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213-FR
위협 등급: 황색(Jaune) ●
등급: 유클리드(Euclide) 잠정 무효(Neutralisé)
특수 격리 절차: SCP-213-FR은 자동화 격리 공간에 보관한다. 세부 격리 지침은 보존하는 이야기 개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적당한 때마다 조정한다.
SCP-213-FR에서 새로 생성되는 페이지의 무게 (장당 약 12.4g) 를 탐지할 만큼 민감한 저울에 대상을 올려두고 무게 변동 내역을 선그래프 형태로 제██기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해당 데이터는 연구팀이 주 1회 직접 손으로 재확인한다.
SCP-213-FR의 곁에는 "열람 장치"를 설치한다. 기계팔을 적절히 설정하여 활성화된 이야기가 있을 때 15분당 1회씩 페이지를 넘기도록 하고, 또한 카메라를 위에 두어 1분마다 대상을 촬영하여 각 이야기의 시각적 보존자료를 생성한다.
SCP-213-FR의 격리 공간에는 프로젝트 담당자만이 입장할 수 있다. 예외는 대상을 계량하거나 타 변칙개체와 비교분석할 목적으로 기지 이사관이 허가한 사례에 한한다. 프로젝트 담당자는 다양한 인적 자원, 예를 들어 고대어·현대어 전문가, 가공문학 전문가, 변칙동식물 전문가, 오지 탐험가 등 SCP-213-FR 관련 정보 및 능력을 보유한 인원들을 유연하게 동원하여 우리 현실과 SCP-213-FR에 묘사된 세계의 연결점을 파악하도록 한다.
2017/05/20 업데이트: 리베라 사건 이후 SCP-213-FR의 격리 절차를 개정하였다.
SCP-213-FR은 제██기지 "안전" 물체 저장소 보관함에 둔다. 월 1회 연구진이 대상을 확인하여 특이사항이 있는지 점검한다. 그 외에는 예외적 절차를 발동할 일이 없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재단 인원이 SCP-213-FR에 접근하지 못한다.
설명: SCP-213-FR은 초대형 장정 육필본 도서로, 제목 자리에는 "어두운 숲의 방랑자들: 아이들의 공포Les Vagabonds de la Forêt Sombre : Peurs de notre Enfance", 뒤표지에는 "아이들이 잘 때 읽어주는 동화책"이라는 말이 쓰여 있다. 책의 내용은 모두 1페이지 이상의 이야기이고 각 페이지에는 삽화가 첨부되었으며, 이야기들은 항상 어떤 소년소녀가 위치 모를 변칙적 숲에 홀로 갇혀 헤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스스로 변화하는데, 주인공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페이지에 실시간으로 또는 난데없이 등장한다. SCP-213-FR은 모종의 기작으로 용적을 조절해 책 말미에 주기적으로 출현하면서 개수가 무한하다시피 늘어나는 이야기들을 모두 수록할 수 있다.
SCP-213-FR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protagoniste들을 SCP-213-FR-P로 총칭한다. -P는 인간으로 보이며 나이는 항상 3세 이상 17세 이하이다. -P들의 원래 살던 나라나 시대는 매우 다양한데, SCP-213-FR은 물리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그 어떠한 경계나 제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P로 한 가족의 형제자매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그 인원은 2명을 넘지 않는다. -P의 일부 외형이나 이름은 전세계의 다양한 경찰조직에서 실종을 신고한 어린이와 일치하기도 했는데, 이따금은 이야기가 생성되기 수십 년 전에
SCP-213-FR-P가 "어두운 숲"으로 빠지는 경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연구진에서는 이야기를 서술하는 어떤 외부차원 인물의 소행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그 이상으로 연구나 실험을 실시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각 주인공은 하나 이상의 페이지에 등장하며, 숲에 머무르는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이 -P의 모국어로 기록되다가 -P가 죽거나 출구를 발견하면 이야기가 끝난다. 이야기의 결말에 따라 이야기가 실린 페이지 또한 변형되는데, 주인공이 죽으면 대개 페이지가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어 SCP-213-FR에 실린 다른 이야기를 읽기 어려워진다. 이야기들의 분량은 평균 약 4페이지로, 이 사실과 책에 담긴 총 페이지 수 (2017/05/17 현재 16,245,356페이지) 를 감안하면 전체 이야기 개수 (즉 주인공의 수) 를 최소 400만으로 추정할 수 있다. SCP-213-FR에서 한 번에 활성화된 이야기는 대략 30개 정도로, 항상 끝난 이야기를 갱신하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SCP-213-FR-P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이야기가 끝난다고 우리 차원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출구를 찾아내는 누적 확률은 9.31%인데, 이 수치는 대개 살아남고자 서로 뭉친 -P 집단에서 나온다. 즉 활성화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숲을 헤매던 중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의 80%는 -P들이 살아남을 여지를 키우고자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14%는 다소 짧은 시간을 보내고 자발적으로 완전히 그러나 평화롭게 헤어지며, 6%는 한쪽이나 양쪽에서 폭력이나 치명적인 사건으로까지 발전한다 (절도, 살해, 강간, 식인 등). 이렇게 여러 인물이 조우했다면 관련 이야기들은 대개 똑같은 텍스트를 나타낸다.
