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3549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3549는 제76기지의 중간 단계 보안 수납장에 격리되어야 한다. 연구원 편의상 해독된 텍스트 인쇄본 한 부를 항상 SCP-3549의 곁에 놓아 두어야 하며, 전자 사본은 재단 서버에 안전히 보관하여야 한다.
설명: SCP-3549는 36개의 변칙적 물체에 통틀어 부여한 일련번호다. 이 물체들은 서로 같이 사용되었을 때 변칙적인 소통 및 기록 수단으로 쓸 수 있다.
SCP-3549-A는 12권의 피혁 종이로 된 코덱스로, 15세기 초엽 제작되었으며 표지에 금박으로 "다아크 무역회사"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코덱스에 쓰인 피혁이 포유류의 것임은 확정되었으나, 유전자 분석으로 종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피혁의 게놈에 몇 군데의 변칙적 유전자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각 SCP-3549-A 개체의 페이지 수는 알 수 없으며, 개체 모두에 동일한 글이 적혀 있다. 이 텍스트의 대부분은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거래 내역이다. 내용은 암호로 적혀 있으며, 암호를 재단 암호학자들이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자세한 내용은 문서 SCP-3549-01 참조)
SCP-3549-B는 똑같은 은제 잉크통 열두 개로, 여기에도 "다아크 무역회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잉크통에 든 잉크는 소진되지 않으며, SCP-3549-C을 넣지 않는 방식으로 통에서 옮길 수 없다. 잉크는 푸른빛이 도는 검은빛이며, 오징어 먹물로 밝혀졌다. SCP-3549-C는 깃펜 열두 개로, 흑고니의 날개깃으로 만들었다.
눈여겨볼 점은 모든 SCP-3549 개체들은 새것과 같은 상태이며, 변칙적으로 손상과 부식에 강하다는 것이다.
SCP-3549-B의 잉크를 묻힌 SCP-3549-C를 써서 SCP-3549-A에 올바른 암호로 된 글을 쓰면, 다른 모든 SCP-3549 개체에도 글씨가 나타난다. 다른 방식으로 쓰거나 제대로 되지 않은 암호로 쓴 글은 수초 내로 사라진다. 이는 이미 쓴 글을 편집하려 할 때도 일어난다. 적힌 글을 지우거나 고치려면 최소 7권의 SCP-3549-A에 해야 한다.
이미 쓰인 정보와 어긋나는 글을 쓰면, 펜이 종이에서 떨어지자마자 저절로 취소선이 그어져 새로 쓴 글이 틀렸다고 알린다. SCP-3549-A에서 페이지를 한 장 이상 제거하면 떨어지자마자 빠르게 부패하여 사라진다. 이후 다시 책을 펼치면 페이지는 다시 나타나 있다.
분석 결과, SCP-3549는 여러 다아크 무역회사 직원들이 회사의 사업 내역을 즉시 알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다아크 무역회사는 당시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협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회사는 당시의 경쟁사들에 비해 큰 이점을 가지게 되었다.
또 SCP-3549의 상당한 보안성 덕분에, 작성자들은 다수의 고객, 직원, 거래처들에게 완전 가상의 표기를 주었으며, 차후에 고객들 등은 이 표기를 다른 장부를 통해서도 실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이는 현대의 체크카드나 암호화폐와 유사하다.
부록: SCP-3549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마셜, 카터 & 다크 창고 습격 당시 처음 발견되었다. 그렇기에 SCP-3549는 요주의 단체 마셜, 카터 & 다크의 창립자이자, 현 원로급 파트너일 수도 있는 "다아크"라는 이름만 알려진 요주의 인물의 신빙성 있는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다음은 이 인물에 대한 중요하거나 상징적인 내용만을 추린 것이다. 글은 해독되어 필요할 때 번역되거나 현대의 문체로 옮겨썼다.(전체 해독본은 SCP-3549-01 문서 참조)
날짜 | 1421년 9월 13일
거래내역 | 없음
비고 | ~ 길프리, 이 글을 본다면 친히 답변 해 주게나.
~ 다아크, 보이네. 마치 이미 쓰여져 있던 글씨를 덮고 있던 게 들춰진 것마냥 모든 페이지에서 한꺼번에 나타나더군. 놀랐다고 말하고는 싶으나 재료치고는 별 것 아니더만. 악마 가죽, 크라켄 먹물, 요정의 은… 그런데 그 깃털은 어디서 구했다 했나?
