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47-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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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347-KO, 1973년 █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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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347-KO-P.

특수 격리 절차: 현 격리 절차에 변동이 없는 한 SCP-347-KO는 화물을 싣지 않은 공중량 상태로 둔다. SCP-347-KO는 온습도 공조 장치가 설치된 표준 중형 항공기 엄체호 내부에 주기한다. 현재는 R5 그레이트샌디 기지의 1105번 엄체호가 격리 시설로 지정되어 있다. 사전에 인가된 정비사 이외의 인원은 SCP-347-KO에 접근하기 전 기지이사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SCP-347-KO를 직접 취급하는 인원은 정해진 정비자격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제997정비중대 5정비반이 SCP-347-KO의 일선 정비를 담당한다. 일일 점검 시 연료 탱크의 잔유량을 확인하여 200 갤론을 유지하도록 적절한 시기에 항공휘발유를 보급한다. 윤활유와 작동유, 축전지는 보잉사에서 제공받은 기술지시에 따라 각 계통의 요구량에 맞도록 보급 및 교체한다. 비행이 있을 경우 항공휘발유 5500갤론을 완전히 보급하고 지상 작동확인 절차를 수행한다.

분기마다 야전 정비 요원들이 주기 검사를 실시한 뒤 필요한 정비를 수행하며, 5년에 한 번 제1항공정비창에서 창정비를 수행한다. 수리부속의 교체는 SCP-347-KO의 변칙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필요한 정비 작업을 누락해선 안된다. SCP-347-KO-P는 도막 제거 작업시 가림막으로 보호하고, 재도장 작업시 전체를 덧칠하여 보수한다.

SCP-347-KO는 표준 지성체 SCP 대상 격리 규약을 준용하여 관리하되, 기동항공대 예비역 항공 대위 계급과 신분을 인정한다. SCP-347-KO 관리 인원은 대상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소통을 자주 시도할 것이 권장된다. SCP-347-KO는 3개월마다 심리 상담을 겸한 정기 면담을 받아야 하며, 6개월에 한 번 기동항공대 소속 부조종사와 항법사가 동승하는 조건으로 제한된 공역을 자유 비행할 수 있다.

재단 항공 작전상의 중대한 필요가 인정될 경우 R5 기지이사관의 동의를 얻어 SCP-347-KO를 동원할 수 있다. 이 경우 SCP-347-KO는 임시로 현역 복귀 조치하며,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알바트로스 특송")에 편제되어 정규 지휘체계의 통제를 받는다. 복귀 전 반드시 재취역 적합성 검사를 수행하여 안전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지 판단해야 하며, 복귀가 결정되어도 현역 운용 중 대상이 파괴되거나 변칙성을 상실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진과 전담 정비반이 운용 현장에 동행하여 기체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설명: SCP-347-KO는 더글러스사에서 제조한 C-47 스카이트레인 기종의 쌍발 프로펠러 수송기이다. 대상은 C-47B형 기종의 표준적인 전시 생산본으로 특기할 만한 설계 변경이나 운용 중 개조 사항은 없었다. 회수 당시 SCP-347-KO는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참전 당시의 상태로 보존 전시되어 있었으며, 동체는 정글용 녹색 위장색으로 도장되어 있었고 배면은 회색이었다. 기수 우측면에는 노즈 아트1로 과장된 화풍의 여성 상반신 그림(이하 SCP-347-KO-P)이 그려져 있다.

군용기로 운용되던 당시 SCP-347-KO는 아무런 특이 사항을 보이지 않는 평범한 항공기였으나, 현재 SCP-347-KO는 다수의 변칙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변칙성은 대상이 자아와 지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몇 가지 수단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SCP-347-KO와 SCP-347-KO-P는 완전히 연동되어 있는 단일한 인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CP-347-KO는 자신이 항공기인 것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벨 시고뉴 드미주리(Belle Cigogne de Missouri)'라는 프랑스인 여성으로 묘사하는 것을 즐긴다. 이는 SCP-347-KO-P의 문구와 그림이 나타내는 정체성과 일치한다. 조사 결과 해당 이름, 외양을 가진 프랑스 국적 시민은 존재한 적이 없었으며 단순히 프랑스 공군기로 운용될 당시 승무원이 '핀업 모델2'로써 해당 캐릭터를 창작해 동체에 그려넣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SCP-347-KO는 연료와 축전지 등 작동에 필요한 요건이 적절히 갖춰져있다면 그 자신의 구성 부품과 계통을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 이러한 변칙 능력은 SCP-347-KO의 비행과 지상 이동,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에 사용되는데, 특히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일부 기능은 무동력·무전력 상태에서도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SCP-347-KO가 다른 개인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 유압 계통을 비롯한 동체의 각 작동부를 구동시켜 비언어적 의사 표현을 구현한다. 주로 기수를 위아래로 기울이는 것, 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 승강타와 보조날개를 작동시키는 것 등이다. 동체를 움직이는 방식은 엄체호나 SCP-347-KO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제하도록 합의되었다.
  • 조종석에 설치된 무전 통신 장비 및 기내 방송 장비의 음성 출력 기능을 이용해 발화하며, 기체 내외부에 위치한 인원과 별도의 보조 장비 없이 자연어로 음석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출력되는 음성은 여성의 것이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다. 음량은 일반적인 인간의 성량과 대략 동일하다. 무전기의 음량 조절 다이얼이나 교신 차단 기능은 실제 무전 통신에만 영향을 줄 뿐으로 SCP-347-KO 자체의 발화 능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SCP-347-KO에 설치된 스피커는 모두 기체 내부에 있으나, SCP-347-KO에 탑승하지 않은 외부 인원 역시 대상의 목소리를 명확히 들을 수 있다. 연구 결과 SCP-347-KO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동체를 진동판으로 삼아 외부에 음성적 공기 진동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SCP-347-KO는 무전기의 본래 기능대로 타 무전 수신기에 통신 전파를 보내 자신의 음성을 출력할 수도 있다.
  • SCP-347-KO-P의 여성 상반신 그림이 변화한다. SCP-347-KO는 SCP-347-KO-P의 표정, 동작, 복장, 소지품 등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과 심리 상태 등을 표현하며, 이때 SCP-347-KO-P에 묘사되는 여성 형상은 비율이 만화적으로 과장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인체의 움직임에 부합하게 나타난다. 위의 기능을 이용해 음성 발화하는 동안에는 SCP-347-KO-P 그림의 입술도 그에 맞추어 움직인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면담을 비롯한 일상적인 의사소통 사례에서 SCP-347-KO는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일관된 상태를 보여오고 있다. SCP-347-KO는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다른 인원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각종 검사 결과와 대화 내용에서 유추되는 바에 따르면 SCP-347-KO의 지적 능력은 평범한 수준이며, 당연히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았음에도 편안한 어휘를 구사해 대화를 능숙하게 이어나갈 수 있다.

SCP-347-KO가 가진 음성과 무전을 이용한 의사소통 능력과 각부 조작 능력은 지상관제소의 지시를 받아 완벽하게 정상 비행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며, 실제 비행 시에는 SCP-347-KO 스스로가 주/부조종사와 무전수의 역할을 직접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 시기상 SCP-347-KO에는 초기적인 아날로그 관성항법장치와 천측 장비 이외의 항로 탐색 수단이 설치되어있지 않아 안전한 비행을 위해 항법사는 따로 탑승해야 한다. 재취역 당시 위성항법장치와 신형 관성항법장치를 추가로 장치했지만 SCP-347-KO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여전히 항법사 동승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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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되지 않은 기본 상태의 SCP-347-KO-C.

SCP-347-KO의 또다른 주요 변칙성은 대상의 화물칸(이하 SCP-347-KO-C)에서 발현한다. SCP-347-KO-C는 완전히 비어있을 때 C-47 수송기의 기존 설계와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평범한 화물칸이다. 그러나 화물을 싣기 시작하면 SCP-347-KO-C의 내부 부피는 적재물의 부피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이 증가율은 약 0.9██에서 0.8██ 사이의 값으로 나타나며 적재량이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경향성이 확인되었다.

