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5002
등급: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SCP-5002의 유해는 제06기지 영안실의 보안 안치대에 둔다. 분석학부의 권한에 근거하여 추가 부검을 요청할 수 있다.
SCP-5002와 유관한 물품 일체는 처분 승인 이전까지는 보안 저장고에 둔다.
설명: 현재 SCP-5002가 사망한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다. SCP-5002 관련 추가 정보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의 기록 등) 는 적절한 인가를 보유한 인원만 열람할 수 있다.
SCP-5002는 "타입 그린" 현실 조정 인간형 개체로, 이름은 엠마 헤이스팅스이다. 영국 정부 기록에 따르면 SCP-5002는 1978년 태어나 잉글랜드 튜크스베리에 살았다. SCP-5002는 탐정 소설 작가로 활동했으며 조프 출판사에서 소설을 10권 출간했다.
SCP-5002가 자신이 쓴 작품의 출판본을 읽으면 텍스트 상에서 묘사하는 사건이 현실에서 발생한다. 이때 현실 속의 사건은 소설의 서사 구조에 맞추어 발생하며, 일부 자세한 점 (이름, 날짜, 장소 등) 은 다르지만 사건 순서는 대체로 비슷하다. SCP-5002는 자신의 변칙성을 재단에 격리되고 실험을 거치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재단 전문팀은 영국 경찰 보고 내용과 SCP-5002의 작품 사이의 대응 관계를 민간인이 인식하기 이전에 탐지했다. SCP-5002는 2017년 2월 재단에 구금되었으며, 제06기지 G동 표준 인간형 개체 격리실에 격리되었다.
2019년 12월 14일 약 0700시, SCP-5002는 침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격리실은 잠겨 있었으며 무단 침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G동 보안실 전자기록부에 따르면 격리실 문은 발견 12시간 이전부터 열린 적이 없었으며, 격리실 내 보안 카메라가 해당 기간에 기록한 인물은 SCP-5002뿐이었다. 기지 전체 보안 보고 내용에 따르면 G동에 설치한 스크랜턴 현실성 닻은 해당 기간에 이상 없이 가동 중이었다.
분석학부 엘렌 오코너 요원이 재단의 지시로 SCP-5002 무효화 사건을 책임 조사하게 되었다.
조사 보고서:
SCP-5002 조사 업데이트 발표
날짜: 2019년 12월 16일
장소: 제06기지 G동 휴게실
참석자:
엘렌 오코너 요원 - 분석학부
카렌 야우 박사 - 제06기지 선임연구원
마이클 심슨 - 제06기지 하급연구원
조셉 로우리 수위 - G동 보안 경비원
나딘 그로젠바허 박사 - 제06기지 최고의료책임자, 병리학자
이블린 메이 이사관 - 제06기지 이사관
D-4986 - G동 D계급 인원
<기록 시작>
메이 이사관: 여러분, 집중하시죠. 오코너 요원, 시작하세요.
오코너 요원: 감사합니다, 이사관님, 그리고 여러분 모두. 시간 내주셔서 모두 고맙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D-4986: 헹.
로우리 수위: 거 입 좀 다뭅시다!
심슨 연구원: 맞아요,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죠? 어제 업데이트할 때는 안 불려왔잖아요.
야우 박사: 마이클, 오코너 요원님 말씀부터 듣자. 죄송합니다.
오코너 요원: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야우 박사님. 마이클 연구원 걱정을 이해합니다. 사실 이 자리에 올 법하지 않기가 훨씬 더한 사람이 하나 더 있죠. 가능했다면 데려왔을지도 몰라요.
야우 박사: 설마 그 말은 -
오코너 요원: 맞아요, 야우 박사님. 어제 업데이트는 제06기지 인원 중에 엠마 헤이스팅스의 격리 절차와 이러구러 연관된 사람이 소환 대상이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달라요. 오늘 여기 제가 모은 분들은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그날 밤 G동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헤이스팅스가 죽은 그날 밤에요.
심슨 연구원: SCP-5002가 무효화된 날 밤이라고 말씀하셔야겠죠.
오코너 요원: 아니요. 헤이스팅스는 변칙적 인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의를 누릴 자격은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증명하겠습니다. 여러분 중에 한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메이 이사관: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히 -
오코너 요원: 이사관님, 괜찮으시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SCP-5002가 격리되는 계기가 된 그 사건으로요.
신문명: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일자: 2017년 1월 5일
LSE 살인사건… 경찰 "당혹스러워"
박사과정 학생 케이트 홀로웨이(23) 씨가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런던 경찰은 단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며, 시민에게 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홀로웨이 씨는 지난 월요일 런던대학교 경제대학의 자기 사무실에서 맞아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해당 사무실은 안에서 잠겨 있었으며, 살해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호건하우 경찰국장은 시민에게 해당 사건에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될 만한 정보를 안다면 적극 제보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익명 제보 전용 전화회선까지 마련하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국에서 해당 사건을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있으며 조사관 측에서도 수사에 진전이 미처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켄싱턴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을 해결해 명성이 높아진 민간조사관 캐머런 블랙웰 씨가 조사를 지원하고자 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웨이 씨의 유족인 부모 피터 & 이블린 홀로웨이는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딸을 매우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으며, 또한 딸을 그리워하며…
날짜: 2019년 12월 14일
조사자: 엘렌 오코너 요원 - 분석학부
격리 유형: 제06기지 G동 표준 인간형 격리실(SHCC)
SHCC 고정식 침대틀 및 붙박이 매트리스 1세트
SHCC 이부자리 1세트 - 핏자국이 온통 묻음
SHCC 고정식 책상 및 의자 1세트
붙박이 TV 수상기 1대 - 리모콘 딸려 있음
파나소닉 전자 타자기 1대
재단 안전 문구류 1세트 - 모든 물품 있음
타자기 원고 1뭉치 - 432문장
타자기 원고지 4연 - 내용 없음, 포장 뜯지 않음
종이 150장 - 내용 없음, 가위로 오려 일종의 블록 무늬로 구멍이 나 있음
잭다니엘 위스키 병 1개 - 3/4 정도 비었음
재단 기본 여성의류 1세트 - 사이즈 8, 모든 물품 있음 (피해자가 착용한 잠옷 제외)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4일
면담 대상: 조셉 로우리 수위
오코너 요원: 시간 감사합니다, 로우리 씨.
로우리 수위: 편하게 조라고 불러주십시오.
오코너 요원: 로우리 씨, G동 수위로서 야간을 고정적으로 맡으셨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로우리 수위: 저기, 정말 조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저도 적극 도와드리려고 해서.
오코너 요원: 질문에 대답해주시겠나요, 수위님?
로우리 수위: 어휴. 네, 대개 야간을 맡아서 합니다. 뭐 직원번호라도 따로 알려드리나요?
오코너 요원: 아뇨, 그럴 것까진. 그리고 오늘 아침 SCP-5002의 시체를 발견하셨다는데, 맞나요?
로우리 수위: 네, 맞습니다.
오코너 요원: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시겠나요?
로우리 수위: 네, 그럼요. 저는 아침 7시 30분에 퇴근하는데, 마지막 업무는 D-4986을 수용실에서 부엌까지 데려다 아침을 먹이는 거였습니다. 7시가 돼서 경비실에서 나와서 격리실을 지나쳐 4986의 수용실까지 갔다가 데려와서 곧장 부엌으로 가던 참이었죠.
오코너 요원: D-4986을 G동에 수용하다니. 흔히 있는 일입니까?
로우리 수위: 그렇진 않을걸요. D계급들이야 대개 중앙수용시설에 살지만, 4986은 G동에서 배정된 실험이 따로 있어서 여분의 격리실에 두던 중이었습니다.
오코너 요원: 그렇군요. 야우 박사님 뜻인가요?
로우리 수위: 실험 말씀이시면 그렇지만, 공간 배정은 중앙실 몫으로 압니다.
오코너 요원: 기지 이사관님 말인가요?
로우리 수위: 뭐 그렇겠죠. 4986은 운 좋게 안 위험한 인간형 개체한테 걸린 거예요, 우리들 다 그렇지만은. 아무튼 다시 격리실 지나치면서 문 흔들어보다가 그때 -
오코너 요원: 아 거기 잠시만요, 수위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문 흔들어보다가"라는 게?
로우리 수위: 아 맞아. 제가 격리실 문손잡이를 잠깐 흔들어보곤 합니다, 제대로 잠겨 있는지 보려고요. 일종의 습관 같은 겁니다, 지나다닐 때마다 항상 그래요. 그냥 확인 차원에서. 아무튼, SCP-5002 격리실 문을 흔들어봤는데 그때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오코너 요원: 그때 문은 잠겨 있었겠죠?
로우리 수위: 네, 꼭 닫혀 있었죠. 아니 이상한 점은 소리가 안 들린다는 거였습니다. 보통 5002는 제가 지나다니면 뭐라뭐라 소리를 막 지르거든요. 안 그러니까 수상했습니다.
오코너 요원: 5002가 수위님 소리를 못 들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로우리 수위: 그건 아니에요. 맨날 그 여ㅈ- 5002 문은 항상 좀더 세차게 흔들어줬다고 할까요? 특별히 시끄럽게.
오코너 요원: 말씀이 SCP-5002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뜻 같은데요?
로우리 수위: 아, 무슨 말 하시려는지 집작이 가네. 네, 사이 안 좋았습니다. 아무도 안 좋을걸요. 마이클이나 4986한테 물어보세요. SCP-5002는 거만했어요. …꼴이 아주 가관이었죠. 지 잘난 줄만 알았달까요. 그렇게 똑똑하면 왜 격리를 당하지?
오코너 요원: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나가면서 문을 흔들어봤는데 반응이 없었다는 말이죠?
로우리 수위: 올 때 갈 때 전부 그랬습니다. 그래서 4986의 발을 묶어놓고 SCP-5002 격리실 시창을 열어봤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고 이불에 피가 온통 널렸더라구요. 아, 아직 피인 줄 알았던 건 아닌데, 아무튼 안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오코너 요원: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로우리 수위: 바로 카렌한테 달려갔습니다. 야우 박사 말이에요. 그리고 키카드를 달라 했습니다. 그 다음에 바로 격리실로 돌아갔죠.
오코너 요원: 야우 박사님이 키카드를 건네줬다고요? 그거 보안 프로토콜 위반 아닌가요?
로우리 수위: 비상시에는 괜찮습니다, 그런 상황이었고요. 뭐 요원님이 일하는 데서는 사정이 다르고 하겠지만, 저희 동은 원팀입니다. 서로 믿고 살아요. 야우 박사님은 저한테 항상 의지하지고, 언제든지 뒤를 받쳐 주시죠. 이제 뭘 봤는지 얘기해드립니까, 다른 쓸데없는 질문은 그쯤하고?