SCP-213-FR에서 묘사된 숲은 온대 기후의 전형적인 숲과 비슷하나, 숲에 자생하는 동식물들은 모종의 성장 인자가 작용하여 비변칙적 종보다 크기가 훨씬 크다. 숲의 분위기는 "아주 무겁고 아주 어두우며 세상 모든 공포보다 더욱 두렵다". 해당 숲의 개략적 지도를 기록학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 숲에는 여러 가지 변칙적 생물종 및 개체가 자생하며, 대다수가 SCP-213-FR-P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한다. 이하는 알려지거나 부분적으로 파악된 SCP-213-FR 내 개체들과 그 지정번호이다.
SCP-213-FR-AR "음식나무Arbre Nourricier"는 나무들의 일종으로, 어두운 숲에 자생하는 식물들 중 약 10분의 1을 차지한다. 각 -AR에는 거대 배각류 생물인 SCP-213-FR-MO "수확자Moissonneur"가 모여 공생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성체 -AR은 올라와서 얽힌 뿌리에 떠받쳐져 땅에서 약간 떠 있으며, 이 때문에 줄기 밑에는 작은 사람 하나가 몸을 누일 만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 중앙에는 특이한 변종 뿌리가 있는데, 뿌리를 짜면 먹을 수 있는 액체가 나온다. 주인공들은 대개 이 뿌리를 이용해서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하는데, 이 액체를 먹으면 격렬한 감정적 스트레스가 유발된다. 이 액체는 매우 빠르게 탐닉 효과를 유발하며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더 빠르다) 주인공들은 -AR에서 몇 시간을 머무르며 계속 액체를 먹으려 하고, 심지어 배가 불렀더라도 멈추지 못한다.
SCP-213-FR-AR이 액체를 충분히 많이 방출하고 나면 SCP-213-FR-MO 무리가 나무에 필요한 양분을 찾아서 나서는데, 대개 표적은 주변에 있는 생물이 된다. -MO는 표적에게서 유기물질을 조금씩 떼어내 자신들의 둥지 중앙에 난 전용 구멍에다 뱉으며 -AR의 비축 영양을 다시 모두 채운다. 이때 표적은 조직이 떼어내지면서 종종 죽음에 이르기 쉽다. 이 과정에 빠진 주인공들은 탐닉 증상에 빠져 뿌리를 떨쳐내지 못하는 탓에 대부분 목숨을 잃는다. 이 -P들의 이야기를 담은 페이지는 점차 잉크가 마르며 글을 더 읽지 못하게 된다.
연구진이 추정하는 바에 따르면, SCP-213-FR-MO는 희생자의 살점과 피만을 SCP-213-FR-AR에게 주며 그 밖에 머리카락이나 손톱, 뼈, 옷 등 나머지 부위는 자신이 먹어치운다. 이야기들 중에 -AR 밑에서 시체를 아주 일부분이라도 발견했다고 언급하는 내용은 없다. 기껏해야 머리핀이나 인형 등 작은 물체가 발견될 뿐이다.
