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격리 절차
SCP-1605-KO는 제145K기지 인간형 개체 격리실에서 격리한다. 담당 인원은 SCP-1605-KO와 가능한 한 자주 면담을 진행하며, 해당 인원은 변칙성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은 상태여야 한다. SCP-1605-KO는 식사나 수면이 필요없기에 연관 절차는 필요없다. 이외의 절차는 표준형 인간형 격리 규약을 따른다. SCP-1605-KO의 격리 상황을 둘러싼 윤리적-격리 보완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지속 중이다. 제145K기지 연구팀은 SCP-1605-KO의 역사적 내력과 연관 요주의 인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다.
설명
비격리 상태의 SCP-1605-KO.
SCP-1605-KO는 한지혜韓智慧라는 이름의 한국계 여성으로, 재단 격리 이전에는 Are We Cool Yet?이나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을 비롯한 요주의 단체 회원으로 활동했다. SCP-1605-KO는 생물학적으로 사망했거나 비활성 상태이다. 피부 및 모근 조직 검사에서 세포는 어떠한 생물학적 기제도 보이지 않았고, 재단 관찰 하에서 모발 성장 따위도 확인된 바 없다. 그럼에도 이동, 발화, 지적 활동이 가능하며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신체가 변칙적인 상태임을 시사한다.
SCP-1605-KO의 신상에 대해 더 알아낼 수 없는 것은 없으며, 적어도 2019년부터 초상세계에서 예술 관련 활동을 해 왔다는 것만이 확실하다. 보유하고 있던 주민등록증 및 신상 관련 정보는 모종의 방식으로 위조된 상태였으며 즉 한지혜韓智慧라는 이름은 정확히는 가명이였다. SCP-1605-KO가 어떻게 신상을 위조한 것인지는 불명이다.
SCP-1605-KO는 그 변칙성이 확인되기 전부터 명천구1에서의 비허가 진입 및 몇몇 생체 기반 밈적 재해에 대한 면역이 관찰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감시가 필수적인 요주의 인물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인식이 2018년부터 이어져 왔으나 SCP-1605-KO가 지속적으로 재단에 대한 비협조나 도피 등의 반응을 보이며 2022년이 되어서야 재단 변칙예술부의 사태 파악이 이행되었다. (부록 1605ko-1 참조.)
현재 SCP-1605-KO의 목적은 경상북도 안동시의 특정 구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SCP-1605-KO는 이전부터 이를 위한 직업 활동부터 재단 등 여타 기관에 대한 적대적 행위까지 다양한 시도를 이행해 왔다.
부록 1605KO-1
상기한 바와 같이, SCP-1605-KO에 대한 감시 필요는 지속적으로 상기되어 왔으나 재단 관할 대한민국 변칙예술계 내에서 다양한 사고가 여럿 일어나면서 SCP-1605-KO 감시 및 수색은 점진적으로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던 2022년, SCP-1605-KO가 우연히 명천구 변칙예술가 간의 몸싸움에 휘말린 사건 당시 몇몇 인물들이 재단 조사에서 SCP-1605-KO의 변칙성에 대해 증언했다. 이를 계기로 기동특무부대 람다-7 ("청소부")와 대한민국 정부 산하 초상기관 국가초상방재원이 SCP-1605-KO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명천구라는 재단 감시 하의 한정된 구역에서 SCP-1605-KO 확보는 예상대로라면 신속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SCP-1605-KO는 명천구 내외의 어느 구역에서도 이후 발견되지 않았다. SCP-1605-KO의 조사를 위해서 기동특무부대 람다-7이 해당 인물이 거주 중이던 빌라를 기습했는데, 결론적으로 내부에서 다수의 변칙 개체와 SCP-1605-KO이 발견되었다.
이하는 기동특무부대 람다-7의 급습 기록이다.
일시: 2022/6/5
참여 특무부대: 기동특무부대 람다-7 3인
SCP-1605-KO의 혹시 모를 도주의 완전차단을 위해 작전은 비밀리에 수행되었다. 해당 차출조 인원들은 루거 LCP 권총 2정과 테이저건을 지급받았는데, SCP-1605-KO의 변칙성이 당시 정확히 불명이였기 때문에 이러한 최소한의 무장이 이행되었다.
현장팀장 조승태 대원이 빌라 마스터키를 활용해 즉시 문을 열어젖히고 총기를 안쪽으로 겨눈다. 안쪽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데, 조승태 대원 및 인근에 위치한 인원들의 바디캠을 통해 내부가 촬영되기 시작한다. 내부는 변칙적으로 넓으며 기존 빌라 환경에 비해 인테리어가 몹시 다르기 때문에, 이미 다량의 탈법적인 외부차원 개조를 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조승태 대원: 못 살겠군. 이렇게나 넓을 줄이야… 일단 계속 진입한다. 덫이나 기습에 주의하여 움직이도록.
이효인 요원: 예.
조승태 대원을 필두로 인원들이 진입하기 시작한다. 일반적 빌라 내부와 달리, 해당 공간은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넓으며 어둡고, 드문드문 보이는 조명은 모두 주황색이나 노란색을 띄고 있다. 조승태 대원이 주변을 조심히 둘러본다. 바디캠에 문 인근의 공간이 찍히며 기둥에 조잡한 그림 몇 점이 그려진 것이 보인다. 인식재해 징후는 없다.
이효인 요원: 이런 개조 변칙예술계에서 불법 아닙니까?
조승태 대원: 불법이지. 그 변칙예술가, 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는데.
류혜숙 요원: 그러게나. 공간을 조작하는 변칙능력자일지도 모르겠어. 칸트 계수기2라도 들고 올 걸 그랬지.
이효인 요원: 엇, 이것 좀 보십시오.
좌측 벽면에 대략 1m² 너비의 대형 액자들이 줄지어 선 것이 보인다. 총 세 개로, 하나는 상세한 지명이 입력된 경상북도 지도, 하나는 1920년 촬영으로 확인된 경상북도 안동시 저수지 및 자연을 촬영한 사진이며 마지막 액자는 텅 비었다.
류혜숙 요원: 안동인데? 둘 다. 경북 안동 말야.
조승태 대원: 왜 안동인지 모르겠군.
이효인 요원이 마지막 액자 아래에서 필체를 발견한다. 액자 아래에는 네임펜이나 마커 따위로 쓰인 듯한 글씨가 있는데, "다 마치고 나면 걸어둘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효인 요원은 이를 촬영해두고는 다른 두 인원을 따라 걸어간다. 바람 부는 소리가 지속해서 크게 들린다.
류혜숙 요원이 구석에 놓인 탁자를 확인한다. 탁자는 비변칙적인 저급 플라스틱제로, 위에는 다수의 상세불명한 디스크나 앨범 몇 개가 놓여 있다. 이때, 류혜숙 요원이 앨범 사이에서 포스트잇을 몇 발견하고 촬영한다. 포스트잇 대부분은 낙서거나 일상적인 것이나, 주목할 만한 글이 쓰인 것이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실패
길을 만들 수 없음.
