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시작>
다리츠 박사: D-8600, 들리나?
D-8600: 네, 들려요, 박사님.
다리츠 박사: 그쪽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영상을 얻을 수가 없네.
D-8600: 동굴이나 터널 같은 곳에 있어요. 여긴 너무 작고 어둡네요. 내 헤드 램프는 들어올 때 못 쓰게 돼버렸어요.
다리츠 박사: 움직일 수는 있겠나?
D-8600: 양팔을 앞으로 돌리거나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 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잠깐, 이거 뭐야? 이봐! 괜찮아?
다리츠 박사: D-8600?
D-8600: 누군가의 신발에 부딪혔어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봐, 아래에 있는 당신 괜찮나?
다리츠 박사: 그건 D-2445일세. 데이비스, D-2445의 무선에 맞춰보게.
D-8600: 무선이 들리는 것 같네요, 내 생각엔. 그쪽의 데이비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다리츠 박사: 흐음, D-2445의 반응이 없군, 게다가 우리 쪽에서는 그 쪽에서 데이비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네.
D-2445: 예, 박사님, 들리네요. (D-2445의 목소리가 조금 우물거리는 듯하나 D-8600의 무선 장치 너머로 들림)
다리츠 박사: 데이비스, D-2445의 통신을 끄게, D-8600의 무선 장치 쪽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네!
D-8600: 이봐, 만나서 기쁘-
D-2445: 모르겠어요. 뭔가 굉장히 작은 터널 안인데요. 너무 답답해요. 지금 꺼내줄 수 있어요?
다리츠 박사: D-2445, 들어보게. D-8600이 자네 뒤에 있으니 도움을 받아서 나갈 수 있을 걸세.
D-2445: 아뇨, 여긴 너무 어두워요. 아무 것도 안보이고, 막혔어요.
D-8600: 이봐, 괜찮아. 우린 여기가 막힌 것도 알고 함께 여기서 나갈 수 있잖아.
D-2445: 제 자세는 방금과 같이 배가 땅에 붙어있고, 몸이 기울어진 그대로라고요. 그리고 뭔가 작은 터널같은 거에 막혔어요. 주변은 온통 바위랑 진흙이에요. 머리나 팔을 올릴 공간이 없고 못 움직이고 있어요.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요.
D-8600: 알아, 괜찮다고. 두 팔을 머리 위쪽으로 붙일 수 있다면 그래 보고 내가 당신 발목을 잡아 볼게. 그럼 그쪽 사람들이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데.
D-2445: 아뇨,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했잖아요. 지금 좀 충격받았어요. 폐소공포증 때문은 아니지만 여긴 뭔가 굉장히 싫어요. 날 좀 꺼내주세요.
D-8600: 지금 그러고 있잖아! 좀-
다리츠 박사: D-8600, 말을 멈추게. 뭔가 잘못됐어, D-2445는 처음 무선 통신을 했을 때의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D-2445: 아뇨, 아뇨, 아뇨, 아뇨, 빨리 꺼내 줘요. 여기 더 있고 싶지 않다고요.
D-8600: 괜찮아, 좀 침착하라고. 박사님, 쟤는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전 제 팔을 제 앞으로 거의 놓았어요.
D-2445: 예, 아주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인데, 내 머리에 뭔가 맞았어요.
다리츠 박사: 아니, 그가 처음 통신할 때 했던 말을 그대로 하나 하나 되풀이하고 있잖아. 실제로 지금 그가 한 말대로 되어 가고 있는가?
D-8600: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예, 이거 참 오싹하네요, 그래도 그의 발목을 잡았어요. 밖으로 끌고 올테니 확인해 줘요.
D-2445: 신발 같은데요. 작고… 씨발.
D-8600: 박사님, 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에요?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요?
D-2445: 날 여기서 꺼내줘요, 박사. 날 꺼내 달라고.
다리츠 박사: 못 꺼내겠네, 미안하네.
D-2445: 아뇨, 지금 당장 꺼내 달라고요. 이 신발은… 어린애 신발인데.
D-8600: 그러니까 씨발 뭐라는 거냐고? 우리를 못 내보내 줘? 얘가 말하는 그 어린애 신발은 뭔 뜻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냐고요, 박사?!
D-2445: 제발. 제발요, 여긴 더 이상 있고 싶지 않다고요.
다리츠 박사: D-8600, 불행히도 자네와 연결되어 있던 줄은 자네가 사라지자 마자 끊어졌네. 왜 이렇게 되는 지는 모르겠어.
D-2445: 말을 걸었어요.
D-8600: 젠장. 알았어요, 계속 뒤로 끌고 가 보죠. 하지만 이 놈을 옮기는 건 무리일 텐데요.
D-2445: 어린 소년이요. 그렇지만 조금도 말이 안 된다고요.
다리츠 박사: 행운을 비네, D-8600. 그동안 계속 통신을 연결해 두겠네.
D-2445: 그…그 애는 내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고, 그래서 난 모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그 애가 정말로 말을 걸어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애가 내 목소리에는 대답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내가 좀 진정해졌을 때 그 애가 나보고 울음을 그치라고 했어요.
D-8600: 이 놈이 닥치면 더 편할 것 같네요.
D-2445: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녀석이 외치기 시작했는데 내가 그 애한테 닥치라고 했더니 그 애가 울면서 엄마에게 이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이 나에게 통신을 다시 하자 마자 그 애의 목소리가 그쳤어요. 날 여기서 내보내 줘요.
D-8600: 그냥 닥치라고! 좆같은 새끼야!
D-2445: 빨리요, 제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다리츠 박사: 그쪽은 진행중인가, D-8600?
D-8600: 조금은요. 쉽진 않지만 되어 가고는 있네요. 여기 공기는 참 탁한데요. 내가 돌아갈 동안 공기가 충분히 남았으면 좋겠네요. 이봐요, 이 놈 이제야 입을 다물었는데요?
다리츠 박사: 나도 그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네.
D-8600: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다리츠 박사: 뭐라고? 이제 뭘 말인가?
다리츠 박사: D-8600? 아직 거기 있나? 무슨 일인가?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