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P-3881
일련번호: SCP-3881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3881은 표준형 격리함 내에 보관한다. 그 밖에 다른 격리 절차는 불필요하다.
설명: SCP-3881은 평범하게 생긴 밴드형 황금 결혼반지로, 성형한 데가 약간 있다. 사람이 SCP-3881을 착용하면, 착용자는 불명의 장소로 한순간에 이동한다. 반지를 빼면 대상과 착용자 모두 원래 위치로 되돌아온다.
해당 장소는 숲 속의 빈터로, 초가집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 초가집에는 가재도구가 모두 비치되어 있으며, 유지 상태가 좋고 사용한 흔적도 남아 있다. 집안에 있는 의류는 성인 남성의 의복으로 추정되며, 신발 치수는 10이고, 모두 5년 정도는 쓰인 적 없는 것으로 보인다.
SCP-3881은 한 전당포에서 발견되었는데, 대상을 잡힌 사람은 파멜라 스미스Pamela Smith였다.
부록 A:
면담 녹취록
면담자: 파멜라 스미스면담 대상: ████ 연구원
<기록 시작>
████: 공식적으로 이름이랑 직업을 말씀해 주십시오.
스미스: 파멜라 스미스, 무직입니다.
████: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갖고 계시던 반지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드려도 무방하겠습니까?
스미스: 음… 아니요, 웬만하면.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네요.
████: 스미스 씨, 그 반지가 저희 조사에서 중요해서 말입니다.
스미스: 조사요? 하워드는 법적으로 죽었는데 뭐 때문에 조사를 들어가야겠다는 말이에요?
스미스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 연구원을 바라본다. 어조가 다소 높아졌다.
████: 스미스 씨, 저희가 뭔가 소통이 안된 것 같습니다. 그 반지를 착용하신 적 있나요?
스미스: 그걸 말이라고 해요? 한 번도 안 껴봤죠. 쳐다보지도 못하는데.
스미스가 의자에 풀썩 늘어진다.
스미스: 미안하네요. 뭐랄까… 생각하기 좀 버겁거든요? 아직도 그리워요. 고작 반지 하나에 예민해지는 게 너무 바보같고 감상적이긴 한데.
████: 원 별 말씀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니까. 그런 이유 때문에 반지를 잡히셨던 건가요?
스미스: 그냥… 집에 있다는 게 항상 의식이 되니까요. 자꾸만 신경이 쓰여요. 반지가 가까이 있으면 도저히 다른 생각이 들어지지가 않아요. 하워드가 기다린다는 것처럼. 말도 안되죠? 그 사람이 썼던 느끼한 편지 한 장 가지고는 수습이 안 되네요.
████: 편지요?
스미스: 그것도 갖다 드릴 수도 있어요… 뭐 도움이 되신다면야.
████: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야 감사합니다.
<기록 종료>
부록 B: 파멜라 스미스가 재단에게 양도한 편지의 내용.
팜Pam에게
이 편지를 쓰는 건 내가 실패했기 때문이야. 도망다니는 중이야. 자세한 얘기는 못하지만, 꼭 이걸 너한테 줘야만 했어.
또 이 편지를 쓰는 건 네가 정말 멋진 사람이기 때문이야. 너랑 사랑하면서 정말 즐거웠어. 첫 데이트 때 언덕 위에서 서로 눈만 하염없이 들여다보던 걸 기억해. 산책을 길게 나가서 무슨 색깔 접시를 살지 고민하던 시간을 기억해. 가구는 어디다 둘지, 애 이름은 어떻게 붙일지 쪼잔하게 싸우던 시간을 기억해. 이 세상 그 어떤 것하고도 그런 것들을 바꿀 수는 없어.
이 봉투에 담은 반지를 준비하느라 애먹었어. 반지를 껴 줘. 그러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더라도 우리는 함께일 거야.
죽어버린 남자랑 결혼해 줄래?
사랑을 담아,
하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