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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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terfly

야생에 있는 SCP-3209.

일련번호: SCP-3209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3209 개체군과 상호작용하는 인원은 60헤르츠 이상으로 작동하는 액정 능동식 셔터 안경을 착용한다. SCP-3209 야생 개체는 포획하여 기지 내 나비장으로 옮긴다. SCP-3209 개체들이 야생으로 탈출하지는 않는지 개체군이 있는 수도원을 면밀히 감시한다.

설명: SCP-3209(Sevenia acedia)는 흥미를 먹이로 삼는 변칙적인 나비 종(種)이다. SCP-3209 개체는 목표물의 코에 내려앉아 눈앞에서 날개를 빠르게 퍼덕여 먹이활동을 한다. 영향받은 동물은 무기력하고 의욕을 잃은 상태가 되며, 결국에는 아사한다.

지적존재는 SCP-3209에 노출되면 더 복잡한 일련의 증상을 보인다. 초기에 받는 영향은 취미나 화제에 대해 흥미를 영구히 잃는 것이다. SCP-3209로 인해 흥미를 잃은 예로는 카드게임, 시, 공상과학 영화, 골프가 있다. SCP-3209에 자주 노출되면 만성적인 무쾌감증과 감정둔마가 생긴다.

노출 증세 대부분이 기분저하증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Sevenia acedia 야생 개체군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주로 무지개색 날개가 달린 나비에 대한 소문을 추적하는 데 집중된다. 심한 사례에서는, SCP-3209에 계속해서 노출된 사람들이 정신병 치료 시설의 환자들 중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 환자들은 보통 이전의 행동 사건 내력이 없으며 도시 밖에서 살고, 의욕 부족으로 인해 자살 기도가 실패한 이후 병원에 입원되었다.

부록 3209.1: 바르텔 요원의 현장 보고

윤리위원회는 네팔과 그 근방에 있는 수도원에 대한 조치를 무기한 연기했는데, 그 중 불확실한 수의 수도원에서 비밀리에 Sevenia acedia 개체군을 간수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내부 심의는 관련된 수도원을 밝혀내고 조사하는 임무를 받았던 현장요원 애런 바르텔Aaron Bartell의 증언을 중심으로 했다.

2018/02/11

단서를 잡은 것 같다. 이전에 수도승이었던 파나우티Panauti는 장애가 되는 심한 감정둔마에 시달리고 있다. 침대에서 나오지도 못한다. 아마도 단순한 우울증 증상일 것이다. 그러나 파나우티의 별명이 눈에 띄었다. 듣자 하니 사람들은 그를 나비 인간Butterfly Man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2018/02/15

나비 인간을 만났다. 본명은 라지브 사캬Rajiv Śākya다. 라지브에게서는 진술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그가 대화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는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다. 경계성 식물인간 상태다. 그를 돌보는 이웃 한 명한테서 라지브가 전에 있던 수도원 이름을 알아냈다. 테가르 곰파(Tergar Gompa). 이곳에서 동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골짜기에 있다. 이번이 또다시 막다른 길로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족을 얼마 동안이나 못 봤었지, 넉 달이었나?

2018/02/17

테가르 곰파는 아름답다. 온통 분홍색 꽃이 달린 자귀나무로 에워싸여 있다. 수도원 자체는 안뜰 주변에 희끄무레한 돌로 된 건물이 나열된 구조였다. 건물은 화려한 색조로 칠해진 주랑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대체로 붉은색과 금색이었다. 추측컨대, 이곳은 삼사백 년은 된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거의 사무직인 일을 받았다.

2018/02/18

수도승들은 내 액정 안경을 놀라워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카메라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데—종교적인 믿음 때문인지 더 현실적인 우려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수도승들은 안경을 몇 분 동안 살펴본 후 되돌려놓았다. 편리하게도, 작은 감시용 장비 창고가 있는 내 책은 검사하려고 들지 않았다. 수도승들이 안경을 무시하는 척 하려는 건 아닌 듯하다. 능동식 셔터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신들을 보호하는 걸까?

2018/02/19

눈가리개. 언뜻 시선에 조금 들어온 건 눈가리개를 한 수도승뿐이었지만, 확신이 있다. 저 사람들은 나비를 돌보는 일을 전부 어떻게든 소리와 촉감만으로 한다. 돌보는 사람은 자신이 뭘 다루고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이상하게 행동하는 수도승은 없는지 지켜보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도 없다. SCP-3209가 어디에 쓰이든, 꽤나 제한된 게 틀림없다. 그 영향을 아는 사람은 이곳의 수도승 몇 명뿐일 것이다.

2018/02/20

Sevenia acedia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찾기 어렵지는 않았다. 나비들은 남쪽 벽에 기대어 지어진 작은 유리 지붕 온실에 있었다. 내가 본 바로는, 소규모 개체군이었다. 아마도 삼십 마리나 그 정도. 상황을 지켜보려고 근처 덤불 속 몇 곳에 카메라를 숨겨 두었다. 다음 날 아침, 눈가리개를 한 남자 네 명이 온실에 왔다. 지금까지 내가 틀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걸 기록해 두고 싶다.