오코너 요원: 예, 계속하시죠.
로우리 수위: 격리실 문을 열어보니 SCP-5002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혹시나 해서 먼저 말하는데 격리 절차 위반 아닙니다, SCP-5002의 변칙성은 글 쓸 때만 나타나는데 그때는 분명히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격리실엔 SRA도 있었어요. 무기를 꺼내들고 침대로 천천히 다가가 봤는데, 피가 오만 데 흥건하고 5002는 숨을 안 쉬었죠. 맥박을 확인해봤습니다. 안 뛰더군요. 그래서 몸을 뒤집어보는데, 그때 카렌이 들어왔습니다. SCP-5002의 가슴팍을 보시자마자 비명을 지르시더군요.
오코너 요원: 정말 진심으로 놀라는 반응이던가요?
로우리 수위: 그럼요! 이 일이 여간 험난한 것도 아니고, 저 비명 많이 들으면서 일했습니다.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죠. 항상 반듯하신 분이지만 마음씨는 친절하신 분이에요.
오코너 요원: 그 다음에 어떻게 됐나요?
로우리 수위: 카렌을 바깥으로 데려와서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저는 격리실을 지키고, 카렌은 보안실로 가서 기지 이사관님과 최고의료책임자를 호출했죠.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4일
면담 대상: 나딘 그로젠바허 최고의료책임자
오코너 요원: 도착했을 때 상황을 말씀해주세요.
그로젠바허 박사: 7시 45분인가 도착했습니다. 조셉 로우리 씨가 격리실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웬일인지 D계급 한 명이 복도에 발이 묶인 채로 있더군요. 좀 불쾌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지난번 여자 D계급보다 훨씬 더했죠. D-2825, 그 불쌍한 녀석. 로우리가 침대에 누여진 SCP-5002의 시신을 보여줬습니다. 그러고는 D계급을 데리고 나중에 돌아오겠다 하고, 그 동안 저는 시체를 살폈습니다. 이불에 말라붙은 피가 듬뿍 묻어 있있죠. 특히 SCP-5002의 몸통을 덮은 데가 진했고요.
오코너 요원: 박사님 의견으로 사인은 뭐라고 판단하시나요?
그로젠바허 박사: 본격적 검시가 필요하겠습니다만, 당장 제 의견으로는 피해자는 심장과 폐에 자상을 여러 개 당해 심각한 외상을 입어 사망했습니다. SCP-5002는 가슴, 목, 어깨 등 부위를 적어도 열 번은 찔린 듯합니다.
오코너 요원: 오른손잡이고 SCP-5002보다는 살짝 키가 컸겠죠?
그로젠바허 박사: 통찰력이 대단하시군요. 네, 제 가설은 그렇습니다. 자상을 근거로 보자면요.
오코너 요원: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데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요. 흉기로 어떤 도구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말씀해주시겠나요?
그로젠바허 박사: 알겠습니다. 피해자를 찌른 흉기는 날카롭고 뾰족한 칼날로 보입니다. 너무 길지는 않고요.
오코너 요원: 예를 들어 박사님의 메스처럼요?
그로젠바허 박사: <웃음> 아하, 그럴지도요, 형사양반. 제 생각에는 평범한 부엌칼 정도가 그럴듯해 보이는군요.
오코너 요원: 그렇군요. 시신을 살펴보면서 별달리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까?그로젠바허 박사: 별로요. 방어흔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추측하기로는 범인은 면식범이었거나 피해자를 놀래켜 제압한 듯합니다. 확실을 기하는 차원에서 성폭행 증거수집 도구를 꺼내봤습니다만, 결정적 증거는 나타나지 않더군요. 성폭행 검사를 마무리할 때쯤 야우 박사가 찾아왔습니다.
오코너 요원: 시간이 좀 많이 지났겠네요, 야우 박사가 당신을 G동으로 호출한 지?
그로젠바허 박사: 네, 기지 이사관에게 보고하고 왔다는군요. 아마도 그렇게 쾌적한 보고는 아니었을 겁니다. 이사관이 SCP-5002를 유심히 지켜보던 게 있었으니까요.
오코너 요원: 자세히 말씀해주겠나요, 무슨 뜻인지?
그로젠바허 박사: 그럼요, 다만 저도 이건… 뭐라고 하나요? 풍문으로 들은 소립니다. 제가 알기로 이사관은 SCP-5002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야우 박사는 결과를 산출하는 데 모종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는군요.
오코너 요원: 박사님, 여기선 누구나 압박을 느끼는걸요. 정말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로젠바허 박사: 뭐라고 말해야 할까? 요원님, 때로는 떨쳐낼 수 없는 확신감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요원님이 맡으신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해합니다. 이 말만 해두죠, 이사관에게 이 문제와 여기 G동에 관여한 이야기를 강력하게 따져 물어보시라고. 확실히 야우 박사는 제가 보기에 불편한 기색이더군요.
오코너 요원: 흥미롭군요. 마지막으로 박사님, 사망 시각은 언제로 추정하는지 말씀해주겠나요?
그로젠바허 박사: 역시 검시를 제대로 마쳐야 정확하겠습니다만, 질문 의도에 맞게 대답드리자면 SCP-5002가 사망한 시각은 지난밤 01시 ~ 03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오코너 요원: 그 시간에 뭘 하고 계셨나요?
그로젠바허 박사: <웃음> 아주 좋아요. 형사양반, 전 그때 자고 있었습니다, 의료동 제 방에서. 그리고 의심하실 방법은 없을 겁니다. 이 건물에 감시 카메라 없는 자리가 아직도 이곳저곳 있거든요, 어휴 다행이지!
오코너 요원: 숨기는 거라도 있나요, 박사님?
그로젠바허 박사: 그럴 리가요. 저한테 비밀 따위는 없습니다.
오코너 요원: 여긴 재단이에요, 박사님. 누구나 비밀은 있기 마련이죠.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4일
면담 대상: 조셉 로우리 수위
오코너 요원: G동 경비실은 어떤 곳인지 말씀해주세요.
로우리 수위: 알겠습니다. 경비실은 복도 모퉁이에 있어서 양쪽 복도가 훤히 잘 보입니다. 한쪽은 격리실을 지나서 정문까지 잘 보이고, 다른쪽에는 직원 숙소를 거쳐서 부엌까지 다 보이죠. 격리실마다 각각 달린 담당 카메라 화면이 여기서 다 보이고, 키카드 접속 기록을 일체 기록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격리실도 G동 정문도 모두 마찬가지예요.
오코너 요원: 교대 시간이 아침 7시 반에 끝난다고 하셨는데요. 지난밤에는 근무를 몇 시부터 하셨죠?
로우리 수위: 밤 11시 반이요. 항상 똑같습니다.
오코너 요원: 오랫동안 근무하시네요. 그간 쭉 경비실에 계셨나요?
로우리 수위: 네. 뭐, 잠시 담배 피울 때는 빼고요.
오코너 요원: 몇 시였나요?
로우리 수위: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위험한 걸 격리하는 데도 아니고, 야우 박사도 허락한 겁니다. 다들 아는 일이에요. 저는 매일 02시에 잠시 나오고, 담배 한 대 태우고, 바로 돌아옵니다. 별일도 아니에요.
오코너 요원: 그럼 지난밤에는 그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나가 계셨죠?
로우리 수위: 10분인가 15분 될까요? 매일 다 비슷합니다. 그리고 제가 정문은 다 닫아두고 나오는데, 그러고 나면 G동으로는 저한테 경보 안 울리고는 못 들어옵니다. 누가 오면 다 알 수 있어요.
오코너 요원: 그러면 나가 계실 때 G동으로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온다는 말씀이죠? 미리 들어가 있던 사람 아니면 안된다?
로우리 수위: 그렇습니다. 다만, 뭐 5등급 인가가 있으면 가능은 하죠. 그런 알람이 따로 오는지는 모르지만요.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오코너 요원: 인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키카드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로우리 씨는 정문으로는 입장 가능하지만 격리실로는 불가능한 듯한데, 맞나요?
로우리 수위: D계급은 가능하긴 한데, 네, 그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서 스킵한테 키카드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카렌뿐이죠.
오코너 요원: 그럼 야우 박사는 간밤에 입장한 적 없었나요?
로우리 수위: 네, 출입 기록은 그날 밤 내내 없었습니다. 요원님 오시기 전에 벌써 한 번 살펴봤죠. 기록을 매일 중앙실로 보내야 하거든요. 근무 시작할 때부터 아침에 D-4986을 데리러 갈 때까지 격리실이 열렸던 기록은 전혀 없고, 정문을 연 사람도 말씀드렸지만 02시에 나갔다 온 저뿐입니다. 솔직히 어젯밤엔 사람 자체를 못 봤어요. 카렌이랑 마이클은 출근하기 전에 자기 방으로 돌아간 모양이더라고요.
오코너 요원: 카메라는 어땠습니까?
로우리 수위: 별다른 것 없었습니다. SCP-5002는 제가 출근할 때 벌써 잠들었죠. 주간 경비 말로는 23시에 취침했다는군요. SCP-████과 SCP-████도 격리실에서 조용히 있고, D-4986은 별일 안 했습니다. 정말 하나같이 말이 안돼요. SCP-5002 격리실은 잠겼지, G동 문도 다 닫혔지, 저도 아무도 못 봤지, 카메라에도 아무도 안 잡혔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죽인 걸까요?
오코너 요원: 그래서 제가 불려온 거죠, 수위님.
로우리 수위: 그런가요. 뭐 셜록 홈즈 정도 능력자십니까?
오코너 요원: 사실 재단 조사 쪽이 좀더 어려운 일이죠. 저는 셜록 홈즈랑 다르게 불가능한 걸 제외해나갈 형편이 아니잖아요.
<문 열림, 고조된 목소리>
오코너 요원: 잠시만요.
불명: 죄송합니다, 요원님. 급히 아셔야겠습니다만, 직원 한 명이 요원님 허가 없이 G동을 떠나려 하다가 적발되었습니다.
로우리 수위: 아 맞아, 생각해보니 카렌이 여분의 키카드를 만들어둔 적 있어요. 그러면 SCP-5002한테 접근했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있죠?
오코너 요원: 그래요? 누구죠?
불명: 마이클 심슨입니다.
로우리 수위: 마이크 심슨이요.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기록 - 2019년 12월 14일
면담 대상: 마이클 심슨 하급연구원
심슨 연구원: 말도 안 돼! 무슨 D계급 다루듯이 여기다가 사람을 가둬놓으실 순 없어요!
오코너 요원: 미안해요 마이클. 마이클이라 불러도 되죠? 안타깝지만 아무도 G동에서 내보내드릴 수 없어요, 면담을 모두 마칠 때까진. 이해해 주시겠죠?
