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200-KO

일련번호: SCP-1200-KO

등급: 케테르 (Keter)

특수 격리 절차: 수면변칙부서 소속 SCP-1200-KO 담당 직원들은 SCP-1200-KO-1을 추적한다. 재단 웹크롤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SCP-1200-KO가 민간 사회에서 발생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설명: SCP-1200-KO는 2022년 12월 4일 하루동안 1등급부터 5등급 직원 모두에게 나타난 수면변칙현상이다. 개인별 인식저항수치(CRV)와는 관계없이, 거주지역 기준 12월 4일에 5분 이상 수면을 취한 직원 모두에게 SCP-1200-KO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SCP-1200-KO의 영향을 받은 인원들은 모두 꿈속에서 SCP-1200-KO-1을 만났으며 10분~7시간 정도의 대화를 나누는 꿈을 공통적으로 꾸었다. 대화 내용은 모두 상이했으며 많은 직원들이 기상 후 SCP-1200-KO를 망각하였으나, 간단한 최면 기법 등을 통해 대부분 SCP-1200-KO를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다.

SCP-1200-KO-1은 SCP-1200-KO에서 나타난 몽중독립체이다. SCP-1200-KO-1은 10대에서 80대의 남성 또는 여성, 닥스훈트, 뒤집어진 지구본, 보라색 비누거품과 샤워볼, 하늘색 우산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었으며 이 형상 중 어느 것도 SCP-1200-KO-1의 본 모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모든 SCP-1200-KO에서 SCP-1200-KO-1은 재단 직원이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대개 SCP-1200-KO가 일어나서는 안 될 실수라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재단 직원과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하는데 이때 많은 직원들이 해당 개체에게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무언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SCP-1200-KO 동안 꿈속의 공간 역시 개인마다 상이했는데 칠판이 떠다니는 수족관, 천장이 사라진 펜트 하우스, 비건 레스토랑, 영화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 로비 등이 있었다.

다음은 SCP-1200-KO 발생 중 기록된 SCP-1200-KO-1과의 대화 내역이다.

SCP-1200-KO 발생 기록 00005
대상: 04K기지 수면변칙부서 유이경 연구원
비고: 유이경 연구원은 28번 수면기록장치를 점검하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고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점검 시간은 5분이었다.


유이경 연구원이 깨어난다. 주변의 풍경은 04K기지 B3동 3번 강의실이다. 유이경 연구원은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살피다가 SCP-1200-KO-1과 눈을 마주친다. SCP-1200-KO-1은 20대 중반의 여성의 모습을 한 채, 하얀 양복을 입고 구두를 솔질하고 있었다.

유이경 연구원/SCP-1200-KO-1: 으아 깜짝이야.

유이경 연구원: 저기, 누구세요?

SCP-1200-KO-1: 어, 내가 보이는 거야?

유이경 연구원: 그게.. 네, 그런 거 같은데요.. 뭐하시고 계세요?

SCP-1200-KO-1: 뭐.. 보이는 대로. 흰 양복 입고 구두 솔질 중이지. 넌 뭐하고 있었어?

유이경 연구원: 저요? 전.. 어..

SCP-1200-KO-1: 천천히 대답해줘. 구두 솔질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거든.

유이경 연구원: ..수면제를 먹었는데. 나 아직도 자고 있는 거에요? 무슨 꿈이 이렇게..

SCP-1200-KO-1: 나한테 묻는 거라면, 응. 너 아직 자고 있는거 같네.

유이경 연구원: 유이경 연구원이 엄지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마, 말이 안 되는데.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거야. 이렇게 깊게 잘 수 있을 리가 없다고.

SCP-1200-KO-1: 어.. 그건 미안하게 됐어. 사실 넌 이런 꿈을 꿀 필욘 없었거든. 내 실수야. SCP-1200-KO-1이 구두와 솔을 바닥으로 내려놓는다.

유이경 연구원: 어, 저 지금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 꾸, 꿈을 꾸게 한 주체가 당신인 것처럼 들리는데요. 맞나요?

SCP-1200-KO-1: 네가 묻고 싶은 건 내가 변칙 개체냐는 거겠지? 아마 맞을 거야.

유이경 연구원: 아마요? 지금 아마라고 했어요? 유이경 연구원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한다.

SCP-1200-KO-1: 어, 이봐. 이게 내 잘못이 맞긴 한데 일단 진정해줄 수 있어?