현재까지 시도된 최대 수송량인 건축 자재 122 킬로톤을 탑재했을 시에도 원래의 SCP-347-KO-C 내부 부피에 거의 근접하는 공간이 비어 있었으며, 당시 적재한 화물의 부피와 감소 경향성을 이용해 추산한 SCP-347-KO-C의 이론상 최대 허용 적재량은 약 [편집됨] m3이다. 어떤 경우에도 SCP-347-KO의 중량과 무게중심 등 물리적 특성은 내부 적재물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으며, 정상적으로 비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대상의 증언과 관련 기록으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변칙성이 발현한 이후 재단에 확보되기까지 SCP-347-KO는 최소 두 차례의 완전 분해와 재도장을 포함해 많은 수리 작업을 거쳤으나, SCP-347-KO-P를 비롯한 각부의 변칙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재단에 격리된 후 각종 수리부속과 SCP-347-KO-P의 변칙성 유지력을 시험한 결과 SCP-347-KO는 원형을 유지하는 한도 내의 어떠한 정비 활동에 의해서도 변칙성을 상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SCP-347-KO-P 등 주요한 구성요소를 동일 기종의 다른 항공기에 이식하더라도 변칙성이 전이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항은 SCP-347-KO의 변칙성이 기계적 구성 요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여겨지지만, 대상의 고차원적인 인지 체계와 기능적 변칙성이 정확히 어디서 기원하는지 탐구하는 접근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SCP-347-KO는 1944년 더글러스사의 세인트루이스 공장에서 생산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프랑스 공군에 임대되어 1955년까지 현역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프랑스군에서 운용되던 당시 SCP-347-KO는 제7전투비행단 I/██ 수송 비행대에 배치되어 베트남 전선에 투입되었다. 관련자들의 증언과 남아있는 사진 자료를 추적한 결과 SCP-347-KO-P는 이 시기에 그려졌고, 당시에는 완전히 비변칙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프랑스 공군은 노후한 C-47 수송기들을 순차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SCP-347-KO는 자매기들과 함께 1958년 퇴역 수순을 밟았다.

SCP-347-KO는 이후 미국으로 반환되어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기증, 전시되었다. 이후 SCP-347-KO는 15년 가까이 어떤 이상 동향도 보이지 않았으나, 1973년 해당 박물관에 관광 목적으로 우연히 방문한 재단 인원과 조우하자 돌연히 변칙성을 드러냈다. 스미소니언 재단 측의 발빠른 협조를 바탕으로 SCP-347-KO는 곧 R1 미주리 기지로 옮겨졌다. 전시품은 동형기로 대체되었다.


면담 기록 347KO-01: 이 기록은 SCP-347-KO가 최초 확보되어 미주리 기지에 수용된 후 실시된 면담의 내용이다. 면담은 R1기지의 엄체호에서 진행되었으며 대화 내용은 모두 영어이다.

면담 일시: 1973년 █월 ██일
면담자: 카밀라 세틀먼 박사
면담 대상: SCP-347-KO


〈기록 개시〉

세틀먼 박사:
— SCP-347-KO, 잘 들립니까?

SCP-347-KO:
— 예, 잘 들립니다. 크고 선명하게요.

세틀먼 박사:
— 지금부터 초도 면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재단 연구원 카밀라 세틀먼 박사입니다.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길 바랍니다. 우선 간략히 자신의 신상을 밝혀주십시오.

SCP-347-KO:
— 예… 미주리 출신의 수송기입니다. 이름은 벨이고요. 벨 시고뉴 드미주리. 제조사는 더글러스, 나이는 스물아홉 살. 얼마 전까지 박물관 신세를 지고 있던 구형기입니다.

세틀먼 박사:
— 감사합니다. 의식을 자각한 것은 대략 언제부터죠? 어디서부터 기억하고 있습니까?

SCP-347-KO:
— 기억은 현역 시절부터 나요. 음… (대상이 잠시 고민함.) 그런데 제가 "의식이 있었다"고 표현할 만한 상태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생각을 하고 지금이란 순간 순간을 느끼게 된 건 몇 년 쯤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SCP-347-KO-P가 어깨를 들썩여 보임.)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무렵부터 말이에요.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달력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요.

세틀먼 박사:
— 좋습니다… 처음부터 현재의 상태는 아니었단 거군요. 그렇다고 지금 상태가 된 것이 아주 최근의 일인 건 또 아니고요. 혹시 그동안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SCP-347-KO:
— 제가 특이하다는 걸 잘 알거든요.

세틀먼 박사:
— 그렇다면 이번에 마음을 바꾼 이유는 뭐죠?

SCP-347-KO:
— 사실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저도 설마 미국까지 와서 귀스타브를 만날 줄은 몰랐거든요. 너무 반가워서 저도 모르게 인사해버린 거죠.

세틀먼 박사:
— 귀스타브?

SCP-347-KO:
— 예. 귀스타브 필리프 중사… 아참, 이젠 르클레르 중령님이라셨죠. 현역 시절에 제 탑승 정비사셨거든요. 전시물 생활이 얼마나 따분한지 혹시 아세요? 거기서 제가 "살아있던" 시절의 전우를 만났는데 흥분을 안 할 수가 있을까요! 게다가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구경거리 신세도 면했고요. 듣자하니 여러분이 절 폐기처분하실 것 같지도 않고. 저는 운이 좋은가 봐요.

세틀먼 박사:
— 잘 알겠습니다. SCP-347-KO, 처음에 스스로를 '벨 시고뉴 드미주리'라고 소개했는데, 이러한 정체성을 갖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십시오. 의식을 가진 시점부터 인식한 겁니까? 아니면 그 이후에 스스로 확립한 겁니까?

SCP-347-KO:
— 저는 아니고, 사람들이 지어줬죠. 여기 보이시죠? (SCP-347-KO-P가 집게손가락으로 그림 왼쪽에 적힌 "Belle Cigogne de Missouri"라는 문구를 가리킴.) 칙칙한 군용기지만 예쁜 이름이라 좋아해요.

세틀먼 박사:
— 그렇군요… 수고 많았습니다, SCP-347-KO. 오늘 면담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어서 심리 상담이 진행될 겁니다. 이어서 변칙성 검사가 끝난 뒤 다시 면담이 있을 거고요. 그 밖에 하시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SCP-347-KO:
— …(대상이 몇 초 머뭇거림.) 아뇨, 없습니다. 중령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기록 종료〉


면담 기록 347KO-t1-01: 이 기록은 SCP-347-KO의 최초 발견자이자 과거 대상의 탑승 근무자였던 재단 기동항공대 간부, 기동특무비행단 델타-61 제661비행대대장 우라강 르클레르 중령의 면담 내용이다. 면담은 R1기지의 대대장 집무실에서 진행되었으며, 대화 내용은 모두 영어이다.

면담 일시: 1973년 █월 ██일
면담자: 카밀라 세틀먼 박사
면담 대상: 우라강 르클레르 중령


〈기록 개시〉

세틀먼 박사:
— 반갑습니다, 중령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르클레르 중령:
— 잘 부탁드립니다.

세틀먼 박사:
— 우선 과거 경력부터 시작해보죠. 확인을 위해 재단 입사 전의 군 복무 내력을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르클레르 중령:
— 예. 저는 1949년에 프랑스 공군 군수 부사관으로 임관했습니다. 5년 동안 다코타 수송기, 그러니까 SCP-347-KO에 적재물 관리 기부로 탑승했죠. 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뒤에는 장교 과정에 지원해서 소위로 다시 임관했습니다. 조종사로 복무하던 중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거쳐 재단에 입사했고요.

세틀먼 박사:
— 그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랑스군 복무 당시 SCP-347-KO에는 어떤 이상 징후도 없었습니까?

르클레르 중령:
— 없었습니다.

세틀먼 박사:
— 그러면 SCP-347-KO의 확보 과정에 대해 증언해주시길 바랍니다.