요원은 포스트잇을 내버려두고 다시 전진한다. 깊이 전진할수록 가구 여럿이 보이는데, 소파나 통기타, 책꽂이 등이 관찰된다. 대부분의 가구가 외관상 낡은 것이다. 이외에 특기 사항은 없으나 종종 경상북도 안동시를 촬영한 사진이나 변칙예술 조직 상징물 따위가 확인된다. 대략 진입 5분 후, 대원들은 육안으로 입구 맞은편 벽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한다.
류혜숙 요원: 예술가 가택 치고는 정말 짜증나게 크네.
이효인 요원: 작업실일까요? 아니면 기지?
류혜숙 요원: 둘 다 마음에 안 드는 답이야. 하여간 확실한 건 SCP-1605-KO는… 집안을 깨끗이 쓰는 인간은 아니란 점.
대원들이 잠시 멈춰선 동안, 조승태 대원이 떨어져 있는 사진 여러 장을 발견한다. 대다수는 풍경을 촬영한 것이나, 몇몇 사진은 특정 도시를 위에서 촬영한 조감도 구도의 촬영본이다. 조승태 대원은 대조를 위해 이를 확보한다.
류혜숙 요원: 그나저나 대체 SCP-1605-KO는 어디 있는 건데?
이효인 요원: 이미 명천을, 아니 국내를 벗어났을지도 몰라요.
[불명]: 설마. 난 바쁘거든.
모든 인원이 뒤쪽을 향해 즉시 무기를 겨눈다. SCP-1605-KO가 모습을 드러낸다. SCP-1605-KO는 이전에 촬영된 사진보다 더 창백하며, 총기가 자신 쪽을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인원들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왼손에는 면도날이 들려 있다.
조승태 대원: 무기 버리고 손 들어.
SCP-1605-KO: 야, 내 집에서 무슨 못 배워먹은 소리를… 이 새끼들이 겁대가리 없이.
SCP-1605-KO가 이를 무시하고 다가온다. 조승태 대원이 작전 규약 하에 발포하여 SCP-1605-KO의 왼쪽 다리에 명중시키나, 옷과 다리에 구멍이 날 뿐 출혈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으며 SCP-1605-KO도 타격 없이 계속해서 다가온다. 이윽고 류혜숙 대원이 즉각 오른쪽 허벅지에 발포함에도 매한가지 큰 타격을 입은 듯이 보이지는 않는다.
SCP-1605-KO: 이런 것 따위로—
조승태 대원이 즉시 SCP-1605-KO의 정수리를 사격해, 완전한 관통을 남긴다. SCP-1605-KO는 즉시 쓰러진다. 조승태 대원은 발로 개체의 손을 걷어차 면도날을 날려버린다. 이효인 요원이 몸을 숙여 SCP-1605-KO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는 어떠한 생명 징후도 발견하지 못한다.
이효인 요원: 죽었어요. 숨을 안 쉽니다.
류혜숙 요원: 방심하지 마.
류혜숙 요원이 시신 인양을 위해 외부 지원을 요청한다. 그때, 이 시점에서 이효인 요원이 잠시 멈춰선다. 그의 바디캠은 SCP-1605-KO의 안면 관통부를 촬영하는데 어떠한 혈액 및 두뇌 조직의 외부 분출도 확인할 수 없다. 이효인 요원이 이를 보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갑자기 SCP-1605-KO 또한 몸을 일으켜 그를 덮친다.
류혜숙 요원: 이—
조승태 요원: 새끼……
SCP-1605-KO가 기습을 가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이효인 요원이 반격을 시작하자 서서히 몰리기 시작한다. 이효인 요원이 무릎으로 타격을 가하면서 SCP-1605-KO는 그의 목을 조르려다 실패하고 이어 류혜숙 요원이 독립체의 어깨를 붙잡고 밀어내 이효인과 SCP-1605-KO를 분리시킨다. SCP-1605-KO는 넘어져 벽과 크게 충돌하나 어떠한 피해도 보이지 않는다.
SCP-1605-KO: ……왜 날 이렇게 몰아붙이는 거야? 이 순 악질 새끼들.
류혜숙 요원: 뭐?
조승태 대원: 못 살겠군.
SCP-1605-KO: 난 그냥 돈을 모으고… 이사나 가고… 그러고 싶었을 뿐인데.
류혜숙 요원: 그런 소리는 격리실에서나 좀 했으면 좋겠는데.
조승태 대원이 테이저건으로 SCP-1605-KO를 타격하나, SCP-1605-KO는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조승태 대원의 공격 직후 다시 한 차례 류혜숙 요원이 주먹을 날려 SCP-1605-KO를 공격하고, 이후 팔을 눌러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류혜숙 요원: 잡았다.
SCP-1605-KO: 안동에 가고 싶었어……
류혜숙 요원: 뭐야.
SCP-1605-KO: 그 물가 옆에서 집도 짓고 꽃나무도 키우고… 그렇게 살고 싶었단 말이야.
SCP-1605-KO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빼어든다. 대상의 몸 주위가 흐릿해지면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이 관찰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부차원 내의 위상이 변질되며 SCP-1605-KO가 위상적 아래로 서서히 잠기듯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류혜숙 요원의 팔을 투과한다. 류혜숙 요원이 당황하여 SCP-1605-KO를 들어올리려 하나 독립체는 회피한다.
류혜숙 요원: 이 새끼 무슨—
SCP-1605-KO: 그러니까 지금은 너희들한텐 못 잡혀줘.
이효인 요원: 팀장님!
SCP-1605-KO가 완전히 공간에서 종적을 감추며, 이때 이효인 요원이 SCP-1605-KO의 손목을 붙잡으려 하나 실패한다. 3인에게는 일단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 SCP-1605-KO는 케테르(Keter) 등급 변칙독립체로 상정되었으며 즉각 확보 명령이 내려졌다.
상기한 바와 같이, SCP-1605-KO는 다중 변칙성을 지닌 인간형 독립체이자, 구어적으로 타입 그레이 ("산송장")로 불리우는 비생명적 독립체로 상정되었다. 기동특무부대 팀은 명천구 수색을 진행했으며 동시에 SCP-279-KO를 비롯한 물질투과적 변칙 개체의 격리 절차를 응용하여 예비 격리 절차가 고안되었다. 또한, SCP-1605-KO의 자택은 변칙 장소로 격리되어 내부 물품 회수 및 격리가 진향 중이다.
부록 1605KO-2
이하는 SCP-1605-KO 자택에서 확보된 변칙 개체나 주요 문건 목록이다. 대다수의 변칙 개체는 일반적인 변칙예술 물품 이상의 의미는 없었으나, SCP-1605-KO 및 여타 요주의 단체/인물에 대한 정보 특히 SCP-1605-KO와 경상북도 안동시의 특정 위치에 대한 자료가 몇 발견되었다. 이하는 그 목록이다.
지정 일련번호: E-16051 (변칙 개체)
설명: 경상북도 안동군의 경상북도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를 1910년경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관찰자에게 미세하지만 인지적 효과를 부여하여 행동 능률을 높이고 포기 의도를 감소시킨다.