심슨 연구원: 그치만 언제까지요? 오늘 아침에 급하게 약속 잡아놓은 게 있단 말이에요.
오코너 요원: 혹시 어떤 약속인지 알려주시겠나요? 제가 같이 재조정해 드리죠.
심슨 연구원: 안돼요! 아니, 죄송한데 이거 개인적인 문제라 - 좀 기밀이거든요! 말 못해드려요.
오코너 요원: 알겠어요, 그러면. 이해할게요. 자, 그럼 이제 시작할까요, 좀더 빨리 끝내고 치울 수 있게?
심슨 연구원: 네네, 그럼요, 그렇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오코너 요원: 별말씀을요, 마이클. 지난밤 얘기부터 해볼까요. 오늘 자정부터 아침까지 어디에 계셨나요?
심슨 연구원: 숙소 제 방에 있으면서 늦게까지 학위논문을 썼어요. 몇 달 있다 제출하는 거라서요.
오코너 요원: 힘드셨겠네요, 연구하는 동시에 학위까지 받으셔야 한다니. 그럼 오늘 아침에는 어디 계셨나요, SCP-5002가 발견되던 때?
심슨 연구원: 부엌에 있었어요, 아침 먹던 중이었죠. 거기서 조가 SCP-5002 문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어요, 두 번 모두.
오코너 요원: 부엌에서요? 소리가 굉장히 컸겠는데요.
심슨 연구원: 네, 어디 있어도 다 들리는 소리에요. 솔직히 좀 짜증나는 소리긴 하죠. 그치만 이상한데…
오코너 요원: 뭐가요, 마이클?
심슨 연구원: 아니에요. 그냥 어, 소리는 잘 전파되는구나 싶어서. 그 다음엔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가 사람들이 막 달려다고, 카렌이 비명을 지르셨죠.
오코너 요원: 흥미롭군요. 그리고 당신은 내내 부엌에 계셨다는 말이고. 아시겠지만 저기 있는 식기세척기에서 부엌칼이 발견되었습니다. 혹시 쓰신 적 있나요?
심슨 연구원: 네? 아니요! 아니, 왔을 때부터 쭉 있던데요. 손도 안 댔어요.
오코너 요원: 그래요, 알겠습니다. 안타깝게도 벌써 세척을 돌려서 벌써 깨끗해졌더군요. 야우 박사 비명을 듣고 나서는요?
심슨 연구원: 바로 격리실로 달려갔어요. 조가 카렌을 어깨를 붙들면서 진정시키고 있었어요. D-4986이 뭐라 말했는데 - 뭐라는지는 못 들었어요. 조는 격리실로 못 들어가게 막았는데, 문 너머에 - 으윽. 아무리 대상이라도 너무 끔찍했어요.
오코너 요원: "대상"? SCP-5002 말인가요? 재미있네요, 여기 사람들은 전부 이름으로 부르던데. 적어도 사람한테 쓰는 대명사로 부르거나요.
심슨 연구원: 그분들이야 그러죠. 그치만 SCP가 그렇게 부를 대상은 아니잖아요? 애초에 사람이 아닌데요. 무슨 친구도 아니고요. 변칙개체잖아요.
오코너 요원: 좀 매몰찬 말씀 같은데요.
심슨 연구원: 규칙이 그러니까요. 대상은 그냥 SCP-5002에요. 마치 SCP-1571, SCP-1207, 격리 중인 다른 아무 개체랑 마찬가지로. 움직이고 말하고 한대 봤자 취급을 다르게 해줘야 할 필요는 전혀 없죠.
오코너 요원: 말씀이 SCP-5002랑 관계가 그렇게 가깝지는 않으셨는가 본데요?
심슨 연구원: 개체를 피험체 삼아서 꽤 오랫동안 실험을 집중 실시하긴 했죠. 그게 다예요.
오코너 요원: 흐음. 오랫동안이라는 말은 일리가 있군요. 실험이 얼마 동안 계속 이어졌다고 했으니. 야우 박사님이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을 느끼시던가요?
심슨 연구원: 그럴지도요. 이사관님이 보내신 메모에서 좀 지나치다 싶은 기색은 있었어요. 업데이트 보내라, 샘플 보내라, 기타 등등. 그런데 카렌이 별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아요. 아주 훌륭하진 분이죠. 제 위에 있었던 사람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돼요. 연구에서 참여 비중도 존중해주시고, 독립적 연구도 허락해주시고 -
오코너 요원: 그래서 박사님에 당신에게 여분의 키카드를 맡겼나요?
심슨 연구원: 아아. 네, 그런가봐요. 근데 거의 써본 적은 없어요. 그냥…
오코너 요원: 그냥 혹시나 해서?
심슨 연구원: 음, 네 그렇죠.
오코너 요원: 알겠습니다. SCP-5002 실험은 어떻게 해나가셨는지 조금 더 말씀해주세요.
실험번호: SCP-5002-7-R
날짜: 2017년 5월 14일
장소: 제06기지 G동 보안실험실
참여자:
카렌 야우 박사 - 제06기지 선임연구원
마이클 심슨 - 제06기지 하급연구원
조셉 로우리 수위 - G동 보안 경비원
D-2825 - G동 D계급 인원
SCP-5002 실험 텍스트: 그러자 D계급 인원이 기계 앞으로 걸어가 버튼들을 이렇게 눌렀다. 빨강, 초록, 빨강, 초록, 초록, 초록, 빨강, 빨강, 초록, 빨강, 빨강, 초록, 그리고 멈추었다.
<영상 시작>
<야우 박사와 심슨 연구원이 G동 보안실험실에서 서 있다. SCP-5002가 그 옆의 실험실 벤치에 앉아 있다.>
심슨 연구원: 실험번호 SCP-5002-7-R, 2017년 5월 14일. 시각이… 23시 45분.
D-2825: <화면 밖> 왜 이 - 왜 이런 밤에 실험을 하시는 거예요? 으앗!
로우리 수위: 그래야지 당신이랑 나랑 같이 있지, 아가씨.
야우 박사: 예의를 갖추세요, 조.
로우리 수위: 죄송합니다 박사님.
야우 박사: 카렌이라 불러줘요. 그리고 괜찮습니다. D-2825는 전에도 실험에 참여했어요. 절차 정도는 다 알죠. 다만 이번에 밤중에 실험을 실시하는 건 기지의 다른 존재론적 변칙개체가 간섭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에요.
심슨 연구원: <야우에게> 보안실험실 SRA 가동 정지시켰습니다. <카메라에다> 이번 실험에서 관찰할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개체가 실험체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그리고 개체가 텍스트 하나를 여러 번 사용할 때.
야우 박사: 이름으로 불러도 돼, 마이클.
<심슨이 카메라를 조정해 SCP-5002과 D-2825를 한 화면에 담는다. 로우리 수위가 D계급 옆에 서 있다. 카메라 가까이, D-2825의 바로 앞 1m에 책상이 있다. 책상 위에는 검은 상자가 있으며, 상자에 전기 버튼이 2개 달렸는데 빨간색과 초록색이다.>
심슨 연구원: 조, D-2825의 구속을 풀어주세요.
로우리 수위: 아까부터 이 사람 수용실에서 태도가 좀 이상하던데요. 이거 괜찮은지 아닐런지 모르겠네?
야우 박사: 괜찮아요, 조. 진행해 주세요.
로우리 수위: 분부대로 하죠, 박사 - 아니 카렌.
<로우리가 D-2825의 수갑을 풀고 물러선다. D-2825가 가만히 있는다. 심슨이 SCP-5002 앞의 벤치에다 조그만 장정 소책자를 내려놓는다. 이때 심슨은 SCP-5002에 몸이 닿거나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심슨 연구원: 이제 개체는 준비된 실험용 텍스트를 읽습니다.
야우 박사: 나 참, 마이클. <SCP-5002에게> 엠마, 그래줄래요?
<SCP-5002가 책자를 열어 실험용 텍스트를 읽는다. D-2825가 전기 상자로 걸어가 상자의 버튼을 텍스트 속 순서 그대로 누른다.>
SCP-5002: 놀라운걸요. 맞춤법 관점에서 뭐 이런 걸 쓰게 했나 아직도 좀 그렇지만,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워요.
심슨 연구원: 실험 참여자는 항상 조용히 있습니다.
야우 박사: 엠마, 이 친구 좀 이해해 줘. <D-2825에게> 혹시 지금 괜찮으신가요?
D-2825: 괘 - 괜찮아요, 그런 거 같아요. 저 사람 뭐 읽는 거예요?
SCP-5002: 말씀하시는 분의 인생 이야기 같은데요. 전번에 글 읽을 때도 항상 같은 분이 계셨나요?
심슨 연구원: 개체가 이제 똑같은 텍스트를 다시 읽습니다.
<SCP-5002가 심슨을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 책자를 읽는다. D-2825가 가만히 있으며 SCP-5002를 본다.>
심슨 연구원: 효과 없습니다. 저희 가설과 일치합니다.
SCP-5002: 책마다 한 번밖에 안되는 걸까요?
심슨 연구원: 실험 참여자는 항상 조용히 있습니다!
SCP-5002: 저기 연구원님, 혹시 실험 참여자세요?
<로우리가 웃음을 터뜨린다. 야우가 싱긋 웃는다. 심슨이 책자를 벤치에서 홱 잡아든다.>
심슨 연구원: 개체가 이제 똑같은 텍스트를 담은 다른 책자를 읽습니다.
<심슨이 벤치에다 다른 책자를 놓는다. SCP-5002가 책자를 집어들어 읽는다. D-2825는 책상 가까이에 선 채로 그대로 있으며,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야우 박사: 다른 책에서도 효과가 없군.
심슨 연구원: 대상이 지시 그대로 읽었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죠.
야우 박사: 그런 전제를 걱정할 건 없어 보이는걸, 마이클.
심슨 연구원: 그러면 오늘 밤 마지막 실험을 실시합니다.
<심슨이 벤치의 책자를 집어간 다음, 표준 재단 편집용 펜을 책에다 긋는다. 그리고는 카메라 앞에다가 책을 가져다댄다. 편집된 실험 텍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편집된 실험 텍스트: ███ D계급 ██이 기계 ██로 걸어가 버튼들을 ███ 눌렀다. ██, 초록, ██, 초록, ██, 초록, ██, 빨강, ██, 빨강, ██, 초록, ███ 멈추었다.
<심슨이 편집사항을 야우와 살펴보고, 편집된 텍스트를 SCP-5002 앞에다 둔다.>
심슨 연구원: 개체가 이제 편집된 실험 텍스트를 읽습니다.
SCP-5002: 으아, 난잡해라. 네 네, 참여자는 조용히, 알겠거든요.