르클레르 중령:
— 알겠습니다… 저는 주말에 누나랑 같이 조카들을 데리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갔습니다. 약속을 해 뒀거든요. 그 때는 마침 프랑스 공군 특별 기획으로 세계대전과 인도차이나 전쟁 참전기들을 모아서 전시해뒀더군요.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저는 애들을 마리에게, 그러니까 제 누나에게 맡기고 혼자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추억에 젖어 있으려니 누가 절 부르지 뭡니까. 마리가 부르는 줄 알고 주변을 살폈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어리둥절해있던 그때 "벨"이 손짓하는 걸 발견한 겁니다.

세틀먼 박사:
— SCP-347-KO-P 말씀이시군요.

르클레르 중령:
— 예. 저는 상당히 놀란 상태로 경황 없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다행히 전시 위치가 실외 구석진 곳이라서 저 외에 SCP-347-KO의 활성화를 눈치챈 민간인은 없었고, 곧 회수팀이 도착해 대상을 확보했습니다.

세틀먼 박사:
— 당시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르클레르 중령:
— 벨은 반가운 티를 팍팍 내면서 제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SCP-347-KO가요. 저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지 뭡니까. 올해가 몇 년도냐길래 1973년이라 답해줬더니 자기가 14년이나 거기, 박물관에 처박혀 있었냐고 경악하더군요. 서로 놀라움과 반가움 반반인 채로 두서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세틀먼 박사:
— 그리고?

르클레르 중령:
— 날고 싶다고 했습니다. 박물관 사람들이 잘 관리해주고는 있지만 비행을 하지 않으니 부품이 삭고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했죠. 한숨까지 쉬더군요.

세틀먼 박사:
— 좋습니다. 그 외에 SCP-347-KO가 특기할 만한 발언을 하진 않았습니까? 대상에 대한 정보는 혹시 없으신가요?

르클레르 중령:
— 별 다른 얘기는 없었고… (잠깐 망설임) 저는… 음. 그러니까, 사실 저도 무관하진 않을지도 모릅니다.

세틀먼 박사:
— 무엇에 관련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르클레르 중령:
— SCP-347-KO의 정체성에 말입니다.

세틀먼 박사:
—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르클레르 중령:
— 그러니까, SCP-347-KO-P를 그린 게 접니다. 그땐 벨도 미군에서 갓 넘겨받은 창창한 현역기였고 저도 젊었죠. 1949년에 말입니다. 저는 신임 하사였고 승무원 팀에서 막내였는데, 정비 기장님이 제안해주셔서 열심히 그렸죠. "Belle"이라는 이름을 적어넣은 것도 접니다.

세틀먼 박사:
— 중령님이 SCP-347-KO에게 인간의 외양과 이름을 준 셈이군요.

르클레르 중령:
— 그런 셈입니다.

세틀먼 박사:
— 잘 알겠습니다… 면담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기록 종료〉


면담 기록 347KO-04: 이 기록은 이전 세 차례의 면담과 르클레르 중령의 증언을 참고하여 진행한 SCP-347-KO의 심층 면담 내용이다. 면담은 R1기지의 엄체호에서 진행되었으며 대화 내용은 모두 영어이다.

면담 일시: 1973년 ██월 █일
면담자: 카밀라 세틀먼 박사
면담 대상: SCP-347-KO


〈기록 개시〉

(세틀먼 박사가 엄체호에 입장함.)

SCP-347-KO:
— 어머. 또 뵙네요, 박사님. 좋은 아침이에요.

세틀먼 박사:
— 좋아보이는군요, SCP-347-KO. 오늘은 심층 면담을 진행할 겁니다. 지금까지처럼 사실대로 성실하게 답변하면 됩니다. 지난번 2차 면담에서도 물어봤지만, SCP-347-KO-C와 관련된 자신의 변칙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음이 확실합니까?

SCP-347-KO:
— 네. 그야… '만약 내가 크고 힘 센 최신예기라면, 이런 박물관이 아니라 비행장에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텐데…' 라는 상상을 한 적이야 많지만요. (SCP-347-KO-P가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을 취해보임.) 진짜 그렇게 된 줄은 모르고 있었네요.

세틀먼 박사:
— 그게 언제쯤인지 기억하십니까?

SCP-347-KO:
— 글쎄요, 말씀드렸다시피 전시품 시절에는 날짜나 연도를 헤아리지 못해서… 한두번 한 생각도 아니고요.

세틀먼 박사:
— 그렇군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르클레르 중령과의 첫 대화부터 줄곧 비행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주겠습니까?

SCP-347-KO:
— 아… 그거야 당연하죠. 저는 비행기니까. 날고 싶죠. 엔진을 돌리고 싶고, 사람과 화물들을 실어나르고 싶고, 바람을 맞아가며 목적지로 향해가고 싶죠. 그게 원래 제 삶이니까요.

세틀먼 박사:
— 그렇다면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나, 비행을 못하게 하는 인간들에 대한 불만이나 적개심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CP-347-KO:
— 지금 상황이야 아주 마음에 들진 않죠. 하지만 사람들이 밉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존재하는 게 누구 덕분인데요. 현역 시절에도 그저 군용 항공기일 뿐인 저를 애지중지해줬고, 시대에 뒤떨어져버린 이후에도, 비록 비행은 못하게 했지만 최선을 다해 관리해줬는걸요. 인기 전시품은 아니었지만 절 보러 와주는 관람객 분들도 계셨고요. 구형기에게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만족합니다.

[편집됨]

세틀먼 박사:
— 수고했습니다, SCP-347-KO. 그러면 4차 면담은 여기까지…

SCP-347-KO:
— 잠시만, 질문하고 싶은 게 조금 있는데요.

세틀먼 박사:
— 네?

SCP-347-KO:
— 괜찮을까요?

세틀먼 박사:
— 일단 들어보죠. 답변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답변하겠습니다.

SCP-347-KO:
— 박사님과 중령님, 두 분께서 소속된 곳이 재단이라고 하셨죠?

세틀먼 박사:
— 그렇습니다.

SCP-347-KO:
— 혹시 그게, 제가 처음으로 배속됐던 그 재단이랑 같은 단체인가요? 잘 모르지만 이름만 들으면 저같은 수송기나 공군 중령님이 일할 곳은 아닌 것 같아서요. 어떤 단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세틀먼 박사:
(잠깐 침묵. 박사는 자료를 빠르게 훑어봄.) SCP-347-KO 당신이, 재단 소속이었다고요?

SCP-347-KO:
— 네. 음… 물어보는 게 실례라면 관둘게요.

세틀먼 박사:
— 아뇨, 그러니까… 권장되는 사항은 아니죠. 하지만 당신은 매우 얌전하게 연구에 협력해주었고, 위협 등급도 상당히 낮아서, 허가를 받을 수도 있겠네요. 좀 더 자세히 알아본 뒤, 승인 요청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SCP-347-KO:
— 감사합니다.

〈기록 종료〉

붙임: SCP-347-KO의 운용 이력을 재확인한 결과, 대상은 취역 직후 미 육군항공대에서 재단 기동항공대로 임대되어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 소속 수송기로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 것으로 밝혀졌다. 종전 후 기체가 미군에 반납되고 다시 프랑스군에 공여되는 과정에서 관련 기록의 소재가 불분명했지만, 기동항공대 기밀서고에 보관된 부분 필사본을 발견할 수 있었다. SCP-347-KO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1,372시간 비행했으며, 당시 기록에선 SCP-347-KO-P를 포함한 어떠한 특이 사항이나 변칙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면담 후 소집된 정기 분회에서 과학부와 O5 평의회, 윤리위원회는 SCP-347-KO가 자신이 현재 어떤 집단의 관리 하에 있는지 설명받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SCP-347-KO는 이어진 5차 면담에서 재단과 재단 항공부대에 대한 개요 사항을 제공받았다.

이후 SCP-347-KO는 재단 기동항공대에 합류하고 싶다고 자원하였으며, 해당 요청은 과학부의 긍정 소견과 함께 기동항공대에 전달되었다. 상세 내용은 면담 기록 347KO-5와 -6을 참고할 것.


