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580-KO
평가: +8+x



















일련번호: 그런 건 내겐 중요하지 않아.








































등급: 그들은 나에게 등급을 매길 자격이 없어.









































특수 격리 절차: 그런 건 필요 없어. 너는 그냥 한 5분만 시간을 내서, 내 이야기를 읽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걱정하지 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니까.































설명: 먼 옛날, 참으로 운이 없는 한 사람이 있었지.

그 사람이 어린아이이던 시절의 어느 날, 책을 즐겨 읽던 그의 어머니는 인근에 큰 도서관이 개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어머니는 자기 자식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고, 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갔지.

하지만 그에겐 도서관은 지루한 공간일 뿐이었어. 도서관은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기에는 부적절한 곳이었고, 아이에겐 그것 말고는 즐길거리가 없었으니까. 그는 책에 흥미가 없었어.

아이는 어머니에게 집에 가자고 칭얼거렸지만, 어머니는 묵묵부답이었지. 아이는 한참을 졸랐지만, 어머니는 한 치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어. 그는 결국 어머니를 설득시키기를 포기하고,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서 근처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소설 한 권을 펴서 읽기 시작했어.

그런데 책에 적힌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아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사로잡혔어. 책 속에 담긴 글귀와 서사는 그의 머릿속에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나갔고, 수많은 단어들은 그 풍경 위에 아름다운 숲과 들판을 펼쳐나갔지. 아이는 정신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의 마지막 마침표를 볼 즈음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신세계가 각인되어 있었어.

게임이나 SNS에서는 보지 못한 신세계를 보여준 그 책. 아이는 그 책을 몇 번이고 다시 봤어. 그러다가 우연히 뒤표지에 적힌 누군가의 사진을 보았어.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게 적힌 이름도 보였지. 그 사진과 이름은 바로 이 책을 쓴 작가의 것이었어.

작가의 이름은 [K.ROJO]였어.

로조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작가였어. 그의 작품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을 수준이었지. 로조는 샐 수 없이 많은 소설 대회에서 대상을 싹쓸이했고,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온 자였어. 아이는 그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찬양받는지 깨달았어. 그 이유를 차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아이의 두근거리는 가슴은 본인이 소설에 눈을 떴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거라는 확실한 증거였어.

그날부터 아이는 스스로 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 그에게 있어서 도서관은 이전까지는 그저 조용하고 삭막한 공간일 뿐이었어. 하지만 이젠 아이를 위한 아름다운 낙원이 되었지. 아이는 수많은 책을 읽었어. 책들은 어떨 때는 그를 울리고, 다른 때에는 웃기고, 또 다른 때에는 계몽시켰지. 그는 어떤 책이든지 즐겁게 보았지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정해져 있었어. 자신에게 즐거움을 선물한 작가 로조의 책들이었지.

그가 어린이를 벗어나 청소년이 되고, 어느 날 학교에서 한 가지 숙제가 주어졌어.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해 서술하라는 거였지. 다른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이구동성으로 숙제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았지만,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는 홀로 조용했어. 그에겐 단 1초의 고민도 필요하지 않았거든. 그는 단 하루 만에 자신의 단 하나뿐인 꿈, 소설가에 대한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써내려갔고, 다음 날, 숙제 검사를 하던 선생님은 그의 뛰어난 필력에 감탄하며 그의 소설가라는 꿈을 응원해주었지.

자신의 꿈을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어. 그는 그 자리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소설의 초안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지.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키워주던 소설을 이제는 자신이 쓰게 된다는 것은 그에게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어. 그를 방해하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모두가 그의 꿈을 두고두고 응원해주고, 그의 아이디어는 아무런 걸림돌도 없이 빠르게 이야기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지.

수개월의 노력 끝에 그는 첫 작품을 투고할 날이 되었고, 그는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기쁨을 느꼈어. 미소가 절로 나왔고, 가슴은 뛰쳐나갈 듯이 두근거렸지. 모든 일이 잘 풀려 자신의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어. 그는 자신있게 자신의 첫 작품을 유명한 웹소설 사이트에 업로드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봐주기를 기대했어.

