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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288-KO: 과일을 짊어진 가시투성이 친구들
저자: TocoT0ucan_98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Leninsky_District,_Moscow_Oblast,_Russia_-_panoramio_-_%D0%91%D1%83%D0%BA%D0%B0_(3).jpg CC-BY-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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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옮기고 있는 SCP-288-KO-1 개체 한 마리.
일련번호: SCP-288-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재단 웹크롤러는 인터넷 상에서 SCP-288-KO 목격을 언급한 게시글 및 SCP-288-KO-1 개체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물을 찾아 삭제 처리한다. 은폐 공작을 위해, SCP-288-KO를 묘사한 예술작품은 착각에 의한 것이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한 것일 뿐이며, 고슴도치의 생물학적 특성상 SCP-288-KO와 같은 행동은 취할 수가 없다는 내용의 역정보를 각종 외부 매체를 통해 유포한다. 발견된 SCP-288-KO-1 개체들은 포획하여 위치추적 장치를 달고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설명: SCP-288-KO는 고슴도치아과(Erinaceinae)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변칙적인 행동이다.
SCP-288-KO는 초여름부터 늦가을 중에, 3~20여 마리의 고슴도치가 무리를 이룬 다음, 각종 과실류를 가져와 특정 장소1에 쌓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고슴도치를 이후 SCP-288-KO-1로 지칭한다. SCP-288-KO는 야생 고슴도치에게서만 관찰되며, 사육장에서 사는 고슴도치나 인간에 의해 길러진 고슴도치에게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SCP-288-KO가 나타나는 더 구체적인 조건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재단 연구진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 행동이 전적으로 변칙성에 의한 것이며,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SCP-288-KO-1 개체들의 행동양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무리 중에서 덩치가 크고 강한 개체 1~2마리가2 과실을 모아 놓은 장소를 지키고, 나머지 개체들이 과실을 구해오는 식이다. 일반적인 고슴도치과 동물이 번식기 외에는 단독생활을 영위하는 반면, SCP-288-KO-1은 다른 개체에 대한 경계심이 현저히 적으며, SCP-288-KO를 수행하면서 여럿이 협력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가져다 놓은 과실이 상하거나 더럽혀지지 않도록 자주 곳곳을 청소하며 썩은 과실을 물어다가 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개체도 과실을 먹거나 자신의 보금자리에 저장하려고 하지 않았다.
SCP-288-KO-1 개체들이 가져다 놓는 과실의 종류는 대부분 사과이며 그 외 오이, 가지, 살구, 포도 등 다양한 과채류를 옮겨다 놓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SCP-288-KO-1은 특이하게도 등에 난 가시를 이용해 과실을 옮기는데 등 쪽을 갖다대서 과실이 가시에 박히게 한 후, 그대로 등에 지고 가는 식이다. 과실을 다른 개체의 가시에 박아 주거나, 가져온 과실을 등에서 빼내주는 모습이 몇 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과실을 모아 놓은 장소를 지키는 SCP-288-KO-1 개체는 먹이활동이나 배변을 하러 잠시 자리를 비울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과실 무더기 주변에만 있으며3, 다른 생물이 과실을 먹거나 가져가지 못하게 막는다. 심지어 족제비나 올빼미, 인간 등의 천적이 나타나더라도 도망치거나 방어 자세를 취하는 대신 과실 무더기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드는데, 그러는 도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잦다.
SCP-288-KO이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SCP-288-KO를 묘사한 예술작품이나 문헌, 사진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최소한 13세기 즈음을 전후하여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록 1: SCP-288-KO 실험 기록
서문: 지금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SCP-288-KO가 관찰되어 왔지만, 야생에서는 여러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아 SCP-288-KO-1 개체들이 작업을 끝까지 완료한 사례가 관찰된 적이 없었다. 이 SCP의 기원 및 변칙적 특성을 보다 확실히 이해하려면 해당 행동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이곳 제104기지의 야외 격리공간에서 실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 에스더 플래너건 박사Dr. Esther Flanagan
실험 준비사항: 포획한 SCP-288-KO-1 개체들4을 제104기지의 야외 격리공간 H구역에 풀어놓는다. 해당 격리공간은 고슴도치의 일반적인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하게 꾸며져 있다. 개체들이 SCP-288-KO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먹이와 물, 그리고 과실류를 충분히 마련해둔 후 관찰에 들어간다.