지정 일련번호: E-16052 (변칙 개체)
설명: 조잡하게 만들어진 다수 기적술 문양들. 재단 제145K기지 은비격리과의 역설계 결과 소위 길(Way)로 불리우는 W급 차원관문을 생성할 목적으로 새겨진 것으로 보인다. W급 차원관문 생성술은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차원을 도약하거나 혹은 더 흔하게는 먼 거리를 이동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해당 개체에서 발견된 문양들은 모두 시전자의 미숙 혹은 시전자가 애초에 살아있지 않은 존재기 때문에 좌절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이다.
지정 일련번호: 20221609ko001.doc (문서)
설명: 시판 공책에 쓰인 일기. 다만 일기라고는 하나 대부분 아주 드문드문 쓰여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명천구 내에서의 삶에 대한 좌절감이나 짜증, 나르시즘적 태도, 경상북도 특정 위치에 대한 집착에 대한 횡설수설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것은 SCP-1605-KO가 자신 인근의 다른 인물들에 대해 서술해놓은 문서로 제145K기지가 주시하고 있는 혹은 이미 격리한 변칙 인간형 개체나 요주의 인물에 대한 언급을 일부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정 일련번호: 20221609ko004.pic (사진)
설명: SCP-1609-KO가 명천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그러나 SCP-1605-KO의 신체 곳곳에서 현재에는 발견되지 아니한 상처가 다수 발견된다. 이는 SCP-1605-KO가 재생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재단 조사팀의 의심의 발단이 되었다.
지정 일련번호: E-16053 (변칙 개체)
설명: 변칙적 음향이 녹음된 디스크. 재생하면 전화 일기 (박향림, 김해송 - 1938)가 재생되나 이를 청취한 인원은 자신이 경상북도 안동시 내 숲에 있는 기분을 느낀다. 심지어 안동시라는 위치를 모르더라도 이 정보만은 기억하고 강조할 수 있다.
SCP-1605-KO는 추정상 특정 위치에 대한 심각한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심하게는 삶 전체의 목적이 이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정신 상황 및 비표준적인 변칙성 때문에 즉각 확보가 필요해졌으나 시도 성공은 3달 후인 2022년 12월 6일에서나 가능했다. 이하 부록을 참조할 것.
부록 1605KO-3
2022년 12월 1일, SCP-1605-KO가 경상남도 창원시 내의 몇몇 구역에 출현한 것이 확인되었다. 목격자 조사 결과 "핏기 없고 조용하며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을 확인한 인물이 최소 12명 정도 확인되었으며 즉각 기동특무부대 람다-7의 특수 인원이 파견되어 SCP-1605-KO를 제압했다. SCP-1605-KO가 총탄 및 냉병기 피해를 무시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신체 상태 상 약물이 통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어 특수한 방안이 사용되어 성과를 거두었다.
이하는 해당 작전의 녹취 파일이다.
일시: 2022/12/1
참여 특무부대: 기동특무부대 람다-7 1인
SCP-1605-KO가 길 어귀에 들어선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상태이나 확인된 재단 걸음걸이 데이터상 식별이 가능하다. 이때 민간 종교단체로 위장하고 있던 기동특무부대 람다-7 특수요원 김길영이 SCP-1609-KO의 접근을 보고받고 작전을 개시한다.
김길영 요원: 안녕하세요, 인상 좋으시네요.
SCP-1605-KO: 나 살면서 인상 좋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SCP-1605-KO가 김길영 요원에게서 의식적으로 멀어진다.
김길영 요원: 아니에요! 정말 인상이 화— 하신데요.
SCP-1605-KO: 뭐래. 꺼져요, 그냥.
김길영 요원이 SCP-1609-KO 옆으로 붙어 주변 민간인들과의 거리를 확보한다. 요원이 흔한 종교 포교자와 흡사한 차림을 하고 있기에 대다수 민간인은 그를 회피하여 지나간다. SCP-1609-KO는 눈에 띄게 지친 기색이다.
SCP-1605-KO: 이 새끼가 개수작을 하네.
김길영 요원: 좋은 말씀 전하러 왔어요.
SCP-1605-KO: 꼴값은.
SCP-1605-KO가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띄는데 아마 날붙이로 보인다. 김길영 요원이 미소하면서 예정된 절차를 끝낸다.
김길영 요원: [인식재해 인자 검열됨].
김길영 요원이 발화한 정신권적 청각 인식재해가 즉각 SCP-1605-KO에게 영향을 끼친다. SCP-1605-KO는 관찰된 바 생물학적 기능 정지 상태이나 예상된 대로 정신적 피해를 입으면서 즉시 자리에 주저앉는다. 민간인들은 이미 주위에서 이탈한 상태이다. 김길영 요원은 헛기침을 두어 차례 한 다음 SCP-1605-KO를 내려다본다. SCP-1605-KO의 의식 마비로 인해 개체는 움직이지 못한다.
김길영 요원: 뭐 재단이라는 게 다 그렇죠. 도망쳐서는 못 사는…
요원이 재단 위장 구급차 (이송 차량)을 호출한다. 몇 분 후 차량이 도착하여 SCP-1609-KO를 확보한다. SCP-1605-KO는 대략 12시간 동안 정상적 의식 행동이 불가능해졌기에 차량에서 탈주할 수 없었으며 계획대로 제145K기지 인간형 격리동으로 이송되었다.
SCP-1605-KO는 제145K기지 임시격리실로 옮겨졌다가 스크랜턴 현실성 닻 실험에서 이에 대한 약점이 발견되어 현재의 격리 절차를 적용받았다. SCP-1605-KO가 다수 역사적 요주의 인물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해당 독립체에 대한 연구는 우선 순위가 되었다.
부록 1605KO-4
제145K기지에 SCP-1605-KO가 격리된 이후 주요 면담. 해당 면담은 SCP-1605-KO의 내력 및 대상이 알고 있는 근현대 사건과 관련 요주의 인물에 대해 알아내는 것을 주 목표로 두었다.
면담 장소: 제145K기지 격리동
면담자: 안진서 박사
면담 대상자: SCP-1605-KO
안진서 박사: 반갑네, SCP-1605-KO.
SCP-1605-KO: 반갑다 이 지랄.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안진서 박사가 헛기침을 한 후 파일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SCP-1605-KO가 손을 강화유리를 향해 뻗지만 깨뜨리지 못한다.
안진서 박사: 협조만 잘 해 준다면 충분히 다른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 잊지 말고.
SCP-1605-KO: 보상? 그럼 날 좀 풀어주고 다시는 보지 말자.
안진서 박사: 그건 어렵겠군.
SCP-1605-KO: 이러는데 뭔 보상. 박사인지 연구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래뵈도 변칙예술가 경험만 십 년이야. 그동안 너희가 믿을 놈들은 아니라는 것쯤은 진작에 배웠지.
안진서 박사: 다른 원하는 것은 없나?
SCP-1605-KO: 그럼…… 너희가 털어간 사진이나 좀 다시 줘.
안진서 박사: 사진?
SCP-1605-KO: 안동 사진.
안진서 박사: 물론, 협조를 해 준다면 기꺼이 줄 수 있지.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SCP-1605-KO: 뭔데, 그게?
안진서 박사: 먼저, SCP-1605-KO 당신의 신체 상태에 대해서. 우리 검사 결과에선 몸 전체가 아예 죽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여기 대해서 뭐라도 알고 있는 점을 말해줬으면 하네.