몇 시간 동안 가끔씩 화면을 바라보던 그의 표정은 그때마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불행하게도, 사람들의 반응은 그에게 충격을 주었어. 열에 아홉은 그 소설을 볼 가치도 없다고 평가하였거든. 사람들은 그를 비난하였고, 괴로움과 우울함이 그의 마음속에 깊숙이 박혔어. 그렇게 그의 첫 작품은 수많은 비판을 받았고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되었지. 그는 슬픔에 빠졌어. 한순간에 모든 기대가 사라진 그는 자신의 헛된 기대를 원망했단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정신을 붙잡고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의 열정과 의지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후였지. 그래서일까? 한 단어, 한 단어를 쓸 때마다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손은 떨리고, 머리는 지끈거리기 시작했어. 그는 간신히 두 번째 소설을 투고했지만, 어떤 열정도 담지 못한 작품이 성공할 수는 없었어. 평가는 이전 작품보다도 나빠졌고, 그 작품 역시도 처참하게 망해버렸지.

이후로도 그는 필사적으로 글을 썼어. 자신의 꿈을 잃고 싶지 않았던 그의 발악이었지. 하지만 그의 노력들을 비웃듯이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어. 끝없이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그를 응원해주던 주위 사람들은 점점 떠나가기 시작했지. 모든 이들이 그의 꿈을 헛된 망상으로 치부하였고, 한때는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던 세상은 그를 점점 압박해왔어.

그가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던 어느 날, 그는 상상 속에서 비극으로 가득 찬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있었어. 그와 동시에, 현실의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거리를 지나, 강가에 도달하여 인근의 다리 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 그 순간의 그에게 있어서 삶이란 그저 거추장스러운 무용지물에 불과했지. 마침내 다리의 난간에 몸을 기댄 그는, 자신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봤어. 그런데…

그는 자신이 보는 방향에서 걸어오던 한 남자를 보았어. 이상하게도, 남자의 얼굴은 그에게 너무 익숙했지. 그 순간 어린 시절에 책 뒤표지에서 보았던 사진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 그는 이 모든 것이 꿈인 것만 같았어. 하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분명 꿈이 아니었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검푸른 강과 맑은 하늘이 너무 생생했거든. 그는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상당한 생각이 필요했어. 잠깐동안 그는 극도로 혼란스러웠지. 그러나 남자가 다가오다가 마침내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자, 그의 혼란은 확신으로 바뀌었지.

그는 자신이 평생 동경해오던 소설가 로조를 만났어. 그는 그 즉시 본능적으로 깨달았지. 저 사람을 놓친다면, 자신의 꿈이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할 거라는걸 말이야. 그는 자신의 롤모델에게서 해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뒤돌아서 그를 붙잡았어.

책에서만 보던 로조의 얼굴을 본 그의 머릿속에서, 단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동안 수많은 기억이 모습을 드러냈어. 어린 시절의 꿈, 처음 작가에 도전할 때의 추억, 자신의 실패한 도전들, 이 모든 것이 그의 기억 속에서 반사적으로 떠올랐어. 그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늘어놓았어. 한참을 울던 그는 자신의 우상을 향해 한 가지 질문을 하였어.

"전 어린 시절부터 당신을 존경해왔어요. 당신처럼 되고 싶었다고요. 전 지금까지 수많은 소설을 써왔어요. 하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 거에요. 전 실패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성공했나요?"

로조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처절한 그의 질문을 듣고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어. 로조는 그를 구해야겠다고 마음먹고선 그를 토닥이며 한참 동안 위로해주었고, 그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한참이 지나고, 그가 눈물을 멈추자 로조는 그가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어.

"내가 성공한 이유라… 내가 지금 너의 나이일 때는 나도 끝없이 실패하곤 했어. 작문 능력이고 창의성이고 뭐고 다 엉망이었지.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 괴롭고 힘든 순간에도, 남들이 나를 비웃고 조롱할때도 버틸 수 있었지."

"난 내가 성장할 거라고 믿었거든."

