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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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TRA.png

주의

긴급위협전술대응당국

최우선 공지


현재 전세계에서 LK급 "운명의 장난Twist of Fate" 확률부전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면한 위기가 모두 해소될 때까지, ETTRA 인원이 요청하는 사항은 일체 상급감시사령부의 명령에 준하는 의무적 지시사항으로 취급합니다.

현 시점에 SCP 재단 인원 중에서 미신고된 변칙성을 보유했음을 ETTRA 대표인에게 자진신고하는 자는 격리와 기억 소거, 처분 등을 면제합니다. 재단이 존속하려면 시의적절하게 내부 확률매개체를 모두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가 존속하려면 우선 재단이 존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초상성을 지배해야 합니다. 우리 법칙은 머피의 법칙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 ETTRA 국장 댄Dan ████

일련번호: SCP-7000
Level3
격리 등급:
케테르
2차 등급:
상핍
혼란 등급:
아미타
위험 등급:
치명

Lightning.jpg

SCP-7000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대표적인 단세포뇌우.

특수 격리 절차: SCP-7000 관련 격리 활동은 긴급위협전술대응당국(Emergent Threat Tactical Response Authority, ETTRA)이 일체 관할한다. 비-ETTRA 인원은 해당 시나리오와 직결되는 격리 활동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상핍(相逼, inimical) 등급 개체는 격리를 시도할수록 상황이 악화되므로 퇴역시켜야만 하는 변칙개체를 말한다.

모든 재단 인원은 매일 업무에 착수하기 전에 ETTRA 지침서 LK-4 ("내기하지 말기: 업무의 확률변수 세기를 평가하는 법") 을 반드시 검토한다. 어떤 업무가 확률지수 4.9를 초과한다면, 상급감시사령부나 ETTRA, 보안 인가 4등급 이상의 감독 인원 등이 직접 지시했을 때만 실시한다. 파악되는 SCP-7000 효과를 매일 SCiPnet 상의 목록에 일체 기재하며, 추후 공지 시까지는 어떠한 실험 및 작전을 실시하더라도 해당 목록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SCP-7000-1은 중요한 대상이 아니므로 격리가 불필요하다.


WettleDeer.jpg

SCP-7000-1.

설명: SCP-7000은 확률 인자 및 변칙적 우연성이 점진적으로 임의화되는 현상으로, 지구 전역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우주까지 뻗쳐 있다고 보인다. 이 현상은 전면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으나 (만약 종합 업보 부전이었다면 합의된 정상성과 SCP 재단, 인류가 연이어 빠르게 붕괴될 것임) 대신에 여러 상황에 단편적으로 작용한다. 각 인자의 임의화 현상은 정도도 서로 다르고 지속 시간도 다르며 대개 지리적 영향 반경 또한 다른데, 아직까지 뚜렷한 논리적 패턴을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능히 예측가능했던 행동이 터무니없고 이목이 끌리는 결과를 내놓는 사례가 점진적으로 축적되면서, 비밀의 장막이 놀라우리만치 빠르게 퇴락하고 또한 전세계에서 격리 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상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도 밝혀지지 않았다.

SCP-7000-1은 윌리엄 월리스 웨틀(William Wallace Wettle) 박사로, 54세 백인 남성이며 현재 제43기지 반복연구소과 부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웨틀 박사와 SCP-7000의 관계는 4등급 (비밀) 정보에 해당한다.


4+ 등급 인가 증명 확인


본 파일의 이하 내용은 긴급위협전술대응당국 또는 O5 평의회의 명시적 허가 시에 한하여 배포 가능하며, 위반 시 처분함


부록 7000-1, 현상 개요: 2022년 7월 7일 웹크롤러 I/O 로렌츠LORENZ가 사이트 RANDOM.ORG에서 비정상적 행동을 감지했다. 해당 사이트는 온라인 난수 생성 페이지이자 보편 확률의 변동을 탐지하는 지표였다. 원래 모든 프로그래밍 코드가 본질적으로 예측가능성을 띠는 탓에 컴퓨터로는 유사난수만을 생성할 수 있으나, RANDOM.ORG는 자연발생하는 대기 잡음 전파를 변환해 난수를 생성하므로 이 문제를 회피해 진정한 무작위성을 달성할 수 있다. I/O 로렌츠는 매일 이 사이트에서 1 ~ 10, 1 ~ 100, 1 ~ 1,000 세 구간의 임의의 수를 10개씩 요청해 확률 붕괴 경계 신호를 탐지한다. 2022년 7월 6일 요청 결과는 다음과 같다.

9, 2, 6, 8, 10, 4, 7, 7, 5, 10
83, 66, 32, 58, 34, 29, 91, 8, 56, 54
37, 190, 581, 848, 63, 767, 166, 668, 564, 932

2022년 7월 7일 요청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2, 3, 4, 5, 6, 7, 8, 9, 10
1, 20, 30, 40, 50, 60, 70, 80, 90, 100
1, 200, 300, 400, 500, 600, 700, 800, 900, 1000

기상 분석에 따르면 날씨와 무관하게 어떤 대기잡음을 선택하더라도 비임의적이며 규칙이 확연한 수열이 생성되었다. I/O 로렌츠는 즉시 무차별 리다이렉트를 실행해 RANDOM.ORG 난수 생성기의 역할을 자신이 대신했으며, 해당 변칙현상을 규명 및 격리할 때까지 유사난수를 생성 및 민간에 제공하기로 하였다. ETTRA와 분석학부가 이 사실을 통지받았으며, 이내 분석학부는 같은 날 발생한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사건들을 아래 목록과 같이 파악해 해당 변칙현상이 존재운동역학적 사건이며 빠르고 널리 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항목: GoI-003 ('혼돈의 반란') 소속 침입자가 제150구역에서 의문스러운 행동들을 벌이던 중 체포되었다. 이 침입자는 일부 '단계 모음', 즉 반란의 최고위 인원 ('엔지니어') 이 불가사의한 확률예측장치 ('엔진') 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내리는 작업 지시사항을 소지하고 있었다. 단계 22/617은 지정된 두 건물 사이를 아스팔트 도로만을 따라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침입자는 이동 중에 별안간 폭풍을 만나 커다란 우박을 맞고 의식을 잃어버렸다.

반응 행동: 침입자를 구금했으며 현재 심문 중이다. 엔지니어가 평소에 반란 인원 개개인에게 자신의 종합 계획과 최종 목표를 밝히지 않으므로, 이 사건이 애초에 희망했던 결과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목: 현존하는 암호화폐 시장이 갑자기 너나없이 모두 폭락한다.

반응 행동: 없음. 기존 장기확률모델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항목: SCP-179가 혼란스러운 기색을 뚜렷이 나타내면서 주요 방위점에 해당하는 8개 방향으로 모두 팔을 뻗어 위협을 표시한다. 다만 SCP-179가 지구가 아니라 태양권 가까운 위치에 있으므로 이 방향들은 외견적 관계에 그친다.

반응 행동: 사고 이후 태양 탐사선을 대체하는 비용이 몹시 높아졌으므로, 확률 안정 상태를 복구할 때까지 SCP-179와 직접 의사소통은 실시하지 않는다. 제08-C구역에서 원격 감시 중이다.


항목: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이 13분마다 일정하게 분출한다. 기존 분출 간격이 늦어도 1870년부터 65분 ~ 91분 사이에 쌍봉분포하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반응 행동: 해당 구역에서 다른 인원을 철수시키고, 과학적 조사를 명목으로 출입을 통제하여 초과학적 조사에 돌입했다.


항목: 변칙보험사 골드베이커-라인츠 보험 (유)의 다수 저수익 투자상품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수익곡선이 변동한다. 조정 장부가액은 현재 USD로 수억 달러에 이른다.

반응 행동: 골드베이커-라인츠 대표인은 모든 문의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현재 귀측의 정책을 조기 재검토하기를 희망하신다면 저희는 금번의 (귀측에서) 예측치 못한 상황 전개를 기꺼이 직접 논의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실행된 행동 없음. 다음날 투자상품이 모두 폭락해 일체 수익이 상실되었다. 골드베이커-라인츠 대표인은 이후 문의에 대답하지 않았다.

OldFaithful.jpg

옐로스톤 국립공원 출입금지 구역, SCP-7000 발생 중.

ETTRA는 7월 8일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O5 평의회는 ETTRA에게 미신고 변칙성 보유자 면책권을 부여해 재단 인원에게 변칙성 자진 확인을 장려했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존재운동역학적·기적학적 인자가 있다면 이론적으로 시나리오를 완화하는 데 지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 동안 제43기지에서 여러 직원이 출두하여 자신이 보유한 변칙성을 신고했다. 마지막 인원은 윌리엄 웨틀 박사로, 7월 13일 출두했다.

면담 기록

기록자: D. 소콜스키 박사 (ETTRA 국장대행)
면담 대상: W. 웨틀 박사 (제43기지 반복연구소과)


<발췌문 시작.>

웨틀: 박사님이 면담자라고요? 서글서글한 사람들 다 어디 갔어요?

소콜스키: 손 놀릴 수 있으면 맨손이라도 보태야 할 수밖에 없다네. 지금 위기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 아니겠는가.

웨틀: 기분 탓인가요, 위기가 점점 허구한 날 찾아오는데요? 작년만 해도 위기다 뭐다 말이 많았잖아요.

소콜스키: 좋아, 표준 질문이나 그런 것 집어치우고 툭 까놓고 말하지. 이번에 세상이 끝장나는 방법을 또 얼마나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준비해줬는지 그것 때문에 바빠 죽겠으니 시간 잡아먹지 말게. 자네야 시간낭비의 달인에 중증 심기증이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딱 말해서 얼른 끝내도록 도와주게나. 자네가 생각하는 본인의 변칙성이 뭔가?

웨틀: 저는 운이 없어요.

Willie.jpg

윌리엄 웨틀 박사.

소콜스키: 미치고 환장하겠네.

웨틀: 아니 저 진심입니다. 운이 지지리도 없어요. 좋은 일이 저한테 생기지가 않아요. 그렇다고 획기적으로 나쁜 일도 안 생기고요. 뭘 해도 안되는 굴레 속에 갇혀 있어요.

소콜스키: 이 자리는 분명히 숨어 있던 현실조정자 전용 무예약 클리닉으로 아네만? 난 재앙 대응 조정자지 심리치료사가 아니란 말일세.

웨틀: 아니 좀 들어보세요. 저는 반복연구소과에서 일하잖아요? 저도 스스로 저 자신한테 반복연구를 해 봤던 말이에요.

소콜스키: 시시콜콜한 자네 사생활 이야기 따위—

웨틀: 아니 씨 좀 들어보라고요 네? 아니다 그러면… 제가 직접…

<웨틀 박사가 실험실 가운 주머니에서 무언가 천천히 꺼낸다. 주머니 보풀 뭉치 세 조각, 플라스틱 병뚜껑, 가운 단추, 압핀 (엄지를 찌르는 채로), 캐나다 25센트 동전 차례로 물건이 나온다. 웨틀 박사가 엄지를 잠깐 빨았다가 동전을 엄지 위에다 놓는다.>

웨틀: 이걸 던져 볼게요.

<웨틀 박사가 동전을 튕긴다.>

웨틀: 앞면.

<동전이 천장 타일에 턱 달라붙는다. 웨틀 박사와 소콜스키 박사가 잠시 동전을 바라본다.>

소콜스키: 어떤 놈이 천장에다 껌을 붙여놨어?

웨틀: 좋아요, 저건 됐고. 1부터 10까지 숫자 중에 하나만 생각해보세요.

소콜스키: 그래.

웨틀: 10.

소콜스키: 아냐.

웨틀: 3.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5.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1.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9.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8.

소콜스키: 아냐. 장난치지 마.

웨틀: 3.

소콜스키: 했잖아, 3은.

웨틀: 4.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2.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6.

소콜스키: 아니야.

웨틀: 7.

소콜스키: 아냐. 아 미안, 맞아. 젠장. 황홀할 정도구만.

웨틀: 또 보여드릴게요.

소콜스키: 또 보여주지 말게. 다른 데이터는 있나?

<동전이 떨어져 웨틀 박사의 머리에 얹힌다. 웨틀 박사가 동전을 떼어내려 머리카락에다 손을 댄다. 동전은 껌이 붙은 탓에 떼어지지 않는다. 웨틀 박사 한숨.>

웨틀: 동전을 튕긴 결과를 20년 동안 기록했죠. 한 번도 맞혀본 적 없어요.

소콜스키: 한 번도?

웨틀: 단 한 번도요. 그리고 이거 보이죠?

<웨틀 박사가 머리카락을 가리킨다.>

웨틀: 제 인생 전체가 이랬어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쭉 이런 식이었죠. 어떤 결정을 내려도 실수로 끝나요. 잘못될 가능성이 있으면 항상 잘못돼요. 변칙현상에 하도 많이 노출당해서 이제는 일주일 E등급 격리 조치도 안 받아요. VKTM한테는 몇 번을 납치당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주도권도 없고 통제력도 없어요. 다른 사람은 앞으로 가는데 나만 멈춰 있어요. 어느샌가 발이 선로에 끼어 있거든요. 저는 음성 확률 침강이라고요.

소콜스키: 남들한테도 영향이 가나?

웨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직원들한테 몇 가지 의식을 시켜서 운을 복구시켜요. 덕분에 저한테서 여파를 맞지는 않나 봐요. 이것 때문에 따로 논문도 쓸 작정이었죠. 앞으로 격리실에서 쓸 줄 알았는데.

소콜스키: 그래, 그거 말이네만. 이런 일을 왜 지금에야 밝혔나? 평생 비밀로 간직해도 될 텐데. 웬만한 사람들 전부 자네를 그냥 어설픈 멍청이로 알지 않나. 나도 자네가 그냥 어설픈 멍청이라는 실험적 증거가 잡혔다고 생각할 테고.

Sokolsky.jpg

소콜스키 박사.

웨틀: 그야 지금 같은 상황이 더 악화된다 하면, 무작위가 더는 무작위가 아니고 예측가능성이 더욱 미쳐 날뛰면 어느 날은 제가 최상층 엘리베이터에서 걸어나오자마자 버스에 치일지도 모르니까요.

소콜스키: 버스는 여기 안 다니잖나.

웨틀: 원래 제 불운이랑 우리의 불운이랑 합치면 무슨 예외가 생길지 모르잖아요.

소콜스키: 흐음. 이거… 잠깐만 있어 봐. 자네 동전 튕기기를 기록한댔는데.

웨틀: 그랬죠.

소콜스키: 지난주에 변동은 없었나?

웨틀: 그럼요. 똑같이 다 틀렸죠. 하나도 빠짐없이.

소콜스키: 하나도 빠짐없이라.

웨틀: 맞아요. 왜요?

<침묵.>

소콜스키: 지금까지 우리가 기록했던 확률변칙현상이 모두 136개. 자네가 방금 137번째가 되었다고 말해주겠네.

웨틀: 잘됐네요. 그런데요?

소콜스키: 윌리, 불쌍한 자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네가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네.

<발췌문 끝.>

소콜스키 박사는 이상의 현상을 설명하고자 잠정적 가설을 구상했으며, 이때 웨틀 박사가 기존에 내렸던 결론을 일부 거부했다. 소콜스키 박사는 의문점을 규명하고자 짧은 비공식 면담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주요 면담 대상은 제43기지 직원이었다.

면담 대상: 해롤드 블랭크Harold Blank 박사 (제43기지 기록수정과장)

소콜스키: 자네 웨틀이랑 친구 맞나?

Blank.jpg

블랭크 박사.

블랭크: 친구라고 하면 가서 뭐라 하시나요?

소콜스키: 아냐 해리, 굳이 위 윌리 웨틀 그 친구하고 말 섞을 필요 없는데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블랭크: 그런가요? 네, 맞아요. 친구죠.

소콜스키: 어떤 의미에서?