SCP-1605-KO가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내리자, 자택 급습 당시 총상을 입은 이마가 선명히 드러난다. 이마에는 총상으로 인한 구멍이 확연히 보이나 이전보다 그 지름이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 SCP-1605-KO는 몇 번 웃다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SCP-1605-KO: 그거야 어렵진 않지. 난 600년 전에 죽었단 말 먼저 해 둘게.
안진서 박사: 600년 전?
SCP-1605-KO: 아마 그쯤. 조선 왕조인건 일단 확실해. 아무튼 그땐 내가 순진무구한 양갓집 규수… 이 이야기는 관두지. 재미없으니까. 중요한 건 그때 내가 안동에 살았다는 거지.
SCP-1605-KO가 오른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손톱을 깨문다.
SCP-1605-KO: 그러다가 죽었어. 보면 알겠지만 이 나이대에 죽었으니까…
안진서 박사: 소위 처녀귀신… 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SCP-1605-KO: 박사. 애초에 난 귀신도 아니고 결혼이니 혼인이니 그런 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였어. 중요한 건 고향이지.
안진서 박사: 미안하네. 계속 말해주겠나?
SCP-1605-KO: 어쨌든, 내가 죽고 나서 나는 캄캄한 땅 속에서 깨어났다는 말이야. 이쯤 되면 좀 묘하지. 난 죽었는데 눈을 뜰 수가 없잖아? 하지만 어떻게든 무덤을 파헤치고 눈을 떠 보니 이 모양 이 꼴로 깨어났더군.
안진서 박사: 그래서?
SCP-1605-KO: 좋았어. 죽었다 깨어난다는 건 결국 삶으로 되돌아왔다는뜻이잖아? 다 좋은 일이였지. 내가 있던 곳이 안동 밖이라는 것만 빼고는.
안진서 박사: 왜지? 보통… 그때는 선산이나 고향에 묻히지 않았던가?
SCP-1605-KO: 나도 몰랐지. 그래서 한참을 떠돌아다녔어. 몸은 죽고 심령만이 살아있게 되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사방을 방황했단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얻어낸 답이 뭔 줄 알아?
안진서 박사: 뭔데?
SCP-1605-KO: 한 무당을 만나서야 답을 들을 수 있었어. 내가 고향에서 추방되었다는 거지. 원귀들처럼.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너무 흐릿하기는 해. 최소 600년 된 일이니까, 하지만.
SCP-1605-KO가 마른세수를 한다. 잠시 침묵.
SCP-1605-KO: 알고 있는 게 하나 있어. 내가 이 몰골로 헤메이기 때문에, 고향에서 그 전부터 날 추방시켰다는 거지.
안진서 박사: 이상하군.
SCP-1605-KO: 이상하지. 그 박수무당 새끼가 뭐라고 귀띔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때는 나도 보통의 소녀였단 말이야. 왜 내 시체를 다른 데다 퍼다가 내버렸을까? 내가 되살아날 걸 알고 있었다면 어머니나 아버지라도 날 다시 보고 싶지 않았을까? 얼마나 억울했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나는 고향의 경계까지 도달했고, 들어가려다 천 번을 가로막히고 그때마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어. 그래서 뭐가 남았느냐고? 죽지 않고 수백 년을 시도해 온 이 여자만 남았어.
SCP-1605-KO가 침묵한다. SCP-1605-KO는 눈에 띄게 동요한 기색이며, 거친 호흡과 흡사한 행동을 보인다. SCP-1605-KO는 길게 한숨을 내쉬려 하나 한숨 대신 바람 빠지는 소리만이 들린다.
SCP-1605-KO: 이게 내 전부야. 그때도, 지금도, 지금 그 다음 날도 난… 언젠가는 다시 거기로 되돌아갈 거라고 믿고 있단 말야. 비록 세월이 날 서울까지, 명천까지 게다가 여기까지 밀어내기는 했지만.
잠시 침묵.
SCP-1605-KO: 너희들은 내 마음을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이후 SCP-1605-KO는 추가적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SCP-1605-KO의 흥분으로 인한 재단과의 관계 손상이 우려된 바 추가적인 면담은 미루어졌다.
SCP-1605-KO의 증언에 따라 경상북도 안동시 일대의 주시가 진행되었다. 조사의 일환으로 몇몇 무속학ㆍ기적학적 흐름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실제로 이러한 흐름이 SCP-1605-KO가 안동시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지 아닌지는 교차 실험 불가능으로 인해 확인된 바 없다. 지속적 조사가 요구되었다.
부록 1605KO-5
제145K기지에 SCP-1605-KO가 격리된 이후 두 번째 주요 면담. 해당 면담은 SCP-1605-KO의 내력 및 대상이 알고 있는 근현대 사건과 관련 요주의 인물에 대해 알아내는 것을 주 목표로 두었다.
면담 장소: 제145K기지 격리동
면담자: 안진서 박사
면담 대상자: SCP-1605-KO
안진서 박사: 오랜만이군. SCP-1605-KO.
SCP-1605-KO: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내가 좀 추태를 떨었지. 쪽팔리네. 그래서 오늘은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
안진서 박사: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그 사진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가?
SCP-1605-KO: 내가 평생 뭣 때문에 살아왔는데.
안진서 박사: 일단… 알겠네. 그럼 질문 몇 가지 하지.
SCP-1605-KO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떡인 후, 제공받은 사진을 들여다본다.
안진서 박사: 당신 자택에서 이런 일기장을 확보했어. 가네가와, 심야회… 이런 인물들이 누구인지 혹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SCP-1605-KO: 가네가와는 이자메아 출신. 심야회는… 심야클럽. 재단이라면 이미 다 알 줄 알았는데.
안진서 박사: 알기는 한다만… 그래서 이 자들의 현 위치는? 아니면 정체는?
SCP-1605-KO: 나도 모르는데. 대부분 몇 년 전에 소식 끊겼어.
안진서 박사: 뭐?
SCP-1605-KO: 애초에 그 사람들 중 나랑 친하다느니 가깝다느니 하는 사람은 없어.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야. 사실대로 말하는데, 애당초 내 삶에 중요한 개인은 없어. 다 그러니까, 비즈니스적 관계지.
안진서 박사: 비즈니스?
SCP-1605-KO: 돈 말이야. 죽었다 살아난데다가 돈 버는 감각이라고는 없는 내가 안동 땅을 사려면 뭐든 해야 했으니까.
안진서 박사: 그러니까, 그 사람들 전부 행방도 정체도 모른다?
SCP-1605-KO: 정확해. 가네가와 그 인간은 몇 번 만났으니 얼굴은 알지만 지금 어딨는지는 모른다고. 다 돈 떼먹고… 아니면 사업 떼먹고 사라진 새끼들일 뿐이지.
안진서 박사: 일단 알겠고, 그럼… 또 하나 물어보지.
SCP-1605-KO: 해 봐.
안진서 박사: 안동에는 못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나?
SCP-1605-KO: 그랬지? 추방되었으니까.
안진서 박사: 그런데 굳이 돈을 모으려는 이유가 있나? 들어가지 못할 거라면 집도 짓지 못할 텐데.
