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P-861-KO
일련번호: SCP-861-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861-KO는 제5K기지 표준형 안전 등급 개체 격리함에 보관한다. 실험 시 만들어진 볶음밥은 먹을 수 있으나, 실험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SCP-861-KO 담당 주임이 허가하여야 한다.
설명: SCP-861-KO는 상하폭 9.7cm, 지름 10.8cm 크기의 세탁볼이다. 표면에는 Washing Ball이라는 글씨가 있고, 상하부를 서로 고정하는 빨간 부품을 제외하면 색상은 모두 초록색이다. SCP-861-KO는 돌출부와 구멍 등 다른 세탁볼이 지니는 요소들을 똑같이 가지며, 보통 세탁볼처럼 실제로 세탁할 때 사용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이 기능한다.
SCP-861-KO의 변칙성이 발현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필요 물품 (사람 1명 기준)
- 드럼통이 가로로 된 드럼세탁기
- 밥 6kg
- 베이컨 1kg
- 대파 3대
- 계란 12개
- 간장 50ml
- 소금 1컵 (세제컵 기준)
- 참기름 다량
- 세탁기에 돌릴 수 있는 물품 무엇이든 3kg
- 사람 1명
변칙성 유도 방법
- 밥을 지은 다음 뜨겁지 않을 만큼만 식혀준다.
- 준비한 사람의 피부 전체에 1에서 지은 밥을 바른다. 단 목 위, 손발목 아래는 제외한다.
- 24시간을 기다렸다가 밥을 떼어준다.
- 대파와 베이컨을 썰어주고, 계란을 풀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든다.
-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그 위에다 밥, 베이컨, 대파, 스크램블드 에그를 넣는다.
- 밥 위에 간장을 뿌려주고 SCP-861-KO를 넣는다.
- 세제를 넣는 공간에 소금 1컵을 넣는다.
- 참기름을 덥힌 다음 온수 밸브를 참기름통에 연결한다.
- 세탁 설정을 온수로 하고, 그 이외는 표준형 세탁 설정 그대로 맞춘 다음 세탁기를 돌린다.

제5K기지에서 SCP-861-KO로 볶음밥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는 장면
세탁이 종료되면 SCP-861-KO를 중심으로 공 모양으로 볶음밥이 뭉친 채로 있으며, 빨랫감은 음식이 닿은 곳을 제외하면 더러워진 곳이 전혀 없다. 해당 볶음밥에 위험 요소는 딱히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볶음밥을 먹은 사람들은 다소 짠맛이 세지만 대체로 맛있다고 평가했다. 물품은 그대로 둔 채 양만 바꿔 넣었을 때는 상태의 차이는 있었으나 똑같이 볶음밥이 나왔던 반면, 다른 물품을 대신 투입했을 때는 그 어떤 조합으로도 볶음밥이 나오지 않았다.
발견: SCP-861-KO는 2019년 11월 18일 ██대 근처에서 자취하던 ███의 방에서 발견되었다. 이하는 주요 관계인 2명의 진술이다.
"███ 학생은 2학기 시작하기 며칠 전에 계약했어요. 지난 학기는 기숙사에 살았는데 불편했대요. 방 찾아와서 구경하고 한 번만에 계약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공동주택 갖고 있으면서 오만 군상들을 다 보기 때문에, ███ 학생의 특이한 점이라고 해도 별로 기억나는 게 없어요. 저한테는 그냥 밤늦게 돌아오는 세입자였는데. 뭐 그래도 그 특유의 행동이라는 게 생각이 안 나지는 않아요. 주말 하루 동안에는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방에 온종일 콕 박혀 있고, 먹을 것 택배를 많이 시켰어요. 짜장면이나 치킨 같은 배달음식이 아니라 진짜로 택배를, 식재료 위주로 많이 시키더라고요. 나중에 가서는 쌀포대까지 등장하고. 지금이야 뭐 왜 그러고 있었는지 다 알지만…"
"그날은 아침 일찍 일주일 묵은 재활용 쓰레기 처리하러 나갔는데, ███ 학생이 참기름통을 어마어마하게 들고 나오는 거예요. 머리가 보일락말락할 만큼 잔뜩 안아서. 희한한 광경이라서 참기름을 왜 그렇게 많이 샀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세탁기로 볶음밥을 해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세탁볼은 신기한데 참기름이 이렇게 많이 필요할지 몰랐다, 그런 소리 하면서. 뭔 소리야? 그러니까 옵션으로 주신 세탁볼 말하는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아니 세탁기에 음식을 넣는다는 게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잖아요. 괴상한 소리라서 꼬치꼬치 캐묻다 보니까, 어느 새 학생 방까지 올라가서 세탁볼이랑, 조리도구에 간장통이며 포장하고 남았다는 볶음밥까지 확인하게 됐어요. 보고 나서 금방 경찰에 신고했어요. 이상한 물건이라서보다는, 어떻게 그런 물건이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어서."
"세탁기랑 빨랫대는 옵션으로 제공하지만 세탁볼까지 제공한 적은 없어요. 세탁볼이란 걸 저도 평소에 써본 적이 없고. 전에 살던 학생들이 놔두고 간 물건은 쓸 만한 것 같으면 그대로 놔두기는 하는데, 작년에 살았던 학생이 두고 갔나?1 하찮은 물건이라서 확인만 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는데."
