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는 참 착한 아이다.

연희는 참 착한 아이다.

연희 자신도 그걸 잘 알았다.

그래서 착한 아이인 연희는 열심히 노력했다.

남들보다 더 공부했고 남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았고 남들보다 더, 외로웠다.

하지만 연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연희는 참 착한 아이니까.

그렇게 연희는 홀로 컸다.

학교에서는 친구보다 교과서와, 집에서는 부모님보다 문제집과 더 오래 지냈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부모님과 깊은 대화를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겠지만,

연희는 참 착한 아이니까 괜찮았다.

크다 보니 연희는 친구들의 질투를 사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연희는 누구보다 공부를 잘하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어른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착한 아이니까.

그렇지만 친구들은 연희가 착한 아이라는 걸 알지 못 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연희를 무시했다.

그리고 연희에게 화를 냈다.

연희에게 우유를 뿌렸다.

연희를 어두운 창고에 가뒀다.

거짓된 소문을 퍼트려 모두가 연희를 싫어하게 했다.

하지만 연희는 이 사실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연희는 언제나 착한 아이이어야 하니까.

절대로 부모님을 실망 시켜서는 안 되니까.

그래서 연희는 침묵했다.

몇 년이 지나자 연희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는 참 착한 아이가 많았다.

연희는 불안했다.

착한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까봐.

자신이 이제는 나쁜 아이가 되어갈까봐.

연희는 불안했다.

그리고 3월이 되자 불안했던 일이 일어났다.

연희는 불안감 때문에 시험에 집중하지 못 했고 결국,

나쁜 아이가 되었다.

연희의 부모님은 연희가 나쁜 아이인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부모님은 연희를 무시했다.

연희에게 화를 냈다.

연희에게 성적표를 던졌다.

연희를 어두운 방 안에 가뒀다.

그리고 거짓된 믿음을 스스로에게 줘 이렇게 하면 연희가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연희의 부모님은 언제나 착한 아이의 부모님이어야 하니까.

연희는 어두운 방 안에서 잠에 들었다.

이대로 영원히 잠들기를 바라면서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는 연희와 연희가 있었다.

그리고 연희와 연희 앞에는 검은 살덩어리가 있었다.

검은 살덩어리는 많은 아이를 집어삼킨 듯이 크기가 컸다.

그리고 더 집어삼키고 싶다는 듯이 꿈틀거렸다.

연희는 검은 살덩어리를 보고 연희를 가리켰다.

검은 살덩어리가 연희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희는 가만히 서서 검은 살덩어리를 기다렸다.

원래 자신은 사라졌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 검은 살덩어리를 기다렸다.

검은 살덩어리가 연희에 닿았다.

그리고 서서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희는 저항하지 않았다.

연희도 방해하지 않았다.

연희는 항상 혼나기만 하고 잘하는 것이 없으니까.

연희만 남고 연희는 검은 살덩어리가 되어갔다.

연희를 전부 집어삼킨 검은 살덩어리는 점차 희미해지면서 사라졌다.

연희는 잠에서 깨어났다.

연희는 검은 살덩어리 때문에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연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연희는 참 착한 아이니까.

착한 아이연희는 식칼을 가지고 거실에 갔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부모님은 연희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연희는 이제 완전히 착한 아이가 되었으니까.

연희는 식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연희는 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

연희는 아파하고 몸부림쳤으나 부모님은 착한 아이연희를 당연하게 여겼다.

부모님은 연희의 피를 뒤집어썼으나 연희는 이제 착한 아이이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TV에서 코미디프로가 나올 때, 연희의 부모님은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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