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26-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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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126-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126-KO의 주요 발병지는 위험성이 모두 소멸했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완전히 봉쇄하며, 인근의 주요 교통망을 지나는 모든 차량에게 검문과 소독을 실시한다. 또한 해당 지역엔 생물학적 방호복을 갖춘 요원을 파견한다. 요원들은 확산 속도를 파악하는 것 외에도 지역의 의료 관계자/공무원들이 최근 받은 이메일/우편/메시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 중 다음의 내용 또는 유사한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발견된다면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여 발신자를 추적토록 한다.

  • 배금주의
  • 인류의 진화/신인류
  • 제 6감각
  • HEI920921

SCP-126-KO의 감염자는 무기한 구금한다. 분리된 감염자의 안구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설명:SCP-126-KO는 RNA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단백질 외막 대신 이산화규소 껍데기가 존재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통상의 바이러스와 일치한다. 이 외피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정교하게 세공된 새 조각품처럼 보인다. SCP-126-KO와 새 사이의 연관성은 외관뿐으로, SCP-126-KO의 외피가 실제로 날개나 부리의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외피에 표적 단백질이 없다는 특징 때문에 인간의 면역 체계는 자연적으로 SCP-126-KO를 사멸시킬 수 없다.

SCP-126-KO는 보통 혈류를 타고 안구로 이동한다. 대기를 부유하다가 각막에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 SCP-126-KO가 인체에 침입한 순간부터, 감염자의 신체는 음식물로 섭취한 규산을 배출하지 않고 안구로 보내기 시작한다. 규산의 섭취량이 모자란 경우 뼈와 모발에서도 규소를 내놓는다. 이는 SCP-126-KO가 안구에서 증식하는 것을 돕기 위한 반응으로 보인다.1 SCP-126-KO가 어떻게 인체의 전 범위에서 규소를 끌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연구 중이다.

SCP-126-KO가 일단 숙주 세포에 침투하고 나면 그 이후의 과정은 보통의 바이러스가 자기 복제를 하는 매커니즘과 유사하게 진행된다. 개체는 유전 정보를 숙주 세포에 삽입하여 자신의 외피를 합성시키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규소가 소모된다. 일부 외피는 다시 완전한 SCP-126-KO 개체로 조립되고 누액을 통해 감염자의 몸 밖으로 빠져 나가지만 대부분의 규소 껍데기는 그대로 안구에 쌓인다. 유리체를 둘러싼 조직은 감염이 진행될수록 차츰 파괴되며 그 자리에 이산화규소 결정이 자라난다. 이때 철(Fe)을 비롯한 체내 금속 원소가 끼어 들어가기 때문에, 결정은 다양한 색채를 띤다. 유리체는 대부분 공막이 파괴되면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규소의 공급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 15일 안팎의 기간이 지나면 감염자의 안구는 속이 빈 구형의 이산화규소 결정으로 변이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시신경이 광물화된 안구에서 떨어져나가면, 감염자는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부피가 줄어든 안구는 안와에서 쉽게 굴러떨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보석은 유통되는 석영계 보석과 구별이 불가능하다. 보석을 판매하여 연구 자금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SCP-126-KO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어 기각되었다.

감염 초기의 감염자는 보통 광량의 증가로 인한 눈부심, 이물감, 두통, 등을 호소하나 이것은 점차 기묘한 만족감으로 변질된다. 이 만족감은 빛의 산란이 극대화되는 말기까지 점차 증가하다가, 안구가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급격히 가라앉는다. 공통적으로 우울감과 탈력감으로 표현되었다. 17/██/█ 추가: SCP-126-KO의 감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감염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부록 2 참조.

  • SCP-126-KO 실험 기록

SCP-126-KO에 감염된 피실험자에게 화병을 그리도록 지시하였다. 피실험자에겐 피사체인 화병 외에 크레파스와 도화지가 제공되었다.

감염 후 경과 시간 특이사항
4일 피험자는 그림을 그리던 도중 시야의 '반짝거림'이 화병을 보는 데 방해가 된다고 진술. 화병의 바닥은 평평하게, 잎맥은 그물 형태를 과장하여 그렸는데, 피험자 본인의 주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임. 물체의 고유색에 초점을 맞추어 평면적인 채색을 함.
8일 피험자는 화병의 '고유색'보다는 '보이는 색'에 집중하기 시작함. 3일차의 그림보다 중심부를 확장, 가장자리를 축소하여 그렸는데, 시야가 구형으로 왜곡된 탓이라고 추측. 피험자는 '둥글게 깎은 수정을 통해 상을 보는 것 같다' 고 말했음.
12일 화병의 형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색채만이 존재. 피험자는 그림을 그리는 내내 '사방이 반짝거린다. 정말 아름답다. 마치 보석 같다.' 는 말을 연발함. 그림을 그리는 동안 피험자가 한 말들엔 '보석'이라는 단어가 총 31회 포함되어 있었음.
16일 피험자의 눈은 15일째 되는 날에 떨어져나간 상태임. 그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사방이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고 답함.

부록:

첨부된 문서는 최초로 SCP-126-KO에 감염된 환자를 진찰한 안과의가 ██월 █일에 받은 이메일이다. 해당 안과의에게는 기억 소거가 실시되었다. 발신자를 추적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상대의 이메일 주소는 이미 █년 전 서비스를 종료한 사이트의 주소였다.

보낸이: HEI920921@████.com

지구상에 인류의 포식종은 없다고 합니다. 그것인즉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은 같은 인류라는 말입니다. 인류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문명에 짓눌려 쇠퇴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지성에 심취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개념을 만들고, 지금 그것들은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 역으로 우리를 퇴화의 길로 이끄는 중입니다. 자칭 지구 최고의 지성체들은 그 머리를 굴려 자기네 통장 배나 불리고 있습니다. 그놈의 돈!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개념을 좇느라 무한한 뇌의 능력이 무시됩니다. '주세요!' 소리밖에 할 수 없는 신경세포체가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겠습니까? 이제 인류는 물질적인 차원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반짝이는 자극에 환장하는 까마귀들에게 새로운 눈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보석의 광휘에 이끌리지 않는 새로운 눈을요. 인류의 새로운 인지력이 진화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부록 2:

이하는 감염 후로부터 30일 이상이 경과한 감염자의 면담 기록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감염자: … … 그러고 내 눈이 뚝 떨어져 나갔죠.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어요. 영영 시력을 잃은 줄로만 알았으니까요. … (중략) … 그 연구원이 내 그림을 집어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피험자에게 검은색을 집어 주었어?' 저는 말이죠, 검은색 크레파스를 정확히 골라낸 겁니다. 그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사람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파장의 범위가, 이를테면, 가시광선에서 자외선 범위까지 확장된다면, 그 사람은 아주 다른 세상을 보게 되겠죠, 그렇죠? 지금의 저는 자외선을 넘어, 아예 빛이라는 범위를 벗어난 파장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저는 그전과 다른 세상을 봅니다. 분위기를, 온기를, 감정을 봅니다. 내 주변의 호흡을 느끼고 있어요. 내 집에, 통장에 찍히는 숫자에, 눈 앞의 아름다움에 매달렸던 과거를 후회하는 동시에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제가 껍질 하나를 벗어던졌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위와 같은 면담 대상의 발언에 근거하여, 대상이 의도적으로 감염자를 늘리기 위해 돌발 행동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상은 3일 뒤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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