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707-KO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707-KO는 그 특성상 완전한 격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의 장소에 SCP-707-KO가 출현한 것이 확인될 시 민간인이 최대한 안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이 차선책으로 채택되었다. 재단 인원은 2등급 이상의 허가를 받아 SCP-707-KO 내에 출입할 수 있으나, 내부에서 도박에 참여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한다.
설명: SCP-707-KO는 12층 높이의 도박장(1~6층)과 호텔(7~12층)로 이루어진 고급 카지노 건물을 지칭한다. 대상은 2008년 무허가 카지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재단에 처음 포착되었다. 조사 결과, SCP-707-KO가 위치를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동하는 위치나 빈도는 무작위적이고 불규칙적인 것으로 보이며, 굳이 사람들이 많은 장소가 아니더라도 허허벌판이나 폐허에도 등장한다. 심지어 한 번은 그린란드에 나타난 것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SCP-707-KO 내부에는 500명 정도의 사람들(SCP-707-KO-1)이 있으며,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도박을 즐기며 대상 내부에서 나오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들 모두는 도박에 매우 깊게 빠져 있으며, 재단 인원의 면담에 응하기는 했으나 면담을 하면서도 도박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하단 면담 기록 참고) 또한 노화의 징후를 보이지도 않으며, 배설이나 식사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재단은 여기서 1600~2000년대의 다양한 시간대에 해당하는 SCP-707-KO-1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의 구조나 양식이 현대적임에도 SCP-707-KO-1의 시대 분포가 이렇다는 것은 건물이 자체적으로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SCP-707-KO의 도박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볼 때 인간일 가능성보다는 SCP-707-KO 내에 생성된 형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이 직원들은 오전 12~4시까지 영업을 종료하며 이 시간 동안 모두 위층으로 이동한 후 사라져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면 SCP-707-KO-1은 위층에 딸려 있는 호텔로 이동하여 영업이 종료된 동안 수면을 취한다.
실제로 SCP-707-KO-1들은 수많은 언어들을 구사하는데, 근대 국어, 중국어, 영어, 현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일본어, 로망슈어 등이 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 이상 SCP-707-KO-1들 간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하고, 직원들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직원들은 이들 개체들이 쓰는 모든 언어들을 구사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도박에서 일종의 통역과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도박장의 이용은 전부 실제 미국 달러화를 가지고 이루어지며, 도박의 종류나 방식은 일반적인 도박장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변칙적인 것으로 확인된 것은 ‘경매장’의 존재이다. SCP-707-KO-1들은 소지하고 있는 돈이 다 떨어지면 이 경매장으로 이동하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경매에 내보내 다른 SCP-707-KO-1들에게 팔아 돈을 추가로 마련한다. 이는 옷이나 신발 같은 유형품만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목소리나 지식, 기술 같은 각종 무형물 역시 포함한다. SCP-707-KO-1들은 모두 심각한 도박중독에 빠져 있으며 도박을 계속하려 시도하기 때문에 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팔려고 한다. 이는 심지어 신체 일부를 포함하기도 하며, SCP-707-KO-1들은 도박을 하는 데 필요한 부위만을 남기고 전부 팔아치우기도 한다. 이런 것들도 없는 개체들은 녹음한 노래, 직접 그린 그림, 심지어는 성적 장면이 담긴 매체 등을 팔기까지 한다.
경매의 입찰에는 수많은 SCP-707-KO-1들이 참여한다. 정확히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입찰에 참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도박이 아닌 다른 용도에 돈을 쓰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SCP-707-KO-1들이 낙찰받은 유형품은 즉시 낙찰자의 소유로 넘어가며, 무형품의 경우 즉시 입찰자에게서 사라지며 낙찰자에게 넘어간다. 예를 들어 목소리를 판매한 경우, 판매한 자는 즉시 목소리를 잃게 되며 낙찰자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그 사람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지식의 경우에는 판매자에게서 즉시 사라지고 낙찰자는 그 지식을 그대로 가질 수 있다.
외부인이 SCP-707-KO 내에 입장하는 것으로는 어떤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에서 도박을 한번 시작하면 SCP-707-KO-1이 되며, 끌어내려 하면 심각한 반항을 한다. 강제로 외부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심적 고통과 자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는 않는다. 이는 SCP-707-KO-1들이 단순한 도박중독 때문이 아니라, 밈이나 정신조작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이에 대한 도박중독 치료 실험 승인이 계류 중이다. (면담 기록 참고)
면담 기록 707-KO-1
도박중독 강제 치료 실험에 대한 조사에 있어, 이에 관련된 SCP-707-KO-1 개체 하나와의 면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면담 대상은 자신은 ‘왜란 때 도망치다가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표현하였으며, 자신을 당시 조선 밀양에 살던 진사라고 소개하였다. 실제로 대상은 16~17세기 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가독성을 위해 모든 내용은 번역되었으며, 외래어 음역 역시 전부 현대 외래어로 바꾸었다.