훌란 키스페Julan Quispe (5) 의 이야기 발췌
그러자 마치 엄마의 젖을 빠는 아기처럼 훌란은 이 마법의 뿌리를 게걸스럽게 핥아대기 시작했습니다. 젖과 꿀보다도 달콤하고 수액과 피보다도 쌉쌀한 액체를 어디선가 솟아난 새로운 힘으로 꿀떡꿀떡 삼켰습니다. 불결한 맛이 목구멍을 갈기갈기 찢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배고픔은 오히려 더 거세어졌고, 훌란은 이제 반드시 입을 떼고 자리를 나서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먹을 것이 솟아나는 이곳을 뿌리칠 힘만은 내지 못했습니다. 이 기분이 머릿속에 깊숙히 박힌 탓에 훌란은 자유의지가 침해당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눈물과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몇 초가 흐르고, 몇 분이 흐르고, 몇 시간이 흐르고… 훌란은 여전히 식물이 목으로 쑤셔넣는 젖을 빨면서 손을 덜덜 떨고 눈가를 적실 뿐이었습니다.
갑자기 장딴지가 아파왔습니다. 하지만 훌란은 멈추지 못하고 액체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아픔이 격렬해지고 또 다른 숱한 부위들로 아픔이 번지자 훌란은 땅을 힐끗 내려다봤습니다. 뿌리를 여전히 입에서 놓지 못한 채였습니다.
다리에서 어떤 곤충이 바지를 찢고 들어와 피부조각을 떼내고 있었습니다.
겁에 질린 훌란은 몸부림을 쳤습니다. 당장 그곳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을 짓누르는 욕구 때문에 계속 먹기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아픔이 팔에 닥쳐오고 가슴으로 번지고 목까지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훌란은 쉬지 않고 먹으면서, 동시에 숲에게 자신을 먹여주었습니다. 진정한 영웅이 되어 몸을 아낌없이 내주었습니다.
머지않아 이 아이는 자신이 빌려온 것들을 전부 나무에게 돌려주며 마침내 모든 빚을 갚았습니다.
페이지의 나머지 부분은 잉크가 말라 있다.
SCP-213-FR-NA "원주민Natif"은 유인원에 속하는 동물들로, 각 개체의 크기가 대개 8m를 넘는다. -NA들은 완전한 초식동물이며 주로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뿌리 등을 먹는다. -NA는 크기가 매우 크지만 털이 어둡고 생활 패턴이 굼뜬 탓에 대개 몸이 숨겨진 채로 서식지에서 생활한다.
SCP-213-FR-NA들은 타자와 대화를 주고받거나 유의미한 지능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인 적 없으나, 모종의 예술적·미적 감각을 지니며 예술을 신성시하는 기미까지 엿보인다. -NA는 자신의 영역을 수많은 도구로 장식해 놓는데, 서식지를 장식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의 도구는 나타나지 않는다.
SCP-213-FR-NA들은 주인공을 적극 추격하지 않으며,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을 해치려고 행동하지도 않는다. -NA의 행동이 띠는 의미는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NA가 행동할 동기로 작용하는 요소는 단 두 가지로, 자신들의 자연적 욕구와 미학적 개체에게 느끼는 강렬한 호기심 및 추구이다. 특히 -NA는 사람의 머리에 강렬하게 집착하는데, 팔이 미치는 거리까지 주인공이 들어오면 서슴없이 머리를 떼어가고 나머지 부위는 내버려 둔다. 몇몇 이야기에서는 나무 조각상에 이 머리들을 걸어놓는다고 언급하는데, 이것으로 보아도 -NA가 주인공을 해치거나 죽을 목적보다는 새로 장식품을 얻어 거주지를 꾸밀 의도로 행동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SCP-213-FR-NA는 주인공이 도망칠 때 뒤쫓지 않으며, 추격 본응이 아예 부재하다. 이 때문에 -NA에게 -P가 죽는 사례는 대개 사고로, 주인공이 주변을 대충 살펴봤거나 쉴 곳을 잘못 고른 경우 등이다. 이 -P의 이야기를 담은 페이지에는 글머리의 내용이 페이지에서 떨어져나와 약 30% 면적을 덮으면서 분해되어 미세한 찌꺼기로 바뀌어 가며 나머지 글 내용을 가린다.
