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723-KO
등급: 유클리드(Euclid)1
특수 격리 절차: SCP-723-KO에 탑재된 GPS 시스템을 통해 해당 개체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민간의 포획 시도는 즉시 저지되며, 포획 시도가 성공하였을 때 현장요원이 파견되어 관련된 민간인에게 기억소거절차를 시행한다.
SCP-723-KO가 제1임무 완수에 근접했다 판단될 시 우선적으로 재단이 사육중인 알비노 유전병을 가진 흰 까마귀를 SCP-723-KO 주변에 방목하며, 이 방안이 실패했을 시 내부에 심은 고폭탄을 원격으로 작동시킨다. 이때 개체 파괴가 원활히 수행되지 않을 시 세계오컬트연합과의 합동작전이 고려중이다.
설명: SCP-723-KO는 검은 까마귀의 외형을 한 무인기 1기이다. 외형은 전체적으로 큰까마귀Corvus corax Linnaeus와 동일한 모습과 행동양상을 보인다. 내부는 황동 소재의 기계장치로 되어 있으나 표피는 실제 깃털과 매우 유사한 유기질로 뒤덮여 있어 겉보기로 비변칙적 까마귀와 SCP-723-KO를 구별하기 힘들다.
SCP-723-KO은 약 10세 인간 정도의 자의식과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영어와 프랑스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대상은 주변의 모든 물체에 흥미를 느끼며 내장된 카메라로 가능한 모든 물체를 담은 사진을 찍으려 한다. 예외적으로, 대상은 살아있는 검은색 까마귀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때 까마귀에게 다른 색을 칠한 경우 SCP-723-KO는 이를 인지할 수 있지만, 해당 까마귀의 본래 색깔이 검은색이라는것을 인지한 경우 즉시 인식에서 사라지고, 관련된 기억도 잃게 된다. 까마귀를 모방한 물체의 경우 대상은 즉시 온전히 인지할 수 있다.2
SCP-723-KO의 내부엔 톱니장치에 기반한 다양한 초상기술 장비가 집약되어 있다. 각 장비에는 모두 톱니바퀴 정교회의 상징이 각인되어 있었다.
다음은 확인된 내부 제원 목록이다.
- 온전히 작동하는 1종 영구기관
- 걸쇠를 기반으로 한 2진법 연산 장치
- 증기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진동판 기반의 발성기관
- 알 수 없는 소재의 유동적인 금속을 기반으로 한 저장장치(무한한 용량으로 추정됨)
- 원자외선부터 원적외선 영역까지 모두 감지 가능한 필름 기반의 사진기
- 인지기능을 가진 불리언 논리장치
- 최대 10 광년/s로 가속이 가능한 알쿠비에레 워프 드라이브. (비활성화)3
- 고압력 증기 분출식 로켓추진기 (비활성화)
- GPS 추적기(재단과 합의하에 설치됨)
- 원격 수신기가 부착된 고폭탄(대상이 눈치채지 못하게 GPS 내부에 탑재함.)
SCP-723-KO는 위의 장비들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행동양상을 보인다.
- 주변을 날아다니며 가능한 모든 사물을 찍는다.(이때 SCP-723-KO의 특성으로 인해 까마귀에 대한 정보는 수집되지 않는다.)
- 내부의 논리장치가 대상이 검은색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검은색인 물체는 모두 걸러낸다.
- 통과된 모든 자료는 저장장치에 저장된다.
- 1번부터 반복한다.
SCP-723-KO는 위와 같은 행위를 자신의 '제1임무'라고 강조하며 이것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반항심을 보인다. 위 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할 경우 대상은 적대적으로 변하거나 가능한 모든 방법(변칙적 방법 포함)을 동원하여 탈출을 시도한다.
부록 723KO-01: 회수된 기록-지역 신문기사
(이하 내용은 모두 프랑스어에서 번역함.)
회수된 기록01: 프랑스 주간 학회지 1938년 3월 11일자 신문
칼 구스타프 헴펠, 사피르 가맹 몽펠리에 학회를 향해 '의미 없는 짓 그만하라'
지난 7일 시카고 대학의 학자, 칼 구스타프 헴펠은 몽펠리에의 학회장, 뮈리엘 뒤봐가 제시한 귀납적 논증 체계에 대해 '어떤 명제를 귀납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덧붙여 현재 사피르 학회가 계획하는 귀납적 논증 체계는 실질적으로 무의미하고 인력, 시간, 에너지, 그리고 자원 낭비에 불과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몽펠리에 학회는 반발하며 곧 헴펠의 주장을 반박하겠다 발표하였다.