~ 김새겠지만 의외로 평범한 흑고니일세. 악마를 번식시키고, 크라켄 사냥을 하고 요정 동무들이랑 거래를 하고 나니 재정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진이 빠지네. 좀 실망스럽겠지만 깃펜은 그냥 깃펜일 뿐일세.
듣긴 괴랄하겠지만 그럴 가치는 있었네. 우리 사업에 이 발명은 최고로 쓸모가 있을 걸세, 길프리. 우리 거래 내역을 샤일록 지구에서 그때그때 알려준다면 런던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때맞춰 알려주도록 하지.
~ 자네가 지금 런던 신경 쓸 처지인가? 자네는 약제상 수입으로 겨우 앞가림이나 할 정도고, 자네가 뒷구멍으로 그런 마물들을 판다는 걸 교회가 알게 되면 자네를 화형시킬 게 뻔하네.
~ 내가 이래서 자네에게 애증이 있는 걸세, 길프리. 자네는 뭐든 그 금전적 가치 이상을 알아본 적이 없네.
내 비밀 의뢰인들은 유럽에서 제일 고귀한 귀족들, 제일 부유한 상인들과 제일 강력한 마법사들이고 그들 전부가 마법을 걸 때 내가 필요하다네. 그런 영향력은 함부로 무시할 만한 게 아니지. 웨스트민스터의 왕족들마저도 나와 연금술 이야기를 한다네. 지금, 내가 내 지위 때문에 교회에게 위협을 당한다고? 오히려 지위 덕분에 교회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네만.
게다가 내 시시콜콜한 잡화상 노릇은 사실 잘 되고 있다네. 모든 달걀을 한 마술 바구니에 넣어둘 순 없는 노릇이지, 그렇지 않나?
날짜 | 1501년 3월 14일
거래내역 | 런던 쪽 직원의 사혈 대가로 신표 49만큼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의사에게 지급(신표 암구호: 동료 역병)
비고 | 상술한 대로 우리 여직원 하나에게 어떤 의사가 사혈을 했다. 신표로 값을 치뤘지만 의사가 떠나고 한 시간 뒤 그 불쌍한 아이가 죽어버렸다.
의사가 역병 의사 옷을 완전히 갖춰 입었기에 인상착의를 온전히 묘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가 저 암구호를 대며 신표를 쓰려고 하면 그 사람을 붙잡아 두라.
고맙네들.
날짜 | 1592년 4월 4일
거래내역 | 잉글랜드 왕실이 회사에게 적국 선박 나포 면허장을 수여함.
비고 | 드디어 여왕 폐하께 나포 면허장을 수여받았다. 일백 년 동안이나 신대륙이 잠자고 있었는데 지금껏 거기서 돈을 벌지를 못한 것이 참으로 부끄럽지 않은가.
현 시간부로 그래프 선장과 그 선원들은 모두 사략선 선원들이 되며, 페어 더체스호는 전함이 된다. 내 혜안에 따르고, 내 보호를 받는다면, 샤일록 지구의 무기로 무장한 우리는 이길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더체스호는 은, 향신료와 신대륙의 온갖 보화를 실은 에스파냐 갤리선을 나포해 우리 함대에 넣을 것이다. 곧 다아크 무역회사는 제대로 된 상선대를 갖추고, 유일하게 본국과 지체 없이 연락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이 세상은 이제 우리 것이다.
날짜 | 1612년 8월 23일
거래 내역| 없음, 퀼튼이 다아크에게 쓴 쪽지
비고 | 샤일록이 우리 신표 시스템이 불만스러워 하는 것 같네. 사실 그자는 우리가 암호를 쓴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어 하네. 우리가 장부를 조작한다 하면서 자기 몸무게만큼의 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감사를 올 수밖에 없다는군. 다 자네 하기 나름일세.