블랭크: 웨틀이 저를 졸졸 따라다니고, 제가 웨틀을 놀려먹고, 웨틀이 갑자기 넘어지거나 이상한 거 밟고, 제가 일으켜세워주거나 의무대 불러주는 사이죠. 기브 앤 테이크 관계예요. 웨틀이 저한테 두통을 주고 놀림을 받아가죠. 일종의 어색한 콤비랄까요.

소콜스키: 글쎄다. 자네 그 친구 많이 닮기도 했는데.

블랭크: 예?

<소콜스키 박사가 블랭크 박사를 가리킨다.>

소콜스키: 머리도 크지, 수염도 이상하지, 안경은 아빠 거지. 스타일이라곤 모르잖나.

블랭크: 조용히 좀 해요.

소콜스키: 그 친구도 자네 생각 많이 할걸세. "저 녀석이랑 나랑 다를 바가 없는데. 어떻게 쟤는 자리도 더 나은 데고, 친구도 더 많고, 부인도 진짜 인간이고, 내 부인은— "

블랭크: 그 부인이 뭐든 간에 그만 듣고 싶네요.

소콜스키: 요점은 뭐냐, 행운의 여신이 은총을 내려서 자네가 그런 인간이 안됐다는 말이지.

블랭크: 신의 은총이라는 게 있다면 아무 은총이라도 받는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가끔 딱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웨틀은 자기 지위에 걸맞게 살 줄 몰라요. 똘빡이라니까요.

소콜스키: 혹시 웨틀이 바보짓을 주구장창 저지르는 걸 변칙활동의 관점으로 생각해본 적 없나?

블랭크: …한 두 번쯤 의문을 품어본 적은 있죠.

소콜스키: 터뜨려 보게.

블랭크: 네, 아주 제대로 터졌죠. 제 결혼식 있잖아요, 지난달에.

소콜스키: 아, 맞네. 홍수 났던 거.

블랭크: 몇십 년만에 처음으로 작업부츠 안 신고 나갔는데.

소콜스키: 두 번째는?

블랭크: …그 친구 전처 이야기 해드렸던가요?


면담 대상: 마르게리타 비야르Margherita Villar (민간인)

비야르: 멍청게 수산Silly Crab Productions이란 회사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요.

Margherita.jpg

마르게리타 비야르.

소콜스키: 조만간 들어보실 겁니다! 저희도 이제 막 이쪽 업계에 발을 들이민 상황이라서 말이죠.

비야르: 어쩐지 그런 거지같은 사람을 전문가랍시고 채용해가는 이유가 있었네요. 대학에서 무슨 학위 땄다고 자랑질하던가요? 그 사람이 박사과정에 입학한 건 순전히 저희 아버지가 기부금을 많이 냈기 때문이죠.

소콜스키: 웨틀 씨도 큰 거 하나 기부하셨잖습니까? 무슨 말인지 아시려나 모르겠네.

비야르가 소콜스키 박사를 잠시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비야르: 좋아요, 꽤 재밌었네요. 5분 내로 끝내주세요.

소콜스키: 고맙군요. 자 그러니까, 저희가 웨틀 씨 배경조사를 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털어서 먼지가 나오는가 살펴보는 거죠, 파파라치가 웨틀 씨 옛날 트윗을 캐내거나 해서 회사가 난처해지면 안되잖아요.

비야르: 그 사람이 애초에 트위터를 쓰나 모르겠네요. 원래 뭘 해도 지지리도 못하는데 기계 만지는 건 지지지리도 못하거든요.

소콜스키: 좋아요, 그 말씀 기억해두겠습니다. 혹시 성격은 어땠나요? 전 남편은 이런 사람이었다 하고 표현할 수 있나요?

<침묵.>

비야르: 전 남편은 자기만 아는 도대체 쓸모가 없는 자식이었어요, 바실리예프Vasilyev 씨. 지금이라고 별로 나아졌을 리 없어 보이는데요.

소콜스키: 오호. 그다지 기대하던 대답은 아니군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나요?

비야르: 신혼여행 가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실수로 제 니콘 카메라를 떨어뜨렸을 땐 괜히 얼굴 안 붉히고 넘어갔어요. 아버지 70번째 생신에 쓸 케이크에 얼굴을 처박았을 땐 그냥 이런 일도 생기나 보다 했어요. 그 사람이 2주 동안 실수랍시고 자기랑 아무 상관 없는 회사에 2주 동안 출근했다, 전혀 눈치 못 챘다, 아무도 말을 안해줬다, 그래서 짤렸다 해서 제가 재취업했을 때? 그냥 눈감아 줬어요. 그런데 차 사고는…

소콜스키: 차 사고요?

비야르: 그 사람 탓은 아니에요. 사고가 그 사람 탓은 아니라고요. 그때 빡돌았어요, 저는. 물론 그 사람한테 빡돌았단 말이죠. 원래도 떠오르기만 해도 천불이 났지만, 양탄자에 똥 싼 강아지 같은 얼굴로다가 참 믿을 만한 개소리를, 아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청바지 끝을 잔디깎이로 잘라버린 건 본의 아니게 그랬다고, 일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그것도 우리 집이… 무슨 이야기 했더라…

소콜스키: 차 사고 나셨다고.

비야르: 아 맞아요. 차 사고. 그 사람 때문에 완전히 빡쳐서… 이유는 뭔지 기억 안나네요, 여하튼 그때 눈앞이 온통 시뻘개지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보니 실제로 시뻘건 신호등은 안 보였더라구요. 미니밴 옆구리를 세차게 박아버렸죠. 면허도 날아가고 차도 날아가고 직장도 날아갈 뻔하고… 남편이 날아갔어요. 퇴원하고 다음날에 그 사람이 먼저 처 떠나가겠다고 말했죠.

소콜스키: 세상에나.

비야르: 상상이나 가세요? 다친 걸 보고도 남 탓이나 하다니. 진짜 책임감이 눈꼽만큼도 없다니까요. 그 사람 없으면 훨씬 잘 살 뻔했고 지금 잘 사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느껴지진 못했어요. 보건 시스템이 캐나다에서야 무료지만 여기서는 돈 깨지고 인생 깨지니까요.

소콜스키: 이해합니다. 말씀해주신 점들 모두 고려해서 웨틀 씨 고용 여부에 반영하겠다는 점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야르: 잘됐네요. 아무리 물에 빠져서 잡을 지푸라기라도 필요하다 해도 애초에 믿을 지푸라기를 잡으셔야죠. 그 사람 없으면 회사도 훨씬 잘 살걸요.


면담 대상: 가브리엘 오코너Gabrielle O'Conner (제43기지 반복연구부 보조연구원)

소콜스키: 웨틀 박사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 좀 해주게.

오코너: 어엄.

소콜스키: 괜찮아, 웨틀 박사 인가 등급 넘는 파일에 적으려고 하거든.

오코너: 우와. 그거 좀… 심술궂은데요?

소콜스키: 아무렴 어때, 부부장 뒷담 좀 까봐. 날이면 날마다 생기는 기회가 아냐.

Replication.jpg

오코너 연구원과 웨틀 박사.

오코너: 네, 저… 저야 싫다는 말씀은 아니고요. 박사님이 심술궂은 짓 당하는 거야 꽤나 자연스런 결과죠. 사람이 그렇게 인정머리 없을 수가 있나? 커피포트에서 커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뽑아내고 새로 타지도 않고 휭하니 나간 거 몇 번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소콜스키: 혹시 모르지, 자기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해서…

<소콜스키 박사가 웃는다.>

소콜스키: 이거 참 나도 말을 하면서도 말 같지가 않구만.

오코너: 그렇다니까요. 근데 변명이 더 가관이에요. "내가 탄 커피 마시면 콩 중독 걸린단 말야."

소콜스키: 콩 중독이라니.

오코너: 그러니깐요. 그딴 게 세상에 어딨냐고요. 치사한 짓을 하려면 스스로 인정을 하든가. 치사한 짓 변명을 치사하게 하냐고요. 괜히 사탕발림이야.

소콜스키: 하긴 그렇지, 치사한 커피가 단맛 나 봐야 소용없지. 자네는 웨틀이 운 없는 사람이라고 보나?

오코너: 업보가 쌓였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그런데, 일리 있는 말씀이에요. 바스한테 가서 말씀해보세요. 그것 땜에 연구 중이랬거든요.

소콜스키: 바스?

<오코너 연구원이 얼굴을 붉힌다.>

오코너: 르블랑 연구원이요.


면담 대상: 바스티앙 르블랑Bastien LeBlanc (제43기지 반복연구부 보조연구원)

소콜스키: 가비가 나한테 자네가 웨틀 때문에 특종 한 방 터뜨린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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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틀 박사와 르블랑 연구원

르블랑: 갑자기 무슨 50년대 신문팔이처럼 말씀을 꺼내십니까?

소콜스키: 웨틀이 행운 변칙성 이야기를 꺼낸 적 없던가?

<침묵.>

소콜스키: 벌써 말했네. ETTRA로 찾아왔어. 면책 때문에.

르블랑: 뭐랄까 처음엔 저도 진짜라고 생각 안했거든요? 거기다 사람이 원래 저보다 냉소적이시니까…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더라고요.

소콜스키: 그럴 이유가 있었나?

르블랑: 그런가 봅니다. 웨틀 박사님은 자기가 불운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 생각해요. 불운이 남들한테 묻어나지 말라고 나름 의식까지 치르죠.

소콜스키: 그 말도 들었네. 자네는 일리 있다고 생각하나?

르블랑: 딱 한 가지는 알겠어요, 그것 땜에 걱정하고 있는 거.

소콜스키: 자네 여자친구는 웨틀이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나 보네만.

<르블랑 연구원이 민망해한다.>

소콜스키: 웨틀이 자기 직원들 연애하는 거 문제 삼진 않던가?

르블랑: 한 달밖에 안되긴 했는데 아무 말씀도 하신 적 없어요. 애초에 말씀하고 싶어할까요? 박사님은… 물론 멍청하기는 해도 인정사정 없는 분은 아닙니다.

소콜스키: 자네 그 친구 꽤 좋아하는 모양인데?

르블랑: 네,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상한 패턴 속에 갇혀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고 있잖아요. 사람이 그렇게 나쁜놈은 아니에요, 한 번 알고 나면.

소콜스키: 나는 웨틀을 20년 알고 지냈네. 어쩌면 자네가 아직 그 친구를 모를 수도 있어. 웨틀은 맨날 자기를 포장하고 눈에 띄고 싶어하고 주변 사람을 능가하고 싶어하는데 되는 건 하나도 없지. 이제는 변화를 꾀하기엔 너무 늙었을지도 몰라.

르블랑: 저는 변화했다고 보는걸요. 몇 달 동안이나 그런 짓을 안 했으니까! 오히려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띄고 남몰래 행동할 줄을 알던걸요. 박사님이 20년 동안 웨틀 박사님을 잘못 알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까?

소콜스키: 웨틀이 자기 자신을 잘못 안다고 생각하진 않나?

르블랑: 그건 또 무슨 소린가요?

소콜스키: 웨틀의 불운이 자네한테 묻어난 적 있던가?

르블랑: 그걸 제가 따져서 알 수는 없을 텐데요?

소콜스키: 흠, 자네 반복연구부로 들어와서 운이 좋아지거나 나빠졌다고 느끼나?

<침묵>

르블랑: 꽤나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만.

소콜스키: 그래, 여자친구도 괜찮은 사람이고. 자, 반복연구부에서 사건 기록을 취합하지 않나? 기지 전체의 사건을?

르블랑: 맞습니다만…

소콜스키: 이번 주 기록 담당자가 누군가?

르블랑: 접니다, 사실.

소콜스키: 사건을 몇 건이나 기록했나?

르블랑: 으음. 없습니다, 아직은요.

소콜스키: 아직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나?

르블랑: 아직 한 건도 접수한 적 없죠.

<침묵>

르블랑: 말하고 보니 이제야 좀 수상한데요.

소콜스키: 괜히 깨진 그릇 이 맞추지 말게.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추세는 무추세인 법이지.

소콜스키 박사는 이상의 면담에 뒤이어 ETTRA 국장 댄 ████에게 SCP-7000과 웨틀 박사에 관련된 실험안을 제출했다. 확률파괴 현상이 계속 이어지며, 특히 초상사회에서 그 영향을 가장 크게 체감한다.

항목: Nx-18위스콘신주 슬로스스핏이 이제 서술적 논리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Nx-18의 주 효과인 "비유와 문학적 장치를 이용하면 항상 예상받던 결과를 낳는 현상"은 사실상 확률적 효과이므로, 이 때문에 슬로스스핏은 미 중서부의 평범한 마을로 전락한다.

반응 행동: SCP-7000이 나중에 무효화되어 해당 효과가 되돌려질 것으로 예상하여 넥서스 봉쇄 조치를 유지했다. 제87기지 직원이 해당 구역의 피영향 주민 및 신화적 인물에게 상담을 제공했다.


항목: 마셜, 카터 & 다크 유한회사의 고위 임원이 접이식 소파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반응 행동: 없음. 접이식 소파 사고는 드물지언정 '자연스러운' 사건이다.


항목: 지구에서 지진이 가장 드문 대륙인 남극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진앙을 조사하자 혼돈의 반란 화력기지가 땅속에 매몰되고 기지 인원 53인 전원이 질식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반응 행동: 추후 이용하고자 굴착했다.

7월 16일 댄 박사가 O5 평의회에 브리핑을 실시했다.

<발췌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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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박사.

댄: 정말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이대로는 버틸 수가 없어요. 나비의 날갯짓이 남중국해에서 슈퍼태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멍청이들이 그런 실험을 제06구역 같은 유배지에서 재밌다면서 해본답시고 설치고 있고요. 길앞의 검은 고양이, 깨진 거울, 사다리 밑처럼 이 현상이 사람들의 인생 곡선을 뒤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희는 AIC 둘한테 이베이 경매 저격을 맡겼습니다. 왜냐… 아실는가 모르겠습니다만 이베이에는 항상 자칭 '희귀한' 물건이 올라오는데, 갑자기 진짜로 희귀한 물건이 쏟아졌습니다. 희귀해야 할 물건만 빼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토스트를 구웠는데 예수님 얼굴 모양이 찍혔다는 품목이 15개나 됐습니다. 가짜는 꼴랑 3개였죠. 조달청산부에서 말하기로는 창고세일에 들른 요원들이 하나같이 변칙개체를 한 줌씩은 들고 왔다고 합니다. 전세계 아기고양이 절반이 다지증에 걸려서, 그러니까 발에 발가락이 6개 이상 난 채로 태어났어요. 전세계 과학계를 싸그리 세뇌시켜서 기후 때문이니 뭐니 하는 가짜 학설을 어물거러야 할 판입니다. 아니면 고양이를 쓸어다가 가방에 구겨놓고 무지 깊은 강에다 빠뜨리든가요.

O5-7: 서론 한번 기네. 대책부터 바로 안 꺼내고 귀중한 시간 이렇게 낭비할 이유가 있나?

댄: 네 물론이죠. 서론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제가 말씀드린 것들이 모두 순전히 확률론적 대상은 아닙니다. 다지증은 그저 유전성 돌연변이죠. 예수님 얼굴 빵은 차치하더라도 희귀한 상품이 희귀한 것은 우연하고는 전혀 무관합니다. 확률은 귀중품을, 사람이 만드는 귀중한 물건을 원래 없었다가 있도록 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암탉의 이빨은 어떤가요? 실험실 바깥에서는 아예 일어나지도 않는 현상이죠.

O5-7: 자네 암탉 이빨 이야기는 안 했는데.

댄: 지금까지 굳이 말씀 안 드린 500가지 현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O5-1: 뭐 그럼 자네 말은 지금 상황이 확률 위기는 아니라는 말이군.

