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282

일련번호: SCP-282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282는 고수준 폭발/화학/생물/밈 방어용 표준장비들을 갖춘 격리함에 보관한다. SCP-282의 격리실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는 망막 스캐너로 확인을 거쳐야 하며, 실험 시간은 3시간보다 더 길게 허용하지 못한다.

설명: SCP-282는 미크로네시아 추크 아톨Truk Atoll 섬에서 회수한 장난감이다. SCP-282는 저글링 도구인 데빌스틱(devil stick) 모양을 띠며,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역사/문화적 자료에 따르면 원래 SCP-282는 자신이 발견된 섬의 원주민들에게 내년의 복을 기원하는 정교한 연례 의식 (일명 █████ ██████, 단어 그대로 읽으면 "그가 움직인다") 에 쓰이는 도구로서 사용되었다. 재단이 SCP-282의 존재를 탐지한 것은 해당 섬에서 갖가지 변칙현상, 예컨대 유달리 긴 추수기, 이 섬에서만 자생하는 종 불명의 과일, 선교사들이 알려온 이상한 빛과 소리, 똑같이 생긴 어린이들 한 무리 등을 발견했을 때였다. SCP-282의 성질에 관련된 본격 연구는 계류 중이다.

부록 282-A
추크 아톨을 면밀하게 수색한 결과 정보가 다량 확보되었으며, 이 중에는 SCP-282의 사용법도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었다. 아톨 내 작전은 축소되었으며, SCP-282 회수진의 우려가 있었으나 변칙성을 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그대로 재개하기로 하였다.

부록 282-B
4등급 이상의 인원은 사건 보고서 282-CB를 열람할 수 있다. ████/██/██ 부로 SCP-282의 효과를 재현하고자 하는 자는 처분 조치한다. 현재 남은 정보들은 모두 기밀 처리한다.
[데이터 말소]

부록 282-C
추크 아톨 거주구역에서 회수한 물체들 중에 SCP-282를 불완전하게 복제한 듯한 물건이 있었다. 이 복제품(아직 제작 중이었던 상태로 추정)에는 변칙성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정확한 성질을 파악할 때까지 SCP-282와 같이 격리하기로 결정되었다. 재단은 강압을 동원했는데도 대상이 만들어진 방식이나 이유를 그다지 알아내지 못했으나, 회수한 지역에 사는 민간인들 다수가 비슷한 복제품을 만들 줄 알거나 만들 의향이 있다는 정도는 밝혀냈다. 회수된 복제품이 SCP-282와 동일한 물체인지는 불명이다.


사건 보고서 282-CB

J██████ 개리슨Garrison 박사의 개인기록, ████/██/██
문서 282-14 ~ 17에서 그리는 의식을 재현하는 과정의 준비가 더디기 그지없다. SCP-282를 사용하는 전제 조건이 기 빨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맨 먼저 우리는 사나흘을 걸려서야 기지에서 스틱으로 저글링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냈다.

[참고: 의공학 분석가 M███ 무뇨스Munoz 연구원이 피험자로 최종 낙점되었다.]

둘째로 SCP-282는 보통 저글링 스틱보다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탓에 피험자가 몇 주일에 걸쳐 연습부터 해야 했다.

셋째로, 제일 지독하고 짜증난 조건으로, 우리가 얻은 사용법을 보면 피험자가 SCP-282로 저글링을 쉬지 않고 36시간 동안, 실수는 적게, 한 번도 안 떨구고 계속해야 된다고 나와 있다. 그놈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두 달이나 걸렸다. 무슨 헌신이라든가 연구 자금, 결과 같은 문제는 상관없었지만, 그 정도 시간이면 체력이 초인 수준은 되어야 했으니까. 내가 들은 의견 중에서 카페인이랑 전해질을 정맥주사로 꽂아서 각성을 유지시키자는 게 있었는데, 그렇게 해볼까보다.

0시간
피험자는 회수된 사용법에 따라 준비한 10m × 10m 방폭실로 들어가 섰다. 다른 준비사항에 의거하여, 피험자가 선 곳은 토종 꽃으로 그린 지름 1.5m 원의 중심이고, 원 맨 앞부분의 점에는 염소 머리를 놓았다. 이 원의 주위로는 다시 염소와 닭의 내장을 손과 나무 도구만으로 으깨 섞은 물질로 그린 지름 3m 원을 두었다.
그 원 밖에는 마지막으로 닭 깃털, 재 위에 찍은 닭과 염소 발자국, 여러 약초 및 사람 피로 만든 습포제 등으로 그린 3.5m 원을 두었다. 방폭실의 마지막 원 바깥 공간에는 닭 해골 하나와 염소 해골 하나를 놓아뒀다. 피험자 의공학 분석가 M███ 무뇨스는 정맥주사기를 꽂은 채로 SCP-282를 들고 원 중앙에 섰다. 곧 피험자는 SCP-282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시간
피험자는 심각한 실수나 변칙성 보고 없이 저글링을 계속한다. 바이탈 사인은 모두 정상이다.

6시간째다. 아직도 안 떨궜다. 이번에는 진짜로 성공하리라는 희망이 부풀어오른다. 판유리를 들여다보면서, 피험자가 휘청거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매번 계속. 좀 웃긴 자세가 되어가고 있다. SCP의 효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근무 서는 경비원한테도 말했는데, 정신적 영향보다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싶다. 관찰 대신할 사람 부른 다음에 여기 침대에서 좀 자야겠다.

일어났더니 아직도 돌리고 있다.

비고: 실험실 내 기구들은 해당 시점에서 피험자의 심박수가 약간 증가한 것으로 표시했다.

