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스 프로젝트는 SCP-1111-KO의 격리법을 찾기 위해 고안되었다. 스틱스 프로젝트는 다음의 구성 요소를 포함한다.
- 역인과성 닻: 특정 사건을 시공간 상의 기준점으로 고정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204█년도에 개발되었다.
- 시간선 해리기: 현재 시간선을 기준 시간선에서 분리하여 무효화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207█년도에 개발되었다.
- CHARON: SCP-079를 참고하여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SCP-1111-KO 문서의 관리와 스틱스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CP/M, DOS 등의 구식 OS와 호환되도록 설계되었다.
스틱스 프로젝트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고정된 사건에 따라 █████연구원이 O5-4에게 SCP-1111-KO의 문서를 전달한다.
2. SCP-1111-KO의 격리를 진행한다.
3. 고정된 사건에 따라 O5-4가 시간선 해리기 내부로 들어간다.
4. CHARON이 문서를 갱신한다.
5. 해당 문서를 백업하고 CHARON의 메모리에 존재하는 SCP-1111-KO의 데이터를 삭제한다.
현재까지 시도된 격리법 목록
- SCP-1111-KO에 대한 정보조작 (10회)
-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기억소거제 살포 (6회)
- 인공위성을 통한 암막 전개 (1회)
- 다이슨 스웜 살포를 통한 은폐 공작 (시간상의 문제로 반려됨)
- 정보 검열을 위한 밈 살포 (10회)
- SCP-1111-KO 퇴역 (16회)
- 정보 통재를 위한 전 인류의 안구 적출 및 인공 안구로의 교체 (1회)
- 전 인류의 이주를 위한 지하도시 건설 및 강제이주 (시간상의 문제로 반려됨)
- SCP-1678 무력화 및 강제이주 (1회)
- SCP-148을 이용한 격리실. (1회)
기록 1111
기록 1111-01
O5-4: 이거 기록되고 있는 건가?
CHARON: 네, 그렇습니다.
O5-4: 음…나는 O5-4, SCP-1111-KO의 격리를 위해 스틱스 프로젝트를 계획하였다. 지금 상황은 그다지 좋지는 않다. 머리 위에는 강렬하게 빛나는 가스 해파리가 떠 있고, 그놈이 달을 조금씩 끌어당기고 있다. 하늘 위에 달처럼 빛나는 별이 새로 나타나니 지구의 평균 기온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고, 심각한 빛공해로 인해 철새들이 때죽음당하거나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이 놈은 지속적으로 지구의 밤인 곳을 찾아 움직인다. 그것도 상당히 빠르게. 대상을 추적하는 암막 인공위성을 제작해보기도 했지만 연료 효율의 문제로 큰 효과는 보지 못 했다. 지구에 다이슨 스웜을 살포하여 하늘을 차폐하는 것도 고려했었지만 이 안은 폐기했다. 놈이 점화된 지 3년 만에 이 정도까지 일이 꼬였는데, 다이슨 스웜을 완성하려면 대략 50년은 걸리니 쓸 수 있을 리가.
O5-4: 아무튼, 나는 역인과성 닻에 두 가지 사건을 고정시켰다. 하나는 그가 나에게 문서를 가지고 오는 사건, 다른 하나는 내가 시간선 해리기에 들어가는 사건. 그가 나에게 문서를 가지고 오는 사건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신호가 되고, 내가 시간선 해리기에 들어가는 사건은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부서지는 순간일 지라도 내가 시간선 해리기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다만 레버를 내릴지 말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 그러므로 만약에 대상이 격리되었다면 레버를 내리지 않고 나오면 되는 것이다. 카론, 시간선 해리기는 준비되었나?
CHARON: 준비되었습니다.
O5-4: 그럼 가보지. 이거 안전한 거 맞겠지?
기록 1111-2
O5-4: 그러니까…역인과성 닻은 완벽하게 작동중이다. 그가 방금 나에게 해파리에 대해 보고했다. 이제 이놈을 검열하는 게 문제인데, 우리가 일일히 모든 정보를 찾아다니며 검열하는 것은 현재 상황상 힘들 듯 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놈이 기억이나 생각을 먹기 전에 미리 그것과 함께 폭사하는 밈을 유포하는 것이다. 애초에 먹을 게 없다면 성장할 수 없겠지. 카론, 혹시 특정 정보와 결합하여 같이 자멸하는 밈을 제작할 수 있나?