SCP-1605-KO: 박사, 세상은 변했지. 내가 살아있을 때, 전쟁이 터지고 또 터졌을 때, 그리고 지금.
안진서 박사: 그렇다곤 할 수 있겠는데, 그게 문제인가?
SCP-1605-KO: 무당 이야기 기억나지? 내가 최후에 그 무당을 다시 만났을 때, 그 남자는 내가 살아 있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단 말이야. 그때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어.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건 돈이야.
안진서 박사: 실례지만, 정말 지대를 지불하면 안동까지 갈 수 있을거라 생각—
SCP-1605-KO: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방법은 몇 가지 있어. 돈은 결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안진서 박사: 그… 렇군.
SCP-1605-KO: 왜 그래? 의심스러워서? 하지만 잘 생각해 봐. 나는 어쩌피 모든 삶을 다 바쳐서 거길 가려 하는데 의심이 무슨 소용이겠어.
안진서 박사: SCP-1605-KO, 왜 그렇게 안동이 중요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SCP-1605-KO: …중요한 이유 말이지? 당연히…
잠시 침묵.
안진서 박사: 몇 년간 변칙예술계에서 제법 인지도도 있었는데, 안동에 가는 걸 포기해버릴 생각은 없었고?
SCP-1605-KO: 당연히… 박사, 당신이 만약에 이 지구에서 튕겨나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 난파해버렸다면 온갖 수단을 다 해 볼 거 아니야. 나도 그런 거야.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게 그 마을에 있다고……
안진서 박사: 하지만 SCP-1605-KO. 이미 지금은 모든 게—
SCP-1605-KO: 박사.
SCP-1605-KO가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다가, 이윽고 안진서 박사를 응시한다.
SCP-1605-KO: 날 그냥 좀 이해해 둬.
면담 상황을 감독하던 김경일 이사관보가 면담자와 면담 대상자 간의 의견 충돌 가능성을 고려하여, 안진서 박사에게 면담 종료를 요구한다. 안진서 박사는 동의한다. 면담 종료 선언 이후에도 SCP-1605-KO는 안진서 박사가 격리동 면담실을 나설 때까지 그를 응시하다가, 그 이후는 지급받은 안동시 풍경 사진을 바라본다.
안진서 박사는 SCP-1605-KO에 대한 과도한 감정적/냉소적 반응으로 인해 담당 연구원에서 일시 대체되었다. 이 면담 이후 SCP-1605-KO는 은근하게 재단에 대한 심화된 의심과 불신, 대화에서의 진지성 감소 등을 보였다. 또한 경상북도 안동시 인근의 변칙적 지형이나 흐름의 존재 유무가 지속적으로 연구되었지만 뚜렷한 징후는 찾아낼 수 없었다.
부록 1605KO-6
2023년 1월 6일, 안진서 박사가 제145K기지 행정부-윤리위원회 연락처에 다음과 같은 안건을 제출했다.
[…]
존경하는 이사관 및 이사관보께.
SCP-1605-KO의 격리 시설을 경상북도 안동시로 옮길 것을 요청합니다. 이는 윤리적 및 실리적 근거에 기반한 것으로서, 먼저 SCP-1605-KO는 해당 위치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인하여 재단 격리 하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기지 환경의 변화와 특수 목적의 격리 절차 변경의 여러 예시를 고려하면 윤리적으로 SCP-1605-KO가 보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격리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SCP-1605-KO와 해당 위치 간의 실질적인 관계가 불명확하므로, 격리 장소 이동을 통해 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SCP-1605-KO의 증언대로 대상이 위치 내로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나 소생했다는 것, 그리고 증언에서 등장하는 무속인의 존재 등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
2023년 1월 6일
SCP-1605-KO 담당 연구원 안진서
해당 안건은 기지 행정부 및 연구이사관보 권한에 따라 만장일치 거절되었으며 이유는 이하와 같다.
- SCP-1605-KO의 현 격리 절차가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독립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해서 이를 비윤리적이라고 지정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 경상북도 안동시에 SCP-1605-KO를 이동시키는 것은 독립체와 해당 위치에 존재할 수 있는 다른 변칙 효과의 상호작용 우려가 있다.
- 경상북도에 인간형 격리시설이 없으며, 존재하는 재단 시설 또한 능동적 격리 파기를 유발할 수 있는 독립체를 격리하는 데 특화되지 않은 시설 뿐이다.
- SCP-1605-KO가 확보 당시 및 격리 하에서 폭력성을 여러 차례 보였으므로 격리 절차 변경 및 완화는 부적합한 처사이다.
안진서 박사는 거부 근거를 인정했다. SCP-1605-KO의 격리 절차는 유지되었다.
부록 1605KO-7
2023년 1월 15일, SCP-1605-KO가 면담을 신청했다. 안진서 박사가 담당 연구직에서 일시 물러난 상태였기에 면담은 박상미 연구원이 담당했다.
면담 장소: 제145K기지 격리동
면담자: 박상미 연구원
면담 대상자: SCP-1605-KO
박상미 연구원: 안녕하십니까, SCP-1605-KO.
SCP-1605-KO: 이 여자는 또 뭐야. 그 박사는?
박상미 연구원: 제가 이제 담당 연구원입니다. 잘 부탁드리죠.
SCP-1605-KO: 했던 말 또 해야겠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박상미 연구원: 무엇을 말입니까?
SCP-1605-KO: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 말이야.
박상미 연구원: 관심 없습니다.
SCP-1605-KO: 관심 없어? 대단하다, 대단해. 딱 재단 수준이네.
SCP-1605-KO가 웃고는, 쥐고 있던 사진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앉는다.
박상미 연구원: 면담을 신청하셨다고 들으셨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SCP-1605-KO: 응? 그래, 내가 그랬지. 해 줄 말이 두어 개 있어서 불렀어.
박상미 연구원: 그게 무엇입니까?
SCP-1605-KO: 글쎄. 자, 먼저 대화 좀 하자. 나는 알다시피 죽어있단 말이야, 알지?
박상미 연구원: 예, 그렇습니다.
SCP-1605-KO: 그리고 꽤 오랫동안 변칙예술 활동도 했고. 들어봐, 내가 재단에 붙잡혔으니 내 손으로 안동까지 갈 순 없겠지.
잠시 침묵. 그동안 SCP-1605-KO가 소리 없이 웃는다.
박상미 연구원: 무슨 말씀—
SCP-1605-KO: 너희도 알잖아. "변칙예술가 한지혜. 변칙성이 확인되기 전부터 몇몇 생체 기반 밈적 재해에 대한 면역이 관찰되어 감시"……
박상미 연구원: 잠깐.
SCP-1605-KO: 내 기억을 안 지워둔 게 다행이야. 알고만 있으면 읊을 수 있지. 그동안 즐거웠어. 난 나가봐야겠어.
박상미 연구원: 경비—
SCP-1605-KO: [생체 기반 밈적 재해 편집됨.]
SCP-1605-KO가 밈적 재해를 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 음악은 이전 명천구 변칙예술계에서 처단된 것인데, 즉각적으로 박상미 연구원이 노출되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진다. 그러나 박상미 연구원이 기절 이전 지원을 호출하였기에, 긴급대응반이 호출된다.
