 건가요?
D-0870: 헉헉, 네. 그래도 백요원님 덕에 많이 도움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승희 요원: 별말씀을요.
[D-0870은 이 시점에서 탐사팀에 이탈하여 복귀함]
백승희 요원: 특이사항으로는… 131층에서 '박민철'이란 서명이 발견되었습니다. 1차 탐사 때 발견된 낙서의 기록과 일치합니다.
김다희 연구원: 그렇군요. 152층에도 하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백승희 요원: 그럼 마저 가볼까요?
김다희 연구원: 300층까지 가능하겠습니까?
백승희 요원: 후, 한번 해봐야죠. 앞으로는 50층마다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중략]
백승희 요원: [거친 숨소리] 200층 도달, 100층처럼 별표 낙서가 있지만 100층에 비해선 적습니다.
김다희 연구원: 건강상태는 어떤가요?
백승희 요원: 후우, 후우… 양호합니다.
김다희 연구원: 무리하지는 말아주세요.
[중략]
백승희 요원: 250층 도달, 특이사항 없음.
김다희 연구원: 300층 진입 시 주의해 주십쇼.
백승희 요원: [기침] 네 알겠습니다.
[중략]
백승희 요원: 헉… 헉… 거의… 도착했습니다. 현재 299층입니다.
김다희 연구원: 소리를 낮추고 호흡을 낮춰 주세요.
백승희 요원: 후욱, 후욱, 지급된 파스도 전부 써버렸습니다. 더 이상은 오래 못올라갈 것 같습니다.
김다희 연구원: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백승희 요원: 알겠습니다… 지금 올라갑니다.
[터벅이는 소리]
백승희 요원: 후우… 도착했습니다. 300층도 똑같이 특이사항 없습니다. 중간에 많이 쉬느라 거의 2시간 정도 걸렸네요.
김다희 연구원: 특이사항이 없다고요?
백승희 요원: 아 잠시만요, 여기 낙서가 있네요.
김다희 연구원: 뭐라고 쓰여 있나요?
백승희 요원: 어… 이렇게 쓰여 있네요. '내가 삼대천의 챔피언이다.'
김다희 연구원: … 네? 삼대천이라고요?
백승희 요원: 변칙 스포츠 업체 아닌가요?
김다희 연구원: 설마 그럼…
백승희 요원: 여기 전체가 하체 조지는 코스였단 말이야?
김다희 연구원: 아이고 맙소사!
백승희 요원: 씨이발 세상에! 쥐! 다리에 쥐났어요!
김다희 연구원: 파스! 파스 붙여요!
백승희 요원: 끄아아! 다 썼다고요!
김다희 연구원: 씨발! 복귀! 복귀해요!
백승희 요원: 커헉 컥! 씨발… 버튼이 너무 높아요! 지금 쓰러져서 일어나기도 힘든데 씨발…!!
김다희 연구원: 힘 좀 써봐요!
백승희 요원: 씨바아아!
<기록 종료>
추가기록: 백승희 요원은 성공적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적절한 치료절차가 시행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