엠마 톰슨Emma Thompson (10) 의 이야기 발췌
까득, 불길한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오자 엠마는 꿈나라에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엠마는 너무 당황해서 처음에는 어떤 위험한 녀석들이 하늘에서 자기를 노리는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엠마가 그들을 알아차린 것은 옆에서 으스러진 채로 누운 동생의 몸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몸이 딱 얼어붙은 엠마는, 이윽고 그 몸에서 머리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가에서 큼지막한 손 하나가 튀어나와 엠마에게 곧장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엠마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순전한 두려움 때문보다는 두려움을 몰아내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옆으로 몸을 날려 발걸음을 재우쳐서 현명하게도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달리면서 뒤를 슬쩍 돌아보니, 엠마의 어린 마음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지막지하게 큰 형체가 어둠 속에 숨어 낮은 나뭇가지 사이로 빛나는 두 눈만 내놓고 있었습니다.
겁에 질린 엠마는, 하지만 살아남은 엠마는 숲속으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곳으로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혼자서.
해당 이야기의 주인공은 출구를 찾아내는 9.31%에 해당한다. 주인공의 동생 사라 톰슨Sarah Thompson (6) 의 이야기는 글머리가 떨어져 나와 다른 텍스트와 삽화를 뒤덮고 있었다.
SCP-213-FR-SCU "살점 조각사Sculptrice de Chair", 또는 간혹 "마녀Sorcière"는 고령의 인간 여성으로 추정되는 개체로, 숲속 빈터 한복판의 외딴 2층집에 혼자 살고 있다. -SCU의 모습은 주인공들에게 언뜻 조금씩밖에 보이지 않으며 그 밖에 다른 정보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연구진은 SCP-213-FR 중에서 -SCU가 등장한 사례 여러 건을 교차분석하여 대상의 개략적 묘사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대상은 "얼굴 주름진 늙은이"이고 "이목구비가 불분명"하며, 체격은 "수척하고 볼품없"고, 머리카락은 "덥수룩하게 뭉치고 이따금 듬성듬성 빠져 있"지만 "대개 가늘고 길며 하얗게 빛난다".
집을 묘사한 내용에 따르면, 집안에 비치된 가구의 아래쪽 절반은 살점과 거친 피부로 이루어진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해당 가구에는 혈관이 돌출되어 있으며 심장 등 주요 기관들이 달렸다. 다만 소화계나 두뇌는 없으며, 음식물을 먹어야 하거나 감각 및 의식을 띠지도 않는 듯하다. 이 가구들은 부상이나 감염을 입을 수 있는 탓에 꾸준히 관리해주어야 한다. 여러 차례 -SCU가 이 가구들을 손수 제작하는 장면이 확인된 바 있다.
현재까지 -SCU는 주인공들에게 어떠한 적대행위도 끼치려 하지 않는 유일하게 알려진 개체이다. -SCU는 각 이야기의 서사 구조에서 보조자 역할에 해당하며, -P가 찾아오면 맞이하고 음식을 먹여주며 숲에서 빠져나가도록 도와주기까지 한다. 다만 -SCU는 집안에서 어떤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하는데, 이 규칙들은 다음과 같다.
- 집주인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고 항상 등을 보이기.
- 집안에서 욕이나 무례한 말을 꺼내지 않기.
- 폭력을 휘두르지 않기.
- 집안의 물건들을 돌봐주기.
- 살덩어리로 된 물건들과 어울리지 않기.
- 입안에다 엄지를 넣지 않기.
-P가 이 규칙을 위반하려 한다면 -SCU는 화를 내며 변칙능력을 행사해 자신을 자극한 주인공을 무정형 살덩어리로 변환하며, 이를 저장해 두었다가 집을 장식할 다른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SCU의 작업실은 지금까지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적 없으며, -SCU가 살덩어리를 가공하는 방법 또한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주인공이 "죽고" 나면 이야기의 페이지가 변형되어 글 속 가구와 재질이 비슷한 거친 살덩어리로 바뀌어 글의 나머지 내용을 읽기 어려워진다.