문서 347KO-64:

기동항공대 알파-17 공문 제74-347013호

FMAF.png

작성일: 1974년 1월 24일
작성자: 인사과장 싱클레어 브란트 행정관
검토자: 공중전략지원사령관 레너드 스펜서 소장
승인자: 작전사령관 로버트 테일즈 제퍼슨 중장
수신자: SCP-347-KO 연구팀장 카밀라 세틀먼 박사

붙임: [붙임 1] 1974-01-21 참모회의 의사록

SCP-347-KO의 항공 작전 차출안에 대한 참모회의 결정 사항

이전에 SCP-347-KO가 제출한 기동항공대 입대 지원서와 과학부의 차출 동의서의 처리를 안건으로 하여 금월 21일 진행한 기동항공대 참모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SCP-347-KO를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에 배치하여 항공 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함.

SCP-347-KO가 이미 퇴역한 저속 구형기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SCP-347-KO-C의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화물 적재 능력은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의 수송 임무에 있어서 강력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됨.

인계 절차가 완료된 후 SCP-347-KO는 특수목적항공기이자 신임 조종장교 신분으로 기동항공대에 편제될 것임. 사전 합의에 따라 기동항공대에 복무하는 기간 동안 SCP-347-KO는 군 계급을 부여받고 정식 대원으로 취급될 것임. 이는 부대 운용과 임무 수행에 있어 더 합리적인 방침으로 판단됨.

상기 결정은 과학부에서 제공한 SCP-347-KO의 변칙성 검사 결과와 운용 안전성 입증 소견을 주요 근거로 참고하였음. 상세한 결정 과정 및 사유는 [붙임 1]을 참고할 것.

- 1쪽 -

기동항공대 작전사령부




scp-347-ko-flying.jpg

임관식에서 기념 비행을 하고 있는 SCP-347-KO, 1974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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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347-KO-P.

상기한 작전사령부 명령에 따라 재취역을 위한 정비 및 점검을 마친 SCP-347-KO는 수 차례의 시험 비행을 문제 없이 수행하였으며, 재취역 적합성 검사를 무사히 통과하여 현역 항공기 겸 조종장교로서 기동항공대 배치가 확정되었다.

1974년 3월 13일, SCP-347-KO의 재취역식 겸 임관식이 치러졌다. SCP-347-KO는 기동항공대에 현역 복무하는 기간에 한하여 "벨 시고뉴 드미주리"라는 신분으로 취급받는 것이 허용되었으며 정식으로 소위 계급이 부여되었다.

SCP-347-KO는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 제997전술공수비행대대에 배속되었으며 탑승 승무원들과 정비반원들이 전담 격리팀으로 설정되었다. 격리 담당관 겸 주조종사로는 타우-99로 소속을 옮긴 우라강 르클레르 중령이, 부조종사로는 SCP-347-KO 스스로가 배정되었다. 담당 연구원은 카밀라 세틀먼 박사가 계속해서 담당했다.


면담기록 347KO-34: 이 기록은 이는 SCP-347-KO가 재단 기동항공대 장교로 정식 임관한 뒤 20번째이자, 중위 진급 후 처음 진행된 정기 면담의 내용이다. 면담은 SCP-347-KO의 정식 격리 장소 겸 조종사 대기실로 지정된 R1기지의 209번 엄체호에서 진행되었으며, 대화 내용은 모두 영어이다.

면담 일시: 1978년 █월 ██일
면담자: 카밀라 세틀먼 박사
면담 대상: SCP-347-KO


〈기록 개시〉

세틀먼 박사:
— 반갑습니다, SCP-347-KO. 진급과 근속 5주년 축하드립니다.

SCP-347-KO:
— 감사합니다, 박사님.

세틀먼 박사:
— 그러면 78년도 2분기 정기 면담을 시작하죠. 우선 최근 3개월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SCP-347-KO:
— 요 근래에 상당히 바빠졌습니다. 특히 R3기지 건설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라서 그쪽 임무가 많네요. 얼마 전에는 엔터프라이즈3에 직접 착함하는 실험도 있었고요. 드래그슈트4까지 동원해서 빠듯하게 성공은 했지만, 반복적으로 수행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더군요. 그래도 정 필요한 때에는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요약하자면, '근무 환경은 만족스럽고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항목에 체크하셔도 좋다는 말씀입니다.

세틀먼 박사:
— 좋습니다. 기체 상태를 좀 보겠습니다. 지난 분기에 창정비를 받고 어지럼증을 호소하셨고, 그 외엔 크게 이상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SCP-347-KO:
— 여전히 괜찮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단 좋아요. 어지럽던 건 이제 완전히 나아졌고, 오히려 쑤시던 곳들이 싹 나아서 개운합니다. 지난달에 받은 주기 검사 때에도 상태가 좋다는 진단을 받았고, 제가 느끼기에도 컨디션이 꽤 좋습니다.

세틀먼 박사:
— 알겠습니다. 그러면 동료 근무자들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SCP-347-KO:
—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르클레르 중령님이랑 그루먼 상사님, 편대원들이랑도 이제 손발이 척척 맞고요. 정비반 분들은 언제나처럼 최고로… 짖궂죠! 엊그제는 제레미 하사가 자기 일하기 힘드니까 제발 고장 좀 나라고 투덜대서 하위헌스 기장님이 역정을… (잠깐 눈치를 보다가) 음, 이거 혹시 관련 인원들 평가에도 들어가나요?

세틀먼 박사:
(장난스럽게) 원하신다면요.

SCP-347-KO:
— 앗, 그러면 아까 발언은 취소. 취소하겠습니다.

세틀먼 박사:
— 농담입니다. 마저 이야기해주세요.

SCP-347-KO:
— 여하간 제 말은, 친해서 좋다는 거죠. 가족 같아서 좋아요. 아, 이번에 새로 오신 적재물 책임자 매더슨 중사님도 좋은 분이신 것 같더라고요. 처음엔 엄청 놀라셨지만.

세틀먼 박사:
— 누구라도 그러겠죠.

SCP-347-KO:
— 그야 이전까지 가장 특이했던 기동특무부대원도 일단은 생물체였을테니까. 당황하실 만도 하죠. 그래도 다들 임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어엿한 전우로 인정해주셔서 저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도, 마음껏 하늘을 날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직도 혹시 꿈은 아닐까 싶을 만큼 행복합니다.

세틀먼 박사:
— 좋아보이니 다행입니다.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로 하죠. 그리고 이번 면담 이후로는 분기별이 아니라 연간 정기 면담으로 진행하게 될 겁니다. 그럼 내년 이맘때에 다시 뵙겠습니다.

〈기록 종료〉

붙임: SCP-347-KO의 정기 면담은 대상이 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 매년 실시되었으며, 정규 면담 이외에도 근무와 연구 및 정비 도중의 소소한 대화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복무 기간에 걸쳐 SCP-347-KO는 근무 환경과 생활에 높은 만족을 보였으며 부대원과의 관계도 양호하게 유지했다. SCP-347-KO는 강한 열의를 가지고 비행에 임하여 소속 부대의 임무 성취도를 향상시켜온 것을 인정받아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의 우수 부대원으로도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면담 기록 347KO-t1-22: 이 기록은 재단 기동항공대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 특무조종사이자 SCP-347-KO의 실전 운용 책임자인 우라강 르클레르 대령의 15번째 정기 면담 내용이다. 면담은 R1기지의 장교 휴게실에서 이루어졌으며, 대화 내용은 모두 영어이다.

면담 일시: 1986년 7월 1일
면담자: 카밀라 세틀먼 박사
면담 대상: 우라강 르클레르 대령


〈기록 개시〉

세틀먼 박사:
— 오랜만입니다, 대령님. 며칠 전에 60세 생신이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잘 지내셨죠?

르클레르 대령:
— 네. 고맙습니다. 박사님도 좋아보이시네요.

세틀먼 박사:
— 그러면 운용 13년차 격리 담당관 정기 면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면담 이후 한 해 동안 대령님의 팀이 SCP-347-KO와 수행한 임무는 총 127회로 동기간 평균보다 16% 적었고, 연간 할당 소티5인 150회를 2년 연속으로 미달하고 있습니다. 정비팀도 SCP-347-KO가 더이상 연간 소티 횟수를 따라갈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고요.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르클레르 대령:
— SCP-347-KO가… 재취역 당시에 비해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기령이 40년을 넘겼으니까요. 화물 중량으로부터 자유로운 덕분에 지금까지는 버텨왔지만, 정비 입고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죠. 그래서 말인데… (책상에 올려둔 서류를 손으로 밀어 박사에게 넘김.)