유이경 연구원: 왜 나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야. 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한다고! 유이경 연구원이 혀를 깨문다.

SCP-1200-KO-1: SCP-1200-KO-1이 유이경 연구원에게 다가간다. 저기-

유이경 연구원: 가까이 오지마! 유이경 연구원이 뒤돌아 달아나려다 계단에 걸려 넘어진다.

SCP-1200-KO-1: SCP-1200-KO-1이 뛰어온다. 괜찮아? 꿈속이라도 다치면 서글프다고.

유이경 연구원이 과호흡 증상을 보인다. 그러자 SCP-1200-KO-1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종이봉투를 꺼내 유이경 연구원의 손에 쥐여준다.

SCP-1200-KO-1: 진정해, 난 당신 해치려는 게 아니야. 당신 해치려는 게 아니라고. SCP-1200-KO-1 유이경 연구원의 명찰을 확인한다. 유이경씨? 이거 코랑 입에 대고 숨셔. 진정 해보라고.

유이경 연구원이 종이봉투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2분 정도 지나고 유이경 연구원의 과호흡 증상이 사라진다.

SCP-1200-KO-1: 아까 수면제 먹었다고 했지? 얼마나 먹었어?

유이경 연구원: 하, 한 알이요. 엄청 약한 걸로..

SCP-1200-KO-1: 한 알이면 금방 일어나겠네. 음, 진정이 됐으면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아까 왜 그렇게 무서워한 거야?

유이경 연구원: ..그쪽이 변칙 개체라고 하니까.. 저한테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SCP-1200-KO-1: 널 영영 꿈속에 가두고 못 일어나게 할 거라고 생각했구나.

유이경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SCP-1200-KO-1: 난 그런 악취미는 없어. 하여간 그런 걱정하는 거 보면 재단 직원은 맞네.

유이경 연구원: 근데 제가 재단 직원인건 어떻게..

SCP-1200-KO-1: 거기 명찰에 있잖아. SCP 재단 04K기지 수면변칙부서. 그건 그렇고, 그럼 평소에도 잠을 잘 못 자는 편이야?

유이경 연구원: 예? 예.. 못 잔다기보단 무서워서 잘 안잘려고 해요.

SCP-1200-KO-1: 무서워서?

유이경 연구원: 수면변칙부서에 있으니까.. 십 년 넘게 못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꿈에 나타나는 악몽 같은 것들을 연구해야 하고, 바로 어제까지 대화한 사람이 하룻밤이 지나니까 다시는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잠은 자야 하는데, 바로 다음 사람이 제가 될 수 있으니까..

SCP-1200-KO-1: 그럼 평소에는 자는 시간에 뭐해? 뭘 하면서 시간을 때우려고 하지?

유이경 연구원: 보통은 연구나 잔업을 좀 하고.. 그제는 한국이랑 포르투갈 축구 봤어요. 한국이 이겨서 월드컵 16강을 갔고요.

SCP-1200-KO-1: 멋진데. 그럼 평소에는 계속 그런 식으로 쪽잠을 자는 거야?

유이경 연구원: 네, 어쨌든 아예 안 잘 수는 없으니까요.

SCP-1200-KO-1: 그럼 힘들지는 않고? 그런 식으로 지낸 지 얼마나 됐어?

유이경 연구원: 힘들긴.. 힘들죠. 한 4년 됐나? 솔직히 이젠 못버티겠어요. 4년 넘게 일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무서워서 벌벌 떠는 거 보면 저랑 이일이 아예 맞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요.

SCP-1200-KO-1: 그렇다고 생각해?

유이경 연구원: 저 말고 부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4년 동안 친해지거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이 일도 무서운데 부서 사람들도 무서워요. 저만 따돌려지는 느낌도 들고..

SCP-1200-KO-1: 아니, 너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거야. 정말로 멈춰야 할 때, 그만둬야 할 때, 끝내야 할 때 말이야. 그건 네가 결정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유이경 연구원: 나는..

SCP-1200-KO-1: 아, 미안해. 너한테 지금 당장 대답을 하라는 게 아니야. 그런 대답을 요구하는 사람은, 그리고 그걸 대답하는 사람은 너니까.

유이경 연구원이 침묵한다.