토마 루 (16) 의 이야기 발췌
"레아Léa가 돌아오지 않았구나."
토마가 움찔했습니다. 너무 익혀서 맛도 없는 고기에 포크가 푹 박혀 멈추었습니다.
"너랑 같이 오기로 했잖니."
토마의 뒤로 가냘프고 조그마한 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녀가 벽난로 주변에서 바삐 움직이며 땔감을 넣는 소리였습니다. 목소리에 따지는 기색이 묻어나지는 않았지만, 토마는 지금 자신을 가리키던 믿음이 의심받는 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숲속에서 어쩌다 보니 잃어버렸어요."
마녀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불만 지필 뿐이었습니다. 불꽃의 그림자가 토마의 위로 드리웠습니다. 토마는 다른 말 없이, 일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지켜봤습니다. 토실토실하면서도 처연한 윤곽이었습니다.
"정말 잃어버린 게 맞니?"
토마가 입술을 가만히 일그러뜨렸습니다. 거만한 사람을 골탕먹이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뭐 어쨌다고요? 나중에 지 알아서 돌아오겠죠."
토마는 레아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전 숲속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리기 싫었습니다.
"말투가 그게 뭐니, 토마."
토마는 픽 웃었습니다.
"알 게 뭔데요."
"말 조심해."
뜬금없이 꾸중을 들은 우리의 주인공은 포크를 세차게 집어던졌습니다. 포크가 탁자를 스르륵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토마 앞에 인형극처럼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왜인지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성화 부리지 마, 토마. 난 어린이들한테 너그러워. 특히 어릴수록 더 그래. 하지만 넌 조만간 어른이 될 나이잖니."
"지가 우리 엄마인 줄 아나 봐." 토마가 그렇게 들릴락말락하게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저 흉측한 괴물 가구들. 사람의 살점으로 만들어진, 오감을 더럽히는 혐오스러운 것들. 하나하나를 보며 토마는 마음속부터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가구들을 만지지 못한다는 규칙이 토마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저 소파에 앉았다가는 불그스름하고 불균형한 혈관을 어쩌다 터뜨렸을지도 모르니까요.
머리카락인지 다른 털인지 끄덩이가 팔걸이 모서리로 삐져나왔던 모습을 토마는 떠올렸습니다.
"마지막 경고야, 토마."
위협치고는 너무 하찮아서 토마는 웃어버렸습니다.
"네 안할게요. 방금 무슨 꼴인지 봤어요? 나한테 손길 하나도 못 대면서 화내던데."
그러고서 토마는 자기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마녀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때 토마는 자기 말이 사실인지 갑자기 되새겨 보았습니다.
작달막한 형체가, 텁수룩한 털로 뒤덮이고 머리에서 머리털이 마치 검버섯을 뽑아낼 때 같이 뜯겨나간 듯 듬성듬성 빠진 모습이 토마에게 언뜻 보였습니다.
토마의 온몸이 맹렬하게 가려워졌습니다.
"분명 경고했다, 토마."
벼룩에 시달리는 개처럼 토마는 몸의 모든 구석을 긁어대기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손가락이 서로 모여 합쳐지고 있었습니다. 토마는 손을 보고 두려워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무슨…"
곧바로 토마의 입이 영원히 닫혀버렸습니다.
"넌 그다지 총명한 아이는 아니었지."
살점을 조각하는 마녀는 새로 막 생겨서 움직이지 않는 블록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새 재료가 품은 모든 가능성들을 골똘히 생각해보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주 청명한 등잔이 되겠어."
페이지의 나머지 부분은 살점 블록과 같은 재질로 바뀌어 있다.
SCP-213-FR-LU "잃어버린 빛Lumières Perdues"은 돌연히 발생하며(임의성을 띤다고 보임) 일부 주인공들(주로 나이 많은 인물)을 공격하는 현상이다. 대개 어두운 숲 속에서 나무가 우거지거나 생명 없이 황량한 곳에서 발생한다.