CHARON: 가능합니다. 제 437 정보연구기지에서 2025년경 특정 정보와 반응하여 대상을 자신으로 대체하는 밈을 개발하였습니다.
O5-4: 좋아. 그럼 밤하늘, 뿌연 구름, 움직임, 천체. 요 네 가지 키워드에 반응하도록 제작해달라고 해야겠군. 공문 양식 좀 찾아주겠나?
기록 1111-5
O5-4: 확실히 정보 검열용 밈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기존의 정보조작과 더불어 해당 밈이 유포된 이후 해파리의 성장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카론, 지난번과 현재의 성장 속도를 비교했을 때, 대상이 전처럼 달을 끌어당길려면 몇 년 정도 필요한가?
CHARON: 발견 후 약 12년입니다.
O5-4: 그럼 시간을 대충 두 배 좀 못 되게 번 셈이군. 일단 이 방법에 대한 단점을 꼽자면, 이 밈은 인터넷이나 뉴스, 신문 등을 통해 전파되므로 현대 문물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침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대상이 발광하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관측하기가 극도로 힘들지만, 지구에 근접하거나 충분히 성장한 경우 시력이 매우 좋은 인간은 아주 흐릿하게나마 관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책은 해결책으로써는 한계를 가지고, 그렇기에 우리는 더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격리 시도하다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퇴역시키는 걸 고려해야겠다.
O5-4: O5 평의회에 GOC와 협력해 SCP-1111-KO를 퇴역시켜야만 한다고 설득해야하는데,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기록 1111-6
O5-4: 그간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지 못 했는데, 일단 SCP-1111-KO의 퇴역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 우린 GOC와 협정을 맺고 기존의 무기 체계를 통해 놈을 퇴역시키려고 했고, 그들이 사용한 첫 무기는 수소폭탄이었다. 아마 핵융합열로 놈을 태워죽이려고 했던 거 같은데, 놈이 자신의 밀도를 낮추는 바람에 손상을 입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퇴역에는 실패했다. 아마 해파리에게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원초적인 감각 기관과 지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눈깔도 없는 놈이 뭔갈 보고 피할 줄은 몰랐지.
O5-4: 그리고 다음으로 쓴 건 반입자탄이었다. 이건 재단에서도 지금 시대 기준으로 딱 두 발 뿐인지라 말이 많긴 했지만, 놈을 찢어죽이는 데에는 충분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놈의 퇴역 후의 수습 절차를 전담한다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한 발을 넘겼다. 그렇게 발사된 반입자탄은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에 따라 생성된 막대한 에너지로 놈을 정말 화끈하게 태워죽였다. 그거 녹화한 거 보는 순간엔 등골에서 순간 짜릿한 감각이 타고 흐르는 게 정말 죽여줬는데.
O5-4: 여튼 태워죽이긴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놈은 마치 단말마를 내지르듯이 막대한 감마선을 뿜어냈다. 이것 때문에 월면기지의 장비 일부가 작살나서 수습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달 하나도 갈아마신 놈답게 끝까지 곱게 안 가는 놈이었다.
O5-4: 그러고 이것으로 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몇 달 뒤 SCP-1111-KO 12마리가 어딘가로부터 모여들었다. 동족의 비명을 듣고 몰려든 거겠지. 곱게 안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였을 줄 누가 알았겠나? 하여간 GOC는 놈의 동족들이 모여드는 걸 보자마자 기묘한 정십이면체를 쏴서 놈들을 잡을려고 했다. 나중에 전달된 자료에 따르면 내림 EVE를 이용해 닿은 대상을 닿은 지점부터 한 점으로 붕괴시키는 병기라고 했다. 효과는 십수 개를 던져야 한 마리를 찢어죽이는 수준이긴 했지만, 그게 약했다기보단 놈들의 내구도가 상상 이하로 약했던데다 그에 비해 크기가 너무 거대했다는 점이 문제였겠지. 그리고 죽을 때 나오는 비명을 막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고.