SCP-1200-KO-1: 여긴 네 꿈이야. 내 꿈도, 다른 사람의 꿈속도 아니지. 네가 원한다면 넌 일어날 수 있어. 네 인생도 마찬가지야. 털고 싶다면 언제든지 털어낼 수 있어. 그런 결정을 누릴 수 있는게 바로 우리 인생이니까. 네가 무서운 건 당연한 거야. 너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아. 그리고 거기서 3년 이상 버틴 사람도 별로 없고. 내 말이 맞지?

유이경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SCP-1200-KO-1: 네가 무서운 건 그만큼 네 인생이 소중해서 그런거야. 소중하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 소중하지 않다면 손에 그걸 놓친다고 그걸 아쉬워하겠어? 그러니 너가 소중히 쥐고 있을 때 선택을 하라는거야. 멈추는 선택과 멈춰지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니까. 내가 다른 얘기를 해줄게. 암 알지?

유이경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SCP-1200-KO-1: 사실 그냥 물어본 거야. 한국인이 죽기전에 암에 걸릴 확률이 35%가 넘는다는 사실 알고 있어? 생각보다 높지?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는 소리야. 그리고 그 중에서도 30% 정도가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해서 죽게 돼. 대략 9명 중 하나지. 그럼 네가 잠에서 못 깨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야매 계산을 해보면 1년 365일에 앞으로 대략 네가 살 60년을 곱해보자고. 거기에 네가 앞으로 평균 6시간씩 잘 거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얼마가 나올까? 13만 1400시간이야. 넌 앞으로 13만 1400시간을 잘거야. 그중에서 딱 한 번 잘못 걸리면 끝이지. 그럼 13만 1400분의 1이야. 물론 진지하게 파고들면 빈틈투성이 계산이야. 빈틈이 없는 걸 찾기가 더 힘들걸? 하지만 한국인 중 변칙 피해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어떻지?

유이경 연구원이 침묵한다.

SCP-1200-KO-1: SCP-1200-KO-1이 미소 짓는다. 결국 내 말은 네가 무서운 건 당연하다는 거야. 확률은 우리 편이 아니고 우리 인생은 불합리로 가득하니까. 길가다가 번개에 맞을 수도 있고 참치캔을 따다가 팔을 베여서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는 세상이잖아. 그러니까, 네가 무서운 만큼이나 넌 네 인생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거야. 확률을 믿고 더 나아갈지, 아니면 훌훌 털어내고 더 나아갈지. 어느 쪽이든 넌 더 나아갈 수 있어. 그게 인생이야.

유이경 연구원이 대답하려고 입을 연다. 그러나 점검 시간 만료를 알리는 수면기록장치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SCP-1200-KO-1: 이건 무슨 소리야?

유이경 연구원: 아, 수면기록장치 알람이에요! 5분 후에 올리도록 세팅했거든요!

SCP-1200-KO-1: 수면기록장치? 미치겠네, 그럼 이 대화도 기록되겠네?

유이경 연구원: 어, 사실 그럴걸요? 아니, 맞아요!

SCP-1200-KO-1: 좋아, 나도 정식 일련번호를 부여받겠네. 다음에 또 만날 일 있으면 내가 몇 번 받았는지 알려줘!


부록: 유이경 연구원은 아무런 문제 없이 기상했다.


SCP-1200-KO 발생 기록 000016
대상: 기동특무부대 오미크론 로 "드림팀" 제이슨 맥웰 중위
비고: 제이슨 맥웰 중위는 혼자서 자각몽 훈련 중이었다. 이하 기록은 그가 꿈에서 깨어난 후 스스로 기록한 것을 면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제이슨 맥웰 중위는 체육관에서 농구대에 슛을 연습하고 있었다. 천장의 스피커에서는 Anthony Davis의 Variations In Dream-tim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농구공이 백보드에 튕기고 맥웰 중위는 공을 줍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청바지 차림에 Philadelphia 76ers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그위에 실험복 가운을 걸치고, 조종사 고글을 쓴 10대 남자아이로 보이는 SCP-1200-KO-1을 발견한다.

제이슨 맥웰 중위: 넌 뭐냐?

SCP-1200-KO-1: 응?

맥웰 중위가 농구공을 SCP-1200-KO-1에게 던진다. SCP-1200-KO-1은 무리 없이 농구공을 받는다.

제이슨 맥웰 중위: 네가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던졌는데, 다시 물을게. 너 누구야?