SCP-1605-KO: 이제 열기만 하면 되겠어.
이때, 파견된 긴급대응반 요원들이 격리실 앞에 선다. SCP-1605-KO는 몹시 당황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다시 발화를 시도한다.
SCP-1605-KO: [생체 기반 밈적 재해 편집됨.]
남지혜 요원은 반인식 장비로 인해 영향받지 않으며, 배급받은 총기를 꺼내 사격한다. 무속학적으로 강화된 사인탄으로, 사격과 동시에 즉각적인 교전에 돌입한다. SCP-1605-KO가 총탄을 세 발 맞고 충격으로 쓰러진다. 출혈의 징후는 보이지 않으나 유의미하게 움직임이 저해된다.
SCP-1605-KO: 개새끼가—
남지혜 요원이 외부와 교신하며, SCP-1605-KO가 추가적 변칙성을 지니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후 남지혜 요원은 문을 더욱 단단히 봉하고, 격리실 보안 침해 경고를 선포한 후 격리동을 임시 폐쇄한다. SCP-1605-KO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강화 유리를 내려친다.
SCP-1605-KO 격리 절차가 재정비 논의를 시작한다. 박상미 연구원이 구조되었다.
이후 SCP-1605-KO의 면담은 적법한 기억소거 구상이 마련될 때까지 전면 금지되었으며 다른 밈 생산 변칙예술가들의 격리 절차와 유사한 절차 고안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SCP-1605-KO의 스트레스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격리 절차가 고안될 때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을 예정이다.
부록 1605KO-8
SCP-1605-KO에 대한 사후 평가가 이루어졌다. 기지 내 심리 및 면담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해당 평가는 제145K기지 행정부-윤리위원회 연락처에 정식으로 제출되었다.
[…]
SCP-1605-KO의 행동 욕구는 매우 단순하게 요약된다. 경상북도 안동으로 향하는 것이다. SCP-1605-KO의 신체적 신진대사가 종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모든 욕구를 이 욕구가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상태는 몰라도 수백년 간은 지속되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마치 심령독립체— 유령의 스테레오타입처럼 대상은 죽지 않은 채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이 근본적 욕구는 걷잡을 수 없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면담을 찬찬히 뜯어보면 SCP-1605-KO의 모든 행동이 안동시로 향하기 위해 초점이 맞추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SCP-1605-KO가 변칙예술 활동을 했을 당시 만든 창작물에서도 드러난다. 거의 모든 창작물이 고향에 대한 회귀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재단 격리 하에서 SCP-1605-KO가 안동시로 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본인도 면담에서 불가능함을 증언했다. 또한 안진서 박신의 건의 또한 불가능함이 인정된 바 SCP-1605-KO의 스트레스와 적대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록 1605KO-9
개체 정보에 대해 접근 가능한, 기지 인원들에 의해 제안된 SCP-1605-KO 격리 절차 수정 제안. 결론적으로 채택된 제안에 의해 SCP-1605-KO 격리 절차에 새로운 시도가 도입되었다.
제안자: 안진서 박사
제안: 부록 6과 동일.
결과: 거부됨.
제안자: 김은섭 행정관
제안: SCP-1605-KO에 안동시 관련 물품을 추가적으로 제공하여 향수를 완화시킴.
결과: SCP-1605-KO가 반대로 더욱 강화된 집착과 적대성을 보유하게 할 수 있음. 거부됨.
제안자: 나르시소 가스파르 박사
제안: SCP-1605-KO가 만약 안동시에 진입이 불가능하다면, 경계선이 되는 위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임시격리초소를 설립하여 격리한다. 혹은 SCP-1605-KO의 재단 기지 내 기억을 소거한 후 이주시킨다.
결과: 비효율성과 장막 정책 위반 가능성으로 인해 거부됨.
제안자: 김경일 이사관보
제안: SCP-1605-KO를 무의식 상태로 유지.
결과: 약물이 SCP-1605-KO의 신체에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큼. 다만 인식재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임. 이 제안은 윤리위원회에 의해 보류됨.
제안자: 마츠무라 스바루 이사관보
제안: 격리 절차 유지.
결과: 이 제안은 윤리위원회에 의해 보류됨.
제안자: 신유경 박사
제안: 재단 혹은 민간 생방송 장치를 통해 안동시 내 특정 마을의 모습을 실시간 송출하는 방송을 SCP-1605-KO에 노출시킴.
결과: SCP-1605-KO의 어느 정도 자기만족을 유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채택됨. 시도 예정.
부록 1605KO-10
상기한 절차 추가 제안을 받아들여 SCP-1605-KO와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또한 담당 연구원은 다시 안진서 박사로 복귀되었으며, 안진서 박사는 잠재적 밈 노출에 대비해 차단장비를 사용했다.
면담 장소: 제145K기지 격리동
면담자: 안진서 박사
면담 대상자: SCP-1605-KO
SCP-1605-KO: 당신이 왜 여기 있지?
안진서 박사: 복귀했거든. 누가 성대하게 사고를 쳐버려서.
안진서 박사가 파일을 몇 개 탁자에 올려놓고는 앉는다.
SCP-1605-KO: 오랫동안 아무도 안 왔는데.
안진서 박사: 당연하지. 그러니까 변칙예술 지거리는 왜 했나.
SCP-1605-KO: 할 말이 뭐야? 결론만 말해.
안진서 박사: 결론이라. 안동시에 그쪽을—
SCP-1605-KO: 뭐? 빨리 말해 봐.
안진서 박사: 진정해. 그… 데려다준다는 건 아니고.
SCP-1605-KO가 안진서 박사를 또렷하게 응시한다. 그 후 손톱을 깨물기 시작한다. 손톱 및 손가락 말단의 소모가 뚜렷하게 관찰된다.
SCP-1605-KO: 그럼.
안진서 박사: 지금의 안동을 본 적 있나?
SCP-1605-KO: TV에서는…… 근데 내 고향 모습은 본 적 없어. 다른 비슷한 옛 건물의 잔재나 모조는 본 적 있지만. 그게 왜?
안진서 박사: 뭐 유튜브나 인터넷은 쓴 적 없고? 이상하군.
SCP-1605-KO: 개통이 된다고 생각했나 봐? 아무튼 할 말이 뭔데.
안진서 박사: 실시간 생방송 같은 건 알지?
SCP-1605-KO가 고개를 끄떡인다.
SCP-1605-KO: 그게 왜? 아, 설마…
안진서 박사: 원한다면 언제든지 고향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SCP-1605-KO: 날 놀리는 거지?
안진서 박사: 왜 그렇게 생각하지?
SCP-1605-KO: 난 평생 안동에 가려고 살았어. 그 시절 사람들의 흔적이 남은 마을에다가 집을 구해 놓고 살려고 했다고. 그런데 이렇게 가짜에 안주하면서 살라고?
안진서 박사: 가짜가 아니—
SCP-1605-KO: 맞아! 내 손으로 고향 흙도 못 만져보는 꼴로 기어코 만들어버리는구나.
SCP-1605-KO가 동요한 기색으로 유리를 긁는다.
안진서 박사: 그래서, 볼 건가 말 건가?