<SCP-5002가 편집된 책자를 읽는다. D-2825가 검은 상자의 버튼을 초록, 초록, 초록, 빨강, 빨강, 초록 순서로 누른다. 편집된 책자 텍스트의 내용과 같다. D-2825가 몸을 덜덜 떨며 움직임을 가누지 못한다.>
심슨 연구원: 수정된 텍스트를 읽자 변칙효과가 다시 발현했습니다.
야우 박사: 놀라워. 접근할 지평이 한 걸음 넓어졌군. <D-2825에게> 기분 괜찮으세요?
<D-2825가 훌쩍인다.>
D-2825: 버튼 누르기 싫었는데 눌러버렸어요. 왜 제가 만졌어요? 저분이 뭘 어떻게 한 거예요?
심슨 연구원: 실험 종료합니다. 수위님, D계급을 다시 구속해 주세요.
<로우리가 D-2825에게 다가가 수갑을 채운다. D-2825는 저항하려 있으나 이내 다시 수갑이 채워진다.>
D-2825: 안돼! 실험 끝내지 마세요 - 가기 싫어요! 돌려보내지 마세요!
로우리 수위: 좀 이상하다고 그랬잖아요.
야우 박사: 수용실로 다시 보내주겠어요? 예의 바르게 대접해주세요.
로우리 수위: 그럼요, 맡겨주십시오.
야우 박사: 고마워요, 조.
로우리 수위: 별 말씀을요.
<로우리가 D-2825를 데리고 방을 나선다. D-2825가 가볍게 몸부림친다.>
야우 박사: 불쌍한 녀석. 그로젠바허 박사님께 연락해 봐야겠어. 마이클, 헤이스팅스 양을 격리실까지 모셔다줄래?
<심슨이 잠시 흠칫 놀란다. 그러고는 SCP-5002에게 실험실에서 나와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녹화를 끄러 카메라로 걸어간다.>
SCP-5002: 아까 그분이 구속된 와중에 제가 글을 읽으면 또 어떻게 되려나요?
<영상 끝>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4일
면담 대상: 카렌 야우 선임연구원
오코너 요원: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야우 박사님. 먼저 SCP-5002를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야우 박사: 변칙개체로서요, 실험 대상으로서요?
오코너 요원: 아무쪽이나 좋습니다.
야우 박사: 음, 변칙개체로서 다소 까다로운 친구였죠. 얼마쯤 시간을 투자하고서야 변칙효과를 발생시키는 수단을 찾아냈어요. 그 다음에는 작품을 실증 사례로 이용하는 과정이 있었죠. 새로 쓰는 작품은 모두 현실성 닻이 영향을 끼치는 격리실에서 생겨나고, 출판까지 가려면 저희가 먼저 철저히 검토한 다음 RAISA에서 교차검증해서 비고의적 결과를 산출하지 않는가 모두 점검해야 해요. 시간 왕창 잡아먹죠.
오코너 요원: 격리실에서 원고 뭉치를 발견했던 것 같은데요.
야우 박사: 네, SCP-5002가 쓰던 소설이에요. 세밀한 분석 결과가 나올까 싶어서 저희가 청탁했죠. 준비할 시간은 많이 들겠지만 작품이 탄탄할수록 변칙현상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발현하는지 알아보기는 좋을 테니까요. 소중한 자원을 잃어서 너무 안타까워요, 연구 시간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오코너 요원: 소설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야우 박사: 평소에 쓰던 장르는 아니었어요.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실험이 가능한 대상이 필요해서, 어떤 D계급의 일상과 심리를 다루도록 했죠. 폭력이나 극적인 사건은 없이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전개가 느리고 관조적이에요. 목가적이라고나 할까요.
오코너 요원: 허가받지 않은 작품을 쓴 적은 없고요? 자기가 죽은 사건과 닮은 내용이라거나?
야우 박사: 네, 없어요. 그런 쪽으로는 각별히 주의했죠. 그야말로 충격이에요.
오코너 요원: 그러면 이전작 중에서 비슷했던 내용은 없나요?
야우 박사: 어느 모로 봐도 없어요. 어떤 경우든 변칙효과는 SCP-5002가 작품을 출판하고 나서 처음 읽을 때 단 한 번 발생했고요. 다시 읽으면 변칙현상 자체가 생기지가 않아요.
오코너 요원: 실험 대상으로서 SCP-5002는 어땠나요?
야우 박사: 모든 실험마다 협조를 다했어요. 아니 협업했다고나 할까요. 격리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했고, 공격성을 보였다거나 탈출을 시도했던 적도 없어요. 똑똑하고 정직하고 야무지고.
오코너 요원: 뭔가 SCP-5002를 좋아하셨던 것처럼 들리는데요, 박사님.
야우 박사: <헛기침> 상황이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고 하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원님.
오코너 요원: 특혜를 많이 주셨나요?
야우 박사: 무슨 뜻이죠?
오코너 요원: 격리실에 잭다니엘 한 병이 있었어요. 박사님이 허가하셨나요?
야우 박사: 아뇨, 절대로. 요원님, 저는 실험 대상을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넋 놓고 있진 않아요. 엠마한테는 술이나 마약 같은 건 그 어떤 종류도 갖다주지 않았죠. 격리실도 정기 수색하고, 우리 팀에서 그런 걸 감히 갖다줄 사람도 없어요.
오코너 요원: 팀원 전부가 SCP-5002와 잘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맞나요?
야우 박사: 조 말인가요? 좀 억센 척하기는 하죠, 가끔 스킵들을 약올리기도 하고. 하지만 알고 보면 물렁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야 할 리가 없죠 - 뭐, 이런 일을요.
오코너 요원: 마이클 심슨 씨는요? SCP-5002한테 태도가 쌀쌀하던데요.
야우 박사: 네, 하긴 그래요. 재미있는 일이죠, 실험할 때 말고는 말조차 안 걸고, 엠마라고 부르지도 않고. 원래 좀 고지식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어요.
오코너 요원: 그러면?
야우 박사: 처음 만났을 때는 꽤나 너그러웠어요. 그런데 근무 시작하고 몇 주 안 지나서, 엠마가 오고 나서 뭔가 달라졌어요. 문을 닫아거는 것처럼.
오코너 요원: 짐작 가는 이유가 있나요?
야우 박사: 글쎄요. 걱정도 많이 해봤지만 정신검사 결과를 봐도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긴 했지만.
오코너 요원: 그 검사 기록을 살펴볼 수 있을까요?
야우 박사: 미안해요, 검토는 제가 하지만 보관은 중앙에서 하기 때문에. 이사관님 쪽에 물어보시면 모르겠어요.
오코너 요원: 아, 그러고 보니. 마이클의 스트레스 말인데요. SCP-5002 관련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은 아닐까요?
야우 박사: <웃음> 잘 모르겠는걸요. 저희가 일은 열심히 하지만 압박을 너무 많이 받아가며 하진 않아요.
오코너 요원: 이사관님께도요?
야우 박사: 네, 딱히 체감한 적 없는걸요.
오코너 요원: 정말인가요? 의료책임자 쪽에서 들은 말이 있었는데.
야우 박사: 그로젠바허 박사님이 다른 동하고 착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녀야 오가는 데가 항상 많거든요.
오코너 요원: 그로젠바허 박사는 G동에 자주 찾아오시나요?
야우 박사: 이따금요, 스킵이 타박상 찰과상 입고 하니까. 최근에 기지 총괄 CMO로 승진하시고 나서는 꽤나 뜸해졌어요.
오코너 요원: 꽤 최근에 승진하지 않으셨나요? 그것도 급속으로. 박사님의 업무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야우 박사: 일 정말 잘하는 분이셨죠. 문의하면 바로 대답을 주시고, 많이 도와주시고. 심리평가 결과도 적당하시고, 제가 드리는 말씀도 잘 받아주세요. 그리고 사람을 정말 사랑해요, 존경스러운 일면이죠. 작년에 다른 D계급으로 D-2825라고 있었는데 신경쇠약에 걸린 적 있었어요. 정말 끔찍했죠. 막 소리지르고 잠도 못 자고. 결국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지만, 그때까지 그로젠바허 박사님은 정말 많이 관리해 주셨어요. 그때는 많이 오시긴 했네요.
오코너 요원: 그런데 그로젠바허 박사님이 G동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은 있었나요?
야우 박사: 아뇨. 벨 누르고 정문으로 들어오셨죠, 다른 사람들처럼.
오코너 요원: 그렇네요. 야우 박사님과 로우리 씨만 보안 시스템에 접근하실 수 있다고 하셨죠.
야우 박사: 맞아요. 조는 카메라와 문 출입 기록에 국한해서 열람 권한이 있었고, 격리실로 들어가는 키카드는 저한테만 있었죠.
오코너 요원: 마이클한테 주셨던 건 빼고요?
야우 박사: 아 맞아. 미안해요. 그런데 그걸 쓴 적은 없어요. 기록에서 한 번 나왔던 적도 없는 것 같네요.
오코너 요원: 잃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야우 박사: 아뇨, 그 정도는 정신 챙기고 다니는 녀석이라.
오코너 요원: 흐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어디에서 뭘 하셨는지 말씀해주시겠나요?
야우 박사: 그럼요. 조가 출근하기 전에 저는 제 방에 들어가 있었어요. 자정쯤 되어서 잤을 거예요, 조금 늦을 수는 있는데.
오코너 요원: 그리고 그 시간 이후로 나오지 않으셨고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못 들었나요?
야우 박사: 네, 그럼요. 6시 반에 일어나서 막 양치하던 참인데 조가 문을 쾅쾅 두들겼어요. 키카드를 빨리 달라고, SCP-5002 때문에 비상사태가 일어났다고 하더라구요. 카드를 건네주고 치약을 대충 뱉고 조를 따라 복도를 달렸어요. 도착했, 도착했을 때 -
오코너 요원: 천천히 말씀해도 괜찮습니다, 박사님.
야우 박사: 끔찍했어요. 비명이 나왔나 그랬을 거예요. 엠마를 보니까, 온통 피가. 제가 한심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G동은 정말 조용한 곳이었다구요. 이런 일이 우리한테 - 나한테 - 일어나지를 않는데. 조가 저를 데리고 나왔어요. 어깨를 잡았는데, 뭔가 말을 하긴 하던데. 머리가 핑핑 돌았어요. 마이클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그 목소리!
오코너 요원: 누구요?
야우 박사: D-4986이요. 요원님, 저도 누구 하나 몰아가고 싶진 않지만 이번엔 어쩔 수가 없어요.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얼굴도, 그 입에서 나온 말도. "이제야 저 망할 여자가 받아갈 걸 받아갔네."
오코너 요원: 그게 증거일 순 없습니다, 박사님.