2018/02/21

나는 이곳에 꽤나 잘 어울린다. 재단에서 일하니 스스로를 고려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전부 충분히 연습하게 되는 듯 하다. 감정적 거리두기, 지속적인 자기분석, 자아 고갈, 기타 등등. 다른 점은, 이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다시 내 자신이 된다는 거다. 늘 이렇게 사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2018/02/23

우연히 SCP-3209에 노출되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그 자그마한 녀석이 내 코에 내려앉아 있었다. 시선을 돌리기 전에 그 아른거리는 날개가 나를 사로잡았다. 초점을 되찾았을 때, 놈은 사라져 있었다. 배를 채우자마자 곧장 밖으로 휙 날아가버린 게 분명하다. 이제부터는, 잠자리에서도 안경을 쓸 거다. 내 방에 놈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아내야 한다. 수도승들이 내가 뭘 캐내려 한다고 의심했는지도 모른다. 나비가 배고픈 채 돌아온 건지 보려고 수도승들이 나를 내버려둬 봤는지도 모른다. 내 실수를 좋은 일로 짜맞추려고 내가 변명거리를 찾는 건지도 모른다.

놈이 나한테서 뭘 앗아갔는지 알아보려고 하니 주의가 산만해졌다. 내 취미를 전부 돌이켜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지.' 뭐가 없어졌지?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게 뭐지?

2018/02/24

기도실에 있는 카펫을 막 알아차렸다. 카펫에는 나비가 가득했다. 무늬 하나마다, 테두리의 디자인마다. 이곳의 수도승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명상을 한다. 그러는 내내, 나비를 쳐다보고 있다.

이 모든 걸 잘못 보고 있었다.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본 거다.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건 이곳이 전부 SCP-3209에 대한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은 SCP-3209에 모든 걸 바쳤다.

2018/02/26

내가 옳았다. 지지난 밤에, Sevenia acedia가 상자에 담겨 온실에서 기도실로 옮겨졌다. 수도승들은 모두 기도실에 모였다. 손님은 허락되지 않았다. 조명이 부족해서—젖빛 유리 접시에 담긴 촛불에서 나오는 흐릿하고, 깜빡이는 불빛 뿐이었다—카메라에 화면이 깔끔하게 담기지 않았다. 그래도 음성은 괜찮게 나왔다.

수도승들이 각기 다른 구절을 반복해서 암송했다. "어린 시절 집에 대한 그리움." "세계 정세." "개의 귀여움." "머릿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쇼툰.1" 고해 같았다. 의식은 대략 삼십 분 동안 계속되었다. 의식이 끝나자, 수도승들은 나비를 온실로 되돌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2018/02/28

지난 며칠 동안, 생각을 많이 해봤다. 회고했다. 이곳의 모든 것이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회랑 끝에 있는 창, 말끔하게 다듬은 안뜰의 풀밭, 깜빡이는 촛불. 이곳에는 내면으로 들어오는 고요함 같은 게 있다.

나 자신을 편견 없는 관찰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재단은 사실과 관계되어 있고, 사실은 관점에 기반하지 않는다. 그게 순진해 빠진 생각이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곳의 수도원 생활에 대한 사실을 완벽히 알지만, 이틀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사실의 파장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사실: 여기 같은 수도원에서는 세 가지 마음작용을 추구한다. 무치(無癡), 어리석지 않음. 무진(無瞋), 미워하지 않음. 무탐(無貪), 애착하지 않음. 세속적인 문제에 감정적으로 매여 있는 것은 유해하다고 여겨진다. 파장: 내 문화적 고정관념 때문에 SCP-3209가 해로워 보이는 것 뿐인가? 감정둔마와 무탐을 나누는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라지브 사캬는 피해자인가, 깨달음에 다가선 자인가?

내 본능은 양식된 Sevenia acedia 개체군을 전부 포획하고 관련된 사람 모두에게 기억소거제를 처방하라고 권한다. 더 간단하고 깔끔할 것이다.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가 될 것이다. 이 개체군들은 이미 격리되어 있다. 민간인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테가르 곰파 같은 수도원에서 수세기 동안 발전해 온 전통과 역사를 파괴할 명분이 없다. 해가 될 수 있는 인간 문화를 전부 없애버린다면, 남는 게 뭐라도 있을까?

2018/03/05

오늘 집에 왔다. 아직 여기가 얼마나 더 따뜻한지 적응하는 중이다. 아들은 내가 돌아와서 아주 신이 났다. 이런 자그마한 핑거 페인팅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그 그림에 관심이 없다. 그 애가 뭘 말하든지 뭘 하든지 관심이 없다. 오랫동안 출장을 갔다와서 아들을 보면 늘 미칠 듯이 기뻤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이제는 그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내 아들은 네 살밖에 안 되었고 나는 아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이게 바로 SCP-3209가 나한테서 앗아간 거다.

나는 예전에 내가 했던 주장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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