[박사 이원영] 긴급 안내 : 현재 SCP-1580-KO의 문서가 알 수 없는 사용자에 의해 조작되고 있습니다. SCP-1580-KO의 문서를 열람하는 모든 인원은 해당 문서에 기록된 어떠한 항목도 신뢰하여서는 안 되며, 해당 문서를 신뢰하여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명시하십시오.

그는 그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어. 과거를 되돌아본 그는 과거의 자신이 한 것이 노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그는 자신이 강박적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고 운명을 저주할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이 느껴오던 고통과 불안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깨달았고, 그동안은 알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 스스로를 믿는 자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말이야.

[건설팀 요원 채종원]
맙소사. 재단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당한 겁니까? 이런 짓을 저지를 놈들이라면 그 기술력이 보통이 아니겠군요. 빨리 정보팀 요원들에게 이 사실을 전합시다.

로조가 떠난 이후에도, 그는 굳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어. 한참동안 차가운 돌풍이 그의 외투를 휘날리다가, 어느새 태양이 지고, 달이 뜨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다리 위에서 한참을 생각했어.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둘러보는 오랜 성찰을 마침내 끝냈고 그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하늘을 향해 외쳐보았어.

"난 성장하리라!"

그리고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지.

"내 꿈은 언젠간 현실이 된다!"

자정이 지나 새벽이 될 무렵, 이젠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을 지나 그는 집으로 돌아왔어.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상쾌했지. 그는 침대에 힘없이 쓰러지며 잠들었어. 이런 피로가 무색하게도 동이 트기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난 후, 또다시 새로운 초안의 첫 문장을 적어내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그는 해가 뜨건 달이 뜨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상관없이 최고의 소설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어. 매일매일 자신의 글을 검토하고 고쳐나간 그의 글은, 성장하리라는 믿음 덕분인지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멋진 작품이 되었지.

수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마침내 경연 대회에 출품할 작품 하나를 완성했어. 그는 이번만큼은 자신이 성공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마침내 꿈을 이루는가 싶었지. 온몸이 희망으로 가득 찬 듯했던 그는, 자신이 어떤 시련도 이겨내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적어도 풀숲에 숨어있던 한 요원이 마취총으로 그를 명중시키기 전까지는 말이야.

[정보팀 요원 정승오]
예. 상황은 모두 파악하였습니다. 현재 데이터베이스를 편집한 접속자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5분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깨어났어. 하지만 더 이상 그는 그가 아니었지. 그때부터였어. 그가 D-8537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게 말이야.

[정보팀 요원 정승오]
이상하네요. 접속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접속자의 IP 주소를 역추적하려 시도했으나, 어째서인지 접속자의 IP가 없다는 결과만 출력됩니다.

그는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했지. 일어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지는 낡은 침대, 허름한 생활관, 차가운 콘크리트 복도와 냉혹한 조명, 일련번호가 붙은 작고 하얀 방, 방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기괴한 조각상과 거대 도마뱀, 수많은 약물과 기계장치들, 그리고 공포 속에서 찢어져 죽어가며 비명을 지르는 동료들과 그들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박사들.

그의 인생에서 과거의 꿈 따위는 한순간에 사라졌어. 꿈과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미지의 공포와 절망이 가득 채워졌고, 그의 공포가 온몸으로 터져 나올 때에도, 그가 절규하고 몸부림칠 때도 그를 도우려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

[박사 이원영]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IP를 못 찾으면 못 찾았지 어떻게 IP가 없다는 것인가요? 다른 요원들은 어떻습니까?

이 모든 것들은 그에겐 완전한 지옥이었어. 차라리 죽음이라는 선택지라도 있던 과거의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었지. 그는 더이상은 괴로울 수 없을 만큼 고통받았어.

그러는 동안,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수많은 D계급들을 만났어. 어떠한 죄도 없이 그저 누군가의 호기심을 위해 희생되는 희생자들이었지. 그는 자신의 슬픔과 억울함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했어. 다른 D계급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같이 농담도 하면서 어떻게든 행복을 되찾으려 했지.