O5-4: 여튼 그래서 지금 기준으로 놈들의 개체수는 10마리다. 원래는 더 많았었는데, 몇 마리가 서로 융합하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예상도 못 하던 일을 계속 당하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기록 1111-7
O5-4: O5 평의회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모든 SCP-1111-KO를 퇴역시키기로 결의한 뒤에 꽤 다양한 SCP들을 이용한 시도가 있었다. 먼저, SCP-3485를 유인해서 놈들을 먹어치우게 하는 것이 고려되었는데, 유인할 방법이 전혀 없어서 기각되었었다.
O5-4: 다른 것들로는 SCP-2460이나 SCP-845-KO도 제안되었는데, 이것들도 실패했다. SCP-2460은 거기까지 놈을 유인할 수가 없는데다가 놈이 죽을 때 나오는 감마선이 차폐될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시작하지도 못했고, SCP-845-KO는 놈을 아예 싹 없애버렸지만 당한 놈도 근처에 있던 놈도 비명을 질러댔다. 썩을 것들.
기록 1111-10
O5-4: 놈들이 서로 융합해서 전보다 훨씬 빨리 달이 끌려가기 시작했다. 해리기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데, 계획이란 계획은 다 막히니 갑갑하다. 출구가 있긴 한 거겠지? 누가 그렇다고 말 한 마디만 해 줬으면.
기록 1111-16
O5-4: 시간선 해리기를 작동시킨 이후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퇴역은 실패했으니 남은 건 전 인류 눈깔 뽑기 정도뿐이다. 이것도 안 되면 영원히 격리법만 찾으면서 같은 시간대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건 진짜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O5-4: 여튼 그렇게 제안한 전 인류 눈알 뽑기 프로젝트는 아슬아슬하게 통과되었다. 반대 의견도 확실히 설득력은 있다. 우리가 강제로 전 인류의 안구를 뽑고 교체하는 건 다른 단체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데, 이런 걸 순순히 도와줄 놈들은 맥스웰파밖에 없다. 이건 다른 방법이 필요할 듯 하다. 자료를 좀 찾아봐야겠다.
O5-4: 그리고 반대했던 사람들 중에 O5-11은 꽤 짜증났다. 대부분은 각국 정부와의 협력이나 다른 단체들의 협조를 받아내는 데 대한 우려로 반대했는데, 이 양반은 왜 멀쩡한 눈을 뽑고 새 눈깔로 갈아껴야 하냐고, 차라리 놈을 철제 상자 안에 가두자고 주장했다. 그건 해파리를 유도할 수단이 없어서 옛날 옛적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는데도 말이다. 그냥 자기 눈 뽑는다는 사실 자체가 맘에 안 드는 거 아닌가? O5라는 자리에 앉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될 텐데. 자기 생 눈 뽑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누가 몰라.
기록 1111-19
O5-4: 예전에 개발된 망막박리를 일으키는 가스에 대한 보고서를 읽었다.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며 맥락막을 손상시켜 망막박리가 발생하게 한다고 하는데, 인공 안구를 개발하고 충분히 생산한 후에 각 국의 협조자들에게 미리 인공 안구를 이식하고, 지구 전체에 이걸 살포하고 실명으로 안과에 찾아온 이들에게 무료로 인공안구를 제공한다면 될 것이다. 음지에 숨더라도 숨은 쉬어야 하고, 무료로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는데 굳이 비싼 돈 들여도 치료받기 힘든 눈을 재건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O5-4: 일단 GOC 측과는 협상이 어떻게든 진행은 되었다. 몇몇 이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고, 그걸 굶겨 죽이는 게 이 흉악한 놈을 청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득했다. 두 번 상대하고 싶지는 않은 핵 만능주의자 놈들이었다. 기밀 자료들도 좀 넘기고 나서야 납득하던데.