세틀먼 박사:
—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SCP-347-KO의 개수 제안서군요?

르클레르 대령:
— 그렇습니다. 터보프롭 교체는 몰라도, 최소한 기골 보강 작업은 이루어져야 계속 운용이 가능할 겁니다.

세틀먼 박사:
— …대령님도 잘 아시다시피, SCP-347-KO의 변칙성 발현 기제는 명확히 해명된 바가 없습니다. 완전분해 정비도 박물관 측에서 이미 수행했던 전례가 없었다면 못했을 건데, 기체 구성을 대대적으로 교체했을 때 SCP-347-KO가 지금의 상태로 남을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어요.

르클레르 대령:
(침묵)

세틀먼 박사:
— 내부 개조는 -C의 변칙성 때문에 넣어도 넣어도 길이가 모자라니 불가능하고, 보강재를 외부에 덧붙이는 임시 조치는 이미 할 수 있는 만큼 했습니다. 하위헌스 준위님께서도 이미 얘기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르클레르 대령:
— 들었습니다. 들었지요. …그래도 마지막 욕심으로 제출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틀먼 박사:
— … (손을 입가에 댄 채 고민하다가 책상의 서류를 주워 가방에 넣음.) 좋아요. 이건 제가 받아가서 제출하겠습니다. 그 마음 저라고 모르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제안을 제가 지지하거나 잘 될 거라고 덕담해주는 걸 기대하진 마세요. 담당 연구자로서는… 진지하게 이별을 준비하시는 걸 당부드리고 싶네요.

르클레르 대령:
— 그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언젠가… 아무튼, 배려 감사드립니다.

세틀먼 박사:
— 결과 나오면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기록 종료〉


사건 기록 MAF-1986-38: SCP-347-KO는 1986년 █월 ██일 아이네이아스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아이네이아스 작전은 1986년 이란 공역에서 비행 중이던 기동항공대 항공기가 추락, 이란 당국에 나포되자 조종사와 항공기를 회수하기 위해 수행된 기밀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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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전에 촬영된 U-2 56-████호기. 나일 기지에서 촬영됨.

U-2 정찰기 56-████호기는 기동특무비행단 델타-61 소속의 정찰기이며 중동 지역의 정보 수집을 위해 R3 나일 기지에 파견되어 운용 중이었다. 1986년 █월 █일, 변칙 기술을 응용한 다수의 관측 장비를 탑재한 채로 출격한 U-2 56-████호기는 아프가니스탄 상공 고고도에서 통상적인 정찰 비행을 수행 중 갑작스런 고장으로 기관 정지 상태에 빠졌다. 조종사 지미 펠릭스 대위는 활공 비행으로 R3기지까지 복귀하려 시도했으나, 통과가 허용되지 않은 이란 영공을 우회하려 한 끝에 빠르게 고도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는 대위의 U-2기가 이란 방공망에 포착되는 결과를 불러왔고, 긴급 출격한 이란 공군 F-14 전투기의 유도 끝에 56-████호기는 하마단 공군 기지에 비상 착륙해야 했다. 펠릭스 대위는 포로로 잡혔으며 기체와 탑재 장비는 이슬람유물환수총국의 관리 하에 놓였다.

대위와 기체를 미 정보당국 소속으로 넘겨 양국의 문제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던 재단의 시도는, 리비아 공습의 뒤처리 문제로 정신이 없던데다 1960년의 일과 같은 불필요한 정치외교적 위험을 감수하길 원치 않았던 미국 측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미국은 그러는 한편 이란이 U-2 정찰기의 정보를 획득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으며, 조속히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재단 외무부에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재단은 이미 각종 변칙개체의 소유권을 두고 이슬람유물환수총국을 위시한 이란 당국과 갈등을 빚어왔기에 외교적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이에 따라 상급감시사령부는 1986년 █월 ██일 펠릭스 대위와 U-2기를 회수하기 위해 특무부대를 동원한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의했으며, 이를 아이네이아스 작전으로 명명했다.

작전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재단 외무부 및 정보부는 이슬람 혁명 이후 만연해진 이란군의 내부 분열상을 이용한 이간 행동에 돌입했고, 이란 혁명수비대 및 유물환수총국과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던 이란 정규군이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특무 비행대는 현격히 낮은 전투력을 보유한 혁명수비대 공군만을 상대하게 되었다.

SCP-347-KO는 기체 노후에 따른 정비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작전 중 현지에 전개하게 될 전술 자산과 회수 대상 및 임무에 투입될 전투 부대원들을 단기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송 전력이라는 점이 고려되어 작전 요원으로 차출되었다. 기만책의 일환으로 SCP-347-KO는 과거 1972년까지 이란 항공이 운용했던 DC-3 민항기의 도장을 적용했다. 아이네이아스 작전을 수행할 SCP-347-KO의 승무원으로는 주조종사 우라강 르클레르 대령, 부조종사 "벨 시고뉴 드미주리 대위", 항법사 제럴드 그루먼 원사, 적재물 책임자 휘트니 매더슨 상사가 선발되었다.

aeneas.png

아이네이아스 작전 개요도, 1986년 █월 ██일.

아이네이아스 작전은 임시 편성된 태피와 패브릭 편대를 이란 영공에 전개, 정해진 임무 목표를 달성하고 귀환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태피 편대는 타우-99 제997전술공수비행대대 소속의 수송기 편대를, 패브릭 편대는 카이-18 제217타격특무비행대대 소속의 전투기 편대를 지칭한다. 태피 편대는 SCP-347-KO(호출명 태피 원), MC-130H 허큘리스 수송기(태피 투)로 편성되었으며 각각 회수 임무와 특무부대 공수 임무를 담당했다. 패브릭 편대는 F/A-18A 호넷 전투공격기 네 대(각각 패브릭 원~포)로 이루어졌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의 항공 및 방공 세력으로부터 태피 편대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두 편대는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통제기(에코 투)의 관제 지시를 따랐다. R3 나일 기지에서 출격하는 태피 투를 제외한 모든 항공기들은 SCPS 엔터프라이즈에서 전개 및 회수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를 위해 SCPS 엔터프라이즈와 호위 선단은 작전 당일 새벽 SCP-347-KO를 포함한 편대기들과 예비 편대를 탑재한 채 페르시아 만으로 진입했다. 작전 시 영공 및 영해를 통과하게 되는 유관 국가들6에겐 사전 허가를 받아두었다.

1986년 █월 ██일 23시 정각, 패브릭 편대와 태피 투가 각자 이란 영공에 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네이아스 작전이 개시되었다. 패브릭 편대가 먼저 이란 방공망의 주목을 끌었으며, 이는 이란 공군과 사전 합의된 사항이었다. 태피 투는 공수특무부대를 목표 위치에 전개한 후 즉시 이란 영공을 이탈해서 나일 기지로 귀환했으며, 패브릭 편대는 하마단 기지의 활주로들을 폭격한 후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기들의 요격을 견제했다.

이란 방공망 견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을 확인한 뒤 SCPS 엔터프라이즈에서 이함한 SCP-347-KO는 특무부대와 패브릭 편대의 엄호를 받으며 하마단 기지의 반파된 13L 활주로에 착륙했다. 특무부대는 펠릭스 대위와 기밀 장비를 성공적으로 회수했으며, 구조 부대 전원과 인질 및 장비를 모두 수용한 SCP-347-KO는 서둘러서 STO7 이륙하여 이라크 영공으로 빠져나갔다. 1986년 █월 ██일 04시를 기하여, 패브릭 편대와 태피 원이 모두 SCPS 엔터프라이즈에 안전히 귀환함으로써 아이네이아스 작전은 성공리에 완수되었다.