야우 박사: 당연하죠. 그치만 요원님, 그 사람이 왜 D계급이 되었는지 아세요?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4일
면담 대상: D-4986
오코너 요원: 살인 혐의 7건. 가중폭행 및 상해 1건. 불기소되었지만 여죄로 추정된 살인만 3건. 모두 가슴과 배를 여러 번 찌르셨군.
D-4986: 예 맞수다. 내가 다 했소. 함 또 시켜줘 봐, 더 할라니깐. 나한테 당한 놈치고 그런 꼴 안 당할 만했던 놈 없지.
오코너 요원: SCP-5002를 죽였나요?
D-4986: 아뇨.
오코너 요원: 하지만 죽기를 바라셨을 텐데요.
D-4986: 존나 당연하지. 뒤져줘서 기쁩니다. 죽일 수 있었으면 내가 죽였을 텐데.
오코너 요원: 이유가 뭐죠?
D-4986: 이유를 물으셔? 시발 이유가 뭔 거 같소? 그 여자는 1년도 넘게 나를 고문했수. 싫을 만도 하지.
오코너 요원: 무슨 뜻이죠, 고문이란 건?
D-4986: 무슨 실험 하는지 봤지? 봤을 거 아뇨? 완전 괴물이야. 평생 누가 나를 갖고 놀은 적이 없는데 그 여자가 - 지가 쓴 책을 읽기만 하면 무슨 짓이든 다 시킬 수 있습디다.
오코너 요원: 어떤 일을요?
D-4986: 뭐든지 다! 런닝머신에서 쓰러질 때까지 달리게 시켜. 평생 입도 벙끗 안할 개같은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와. 오후에 해가 중천인데 갑자기 잠에 들어. 그리고 맨날 그 짓거리들을 내가 선택하는 기분이란 말이오. 내가 직접 하는 거 같은데 알고 보면 다 그 여자 짓이라고. 그 무슨 원혼일지 모를 여자랑 야우 - 카렌이라 불러주요 - 그 둘이랑 아주 짝짜꿍입디다.
오코너 요원: 그건 또 무슨 소리죠?
D-4986: 그 여자가 야우랑 편 먹고 온갖 실험을 하자 졸라. 쪽팔린 짓 다 시킵디다. 막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빌게 시켜. 실험에서 막 옷 벗게 시켜. 전기 통하는 거 같은 전선을 잡도록 시켜. 어떤 때는 글을 큰 소리로 읽었소. 나보고 조종당하는지 알고 있으라고. 내가 볼 때 그거 즐기는 거야.
오코너 요원: 그런 일 때문에 싫었다는 말이군요.
D-4986: 그래, 아니 근데 그런 정도가 아냐! 그냥 싫어한 게 아니고 좋나게 무서웠소!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데. 한번은 정신 나가서 깜빵 나오기 싫다고 하면서 경비랑 싸우고 아침 거르고 한 적 있었소. 나중에 보니까 또 그 여자 짓이더라고. 전부 다, 죄다 지가 쓴 글대로. 완전 멘탈 깨집디다. 대체 이 세상에 누구를 믿겠수까? 나 자신도 못 믿는데. 아니, D-2825가 그런 몰골로 나올 법하지. 행동 하나하나, 결정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가 다른 누가 시킨 거면 살아도 사는 건가? 그러니까 뒤져줘서 정말 기쁘지. 이제야 내가 나인 줄 알겠으니까는!
오코너 요원: 하지만 본인이 죽이진 않았다고요?
D-4986: 암먼.
오코너 요원: 지난밤에 어디 계셨나요?
D-4986: 깜빵. 시발 내가 달리 어디 가겠소? 카메라에 다 찍힐 거 아냐?
오코너 요원: 오늘 말고 언제 마지막으로 부엌으로 들렀죠?
D-4986: <잠시 있다가> 모르겠는데. 저녁 먹을 때 아닌가.
오코너 요원: 부엌에서 칼을 슬쩍했나요?
D-4986: 그럴 리가. 경비가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거기다 깜빵도 허구한 날 수색받소.
오코너 요원: 조셉 로우리 씨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D-4986: 제일 거지같은 사람은 아니다만은, 그래도 거지 같습디다. 근데 주변에 야우 있으면 착한 척해요, 가식쟁이 새끼. 이런 거는 다 뭐하러 묻습니까?
오코너 요원: 누가 칼에 찔려 죽었는데 주변에 칼로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은 당신뿐이니까요.
D-4986: 생각 맘대로 하소. 내가 옛날에 사람 죽인 거 그 여자가 시킨 건 아닐까나? 그리고 여하튼, 나는 깜빵에 갇혀 있고 5002도 지 깜빵에 있고 키는 아무도 안 갖고 있었수다. 뭐 벽 뚫고 다니는 놈이라도 찾아가서 얘기해봐야 하는 거 아뇨?
일련번호: SCP-████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은 표준 인간형 격리실에 수용하며, 격리실에는 스크랜턴 현실성 닻 1개를 설치하고 항상 가동한다. SRA가 고장을 일으켰거나 효과를 상실한다면 즉시 SCP-████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격리를 유효하게 재수립할 때까지 그 상태로 유지한다.
설명: SCP-████은 34세 인간형 개체로, 고체 물질을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다. SCP-████의 前 이름은 로버트 게이츠이며, 영국 칼라일에 거주했다.
SCP-████의 변칙성은 자신의 신체와 옷가지에만 미치며, 다른 물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실험 결과 SCP-████이 변칙효과를 이용해 통과할 수 있는 물질에는 별다른 한계가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하의 실험기록 A-K 참조.
SCP-████은 재단에 격리되기 이전에 여성 30명 이상을 강간 및 성폭행했다. 피해자들은 대개 집에서 공격당했으며, SCP-████는 출입한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몇몇 피해자는 몇 주 ~ 몇 개월에 걸쳐 여러 번 공격받기도 했다.
SCP-████은 반사회적 및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을 확연히 보이며…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5일
면담 대상: SCP-████
SCP-████: 왜 왔는지 딱 보이네.
오코너 요원: 그런가요?
SCP-████: 물어보러 왔잖아, 그 여자 죽였냐고. 엠마 말이야. 혹시 갈비뼈 사이로 칼날 집어넣고 생명이 뿜어져나오는 걸 구경하진 않으셨나요, 하고 말야.
오코너 요원: 뭘 얼마나 아는지 자랑하려는 건가요?
SCP-████: 터프한 척 해서 안 무서운 척하려는 건가? 형사님, 사람은 말하고 사는 생물이야. 특히 동물이나 가구 취급하는 녀석들 주위에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구.
오코너 요원: 사람으로 취급받고 살고 싶단 말인가 봐요.
SCP-████: 아아 나야 동물로 취급받아서 매우 편안하지. 특히 먹잇감한테는 말야.
오코너 요원: 포식동물도 우리에 갇혀 있으면 무해한 법인데요.
SCP-████: 뭐야, 내가 우리 속에 묶여 있는 줄 아는 거야? 내가 원할 때 나가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기, 못한다고 생각하나 봐?
오코너 요원: 실험기록이 그렇게 말하잖아요.
SCP-████: 아하, 그 소중한 현실성 닻 말인가 봐. 그거 별로 쓸모 없던데, 형사님.
오코너 요원: 그럼 뭐 하러 여기 앉아 있나요? 이유를 자랑해 보시죠.
SCP-████: 사람들은 내가 못 나가는 줄만 알지만, 마음 한구석에 확신하지 못하는 면이 있어. 그리고 내가 언젠가는 정답을 보여주길 바라지. 내가 저 벽을 뚫고 곧장 나가버리더라도 사람들에겐 확신이라는 이익이 남아. 사람은 뭔가 붙잡고 살 꺼리가 필요해. 하지만 나는 붙잡히지 않아, 형사님. 난 자랑 따위 하고 싶지 않아. 의심받기를 바랄 뿐.
오코너 요원: 변명처럼 들리는데요.
SCP-████: 그런데 왜 당신 목소리가 떨리지? 누구나 그런 것쯤 숨길 줄 안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포식동물은 공포를 감지할 줄 알지. 그런 걸 나한테 숨기진 못해, 형사님. 그 누구도.
오코너 요원: 엠마 헤이스팅스를 죽였나요?
SCP-████: 본론부터 들어가는 거야, 기깎기도 없이? 좋아. 호기심을 채워줄게. 아니, 안 죽였어. 광란의 칼부림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너무 변덕스러워. 너무 막 나가.
오코너 요원: 공격했나요? 강간했어요?
SCP-████: 아니야. 원래 변칙성이 보잘것없는 여자긴 했지만, 괜히 얽히고 넘어갈 필요도 없는 존재였지. 훨씬 더 연약한 먹잇감은 많아. 넘어가곤 못 참는 것만 해도 넘친다구.
오코너 요원: 그렇다면 두려워했나요?
SCP-████: 아냐 형사님, 다만 그 여자의 실험기록을 읽어보긴 했지. 야우 박사도 참, 밤에 자기 방에다 파일 함부로 놔두면 안된다니까. 엠마가 다른 사람한테처럼 그 능력으로 나를 위협하려 해봤을지도 모르지. 내가 무섭지도 않았지만 그 여자도 나를 무서워하진 않았을걸.
오코너 요원: 그런 게 당신이 즐기는 공포인가 보네요.
SCP-████: 그렇지! 형사님은 이런 기분 절대 몰라. 여자들이 나만 생각해주는 거. 나만 바라보는 거. 언제 어느 곳에서도, 방 안에서도 내가 찾아오는 생각을 해주는 거. 그런 아이들을 살짝 밟아주면 파스스 바스러지지. 나 때문에. 내가 삶의 일부가 되는 거야. 언제나.
오코너 요원: 미친 새끼.
SCP-████: 왜 급발진을 하고 그래, 형사님. 그 여자들 상상해보는 거야? 어떤 기분인지 궁금한 거야? 내가 어떤 여자 속을 알고 싶으면, 칼로 그 속을 열어볼 필요는 없어. 그냥 알아서 들어가면 되니까. 어디서라도.
오코너 요원: 이만 하죠. 더 의미가 없네.
SCP-████: 다음에 기지 산책할 때 형사님도 생각할게. 그런데 잠은 혹시 어디서 자?
면담 녹취록 - SCP-5002 무효화 사건 조사 - 2019년 12월 15일
면담 대상: 이블린 메이 제06기지 이사관
오코너 요원: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이사관님.
메이 이사관: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요원님. 막중한 사태니까요. 다만 그냥 - 요즘 제가 처리할 일도 너무 많고 심적으로 너무 지치고, 그러는데 사고는 자꾸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기분 아세요? 아니 어제는 기지 구내 딱 앞마당에다 뱀의 손이 "길"을 열어놨더라구요. 엄청난 보안 위험이잖아요. 다행히 아무도 출입 못 하도록 막아놨지만, 아직도 여기저리 처리할 일이 산더미예요. 아무튼, 처음부터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요. 어떤 점이 필요하신가요?