회수된 기록02: 메모장
[알아 볼 수 없이 뭉개진 논리기호들] P: 까마귀 Q: 검다 [판독 불가]
[빗금을 그어 지워진 논리기호들]
(맨 아래에 휘갈겨 쓴 메모) 하하, 애초에 귀납 논증은 연역적으로 풀 수 없어.
귀납 논증은 귀납적으로 풀어야만 해.까악 (입을 벌린 까마귀 그림)
회수된 기록03: 편지
[불에 타 훼손됨]
… 너 예전에 빵집 옆에 있던 성당 기억나? 어릴적에 억지로 끌려간적 있어서 대충 알던 곳인데, 최근 이야기 들어보니 거기 신부가 몇 년 전에 파문당했다고 하더라. 근데 내가 조금 찾아보니까 그 신부는 거기 남아서 매일 밤마다 알수 없는 이교숭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더라. 관련 사람들까지 모아서.
중요한 건, 거기 사람들이 내가 딱 원하던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연산장치를 만들 수 있다는거야. 영국 사는 앨런이랑 이야기 했던 그거 말이야. 앨런은 전기를 이용했지만 이건 그것보다 훨씬 이전의 기계역학에 기반한 시스템이야. 난 현재로써 이게 내 논증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이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내일 정각에 그 성당에서 만나. 십자가 대신 톱니바퀴가 달려있을거야.
그 청사진과 계획서, 그리고 돈가방도 꼭 챙기고.
내일 봐.-뮈리엘 뒤봐
결론: 위 기록에 따르면 요주의 단체 사피르4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SCP-723-KO를 고안하여 톱니바퀴 정교회에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추정된다. SCP-723-KO는 대략 80년간 이러한 자료 수집 활동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부록 723KO-02:발견 기록
날짜: 2019년 07월 11일
위치: 산청군 지리산 중턱의 제82K감시기지
경위: 남쪽에서 약 15 킬로노트로 접근해오는 금속 물체를 재단 레이더가 감지해냄. 초기엔 소형 민간드론으로 간주되었으나 해당 위치에 까마귀 외에 특기할 만한 타겟이 없는것이 확인, SCP-723-KO는 자연스럽게 기지 내에 접근하여 기지 내부를 촬영하기 시작하자 혼돈의 반란의 드론으로 의심되어 즉시 포획됨. 대상은 저항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였고, 간단한 내부 기관 분석과 질의응답 후 면담을 실시함.
부록 723KO-03:면담 기록
대상: SCP-723-KO
면담자: 정가람 연구원
참고사항: 이하 내용은 프랑스어로 진행된 면담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기록 시작>
대상: (날개를 휘저으며 까악거림) 날 내보내 줘!
문이 열리고 면담자가 들어온다
면담자: 안녕, SCP-723-KO, 나는…
대상의 눈이 깜빡이며 면담자를 촬영한다.
대상: (다시 날개를 휘저으며) 날 내보내 줘!
면담자: 아니, 잠깐, SCP-723-KO, 방금 내 사진을 찍은거지?
대상: 그래. 왜? 안돼?
면담자: 그럼 곤란하지, 내가 허락도 안했고, 재단 인원의 얼굴은 2급 보안인가 짜리 비밀이야. 아까 네가 그물에 잡힌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야. 혼돈의 반란에서 보낸 드론이 아니라고 확인은 했지만, 그래도 걔네들한테 잡혀서 우리 정보를 빼앗길 수도 있고.
대상: 상관 없어. 어차피 나 말고는 내 자료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무지무지 암호화 해놓거든. 날 만든 사람이 와도 꺼내볼 순 없을껄?
면담자: 그럼 아무도 보지 못하는 정보를 수집해서 뭐하게? 그럼 아무 쓸모도 없는 거잖아.
대상: (까악거림) 세상에! 넌 내 임무를 모욕했어! 난 아무 쓸모 없는 짓을 하는 게 아니야! 네 놈은 이해하지 못할 거대한 세상의 진리를 파헤치고 있는 거라고!
면담자: 어, 그렇구나. 어떤 거대한 진리를 파헤치고 있는건데?
대상: (날개를 휘저음) 네 놈은 이해하지 못한다! 날 내보내 줘라! 위대한 진리를 구하러 가야한다! 그게 내 제 1임무다!
면담자: 좀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대상은 들은체도 하지 않고 까악거린다.
면담자: (한숨) 그래, 일단…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낸다.)
대상은 날개를 접고 볼펜 사진을 찍는다.
면담자: 또 얌전해졌네, 뭔가 계속 다른 걸 보고 싶구나. 그렇지?
대상: 그래. 그게 내 임무다.
면담자: 저기 보안요원님? 사무용품이나 잡동사니 같은 거 반입 가능할까요?
잠시후 문이 열리며 보안요원이 잡다한 사무용품 무더기를 들고 나온다.
대상: 오! 오! (잡동사니를 보며 계속 사진을 찍는다.)