지미 펠릭스 대위는 건강한 상태로 구조되었으며, 변칙 장비들은 모두 회수되었다. 남겨진 U-2 56-████호기의 잔해는 폭파하여 처분했다. U-2기를 상실한 것과 구조 임무에 투입된 특무부대원 한 명이 중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재단 측 전술 자원 손실은 없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은 패브릭 편대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시켰던 F-5E 전투기 한 대를 잃는 피해를 입었다. 이란 정부는 아이네이아스 작전의 수행에 강한 유감을 전달했으나 추가적인 교전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란과 재단의 외교 관계는 경색되었으나 이는 작전 전과 비교할 때 사실상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상정 범위 이내에 있었다.


녹음 기록 347KO-#1878: 이 기록은 1986년 █월 ██일 아이네이아스 작전 당시 SCP-347-KO의 조종실에서 녹음된 대화 내용이다. 이하 녹음 기록에서 대부분의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졌으며, 일부 부분에서 프랑스어가 사용되었다.

〈기록 개시〉

[편집됨]

호크아이:
에코 투에서 알림. 현재 시각 02+39, 더 이상 추적해오는 적기는 포착되지 않는다. 데즈풀 공군기지에서도 요격 시도는 없다. 태피, 패브릭 편대 전 편대기 작전 공역을 이탈하라.

호넷:
에코 투, 패브릭 원. 양호.

르클레르 대령:
에코 투, 태피 원. 확인했다.

호크아이:
태피 원, 화물의 상태는 어떠한가?

르클레르 대령:
인질과 장비 모두 양호하다. 구조팀 한 명이 작전 도중 부상을 입어 군의관이 응급 조치를 해 두었으니, 의료진을 대기시켜 둘 것을 요청한다.

호크아이:
확인했다. 즉시 준비하도록 전달하겠다. 태피 원, 현재 경로를 유지하여 SCPS 엔터프라이즈로 복귀하라. 교신 주파수 변경 없음.

르클레르 대령:
알겠다. 채널 유지.

SCP-347-KO:
— 도착할 때까진 제가 조종하겠습니다, 대령님. 조금 쉬시죠.

르클레르 대령:
— 아, 고마워.

SCP-347-KO:
에코 투, 태피 원. 현재 시각 02+40 부조종사에게 조종권 인계.

호크아이:
확인했다. 이상.

(5분 여 간 비행 관련 언급 외 대화 없음.)

르클레르 대령:
— 상태는 좀 어때.

SCP-347-KO:
— 입고 미루고 온 거 때문에 그러세요? 쌩쌩합니다.

르클레르 대령:
— 그래보이는군. 아까 이륙도 1600피트 딱 맞춰서 깔끔하게 잘 떴고 말이야.

SCP-347-KO:
— 이번 작전에 괜히 선발된 게 아니라니까요.

르클레르 대령:
(창문 밖을 내다 봄.) 우리도 참 잘도 저런 곳을 들어갔다 무사히 빠져나왔구만. …총탄 빗발치는 전장에서 날아다닌 게, 이게 몇 년 만이지?

SCP-347-KO:
— 그러게요… 30년은 넘은 거 같은데요?

르클레르 대령:
— 아, 그렇군. 너는 디엔비엔푸가 마지막이었으려나.

SCP-347-KO:
— 그때는 대공포에 걸려서 죽을 뻔 했으니까요. 끔찍한 전쟁이었죠.

르클레르 대령:
— 내게도 그랬어. 명분 있는 전쟁도 아니었고, 다들 하루 빨리 거기서 벗어날 생각 뿐이었지. 포위당해있는 동안 친구들끼리 언젠가 거기서 나가면 같이 장교라도 해서 이 썩어빠진 군대를 뜯어고쳐보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나만 살았어. 벨이랑 내가 빠져나온 직후에 활주로가 포격으로 폐쇄됐다더군.

매더슨 상사:
— 그래서 장교로 임관하신 거였군요. 전우와의 약속입니까?

르클레르 대령:
— 글쎄. 막상 프랑스군에선 진작에 나와버렸으니 못 지킨 걸지도 모르겠는데.

SCP-347-KO:
— 그래도 그때의 결심 덕분에 지금의 길을 찾으신 거 아니겠어요.

그루먼 원사:
— 그 덕에 벨이랑도 재회하고 말이죠. 운수도 좋으십니다, 우리 대령님은. (일행 웃음.)

르클레르 대령:
— 하하… 그렇지.

SCP-347-KO:
— 어라, 막상 대령님 웃음소리가 시원치 않네요. 저랑 같이 하는 군생활은 별로였나 봐.

르클레르 대령:
— 뭐? 그럴리가! 널 다시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그루먼 원사:
— 아무렴. 벨 너를 좋아하지 않고서야 대대장 때려치고 일선조종사 복귀해서 13년을 동거동락 할 수가 없다고.

SCP-347-KO:
— 어머머.

르클레르 대령:
— 그럼요, 나는 벨을 사랑하고, 하늘을 사랑하고, 원사님을 사랑하고, 매더슨 군을 사랑하고, 그러니까 고집스레 여기 남아 있습니다요.

매더슨 상사:
— 우웩입니다, 대령님. 저 감동 받았어요.

SCP-347-KO:
— 저도요. 로맨틱하셔라!

그루먼 원사:
—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그보다… 우리 팀 소티 수가 줄었다고 걱정을 들었다던데요.

매더슨 상사:
— 네? 누구랍니까. 싱클레어? 요루요나카? 세틀먼 박사님은 아니실테고.

르클레르 대령:
— 아무 일도 아니야.

그루먼 원사:
— 애머디어스한테 다 들었습니다. 세틀먼 박사가 정기 면담 때…

르클레르 대령:
— 그래! 연구팀이랑 격리팀에서 논의가 좀 필요한 상황이야. 기지 복귀하고 벨 정비부터 끝내고, 그때 같이 차근차근 얘기합시다.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객실 꽉 차있는 지금 꼭 이 얘기를 해야겠나?

SCP-347-KO:
— …

그루먼 원사:
— 음… 미안합니다. 압박 들어오는 거면 우리도 알고, 뭘 하든지 같이 하자고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매더슨 상사:
— 그거는 저도 마찬가지 생각이고요. …뭐, 저는 카고 쪽이나 보고 오겠습니다.

르클레르 대령:
— 그래, 부탁하지.

(10분 여 간 비행 관련 언급 외 대화 없음.)

SCP-347-KO:
— 음… 아야.

르클레르 대령:
— 무슨 일이야, 어디 맞은 건가?

그루먼 원사:
(몸을 뻗어 계기를 확인함.) 연료나 작동유 유출은 없습니다.

SCP-347-KO:
— 네 네. 전투 피해는 아니에요. 그냥 등이 피곤한 거 같아요.

매더슨 상사:
(내선) 화물칸입니다. 내부에서 보기엔 이상 없습니다.

르클레르 대령:
— 착함 버틸 수 있겠어? 연료 문제 없고 영공도 다 열려 있으니까, 상태 나쁘면 나일로 갈 수도 있는데.

그루먼 원사:
— 현재 이라크 국경까지 20마일 남았습니다. 5분 후 이란을 벗어나고, 거기서부터 빅 E까지는 1시간, R3까지는 4시간 이상 걸릴 거에요.

SCP-347-KO:
— 아뇨, 괜찮아요. 부상자랑 장비 생각하면, 수용 준비가 되어 있고 가까운 엔터프라이즈로 가야죠.

르클레르 대령:
(내선) 매더슨, 후미로 가서 드래그슈트 상태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주변 골조에 혹시나 이상 없는지 확인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조짐이 보이면 보고해줘.

매더슨 상사:
(내선) 분부대로 합지요.

SCP-347-KO:
— …요즘 이러는 일이 부쩍 늘어가네요. 저—

르클레르 대령:
— 더 말할 것 없어. 사람이든 기계든… 나이를 먹는 건 당연하지.

매더슨 상사:
(내선) 저도 요즘 허리가 영 시원찮은데 말이죠.

SCP-347-KO:
— 어머, 승무원조 막내께서도 벌써 나이가. 우리 팀 너무 노익장인 거 아니에요?