SCP-1605-KO: 너희가 그런 줄은 알았지만… 그래서…
SCP-1605-KO가 자세를 고쳐앉고 몸을 웅크린다. SCP-1605-KO가 몇 초간 안진서 박사를 노려보다가 숨을 죽인다.
SCP-1605-KO: ……이러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정말 평생이였어. 평생을 그리워했단 말야.
안진서 박사: 당신이 선택했잖아. 지금 그 마을엔 아무도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야, 당신이 사랑했을 사람들은 죄다 죽었을 거고.
SCP-1605-KO: 정말 짜증나는 인간이야, 당신. 그냥 날 좀 이해해두라고 그랬는데도 저번이랑 반응이 똑같군. 내가 언제든 입을 열어서 당신 심장을 멈춰버릴 수 있다는 점도 알아 둬.
안진서 박사: 그건 안 통해. 귀에 꽂은 게 밈을 차단하거든.
SCP-1605-KO: 그래서…… 아니지, 됐어. 그런 소리나 할 거면 영원히 꺼져버려.
안진서 박사가 몸을 숙이고 SCP-1605-KO를 응시한다.
난 당신 삶이 헛됐다거나 한 적은 없어…… 이런 소리 해 두면 또 이사관보님께 혼나겠구만.
SCP-1605-KO: 무슨 소리야?
안진서 박사: 현실은 현실이야. 목표는 거기 맞춰서 수정해 둬야 해. 당신은 안동에 발도 못 붙일 거라며?
SCP-1605-KO: 맞아. 하지만……
안진서 박사: 돈으로 땅을 산다느니, 변칙예술으로 돈을 번다느니 그런 건 백날 해 봐야 불가능해. 그리고 땅을 사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은 망상이잖아?
SCP-1605-KO: 닥쳐, 좀—
안진서 박사: 냉소적이라느니 비꼰다느니 하는 게 아냐. 그냥—
SCP-1605-KO가 주먹을 쥐고 강화유리 벽을 내려친다. 유리는 손상이 전무하나 SCP-1605-KO의 왼손이 충돌로 인해 손상되어 피부에 금이 간 것이 보인다. 경비원들이 면담 종료를 요청하나 안진서 박사는 거부하고 면담 진행을 허가받는다. 안진서 박사는 몸을 일으킨다,
안진서 박사: 그냥 차선책을 제안하는 거야. 재단으로서.
SCP-1605-KO: 아, 재단이 그런 잘난 생각도 할 줄 알아? 난 몰랐어. 미안하네, 정말.
안진서 박사: 재단이야 냉정하되 잔인하면 안 되는 곳이거든.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침묵이 이어진다. 양측 모두 상대를 노려보며, 이 시점에서 김경일 이사관보가 개입하여 면담 종료를 요구한다. 안진서 박사는 확인 신호를 보낸다. 이때 SCP-1605-KO가 진술을 시작한다.
SCP-1605-KO: ……안동시의 지기(地氣)3가 수백 년간 날 거부하기는 했어. 거기만 가면 이 몸이 시체처럼 말라버리고, 불타고, 부서진단 말이야. 이제 알겠어.
안진서 박사: 뭘?
SCP-1605-KO: 난 갈 수 없어, 안동에.
SCP-1605-KO가 작게 흐느낀다. 신체 상태로 인해 눈물이 보이지는 않지만, SCP-1605-KO는 눈물을 닦는 행동을 보인다.
SCP-1605-KO: 정말 너무 길었어.
안진서 박사: 그랬겠지.
SCP-1605-KO: 그동안 정말 별 짓을 다 해 봤어. 되지도 않는 사업도 해 보고 소매치기도 해 보고, 다 폭삭 망해버릴 짓만 골라서 했어. 가네가와 같은 개새끼들이랑도 같이 일해 보고 연구도 해 봤단 말이야. 그런데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해버렸네. 진 것 같아, 내가……
잠시 침묵.
SCP-1605-KO: 저, 박사.
안진서 박사: 응?
SCP-1605-KO: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SCP-1605-KO의 심리 상태 변화 및 안진서 박사의 대응의 의심점을 고려해 면담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SCP-1605-KO의 능동-수동 공격성과 스트레스는 서서히 감소했고 대신에 정체성 혼란을 심하게 겪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추가적으로 SCP-1605-KO의 신체적 행동 또한 상당히 줄어들었다.
부록 1605KO-11
2023년 2월 1일, SCP-1605-KO가 면담을 신청했다.
면담 장소: 제145K기지 격리동
면담자: 안진서 박사
면담 대상자: SCP-1605-KO
SCP-1605-KO: 안녕.
안진서 박사: 무슨 일로 면담을 신청한 거지?
SCP-1605-KO: 그냥.
안진서 박사: 별 이유가 없다면, 나도 여유가 없어서.
SCP-1605-KO: 이야기나 좀 하지. 변칙예술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 물론 나도 뛰어난 예술가는 아니긴 한데. 그게 아니면—
안진서 박사: 시간이 없다니까 그러네.
SCP-1605-KO: 깐깐하네. 아무튼 보여줄 게 있어.
SCP-1605-KO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팔뚝을 보여준다. 팔은 매우 메말라 있으며 미라화된 시신과 몹시 흡사해 보인다. 이 팔은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한다. 팔의 구도를 보았을 때 SCP-1605-KO는 이 오른팔을 자의적으로 조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진서 박사: 이건……
SCP-1605-KO: 그래. 죽어가고 있어.
안진서 박사: 왜?
SCP-1605-KO: 언제부터 이랬는지 말해 둘게. 내가 그날 안동에 돌아가는 것을 포기해버렸을 때야. 왜 이러는지 알겠어?
안진서 박사: 아마… 원념을 잃어버린 심령독립체는 죽는단 말이야. 소멸해버려.
SCP-1605-KO: 그래서?
안진서 박사: 지탱하고 있던 에너지가 무너진 것 같아. 아키바 방사선이라던지, 기적술이라던지.
SCP-1605-KO: 이제 방법은 없지?
안진서 박사: 다시 집착을 가진다면? 무속학에 따르면 그래.
SCP-1605-KO: 이미 놓아버렸으니까. 안 돼.
안진서 박사: 그럼? 우리는 죽어가는 망자를 살릴 방법 같은 건…
SCP-1605-KO: 나도 방법을 몇 개 생각해봤어. 하지만 다 현실성 없더라고. 언제나 그랬듯이.
안진서 박사: 그렇다면?
SCP-1605-KO: 방법이 하나 뿐이야. 죽는 것.
안진서 박사: 왜?
SCP-1605-KO: 이제 방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살아가는 의미도 없고.
SCP-1605-KO가 고개를 속인다. 모발이 다수 뽑혀나갔는지 머리터럭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확인된다. 눈은 매우 충혈되어 있으며 유례 없는 노화가 진향 중인 것이 명백하다.
SCP-1605-KO: 답이 없어.
안진서 박사가 몸을 숙인다.
안진서 박사: SCP-1605-KO.
SCP-1605-KO: 왜?
안진서 박사: 정말 실시간 생방송은 안 볼 건가?
SCP-1605-KO: 안 봐. 보면 실망할 것 같아. 이제 거긴 아무도 없으니까.