"아! 그런 적은 있었어요. 9월 말에 ███ 학생을 마주친 적 있었는데, 방에 불편한 건 없냐고 예의상 물어보니까 '덕분에 항상 배부르게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등 따습고 배부르게 지낸다는 말로만 알았지, 진짜로 밥으로 등 데우고 배 채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 학생은 뭔 이유로 그렇게까지 해서 밥을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네? 학교 분식집에서 볶음밥 6천원에 팔잖아요. 한번이면 뭐 이해가 가지, 뭐하러 하루 세끼 먹지도 못할 볶음밥을 그렇게 잔뜩 했대요? 거기다 몸에다 밥을 발라가면서?"
— ███, 집주인
"방에는 1학기 끝날 때쯤에 새로 계약했어요. 제 생활 패턴 때문에 통금을 넘기고 과실에서 밤을 지샐 때가 많아서, 비용 좀 감수하고서라도 아예 자취를 하는 게 눈총도 덜 받고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죠."
"첫 빨래를 하려고 세제랑 섬유유연제 있는 데를 찾았는데, 거기 세탁볼이랑 이상한 설명서2가 있는 거예요. 설명도 그렇고 종이 생긴 게 너무 정교하게 되어 있어서, 거지같은 장난치고는 뭔가 좀 수상하더라고요. 직접 해본 이유는 아마도 세 가지였을 것 같아요. 이거 누가 그렇게 썼다고 진짜 그렇게 하는 미친놈이 있다? 는 컨셉으로 글 쓰면 따봉 좀 받겠지 하는 급성 관종끼가 첫째. 계약 조건상 비용만 제가 부담하면 세탁기는 A/S를 부르든 아예 새로 사든 상관없었던 게 둘째. 그렇게 진짜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가 그래도 세탁기 고장내는 게 미안해서 단념하려고 그랬는데, 청소하려고 필터 꺼냈는데 먼지가 회색은 회색인데 간장 같은 갈색을 살짝 띠는 거예요. 설마 이게 진짜 옵션이었어? 그게 셋째가 됐죠."
"첫 금요일에 대대적으로 쇼핑을 했죠. 특히 밥이랑 쿠킹랩이 필요했어요. 밥은 햇반 몇 통 사서 전자렌지로 돌리고, 찜찜하게 하루 종일 안 서 있게 밥 고정할 쿠킹랩도 있어야겠더라고요. 화장실도 안 갈 수 있게 그날 점심은 거르고, 밥 두르고 나서 하루 동안은 물만 조금씩 마셨어요. 그 상태로 관절이 좀 불편하긴 했는데 다른 재료 요리할 정도로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더라고요. 참기름이 안 튈 만큼만 덥히는 작업이 제일 힘들었어요. 시간 돼서 밥 박박 긁어서 이불 넣고 세탁기를 돌리니까, 세탁볼 주위로 고소하고 향긋하게 볶음밥이 만들어져 있었어요. 평소에 짠맛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맛이더라고요. 신기한 정도를 넘어서 너무 당황스러워 가지고, 관심받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싹 사라졌어요. 그날까지 다른 사람한테도 딱히 이 세탁볼 이야기를 했던 적은 없어요. 그냥 조용히 집주인이랑 나랑 비밀로, 신기한 보물로 갖고 있어야지… 그랬는데 이번 주만 한번 더 해야겠다, 딱 한 번만 더 하자, 그러다 보니 아예 매주 정기적으로 하게 됐네요."
"나중에는 볶음밥용 이불도 따로 사고, 즉석밥 말고 더 품질 좋은 밥을 쓰고 싶어서 아예 포대로 쌀을 시켰어요. 건강을 생각해서 볶음밥 샘플을 떼서 간장이랑 소금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지 연구도 해봤어요. 그렇게 황금비를 맞춘 볶음밥이 나오니까 너무 맛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이 비율로만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정작 황금비로 만든 적은 한두 번밖에 없었지만. 설명이 너무 자세해서 다른 재료를 넣어볼 생각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날은 분리수거하는 날이었어요. 귀찮아서 간장통, 참기름통 등등을 계속 쌓아두고 있었는데 더 이상 찬장으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참기름통부터 몽땅 한 아름 안아서 들고 내려가서 분리수거장까지 갔어요. 그런데 마침 분리수거 나온 집주인이, 학생 뭐 하길래 그렇게 참기름통을 많이 들고 나왔냐고 물어보셨어요. 옵션 덕분에 매주 볶음밥 재미있게 먹고 있다고 말하니까 되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예요. 전번에도 볶음밥 잘 먹고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알았다고 하셔서 저는 진짜 옵션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도 갑자기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는 태도시니까, 설명이 계속 길어지더라고요. 그러다 직접 보여달라 하셔서 보여드리니까 당황하시는 걸 보고 그때야 정말 모르시는 걸 알았죠."
"저는 상관없었는데요? 처음 두를 때는 되게 폭신하고 따뜻하고, 나중에 식으면 느낌 좀 찝찝하긴 한데, 어차피 주말에는 밖으로 안 나가니까 너무 불편한 것도 없었어요. 몸이야 어차피 밥 두르기 전에 씻으면 되니까. 전체적으로 저한테는 기분 좋았어 가지고, 그래서 매주 볶음밥을 해먹었어요. 그런 게 취향인가 봐요."
— ███, 세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