내 생각에 이 신표 체계는 득보다 실이 더 큰 것 같네. 그래, 금이나 은덩어리를 이곳저곳 들고다니는 것보다야 훨 쉽기도 하고, 실물로 된 화폐를 쓸 때처럼 회사의 성장에 제약이 걸리지도 않아. 하지만 일 주일 뒤에 신표 값이 얼마나 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신표는 받지를 않고, 어떤 사람들은 신표 값이 떨어졌을 대 사들였다가 값이 올랐을 때 쓰려고 쟁여둔다네. 그 때 입는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피해로 돌어온다는 걸 기억하게나. 그리고 신표가 익명이라 아주 대놓고 남용을 하라고 하는 꼴일세. 몇 사람들이 와서 자기 게 아닌 게 뻔한 암구호와 계좌 번호를 대면서 다른 사람 신표를 달라고 하는 걸 봤네. 도데체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을지 생각하면 고통스럽다네.
또, 가상의 돈으로 한 거래를 기록하려고 실제 고래 기름을 태워야 한다는 게 참으로 이상할 따름일세.
날짜 | 1653년 7월 15일
거래내역 | 지역 플랜테이션 농장주들에게서 사술을 쓰는 노예를 두당 설탕 천 파운드에 구입
비고 | 카리브 해의 몇몇 노예들이 아프리카 사술을 써서 감독관들이 질서 유지가 힘들다 한다. 이딴 주술은 우리에겐 어떤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난 이걸 특이한 기회라 받아들이겠다.
농장주들이 이 골칫거리 사술사들을 안티가에 있는 우리 플랜테이션에 네덜란드에서 파는 것의 반값으로 팔기로 했다. 새로 온 이놈들이 부두술로 반란을 꾀한다면 "장막"이 대응하도록 하라.
자기네 새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려주도록.
날짜 | 1713년 5월 13일
거래내역 | 집심늠의 통제권 확보 (런던 사무소에서 전체 계약 확인 가능)
비고 | 여러분께 다아크 무역회사가 새 자회사, 집심늠을 합병하였음을 알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들은 유랑민 방랑자 집단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고 다니죠.
길이 다니기 위험하고 돈이 들기에 집심늠이 아직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우리 자원과 지도력이 이들을 필수적인 자산으로 만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본심을 말하자면 저는 다아크 무역회사가 요즘 들어 너무 평범해진 것에 조금 불만족스러워졌습니다. 우리가 요즘 뭘 거래합니까? 노예, 향신료, 초석, 비단, 쪽이랑 아편이죠. 이 얼마나 진부합니까? 요 몇 세기간 나는 마력과 관계없는 것에 매력을 못 느껴 왔습니다. 나는 돈은 더 필요 없습니다. 불가사의한 게 더 필요하죠. 샤일록 지구에서 쫓겨난 이래로, 나는 우리가 본디 뿌리인 마법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왔습니다.
집심늠을 인수하는 걸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생각합니다.
날짜 | 1793년 10월 9일
거래내역 | 다아크 무역회사 청산
비고 | 이 마지막 글은 착잡한 심정으로 쓴다. 400년 넘게 몸담아온 다아크 주식회사를 청산했다. 너무나 쓰리지만 옳은 결정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회사가 내 눈 앞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뿐이었으니까.
난 너무 늙었다. 지금은 격동의 시대다.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 증기기관의 등장과 점점 더 세를 불려가는 노예해방 운동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다아크 무역회사는 지난 시대에나 맞는 퇴물이 됐다.
꼭 나처럼 말이다.
그나마 매각하면서 돈을 꽤 벌었다. 이 부를 여러 가명으로 매입한 주식과 개설한 은행 계좌에 나누어 놓았고, 게다가 혹시나 모를 때를 대비해 금 덩어리와 돈다발도 숨겨두었다. 내 진짜 보물, 마법 물건들은 모두 안전하게 은닉해 두었다.
히브라실에 내 마법을 갈고닦을 건물 한 채를 샀다. 왕은 처음엔 외지인이 자기 이상향에 자리를 잡으려는 걸 탐탁찮아했지만, 그의 아버지와 그네 국민들이 몇 세기 전에 초록 섬에서 피난갈 때 내가 얼마나 도와줬는지를 역설하니까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왕자는 바깥 세상과 그 보물 이야기를 듣는 것을 끔찍히도 흥미로워한다. 왕자가 왕이 되고 나서는 좀 더 공식적으로 나한테 자문을 구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다만 현재로선 평범함에서 마법으로 빠진 지금 상황이 만족스러울 뿐이다. 히브라실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유예기간을 보낼 순 있겠지만, 물욕 때문에 영영 쉬지는 못할 것 같다. 언젠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한 번, 런던의 죽지 않는 상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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