면담자: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아까 밖의 사람들이 너의 몸 속을 확인했는데, 꽤나 위험한 장비들이 붙어있었어. 보니까 대기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장비도 가지고 있던데.
대상: 아직 쓰지 못한다. 지금은 지구에서 자료 수집만 할 것이다. 그것은 제1임무가 완수될 때에만 다시 활성화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난 지구를 벗어나 온 우주를 떠돌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자료를 모을 것이다.
면담자: 그럼 그게 언제 활성화가 될까? 그러니까 네 제1임무가 언제쯤 완수되니?
대상: 오래 걸린다. 아주 오래 걸릴거다. 그리고 니가 날 여기에 잡아두고 있어서 더더욱 오래걸리게 된다!
대상은 말을 끝내고 잡동사니의 사진을 다시 찍기 시작한다.
면담자: 그럼, 네 임무라는 게 대체 뭐니?
대상: 모든 것을 찍고 분류하는 거다. 기준에 들지 않는 건 삭제시킨다.
면담자: 검은색인지 아닌지? 까마귀 빼고?
대상: 그렇다.
면담자: 뭐하러 그런걸 하는 거지? 그 목적이 있을 거 아니야. 사피르가 너에게 준 목표가 뭐니?
대상: 증명하는 거다. 먼저 이것을 증명해야 내가 제2임무를 수행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달성된다.
면담자: 무엇을 증명하는건데?
대상: (까악거림) 보면 몰라? 까마귀는 검다는 걸 증명하는거다!
면담자: 뭐? 넌 까마귀를 보지도 못하잖아. 넌 말 그대로 까마귀가 아닌 모든 걸 다 찍고 있잖아. 검은 까마귀를 한번도 보지 않고 까마귀가 검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건데?
대상: (날카롭게 까악거림) 바보! 멍청이! 학교에나 다시 가라! 한 명제가 참이면 그 대우는 반드시 참이다! 나를 만든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
면담자: 아, 그러니까, A이면 B이다 라는 명제가 참이면…
대상: B가 아니면 A가 아니다! 이 명제 또한 참이다! 까악! 까마귀는 검다! 검지 않은건 까마귀가 아니다! 까악! 까악!
면담자: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했던 거야? 구글에 검색하면… 아니 그게 아니어도 원래 까마귀는 검잖아.
대상: 중요한 건 내가 그 어떤 까마귀도 보지 않는 것이다! 난 그 어떤 까마귀도 확인하지 않고 이 명제가 참임을 증명해낼 거다. 그럼 날 만든 학자들도 날 자랑스러워 할 거고 그럼 난 드디어 제2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면담자: (헛웃음) 그래서 그냥… 모든 검지 않은 것이 까마귀가 아니란 걸 보이고 있는 거야?
대상: 그렇다.
면담자: 논리…적인 접근은 아니지만, 까마귀 중에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유전병에 걸린 까마귀는 흰색이기도 하다던데.
대상: (눈이 휘둥그레짐) 뭐?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면담자: 그러니까… (휴대폰을 잠시 두들김) 어, 경남 합천에서 흰 까마귀가 발견되었다는데? 찾아보니 이거 말고도 사례가 꽤 있네.
대상: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말도 안돼… 세계 최고의 학자들이 날 만들었어. 그건 거짓말이다! 까악! (흥분하며 면담실을 날아다닌다.) 난 제1임무를 완수할 것이다! 내게 주어진 임무를! 까악! 난 꼭 제2임무를 받아 우주의 진리를 파헤치겠어!
면담자: 워워 진정해!
정가람 연구원이 버럭 소리치자 SCP-723-KO는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 앉는다.
면담자: (헛기침) 그래, 그럼 제2임무가 뭔데?
대상: 알고싶어? (날개를 부리에 가져다 댄다.)
면담자: (고개를 끄덕이며 부리에 귀를 가져다 댄다.)
대상: 까악! 비밀이다! 비밀! (대상이 소리친다.)
면담자: [욕설 편집됨]
<기록 종료>
면담자 주석: SCP-723-KO를 설득하여 내부에 GPS 장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습니다. SCP-723-KO의 제1임무가 완수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더불어 그것이 도중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수된다면 SCP-723-KO는 대기권을 탈출하여 격리에서 벗어나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워프 드라이브의 잠재적인 위험성인 상대론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를 고려한 격리 절차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대상이 그토록 강조하던 제2임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해 보입니다. 내부 자료에는 접근할 수 없어 보이지만, 분석 알고리즘 자체는 단순하고, 쉽게 접근이 가능해 보입니다.
부록 723KO-04: SCP-723-KO 알고리즘 분석 결과
SCP-723-KO의 내부 알고리즘에 접근해서 두 임무의 내용을 해독하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