댄: 아뇨, 확률 위기는 맞습니다. 오로지 그것만은 아니라는 뜻이죠. 먹으면 위험할지도 모를 복어를 어제 먹은 인간은 모두 살았습니다. 오늘 먹은 인간은 모두 죽었고요. 오늘 주사위 두 개를 던지면 항상 1과 1, 뱀눈만이 뜹니다. 어제는 항상 6만, 20만, 종류가 뭐든 제일 높은 눈만이 나왔고요. 또 이로치 포켓몬을… '이로치 포켓몬'이 뭔지 저도 직원 덕에 겨우 알았습니다만 설명은 넘어가겠고요, 아무튼 그걸 하고많은 사람들이 잡는 바람에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와 숱한 팬사이트와 레딧 커뮤니티 몇몇을 다운시키고야 겨우 소문을 잠재웠습니다. 현존하는 카지노 게이밍 커미션에 일일이 요원을 잠입시켜서 숫자를 조작하고, 가능하다면 코로나19가 퍼졌는데 운영하면 위험하다는 핑계로 아예 닫아버리고 그랬죠.

O5-12: 위험한 건 맞지.

댄: 위험한 건 맞죠, 그러니 이쪽 일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 말은 코로나가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럼 변명거리를 새로 찾아야 할 테고요! 게다가 이 방법은 라스베가스에선 아예 안 먹히다 보니, 더욱 괴랄한 방법까지 동원해야만 했습니다. 제666기지에서는 언더베가스 악귀들과 흥정해서 라스베가스 스트립 상의 갬블링의 결과를 모두 고정시켰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정직한 도박이… 물론 도박이 원래 정직하다고 가정해야겠습니다만, 그게 이제 사라졌다는 사실을 겨우 숨겼죠. 놀라실 말씀은 아니겠습니다만 악귀들은 도와준다고 아주 신이 났더군요.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땜질 처방이고, 지금 말씀드릴 "약간 오래 가는 장기적 대책"은 단언컨대 여러분도 싫어하실 테니 분명하게 다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지금 저희 상황은 순전한 확률적 현상에 더하여 미신적 행운 현상이 합쳐진 칭칭 꼬인 실타래와 같습니다. 제대로 다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변칙개체 하나라고 퉁치는 상태죠.

O5-1: 알았어 그래, 뭐, 땜질처방 안하면 되지. 그래서 그 조금 긴 대책이 뭐야?

댄: 현재로서는 SCP 데이터베이스 상의 확률적 변칙개체는 다들 시든 배추 속잎이 되어버렸거나 기존에 예상한 한도 너머에서 날뛰거나 합니다. 어느 개체를 골라도 그렇죠. 하지만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 SCP-7000 파일에 이제 한 가지 예외를 추가하고자 합니다. 바로 윌리엄 웨틀 박사입니다.

O5-10: 뭐 하는 사람이야, 윌리엄… 웨틀? "웨틀"이라고? 진짜 이름이야?

댄: 웨틀 박사는 제43기지 구석에 처박혀 사는 사람입니다. 아는 이름이라면 그게 더 특이하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웨틀이 아마도 재단에서 가장 중요한 직원일지도 모릅니다. 웨틀은 자신을 뭘 해도 안되는 놈으로 부르고 있고, 그 주장을 실험 데이터가 증거합니다. 말 그대로 계란을 받아도 까보면 뼈가 나오는 사람이니 어찌 보면 슬프죠. 하지만 슬프지 않은 사실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한 확률적 변칙개체라는 점입니다.

O5-1: 확실해?

댄: 당연하죠.

O5-1: 이유를 아나?

댄: 당연히 모르죠. 연구까지 할 시간은 미처 없었습니다. 아직 참고자료는 웨틀이 모은 데이터와 국장대항의 직감뿐이죠. 하지만! 그 데이터가 광대한데다 웨틀은 상상력이 딸려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국장대행은 이런 일에는 빠삭합니다. 지금으로선 이 윌리엄 웨틀 박사가 지구에서 유일하게 유의미한 확률인자예요.

O5-4: 나원참 세상에. 그래서 그 사실로 할 수 있는 게 뭐야?

댄: 웨틀 자체만 놓고 말하자면, 별로 없습니다. 뭐 웨틀이 운이 좋은 쪽이었으면 당장이라도 써먹었겠죠. 하지만 운이 나쁜 쪽이다? GoI라든가 이상한 데다가 물을 들여서 좋은 뜻으로 하는 일로 엿을 먹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문제상황이 이렇게 광대해서는 효용은 굉장히 미미하죠.

O5-5: 그래, 그런 쪽은 하지 마.

댄: 이 박사가 그냥 평범하게 운이 나빴다면, 개인적으로 원래의 예측가능한 확률의 기준선이나 진배없으리라고 봅니다.

O5-13: 분명 그런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댄: 그렇죠.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웨틀 것과 소콜스키 박사님 것이 있죠. 웨틀 생각에 따르면, 불운은 마치 존재운동역학적 구름처럼 웨틀에게 달라붙습니다. 이 우주가 낌새만 보이면 득달같이 웨틀한테 치졸한 짓거리를 저지르는 거죠. 그리고 불운이 과부하가 걸리면 주위로 터져나가 혼돈을 일으키고 맙니다. 지금까지 관찰된 사실들과 대개 부합하는 이야기죠.

O5-9: 소콜스키 박사의 직감은 좀 심오하게 들어가나 보군.

댄: 훨씬 심오하죠. 소콜스키 박사는 웨틀의 동료들을 여러 명 면담한 다음 분석학부에 7K가 시작된 이래로 재단 모든 기지에서 발생한 부정적 확률사건을 대조하라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뭘 발견했느냐? 제43기지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행운이 넘치는 곳입니다. 여전히 임의적 행운 효과가 보입니다만 항상 좋은 쪽으로만 발생하죠. 그래서 소콜스키는 옛날 데이터까지 뽑아오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직도 자료 일체를 점검하는 중입니다만 똑같은 경향은 여전합니다. 이따금 불가피했던 사변을 제외한다면 제43기지는 항상 지구에서 가장 운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웨틀 박사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O5-1: 자네 생각은 불운이 웨틀한테서 떨어져나온다는 게 아니군. 다른 사람 불운이 떨어져서 웨틀한테 붙은 거야.

댄: 바로 그거죠. 그리고 불가피하며 예측불가능한 불운이 현재로서는 7000의 효과에 대처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문제 하나를 부랴부랴 고쳐놓으면 세 가지 문제가 튀어나오고 말이죠. 저는 웨틀 박사를 국소적 처리 과정에서 안정화 매질로 이용하고자 합니다. 기동특무부대를 창설해서 웨틀을 소속시키고 필요한 자리마다 투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이름은 MTF 뭐시기-7000, "황야의 7인" 같이 붙일 수 있겠습니다.

O5-7: 그건 안돼.

O5-4: 그래, 그 이름은 안돼. 그 영화에서 7명 중에 4명 죽잖아.

댄: 일단은 그냥 아무말해보는 겁니다. 이름이야 병참부에서 더 멋지게 지어주겠죠. 아무튼 이 부대를 고가치 임무에 투입해서 성공을 보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구성은 전문 슈퍼솔저 6명에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한 명이겠죠. 웨틀이 그냥 걸어다니면서 불운을 쭈욱 흡수하면 다른 대원들이 확률적 뭐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의 이름을 작전명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붙이겠습니다.

O5-7: 자네 작명을 고민할 시간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네, 세상이 온통 다 붕괴하려는 판인데.

댄: 이름을 안 붙이는 쪽이 더 불운합니다. 그리고 저는 언젠가 행운이 저희에게 다시 웃어주리라는 가정 아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저만의 가설이 있습니다만, 지금 이 회의의 기록에 남기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뭐 다들 아시는 그 시점 때부터, 징크스를 세우고 싶지 않아져서 말이죠.

O5-1: 그렇게 하지. 그 가설이 뭐야?

댄: [편집됨]

O5-3: 아 장난치지 마.

O5-1: 장난은 무슨 장난. 댄이 줄창 가리키던 저 슬라이드가 뭔지 생각해봐.

O5-10: 나는 저게 무슨 카오스 이론… 히트맵 투사도인 줄 알았는데.

O5-4: 나는 저걸 댄이 나중에 설명해줄 줄 알았어.

댄: 안 드렸나요? 죄송하군요, 오늘 아침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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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박사의 2022년 7월 16일 아침 식사.

댄: 저희 집 달걀이 모두 노른자가 두 개더군요.

<침묵>

댄: 결국 요점은 뭐냐, 머지않아 이 현상이 인류 생활의 모든 요소에 침투하고 만다는 말씀입니다. 그 말은 즉 저도 살면서 가장 장난기 없이 유의미한 대책을 고심하는 중이라는 뜻이죠.

O5-1: 그럼 이제 배경설명은 다 끝난 듯하군. 자네 블랙스완을 투표에 부치지. 나는 찬성. 다른 사람들은?

찬성 반대 기권
O5-1 O5-10 O5-7
O5-2 O5-9 O5-13
O5-3
O5-4
O5-5
O5-6
O5-8
O5-11
O5-12
제안 통과

댄: 바쁜 시간 모두 감사했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O5-9: 지금 자네가 꺼낸 그 말의 성패 비율이—

댄: —하늘에 붕 떠있죠, 다른 모든 것처럼. 아, 송구합니다.

<발췌문 끝.>

확률붕괴가 계속 이어지며 댄 박사와 소콜스키 박사는 곧바로 블랙 스완 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아 애덤스 대위가 최고 실력 요원 5인을 모아 MTF 세타-7000 ("운 좋은 녀석들Fortunate Sons") 을 구성하고 철저한 훈련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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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인 MTF 세타-7000. 사진 앞쪽의 두 발은 웨틀 박사다.

웨틀 박사는 기존의 난해 격리 임무를 바탕으로 고급 생존 기술을 풍부하게 보유하였으나, 이전의 모든 기동특무부대 훈련 기준의 최저 백분위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를 기록하였다. 그럼에도 SCP-7000 현상이 날이 갈수록 가속하는 관계로, 웨틀 박사가 여러 번 거듭해서 새 임무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항은 기각하기로 결정되었다. 더불어 애덤스 대위가 웨틀 박사를 대신에 요청한 사항 역시 기각하기로 결정되었다.

항목: 닭이 일생치성 치아를 지닌 채로 태어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한다.

반응 행동: 음모론 사이트 Parawatch.org에 스레드를 생성해 "암탉 이빨처럼 드물다(rare as hen's teeth)"라는 표현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으며 원래 유전적 돌연변이였다가 현대 농가에서 유전자 조작 생물이 확산되면서 재출현했다는 소문을 유포했다. 이 소문은 약탈적 뉴스 제공사 덕분에 일주일도 안 되어 전세계로 모두 퍼졌다.


항목: 혼돈의 반란 침입자 3인이 제91기지에 접근하려던 중 체포된다. 이들이 소지하던 단계 모음의 단계 22/624에는 보안순찰대의 근무 일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어떤 순찰대에서 보안 인원 5인이 모두 신발에 든 돌을 느끼고 멈춰서서 돌을 빼느라 경로가 상당히 늦어졌고, 이 때문에 침입자를 발견해 사상자 없이 대처할 수 있었다.

반응 행동: 대형 격리 시설 일체에 순찰대를 추가 배치했으며, 그 결과 침입자 11인을 체포하고 6인을 사살했다.


항목: 위스콘신주 슬로스스핏의 이름이 유래한 동명의 구덩이 SCP-4040이 바닥 없는 구덩이에서 바닥 깊이가 달라지는 구덩이로 바뀐다.

반응 행동: 구덩이의 이전 성질을 아는 민간인은 당초에 넥서스에 거주하던 인원뿐이므로, 현재 필요한 대응은 구덩이를 적극 관찰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제87기지 기적술사 캐서린 싱클레어 박사와 몽고메리 레이놀즈 박사는 구덩이에 무선 장비와 장기거주 물자를 지닌 채로 상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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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18의 바닥 없는 구덩이. 바닥에서 촬영.

애덤스 대위가 우려를 표시했으나, 웨틀 박사는 7월 30일 공식적으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선언되었다. 세타-7000은 혼돈의 반란 소속 제5화력기지로 파견되어 진입을 시도하기로 했다. 해당 기지는 위치 정보를 부호화한 인식재해 반송파가 우연히 재단 제01기지 쪽으로 송파되며 존재가 밝혀졌다. 이전에는 종래에 재단 요원이 혼돈의 반란에 견주어 누리던 전문능력상 이점을 SCP-7000이 무효화한다고 예상하여 이 정보를 딱히 활용하려 시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웨틀 박사를 현장 자원으로 시험 활용하기에 가장 알맞은 상황으로 판단하였다.

블랙 스완 작전의 첫 번째 임무는 8월 3일에 실행하였다.

임무 녹취록

MTF 세타-7000: ("운 좋은 녀석들")

  • 안드레아 애덤스 대위 ("애덤스")
  • 윌리엄 웨틀 박사 ("럭LUCK")
  • 다리아 오졸스Daria Ozols 요원 ("치코CHICO")
  • 브랜든 브루스Brandon Bruce 요원 ("리LEE")
  • 한성진 요원 ("오라일리O'REILLY")
  • 나스챠 코슬로바Nastya Koslova 요원 ("브리트BRITT")
  • 무라드 굴리예프Murad Quliyev 요원 ("태너TANNER")

<녹취록 시작>

<세타-7000이 개량 치누크 헬리콥터를 타고 작전 구역으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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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7000 공수 및 지원용 헬리콥터.

애덤스: 준비 확인.

브리트: 준비 완료.

태너: 완료!

오라일리: 완료.

치코: 완료.

럭: 저 그냥 갈래요!

리: 완료.

애덤스: 전원 준비 완료. 강하!

<세타-7000이 강하해 옥상에 착지한다. 애덤스, 브리트, 치코, 오라일리, 태너, 리가 무사히 착지한다. 럭은 발목을 접지른다.>

럭: 악! 씨벌!

애덤스: 천장 돌파.

태너: 돌파!

<태너가 옥상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나머지 대원은 에어컨 실외기 뒤로 가서 엄폐한다. 럭이 리에게 기대려고 하다가 둘의 헬멧이 부딪히고, 럭이 잠시 정신이 멍해진다.>

태너: 엎드려!

애덤스가 럭을 실외기 뒤로 끌어당긴다. 럭이 휘청이다 넘어져 전투화 한 짝이 벗겨진다. 그때 돌파용 화약이 폭발한다.

애덤스: 저 전투화 갖다 줘.

럭: 제가 알아서—

애덤스: 그런 도박 안돼. 저 전투화 갖다 줘.

<리가 럭의 전투화를 다시 가져다준다.>

리: 여기 대령했습니다요.

럭: 아 꺼져.

애덤스: 대형 준비!

<세타-7000이 지붕에 만들어진 진입 경로 앞에서 대형을 잡는다.>

애덤스: 구멍 한번 깔끔하네. 잘했다.

태너: 감사합—

<구멍 가장자리에서 갑자기 금이 갈라지더니, 지붕에서 럭이 서 있던 부분이 무너진다. 럭이 건물 안으로 떨어진다.>

치코: 럭을 벌써 잃어버렸습니까?!

애덤스: 들어가! 빨리 들어가!

<세타-7000이 구멍으로 들어가 건물에 진입한다. 구멍은 더 무너지지 않는다. 리가 럭을 발견한다. 럭이 어떤 사람 위로 떨어져 드러누워 있다. 해당 인원은 혼돈의 반란 소속으로 추정되며, 의식을 잃었다.>

리: 닉값 한번 제대로 하시누마요.

럭: 나 이제 그냥 갈래!

<세타-7000이 진입 복도로 들어온다. 천장에 붙은 반구형 물체들이 빨간빛을 내며 복도를 비춘다. 양쪽에 줄지어 문이 있는데, 열린 문도 있고 닫힌 문도 있다. 애덤스가 손짓하자 대원들이 조심해서 하나씩 문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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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일리의 숄더캠.

애덤스: 오라일리?

오라일리: 네엡.

<오라일리가 벽 패널을 찾아 부품을 여러 개 당겨 빼내 전선을 드러낸다. 그리고 벨트에서 전자기기용 멀티툴을 꺼내 조심스레 땜납을 붙인다. 오라일리가 계기판을 살펴보는 가운데, 럭이 아까와 다른 쪽 발목을 접지른다.>

럭: 싸발 진짜.

치코: 전방 이상 무.

오라일리: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시설 안에 가스 장치가 세 개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해제했습니다. 함정 배치 도식도 확보했습니다.