이야기에서 -LU와 관련하여 언급되는 정보는 매우 적기 때문에 재단이 -LU를 이해하는 바는 매우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
-LU는 땅 위에서 빛나는 구체가 서서히 출현하여 공중을 떠다니며 열에너지를 얼마간 방출하는 형태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위험하다고 추정되며, 주인공이 구체와 접촉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 미루어 적대적이기도 하다. 해당 반응으로 보아 -LU는 모종의 사고력 및 분석력을 갖추었다고 보인다.
-LU와 상호작용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결말이 제대로 확인된 바 없다. 해당 이야기들은 글이 끝나기 한참 이전에 페이지가 불탄 채로 있어 나머지 내용이 이어지거나 글이 파악되지 못한다.
현재 추측하는 바에 따르면 주인공이 특히 격렬하게 빨리 죽어 (불타는 것으로 추정) 아파하거나 죽음을 깨달을 시간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인다.
아미트라수단Amitrasudan [성 불명] (13) 의 이야기 발췌
"뭐지 이건?"
아이들은 이렇게 신기한 물건을 처음 보았습니다. 은은히 빛나는 초롱들이 안개 속에서 땅 위에 뜬 별처럼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 초롱 만지지 마." 아이들 중에서 가장 어린 로망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아름다운 빛의 광경에 홀려 로망의 불길한 한 마디를 듣지 않았습니다. 초롱 하나가 아미트라수단에게 다가왔습니다. 부드러운 열기가 팔에 두루 퍼졌습니다.
"안돼!" 로망이 외친 그때, 탐험대 대원 하나의 손 위로 어떤 빛나는 구체가 쓰다듬음을 바라는 고양이처럼 올라왔습니다. 대원은 구체를 쓰다듬고 싶어하면서 로망에게 엇대었습니다.
"뭐가 걱정돼서 그러
아미트라수단 [성 불명], 로망 랑드레Romane Landret, 베르나르도 보니치Bernardo Bonnici, 쥘리 피셰Julie Pichet의 이야기 나머지 부분은 불타 있다.
SCP-213-FR-GAR "수호자Gardien"는 단일 개체로, 종이나 외형, 연령 등은 불명이다. -GAR를 언급하는 이야기들은 드물며, 대상 고유의 성질이나 행동도 아주 모호하게 언급되는 데 그친다.
그러나 밝혀진 바에 따르면 -GAR이 "수호자"라고 불리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GAR은 글에서 마지막 사건의 원인을 맡으며, 어두운 숲에서 나가는 출구 (일명 "대문") 를 지키고 있다.
드물게 -GAR의 존재를 언급하는 기록 (9.31%보다 약간 높음) 에서는 대상을 항상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늑대들의 뱀이자 뱀들의 늑대, 수많은 방법으로 어린이의 살점을 즐기는 자."
SCP-213-FR을 나가고자 하는 주인공은 -GAR에게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로 다른 주인공의 "살점을 바쳐야" 한다. 이때 살점이 바쳐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책에서 완전히 사라지며, 따로 보존해 놓는 이야기도 함께 사라진다. 이 효과는 이야기의 내용을 아는 사람의 기억까지 미치지는 않으나, 이야기가 사라지고 그 내용을 어렴풋이라도 다시 쓴다면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대문으로 나갈 권리를 얻은 주인공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주인공 이름]는 마침내 진정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끝."
참고로 주인공이 자연적 이유로 사망한다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주인공 이름]는 실패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우리의 이야기 속 다른 수치들과 함께 영원히 떠돌게 되었습니다. 끝."
여기 해당하는 사인으로는 감염 사망, 과다출혈, 영양실조 및 탈수, 물리적 상해, 중독 등이 있다.
카밀라 요셀린Kamila Yoselin (11) 의 이야기 발췌
우리의 주인공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용기를 끌어모았습니다.
카밀라의 앞에 있던 형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녕."
그리고는 살점 제물은 아래로 뛰어들어 저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겼습니다.