O5-4: 그리고 새로 끼워 넣을 안구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 안구를 250억 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 건설부터 시작해서 최소 4년이 걸린다고 한다. 인공 안구의 설계에는 전 맥스웰파 교단 신도였던 미스터 골드버그라는 사람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부팅되면서 찬송가가 나온다던가 하는 기능 같은 게 숨겨져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O5-4: 그리고 동시에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 병원도 세우고 거기 보낼 의료 인력들도 교육하고 배치해야 하는데, 인공 안구보다는 이쪽이 더 문제다. 특히 몇몇 지역의 경우에는 병원을 세우는 것보다 건설 인력을 지킬 병력에 돈이 더 들 수준이라 예산 확보에 차질이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상당히 지연될 듯 한데, 저 놈이 점화되기 전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기록 1111-20
O5-4: 진짜 일에 깔려 죽겠다. 일단 이전 기록에서는 인공 안구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전 인류 중 약 80% 정도는 인공 안구로 교체해줄 수 있다. 대다수의 시설은 각 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서 국영병원으로 위장하였으며, 그 외에도 곳곳에 사설병원 형태로 시설들을 설치해두었다. 현재 문제는 밈 살포 문제와 동일하게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일부 지역의 문제인데, 이건 전에 말한 실명 가스를 통해 그것을 보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이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O5-4: 전에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교해보자면 늦어도 2년 안에는 점화될 텐데, 지금으로써는 소수가 맹인으로써 고통받더라도 인류 전체를 확고히 지키기 위해 지금 바로 이 일을 실행할지, 아니면 선의의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좀 더 시설을 늘린 뒤에 진행할 지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물론 나는, 그러니까 O5-4는 몇 억이 실명의 고통으로 신음하더라도 전자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내 결정에 의해 수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고통받게 될 거라는 게 결정을 망설이게 만든다. 윤리위에서도 반발할 테고, 고민을 하면 할 수록 내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더 자명해지고 그럴수록 더욱 더 우울해진다.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기만 했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는데… 아니다, 진정해야지. 이러다 탈모 오겠다.
기록 1111-27
O5-4: 카론, 대상의 성장 속도에 따른 점화까지 남은 시간은 어느 정도였지?
CHARON: 약 1년 3개월 19일입니다.
O5-4: 그런데 왜 저 놈이 벌써 점화된 건가? 분명 성장 속도는 교체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았나?
CHARON: 가스 살포 및 기억소거제 살포 이후 성장 속도는 93.59% 저하되었습니다. 대상의 점화는 이전의 질량과 비교해 보았을 때 89.94% 수준에서 개시되었습니다.
O5-4: 그러니까 해파리의 점화는 단순히 특정 질량에 도달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 의해 개시되었다, 그거지?
CHARON: 그렇습니다. 또는 특정 질량에 도달하거나 성장 속도가 급격히 저하될 경우라는 조건 둘 중에 하나를 만족할 때 점화될 수도 있습니다.
O5-4: (한숨) 계획대로 되는 게 없군. 진짜 너무 환상적이라 돌아버리겠어.
CHARON: 해당 결과에 따라 선택하셔야 합니다. 현재 O5 평의회 안건으로 지하도시 건설 안건이 계류되어 있습니다. 지하도시 건설을 진행하시거나, 시간선 해리기를 작동시키셔야 합니다.
O5-4: 알아. 알아, 안다고. 그냥…그냥 좀 생각할 시간 좀 줘. 나 힘들다.
기록 1111-29
O5-4: 지하도시 건설에 관한 안건은 O5 평의회에서 부결되었다. 그렇겠지. 시간도 돈도 부족하니까. 대신 SCP-1678을 무력화하고 거기에 시설을 지어서 인류의 일부라도 격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가능한 모든 화력을 투사하고 벙커를 건설해서 최대한 많은 인류를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난 회의적이다.
O5-4: 벙커를 구룡성채 급으로 빼곡하게 지은다고 쳐도 언런던의 크기는 런던 수준이다. 모든 재단 시설이나 기타 공공기관들의 시설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수용한다고 해도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구수는 전 인류의 10%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가 딥스테이트 음모론에 나오는 일루미나티도 아니고, 생존할 만한 인류를 선별해서 수용해야 하나? 아니면 무작위로 인류의 90%를 죽여야 하나? 이게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난 해리기를 작동시켜야만 하나? 답이 도저히 나오질 않는데, 시간은 손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흘러간다. 누가 답 좀 알려주면 안 될까? 진짜 미치겠다.