그루먼 원사:
— 이제 와서 DC-3 운용요원을 어디서 더 구하겠냐고.

매더슨 상사:
(내선) 안 그래도 고민입니다. 벨 대위님 앞으로 비행을 얼마나 계속 하시든, 언젠가 그라운딩하셔서 노후를 보내시든, 정비사는 세대 교체를 해야 할 건데. 제레미가 벌써 40줄이라고요.

SCP-347-KO:
— 노후, 라…

르클레르 대령:
— …하위헌스는 슬슬 정비학교 교관으로 갈 생각이라는 모양이야.

매더슨 상사:
(내선) 진짜요? 준위님 정도면 고생도 한참 하셨겠다 그냥 은퇴하실 줄 알았는데.

그루먼 원사:
— 매더슨 너랑 똑같은 고민 하더니 그런댄다. DC 계열기 정비사 인력을 어떻게든 낚아서 보내주겠다 이거지.

매더슨 상사:
(내선) 오오, 역시 기장님의 책임감은 뭔가 다르시단 말이야. 후방동체 내부 이상 없습니다.

SCP-347-KO:
— 고마워요.

르클레르 대령:
— …

그루먼 원사:
— 덧붙이자면 방금 국경을 통과했고, 지금부터 이라크 영공입니다.

[편집됨]

〈기록 종료〉

붙임: SCP-347-KO와 패브릭 편대는 이란 영공을 벗어난 뒤 1시간 가량 더 비행하여 쿠웨이트 영해상에 대기하고 있던 SCPS 엔터프라이즈에 무사히 착함했다. 작전 종료 후 SCP-347-KO는 R1기지에 귀환하여 손상을 점검받았다. 교전에 의한 피격이나 손상은 없었고, 착함 시 드래그슈트 사용에 의한 스트레스 영향은 경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SCP-347-KO는 작전 참가를 위해 연기했던 정비 작업을 모두 수행한 뒤 정상 임무 일정에 복귀했다.


면담 기록 347KO-t1-23: 이 기록은 재단 기동항공대 기동지원비행단 타우-99 특무조종사이자 SCP-347-KO의 실전 운용 책임자인 우라강 르클레르 대령의 면담 기록이다. 면담은 R1기지의 장교 휴게실에서 이루어졌으며, 대화 내용은 모두 영어이다.

면담 일시: 1986년 10월 1일
면담자: 카밀라 세틀먼 박사
면담 대상: 우라강 르클레르 대령


〈기록 개시〉

세틀먼 박사:
(휴게실에 입장하며 농담조로) 오, 항공대의 영웅 아니십니까. 빨리 와 계셨군요.

르클레르 대령:
— 뭘요. 팀원들이 다 한 거죠.

세틀먼 박사:
— 참가 결정된 이후로 작전 계획 전체를 대령님이 다 검토하면서 진두지휘하신 거 다들 압니다. 마땅한 공로까지 사양하면 곤란하시죠. SCP-347-KO가 다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신 거죠?

르클레르 대령:
— 하하. (잠시 웃다가 고개를 끄덕거림.)

세틀먼 박사:
— SCP-347-KO를 안전하게 귀환시키신 것에, 연구 책임자로서 감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르클레르 대령:
— 박사님도 벨의 투입을 앞두고 적재물부터 기체 상태까지 온갖 요소를 검토하시느라 정비반이랑 몇날 밤을 지새셨지 않습니까. 저야말로 박사님 덕분에 무사히 벨과 함께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세틀먼 박사:
— …별 말씀을요. (표정이 어두워짐.)

르클레르 대령:
— … 개수 제안서 검토 결과. 나온 거군요?

세틀먼 박사:
— …이런 말씀을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하지만, 연구팀은 본래 설계를 벗어나는 개량이 SCP-347-KO의 변칙성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기골과 외장을 전면 교체하는 건 사실상 SCP-347-KO를 새 비행기에 이식하는 것인데,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어떤 실험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르클레르 대령:
— 그 얘기는…?

세틀먼 박사:
— 예… SCP-347-KO의 수명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장기 보존을 위한 조치로써 퇴역(retirement)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르클레르 대령:
— … (한동안 발언하지 않음.) …그렇게 되면, 이후 처분은 어떻게 되죠?

세틀먼 박사:
— SCP-347-KO는 본래의 격리 절차로 복귀하게 되겠죠. 기능 유지 목적의 정비를 받고, 변칙성을 더 연구하고… 평범한 SCP 대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뿐이에요.

르클레르 대령:
— 퇴역은 언제로 예정되어 있습니까?

세틀먼 박사:
— 아직 확정된 건 없습니다. 과학부 정책위와 항공대 참모부에 검토 안건으로 곧 올라갈 예정이에요. 오늘 면담은 이 안건을 두고 대령님의 의견을 구하러 온 겁니다.

르클레르 대령:
— …후우.

세틀먼 박사:
— 일단 우리 연구팀에선 연간 소티 수를 줄이고 정비 사이클을 조정하면 한동안은 지속 운용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사고가 없다면… 앞으로 5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복무할 수 있겠죠. 그 이후는 다시 상태를 봐야겠지만 그정도가 현재 연구팀이 추정하는 운용 한계입니다.

르클레르 대령:
— 5년이라… (잠시간 침묵) 박사님이 보시기에 5년 후, SCP-347-KO의 상태는 어떨 것 같습니까?

세틀먼 박사:
— 글쎄요, 지금보다는 더 노후되어 있겠지요. 그래도 안전하게 퇴역하고 보존 절차로 이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르클레르 대령:
— 아니오, 제가 여쭙고 싶은 건… 그 녀석이 가끔 바깥바람을 쐬기에 충분할 만큼 건강할 것이냐는 겁니다.

세틀먼 박사:
—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르클레르 대령: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반대쪽 검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림)

세틀먼 박사:
—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걸 이해합니다. 시간은 많이 있으니, 오늘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벨과도 이야기를 더 해보시는 게 좋겠죠.

르클레르 대령:
— …고맙습니다. 고민해보지요.

세틀먼 박사:
— 그러면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참, 다음 면담부터는 제가 아니라 리처드 스카일스 박사가 올 겁니다. 제 후임으로 연구팀을 맡을 친구인데 괜찮은 청년이에요.

르클레르 대령:
— 그래요? 그동안 저나 벨이나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쉽군요. 어디로 옮기십니까?

세틀먼 박사:
— 이번에 항공연구원 설립하는 거 들으셨죠? 거기 원장을 맡아달라네요.

르클레르 대령:
— 오, 좋은 데 가시는군요. 하기야 승진하실 때가 지나도 제법 지났지요. 축하드립니다.

세틀먼 박사:
—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대령님도 슬슬 다음 보직을 생각해두셔야죠. 저도 여기가 좋았으니 머물러온 거지만, 대령님만 하겠어요? 델타-61의 승진 코스도 마다하고, 계급에 맞는 지휘관직도 거절하고. 중령은 마흔 넷에 다셨으면서 대령은 미루고 미룬 끝에 재작년에나 다시고… 벨을 위해선 대령님이 곁에 있는 게 물론 최선이었지만, 영원히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게 되었으니까요.

르클레르 대령:
— …그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세틀먼 박사:
— 그래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대령님도 벨도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요.

르클레르 대령:
— 박사님도, 잘 지내십시오.

〈기록 종료〉


녹음 기록 347KO-#1880: 이 기록은 1986년 10월 2일, 당일 비행과 점검을 모두 마치고 엄체호에 주기되어 있던 SCP-347-KO의 조종실에서 녹음된 대화 내용이다. 르클레르 대령은 일과 후 개인적으로 엄체호에 방문하여 잠시 조종석에 탑승해 SCP-347-KO와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모두 프랑스어이다.

〈기록 개시〉

(르클레르 대령이 엄체호에 입장해 한참 SCP-347-KO 옆을 서성임. SCP-347-KO는 그를 지켜보다가 기수 출입문을 개방함. 르클레르 대령은 열린 출입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계단을 오름.)

SCP-347-KO:
— 무슨 일이래요, 이런 시간에?