땅굴 바닥에서 비명소리가 나오더니 곧 배부른 그르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늑대들의 뱀이자 뱀들의 늑대, 수많은 방법으로 어린이의 살점을 즐기는 자가 바람에 맞는 공물을 받은 것입니다.
대문이 열리며 모험이 마침내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카밀라는 대문으로 걸어갔습니다. 자신이 승리를 거두었으나 승리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깨닫는 그 충격에 걸음걸이가 비틀거렸습니다.
카밀라 요셀린은 마침내 진정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때 알레한드로 요셀린Alejandro Yoselin (17) 의 이야기는 재단이 보존하던 SCP-213-FR 기록에서 지워졌다.
2017/05/20 업데이트: 리베라 사건 이후 SCP-213-FR의 설명이 갱신되었다.
SCP-213-FR은 초대형 장정 육필본 도서로, 제목 자리에는 "어두운 숲의 도피자들: 아이들은 없다Les Évadés de la Forêt Sombre : Nous n'avons plus d'enfance", 뒤표지에는 "겁줄 때 읽어주는 끔찍한 철학적 성찰의 책"이라는 말이 쓰여 있다.
SCP-213-FR은 총 다섯 페이지로 이루어지며, 각 페이지마다 "어두운 생각"이라는 이름 아래의 몇 가지 문구, 삽화, 맨 밑의 "끝"이라는 말이 실려 있다. 각 "어두운 생각"은 어두운 숲에 사는 고유의 대상, 그리고 그 대상의 완전하고 비가역적인 소실을 다룬다. 텍스트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머리에 삽화가 있다. SCP-213-FR-AR로 보이는 나무 줄기가 베어져 쓰러지고 속이 비워져 불탄다. 속살에서 불그스름한 액체가 흘러나온다. SCP-213-FR-MO의 사체들이 새까맣게 탄 채로 여러 군데 널렸다.
화염 속에서 음식나무의 줄기는 쪼개진 채로 고통에 신음했습니다. 나무의 수관도 숲을 먹이던 귀중한 젖을 담은 뿌리도 모두 열기 때문에 끓어올랐습니다. 그 가운데서 수확자들은 하나씩 차례차례 죽어갔습니다.
인간의 지옥불이 나무와 수확자의 살점을 모두 태우는 동안, 상상 속에 자리잡은 그들의 턱은 껍질과 키틴질에 이빨을 꽂아넣어 자신들이 빼앗겼던 정수들을 아무 영혼도 후회도 없이 빨아들였습니다.
이윽고 배를 모두 채운 잃어버린 빛들은, 마침내 굶주림을 모두 달래고 자신들의 죽음을 목격한 이 위험한 땅을 비로소 떠났습니다.
첫머리의 삽화에서 어떤 SCP-213-FR-NA 개체가 머리가 없어진 채로 불에 타 죽어 있다.
원주민들은 자신의 소중한 창작물에게 위협을 느껴 당황한 나머지 그간 모은 예술작품들을 화염의 손아귀에게서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살던 숲에 스스로 불을 놓았습니다. 죽음만은 피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원주민들은 자기 소굴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재산만은 지키려고 숲속으로 도망치자, 예술작품들의 수많은 손들이 도망자를 붙잡아 그들의 몸에서 영혼이란 보석을 떼어내 땅으로 또 불 속으로 내다 던졌습니다.
이윽고 마음을 모두 누그러뜨린 잃어버린 빛들은, 마침내 자부심을 담아 자신들의 작품을 지그시 바라보고는 자신을 흉측하게 만든 추악한 땅을 비로소 떠났습니다.
첫머리의 삽화에서 SCP-213-FR-SCU의 집이 대부분 불탄 채로 있다. 2층은 완전히 사라져서 뼈대만 앙상히 남았고, 1층은 새까맣게 타서 잔해가 널린 가운데 벽만이 간신히 멀쩡하게 서 있다.