SCP-1200-KO-1: 야단 났네. 내가 보이는구나.

제이슨 맥웰 중위: 어, 당연히 보이지. 다시 공 좀 돌려줄래?

SCP-1200-KO-1: 그래.. 그러지 뭐. SCP-1200-KO-1이 농구공을 바닥으로 튕겨서 맥웰 중위에게 보낸다.

제이슨 맥웰 중위: 너 내 말을 알아듣는구나?

SCP-1200-KO-1: 응?

제이슨 맥웰 중위: 공을 받고 내 말을 듣고 다시 돌려주고. 나랑 대화도 할 수 있고 상호작용도 가능하네. 근데 확신하건대 넌 내 꿈의 일부는 아니야. 그러니 세 번째로 묻는데, 너 뭐하는 녀석이냐?

SCP-1200-KO-1: 어.. 확신할 수 있어? 나도 네 꿈의 일부일 수 있잖아. 한 열 살 쯤에 기억 안 나? 옆집에 교정기 끼고..

제이슨 맥웰 중위: 첫 번째로, 난 열 살 때 친구 없었어. 그리고 두 번째는, 너 교정기 안 끼고 있어.

SCP-1200-KO-1: 아, 망할. 그래, 나 불청객이야.

제이슨 맥웰 중위: 그게 대답이야? 직관적이네.

SCP-1200-KO-1: 내 실수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실수야.

제이슨 맥웰 중위: 정확히 네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말해줬으면 하는데.

SCP-1200-KO-1: 넌 날 보면 안 돼. 애초에 만나서도 안되고. 지금 이 순간의 이 모든 일이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야.

제이스 맥웰 중위: 네 실수라, 원래는 다른 용건이 있었나 본데?

SCP-1200-KO-1: 지금 에둘러 심문하는 거야? 재단 기특대원답네. 미안하지만 그건 대답할 수가 없어.

제임스 맥웰 중위: 내가 재단 기특대원인건 어떻게 안거야?

SCP-1200-KO-1: 그건.. 그냥 내가 원래 알고 있는거야. 나 변칙 존재라고 이미 여기고 있잖아? 그러니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달라고.

제임스 맥웰 중위: 그래.. 일단 그렇다고 해보고-천장의 스피커에서 Anthony Davis의 Variations In Dream-time이 끝나고 Patrick O'Hearn의 Ancient Dreams가 재생되기 시작한다.

SCP-1200-KO-1: 재즈 좋아하나 보네. 아니면 좀 의도적인 선곡인가? 드림 타임에 이어 에이션트 드림?

제임스 맥웰 중위: 반은 의도적이지.

SCP-1200-KO-1: 그럼 나머지 반은?

제임스 맥웰 중위: 나도 몰라. 그냥 오늘은 재즈가 끌리더라고.

SCP-1200-KO-1: SCP-1200-KO-1이 주위를 둘러본다. 자각몽치곤 상당히 평범해 보이는데, 실제 세상이랑 달라 보이지도 않고. 보통은 현실과 꿈을 구분하기 위해서 이상한 걸 설정해두지 않나?

제임스 맥웰 중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이상한 건 내 눈앞에 있는데?

SCP-1200-KO-1: 하, 이상한 거? 뭐가 이상한데? SCP-1200-KO-1이 양팔을 벌려 항의하는 몸짓을 취한다.

제임스 맥웰 중위: 실험복 가운에, 조종사 고글? 거기다가 필라델피아 석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SCP-1200-KO-1: 와, 복장으로 공격한다고?

제임스 맥웰 중위: 정곡을 찌르긴 했나 보네. 아프냐?

SCP-1200-KO-1: 아프냐고? 아픈 만큼 나도 한번 찔러보자.

제임스 맥웰 중위: 얼마든지.

SCP-1200-KO-1: 그래.. 뭘 묻냐.. 너 열살 때 친구 없었다고 했지. 그건 뭔 얘기냐?

제임스 맥웰 중위: 아, 그거? 우리 어머니가 날 과보호하셨거든.

SCP-1200-KO-1: 아. 난 그냥 베개 파티에서 오줌 지리거나 할로윈 때 같이 분장할 친구가 없었던 정도나 예상했었는데.