기록 1111-31
O5-4: 놈이 갈색 왜성과도 같은 형태로 성장했다. 이건 진짜 처음 보는 형태인데, 그냥 태양계에 되다 만 별이 하나 더 생긴 걸로도 모자라서 그놈이 자기 자식들을 주기적으로 뿜어내서 태양계 바깥으로 흩뿌리고 있다. 아마도 이게 놈의 번식 수단이겠지. 그리고 이건 놈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고. 아, 그리고 언런던을 점령해서 벙커를 만드는 건 실패했다. 짭새라는 것들의 저항이 거세고, 어떻게든 구축한 구역에서도 자원 부족으로 인해 자급자족이 불가능했다. 내가 안 된다 했잖아. 카론, 현 상황은?
CHARON: SCP-1111-KO가 성장 과정에서 발산한 빛에 의해 전 세계의 작물 수확량이 40% 감소한 여파가 아직 남아 있으며, 달이 파괴된 영향으로 적도 근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역에서 급격한 기온 저하가 관측됩니다. 또한 지구 궤도가 대상에 의해 뒤틀리고 있습니다. 계산상 28년 8개월 9일 뒤 지구는 대상의 로슈 한계까지 접근하여 파괴될 것입니다.
O5-4: …그래. 음, 죄다 실패했다는 뜻이지, 시발. 다 실패하고 인류는 떼죽음당할 거라는 말. 그래도 안심은 된다, 카론. 그냥 이 레버만 내리면 이 모든 실패를 뒤집어 엎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 지금 상황을 봐. 저 해파리 하나 확보하는 것도 실패하고 격리하는 것도 실패하고 인류를 보호하라는 아주 아주 기초적인 임무조차 실패한 망할 놈이야. 이런 놈이 O5 평의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고. 근데 이 레버만 당기면 이 모든 실패한 미래를 태워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는 거지. 멋져. 졸라 멋지네. (흐느낌)
기록 1111-33
O5-4: 내가 할 일을 깨달았다. 난 시시포스다. 산꼭대기로 돌을 굴리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는 거지. 무한히 실패하다 보면 언젠간 성공할 거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람 하나를 지옥에 쳐넣어서 짓이기는 대가로 인류를 보호할 수 있다면 싸게 남는 장사인 거지.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한다. 내가 제안한 지옥이니까 내가 책임을 지고 끝을 내야 한다. 나 말고는 할 사람이 없어. 인류를 위해 음지에서 죽어가라. 그냥 다 내려놓고 목적만 생각하는 거야.
기록 1111-38
O5-4: O5 평의회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대상을 격라할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GOC쪽에도 놈에 대한 자료를 약간 넘기고 협조를 받아낼 수 있었다. 두 번 설득히기는 싫다 했는데, 두 번 했다. 시발.
O5-4: 대신 협업의 성과는 좀 있었다. GOC로부터 공여받은 사이킥…뭐시기 헬멧이라는 것이 해파리가 기억을 흡수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거기 기적사들이 뭔가 주술적인 조치를 취해서 기억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 헬멧이라는데, 원래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잊지 않고 머릿속에 넣는 용도로 연구팀에 주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쪽 계열 변칙개체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O5-4: 그리고 문의한 결과 헬멧은 제작 과정상의 이유로 양산이 불가능하기에 전 인류에게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격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보이는 게 다행이다. 어차피 또 다 꼬이고 망할 수도 있겠지만.
기록 1111-39
O5-4: 지금까지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냈다. 일단 SCP-714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착용자가 해파리에 대한 정보를 거의 잃지 않았다. 즉 SCP-714는 SCP-1111-KO의 섭식 행위를 방해하며, 이는 해파리가 지성체로부터 먹이를 흡수하는 과정은 일정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단기간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신 조작 계열 효과임이 증명되었다.