C 박사: 좋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조선 시대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임진년 때 여기로 넘어온 것이고? 그럼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됩니까?
707-KO-1: 레이스1, 100전(錢) 더. 그러도록 하게. 나도 이걸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이깟 잡담 하나 한다고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구먼.
C 박사: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음… 진사라고 하셨는데 그럼 충분히 당시에 능력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707-KO-1: 하! 웃기는군. 기가 막히는구먼.
C 박사: 예?
707-KO-1: 자네한테 한 말 아니네. 아주 기가 막히는 패가 들어와서 그런 거지. 레이스. 50전 더. 이런 소심한 것들. 이렇게 배짱이 없는 것들과 하느니 차라리 하재생(下齋生)2들과 하는 게 낫겠군.
C 박사: 하재생이라뇨? 그럼 당신은 상재생(上齋生)3이라는 겁니까? 아니, 성균관에 있었으면 그야말로 일류 중의 일류 아닙니까? 초시에 못 붙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을 죄다 물리치고 올라와서는 이렇게 도박이나 하는 게 말이 됩니까?
707-KO-1: 하이고, 초시 못 붙고 떨어져서 죽을 때까지 피똥싸며 공부하는 사람 많다는 걸 누가 모르나. 자네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은데, 초시에 붙고 성균관에 들어갔다고 뭐 편한 줄 아나? 성균관은 초시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주 뛰어난 사람들만 걸러서 모아 놓은 곳일세. 그런 곳은 뭐 쉬울 것 같나? 들어오는 200명 중에서 딱 33명만 뽑는데? 카드 한 장 더 주게. 좋아, 훌륭하군.
C 박사: 아니,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그런 경쟁을 하면서 점점 능력이 늘어나고 뛰어난 자는 결국 성공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계속 도박을 하고 있으면 미래에 남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707-KO-1: 걱정 말게. 이것도 이기면 계속 돈이 있을 테니 그만 아닌가. 콜4. 돈이 다 떨어지면 어떤가? 그러면 그냥 경매장에 가서 뭐든지 팔아치우고 다시 돌아오면 될 것을.
C 박사: 아, 당신도 경매장을 사용해 본 적이 있나 보군요. 혹시 팔거나 산 게 있다면 말해 줄 수 있습니까?
707-KO-1: 내가 팔 만한 게 뭐가 있겠나. 천기(賤妓)가 아니어서 노래나 춤은 못 하고, 장인이 아니니 기술도 없고, 환쟁이가 아니니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악공이 아니니 악기도 할 줄 모르는데. 팔아치울 수 있는 게 머릿속에 달달 외운 사서삼경이니 경국대전이니 하는 것 밖에 더 있나?
C 박사: (잠시 침묵) 그럼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죄다 팔아치웠다는 겁니까? 그 대신에 산 건 뭡니까?
707-KO-1: 스트레이트5. 이겼군. 이 째째한 것들과 해서 별 재미는 못 봤다만. 한 판 더 해야겠는데. 아, 뭐라고? 뭘 샀냐고? 소소한 것들일세. 패관 소설을 쓰는 재주 같은 것이지. 물론 노름 때문에 쓸 시간은 없다만.
C 박사: 아니, 지금까지 배운 걸 모두 버리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가져왔다는 겁니까? 혹시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생각 같은 건 안 듭니까? 치료를 받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은?
707-KO-1: 당연히 나는 여기에 중독되어 있지. 그러나 생각을 해 보게. 내가 그 과거를 준비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기서 지내면서 느낀 게 많아. 내가 외우고 써왔던 모든 게 살아가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더군. 다른 모든 양반과 같이 그런 식으로 살지 않은 걸 후회하지는 않네. 창랑지수정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6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C 박사: 프로이트라는 학자는 도박중독을 패배주의와 자기 패배 욕구로 설명했다고 하는데, 혹시 그런 생각 안 드십니까? 세상이 잘못되었다면 바꾸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당신도 그런 마음가짐도 없이 도박으로 패배주의에 찌들어서 그런 거일 겁니다. 치료를 받으면-
707-KO-1: 레이스. 50전 더. 그만 하게. 모르겠군. 나는 어릴 때부터 남을 눌러야 올라갈 수 있는 구조에서 자랐네. 삼대 중 관직을 한 사람이 없으면 양반으로 치지도 않는 구조 속에서 자랐단 말이지. 그런 구조 속에서 자란 내가 그 구조를 바꿀 수 있겠나? 하다못해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나 있을까? 잘못된 걸 바꾸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야겠지. 그런데 경쟁을 해서 성공하고 관직을 받았다면, 그 사람이 무슨 수로 그 경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나?
C 박사: (잠시 침묵) 그래서, 당신은 치료를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거군요. 그걸 바라지도 않고?
707-KO-1: 전혀. 날 내버려 두게. 난 이미 그 곳을 떠났으니. 책 같은 건 집어치우고, 여기서 계속 현실을 피하고 도박이나 하겠네. (카드를 한 장 버림)
(면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