제임스 맥웰 중위: 오줌 지리는 게 더 비참할 거 같은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네 살 때 부모님이 성격차이로 이혼하고 어머니가 나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셨을 뿐이니까. 홈스쿨링하면서 TV로 스타트렉이나 원더 이어즈 같은 프로를 못 봤을 뿐이고. 그 시절 내 유일한 여가가 화요일에 체육관에 나와서 혼자 농구 연습을 하던 거네.

SCP-1200-KO-1: 아, 그럼 여기가..

제임스 맥웰 중위: 제임스 맥웰 중위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골대에 슛을 한다. 덕분에 농구 실력만은 좋아졌지.

SCP-1200-KO-1: 내가 괜한 걸 물어봤다는 생각이 드네.

제임스 맥웰 중위: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돼. 내가 대학생이 된 이후론 어머니도 날 더는 막지 못하셨으니까. 내가 농구로 대학에서 MVP를 먹었을 땐 어머니도 축하해주셨고.

SCP-1200-KO-1이 침묵한다.

제임스 맥웰 중위: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에 대해서 나쁜 기억은 별로 없어. 그냥 좀.. 약간의 회한은 있지만.

SCP-1200-KO-1: 회한이라니?

제임스 맥웰 중위: 그냥 반항심이지. 내가 사회에 나와서 처음 느낀 충격이나 반향이 어머니께로 괜히 쏠린 거야. 외로워하신다는 걸 알면서 잘 찾아뵈지도 않고. 내가 졸업하고 나서 재단에 취직한 이후에 보안 때문에 직장을 말을 못하니까 당신 때문에 내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걸 바로잡으려 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그래서 점점 잘 안 찾아가다가 결국엔 임종까지 못 지켜 드렸어.

SCP-1200-KO-1: 유감이네.

제임스 맥웰 중위: 고마워. 그런데 생각해보면 회한만이 아니라 두려움도 있었던 거 같아.

SCP-1200-KO-1: 어머니를 두려워했어?

제임스 맥웰 중위: 어머니를 대상으로 두려워했다기보단, 부모님처럼 될 거 같아서 두려웠지. 재단에 들어오고 보니 부모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 상처받고 모든 걸 떠나버린 사람도 있고, 남은 것에 집착하며 과거에 갇힌 사람도 있었고. 그런 게 눈에 너무 밟혔어.

SCP-1200-KO-1: 지금 상황에 맞는 말인지는 확신이 안서지만 '자식이 부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순간이 부모와 함께 서는 순간이다.'라는 말이 있지.

제임스 맥웰 중위: 절반은 넘겨짚은 듯한 말인데?

SCP-1200-KO-1: 넘겨짚은 게 절반밖에 안된다고?

제임스 맥웰 중위: 그러고 보니 널 상대로 별걸 다 말했네. 이래도 되나 몰라.

SCP-1200-KO-1: 말하고 싶지 않다면 강요할 순 없지.

제임스 맥웰 중위: 이쯤에서 끊긴 나도 그런데. 그냥 다 말하지 뭐. 네 추측이 맞을 거야. 네 추측에 대한 내 추측이 맞다면 말이지.

Patrick O'Hearn의 Ancient Dreams의 음량이 줄면서 천천히 노래가 끝난다.

SCP-1200-KO-1: 계속해줘.

제임스 맥웰 중위: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진지하게 결혼도 고민할 수 있을 만큼.

SCP-1200-KO-1: 멋진데. 그럼 왜 걱정하는 거야?

제임스 맥웰 중위: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걱정이 들어. 난 군인인데 그 사람은 연구원이거든. 난 명령이 있으면 언제 어디든 가야하고 임무에 따라 목숨도 간당간당해질 때가 많아. 근데 그 사람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기가 담당하는 SCP에 따라 기지에 박혀있어야 하고. 요컨대.. 난 무책임하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

SCP-1200-KO-1: 그런 걱정을 하는 거였구나.

제임스 맥웰 중위: 사실 결혼이 대수냐는 생각이 들기도 해. 재단 직원끼리 그냥 사실혼 관계만 갖는 경우도 많고. 하지만 그 사람도 가족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거든. 그 사람은 자기가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원하는데.. 이를테면 새로운 가정이라든지.

SCP-1200-KO-1: 그러니까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넌 네 연인이 바라는 가족으로서의 모습을 지킬 수 없을 거 같아서 걱정하는구나.

제임스 맥웰 중위: 그렇지. 나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이유도 있으니까.

SCP-1200-KO-1: 잠시만, 너 자신의 문제는 뭐야?