안진서 박사가 고개를 숙인다.
안진서 박사: 의료부를 불러 두겠네.
SCP-1605-KO: 그러지 마. 그래봐야 정신이 죽는 건 어찌할 수 없어.
잠시 침묵. 안진서 박사가 탁자에 놓인 물을 몇 모금 들이킨다.
SCP-1605-KO: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알고 있었어. 안동엔 못 갈 것 쯤은… 그런데도 참 헛짓거리 많이 한 것 같아. 사람도 죽여보고, 속이기도 해 보고. 쪽팔리네.
안진서 박사: 말하지 마. 가속시킬지도 모르니까.
SCP-1605-KO: 뭐를? 죽는 거? 걱정 마.
안진서 박사: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SCP-1605-KO: 이제 죽을 때도 된 거니까.
SCP-1605-KO가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SCP-1605-KO: 내가 처음 죽여서 묻혔을 적에는 원망 뿐이였어. 그래서 이 꼴으로 수백 년을 떠돈 거겠지. 이제 더는 그 꼴로 죽고 싶지 않아.
안진서 박사: 그런—
SCP-1605-KO: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길 바래. 그거면 됐어.
부록 1605KO-12
면담 이후, SCP-1605-KO의 신체는 급격하게 미라화되기 시작했다. 관찰된 바 24시간 후 대략 하반신 및 오른팔이 미라화되었으며 의료부 인원들의 시신 보존 조치도 소용이 없었다. 재단 기적사들은 SCP-1605-KO 신체에서 다량의 에너지 손실을 감지했다. SCP-1605-KO는 안진서 박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며, 승인되었다.
면담 장소: 제145K기지 격리동
면담자: 안진서 박사
면담 대상자: SCP-1605-KO
안진서 박사: SCP-1605-KO. 몸 상태가……
SCP-1605-KO: 별로야. 이제 정말 죽어가기 직전인 것 같네.
안진서 박사: 가만히 있어.
SCP-1605-KO: 싫어.
SCP-1605-KO가 피식 웃는다.
SCP-1605-KO: 마음이 편해. 이제 안동에 못 갈 거라 생각해도 말이야.
안진서 박사: 안동 생각은 하지 마. 소멸을 재촉할 뿐이라고.
SCP-1605-KO: 내가 살아있었던 이유는 안동 때문이야. 그것밖에 없어서 생각할 것도 없어. 박사, 아니면 노래라도 불러 볼까?
안진서 박사: 밈이라면 사절하지.
SCP-1605-KO: 재미없군.
SCP-1605-KO가 왼손을 뻗는다. 왼손에는 사진이 들려 있는데, 이전에 지급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SCP-1605-KO: 받아 둬.
안진서 박사: 중요한 거 아니였나?
SCP-1605-KO: 이젠 아냐. 이런 거나, 환각 디스크 같은 걸로 안주해봐야 의미가 없잖아.
안진서 박사: 난 재단 인원인데. 이런 사진을 받아둬봤자—
SCP-1605-KO: 그래서 준 거야. 적어도 버리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안진서 박사: 그렇긴 하지.
SCP-1605-KO: 그럴 줄 알았어. 어쨌든…… 그 사진 잘 기억해 둬.
SCP-1605-KO의 팔이 마비되면서, 사진이 바닥에 떨어진다.
SCP-1605-KO: 있잖아, 내가 죽고 나면 안동에는 묻지 마. 다시 되살아날지도 모르잖아.
안진서 박사: 농담이야?
SCP-1605-KO: 절반만.
SCP-1605-KO의 머리 아래 전신이 완전히 미라화하는 것이 확인된다. SCP-1605-KO가 기침을 두어 번 한다.
SCP-1605-KO: 널 만나서 다행이였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안진서 박사: 착각하지 말게. 나는 재단 인원이니까, 좀 감정적일 뿐이지.
SCP-1605-KO: 아무튼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그러고 있었겠지.
안진서 박사: 납득이 빠른 편이였어.
SCP-1605-KO: 그 말을 듣기 전에도 의심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말이 안 되는 작전을 한동안 세웠으니까. 고마워.
안진서 박사: 고맙다는 말은—
SCP-1605-KO: 그냥 들어. 마지막이니까.
잠시 침묵.
SCP-1605-KO: 마지막으로 몇 가지 말해둘 게 있어. 가네가와……
안진서 박사: 가네가와?
SCP-1605-KO: 그 새끼 살아있을 거야. 찾아둬. 그게 재단에 이로울 거야. 그건 됐고— 내 이름 알아?
안진서 박사: 아니. 한지혜는 가명이겠지.
SCP-1605-KO: 맞아, 방금 내 이름이 떠올랐어. 궁금해?
안진서 박사: 아마도.
SCP-1605-KO: 재단 사람들은 참 불편하겠어. 그렇게 숨기고 살아서야…… 내 이름은, 안소란이야. 안소란.
안진서 박사: 그런 것 치고는—
잠시 침묵.
SCP-1605-KO: 박사, 남의 이름 가지고 농담 마.
안진서 박사: 알겠네.
SCP-1605-KO: 농담도 할 줄 아는 인간일 줄은 몰랐는데.
안진서 박사: 그러게나.
SCP-1605-KO의 사지 움직임이 완전히 멎는다.
SCP-1605-KO: 집에서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SCP-1605-KO가 침묵한다. 안진서 박사가 면담 종료를 선언한다. 이후 수습조가 SCP-1605-KO 시신을 수습하여 옮긴다. 이후 SCP-1605-KO 활동 징후는 전무함이 확인되어 이 보고가 기지 행정부로 전달, 등급 변경이 이루어진다.
SCP-1605-KO는 무효 (Neutralized) 등급으로 재분류되었다. SCP-1605-KO의 잔해는 다시 제145K기지로 반환되어 추가적 부검 및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SCP-1605-KO의 정신 상태 기록은 집착적 요소를 지닌 변칙 독립체 특성의 모델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해당 독립체와 연관되었던 요주의 인물에 대한 추적과 역사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이 SCP-1605-KO가 반환한 사진 내의 장소인 경상북도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일부 (무실마을)를 집중 조사한 결과, 해당 위치의 민담적 장소인 처녀당 비석 옆에서 W급 차원관문이 발견되었다. 재단 기적사가 이를 살피던 도중 연결된 주머니 차원으로부터 몇 가지의 변칙적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1930년 경 사용되던 것이며 이 시기에 주머니 차원 내부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물건들은 연구를 위해 제145K기지로 이송되었으며 변칙 개체 일련번호를 부여받았다. 이하는 그 목록이다.
- SCP-1605-KO의 사진. 대상 옆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찢겨져서 확인할 수 없다.
- 여러 개의 만년필과 붓. 먹과 잉크가 무한히 공급되어 마르지 않는다.
- 일본제국군 군복과 대략 흡사하나 개조가 가해진 옷.
- SCP-1605-KO의 필체와 유사한 글귀가 쓰인 종이 두어 장. 가벼운 환각을 일으켜 죽음과 흡사한 심상을 보도록 만든다. 글귀 내용은 이러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리. 내가 쓰고 마코토가 방을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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