18시간
피험자가 실험실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고 알렸다. 외부 관찰자는 이상한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

23시간
피험자에게 편집증이 심각하게 도져서, 실험이 안되는 것 같은데 그만할 수 없겠냐고 묻는다. 저글링을 계속해 달라고 권유했으며, 피험자는 여전히 스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스트레스 반응이었다고 추정된다.

26시간
피험자가 실험실에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고 알린다. 세찬 바람이 부는 징후가 보이고, 원 바깥의 동물 해골들이 바람에 날리듯 움직인다. 그러나 첫째 원의 꽃들은 흔들리지 않으며, 피험자의 행동 또한 지장을 받지 않는다.

27시간
실험실의 모든 전등들이 난데없이 침침해졌다. 더불어 가장 바깥 원이 갑자기 통째로 모습을 감추었다. 방폭실이 밀폐된 지하 공간에 있는데도 바람의 흔적이 더 거세어졌다. 피험자에게 저글링을 계속하라고 권유했다.

비고: 이후 기록 검토 결과 실험실 전등에 전기적 문제는 없었다. SCP의 효과로 추정된다.

30시간
피험자가 추워졌다고 알려왔으며, 센서 확인 결과 실험실 내 기온이 20도 하락한 상태였다. 저글링을 계속했다.

이렇게나 오랫동안 계속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실수의 빈도가 더 높아지리라고 예상했는데, 한 번도 떨어뜨린 적 없는데다 실수가 외려 내내 줄어들면서 이제는 한몸이 된 듯하다. 슬슬 마지막 구간이 다가오려 한다. 지쳐 보인다. 그럴 만도 하지.

32시간
둘째 원이 안쪽으로 바람 타듯 움직이다가 완전히 사라진다. 피험자는 이 현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10분 뒤 실험실 변두리에 있던 동물 해골들이, 근조직도 결합조직도 없는데 몸을 일으킨다. 피험자는 아무 반응 없이 나직이 뭔가를 중얼거린다.

33시간
마지막 원이 사라지고, 불빛이 다시 침침해지다가 실험실 속 공간이 완전히 캄캄해진다. 관찰자는 "그가 움직인다"라는 말이 들린 다음 저글링 소리가 멎었다가 땡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알린다. 2등급 봉쇄 조치가 발령된다.

비고: 추후 적외선 카메라 영상 분석 결과, 33:14 당시 피험자의 다리가 풀렸으며, 크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화면에 밝은 빛이 여러 번 번쩍였다. 이 빛은 적외선 센서에만 탐지되었다. 이 동안 피험자는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으며,SCP-282는 바닥에 떨어졌다.

34시간
실험실 안에서 저글링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비고: 실험실에 적외선 카메라로 M███ 무뇨스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더니, SCP-282를 바닥에서 주워들어 나직이 웃으면서 저글링을 재개했다.

35시간
적외선 섬광이 여러 번 더 비쳤으며, 몇 번은 가시광선 대역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격리실이 매우 어둡다. 35:28 시점에 섭씨 ████도의 열이 갑자기 쏟아지며 실험실 한쪽 벽이 파열된다.

카메라 화면에 보이는 모습으로, 불명의 힘이 나아가면서 경로에 걸친 장애물들을 모두 짓뭉개며 비상계단으로 가 타고 올라갔다. (계단이 손상되었으나 구조를 망가뜨리지는 않았다) 지표면에서 이 힘은 시설을 헤집어놓고 다니다가 제██기지 경계 지점까지 이르러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은 총 4.7초만에 모두 이루어졌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밝고 뜨거운 빛만이 보였다고 알렸다.

비고: 카메라 화면에 따르면 해당 힘은 시설을 휩쓸고 다닐 당시 몇 밀리초 동안 멈추었다가, 시설을 나가지 않는 채로 사라졌다. 적외선 영상에 따르면 당시 실험실은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실험실의 전등이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피험자도 실험실로 돌아와 바닥에 쓰러졌으며, SCP-282도 떨어지면서 돌아왔다. 더불어 먼지층이 얄팍하게 실험실 바닥을 덮었다. 위생팀이 바로 돌입했다.

피험자는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받고 있으며, 이내 정상 기능을 다시 수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후 보고서

피험자 M███ 무뇨스 면담 중에서

제… 제가 저글링을 하고 있었죠? 무슨 그야말로 온종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막 불어왔어요. 마치 제가 [편집됨] 허리케인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으로. 그리고… 그놈이 느껴졌는데… 그게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던데, 하여튼 있었고 그래서 저는… 에이 씨. 사방이 다 깜깜해졌고, 그때 저는 알았죠. 내가 이동당했구나. 다른 곳에 있구나. 거기는 바닥도 없고 천장도 없고 그 망할 스틱도 없었거든요. 그냥…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요. 어둠밖에는.
그러다 그것이 나타났어요. 아 젠장. 거기 뭔가 있긴 있구나 저는 알기는 했어요.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하지는 못해도. 볼 것도 들을 것도 느낄 것도 없었으니까. 그놈은 그냥 거기서 기다리면서, 저를 거기 붙잡아두면서 제가 무슨 짓을 하길 기다렸는데… 제가 몸을 최대한 작게 말아서 오므렸어요. 그놈한테 보이지 말라고. 그런데 그놈은 제 목덜미로 와서 숨을 쉬면서 내내 있더라고요. 맨 마지막에 저는 그놈한테 돌아가고 싶다고 그랬어요. 그게 끝이에요.

추가 데이터:
사건-282-CB로 말미암아 재산 피해가 ██████를 초과하여 발생했으며, 또 별개의 SCP 3개체의 격리가 실패했다. 이를 감안해 SCP-282 관련 실험의 현 조건이 설정되었다.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