르클레르 대령:
(조종석에 앉으며) 여어, 시고뉴 대위. …시간 좀 있나?

SCP-347-KO:
— 아유, 취하셨네. 호칭은 또 왜 격식을 차리시고.

르클레르 대령:
— 아니… (와인 병을 흔드는 소리.) 기분이 영 정리되지 않아서 말야. 둘이서 얘기를 좀 하고 싶어.

SCP-347-KO:
— 개수 제안, 반려된 거죠?

르클레르 대령:
— …제안서 올린 거 알고 있었어?

SCP-347-KO:
— 작년에 한참 고민 시작하셨을 때부터 기장님이 계속 얘기 전해주셨어요.

르클레르 대령:
— 하위헌스 이 자식, 그렇게 입이 가벼웠나.

SCP-347-KO:
— 기장님이 아니라 대령님한테 묻고 싶어요 저는. 왜 저한테 얘기 안하신 거에요?

르클레르 대령:
— …

SCP-347-KO:
— 대령님. 더이상 제가 날지 못하게 되고, 대령님이 제 파일럿이 아니게 되더라도, 저랑 대령님 사이가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르클레르 대령:
— 알고 있지. 그래도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 난 욕심이 많은 남자니까.

SCP-347-KO:
— 누구보다 잘 알죠.

르클레르 대령:
— …너랑 미리 얘기했어야 했어. 미안해.

SCP-347-KO:
— 괜찮아요. 절 아껴서 그러신 거 제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요.

르클레르 대령:
(한동안 망설이다가) …5년이랜다.

SCP-347-KO:
— 시한부인가요?

르클레르 대령:
— 무사히 날아다닐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게 그 정도라더라. 그만큼 현역에서 더 날고 나면, 그 뒤론 비행을 그만두고 지상에서 평생 관리받으며 보호받는 삶으로 돌아가는 거고. 스미소니언에서처럼.

SCP-347-KO:
— …

르클레르 대령:
— 지난번에 네 생각을 안 묻고 맘대로 했던 것을 사과하는 의미로 이번 선택은 너에게 일임하겠다, 이렇게 폼 재서 말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은데… 차마 그렇게 묻기가 두려워. 어느 쪽이든 너는 이미 경험했던 삶이니 잘 참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거 같아서, 괜히 내가 더 조바심이 든다고.

SCP-347-KO:
— …귀스타브.

르클레르 대령:
(잠시 반응이 없다가 흠칫 놀람.) …그 이름 참 오랫만에 듣네.

SCP-347-KO:
— 당신 말이 맞아요. 저는 잘 참는 성격이니까, 은퇴하고 어떤 삶이 주어지든 그러려니하고 살아버릴 거에요. …그렇지만 사실 저도, 목적도 필요도 없는 존재로 영원히 방구석에 갇히는 삶은… 싫어요.

르클레르 대령:
— …

SCP-347-KO:
— 개수돼서 더 오래 날 수 있었다면 좋았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랬으면, 언젠가 당신이 나보다 빨리 은퇴해서 나 혼자만 하늘을 방황하는 슬픔을 겪었을 거에요. 당신과 저의 비행 인생이 비슷하게 끝을 바라보게 되어서 사실은 조금 기뻐요.

르클레르 대령:
— 벨… 너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구나. 하하.

SCP-347-KO:
— 그래요. 어디의 누군가가 너무 혼자서 속으로 앓는 성격이라 저도 닮아버렸네요. 히히.

르클레르 대령:
— …어제 세틀먼 박사랑 얘기하고 나서 한참 고민하다가, 오늘 리처드 스카일스 박사랑 다시 얘기를 해봤어. 지금 상태 정도라면 너를 예비전략물자로 지정해서 비행 가능 상태를 유지시키는 처분이 좋을 수 있겠다는 얘기를. 파트들을 들어내고 장기 보존 상태로 만드는 대신에 말이야.

SCP-347-KO:
— 그 말씀은…?

르클레르 대령:
— 조종 면허를 갱신하고, 기능 상태를 점검하려면, 주기적으로 실비행을 시켜야 한다는 것도 얘기했고.

SCP-347-KO:
(창 밖에서 가볍게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

르클레르 대령:
— 네 말마따나 나는 이제 조종석에선 물러나야 할 나이가 가까워졌다. 너랑 5년을 같이 더 보내고 은퇴하자면,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네 미래를 내 지금과 맞바꿔서 가져올 생각은 안 하기로 했어. 네가 가끔씩 바깥바람 쐬면서 비행을 즐길 때 비록 내가 조종간을 잡아줄 수는 없겠지만, 그 편이 네가 행복할 거라 생각해. 네가 행복한 편이 나도 행복할 테고.

SCP-347-KO:
— 귀스타브…

르클레르 대령:
— 불쌍해하거나 미안해하지 마. 내가 선택한 거야. 어차피 5년 더 날아다니라 누가 시켜도 무릎이 시큰거려서 중간에 관둬야 할 걸.

SCP-347-KO:
— 알았어요, 안 그럴게요. 대신 다른 건 해도 괜찮아요?

르클레르 대령:
— 뭔데?

SCP-347-KO:
— …고마워요.

르클레르 대령:
— …나야말로. 지금까지 나랑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

SCP-347-KO:
— 어머.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정말. 내일부터 얼마나 바빠질 텐데 무슨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구신담.

르클레르 대령:
— 응?

SCP-347-KO:
— 제 퇴역 신청도 준비해야 하고, 대령님 지휘직 복귀도 알아봐야 하고, 세상에 원래 같았으면 지금쯤 별은 진작에 달고 사령부에서 날아다니고 계셨을 양반을 여태 제가 잡아두고 있었잖아요! 저나 대령님이나 이제부터 몇 배는 바쁜 인생 3막의 시작이라고요. 각오는 돼 있어요?

르클레르 대령:
— …하하! 하하하하. 그럼. 이제 시작이지. 바빠지겠는걸.

SCP-347-KO:
— 바빠도 가끔 얼굴 비추는 거 잊지 말고요. 정기 비행 때 오시면 그땐 손님으로 태워드릴게요. 히히. 어디보자, 저야 그렇다 치고 대령님은 어디로 가시는 게 좋을까. 역시 당장은 타우-99에서 영전하시는 게…

[개인정보 포함된 정보 편집됨]

〈기록 종료〉

붙임: 1986년 10월 25일, SCP-347-KO와 르클레르 대령의 동의 의견이 첨부된 SCP-347-KO의 예편 및 격리방안 변경 제안서가 기동항공대 작전사령부에 제출되었다. 작전사령관 레너드 스펜서 중장은 제안서를 수리하면서 "벨 시고뉴 드미주리" 대위의 충실한 복무와 기여를 치하했으며, SCP-347-KO의 차후 격리가 인도적으로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연구팀에게 당부하였다.







scp-347-ko-with-leclerc.png

르클레르 소장과 SCP-347-KO, 2007년 6월 4일.

항공장교 "벨 시고뉴 드미주리"로서 SCP-347-KO는 13년 동안 1015회의 보급 수송 임무, 549회의 대용량 특수 수송 임무, 그 외의 강습 구조 임무와 초계 임무를 포함해서 총 1882회의 비행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SCP-347-KO는 1987년 1월 1일 신년 기념비행 임무를 마지막으로 현역 일선에서 물러났다. 예편 당시 계급은 대위였으며, 기동항공대와 상급감시사령부는 그간 SCP-347-KO가 보여온 헌신적인 기여를 인정해 '가루다의 깃' 훈장과 재단 공헌자 표창을 수여하였다.

정상 격리 절차 복귀 후 SCP-347-KO의 정비 및 유지관리 업무는 그대로 제997정비중대 5정비반이 담당하였으며, 지정 격리실 또한 업무 연속성을 고려하여 R1기지 209번 엄체호로 유지되었다. 이후 199█년 R5 그레이트샌디 기지가 완공되고 타우-99가 주둔 기지를 이전하면서 SCP-347-KO의 지정 격리실도 R5기지 1105번 엄체호로 변경되었다.

예편 이후 SCP-347-KO가 심각한 기능 손상을 나타낸 사례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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