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대상: SCP-150-KO
면담자: D-7193
서론: 앞선 면담에서 SCP-150-KO와 장기간 면담을 하면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과 대상은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면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나타났기에 더 이상의 재단 인원의 손실을 막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D계급 인원을 면담자로 사용하게 되었다.
<기록 시작, [00:00:00]>
면담실 안에는 SCP-150-KO가 앉아있다.
D-7193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D-7193은 면담실 바깥에서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보고 있는 플리쳐 박사를 항해 고개를 돌린다.
D-7193: 에…. 그러니까 이 종이에 쓰인 것들을 저 치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까?
플리쳐 박사: 그러네. 하지만 의미 있는 대답을 얻을 때까지일세.
D-7193: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안 뒈지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죠, 뭐.
D-7193이 자리에 앉는다.
D-7193: 에…. 어디 보자, '당신은 누군가?' 별 희한한 질문도-
SCP-150-KO: 내일은 51% 확률로 맑음. 빨간색 옷이나 물방울 무늬 신발, 혹은 세번째 팔을 입는 것이 권장됩니다.
D-7193: 뭐, 뭐요?
SCP-150-KO: 초콜릿 케이크를 만드려면 일단 계란 2개, 초콜릿 4개, 그리고 제과점에서 만오천원에 파는 초콜릿 케이크 하나가 필요하다. 초콜릿 케이크 위에 초콜릿 4개를 얹고, 계란 2개는 옆에서 도와주는 친구에게 던지면 훌륭한 초콜릿 케이크가 완성된다.
D-7193이 플리쳐 박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D-7193: 이거 완전 미친놈인뎁쇼!
플리쳐 박사: 내가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의미 있는 대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하게.
D-7193: 씨발….
SCP-150-KO: 앞뒤앞뒤뒤뒤앞앞뒤앞뒤앞앞앞앞뒤뒤뒤뒤앞앞뒤옆.
[ 00:02:43 ~ 00:10:03 생략]
SCP-150-KO: 가위바위보에서 왜 보자기가 바위를 이기는지 모르겠어. 뾰족한 바위라면 보자기를 찢을 수 있잖아?
D-7193: 도대체 이 미친놈이랑 언제까지- 아아악!
갑자기 D-7193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플리쳐 박사: 왜 그러는가?
D-7193: 뭐, 뭔가가 내 다리를 만졌어!
SCP-150-KO: 도마뱀. 뱀장어. 어시장. 장독대. 대나무. 무지개. 개소주. 주머니. 니미럴.
플리쳐 박사: 진정하게. 그건 자네의 상상일 뿐이야. 아무것도 자네의 다리를 만지지 않았어.
SCP-150-KO: 감각이라는 것은 외부 자극이 감각 기관을 통하여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는 것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충분히 인공적으로 감각을 재현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D-7193: 오, 그렇겠지 박사 양ㅂ-아아아아아악!
플리쳐 박사: 질문을 계속해주게.
D-7193: 오, 세상에…. 사신이야, 사신이라고…. 날 잡으러왔어….
SCP-150-KO: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 00:10:42 ~ 00:29:01 생략]
플리쳐 박사: D-7193?
D-7193은 바닥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다.
플리쳐 박사: D-7193, 괜찮은가?
D-7193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이내 자세를 고쳐앉는다.
D-7193: 다, 다 간 건가요…?
플리쳐 박사: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네. 모두 자네의 환상이었어.
D-7193: 뭐, 지금 제가 악몽이라도 꿨다는 겁니까?
플리쳐 박사: 편한 대로 생각하게. 어쨌거나 질문을 계속해주게나.
SCP-150-KO: SCP 재단의 인원들은 총 5등급으로 보안 인가가 나뉘는데, 12등급 정도면 꽤나 높다고 볼 수 있다.
D-7193: 저거 아직도 헛소리나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때, D-7193의 코에서 피가 흐른다.
D-7193: 어라, 왜-
[비명]
D-7193이 자신의 왼쪽 귀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른다.
D-7193: 내 귀! 내 귀!!
플리쳐 박사: D-7193, 질문을 계속해주게.
D-7193: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같으면 할 수 있겠냐! 아악….
SCP-150-KO: 문의 감사합니다, 고갱님. 고갱님의 건의를 최대한 반영해보겠습니다.
플리쳐 박사: 질문을 계속하게.
D-7193: 닥치고 엿 먹어, 개..새끼…..들아…….
D-7193은 갑자기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규칙적인 복부의 움직임을 보아 수면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SCP-150-KO: 1 더하기 1은 3이다. 나는 놀라우리만치 새로운 방법으로 이 사실을 증명하였으나, 이 방법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00:31:12 ~ 01:00:31 생략]
앉아있던 SCP-150-KO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져있는 D-7193을 향해 다가간다. SCP-150-KO는 다시 침묵하고 있고, 그저 서서 D-7193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D-7193이 눈을 뜬다.
D-7193: 뭐, 뭐야 씨발….
D-7193은 갑자기 자신 앞에 있는 SCP-150-KO 때문에 놀란 것으로 보인다.
SCP-150-KO: …박진혁?
D-7193: 뭐, 뭐…?
SCP-150-KO: 박진혁. 올해 나이 31. 서울 태생.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재단으로 들어왔다. 맞나?
D-7193: 그게 뭐 어떻다는-
SCP-150-KO: 첫사랑은 7살 때 옆집 또래 여자아이. 하지만 곧 이사하였기 때문에 영원히 마음을 전하진 못했지.
D-7193: 뭐…라고…?
SCP-150-KO는 이후 약 10분간 D-7193에 관한 것들을 계속해서 말했다.
D-7193: 너, 누구야. 어떻게 다 아는 거야!
SCP-150-KO: 나를 알고 싶나?
D-7193: 그래 이 개새끼야! 가면 벗어 씨발!
SCP-150-KO는 카메라 쪽을 보더니 카메라를 등지는 방향으로 D-7193 앞에 선다. 가려서 보이진 않으나, 가면을 벗는 것으로 보인다.
D-7193: 뭐….
D-7193이 SCP-150-KO의 얼굴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D-7193은 경악을 감추지 못하더니,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한다.
D-7193: 커헉….
SCP-150-KO: 나는, 너다.
SCP-150-KO가 몸을 돌려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이미 가면은 쓴 상태이다.
D-7193은 바닥에서 몇 차례 꿈틀거리더니 이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다.
플리쳐 박사: 면담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회수 로봇을 투입해.
<기록 종료, [01:12:41]>
결론: SCP-150-KO는 자신의 격리실로 돌아갔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한 질문에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D-7193의 사인은 심장마비이다.
SCP-150-KO의 마지막 말을 토대로 대상이 사실은 미래에서 온 D-7193이 아니냐는 가설이 제기되었으나, D-7193이 사망한 것과 대상의 변칙적 특성이 설명되지 않기에 이내 기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