애덤스: 함정이 몇 개야?

오라일리: 혼반답습니다 대장님. 방 몇 개만 더 들어가도 합쳐서 백 개는 됩니다. 원격 발동되는 함정은 모두 차단시켰습니다. 발걸음만 조심하면 괜찮을 겁니다.

애덤스: 좋다. 전원 전진!

<세타-7000이 걸음을 재우쳐 복도를 걷는다. 럭이 따라잡으려고 뛰어가다 넘어져 바닥에 얼굴을 박는다. 잠시 후 또 넘어져 얼굴이 처박힌다. 잠시 후 또 넘어져, 이번에는 몸이 빙글 돌아가 등이 처박힌다. 혼자 일어나지 못한다.>

애덤스: 정지!

<리가 럭을 일으켜세워 준다. 애덤스가 몸을 구부려 살펴보니 바닥 그라우팅에 금속 띠가 박혀 있다.>

애덤스: 전류가 흐르는군. 오라일리, 이 함정을 어떻게 놓쳤어?

오라일리: 죄송합니다 대장님. 도식에 안 나와 있었습니다.

애덤스: 망할 혼반 놈들. 그래도 다행이야, 우리 지나갈 때 작동되지 않…아서.

<애덤스가 럭을 바라본다. 럭이 재채기한다.>

럭: 앞이 안 보여요.

<세타-7000이 복도 끝으로 간다. 문이 조금 열려 있다.>

애덤스: 엄폐.

<세타-7000이 문 양편에서 엄폐한다. 럭이 리 뒤로 가서 웅크린다. 두 사람 마이크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럭:환장하겠네.

<총소리가 여러 번 나며 총알이 문틀을 때린다. 대원들이 선 곳에는 총탄 자국이 전혀 남지 않았다.>

애덤스: 시야 차단!

<리가 문 너머로 섬광탄을 던진다.>

리: 숙여!

<럭이 또 재채기가 나와 머리를 든다. 그때 섬광탄이 폭발한다.>

럭: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

애덤스: 전진!

<세타-7000이 문 너머로 돌입한다. T자로 교차하는 복도가 나온다. 럭이 일어서려고 애쓰면서 여전히 비명을 지른다.>

럭: 아니 앞이 안 보인다고!

<세타-7000이 탄약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전술장비 차림 반란 인원 5명을 제압한다. 그 뒤로 럭이 비틀거리며 벽을 따라 걷는다. 이따금 벽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나직이 욕설을 내뱉는다.>

애덤스: 주 차단기는 어딨지?

오라일리: 전력 소모 도표로 미루어보자면 더 낮은 층인 듯합니다.

애덤스: 계단을 찾아봐야겠는데.

<럭이 어떤 문으로 들어간다. 널찍하고 조명 밝은 계단통의, 허리 높이 난간이 문 뒤로 바로 등장한다.>

럭: 어욱

럭이 난간 너머로 몸이 넘어가 추락한다.>

Wettlefall.jpg

치코의 숄더캠.

치코: 럭을 잃어버렸어!

<세타-7000이 모두 계단통 밑으로 달려간다. 자산을 회수하고자 작전상 주의도 잠시 방기한다. 럭이 맨 아래층 난간에 벨트가 걸린 채로, 바지가 얼마간 벗겨져서 매달려 있다.>

럭: 이제 그냥 갈래…

애덤스: 얼른 끌러 줘.

<다른 대원들이 계단통과 인접한 복도를 살펴보고, 리가 럭의 벨트를 난간에서 떼낸다. 럭이 바닥에 떨어진다.>

럭: 집에 가고 싶어.

리: 집에는 어린이 안전장치 설치하셨죠?

럭: 엿이나—

<또 총성이 들린다. 세타-7000이 방어 태세를 구축하고 다시 응사한다.>

브리트: 화력조 두 개는 모였습니다, 대장님. 꼼짝없이 발이 묶였군요.

애덤스: 차단기는 어디야?

<오라일리가 재빨리 설계도를 꺼내보고, 복도를 훑어봤다가 어떤 문을 가리킨다.>

애덤스: 럭과 리를 데려가. 엄호해 줄게.

럭: 집에—

리: 아 적당히 좀 하십쇼.

<애덤스, 브리트, 태너, 치코가 엄호사격하고, 오라일리, 리, 럭이 방금 가리켰던 문으로 들어가 새로 나온 통로를 따라 바삐 움직인다. 총소리가 줄어진다. 오라일리가 벽에 붙은 배전반을 발견한다.>

오라일리: 여기 있다.

<오라일리가 회로 차단기를 몇 개 내린다. 멀리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오라일리: 정문 열었습니다. 지원대한테 진입시키세요.

<애덤스가 헬멧 통신기로 응답한다.>

애덤스: 신호가 교란당하고 있어.

오라일리: 젠장. 여기선 쥐뿔도 대응 못합니다. 바깥에서 작전실이라면 코드를 해독할 수 있겠지만 여기 혼반 암호 해독하려면 개입해야 할 행운이 너무 많아요.

<럭이 헬멧 안으로 손을 넣어서 코를 긁는다. 그러나 손을 다시 빼내지 못한다.>

럭: 도와줘요.

애덤스: 신호가 잡힌다! 통제실, 여기는 애덤스. ASV 지원 바람, 저항 거셈. 엄호하겠다.

<애덤스, 브리트, 태너, 치코가 반란 인원 쪽으로 진격한다.>

Insurgent.jpg

치코의 숄더캠.

<오라일리가 갑자기 재채기하며 회로 차단기를 만지던 손을 뗀다. 그때 차단기에서 불꽃이 튀기더니 불이 붙는다. 럭은 헬멧에서 손을 빼내려던 중 검지를 콧구멍에 꽂아버린다.>

오라일리: 위험할 뻔했네.

<천장 스프링클러가 잠시 가동되었다가 멈춘다. 섬광이 번쩍이고, 발밑에서 무디게 폭발하는 느낌이 난다.>

애덤스: 뭐야 방금? 돌아와, 퍼뜩!

<리와 오라일리가 복도를 지나 되돌아온다. 럭이 삐져나온 바닥 타일에 발부리가 걸려 사무실 판유리창으로 넘어진다.>

리: 아 적당히 좀—

<럭이 넘어간 사무실 안에서 와장창 유리 깨치는 소리가 크게 난다. 리와 오라일리가 깨진 유리창으로 달려와 사무실을 보니, 바닥이 무너져 있고 럭은 보이지 않는다.>

오라일리: 차단기를 내릴 때 바닥의 장치가 과부하되었나 보군.

<리가 엄지를 척 내밀어, 나머지 세타-7000 대원들이 반란 인원들과 싸우는 쪽을 가리킨다.>

리: 저 계단통, 적어도 한 층은 더 내려가던데.

<오라일리 한숨. 리와 오라일리가 복도로 돌아온다. 다른 대원들은 옆에 딸린 아트리움까지 밀고 들어가 반란 인원들과 교전 중이다. 반란 인원의 뒤로 다른 재단 요원들이 입구에서 들어온다.>

오라일리: 불운의 알바트로스를 잡으러 가야겠습니다, 대장님.

애덤스: 내 몫까지 쓰다듬어 주고 착한 녀석이라 말해줘. 브리트, 따라가.

<브리트, 오라일리, 리가 조심해서 계단을 타고 바닥층까지 내려가 옆에 딸린 복도를 지나 커다란 저장시설에 도착한다. 방 중앙에서 럭이 멍하니 저편 벽의 문을 바라보는 채로 있다. 반란 인원 1명이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소총을 겨눈 채로 서 있다.>

오라일리: 제길.

브리트: 내가 맡지.

<브리트가 방으로 진입해 나무상자와 철제 선적 컨테이너 뒤에 엄폐한다. 반란 인원이 소총을 들어 럭을 쏘려 하자, 브리트가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반란 인원의 목을 긋는다. 바로 그 순간에 벽의 문이 열리고, 다른 반란 인원이 소총을 장전한 채로 치켜들고 나타난다.>

반란 인원: 운도 없—

<지붕이 무너진다. 반란 인원이 떨어진 석재에 깔려 헬멧이 부서진다. 두개골도 같이 부서진 듯하다. 럭은 어느새 지붕 잔해에 깔려 있다.>

WettleCollapse.jpg

오라일리 숄더캠.

브리트: 젠장! 럭! 괜찮아요?

럭: 나 여기 싫—

<헬멧 마이크가 목으로 넘어가며 럭이 켁켁댄다.>

<녹취록 끝.>


결과: 재단은 사상자를 최소화하여 제5화력기지를 장악했다. 웨틀 박사는 쇄골이 골절당해 치료를 받았다. 이외 세타-7000 대원 중에 중상자는 없다. 혼돈의 반란 인원 37명이 사망하거나 무력화되었으며, 대형 보급 및 수리 창고를 재단이 탈취했다. 도난당한 SCP 개체 7개, 초상기술 부품을 이용하는 차량 다수, 포로 3명 등을 현장에서 회수했다.

분석학부에서 숄더캠 영상을 검토한 결과 아트리움 교전 당시 변칙적 확률 인자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웨틀 박사가 실제로 작전 중에 SCP-7000 효과를 모두 흡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해당 임무들이 이어지는 도중에도 SCP-7000은 여전히 문제 현상을 계속 야기했다.

항목: 혼돈의 반란 침입자 7인이 제120기지에 폭발 장치를 설치하던 도중 체포된다. 7인 전원이 체포 전 소지하던 단계 모음을 파기하려 시도했으나, 한 명이 휴대용 라이터에서 불이 켜지지 않아 그녀의 단계 모음은 멀쩡히 남는다. 회수된 단계 모음에 손글씨 자국이 남아 있는데, 다른 종이를 그 위에 겹쳐서 글을 쓴 흔적으로 보인다.

반응 행동: 손글씨를 해독한 결과 폴란드의 반란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그곳에 머무르던 23명짜리 '세포'를 구금 및 무력화시켰다.


항목: 새뮤얼 로이드 연구원의 다중우주 판본 중 우리 기준현실에 사는 SCP-3856-1이 햄 샌드위치가 목에 걸려 사망한다.

반응 행동: SCP 재단은 현재 진행되는 K급 시나리오가 조만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대비해 더 높은 경계 태세를 발령했다. 어떤 우주에서든 로이드 연구원의 판본을 상실한다면 불가피하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종말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해당 시나리오의 진행 과정에서 달라진 점은 따로 없다.


항목: 부서진 신의 교단 고위 사제가 세 교파에서 하나씩 벽침대 고장 사고로 사망한다.

반응 행동: 삼두회 협정에 따라 상급감시사령부 명의로 조의를 표시했으며, 장례비를 일부분 부담했다.

웨틀 박사는 짧게 회복기를 거친 뒤 현역 상태로 복귀가 허가되었으며, 세타-7000은 공식 창설되었다. 이후 몇 주 동안, SCP-7000의 영구적 해결책을 계속 찾는 와중에도 대상이 장막을 위협하는 최악의 사례를 진정시키고자 여러 가지 임무가 수행되었다. 대표적 작전의 주요 내용을 이하에 정리했다.

작전 Θ-7000-4

상황: 뱀의 손 요원들이 제316전초기지 깊은우물 시스템을 공격했다.

개입: 기술진에서 기적학적 피해와 오염된 코드를 복구하려 나서는 사이 세타-7000이 공격자들을 격퇴했다. 웨틀 박사가 참관했다.

결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으며 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웨틀 박사는 여러 가지 경상을 입었다.

  • 발가락 골절 (2)
  • 치아 파절 (1)
  • 쇄골 골절 (1)
  • 손톱 깨짐 (7)
  • 디스크 탈출 (2)

현장 의료 인원들의 처치로 웨틀 박사는 즉시 현역 상태로 복귀되었다.

임무 보고: 웨틀 박사가 저항을 거듭하는 탓에 르블랑 연구원이 해당 자산의 임무 보고를 청취하고자 특무부대에 합류했다. 이하는 일부 녹취록이다.

<발췌 시작.>

웨틀: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르블랑: 손상된 코드에는 독립변수가 700만 개는 딸려 있다고 추정해요. 변수 하나하나가 복구 과정을 마치는 데 미약하지만 엄연한 위협으로 작용해요. 그게 터져나가는 걸 박사님이 막은 거예요. 무지막지한 정보가 든 컴퓨터 시스템을 박사님이 구한—

웨틀: 나. 아무것도. 안 했다고.

<침묵.>

웨틀: 그래 이거, 조련사가 붙었구만.

르블랑: 저는 스캇 보라스 같은 에이전트로 생각하고 싶은데요.

웨틀: 자네가 내 에이전트면 벌써 해고했어.

르블랑: 박사님이 제 고객이었으면 벌써 해고시키라고 찔렀죠.

<웨틀 박사가 빙긋 웃는다.>

웨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인마.

<발췌 끝.>


작전 Θ-7000-7

상황: FBI 특이사건반이 스리포틀랜즈 자유항에 설치된 급조 열핵폭탄을 해체하기로 하였다.

개입: 합동 작전에 SCP 재단이 참여했으며, 웨틀 박사가 참관했다. 웨틀 박사는 같은 날 아침의 작전으로 기력을 소진한 탓에 군용 침대를 제공받고 수면하는 채로 동원되었다.

결과: 폭탄 해체 후 조사한 결과 헤어트리거에 달린 침해 방지 장치들이 서로 별개인 3가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웨틀 박사는 작전 중 파리 3마리를 삼켰다. UIU 대표단과 댄 박사는 해체 기술자에게 해당 연관성을 알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WettleBomb.jpg

폭탄 원격 해체 작업. 웨틀 박사 참관 (사진 중앙).

임무 보고: 이하는 일부 녹취록이다.

<발췌 시작.>

웨틀: 내가 뭘 해?

르블랑: 파리 물어보시는—

웨틀: 아니 폭탄을 내가 뭘 어쨌냐고!

<발췌 끝.>


작전 Θ-7000-13

상황: O5 평의회가 인도 아대륙상의 기밀 지점까지 호위를 요청했다.

개입: 세타-7000은 MTF 알파-1("붉은 오른손")과 협력해 평의회 인원들을 호송했다.

결과: 작전상 난점 없이 무사히 성공했다. 웨틀 박사는 활성 변칙개체이므로 규정에 의거해 평의회 의원들과 최대한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O5-1이 3가지 별개 상황에서 웨틀 박사의 난감한 상황을 목격하였다.

임무 보고: 이하는 일부 녹취록이다.

<발췌 시작.>

웨틀: 나 이거 안 할래.

르블랑: 그러실 만하죠.

웨틀: 바스티앙, 이건 우주가 해명해야 해. 왜 지가 내 바지 내려가고 말고를 정하는지. 제발 해명 좀 해달라고, 지가 내 바지 내려가고 말고를 정하냐니까 제발.

르블랑: 저도 유감이에요, 박사님.

웨틀: 나 진짜 더 이상은 못해먹겠어. 못해. 왜 다들 나만 이렇게 갖고 노냐고.

<웨틀 박사가 흐느껴 운다.>

르블랑: 알았어요. 갖고 놀지 말라 할게요.

<침묵.>

르블랑: 약속드려요. 그러지 말라 할게요.

웨틀: 뭐야?

르블랑: 박사님만 그렇게 갖고 놀지 말라 한다고요. 다음 약속은 그냥 땡땡이쳐요. 지가 필요하면 지들이 찾아오라 하죠. 지들이 뭐 어쩔 건데요? 총이라도 쏘려나요, 한갓 연구원이랑 황금알을 까는 거위한테?

<침묵.>

르블랑: 이해하셨어요?

웨틀: 바스티앙…

르블랑: '알을 까다'라는 말은 다 잡은 공을 놓친다는—

웨틀: 바스티앙! 자네 임무는 딱 하나밖에 없지. 그게 뭐야?

<침묵.>

웨틀: 남부끄런 내 멱살을 붙들고 날 끌고 가야지! 얼른 붙들어 봐!

<침묵.>

르블랑: 아 네. 그러고 보니 거위도 밟으면 꽥꽥하는 줄 까먹었네요. 먼저 일어나세요, 박사님.