화염이 문앞을 낼름거리자 마녀는 침입자도 차마 들어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살점 가구들을 남겨둔 채로 마녀만이 안전한 곳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녀는 보았습니다. 일생의 과업이 한 줄기 연기가 되는 것을, 수백 개는 되는 살점들이 자신의 집에서 터져나가는 모습을, 창조물에 깃들었다 드디어 감옥에서 풀려난 영혼들을.
이윽고 갓 풀려난 잃어버린 빛들은, 마침내 살점 감옥의 타오르는 부스러기를 마저 부수고는 자신을 묶어두었던 거짓된 땅을 비로소 떠났습니다.
SCP-213-FR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첫머리의 삽화에서 동굴 안을 그림 바깥에서 나오는 빛이 희미하게 비춘다. 동굴 벽과 천장에 손을 나타내는 그림들이 빼곡히 그려졌다.
수호자, 곧 늑대들의 뱀이자 뱀들의 늑대, 수많은 방법으로 어린이의 살점을 즐기는 자는 화염이 몰아치고 수많은 생명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깊은 구렁 속 진흙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또 사방에서 엄청난 무게가 쏟아졌습니다. 백이었던 무게가 천이 되고, 백만이, 십억이, 세지 못할 별의 개수가 되었습니다. 이윽고 수호자의 동굴 벽은 어린이들의 수많은 손자국으로 뒤덮였습니다. 물감은 자신의 작품에서 나온 피, 하나하나가 고통의 종언과 복수의 완성을 알리는 서명이었습니다.
이윽고 잃어버린 빛들은, 마침내 악에게서 해방되어 너무나도 큰 고통을 안긴 이 저주받은 땅을 비로소 떠났습니다.
그렇게 잃어버린 빛들은 차례차례 끝을 맞이했습니다.
첫머리의 삽화에서 리베라 연구원이 직원복 차림으로 새카맣게 탄 땅바닥에 앉아 독자에게 등을 돌리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자,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빛들에게 인사를 보내고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책상다리를 틀고 움직임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한 채로 혼자, 잊혀진 채로 아이들의 공포가 불타고 남은 잿더미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주인공도 너무나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이제야 평온해진 마음으로, 주인공은 두 눈을 감고 숨을 푹 들이쉬며 밀려오는 청명한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주인공은 마침내 해야만 하는 일을 다했습니다.
리베라 사건: 전개와 결과
2017년 5월 20일 토요일, SCP-213-FR을 담당하며 평소에 대상의 존재를 도덕과 윤리의 관점으로 바라보던 리베라Ribera 연구원이 SCP-213-FR의 격리실로 진입하는 모습을 감시 카메라가 포착했다. 이때 해당 격리실의 내부를 촬영하던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불명의 이유로 국소 고장을 일으켰다. 시스템을 수리하고 영상을 복구하자 리베라 연구원은 격리실에서 사라져 있었다. 격리실 바깥의 카메라에서 리베라 연구원이 유일한 출입구로 나오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제██기지에 경보가 발령되고 몇 분 뒤, SCP-213-FR의 모든 페이지가 상당한 열과 약한 빛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해당 변칙사태로 SCP-213-FR은 사실상 전소하여 거의 다 재가 되었으나 겉의 장정은 멀쩡했다.
SCP-213-FR의 파편 중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5장 발견했는데, 각자 "어두운 생각"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어두운 숲이 겪은 일을 담고 있었다. 내용에 따르면 어두운 숲은 침입자가 의도적으로 불을 질러 파괴되었으며, 리베라 연구원이 방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현재 SCP-213-FR는 파괴된 관계로 더 이상 연구가 불가능하다. 리베라 연구원은 명목상 지위가 해제되었으며, 가족들에게 지급하는 사망조위금 또한 재검토되었다. 비생명 SCP의 격리 및 접근 절차를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정했으며, 추후에 자신의 직무로 도덕적 갈등을 크게 겪는 직원은 의무적으로 정신적 검진 및 면담을 거칠 예정이다.
이렇게 크나큰 재앙이 재발한다면 개탄스럽기 짝이 없을 겁니다. 우리는 과학자고 연구자지 박애주의 자선가가 아닙니다. 도덕을 재단의 제일가는 목표로 여기지 마십시오. - O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