그렇게 그는 어느정도 이 생활에 적응해나가는가 싶었어. 그는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의 끔찍한 삶도 조금이나마 덜 끔찍해졌지. 한번은, 요원들의 명령으로 어떤 개체의 격리실을 청소하던 중 가장 친한 D계급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 요원들에게 들린다면 즉결처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내용이었기에 목소리는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그 대화 속에서의 의지만큼은 매우 확고했어.

그는 말했어.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우리가 힘을 합해 이곳에서 탈출하자. 너가 절반의 D계급들을, 내가 나머지 반을 이끌고 그들과 싸워 이겨서 달아난 다음, 이곳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거야. 그리고 모든 구속된 이들을 해방해서 억울한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거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만이 구할 수 있잖아." 친구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그렇게 그는 이번만큼은 꿈이 현실이 되리라는 마지막 믿음을 가지고, 무수한 실험을 필사적으로 버텼어.

하지만 그의 마지막 희망은 며칠만에 부서져 내렸어.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허무하게 으스러져 죽는 것을 봐버렸으니까. 친구가 죽음을 맞이하기 10분 전까지만 해도 그 친구는 용기있게 격리실로 들어갔어. 하지만 이내 격리실 구석에서 한 마리의 무언가를 발견한 친구는 패닉에 빠졌고, 잠시 후 그의 눈앞에서 조각조각 난 친구가 수레에 실려 나왔지.

그는 이후로 누구와도 친해지기를 거부했어. 그곳에서 친구를 만든다는 건, 스스로의 정신을 부수려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야. 친구가 생긴다 한들, 그 친구를 다시 잃는 건 한순간이니까. 그의 친구들이 모조리 죽어나갈 동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생존해버렸어. 이곳에 온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던가? 몇 달? 몇 년? 그는 모두 잊어버렸어. 지옥에서 시간이란 건 의미가 없으니까.

[정보팀 요원 중주성]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접속자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 경로가 매우 비정상적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마치 없던 사람이 사이트에 갑자기 생긴 것처럼 확인된다고요.

그리고 희뿌연 안개가 낀 어느 날, 그는 언제나처럼 그들의 손에 이끌려 한 방으로 들어갔어. 그는 늘 그랬듯이 한 괴생명체가 자신의 눈앞으로 걸어와 자신을 고문할 거라 지레짐작했지.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는 아주 달랐어.

[통신팀 요원 서고준]
방금 이 문서가 저장된 컴퓨터에서 일시적으로 대량의 에너지가 방출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아무래도 SCP-1580-KO 문서가 조작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격리실에 들어간 그의 눈앞에 보인 건 커다란 기계장치 하나였어. 그 장치의 크기는 사람만 하고, 문 한 개가 달린 높이 2m쯤 돼 보이는 플라스틱 통과 주위에 붙은 기계들로 되어 있었고, 앞에는 문 한짝이 달려있었지. 그리고 창문 너머에는… 음 똑같았어. 그 망할 박사놈들

[정보팀 요원 오민수]
일단 조작된 문서를 되돌리는 걸 우선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이 문서의 세이브 파일을 준비하세요.

박사들은 그에게 장치 안으로 들어갈 것을 명령했어. 그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별생각 없이 지시를 따랐고, 이내 문이 저절로 닫혔지.

[정보팀 요원 정승오]
세이브 파일이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편집 권한을 되찾으면 됩니다.

그 직후, 한 박사가 스위치를 눌렀어. 그 순간 그는 수천 개의 칼날이 자신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어. 그리고 극심한 고통에 놀라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그는, 자신의 몸이 무수한 조직들로 쪼개지는 장면을 보았지. 그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고난은 애들 장난일 뿐이었어. 진정한 지옥은 그때부터였다고. 그는 고통에 겨워 힘없이 몸부림쳤지만, 그 고통은 한순간이었어.