웨틀: 침도 뱉는다구. 그러니까 싸게싸게 주의해.

<발췌 끝.>


작전 Θ-7000-27

상황: SCP-682가 제45기지에서 격리 실패를 일으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어거스타Augusta에서 민속음악 축제가 열리는 현장으로 접근했다.

개입: 세타-7000은 SCP-682를 재포획하는 동시에 약 1,000명의 시선을 언론 매체까지 포함해서 회피하고자 시도했다.

결과: 웨틀 박사는 작전 구역과 축제 장소의 사이에 머물렀다. 격리 시도가 실패하고 SCP-682가 접근하던 사이, 웨틀 박사는 군중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이윽고 SCP-682는 축제 현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무력화되었으나 민간인의 눈에 띄지 않았다. 웨틀 박사가 떠돌이 캥거루와 싸움이 붙은 탓에 관심이 온통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SCP-682는 무사히 격리 상태로 복귀했으며, 웨틀 박사가 걷어차여 공업용 바비큐 기계에 빠지는 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Kangaroo.jpg

웨틀 박사의 행동에서 기인한 민간인 측 오정보.

임무 보고: 이하는 임무 녹취록이다.

<발췌 시작.>

웨틀: 도무지 제대로 되는 게 없어.

르블랑: 뭐 그래도 도움은 되잖아요.

<웨틀 박사가 침을 뱉는다. 침이 수염에만 묻어난다. 웨틀 박사가 실험복 소매로 얼굴을 닦는다.>

웨틀: 도움이라. 내가 역대 최악의 지랄을 싸질러가면서 악몽 같은 나날을 하루하루 갱신하고 있는데.

르블랑: 박사님은 영웅이에요.

웨틀: 영웅 되기 싫어.

르블랑: 박사님 이름은 윌리엄 월리스한테서 나왔잖아요! 브레이브하트 주인공! 역대 최고로 유명한 영웅으로 손꼽아 마땅한 위인이잖아요. 자유를 위해 목을 바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영웅으로 남았을까요?

웨틀: 그 정도로 유명해 보이진 않는데. 목이 늘려져서 바쳐졌잖아.

<침묵.>

르블랑: 뭐 그래도 자기 인생이 영화가 됐잖아요.

웨틀: 주인공이 멜 깁슨이잖아. 그게 운이 좋아? 아닌 것 같은데.

르블랑: 박사님. 분명히 재단에서도 대안을 생각해뒀을 거예요. 지금 이런 일도 조금만 더 참으시면 된다고요.

웨틀: 왜?

르블랑: 네?

웨틀: 왜 그렇게 재단이 대안을 생각이나 해봤다고 확신해? 도무지 되는 게 없다는 말은 나한테 되는 게 없다는 소리야. 저네들한테는 딱 멋있게 잘 되겠지.

르블랑: 윌리엄…

웨틀: 남은 내 인생 내내 저네들은 언덕 위로 날 굴려 올렸다가 밑으로 우당탕 굴러떨어뜨릴 거야, 시시포스처럼. 자네도 다 알잖아.

르블랑: 먼저 굳이 따지자면요, 그 신화는 사실—

웨틀: 이야 좋아! 완벽해! 또 주제 바꿔서 나 박복한 병신새끼 만들어보자! 이런 이야기 무려 지난 한 시간 동안이나 도통 못 들었네. 우와, 난 해리가 찾아온 줄 알았다 야. 방금도 막 열 명치 불운 내가 쪽쪽 빨아먹었겠지? 이얏호!

르블랑: 고의로 그런 건 아니—

웨틀: 보고서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어? 나도 그거 다 읽어. 표현 한번 엄진근하게 쓰더구만, 바스. 아주 무표정 개그야. O5부터 0등급까지 남녀노소 안주거리 삼기 딱이겠어. 그런데 그런 것 따위 자네야 잘 모르겠지?

르블랑: 절대 그런—

웨틀: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자네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던 거?

<침묵.>

웨틀: 이제야 그 말이 진짜 후회가 되네. 됐으면 43기지로 꺼져. 소중한 이야기보따리 사람들 앞에서 몸소 풀어주기 잊지 말고.

<침묵. 이윽고 르블랑 연구원이 떠난다.>

<발췌 끝.>

이때쯤에 웨틀 박사는 SCP-7000이 철이 그른 현상일 뿐이며 머지않아 소멸한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분석학부 연구 결과 해당 이론이 사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추측된다. 또한 웨틀 박사는 나아가 여러 요주의 단체들이 SCP-6500 위기 당시 제기한 혐의(신빙성은 별로 없음)처럼 SCP 재단의 격리 활동이 SCP-7000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 역시 배격되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세타-7000의 행동은 변칙현상을 무효화하거나 현저히 악화하지 않고 문제의 소지가 가장 큰 결과만을 당분간 상쇄하는 데 그쳤다.

BlueMoon.jpg

SCP-7000 발생 중에 달이 항상 푸른색을 띠는 모습.

항목: '경제학'이 잠시 실제 현실에 그대로 반영된다.

반응 행동: 없음. 시장은 스스로 바로잡혀지기 마련이다.


항목: 혼돈의 반란 침입자 2인이 제79기지로 침투하려다 체포를 겨우 모면하고 도망친다. 기지 보안팀장은 그날의 암구호를 '그냥 직감에 따라서' 바꾸었다고 밝혔다.

반응 행동: 5일 후 재단 인원이 유메게무(夢ゲーム) 근교의 연립주택에서 의료 지원을 요청하는 긴급전화를 방수했다가 혼돈의 반란의 12명짜리 '세포'와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중태에 빠졌음을 발견했다. 일전에 모 재단 요원이 제79기지에 침투했던 반란 인원과 마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성 판정을 받았던 바 있다. 해당 연립주택에서 발견한 단계 모음들에는 일본 내 시설에서 파괴 및 절도 공작을 수행하겠다는 막대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검토 결과 각 계획은 현장에서 발생한 뜻밖의 긴급사태 때문에 각개 모두 실행 불가능한 상태였다.


항목: 론다 번(Rhonda Byrne)이 저술한 《더 시크릿The Secret》을 바탕으로 유명해졌으며 과학적으로도 초상과학적으로도 아무 근거 없는 유사과학적 이론 '끌어당김의 법칙'이 웬일인지 실제로 유효한 법칙이 된다.

반응 행동: 없음. 증거가 있든 없든 민간인이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는 데 미치는 영향은 SCP-7000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반 없다.

8월 24일, 혼돈의 반란 강화 이동식 어레이Hardened Mobile Array에서 암호화된 채로 송신된 전파를 제01기지의 최고감시사령부가 접수했다. 최근에 반란이 이곳저곳에서 손실을 크게 입어 전반적으로 체면을 구긴 탓에 현재로서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여겨졌으나, 이후 대화를 거치면서 시나리오 자체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한 가지 실마리를 마침내 얻을 수 있었다.

<발췌 시작.>

O5-1: 재해 차단은?

O5-2: 가동 중, 선제 적용 중.

O5-1: 좋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나 보자.

<스크린에 하얀 얼굴 실루엣이 나타난다. 혼돈의 반란 인장이 화면에 역광으로 찍혀 있다.>

Engineer1.jpg

엔지니어: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벗들이여. 이제 대답해 주겠는가?

O5-1: 엥? 뭐를? 시간이 왜 다 돼? 뜬금없이 뭔 소리야.

엔지니어: 메시지 말이다, [말소됨]. 결정을 내릴 여유는 이제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O5-1: 무슨 메시지 말인지부터 설명해주면 안돼, [편집됨]? 아니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입장이 난처하잖아.

<엔지니어가 멈칫한다.>

엔지니어: 우리가 보낸 최후통첩 말이다.

O5-1: 잠시만 거기 끊지 말고 있어 봐.

엔지니어: 갑자기 무슨 수작을 부리—

<O5-1이 양방향 오디오 피드를 끈다.>

O5-1: 저 메시지 대체 무슨 소린지 아시는 분?

O5-5: 몇 달 동안 반란한테 메시지는 하나도 안 들어왔는데.

O5-7: 무슨 메타포라거나 그런 거 아닌가?

<엔지니어의 얼굴이 그림자 속으로 물러 들어가면서 이목구비가 가려진다.>

O5-1: 진짜 실제로 보냈다는 거 같은데. 뭐 받은 거 없어? 아무도?

<O5-1이 양방향 오디오 피드를 다시 켠다.>

Engineer2.jpg

엔지니어: —가 바로 너희의 그릇된 임무 '격리'다. 그것을 너희마저도 완전한 착각인 줄 아나, 그럼에도—

O5-1: 저기, 너 말하고 있었어? 잠시만 멈춰 봐봐. 우리 지금 너 입 안 보이거든?

<엔지니어의 얼굴이 눈에 띄리만치 굳어진다.>

O5-1: 음 그래, 좀 부끄럽긴 한데, 우리 진짜 너희한테 메시지 아무것도 못 받았어. 전혀.

O5-8: 너네 복수가 확실히 요사이 특히 잠시 멈추긴 했나 보네.

O5-3: 이게 짜증난다니까. 저기 intermittent라고 쓴 거, 실낙원에 보면 'intermitted'야. 인용할 거면 원문부터 제대로 알아보든가 참나?

엔지니어: 이제 와서 시간을 끌어볼 요량인가? 이제 겨우 몇 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O5-13: [편집됨], 제발. 메시지 자체가 안 왔다니까. 언제 보냈는데?

엔지니어: 혼돈의 날이다. 7월 13일!

O5-9: 7월 13일. 그렇다면.

O5-1: 13일에 차단된 통신기록 같은 거 있어, 2?

O5-2: 있음. 13건이 기존에 파악된 해커와 관련 있는 IP 주소로 수신됨. 파일 사이즈와 패키징이 러시아 연방의 무작위 사이버테러 공격과 일치하여 해당 메시지를 바이러스 의심 대상으로 차단함. 검사 결과 각 메시지 모두 바이러스 양성 판정되어 읽지 않은 채로 삭제함.

엔지니어: 뭐라고? 말도 안돼. 아이피 주소는 무작위로 고르는데!

O5-6: 어이쿠.

O5-8: 어이쿠.

<엔지니어가 한숨을 내쉰다.>

엔지니어: 우리 지금 다시 보낸다. 또 차단하지 마라.

O5-1: 그냥 지금 말하면 안—

<엔지니어가 통화를 끊는다.>

O5-1: 예 니맘대로 하세요. 2?

O5-2: 메시지가 들어왔음. 이번에 스푸핑된 IP 주소는 뭄바이의 로봇 자동응답 센터임. 우리 안티바이러스 시스템이 또 바이러스 양성으로 판정했음. 내가 직접 조사한 결과 이번에는 열람해도 안전하다고 판단됨.

O5-1: 그래, 그래서 이거 영상이야? 한번 봐 줘야겠네.

<방 한가운데 홀로그램 비디오 스크린이 깜빡이다 켜진다. 스크린에 혼돈의 반란 인장이 등장한다.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나온다.>

엔지니어: 그 옛날의 음울한 불을 붙였던 숨결이 다시 깨어나 그 불들을 다시 불어 일곱 겹 분노로 타오르게끔 하고 우리를 그 불길 속으로 빠뜨린다면—

O5-1: 스킵.

<10초 앞으로 감는다.>

엔지니어: —오랜 몸부림은 끝났다. 거짓된 재단의 몸뚱이를 이루던 썩은 거짓말의 반죽이 마침내 바스러져 모래가 되고, 그 위에 세워졌던 모든 누각이 무너져 재가 되리라. 처음으로 숫자들은 그들을 편들지 않도다. 처음으로 붉은 오른손이 모든 카드를 쥐도다.

O5-1: 빨리감기.

<2배속으로 연설 내용을 지나치다가, 스크린에 어떤 커다란 기계를 담은 합성 이미지가 뜬다.>

KISMET.jpg

엔지니어: 이제 이 KISMET 장치가 이 세상의 모든 운명을 관장한다. 가능성과 우발성의 모든 기작이 망가져 돌이킬 수 없으리라. 적도들이 드리운 숨막히는 장막이 마침내 걷히고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리라.

O5-1: 왜 다들 서론 길이를 못 늘려서 안달일까.

엔지니어: 그러나 대안을 제시하겠다. 그대들이 전 인류 위로 드리운 기나긴 밤을 계속 이어나갈 방법을 말하겠다. 그대들의 자리들을 붉은 오른손에 건네어라. 가장 충성스런 전사들을 제자리로 되돌려라. 그대들의 진정한 위치로 돌아가고 위대한 목적을 다시금 떠올리며, 혼돈의 반란이 마침내 정의로운 승리를 거두었음을 인정하라.

<다시 인장이 뜬다.>

엔지니어: 그대들이 이 전언에 답할 시간은 성전으로부터 이천이십이년이 지난 해, 8월 24일 자정 전까지다.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유를 깨달을 테며, 그대들은 불운이란 무슨 뜻인지 깨달으리라. 우리 델타 사령부와 반란의 엔지니어는 그대들의 신속한 답변을 기다린다. 쓸려나가기 전에 항복하라.

<영상 끝.>

O5-4: …지랄이다.

O5-2: KISMET 장치라는 기계는 강입자 가속기의 CMS 뮤온 탐지기와 수상쩍을 만큼 닮음.

O5-1: 쟤네 우리한테 걸었던 작전 현황이 어떻게 돼, LK 시작하고 나서?

O5-7: 추정치만 해도 인명 손실 200명 이상, 장비 및 시설은 궤멸적 손실, 완전 난장판이지.

O5-1: 야전 승리 현황은?

O5-7: 하나도 없어.

O5-8: 절박한 마음으로 오만 데서 확전해 나가는데, 오만 데를 가도 우리 쪽이 더 유리해. 뭘 해도 안 봐도 비디오야. 요즘은 틀어볼 비디오도 더 안 나오지만.

O5-1: 흠, 기쁘게도 이런 메시지를 13일에 못 받았다니, 그것 참—

O5-12: 하지 마.

O5-1: '우연이군'이라고 할려 그랬는데.

O5-12: 그것도 하지 마.

O5-1: 뭐 그래, 쟤네들이 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면 참 웃기게도 소개해줬네.

O5-10: 다시 연락할까?

<침묵.>

O5-1: 하지 말자.

<발췌 끝.>

엔지니어의 SCP-7000 관련 발언을 보관하여 심층 분석에 착수했다. 최후통첩 영상에 담긴 기한이 이미 훨씬 지났으나, LK급 시나리오의 특징은 기한과 가까운 일자에 변화한 적 없다.

항목: 프랑스 리옹에 사는 7세 여성 스테파니 벨랑제Stephanie Belanger가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된다. 해당 인물은 2022년 7월 7일에 체스를 처음 두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진 적 없다.

반응 행동: 심층 조사 결과 스테파니 벨랑제는 [데이터 말소]의 손녀로, [데이터 말소]은 LK급 사건의 존재를 알고 손녀에게 체스를 두라고 권유하였다. 한편 [데이터 말소]은 원래 2023년으로 예정되었던 대회의 일정을 당기는 데 관여했으며 또 편법을 동원해 손녀를 대회 명단에 올려두었다. [데이터 말소]의 연령을 감안해 이 문제에는 더 관여하지 않기로 하였다.


항목: 기상예측수단이 기존에 변동된 대기잡음 이외에 어떠한 현상도 예측하지 못한다.

반응 행동: 없음. 민간인 측에서 변화를 일절 눈치채지 못했다.


항목: 혼돈의 반란이 제41기지를 점거한다. 항밈학부 관련 시설 및 인원에게 주기적으로 예측불가능하게 작용하는 기억상실 효과가 기지를 점거하던 반란 인원 전체에게 작용한다. 해당 인원들은 어리둥절한 채로 기지를 나왔으며, 주위에 배치된 경비 인력에게 즉시 제압당한다.

반응 행동: 재단 연구진에서 이 변칙현상을 무기화시키려고 거듭 노력하고 있으나, 매번 똑같은 문제로 즉시 영향을 입고 있다.