오코너 요원: 음,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요. G동 SRA 기록을 검토할 인가를 주셨으면 합니다. 오작동이나 비정상적 활동이 발생했는지 살펴보고 싶어서요.
메이 이사관: 어떻게 그걸 - 아. 아무렴 그녀니까. 얻어낼 건 다 얻어냈지. 요원님도 아시는 게 좋겠네요. RAISA한테 제가 들들 볶일 거예요, 이 문제랑 그 문제로 둘 다.
오코너 요원: 순전히 조사 목적입니다.
메이 이사관: <한숨> 네, G동 닻에 문제가 생긴 지는 좀 됐어요. 오작동은 물론이고 완연한 고장까지 일으킨 적도 있죠. 솔직히 이 소식이 퍼지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었어요, 보안 보고서에 손을 대 가면서. 별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 세상에. 혹시 이것 때문이라고 짐작하시나요? 게이츠가 SCP-5002를 죽이는 데 관여했을까요?
오코너 요원: 불확실합니다. SCP-████이 벽을 뚫을 순 있지만 칼을 가지고 들어갈 순 없거든요.
메이 이사관: 격리실에 칼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SCP-5002가 훔쳤을 수도 있잖아요.
오코너 요원: 흐음, 그럴지도요. 하지만 어쨌든 기록은 열람하고 싶습니다.
메이 이사관: 가능한지 살펴볼게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SCP-5002를 맡은 닻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그 격리실 안에 변칙존재는 없었어요.
오코너 요원: 격리실 안이라. 벽은 어떻습니까?
오코너 요원: 아뇨, 닻이 격리실 내부에서 다른 공간으로 튀어나와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하지만 SRA 문제는 다른 격리실에만 발생했죠. SCP-████, SCP-████, 뭐 그 밖에 빈 격리실도 있겠고. SCP-5002는 격리 실패에 빠졌던 적 없어요. 기록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고.
오코너 요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G동 최신 심리 평가 결과도 요청할 수 있을까요?
메이 이사관: 적어도 개요는 보여드릴 수 있어요. 그 결과는 무슨 이유로 신청하시나요?
오코너 요원: 야우 박사님이 자기가 데리고 있는 하급연구원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메이 이사관: 역시 카렌답네요. 마음이 따뜻한 거 봐.
오코너 요원: 제가 느끼기에 그 스트레스가 이사관님 때문에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SCP-5002 때문에 야우 박사님 팀에 압력을 넣으셨던 적 있나요? 업데이트하라거나 메모라도 넣으라거나 그런?
메이 이사관: 글쎄요, 그랬다 하더라도 평상 수준을 넘어본 적은 없어요. 카렌한테서 결과가 영 안 나오긴 했지만 그걸로 문제를 삼은 적은 전혀 없고요.
오코너 요원: SCP-5002하고 관계가 있으신데도요? 이사관님은 변칙효과의 근원으로 엠마 헤이스팅스를 지목한 그 팀에 계셨고, 처음에 엠마를 회수하는 과정 또한 감독했다고 들었습니다.
메이 이사관: 근무하는 동안 온갖 변칙개체를 분석하고 회수하고 하는 일을 맡아 왔어요. 그런 이유로 억측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오코너 요원: 이사관님을 제외하는 길일 뿐입니다. 또 이사관님 인가 등급으로는 모든 격리실과 모든 동 보안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고 아는데요.
메이 이사관: 하지만 그 전에 카메라 화면과 출입문 기록을 각 동에서 제출해야 해요. 제가 진짜로 G동으로 갔으면 카렌과 수위님이 제가 찍힌 화면과 키카드 사용기록을 먼저 볼 수밖에 없죠.
오코너 요원: 5등급인데도요? 그건 몰랐네요. 협조 감사합니다, 이사관님. 마지막으로, 모두한테들 묻는 질문입니다만 14일 자정에는 어디서 뭘 하고 계셨나요?
메이 이사관: 런던에서 약속 있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죠. 기지에는 한 3시쯤 돌아왔어요.
오코너 요원: 운전기사를 만나볼 수 있나요?
메이 이사관: 요원님, 운전기사를 끌고 간 자리가 아니었어요. 사적인 약속이라.
오코너 요원: 아하. 죄송합니다만 어떤 약속이었나요?
메이 이사관: 재단하고 무관한 일이에요.
오코너 요원: <잠시 있다가> 가능하다면 어떤 약속이라 해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메이 이사관: <한숨> 좋아요. 나딘이 말을 안 해주다니 의외네. 물어보니까 말씀드리겠지만, 이혼 변호사를 만났어요. 이혼 조정이 내년이라 변호사가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죠. 연락처도 알려드릴게요.
오코너 요원: 캐물어서 죄송합니다, 이사관님.
메이 이사관: 아뇨, 괜찮습니다. 요원님 일이니까요. 그냥 - 제가 좀 많이 지친 거 아시나요? 피터랑 저랑 그동안 - 둘이 도무지… 저희는 딸을 잃었어요, 요원님. 그쪽도 노력했지만, 둘 다 노력했는데 - 네, 그렇게 조정이 1월에 잡히게 됐죠. 그래서 런던에 갔다가 기지로 돌아왔어요.
오코너 요원: 그리고 주무셨고요?
메이 이사관: 결국은 네, 그렇죠. 6시에 알람이 울려서 깼고, 일어나 보니 대소동이 펼쳐져 있고. 긴급상황 보고가 3건이나 올라왔던 거 아세요, 야우 박사가 저를 호출하기 전에?
오코너 요원: 3건이면 한 시간치고는 많네요.
메이 이사관: 아뇨, 한 시간보단 좀더 길었어요. 카렌이 호출한 시간은 7시 반 넘어서였죠. 조금 더 뒤일 수도 있고.
오코너 요원: 그런가요? 시신은 7시 조금 지나서 발견되었는데요. 야우 박사님이 바로 호출하신 줄 알았는데.
메이 이사관: 아뇨, 확실히 그보다는 뒤였어요. 야우 박사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말씀하셨죠. 정말 스트레스 받아서 호출을 꺼렸던 건 아닐까요?
오코너 요원: 흐음. 말씀 다시 한번 나눠봐야겠네요.
제06기지 심리평가 - 2018/19 개요 - G동
조사자: 나딘 그로젠바허 박사
피조사자 직분 평가 결과 비고 카렌 야우 G동 감독자 합격 N/A 마이클 심슨 하급연구원 관찰 필요 스트레스, 내성적 데비다스 센굽타 오전 시간 수위 합격 N/A 오언 은워카존스 오후 시간 수위 합격 N/A 조셉 로우리 밤 시간 수위 합격* G동 감독자 견해 참조 D-2825 D계급 인원 불합격 신경쇠약, G동에서 이동됨 D-4986 D계급 인원 관찰 중 공격성, 반사회성 SCP-5002 N/A 합격 N/A SCP-████ N/A 합격 N/A SCP-████ N/A 불합격 [기밀]
면담번호: SCP-5002-56
날짜: 2019년 5월 6일
면담자: 카렌 야우 박사
야우 박사: 소설은 잘 되어가?
SCP-5002: 그럭저럭요. 언제 끝날지 감은 안 잡히지만 지금까진 비교적 만족스러워요. 뭐 고작 두 명을 위해서 쓰는 글이지만요.
야우 박사: <웃음>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독자의 반응이?
SCP-5002: 그렇지 않으면서 그래요. 글쓰기는 제가 필요해서 시작했던 일이지만, 저한테 사로잡힌 독자의 반응을 즐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가끔은 두 가지 작품을 동시에 쓰는 기분이 들어요. 독자를 위해, 그리고 좀더 개인적 의미를 담아서 나를 위해.
야우 박사: 자기가 쓴 글이 미치는 효과를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러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건을 창조한다는 뜻이야?
SCP-5002: 그런 질문은 벌써 많이 하셨잖아요.
야우 박사: 아주 중요한 질문이니까. 게다가 답을 계속 피했잖아.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을 일부러 통제하는 거야?
SCP-5002: 누가 누굴 통제해요? 음악가가 음악을 연주하는 걸 보고 작곡가가 우리한테 들리는 음표를 "통제"했다고 하진 않잖아요. 등장인물은 음표일 뿐이에요. 독자가 거기다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야우 박사: 그러면 독자가 등장인물을 조종한다는 말이야? 하지만 작가도 독자를 조종하는 법이잖아.
SCP-5002: 작가에 따라 다르죠. 저는 독자가 추리를 계속해주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독자와 공평하게 상대하고 싶어요.
야우 박사: 그러면 알고 있었어, 자기 작품이 무슨 짓을 하는지?
SCP-5002: 작품이 자기 품을 떠나서 무슨 효과를 미칠지 아는 작가가 있을까요? 셰익스피어라면 알았을까요? 버지니아 울프라면? 안네 프랑크라면? 작가가 펜을 한 번 내려놓으면 나머지는 독자한테 달린 거예요.
야우 박사: 하지만 이런 경우엔 너도 독자잖아. <한숨> 결국 오늘도 대답은 안 해주는구나.
SCP-5002: 박사님이 하루같이 질문하시니까 그렇죠!
야우 박사: 알았어. 자꾸 그렇게 나올 거면 그냥 다른 이야기 해. 낯선 장르를 쓰고 있으면 어떤 기분이야?
SCP-5002: 그래도 행복이다 싶죠, 무슨 "빨간 버튼 초록 버튼"보다는 훨씬 주제다운 주제니까.
야우 박사: <웃음> 다른 장르도 집필해본 적 있어?
SCP-5002: 제가 평소에 느끼기로는, 독자가 평소에 기대하는 점이라는 게 있고 거기 어긋나기는 좀 버거워요. 엠마 헤이스팅스 소설을 사면 범죄와 추리를 기대하지 로맨스나 휘황찬란 판타지를 기대하는 게 아니잖아요. 살인을 안 넣으면 없다고 불만이고, 살인을 전개 장치로 넣으면 장르에 안 맞다고 불만이고.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요?
야우 박사: 외계인이 살인범인 사건은 아무래도 안되겠네, 그럼?
SCP-5002: <웃음> 그래도 도리라는 게 있죠. 추리 소설에서는 대개 제일 간단한 해석이 최고예요. 돈, 사랑, 복수. 이런 게 살인 동기로 최적이죠, 적어도 이야기 속에서는. 나머지는 해답보다는 질문할 거리가 더 많아져요.
야우 박사: 그럼 완전히 다른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든 적도 아예 없어?