실험 목적: SCP-288-KO의 진행과정을 관찰 및 연구하고, 그 최종 목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실험 진행 인원: 에스더 플래너건 박사 외 4인
실험 시작일: 2001/08/01
실험 일지:
실험 1일차
개체들이 아직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격리공간 내부를 돌아다니며 냄새만 맡을 뿐 SCP-288-KO를 시작하지 않음.실험 2일차
일부 개체가 과실을 발견하고 관심을 보임. 아직 과실을 옮기려 하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음.실험 3일차
개체들이 과실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함. 다른 개체에게 적대감은 보이지 않으며, 간혹 서로의 체취를 맡기도 함.실험 5일차
개체들이 본격적으로 과실을 옮기기 시작함. 선택한 장소는 격리공간 구석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 위임. 가장 덩치가 큰 개체 하나가 과실을 지키는 역할을 맡음.실험 7일차
개체들이 순조롭게 과실을 옮기고 있음. 아직 모인 과실 양은 얼마 되지 않음.실험 14일차
모인 과실이 썩으면 SCP-288-KO가 완료되는 데 지장이 생기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되어 개체들이 대부분 수면을 취하는 사이에 과실이 모인 장소 주변에 냉방장치를 설치하기로 결정함.5실험 21일차
격리공간에 과실을 추가함. 개체들은 여전히 과실을 옮기는 데에 주력하고 있으며, 다행히 냉방장치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실험 24일차
일부 개체가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지나치게 SCP-288-KO에만 집착해, 격리공간에서 잠시 빼내 건강 검진을 해보자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나 실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결정함.실험 27일차
과실이 상당히 많이 쌓여 그루터기를 완전히 덮음. 개체들은 여전히 SCP-288-KO에 열중하고 있으며, 일부 개체는 과실 무더기를 청소하고 과실이 다른 곳으로 굴러가지 않게 하고 있음.실험 30일차
과실이 모인 장소 위 허공에 흐릿한 형상이 나타남. 너무 희미해서 정확히 어떤 형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SCP-288-KO와 관련된 현상인 것으로 추정됨.실험 35일차
양이 너무 많아 과실 무더기 일부분이 무너짐. 개체들이 무너진 곳을 다시 쌓으려 애쓰고 있음. 형상이 약간 더 선명해졌으나, 아직도 어떤 형상인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음.실험 40일차
형상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선명해짐. 위쪽에 덩어리 같은 것이 달린 2m~3m 가량 크기의 초록색 물체로 보이며, 격리공간에 먹이와 물을 보충하러 들어간 인원이 손으로 건드리자 아무런 느낌 없이 그대로 통과됨.실험 45일차
아직도 건드리면 그대로 통과되기는 하지만, 형상이 실제로 그곳에 있는 것처럼 또렷해짐. 개체들이 과실을 옮기는 행동을 멈추고, 하나둘씩 과실 무더기 주변에 모이기 시작함.실험 47일차
실험 종료됨. 자세한 내용은 사건기록-288KO 참고.
부록 2: 사건기록-288KO
2001/09/16 새벽 3시경에, 모든 SCP-288-KO-1 개체가 과실 무더기 주변에 모여들자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있던 형상이 실체화되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6 형상은 정체불명의 고슴도치아과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몸길이가 거의 2m에 달했으며 몸 전체가 초록색이었다. 또한 등에는 가시 대신 수많은 선인장 줄기가 달려 있었다. 문제의 형상을 이후 SCP-288-KO-2로 지칭한다.
처음에 SCP-288-KO-2는 추락 시의 충격 때문인지 잠시 의식을 잃은 채로 있었다. 약 2분 후 대상이 움직임을 보이자 격리 담당 요원들이 접근해 포획을 시도했으나, 마취제가 통하지 않아 포획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주변에 있는 요원들을 본 SCP-288-KO-2가 한 요원에게 말을 걸어7 공격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후 상황이 정리되자 SCP-288-KO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SCP-288-KO-2와 면담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부록 3: SCP-288-KO-2 면담 기록
면담 일자: 2001/09/16
면담 진행자: 채드 콜먼 연구원Researcher Chad Coleman
면담 대상: SCP-288-KO-2
비고: 면담은 SCP-288-KO-2가 나타난 직후에 진행되었으며, 면담 장소는 부록 1에서의 실험을 진행한 곳과 같다. 안전을 위해 면담 진행자와 면담 대상 사이에 반투명한 방호벽을 설치했다.
[기록 시작]
콜먼: 반갑습니다, SCP-288-KO-2.
SCP-288-KO-2: 어, 뭐라고?
콜먼: 아무것도 아닙니다.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 하겠습니다.
SCP-288-KO-2: 마음대로. 어차피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콜먼: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입니까?
SCP-288-KO-2: (앞발로 SCP-288-KO-1 개체들이 있는 쪽을 가리킴) 그야, 쟤네들이 날 불러냈으니까.
콜먼: SCP-288-KO-1 말입니까?
SCP-288-KO-2: 으잉?
콜먼: 그… 저 고슴도치들 말입니까?
SCP-288-KO-2: (앞발로 귀를 긁적임) 당연하지, 그럼 뭐겠어?
콜먼: 잘 알겠습니다. 에ㅅ- 고슴도치들이 당신을 불러낸 이유가 있습니까?
SCP-288-KO-2: 뻔하지. 사나운 족제비를 쫓아내주세요, 무시무시한 오소리에게서 우리를 구해주세요, 올빼미가 친구들을 잡아먹었어요, 기타 등등. 이번에는 에… 눈깔이 부리부리하고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 괴물을 물리쳐달래는데. 그것 때문에 죄다 납작포가 되어 버렸대나 뭐래나.
콜먼: 그러니까… 소원을 들어 달라고 불렀다는 겁니까?
SCP-288-KO-2: 아니 그런데, 진짜 어이가 없는 건 뭔 줄 알아? 나한테는 그런 힘이 없어. 난 그냥 고슴도치일 뿐이라고. 뭐, 신이기는 하지만. 고슴도치 신. 어쨌든 백날 불러내봤자 그런 소원은 못 들어 준다는데 저놈들이 자꾸 까먹잖아. 족제비랑 오소리 같은 걸 어떻게 이겨. 나도 무서워 죽겠는데.
콜먼: 어… 잘 알겠습니다.
SCP-288-KO-2: 그, 나도 질문이 하나 있는데.
콜먼: 말해보시죠.
SCP-288-KO-2가 과실 무더기 쪽으로 고갯짓을 한다.
SCP-288-KO-2: 저거 먹어도 되나?
콜먼: …좋을대로 하십쇼.
SCP-288-KO-2가 과실 무더기로 다가간 다음,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과실을 전부 먹어치운 후, 대상은 그대로 바닥에 누워 곯아떨어진다.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잠든 SCP-288-KO-2의 몸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곧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