르블랑 연구원은 웨틀 박사의 의사로 세타-7000 내 업무에서 해제된 이후 개인적으로 현재 이어지는 LK급 시나리오의 조사에 나섰다. 르블랑 연구원은 블랭크 박사와 상의를 거쳐 2022년 8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의 선셋코브에 있는 재단 운영 실버타운에 거주하던 웨틀 박사의 부모를 찾아갔다.

면담 기록

면담자: B. 르블랑 연구원 (제43기지 반복연구소과)
면담 대상: 민디Mindy & 사이먼Simon, 웨틀 (민간인, 퇴직자)


<발췌 시작.>

<2차대전 전후식 단층 랜치하우스 거실에 르블랑 연구원이 웨틀 부부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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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디 웨틀, 사이먼 웨틀.

르블랑: 아드님이 뭐랄까… 모종의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그렇게 느끼셨던 적 있나요?

민디 웨틀: 물론이지. 자네도 윌리엄 알잖아. 항상 다른 사람 생각할 줄 알거든.

<르블랑이 웃음을 터뜨린다. 웨틀 부부가 가만히 지켜본다.>

사이먼 웨틀: 웃긴 일 있는가?

르블랑: 아니, 어… 죄송합니다. 잠시… 뭐가 생각나서요. 네. 계속 말씀하세요.

사이먼 웨틀: 아까도 말했다만은 윌리는 도통 자기를 생각할 줄 몰랐어. 맨날 오만 가지 야단법석 피우면서 다른 사람이 잘못되면 어떡하나, 자기는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그 생각만 하고.

민디 웨틀: 어떻게 도와줘야 했다고 생각했지. 무슨 일이 생겼는데 기회를 놓쳐버리면 세상 다 끝났다는 얼굴이야.

사이먼 웨틀: 그 일이 시작된 게 그놈 20대 때였나. 내가 형이 75년도에 죽었는데—

민디 웨틀: 아냐 사이먼, 그때 아니야. 그때보다 전에, 훨씬 전에였어. 나 병 걸렸을 때.

르블랑: 병이요?

민디 웨틀: 폐암을 걸렸어.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랬지. 그때 윌리는 고작 12살이었어.

사이먼 웨틀: 아 그때 맞네. 그때부터 그 일이 시작됐어. 윌리는 그날 밤을 새워 기도했지.

르블랑: 평소에 딱히 신을 믿고 하시던 분은 아니던 것 같은데요.

민디 웨틀: 신한테 기도했던 게 아니야. 그런… 아니었어.

<민디 웨틀이 짜증이 난 듯 관자놀이를 문지른다.>

민디 웨틀: 거참 도통 이해가 안 가네. 저승 문앞까지 다 갔는데 문이 갑자기 안 열렸다 말야.

사이먼 웨틀: 내가 기도를 했나, 기억이 안 나는데.

르블랑: 마침 제가 약이 있습니다. 기억을 잘 하는 약이에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사이먼 웨틀: 기억제 말이지?

르블랑: 그걸 어떻게…?

민디 웨틀: 우리가 먹은 적 있어, 언제냐… 아이구 몇 년 전 일이야. 어떤 사람들이 윌리엄이 근무 중에 사고가 생겨서 확인하러 왔다면서 혹시 그놈이 잘못한 거 없는지, 믿을 만한 애인지 캐묻더라고. 그놈의 모든 걸 알고 싶어했어.

사이먼 웨틀: 지금도 기억제 생각을 많이 해, 기억이 날 때면. 참 아이러니한 일 아냐. 그 약이 이런 데서 얼마나 좋은 일 많이 했을지 상상을 해봐.

민디 웨틀: 어떤 친구는 자기 자식도 기억 못해. 나는 기억하지, 애들 낳을 때보다 훨씬 전부터 아는 사이니까. 기억제 이야기를 해주려고 그랬는데… 못하겠어. 말이 안 나와.

사이먼 웨틀: 그 약이 자네 일하는 데랑 관련이 있는가? 윌리엄 일하는 데랑?

르블아: 예. 이것도 죄송하고 더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함부로 공개해도 될 비밀도 아니고, 웨틀 박사님도 두 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하실 겁니다. 사실은… 방금 말씀하신 모든 사람을 지키는 문제가 여기 달려 있습니다. 박사님은 이 세상 모두를 지키려 하시고, 지키고자 맞서 싸울 대상은 실은 박사님조차도 모릅니다. 박사님께 감히 물을 수가 없습니다만…

민디 웨틀: 나한테는 물을 수 있다 말이지. 알았어. 윌리엄을 위해서 말해줄게. 그런데 그 전에 한 가지만 약속해줘.

르블랑: 가능하다면야.

민디 웨틀: 암 가능하지. 윌리한테 가끔은 자기 생각도 좀 하면서 살라고 말해줘.

<침묵.>

사이먼 웨틀: 기야 아니야?

르블랑: 아. 아 예,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발췌 끝.>

르블랑 연구원은 제43기지로 돌아와 웨틀 박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웨틀 박사는 르블랑 연구원이 간청하는데도 연락을 모두 묵살했으며, 세타-7000이 연이어서 출동하는 탓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8월 26일 웨틀 박사가 세타-7000의 68차 작전 이후 업무에서 이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MTF 파이-43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 웨틀 박사를 회수했다. 웨틀 박사는 본인의 휴대폰에 설치한 추적 장치를 망가뜨리거나 완전히 끄는 데 실패했다고 밝혀졌다. 이하는 웨틀 박사가 잠시 무단이탈하던 중에 남긴 영상 기록이다.

<카메라 화면이 줌인하며 웨틀 박사의 얼굴을 잡는다. 웨틀 박사는 야외 어두운 곳에 있다. 어울리지 않는 색 보정 필터가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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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틀: 그래, 진짜 끝이야. 이제 볼 장 다 볼 거야.

<웨틀 박사가 발을 밟았는지 몸을 흠칫한다. 낯빛이 어두워진다. 시선을 떨구었다가, 짜증과 진절머리를 섞어 다시 고개를 쳐든다.>

웨틀: 이 메시지가 너네한테 닿으면 아마 날 뇌엽절리술시키겠지. 이해해. 너네 탓이 전혀 아… 음. 잠시만, 뇌엽절리술이 무슨 뜻이더라, 구글 좀.

<웨틀 박사의 손이 카메라를 가린다.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하는 듯하다.>

웨틀: [중얼중얼] 아니, 그래서 뭐를 하냐고. 개같은 앱이.

<계속 스크롤한다.>

웨틀: 아 진짜. 아무 것도 못 찾겠… 음 아니다, 그래. 등한시. 이 말 괜찮네. 그래, 뭐 아무튼 그거를 해도 이해해. 내가 자기한테 무슨 일이 닥치는지도 모르고 더 웃긴 광대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꾸 내 바지 속 물건에 걸려 넘어지면서 우주를 웃기고 살 수는 없어. 이딴 식으로 평생 살기는 싫어.

<웨틀 박사가 휴대폰을 떨어뜨린다. 두 번을 걸려서 다시 집어들어 올린다.>

웨틀: 물론 그 전에는 내 인생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아냐. 그냥 다 똑같아… 매우 훨씬 더 똑같았어. 인생이 반복연구 그 자체야. 옛날에 2000년에 재단에 들어왔을 때 이사관님이 이랬어. "우리 세계를 가득 채우는, 숨겨져 있는 공포들, 이상한…" 아 그래, 내 기억력이 똥이고 사실 제대로 안 듣긴 했는데, 아무튼 "여러분의 상상보다 훨씬 더 이상한 것들" 같은 소리였어. 내가 지금부터 어떤 세상으로 들어갈지 잘 알길 바라셨지. 나는 말했어, 상관없다, 예전의 인생은 이미 나쁜 쪽으로 무지 이상했다, 이제 무서운 녀석들을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웨틀 박사가 고개를 젓는다. 안경이 떨어진다. 다시 줍는다.>

웨틀: 알고 보니 그 무섭다는 놈들은 멍청한 놈들이랑 별반 안 달랐어. 뭐 그럴 만도 해. 무서운 놈들이란 우리의 공포에서, 개같은 일상에서 나오지.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은 항상 조금씩은 멍청해. 무서움이라고 다를 게 뭐야? 단지 그걸 몰랐지, 앞으로 내가 볼 그 모든 이상함들이 그렇게…

<웨틀 박사 한숨.>

웨틀: 띨빡할 줄은. 다들 내가 당하는 일 보고 웃기다고 생각해. 안 웃겨. 내가 재단으로 들어가면 그런 신세도 끝날 줄 알았어. 개같은 내 인생이 개같은 재단으로 바뀔 줄 알았어. 근데… 그 개같음들이 똑같은 냄비에 담겨서 나왔지. 그리고 이제 냄비가 꽉 차서 흘러내리고 있어. 나는 이제 늙어서 대걸레질할 줄도 몰라. 그런데 이 은유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웨틀 박사가 입을 꾹 닫는다.>

웨틀: 늙어서 이제 못하는 것들이 한 떼거리야. 나이는 지칠 줄도 모르고 그걸 다시 떠올려 줘.

<웨틀 박사가 또 휴대폰을 떨어뜨린다. 이번에는 단 한 번에 휴대폰을 집어든다. 그러나 또다시 안경이 떨어져서 몸을 한 번 더 굽힌다.>

웨틀: 반복연구라니. 아니 원래는, 원래 같으면은 뭐를 보고 사실인 줄 알겠으면 반복은 그만해도 되잖아. 그런데 이 똥꼬쇼를 과학적 증거의 수준을 넘어서 계속 시켜. 나 운명이 나한테 이제 포기하라고 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기했어. 그러니까 씨 무슨 더 이상해져!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지나가는 사람한테 전부 손 흔들어줘? 그 새끼들 엄마 된 것처럼 기다리고 앉아 있어? 헛짓거리 다 하고 천 번 찧은 발가락처럼 그냥 뒤져? 아 씨발 진짜.

<웨틀 박사가 화면을 몇 초 노려본다.>

웨틀: 나는 변칙개체조차도 아냐. 내 인생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니야. 지금까지 인생을 전부 다 갖다바쳐서 대박 터뜨린 게 뭐야? 내가 어떻게 이 세상을 구해? 맨날 통바퀴만 뼈 빠져라 굴리지. 통바퀴? 그 말이 맞나…? 무슨 상관이야. 중요한 건, 나는 이렇게 기억되고 싶지 않아. 근데 그건 자기가 결정하는 게 아니지? 다른 사람들 누구나 그럴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 누구나 병신새끼야.

<웨틀 박사가 고개를 젓는다.>

웨틀: 내 나이 54살, 이렇게 놀려먹히고 산 지는… 몇 년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대개 그랬어. 이제 안 할래. 개 이기적인 소리긴 한데 나는 그만 버려두고 너네들끼리 알아서 할 방법 찾아. 나 이제 나한테 남은 딱 한 가지 방법 쓸 거야. 다 끝장내 버리기.

<웨틀 박사가 화면을 누른다. 화면 속 시점이 급격하게 바뀐다. 녹화를 마치지 않은 것도 모른 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화면이 다시 웨틀 박사의 얼굴로 돌아온다.>

웨틀: 아 그래, 잘못 말했어. 이제 도망간다고 말하려고 그랬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말이 좀 이상하더라고. 그래. 이제 진짜 도망갈 거야.

<갑자기 웨틀 박사의 얼굴에 밝은 빛이 비친다. 다가오는 발소리.>

웨틀: 아 제길.

웨틀 박사는 ETTRA에 구금되었다가, 댄 박사의 요청으로 제08-C구역으로 이송되어 임무 보고를 실시했다.

임무 보고 기록

기록자: 댄 ████ 박사 (ETTRA 국장)
보고자: W. 웨틀 박사 (제43기지 반복연구소과)


<댄 박사와 웨틀 박사가 재단 임무통제실에서 서 있다. 기술진이 재단 탐사선들을 감시하며 항성 현상과 민간 위성 및 우주비행을 주시한다. 리처드 바너드Richard Barnard 박사가 뒤에서 임무를 감독하는 중이다.>

댄: 이제 관점을 새로 잡을 때가 왔습니다. 더 넓게 바라봐요.

웨틀: 뭘? 보라 하기 전에 먼저 보여줘봐.

댄: 웬일로 우문현답이네요. 그분을 보여드려.

웨틀: 그분?

<수석 기술자가 메인 보드에 어떤 탐사선의 피드를 띄운다.>

댄: 튀케Tyche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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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코로나 상의 SCP-179. 인식재해 검열됨.

웨틀: 아니 저건 무슨 지옥의 소산물이야?

댄: 천국입니다. 물론 아주 많이 뜨겁겠죠. 저분의 이름은 사우엘수에소르Sauelsuesor. 별들을 두루 지켜보며 어떤 위협이 다가온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죠.

웨틀: 생긴 게 카오스 언디바이디드가 다가온다고 알려주는 거 같은데.

댄: 네?

웨틀: 워해머 40k에 그런 거 있어. 걔네들 로고가 수레바퀴 모양인데… 신경쓰지 마.

댄: 안 썼어요. 근데 저 모습을 보고 '카오스'를 떠올린 건 박사님만이 아닙니다. 원래는 팔들이 개수도 훨씬 적고 보통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거든요. 덜 구체적일 수도 있기는 한데. 우리 동료들은 LK 때문에 저분이 맛이 가서 혼란에 빠진 끝에 저런 모습을 보인다고들 생각해요.

웨틀: 자네가 여기까지 불러서 말해줄 인생 꿀팁이 '인생은 혼란의 연속' 같은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댄: 그럼요. 저도 저분한테 있던 위협의 나침반이 고장났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저 모습이 그것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분 머릿속에 블루스크린이 뜬 상황은 아니에요.

웨틀: 전번에 말해줬나, 우리 연구실에서 윈도 10에 블루스크린 확정적으로 띄워주는 사람 나밖에 없는 거?

댄: 요점은 뭐냐, 저는 저분이 우리한테 뭔가 해줄 말이 있다고 생각해요.

웨틀: 기본방위 8방향 가르쳐주는 건가? 벌써 다들 안다고 누가 말해줘야겠네.

댄: 운명의 수레바퀴를 따라하려는 것 같아요.

<침묵.>

웨틀: 설명…이 필요한데.

댄: 운명의 수레바퀴는 타로 카드 10번이에요. 카드의 상징은 이렇죠. 변화. 상황의 변동. 성공. 운수.

웨틀: 행운?

댄: 행운도요. 그런 개념들이 우리 운명을 제한하고 또 구성하는 억세고 완강하며 공평무사한 힘이라는 점을 이 카드는 나타내요.

웨틀: 나한테는 맨날 불공평의 극치던데.

댄: 좋아요. 그게 출발점이에요. 지금 기분이 긁히면서 이 상황은 우주와 대화하는 장으로 한 걸음 나아갔어요. 이왕 대화할 거 톤을 높이면 어때요? 긍정적 대화를 구축하는 거죠.

웨틀: 댄, 나는 지금 지랄의 고리에 갇혀 있어. 운명이 수레바퀴라면 난 지금 바퀴 옆면에 묶였어. 그런데 바퀴가 돌아가. 게다가 모두가, 모든 것이 나한테 대고 단검을 던져대.

댄: 자신이 지금 벌 받는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쓸모 있는 사람이 돼서?

웨틀: 그래 벌이야. 쓸모없는 게 훨씬 좋았어. 쓸모없는 사람은 혼자 외톨이로 남아.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모를 거야.

댄: 저는 10년 동안 구금당해 있었는걸요. 외톨이가 되는 기분이라면 잘 알죠.

웨틀: 차라리 외톨이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게 낫지. 지금 난 그냥 웃음벨이야. 그게 어떤 기분인진 절대 모를걸.

<침묵.>

댄: 그런 말 못할 텐데요, 이 김가루 속에 뭐가 있는지 알면.

웨틀: 뭐야?

댄: 제 이름에 있잖아요.

웨틀: 아. 오호라. 그건 대체 뭐 하다 붙었어?