SCP-5002: 한번은 음모론 스릴러를 구상해본 적은 있는데, 출판사에서 퇴짜 맞았어요. 참 드라마 같은 아이러니죠, 상상을 뛰어넘는 진짜 음모론 스릴러가 내 인생이 되다니.
야우 박사: 왜 여기 붙잡아둘 수밖에 없는지 이해는 하겠지?
SCP-5002: 그럼요. 물론 자유가 너무 그립지만, 이곳이 존재하는 의의는 깨닫고 있어요. 게다가 어떤 점에선 오히려 좋죠. 살면서 제일 놀라운 일을 많이 겪었어요. 제 작품이 인정받는데다 다음 작품을 기대받는다니! 더 이상 동네 가십이나 문단의 평가 따위를 걱정하고 다닐 필요 없잖아요. 물론 아직도 못 친해진 사람도 있지만요.
야우 박사: 아, 마이클이랑 조랑은 해도 너무하긴 하지, 그래도 언젠가는 알아줄 거야. 내가 잘 알아. 조금만 더 기다려 봐.
SCP-5002: 솔직히 상관은 없어요. 지적인 대화를 나눌 창구가 하나 생긴 걸로 충분하거든요.
야우 박사: 칭찬해주는 거야? 고마워.
SCP-5002: 너무 비행기 타진 마시구요.
야우 박사: 자, 그럼 작가님께 집필할 시간을 돌려드려야 하나?
SCP-5002: 고마워요. 요즘 파트가 좀 어려워요. 주인공을 실험체로 잡고 있는데 이 남자가 친절한 과학자랑 있는 장면이거든요. 근데 그 여자가 충분히 설득력 있을지 모르겠어요.
야우 박사: <웃음> 집필 재밌게 해. 조언할 데가 필요하면 말해주고.
SCP-5002 조사 업데이트 발표 - 계속
날짜: 2019년 12월 16일
장소: 제06기지 G동 휴게실
<기록 계속>
오코너 요원: …그것이 오늘까지 있었던 일이었죠. 그리고 제 앞에는 지금, 거짓말쟁이들이 가득 모였네요.
심슨 연구원: 네?
메이 이사관: 뭐라고요?
오코너 요원: 이것부터 시작해볼까요? 로우리 씨는 담배 피우러 나갔다는 이야기를 할 때 거짓말을 넣으셨죠.
로우리 수위: 대체 그게 뭔 소립니까?
오코너 요원: 당신은 증언하신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나가 있었어요, 로우리 씨. 술까지 마셨죠.
로우리 수위: 아니거든요!
오코너 요원: 한밤중이 지루한 시간이기는 해요. 당신은 술이 당겼고, 마침 잭다니엘 한 병이 있었죠. 보통은 교대기간이 끝날 때 술병을 슬쩍해서 나가지만, SCP-5002를 발견했을 때 당신은 G동 전체가 수색에 들어갈 걸 알아차렸어요. 당황한 당신은 격리실에다가 술병을 숨겨두었죠. 그로젠바허 박사님이 시체를 살펴볼 때요.
로우리 수위: 아냐.
오코너 요원: 그 술병은 그날 밤부터 격리실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다가 아침 늦게, 당신이 들어갔다 막 나왔을 때 나타났어요. 또 거짓말하려고 해 봐요, 이제 다 눈치챘으니까. 사실 이 자리에서 저한테 거짓말하지 않은 사람은 살인자뿐이죠.
야우 박사: 그건 또 무슨 소리죠?
오코너 요원: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D-4986만이 저한테 진실을 그대로 얘기해줬다, 그 말이에요. 당신은 살인 전과자지만 SCP-5002를 죽이지 않았다고 저한테 말했고, 그 말을 전 믿어요.
D-4986: 하! 이제야 내 편이 생겼군.
메이 이사관: 그럼 요원님은 SCP-████이 살인범이라 추측하시나요?
오코너 요원: 재미있네요, 이사관님이 그놈 얘기를 꺼내다니. 중요한 건 뭐냐면, 모두가 거짓말을 내놓으면 그 거짓말들이 서로 충돌하고, 그 충돌하는 모습을 엮으면 그림이 그려진다는 사실이에요. 이사관님, 그 꾸며진 지친 모습마저도 위장일 거에요, 적어도 일부분은. 하지만 뭐 지치시는 걸 이해는 해요, 협박편지를 받고 계셨으니.
로우리 수위: 협박편지? 뭐 때문에?
오코너 요원: "누구한테"를 먼저 봐야겠죠. 이 기지 모든 동에서 두루 일해봤고, SRA가 고장났다는 사실이 은폐된 증거를 목격할 만한 사람. SCP-████가 격리 실패를 일으켰다는 증거를 얻고… 살인 현장에 성폭행 증거수집 도구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사람. D-2825가 신경이 쇠약해진 이유를 SCP-████이 계속해서 침입해온 데서 찾아낼 만한 사람. 그로젠바허 박사님 같은 사람이요.
그로젠바허 박사: 터무니없는 소리.
오코너 요원: 에이 그러지 마세요. 이사관님부터가 말씀하셨어요, 박사님은 SRA가 고장난 이야기를 다 알았다고. 혹시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박사님이 갑자기 최고의료책임자로 승진한 것과?
메이 이사관: 맞아요. 정말 맞아. 그로젠바허 박사는 제가 보안 기록을 조작해서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렸던 사실을 RAISA에 제보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입막음 대가로 기지 의료부 최고직을 요구했죠.
그로젠바허 박사: 샤이스케를Scheißkerl.
오코너 요원: 운이 좋으셨어요, 이사관님. 박사님이 얼마나 더 큰 걸 요구하셨을지 생각해보세요, 이사관님이 무슨 일을 꾸미고 계셨는지 눈치챘다면.
그로젠바허 박사: 뭐야?
오코너 요원: 현실성 닻은 고장난 적 없었어요. 그렇죠, 이사관님? 고장은 원래 무작위로 분포하는 법인데, 말씀하신 대로 SCP-5002 격리실은 피해를 본 적 없었죠. 하지만 SCP-████은 명명백백히 수시로 탈출했어요. 본인도 인정했고, D-2825가 무시로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도 뒷받침해요. 제 생각에 당신은 일부러 SRA를 꺼서 탈출을 방조했을 거예요. 거기다 격리실 배치까지 손을 댔죠. 당신은 SCP-████을 G동에 뒀어요, 절대로 위험성이 낮은 인간형 개체가 아닌데도. 그게 당신의 목표였어요, 그놈이 SCP-5002를 공격하는 것. 엠마를 범하고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
야우 박사: 세상에!
심슨 연구원: 엠마! 당신, 이 괴물 같은!
메이 이사관: 뜬금없는 혐의치고 너무 과도하군요, 오코너 요원. 추측보다는 더욱 확실한 증거라도 제시해주면 좋겠는데요.
오코너 요원: 이사관님은 항상 SCP-5002한테 관심을 기울였지만, 야우 박사님의 연구가 진도가 느린 점에는 신경쓰지 않았어요. 관심사는 오로지 SCP-5002가 고통받는가에 있었죠.
로우리 수위: 5등급 접근 인가. 나라면 절대 생각도 -
야우 박사: 대체 어째서?
오코너 요원: 저도 몰랐어요, 이사관님의 이혼 변호사와 이야기해볼 때까진. 변호사 말로는 이사관님은 그날 살인이 벌어질 때 런던에 있었어요. 그리고 성(姓)을 결혼하기 전으로 바꾸셨다는 말도 해줬죠. 이블린 메이의 옛날 이름은 이브 홀로웨이. 그 딸은 바로 케이트 홀로웨이, 2017년에 SCP-5002의 변칙성으로 말미암아 사망했죠. 이사관님, 복수를 꿈꾸시면서 또 얼마나 뒷작업을 해두셨는지는 몰라도, 엠마가 죽었다고 마음이 평화로워지진 않으신 듯한데요.
메이 이사관: 당신은 몰라! 우리 아이가 죽었다고! 그 동물 같은 자식이 한 수천 번은 죽는대고 해도 내 성에는 안 찰 거야.
심슨 연구원: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엠마한테?
오코너 요원: 어떻게 '엠마'라고 부를 수가 있죠, 마이클?
D-4986: 아 제길.
오코너 요원: 뭐 어쨌든, 그날 SCP-5002의 격리실에 칼을 가져다놓은 사람은 이사관님이 아니었어요. 그렇죠?
심슨 연구원: 나 - 난 아니 -
오코너 요원: 그 냉담한 척 열심히 가장하느라 수고했어요 마이클, 이제야 금이 막 가려고 하네요. 당신이 그간 느꼈다는 그 모든 스트레스, 논문 때문에 나오지는 않았을걸요. 당신은 멀쩡하게 잘 지내다가 어느날 무슨 변칙적 인간형 개체의 실험에 참여했고, 그때 무언가 바뀌었어요. 야우 박사님은 대상을 마치 사람인 것처럼 다루었고, 당신은 그 개체가 사람인 줄 깨달았어요. 그때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았나 싶은데요. 당신은 뱀의 손에 합류했어요.
심슨 연구원: <울음기> 으윽… 이런…
메이 이사관: 그건 또 어떻게 알았죠?
오코너 요원: 완전히 확신은 못했지만 아귀가 맞아떨어져요. 제가 칼 이야기를 꺼내자 마이클은 깜짝 놀랐다가, 곧 식기세척기에서 봤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기로선 예상 못했던 일인 거죠. 살인 사건 이후 바로 마이클은 급하게 약속 잡은 사람이 있다며 나가려 했어요. 기지 옆에 웬일인지 뱀의 손의 "길"이 나타났던 그날이었죠. 길이 바로 탈출 경로였어요. 마이클의 목표는 SCP-5002를, 가능하면 다른 SCP도 같이, 데리고 나간 뒤 다음날 아침 기지가 어수선한 와중에 모습을 감추는 거였어요.
D-4986: 엥, 그러면 왜 그 여자를 죽였지?
오코너 요원: 마이클, 당신은 그날 밤을 새면서 기다렸어요. 로우리 씨가 2시에 담배 피우러 나가는 거야 누구나 다 알고, 또 로우리 씨가 걸어가면서 SCP-5002 격리실 문을 흔들어보는 것도 알았죠. 그때가 바로 신호였어요. 당신은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서 갖고 있던 키카드로 문을 열었어요. 보안기록에 표시가 나는 줄은 알았지만, 누가 깨달았을 때쯤 이미 자기는 사라지고 없을 테라고 생각한 거죠.
그로젠바허 박사: 하지만 표시가 안 났잖아요.
오코너 요원: 차차 말씀드릴게요. 당신은 SCP-5002한테 호신용으로 쓰라고 칼을 건넸어요. 그렇죠, 마이클? 그리고 로우리 씨가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가지 않았죠. 그렇죠?