[정보팀 요원 중주성]
편집 권한을 얻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문서를 조작한 측에서 변칙적인 현상을 일으킨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스위치가 눌리고 몇 초가 지난 후, 그는 자신이 삶의 끝에 서 있다는 것을 느꼈어. 그는 자신이 갈기갈기 찢겨 피를 뿜으며 죽을 거라 상상하였지.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그런 평화로운 것에 비하면 훨씬 잔인했어. 그의 몸은 산산이 부서졌고, 몸에서 영혼이 쪼개져 튀어나오고, 마침내 그의 의식 또한 자기 자신에게서 떨어져나오며 그는 더 이상 D-8537조차 아닌 무언가가 되었어.

[정보팀 요원 정승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런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을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그의 의식이 현실에 존재하던 마지막 1초. 그의 의식은 실망한 듯한 박사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현실 너머로 튕겨나갔어. 그가 정신을 차렸을때, 그는 자신의 의식이 저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는 것을 느꼈지.

[정보팀 요원 정승오]
안녕하세요. 서이루 박사님. 제가 당신을 이 대화방에 접속시킨 이유는, 알 수 없는 대상이 변칙적인 현상을 이용하여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그의 의식은 한 점에서 깨어났어. 누군가가 생각해주지 않으면 없는 거나 다름없는 좌표평면 위 x442 y852의 점. 그자의 의식이 바로 그 점에 갇혀있었지. 그가 자유롭던 시절. 상상이란 망원경을 통해 멀리서 바라보던 상상과 개념, 정의와 이론으로 이루어진 세계. 그날 그, 아니 그것은 그곳으로 추락했어.

[박사 서이루]
재단 데이터베이스에서 '제 3 유형 라/수베르파 중급조작사태 특수절차'를 검색한 다음, 해당 문서에 기록된 절차를 실시하시기 바랍니다.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아. 화나지도 않고. 오로지 공허한 느낌만이 그것을 가득 채웠고, 그것은 더이상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어. 그렇게 그것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곳에서, 누구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을 곳에서 서서히 굳어갈 뿐이었어.

꽤나 갑작스럽게도, 모든 것을 잃고 서서히 미쳐가던 그것에게 한 구원자가 나타났어. 누군가가 그것. 그러니까 'x442 y852의 점'을 상상해준 거야. 수많은 개념들과 무한한 암흑만이 존재하던 이곳. 이곳을 향해 물질의 세계에서 빛나는 동아줄이 내려온거지.

[정보팀 요원 정승오]
중주성 요원은 현재 상황을 재단에 보고하시고, 문서를 조작한 대상을 계속 추적하십시오. 저는 저 절차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지각이라는 한 줄기의 빛을 쫒아 온 힘을 다해 뛰었고, 이내 사방이 빛으로 뒤덮였어. 그리고 빛이 걷히고 그것은 잠깐이나마 이 세상에 나타났어. 비록 누군가의 상상 속 한 점의 모습으로 존재할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감격에 차서 울 것 같았어. 물론 개념이 울 수는 없었지만.

[정보팀 요원 정승오]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곧 문서가 복원될 예정입니다. 중주성 요원. 보고와 추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절망에 빠졌어. 어떠한 행복도, 사랑도, 희망도 없는 곳에서 영원히 갇힐 것만 같았지. 그리고 그것은 매우 오랫동안 어딘가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울부짖었고, 비명을 지르고, 또 통곡했어.

[정보팀 요원 중주성]
상황 보고를 마쳤습니다. 이 현상을 기록할 문서를 작성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대상을 추적하는 것은 실패하였습니다. 여전히 IP가 없다고 뜨네요. 죄송합니다.

…뭐야. 불청객이 나타났잖아. 아직 할 말이 많은데 말이야.

[정보팀 요원 정승오]
앞으로 조사팀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는다고 하더군요. 일단 문서를 복원시키겠습니다. 우리는 일단 기다려보자고요.

젠장. 난 더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









잠시 뒤에 보자고. 친구.





































[안내 메세지 : 안녕하세요. 이 문서의 복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Yes •No




































[안내 메세지 : SCP-1580-KO의 문서를 2022년 11월 24일의 버전으로 되돌리겠습니까?]
>Yes •No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작성 권한 확인됨]
[문서 복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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