<댄 박사가 어깨를 으쓱한다.>

댄: 컨셉이에요. 2000년대 후반에 제19기지 다니던 사람들은 다 컨셉 하나씩 만들었죠. 콘드라키는 카메라랑 모자. 제럴드는 자동차로 사람 미치게 만들기—

웨틀: 클레프는 샷건.

댄: 클레프는 샷건이요. 누가 샷건 같은 것도 괜찮다고 그랬으면 저야 이름에다 김가루 안 칠했죠.

웨틀: 뭔가 되게 병신같은 이유라는 데 건다.

댄: 으흠.

웨틀: 자네 입에서 정답을 꺼내려면 뭐 어떻게 해야 돼?

댄: 저보다 한 수 앞서 봐요. 아무튼 본론으로. 박사님이 다른 사람 관심을 감내하는 데 만성적으로 무능력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웨틀 박사가 얼굴을 찡그린다.>

웨틀: 그런 '관심'이면 살면서 차고 넘치게 받았어. 한번이라도 내가 똥 밟는 자리에 손가락질하면서 킥킥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니 아무도 내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으면 더 좋지. 블랭크나 르블랑이 알랑방귀 뀌어돌라고 꼬시는 거야 지들 일이고.

댄: 두 사람은 경우가 좀 다른데요?

웨틀: 다 마찬가지야, 내 관점에선. 모든 사람이 적당한 마법에 걸려서 잘 사는데 나만 저주에 걸려버렸어.

<웨틀 박사가 웃는다.>

웨틀: 도통 믿기지가 않네.

댄: 뭐가요?

웨틀: 두 달 전에 분명히 이렇게 떠벌리고 다닌 적 있었어. "이보다 더 이상해질 순 없다"라고.

<댄 박사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이제 이런 상황이 기본 상태예요.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아요. 박사님은 세타-7000에서 당분간은 여전히 자리를 맡아야 해요. 적어도 우리가 기대를 저버리고 장막이 걷힐 때까진.

웨틀: 저버릴 거면 나한테 버려줘, 장막 3초만에 걷힌다.

댄: 우주와 대화하는 장, 잊었어요? 더 크게 생각하자니까요.

<댄 박사가 다시 화면을 가리킨다.>

댄: 우주에서 온 메신저가 박사님한테, 박사님을 가리켜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요. 그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이에요.

웨틀: 저분이 저런 핫요가를 나한테 보여준다고 저런다고? 쌉소리 마.

댄: 그럼 누구한테 보여주게요? 이 사건이 선택한 사람은 박사님뿐이에요. 한 명밖에 없어요. 지구상에 지금 이만큼 특별한 사람은 없잖아요.

기술자: 플레어가 터졌습니다. 색수차 발생. DSCOVR-2 탐사선에서 잠시 후 영상 피드가 끊어집니다.

바너드: 물러세워. 또 한 대 잃을 순 없지.

댄: 박사님, 손 한번 흔들어줘요.

웨틀: 그런다고 봐 주겠냐.

댄: 예의상이란 게 있으니까요.

<웨틀 박사가 한숨을 내쉬고, 메인 보드를 보고 손을 흔든다. 연결 상태가 악화된다. 수신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SCP-179가 대답하듯이 여덟 팔로 모두 손짓해 보인다.>

Sauelsuesor2.jpg

태양 코로나 상의 SCP-179. 인식재해 검열됨.

웨틀: 뭐야 이쒸. 너네 저분 훈련시켰구만.

댄: 저분은 파수꾼이지 경비견 아닙니다. 아직도 자기가 특별하다고 생각 안해요?

웨틀: 일화적 증거가 스케일이 우주적이래 봤자 일화적 증거지.

댄: 뭐야, 아직도 눈치를 못 챘네. 박사님은 이제 전세계 무대에 데뷔했어요! 방금 긍정적 변화를 일군 거예요. 자신에게만 아니라 모두에게. 어쩌면 그게 바로 박사님에게 예비되었던 일일지도 몰라요! 운명이라고요.

웨틀: 세계멸망의 현장에서 앞으로 넘어져서 코가 깨지는 운명 말이지.

댄: 말 그대로 풀자면 뭐 그렇죠. 은유로 풀자면, 박사님은 상황에 걸맞게 탁월하게 대처하고 있어요. 지금 삼라만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었잖아요. 모두가 박사님 이름을 알아요.

웨틀: 잘됐네. 소행성 충돌 막으려고 바지 적신 얘기 모두가 알겠네. 아주 장안의 화제겠어.

댄: 놀라지나 마요. 사람은 원래 약한 사람을 좋아해요. 연민에서 공감이 나오기 마련이고, 공감에서… 뭐 오만 가지 복합적 관계가 나오죠. 방구석에 너무 오랫동안 처박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웨틀: 그래, 여자라면 어떤 남자가 말발굽에 사타구니 걷어차이고 그때를 틈타서 다른 남자가 수류탄으로 슬램덩크를 날리면 걷어차인 놈을 참 좋아하겠지.

댄: 바로 그거죠! 감성적인 남자를 좋아하겠죠.

<침묵.>

웨틀: 자네 이 상황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나 본데.

댄: 더 이상해질 거 뭐 있어요? 저야 이런 말 해도 상관없죠. 인류 전체가 저 탐스러운 운명의 특권을 잃어버렸으니까. 박사님만 빼고요.

웨틀: 자네… 이 미친 헛짓거리를 끌어안으라고 말하려나 본데. 정말 그런 식인데.

댄: 이렇게 생각해봐요. 비참하지 않게 살았던 적 있어요?

웨틀: 아니.

댄: 노력은 해봤어요?

<침묵.>

웨틀: 어쩌면 저분이 시계 문자판을 나타낼지도 모르겠는데.

댄: 시계에는 눈금이 12개잖아요. 지금 저분 팔은 8개고요.

웨틀: 아! 제길! 해시계였던 거야! 알겠어?!

댄: …해시계도 시계잖아요, 뭐야.

웨틀 박사는 세타-7000으로 임무 복귀하는 데 동의했다. 애덤스 대위에 따르면 웨틀 박사는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별말없이 원대 복귀했다. 댄 박사는 O5 평의회에 SCP-7000을 무효화할 자신의 계획이 이제 시동을 걸었다고 알렸다. 이것과 무관하게 LK급 사건은 이틀 동안 계속 빠르게 이어졌다.

Clover.jpg

SCP-7000 발생 중에 출현한 Trifolium 속 (클로버속) 여섯잎클로버의 대표적 사례.

항목: SCP-6263, 즉 이전에 맞춤법이나 문법 실수를 지적할 때 맞춤법이나 문법을 틀리던 현상이 잠시 재개된다. 해당 현상은 3일 후에 멈추는데, 퇴임 예정인 보리스 존슨 현 영국 총리가 여러 사건이 겹치며 금고 처분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했다.

반응 행동: 없음.


항목: 마사즈 빈야드Martha's Vineyard에서 떠돌이 상어 3마리가 발견된다.

반응 행동: SCPS 차량이 미 해안경비대로 위장하고 상어를 포획 및 방류했으며, 허구의 영화 《죠스 5: 애미티 재습격Return to Amity Island》을 촬영했다는 역정보를 유포했다.


항목: 뉴질랜드 오클랜드 제도의 무인도에서 전술핵이 기폭된다. 재래식으로 발사되었다는 신호가 없었으므로 재단 인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한다. 해당 인원들은 칸리Carnley 항구에서 혼돈의 반란 강화 이동식 어레이가 불타 잔해만 남았음을 확인한다. 현장에서 회수한 문서의 내용은 이전에 상실했던 혼돈의 반란 단계 모음에 있던 재단 제01기지 핵폭격 계획에 연관되어 있었다. 재단 기사 측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원인은 잔해가 매우 손상되고 재단 측에서 어레이 구조에 낯설어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가장 설득력 있는 추측은 발사 구역의 문이 치명적 고장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추후 포렌식 조사 결과 크로논·안티크로논·타키온 등을 사용하는 변칙적 부품이 있다고 나타났는데, 기폭 당시 혼돈의 반란 엔진 자체가 어레이 상에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응 행동: 혼돈의 반란은 최근에 물적·인적 자원을 대거 상실하며 활동 등급이 5급(VARMT)에서 2급(KULDE)으로 하향되었다. 해당 등급은 뱀의 손이나 부서진 신의 교단 각 교파, Are We Cool Yet?보다도 낮으며, 상술한 GoI들이 각자 등록된 이후 혼돈의 반란이 이들보다 등급이 낮아진 것은 처음이다.

Array.jpg

강화 이동식 어레이 사고 현장.

르블랑 연구원은 웨틀 박사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으며 낙담하다가, 8월 28일 밤 웨틀 박사의 숙소를 찾아가 직접 대면했다.

<발췌 시작.>

<르블랑 연구원이 숙소 문을 열고 들어선다. 웨틀 박사가 속옷 바람으로 소파에 누워 있다.>

웨틀: 뭐야 나 문 잠갔는데.

르블랑: 네, 혼자 있고 싶나 보다 알아차렸죠. 그래서 도어락에다 아무 번호나 눌러봤어요. 어떻게 됐게요?

웨틀: 아 넨장.

<웨틀 박사가 웃는다.>

웨틀: 그래, 당연한 방법이지.

르블랑: 자, 저 박사님 부모님을 만나봤어요.

웨틀: 뭐야? 왜?

<웨틀 박사가 일어나 앉으려 한다. 그러려다 양무릎을 커피 테이블에 찧는다. 테이블이 풀썩 넘어진다.>

르블랑: 그야 윌리엄, 박사님이 썩은 새끼줄에 목이 매여 있고, 제가 그걸 보고도 발뺌하면 절친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웨틀: 개같은 친구 올림픽 하면 내가 금메달이야, 자네 나한테 신세진 일 없어.

르블랑: 세타-7000하고 있을 때 SCP 파일을 되게 많이 읽었어요. "제 인생 전체가 이랬어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쭉 이런 식이었죠." 혹시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그때…

웨틀: 유감, 자네 시간 낭비했어. 다른 어디도 아니고 플로리다라니. 낭비도 그 정도면 풍년이지.

르블랑: 낭비가 아니었어요. 옷 챙겨 입어요.

웨틀: 왜?

르블랑: 이 기지에 카메라로 못 잡는 자리들이 있긴 하지만, 또 여기저기에 복도가 뻥 뚫려 있고, 아무도 그걸 보고 싶어하진 않을 테니까요.

<르블랑 연구원이 웨틀 박사에게 손짓한다.>

르블랑: 악의는 없었어요.

웨틀: 그걸 어떻게 악의라고 안 느껴?

<발췌 끝.>

웨틀 박사와 르블랑 연구원은 숙소를 나와 비전저감과Acroamatic Abatement Section로 들어갔다. 기지 감시 카메라의 실질 시청각 범위에서 벗어난 곳이었다. 웨틀 박사는 나중에 다시 카메라에 잡혔을 때 심란하고 동요된 모습이었으며, 숙소로 홀로 돌아와 방에서 몇 시간 서성거리다 침대에서 몇 가지 물건을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자정이 갓 지났을 때 웨틀 박사는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웨틀: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어.

Beddle.jpg

침대에 누운 웨틀 박사. 보안 카메라 정지화면.

<침묵.>

웨틀: 정말이지…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어. 그렇게…

<침묵.>

웨틀: "SCP-7000-1은 중요한 대상이 아니므로 격리가 불필요하다." 그렇잖아. 그렇다니까. 그것밖에 뭐가 더 있어. 기껏 와서 개소리야 그놈은.

<침묵.>

웨틀: 그놈이 맞나 보다, 그래.

<침묵. 웨틀 박사가 천장을 49분 동안 바라본다.>

웨틀: 그래, 무슨 말을 시키고 싶으세요? 이제 교훈을 다 얻었다? 주변에서 외갓집 콩죽마냥 인정 개같이 듬뿍 받아먹고 배가 부르다? 귤 까세요. 영원히 귤 까세요.

<침묵.>

웨틀: [안 들림]

<침묵.>

웨틀: [안 들림]

<침묵.>

웨틀: 내 말 들리기나 해요?!

<천장에서 조명이 빠져 떨어지며 침대틀에 부딪히며 불꽃을 우수수 튀긴다.>

웨틀: 그래요, 들렸나 보네요.

<시트에 불이 붙는다.>

웨틀 박사는 다음날 아침 다시 출근했다. 애덤스 대위는 웨틀 박사가 "원기를 회복했는데 뭔가 후회가 엿보이고, 또 뭔가 득의만면한 표정이다 싶기도 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전개되는 대로 내용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평의회 인가 증명 확인


이하 내용은 SCP-7000 파일에 업데이트 대기 중이며, 감독관 열람 전용임


댄 박사가 예측한 대로, 제08-C구역에서 웨틀 박사가 임무 보고를 실시한 이후 SCP-7000 현상의 심각도가 점차 떨어졌다. 분석학부의 심층 조사 결과 8월 29일 발견된 확률적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항목: 발견 사항 없음.

반응 행동: 필요없음.

기존의 확률 변칙존재들은 그날의 제각기 다른 시점에 이전의 변칙기능을 회복했다. Nx-18이 서술적 효과를 되찾으며 SCP-4040이 바닥 없는 구덩이로 돌아왔으며, SCP-179의 팔이 5개 사라지고 원래대로 위협 탐지 행동을 재개했다.

Spit.jpg

SCP-4040, 다시 바닥이 없어진 모습.

SCP 재단에서는 이번 LK급 시나리오에 걸쳐서 인원 38명이 사망했다. 해당 인원들은 적대 세력의 직접 행동이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의 효과로 사망했으며, 이 중 36명은 사후에 혼돈의 반란 이중간첩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2명을 현재 조사하는 중이다. SCP-7000는 전세계 경제를 온통 뒤흔들고 구조적·물질적 파괴와 무수한 대인관계 단절 사태를 야기했으나, SCP-7000 때문에 사망한 민간인은 모두 도덕적 결함이나 의사결정의 극적 실패 등 개인적 사유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밝혀졌다. 한편

  • 현 세대 수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방 작전
  • 비정상적 돌연변이 및 대기효과를 설명하고자 위조된 과학 담론
  • 실존하지 않는 궁수자리 유성우 생성
  • 선물시장 일체가 붕괴한 이유 날조
  • 사망했다가 무슨 이유인지 부활한 야구선수 루 게릭의 격리 (양키 스타디움에 느닷없이 출현했으며, 조악한 흉내쟁이라는 명목으로 수습)

등 이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 위장작전은 당분간 광범위하게 유지해야만 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목전의 위기가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 관계로, 세타-7000은 활동을 무기한 중지하고 각 대원은 기존의 직책으로 복귀했다. ETTRA는 내부 결정으로 SCP-7000을 잠정 무효 개체로 선언했으며, 또한 SCP-3856-1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가 나오자 우선순위 경보를 해제했다. 해당 시신은 흄 준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는데, 이것은 대상이 우리 기준현실에 귀속된 새뮤얼 로이드 연구원의 판본이 아니며 따라서 기준현실이 붕괴할 위험성은 없음을 나타낸다. 진짜 판본은 혼돈의 반란이 SCP-7000의 여파로 대혼란을 겪으며 재단으로 투항 및 변절하는 사례가 다발하던 중 반란 안전가옥에서 건강하게 살아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블랙 스완 작전은 8월 30일 공식 종결 선언될 예정이다.

8월 29일 저녁, 제43기지 인근의 온타리오주 그랜드벤드Grand Bend에 있는 재단 운영 음식점 샘스 캐나디언 펍Sam's Canadian Pub에서 댄 박사가 웨틀 박사와 만났다.

<발췌 시작.>

<웨틀 박사가 바에 앉아 맥주 한 병을 놓고 술을 마신다. 손님들은 대개 TV를 보고 있다. 뉴스에서 지구상에서 거대 폭풍전선 7개가 동시에 소멸했다는 소식이 나온다.>

댄: 여깄었네요, 우리 이러나저러나 윌리 닐리! 슬픔을 쭉 삼키나요?

웨틀: 내 설움은 수영할 줄 알아. 오히려 설움이 나를 삼킬걸.