제임스 맥웰 중위: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난 내 감정 때문에 어머니 임종도 못 지켜 드렸어. 아버지처럼 말이야. 물론 아버지도 아버지만의 사정은 있겠지만 나도 그런 사정은 얼마든지 있었어. 중요한건 내가 상처를 줬다는거야. 그 누구에게도 주지 말아야 할 상처를. 내가 아까 두렵다고 말한 게 이거 때문이야.

SCP-1200-KO-1: 음, 내가 한마디 얹자면, 그 상처를 너는 네게 입히고 있어.

제임스 맥웰 중위: 응?

SCP-1200-KO-1: 모든 것은 붙잡을 때가 있고, 놓아줄 때가 있는 거야. 너의 어머니가 너를 결국 놓아주신 것처럼 말이야. 물론 네가 죄송스러운 일을 한건 사라지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너의 부모님과 너의 한 일을 가지고 죄스러운 상(像)을 스스로 입힐 필요는 없어.

제임스 맥웰 중위가 침묵한다.

SCP-1200-KO-1: 그런 상을 가지고 스스로 자책하면서 과거를 짊어질 필요도, 걱정을 사면서 미래를 멀리할 필요도 없어. 넌 네게 주어진 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면 되는 거야. 네 눈 앞에 무한히 늘어선 현재들을 말이야.

제임스 맥웰 중위: 그래, 하지만..

SCP-1200-KO-1: 그래, 알아. 미안해. 당연히 허울 좋은 소리라고 반박할 수 있을 거야. 당연히 반박할 수 있지.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너고, 걱정하는 사람도 너고, 살아가야 할 사람도 바로 너니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살아가는 주체는 바로 너라는 거야. 네가 스스로 입히는 그 상이 아니라. 너의 아버지도, 너의 어머니도, 네 죄책감도, 그 어떤 것도 널 대신해 선택하고 나아가고 살아갈 순 없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너고, 연인과 함께하든, 하지 않든 그걸 선택하는 것도 너고, 그 무엇이 되었건 네 현재를 살아가는 건 바로 너야. 네 상을 입히지 마. 그건 네가 아니니까.

제임스 맥웰 중위가 침묵한다.

SCP-1200-KO-1: 물론 네가 앞으로도 실수를 범하지 않을 거란 말은 아니야. 당연히 인생에는 실수가 있고 사람에겐 상처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실수를 딛고 또 회복하고, 나아가는 건 너라는 거야. 네 상은 멈춰있을 거지만 넌 더 나아갈 거니까.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지? 그건 네 군인이라는 신분을 말하는 거야?

제임스 맥웰 중위: 어, 그래.

SCP-1200-KO-1: 네 연인은 그런 불가항력적인 이유를 알면서도 널 원하는 거 아니야? 네 연인이 널 바라보는 시선에 과연 네 상과 불가항력적인 이유가 들어있을까?

제임스 맥웰 중위: 나는..

SCP-1200-KO-1: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 네가 상처를 입혔거나 입힐 사람을 생각하는게 아니라 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을 생각해. 넌 떠나버려 상처를 준 아버지가 아니라 농구 MVP로 어머니를 기쁘게 한 아들이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하고 함께하고 싶은 연인이니까.

제임스 맥웰 중위의 탁상시계가 울리기 시작한다. 제임스 맥웰 중위가 곧바로 깨어나면서 SCP-1200-KO-1이 사라진다.


부록: 제임스 맥웰 중위는 아무런 문제 없이 기상했다.


SCP-1200-KO 발생 기록 [편집됨]
대상: [편집됨]
비고: 특이하게도 [편집됨]은 꿈의 시작부터 SCP-1200-KO-1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SCP-1200-KO-1은 머리 대신 붉은사슴뿔버섯이 달린 샐러리맨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편집됨]과 SCP-1200-KO-1은 토스트 전문점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버터와 치즈, 땅콩 잼과 계란 프라이 등이 담긴 토스트를 쥐고 막 먹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편집됨]: 그래서 내가.. 잠시만.

SCP-1200-KO-1: SCP-1200-KO-1이 토스트를 버섯 머리로 가져가다가 멈춘다. 응? 왜?

[편집됨]: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SCP-1200-KO-1: 아, 망할.

[편집됨]: 보아하니 일이 잘 안 풀린 모양이지?