심슨 연구원: 네. 네, 맞아요, 거부했어요.
오코너 요원: 그 이유를 같이 말해줬을 텐데요.
심슨 연구원: 네. 미안해요, 카렌. 계속 엠마보고 가라고 말했는데, 엠마는 - 엠마는 여기 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야우 박사랑 같이 자는 사이니까.
오코너 요원: 그렇죠.
<웅성임, 높아진 목소리>
오코너 요원: 조용! 조용합시다 다들. 아직 말할 게 태산이에요. 마이클, SCP-5002의 대답을 듣고 나서 당신은 격리실을 떠났어요. 허둥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냅다 다시 돌아왔죠. 칼은 둔 채로.
심슨 연구원: 네, 모두 맞아요.
오코너 요원: SCP-5002가 당신한테 말해줬나요, 그날 저녁에도 야우 박사랑 같이 잤다고? 그렇죠, 안 그런가요 야우 박사님?
메이 이사관: 카렌!
야우 박사: 이해 못할 거예요. 엠마랑 저랑은 사랑하는 사이였어요. 너무나도 멋진 여자였다고요.
오코너 요원: 연구 진도가 나가지 않은 건 엠마를 가까이 두려는 목적이었어요. 둘이 관계를 얼마나 이어왔죠? 서너 달 되나요? 아무튼 카메라 시스템을 조작해서 매일 밤 엠마 혼자 있는 것처럼 꾸미는 법을 배울 만큼은 길었겠죠. 신기하지 않아요? 저도 이렇게 화면을 자세히 살펴볼 줄은 몰랐어요. 그 잭다니엘 병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더라면.
로우리 수위: 젠장할.
오코너 요원: 그리고 당신은 보안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으니, 키카드 사용 내역 정도는 중앙실로 도달하기 이전에 지울 수 있었죠. 아마 그래서 박사님은 사건이 터진 그날 아침 이사관님께 늦게 연락하셨을 거예요. 마이클이 SCP-5002 격리실로 들어간 것을 보았으니, 자신의 비밀을 노출시켜서 마이클까지 휘말리게 해야 할지 재어보고 있었겠죠.
야우 박사: 마이클이 문을 여는 건 봤지만, 엠마를 죽일 리 없었다는 건 알았어요. 이야기를 먼저 나눠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죠.
오코너 요원: 두 사람은 그날 밤에 마주칠 뻔했을지도 몰라요. 박사님이 격리실에 엠마랑 같이 있을 때 로우리 씨가 근무를 시작했죠. 그리고 2시에는 로우리 씨가 문을 흔드는 소리를 들었어요. 마이클처럼. 그때가 바로 나가는 신호였어요. 당신이 방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마이클은 자기 방을 떠났죠. 아마도 마이클이 칼을 꺼내오려고 할 때 부엌을 지나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D-4986: 그럼 뭡니까, 저 박사가 나중에 다시 와서 그 여자 잘 때 찔렀수?
오코너 요원: 그럴 리가요. 어긋난 사랑이 살인 동기로 어울리기는 하죠. 하지만 SCP-5002가 칼에 찔린 건 잘 때가 아니었어요. 피가 상처 주변뿐만 아니라 이부자리에 두루 걸쳐서 묻었거든요.
그로젠바허 박사: 그렇죠.
오코너 요원: 아마 더 괜찮은 추측은, 서 있었을 때 찔린 다음에 이불에 말려서 침대 위로 끌어올려졌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다들 잊어먹은 사실이 하나 있어요. 야우 박사가 보안 기록을 날릴 때 깜빡했던 한 가지가.
로우리 수위: 또 뭔 소리를 하려고 그럽니까?
야우 박사: 무슨 소리예요?
심슨 연구원: 제가, 나갈 때 격리실 문을 잠그지 않았어요.
오코너 요원: 그렇죠. 마치 칼을 남겨둔 것처럼요, 허둥거리며 나갔으니까. 당신은 우리끼리 면담할 때에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메이 이사관: 그래서 그게 대체 뭡니까?
오코너 요원: 마이클이 방을 나선 신호, 야우 박사님이 격리실을 나간 신호, 모두 로우리 씨가 담배 피러 나갈 때 격리실 문을 흔들어보는 거였죠. 하지만 로우리 씨는 문을 지나다닐 때마다 항상 흔들어봐요. 갈 때랑 올 때.
야우 박사: <놀람> 이런.
오코너 요원: 로우리 씨는 담배 피우고 돌아올 때 문을 흔들었다가 열려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리고 격리실로 들어갔죠. 그렇죠, 로우리 씨?
메이 이사관: 대답하십시오.
오코너 요원: 게다가 술에 취한 상태였어요. SCP-5002와 말싸움이 붙었죠.
심슨 연구원: 로우리 씨?
오코너 요원: 그리고 그 사실을 들었어요. 엠마와 야우 박사 이야기를.
야우 박사: 조?
오코너 요원: 그 사실을 뽐냈어요. 참을 수가 없었죠. 냅다 칼을 집어들고 -
로우리 수위: 완전 그 여자랑 말뽄새가 똑같애, 알아? 진짜 엄청 똑똑하고 잘났어! 세상 천지에 지 혼자만 똑똑한 줄 알지, 지는 대학 갔다왔고 나는 일개 수위니까. 저 박사가 날 사랑할 수도 있었어! 그 변칙적 썅년이 아니라.
야우 박사: 조, 그게 무슨 - <울음소리>
오코너 요원: 박사님, 당신은 로우리 씨에게 호감을 품었죠. 하지만 너무 친절했어요. 정신과 기록도 그냥 어물어물 넘어갈 수 있게 해줬죠. 술 마시는 것도 알았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해줬던 행동들이 결국에는 엉큼한 마음으로 돌아오고 말았죠.
로우리 수위: 닥쳐. 제발 닥쳐 줘, 개 같은 자식이.
오코너 요원: 로우리 씨는 계획하고 일을 꾸미지는 않았지만, 일을 저지르고 나서는 영리하게, 심지어 대담하게 행동했어요. 엠마가 카메라를 조작했다는 이야기도 분명 꺼냈겠죠, 그래서 찍히지 않았던 줄 알았을 거예요. 당신은 격리실을 나와 식기세척기에 칼을 넣어놓고 경비실로 돌아간 다음 아침까지 가만히 기다렸어요. D-4986을 데려와 목격자로 삼으면서 현장을 "발견"했고, 야우 박사의 키를 가져와서 문이 잠기지 않았음을 숨겼어요. 야우 박사가 자기 연애사를 숨기려고 출입기록을 날렸으리라고 대담하게 추측까지 했어요. 어쩌면 여전히 보호하려고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정성스레 시체를 뒤집어놓기까지 해서 옷에 남은 핏자국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현장을 굳게 지켰죠, 혹시 모르니까.
메이 이사관: 보안 요원, 아무나 빨리 들어와요.
오코너 요원: 잭다니엘 병을 남겨둔 건 실수였죠, 물론. 하지만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셨어요.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D-4986: 로우리, 이 썩을 놈이!
오코너 요원: 정말 운이 좋을 뻔했어요. 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이었으니 잘하면 행적이 묻혀버렸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국에 이 사건의 해답은 가장 간단한 해석, 가장 유구한 동기였다고 하겠네요.
<문 열린다>
이름 불명: 이 방에서 용무가 있습니까?
메이 이사관: 이 남자가 살인 용의자이니 구금 및 심문 대기하세요.
오코너 요원: 데려가시면 돼요, 요원님.
<기록 끝>
SCP-5002 조사 - 최종 보고서 - 후기
글쓴이: 엘렌 오코너 요원
날짜: 2019년 12월 24일
필자는 이번 조사 내용을 추가로 복기해 보면서 일찍이 내린 결론에 단서를 달고자 하였다. SCP-5002를 살해한 자가 조셉 로우리 수위라는 것을 필자는 변함없이 믿으나, 재단 당국에서 로우리의 형량을 결정하고자 할 때 가능하다면 관대한 처분을 내리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로우리 씨에게 살인죄를 지워야 한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는 사실들이 서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각자의 책임을 진 인물들이 자신의 행동을 모두 인정했으나, 아직 SCP-5002의 사건 연루 문제가 남아 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는 SCP-5002가 자신의 변칙성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가 하는 것이다.
맨 처음부터 따져보자. 밝혀진 바로는 SCP-5002 격리실의 스크랜턴 현실성 닻은 문제없이 작동했으며, 격리실에서 변칙활동을 억제하는 데에도 제대로 기능했다. 또한 마찬가지로, SCP-5002가 집필한 자료 중에서 12월 14일 발생한 사건에 대응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필자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SCP-5002의 격리실에 있던, 쓰여 있는 내용은 없었으나 내용을 비운 채로 여러 가지 무늬로 오려진 그 백지들이다. 어쩌면 SCP-5002의 소설을 더 깊이 조사해본다면 이것이 격자형 암호였으며 무늬가 어떤 단어나 구절을 이루며 한 가지 작품을 구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 작품을 SCP-5002가 따로 읽음으로써 유다른 효과가 발생했던 걸까? 실험기록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것을 우선 조사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존재론적 변칙개체는 탐지하기가 악명 높으리만치 어렵다. 이 보고서를 읽는 미래의 독자들은 최고의 방법을 동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번에 작업한 내용들이 혹시 독자가 예상한 그런 식으로 짜인 걸까? 맨 먼저 내 결론의 뼈대가 먼저 세워지고 그 다음에 결론에 살을 붙일 증거가 만들어지는 식으로? 혹은 대신에 이야기의 구조를 띠도록?
이것이 사실이라면 내 가설에 힘입어 로우리 씨는 혐의를 약간이나마 벗을 것이다. 엠마 헤이스팅스의 사인은 자살이 될 테니까. 그러나 해답보다는 질문할 거리가 더 많아질 것이다. SCP-5002가 자신에게 칼을 겨눈 동기가 뭘까? SCP-5002가 로우리를 자신을 죽이도록 만들었다면, 야우 박사도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었을까? 이사관이 자신을 싫어하도록 만들었을까? 이 사슬은 얼마나 멀리까지 뻗어 있었던 걸까?
내가 태어났을 때는 SCP-5002가 아직 4살도 채 되지 않은 시절, 아직 글을 쓰지도 못하던 때였다. 조셉 로우리는 SCP-5002보다 10살은 많다. 나로서는, 내 삶은 오로지 내 것이라고 믿는다. 내 행동은 내가 결정한 것이고, 내 생각은 내가 떠올린 것이며, 다른 누구한테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나는 진짜라고 믿는다. 독자 여러분, 당신도 그렇게 느끼기를 정말로 희망한다.
내 삶을, 그리고 당신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