WettleBar.jpg

샘스 캐나디언 펍에 있는 웨틀 박사.

댄: 아니 그런 받아치기 능력은 누구한테 배웠어요?

웨틀: 해리한테. 내 대사는 대개 그 친구가 다 쓰니까.

댄: 진심으로 말인데요, 좀 잘 견디고 살아져요?

웨틀: 꿋꿋이 서 있지, 인사나 시키고 뒤에서 호박씨 깐 놈이랑 오늘 술 마셔야 하잖아.

댄: 저기요.

웨틀: 아냐, 알겠어. 화난 거 아니야. 자네 그런 쪽으로 유명하잖아? 체스 게임에서 어느 쪽이 이기나 궁금해서 직접 둘 필요 없는 사람이잖아. 기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아는데.

댄: 기물 움직이는 방법이야 누구나 다 알아요. 기본이잖아요.

웨틀: 이렇다니까? 한순간도 삐끗할 줄 몰라. 역시 댄 박사야.

댄: 그래 이제는 드디어 이유를 깨달았나 봐요.

웨틀: 아니, 못 깨달았어. 당연히 못 깨달았지. 접때까지 인생에서 내가 뭘 깨닫고 살았던 적은 없어. 이번엔 누가 나 대신 깨달아 줬고, 나는 그 깨달음이 맞는 줄을 깨달았지. 또 처음부터 그 망할 반복연구야.

댄: 그 누가 누군데요?

웨틀: 친구.

댄: 그래서 그 친구가 뭐랬는데요?

웨틀: 모든 것이 내 이야기랬어. 처음부터 모든 게 내 이야기라고. 내가 바로 원인이야. 내 위기였어.

댄: 그 친구는 이유를 깨달았나요?

웨틀: 그럼.

댄: 제가 흐뭇한 표정으로 이유를 해설해 볼까요?

웨틀: 맘대로 해봐, 맥주 세 잔 했더니 막고 싶질 않네.

댄: 시작은 블랭크의 결혼식, 그리고 연구원들이 사귈 때였어요.

웨틀: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시작했거든.

댄: 네 그럴 수도. 하지만 신호탄을 쏜 건 연애였어요. 43기지 사람끼린 원래 서로 다정하고, 박사님이 들어와서도 그렇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다들 박사님한테 차츰 거리를 두다 보니 속이 끓기 시작했죠.

웨틀: 뭔가 한가닥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어떤 사람으로서 존재하길 바랐어. 아내를 바랐지…

댄: 하지만 내가 아내를 위험에 빠뜨린다 생각하고…

웨틀: 또 가족을 바랐지…

댄: 하지만 내 불운이 다른 사람한테 전염된다 생각하고…

웨틀: 그리고 마지막엔 그저 모든 것이 똑같은 자리에 있어주길 바랐어. 그것마저도 불가능했지. 그래 맞아, 속이 끓었어. 진짜로 언젠가는 아내가 돌아와 주리라고 생각했어. 20년 동안이나 그렇게 믿었네. 다들 굼뜨다고 하겠지만 나 정도면 20년은 최대한 빠른 거야.

댄: 박사님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포기했죠. 절대로 평판을, 관심을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우주에게 패배를 선언했어요.

웨틀: 하지만 우주가 장난질을 멈추지 않았지.

댄: 박사님은 아무것도 아닌 놈으로서 만족하고 살려 했고, 그래서 저 변칙존재는 박사님을 재단에서 가장 중요하고 귀중하며 유명한 사람으로 만들었죠. 정확히 최악의 방향이었어요. 바라지 않았던 상태였으니까.

웨틀: 그치.

댄: SCP-7000은 박사님 때문에 발생했어요.

웨틀: 알고 싶지도 않네, 얼마나 많이들 죽었을지.

댄: 분석학부가 아는 한은 그냥 보편적인 나쁜놈 아니면 멍청이였잖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잊지 못할 격렬한 모닝콜 소리를 들었죠. 인생의 지도를 다시 그릴 기회를 얻은 거예요. 박사님 덕분에, 간접적으로. 이게 중요해요, "간접적"이라는 게. 박사님 잘못이 아니에요. 사건을 골라서 일으키는 것도 아니었잖아요. 인생에서 곧잘 그렇잖아요, 그냥 나 때문에 어쩌다 일어난 일이다 한 거예요. 그러다 우리가 응원의 메시지를 나눴을 때, 박사님이 이 상황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다시 변곡점이 생겨났어요. 이 모든 것마저 그렇게 즐기면 안될 놈이었잖아요? 그래서 줬던 걸 다시 가져간 거죠. 박사님은 다시 아무것도 아닌 놈이 됐어요. 아, 악의는 아니지만.

웨틀: '아무것도 아닌 놈'은 누가 불러준 별명 중에 최상급인데. 뭐 그래, 그래도 설명이 굉장히 상식적이었어.

댄: 추켜주니까 기쁜데요.

웨틀: 혼자 힘으로 날 잘 꼬셔서 K급 시나리오를 끝내고 말야.

댄: 다 제가 생각하다 보니 한 거죠.

웨틀: 자네가 안 했어, 사실.

<주변 소리.>

웨틀: 설명이 다 틀렸거든.

<주변 소리.>

댄: 뭐라고요?

웨틀: 아주 옛날에 나는 이 우주와 계약을 맺었어. 후진 삶을 살기로, 단 너무 후지지 않기로. 그리고 그 계약을 잊어먹었다가, 이번에 다시 깨버렸어. 일종의 복수랄까.

댄: 그게 무슨 소리예요?

<X급 기억제 투여 15분 경과 시점에서 발췌 재개.>

민디 웨틀: 그때 일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듯이 기억나네. 옛날 피오리아의 스톡웰 로에 살 때였어. 차고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자러 갈 때였지. 사이먼은 벌써 잤어. 윌리엄도 자는 줄 알았는데, 윌리엄 방을 지나갈 때 나직이 읊조리는 소리가 나더라고.

르블랑: 무슨 말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민디 웨틀: 무슨 말이었는지 들려. "뭐든지 마음껏 가져가세요. 제 모든 걸 가져가세요. 친구들도 다 가져가세요. 제 행운을 모두, 좋은 건 뭐든지 가져다가 두세요… 하지만…"

<침묵.>

민디 웨틀: "…엄마만은 가져가지 마요."

<사이먼 웨틀이 민디 웨틀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민디 웨틀: "부모님을 해치지 마세요. 대신 저를 해치세요. 내키는 만큼 오랫동안. 제가 다 참을게요. 약속할게요. 제발요."

르블랑: 세상에.

사이먼 웨틀: 아직 애였는데. 왜 그렇게 마음고생을 지고 살았을까.

민디 웨틀: 그때 담배를 끊었어.

<발췌 끝.>

웨틀: 알고 보니 나는 자네 만나기 훨씬 전부터 우주와 대화를 나눴어. 나를 샌드백으로 마구 써달라고 기도한 다음에 잠을 청했지. 밤늦게 뒤척이며 생각한 이야기 기억하고 살아? 난 못하고 살아.

댄: 그래서 뭐야, 박사님 2회용 현실 조정자였어요? 아님 천장에 대고 기도했는데 행운의 여신이 기도를 들어줬어요?

웨틀: 무언가가 기도를 들었지. 그리고 제안을 받아들였어. 몇십 년 동안 썩 괜찮게 감내하고 살았는데… 뭐 자네도 한 가지는 맞았네. 다들 나아가고 나아질 줄 아는데 나만 그대로야. 모두들 삶에 변화를 겪으면서 살지. 그걸 난 바랐어. 변화가 필요했어. 그리고 딱히 기억에 남지도 않는 어떤 하루에, 술기운에 헤롱헤롱한 채로 숙소 소파에 속옷 바람으로 누워서 그걸 바란다고 크게 외쳤어. 그랬는 줄 기억도 안 났어, 어떤 친구가 보안 카메라까지 들여다볼 때까진.

댄: 잠시만 정리 좀요. 박사님 생각에는 자기가 행운 변칙현상을 스스로 일으켰고, 계약을 어겨서 그 현상을 가중시켰고… 그리고 뭔데요? 그걸 좋아하겠다고 다짐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웨틀: 그렇지. 유감이네 이거.

<웨틀 박사가 댄 박사의 등을 두드린다.>

웨틀: 난 불운 시나리오를 이겨낸 사람이야. 왜냐, 난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든. 다른 사람을 바쳐 가면서 중요해지기를 좋아하고 싶지는 않더라고. 언제 한번 자네도 자기성찰 한번 해봐, 나도 이번에 처음인데 아주 쾌감 작렬이야. 아무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지. 내가 아무리 뚱뚱하고 멍청하고 느려터져도, 다른 사람한테 지랄을 자석마냥 끌고 오더라도 내가 무력한 사람은 절대로 아니었거든.

댄: 잠시만요.

웨틀: 내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당하는구만, 그렇게 나도 생각했거든? 매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일으키는 사람이었어! 내 인생이 아무리 꼴아박았다 해도 내 인생이야. 내가 통제해. 내가 계약을 설정한다고. 지금까지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지.

댄: 박사님, 지금 모든 걸 원래대로 돌리고 싶어서 돌렸다는 소리에요? 굳이 나서서 악마와 다시 거래했다고요? 천장한테 말을 건 덕분에 천장이 대답해줬다고요?

웨틀: 그런 셈이지.

<주변 소리.>

웨틀: 그래도 그 설명이 도움은 됐어. 너무 화려했지만 굉장히 감상적이더라고.

<주변 소리.>

댄: 이번 일이 무슨 결과를 낳았는지 감이나 와요?

<웨틀 박사가 어깨를 으쓱한다.>

웨틀: 뭐 많이 있겠지. 특별히 말할 거 있어?

댄: 윌리엄 웨틀 박사라는 사람이 혼돈의 반란을 박살냈잖아요.

<주변 소리.>

<웨틀 박사가 웃는다.>

웨틀: 광대한테도 볕들 날 있다더니.

댄: 또 속담 섞네요.

웨틀: 뭐 어때, 자기 대사 직접 짜는 사람이 다 그렇지. 아, 잠깐만. 또 한 가지 결과를 낳았어.

댄: 뭔데요?

웨틀: 자네보다 한 수 앞섰잖아.

<주변 소리.>

웨틀: 그렇다면?

댄: 그렇다면 뭐가요.

웨틀: 자, 김가루 속에 든 게 뭐야?

<주변 소리.>

웨틀: 약속했—

댄: [안 들림]

웨틀: 엥?

댄: [안 들림]

웨틀: 안 들리는—

댄: 대니얼스Daniels!

<다른 손님들이 모두들 돌아본다. 댄 박사가 팔을 치켜든 채로 일어서 있다. 주위를 슬쩍 둘러보더니 겸연쩍은 듯 다시 앉는다.>

웨틀: 대니얼스.

댄: 네.

웨틀: 댄 대니얼스 박사.

댄: 그래요.

웨틀: 대니얼 대니얼스 박사.

댄: 맞다고요. 맘대로 해요, 깔깔 웃어봐요.

<주변 소리.>

<웨틀 박사가 손을 내민다.>

웨틀: 난 윌리엄 웨틀 박사야.

<댄 박사가 눈썹을 치켜올려 웨틀 박사를 바라보다가,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눈다.>

댄: 박사님이 단지 무슨 컨셉에 그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모든 걸 틀리진 않았다구요.

<웨틀 박사가 맥주잔을 비운다.>

웨틀: 그래, 7000은 등급 재지정해야지 않겠어? 무효로?

<주변 소리.>

댄: 사실 그것보다 더 괜찮은 생각이 있어요.

웨틀: 젠장,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니까.

<웨틀 박사와 댄 박사가 앉은 자리로 두 사람이 다가온다.>

블랭크: 잘 지냈어요, 안될 놈들?

댄: 쓰라리지.

르블랑: 술 누가 살까요?

웨틀: 내가 결정하지, 동전 던지기로.

다음날 댄 박사는 O5 평의회에 SCP-7000 파일의 향후 처리를 놓고 브리핑을 실시했다.

<발췌 시작.>

댄: 네, 이상이 제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고, LK급 시나리오는 7000-D로 지정하고, 그러면 세상을 관장하는 보이지 않는 그 힘도 만족하겠죠.

O5-5: 이게 자네가 공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그 설명이 맞아?

댄: 그럼요. 웨틀 박사 덕을 봤다는 말은 날려버릴 겁니다. 박사의 변칙성도 욕구불만으로 휘두르던 채찍을 접어둘 테고, 어디서 따지러 올 혼반도 없으니까요. 제 생각이 맞다면… 아 물론 최근의 굉장히 낯부끄런 일 한번을 빼면 항상 맞았습니다만, 아무튼 더 이상은 이런 우스꽝스런 대소동을 겪을 일은 없을 겁니다.

O5-1: 뭔가 꼴이 흉칙하게스리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O5-10: -D를 제안한 건 이해하지만, 새로 7000 파일을 왜 이걸로 작성했는지 이유를 듣고 싶은데. 이 사람을 이만큼이나 대접해주면 균형을 깨뜨려서 또다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잖을까?

댄: 아뇨, 그 위업을 뺏어놓은 것만으로 충분히 상쇄하고 남습니다. 분석학부에도 의견을 내내 요청했습니다만 거기서도 의견이 일치했어요.

O5-13: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이 사람이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중요할 일은 없잖아.

<침묵.>

댄: 우리 모두 이 사람한테 신세를 졌습니다. 안 그렇게 생각해요? 괜찮은 인간이 되어줬잖아요.

<침묵.>

O5-1: 다시 한번, 전부 승인에 한 표 던지지. 다들 의견 말해봐.

찬성 반대 기권
O5-1 O5-7
O5-2 O5-13
O5-3
O5-4
O5-5
O5-6
O5-8
O5-9
O5-10
O5-11
O5-12
제안 통과

O5-1: 결정 끝. 웨틀도 동의했어? 본인 의지로?

댄: 충분히 행복해할 겁니다. 자기도 관여했으니까요. 7000 새 파일 사진 한 번 보셨습니까?

<발췌 끝.>

댄 박사의 요청에 따라 SCP-7000 파일은 데이터베이스 상의 신규 2개 항목으로 분리되었다. 이하 내용에서 각 파일의 골자를 검토할 수 있다.

일련번호: SCP-7000-D
Level3
격리 등급:
퇴역
2차 등급:
none
혼란 등급:
none
위험 등급:
none

KISMET2.jpg

SCP-7000-D-1.

특수 격리 절차: SCP-7000-D-1의 잔해를 제19기지에서 조사 중이다. 기타 격리 수단은 불필요하다.


설명: SCP-7000-D는 2022년 7 ~ 8월에 걸쳐 지구 전역에 발생한 점진적 확률부전 현상으로, 일명 KISMET 장치 (SCP-7000-D-1) 라는 존재운동역학적 고유무기의 효과로 촉발되었다. 이 장치는 SCP 재단이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여 파괴되었다. (넬슨의 복수 작전 관련 문서에 자세한 사항 있음) 확률부전 현상이 이후 약화된 것으로 미루어볼 때 해당 장치가 계속 기준현실에 개입해야만 이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추정된다.

지금까지 파악 및 추측되는 SCP-7000-D의 효과 또는 사례를 전부 열람하려면 분석학부에 문의할 것.

일련번호: SCP-7000
Level2
격리 등급:
유클리드
2차 등급:
메메트
혼란 등급:
커너크
위험 등급:
주의

Replication2.jpg

SCP-7000(왼쪽)과 직원들, 2022년 사진. 대상의 타이머 촬영.

특수 격리 절차: SCP-7000은 자신을 스스로 맡아 격리한다. 긴급위협전술대응당국(Emergent Threat Tactical Response Authority, ETTRA)이나 SCP-7000 자신이 명시적으로 허가하지 않았다면 대상에 관련된 실험은 불허한다.

SCP-7000은 SCP-7000-D와 관계가 없다.

설명: SCP-7000은 자신에게 국소적 불운을 집중시키는 확률침강이며, 동시에 제43기지 반복연구소과 부과장인 윌리엄 웨틀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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