SCP-1200-KO-1: 내 실수야.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편집됨]: 그래, 실수 같네. 그 머리로 토스트는 어떻게 먹으려고 한 건가?

SCP-1200-KO-1: SCP-1200-KO-1이 토스트를 바라보다가 접시로 내려놓는다. 이건 신경 쓰지 마.

[편집됨]: 그럼 다른 걸 신경 써야겠네. 자네가 정확히 뭐 하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대화를 나눠서도 안 되겠지. 맞나?

SCP-1200-KO-1: 눈치도 빠르셔라. 그 말 그대로지.

[편집됨]: 어이가 없게 만드는군. 자넨 뭔가?

SCP-1200-KO-1: 난 그냥.. 직원 복지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줘. 더 알려 하진 말고.

[편집됨]: 더 자세히 말하긴 싫다 이거군? 그럼 앞으로 무슨 말을 해야할까?

SCP-1200-KO-1: 글쎄.. 재단 이야기?

[편집됨]: 난 정체도 모르는 버섯 머리랑은 그다지 재단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네만.

SCP-1200-KO-1: 너무하시네. 그럼 내 이야기나 들어보시지.

[편집됨]이 한 손으론 토스트를 들고 베어먹으면서 남은 한 손으로 계속하라는 신호를 준다.

SCP-1200-KO-1: 당신은.. 글쎄, 당신이지. 호칭이나 직역은 생략할게. 수십 년 동안 이 거대한 조직을 이끌면서 많은 회의감도 들었을 거야. 세상의 모든 법칙과 인의를 한 순간에 짓밟는 저 우주의 불합리에 무력함도 느꼈을거고. 수 많은 끔찍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수 많은 인명이 단순히 숫자 처리되어서 탈탈 털리는 순간들을 보면서 구역질도 났었겠지.

[편집됨]: 뭘 말하고 싶은 거지?

SCP-1200-KO-1: 분명 다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거야. 말도 안 되게 고된 작업과 그 이상으로 말도 안 되게 쏟아지는 수많은 적 말이야. 재단이고 뭐고, 인류니 막중한 책임이니 하는 사명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피곤함 말이야. 분명히 있었을 거야, 그렇지?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뭘 말하고 싶냐고 물었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 잘해주고 있다는 거야. 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현재를 생각해봐.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 이 순간들 하나하나가 바로 현재야. 이 현재가 우리 앞으로 영원히 이어져 있어. 물론 영원에도 끝이 있을 수 있겠지. 마지막 별이 수명을 다하고, 블랙홀이 모든 걸 삼키고, 온 우주가 얼어붙는 마지막 말이야. 근데 말이야, 정말 마지막이 있을까? 그 모든 불합리와 불의를 던져대는 이 우주가 과연 그렇게 순순히 끝나줄까? 난 아니라고 봐. 다시 시작하는 거야. 무한한 순간들의 연속으로.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끝이 온다면 다시 한번 시작이 찾아올 수 있겠지. 이 순간들이 반복된다고 한다면, 우리도 지금 이 행위들을 반복하는 것일지도 몰라. 나는 말하고, 당신은 내 말을 듣고.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고.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까지. 우리가 살아가려고 분투하는 이 모든 것이 다시 반복되고 또다시 반복될 수 있을 거야.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생육하고, 번성하고, 나아가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을 결정짓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스스로를 규정할 거야.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우리에게 무한한 기쁨이 있을 거고 무한한 슬픔 역시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누리고 살지는 바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는 거지. 참 재밌지 않아? 작디 작은 우리란 존재가 유한함 속에서도 무한함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게. 투쟁을 선택한다면 영원히 투쟁할 것이고, 굴종을 선택한다면 영원히 굴종하겠지. 그리고 우린, 더 나아가며 나아지길 결정했기에 매 순간 더 나아가고 나아질 수 있는 거고.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그렇기에 지금까지 정말 잘해주었고 수고해주었다고 말하는 거야. 또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고. 아직 이 순간들은 끝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매순간이 새 시작이고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편집됨]이 침묵한다.

SCP-1200-KO-1: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끝이야. 나도 이젠 좀 자고 싶네.


부록: [편집됨]은 아무런 문제 없이 기상했다.


2022년 12월 4일 이후로 SCP-1200-KO는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며 SCP-1200-KO-1 역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SCP-1200-KO-1과의 대화가 각 직원들에게 미친 영향을 현재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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