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녹취록
일자: 2012/02/02
면담자: 타움 박사
피면담자: SCP-3143, SCP-3143-A
비고: 타데우스 타움 박사Dr. Thaddeus Thaum는 형이초학부 소속이다. 그는 영문학 학위 소지자이며, 세부전공은 허구분석론이다.
페이드인:
내부장면. 머피 로 탐정사무소 — 야간
밝은 피부색의 사내가 자기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다. 달빛의 칼날이 그의 얼굴을 절반으로 갈라 놓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가 아무렇게나 책상 위에 뒹굴고 있다. 옆의 재떨이에는 구부러진 궐련 한 개피가 그을린 채 버려져 있다. 그의 셔츠에는 핏자국이 튀어 있으며 — 그 중 일부는 자기 피일 수도 있다.
손에는 버번 슬러그 한 잔을 쥐고, 가슴에는 슬러그 납탄 하나를 품고, 나머지 여섯 발 — .44 매그넘의 서비스는 저 문을 열고 들어올 다음 개자식을 위해 남겨둔 채.
그의 이름은 머피 로MURPHY LAW. 그의 운이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운을 셀 줄 모르는 것이다. 그는 당신이 필요할 때 와 주길 기도해야 할 그런 종류의 사내 — 그리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저주할 만한 사내니까.
그는 또한 우리의 서술자NARRATOR이기도 하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게 으르렁댄다. 마치 기도 내벽이 사포와 녹슨 못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마냥.
서술자
재단이 잘 하는 일을 하나만 꼽아 보라면, 느슨한 끝을 고쳐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험복쟁이들이 나를 상자 속에 갈아넣는 것이 그저 시간 문제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사무실 문이 열린다. 실험복을 입은 늙은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 어찌나 인상을 찌그리고 있는지 얼굴 주름이 뼛속까지 내려갈 정도로 깊을 것이다. 이 양반은 타움 박사이며, 이 건을 바닥까지 파헤쳐 내려 찾아온 것이다 — 그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서술자
하지만 그들이 나를 격리하고자 한다면, 좀 큰 상자가 필요할 것이다.
타움 박사
안녕하신가, SCP-3143. 오늘 기분은 어떠신지?
서술자
그는 대답을 원했다. 나는 그냥 집어치우길 원했고.
머피가 버번 샷을 마저 마시고 권총을 타움 박사의 가슴 높이로 들어올린다.
머피
내가 당신에게 지금 당장 바람구멍을 내주지 않아야 할 이유를 하나라도 대 보시지, 박사.
타움 박사가 눈썹을 치켜뜨면서 팔짱을 낀다.
타움 박사
어차피 자네는 못 쏠텐데 뭐.
서술자
만일 내가 그에게 납탄을 잔뜩 먹여줄 배짱이 없다고 그가 생각했다면, 그는 다른 준비를 해 왔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엄청 더 많은 납탄 뭉치 같은 것.
타움 박사
이봐, 자네가 네레이션 하는 거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거 자네도 알잖아?
서술자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무언가 잘못되었다.
타움 박사
자네는 허구내부적 구조야.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지성이 있는 이야기란 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는 현실을 영화 대본으로 평탄화시켜서 범죄소설이나 하드보일드 누아르를 흉내내는 거야.
서술자
이건 잘못… 뭐?
타움 박사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 이건 제대로 된 누아르조차도 아냐. 누아르 스타일을 정의할 수 있는 요소는 반영웅(anti-hero)일세. 아무 가망도 보이지 않는, 미래 없는 세상에 갇혀 있는 등장인물 말이지. 하지만 자네에 관한 파일을 평가한 결과, 자네는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려지더군.
머피
내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타움 박사
자네의 서사는 영웅적이고 단순해. 매우 명확한 악당과 영웅이 존재하지. 그리고 끝에 가면 세상은 전혀 부작용 없이 구원받고. 그건 하드보일드가 아니야. 누아르는 더더욱 아니고. 자네는 그저 양복과 중절모를 걸친, 음주벽 있는 현실도피성 판타지일 뿐이야.
머피: 어디 — 어디야 여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타움 박사: 자네는 누아르의 클리셰에만 의존하고 있어. 겉으로는 외양과 양식의 관념을 거부하는 것 같지만 사실 비밀리에 그걸 포용하고 있지 — 개척지대의 신화에 기반한 초남성적 서사를 늘어놓고, 단순히 그것이 투사된 배경만이 도시 환경일 뿐…
머피: 이게 뭐냐고?
타움 박사: …하지만 자네는 도덕적 행동이 모든 것이되 동시에 불가능한 그 복잡하고 밀도 깊은 설정을 성실하게 복제하는 데도 실패했지. 자네는 누아르가 누아르이게 하는 그 핵심과 연결되는 데도 실패했고. 말하자면 자네는, 그냥 그걸 패러디하고 있을 뿐이야. 의도치 않은 풍자라고나 할 수 있을까.
SCP-3143: 이게 뭐냐고 묻잖아?!
타움 박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네의 이름부터가 불합리할 정도로 작위적인 말장난에 기반한 것이라.
SCP-3143: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타움 박사: 자네를 해체하겠네, SCP-3143. 자네를 격리하겠다는 말이야.
SCP-3143: 나… 나는 이해할 수가…
타움 박사: 그러니 이제 작가와 직접 얘기를 좀 하게 해 주게. 미스터 로든? 거기 계십니까?
SCP-3143-A: 어떻게…?
타움 박사: 안녕하십니까, SCP-3143-A.
SCP-3143-A: 여기가 어딥니까? 나는 누구죠?
타움 박사: 당신은 머피 로든, 뉴저지 출신의 은퇴한 신발 외판원입니다. 혼자 살면서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지요.
SCP-3143-A: 제가요…? 오, 맙소사. 제가 여긴 왜 있는 거죠?
타움 박사: 우리는 당신이 어쩌다 보니 허구내부적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쓴 대본이 기억나십니까? 『언제나 비가 내린다』(It Always Rains)?
SCP-3143-A: 어… 그런 거 같군요. 저는 그게 — 오, 맙소.
타움 박사: 오늘은 시간이 충분하지 못할 것 같군요, 미스터 로든. 잠시 쉬면서 진정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면담은 나중에 계속할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까?
SCP-3143-A: 어… 네. 음, 그래요. 좋습니다, 좋아요. 잠시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타움 박사: 물론입니다.
[녹취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