O5-4: 또한 MK.5 셀레네를 이용했을 때에도 놈들의 섭식 행위가 방해받았다. 아마도 셀레네의 효과로 인해 대상에 대한 기억이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의식에 강제로 고정될 때, 놈들이 이를 빨아들이는 데 지장이 생기는 듯 하다. 말뚝으로 고기를 벽에 박아놓았을 때 짐승들이 이걸 잘 뜯어먹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겠지. 안타깝게도 이걸 만들려면 기적사 여러 명이 몇 주간 돌아가면서 일해야 해서 양산은 힘들다. 아마 관계자 몇 명에게 보급하는 정도로는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O5-4: 그 외에도 여러 변칙 개체들을 이용한 실험이 진행중이다.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없는데, 대상을 격리하거나 파괴할 수단은 있지만 그놈들을 격리실이나 퇴역 수단으로 유도할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사용된 방법들 중에 남은 건 SCP-148 정도인데…이건 사용하려면 O5 평의회에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아니면…내가 슬쩍 빼돌리거나.
기록 1111-40
O5-4: SCP-148에 대한 실험 목적의 사용 허가가 거부되었다. 그럼 약간만 빼돌려야지. 별 수 있나. 그럼 비밀리에 마킹된 모조 텔레킬 합금이랑 바꿔치기를 해야 하는데, 서류 조작하다 걸리면 모가지긴 하다. 뭐 어때, 그럼 레버 당겨야지.
기록 1111-43
O5-4: SCP-148을 이용한 실험 결과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주괴 하나 빼돌리는 데 개고생을 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니까 빼돌린 주괴는 원격으로 월면구역에서 조종해서 실험했는데, 합금이 해파리들 근처, 그러니까 대충 반경 100km 이내로 접근할 경우에 질량이 주기적으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걸 관측했다. 게다가 놈들은 텔레킬 합금에 영향받을 만 한 거리에 접근할 때마다 합금에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가고자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확실히 이건 우리가 찾던 그 효과다!
O5-4: 물론 텔레킬 합금이 방출하는 그 파장이 인간한테 좋진 않았던 게, D계급 인원 한 명이 거기에 노출되더니 SCP-1111-KO에 대한 정보만 중얼거리면서 아무런 행동도 없이 누워있기만 했다. 그래도 B급 기억소거제 맞히고 두 달쯤 요양하니까 멀쩡해졌으니 이 정도면 거의 무해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O5-4: 여튼 이 사실을 보고하면 원래는 모가지지만 참작되서 경징계만 받고 넘어갈 거다. 이제 이것과 32구역에 방치해뒀던 납 격리실을 이용해서 격리하면 아마도 성공할 수도 있겠지. 장막 정책도 붕괴되고, 납 격리실도 하나뿐이니 이게 파괴되면 꽤나 골치아플 것 같지만 여튼 격리만 성공하면 어케 살릴 수 있다. 점화된 놈도 하나뿐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기록 1111-47
O5-4: 썩을. 납 격리실은 실패했다. 나름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놈이 격리실에 갇힌 뒤에 핵융합을 시작했다. 시설이 꽤 컸긴 한데, 놈이 내부에서 움직이면서 핵융합열을 뿜어내니 복사열로 격리실 내부 온도가 약 2500°C까지 치솟으며 차폐재를 녹여버렸다. 다른 차폐재를 구하고 내부에서 놈의 움직임을 봉쇄할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다.
O5-4: 그리고 점화가 시작된 그 개체로 다른 개체들이 모여들어서 놈이 더 커졌다. 슬슬 달까지 끌려가서 월면구역에서 철수가 진행중인데, 옛날 생각 나는 게 진짜로 끔찍하다. 다시 해야겠다. 그만 하고 싶다 해서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숨)
기록 1111-48
O5-4: 일단 해파리의 최초 발견 직후 모두가 정신없고 혼란한 틈을 타서 SCP-148을 슬쩍 빼돌렸고, 차폐재를 열화우라늄으로 바꿨다. 내부는 텅스텐강으로 보강해 해파리가 격리실을 녹이기 힘들도록 만들었다. 이걸 51기지에서 모아서 32 월면구역으로 조달하고, 그곳에서 격리실을 건설해서 대상을 격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텔레킬 합금 프레임은 하나밖에 못 만들지만, 프레임에 맞춰 설치할 격리실은 여러 바리에이션을 준비했다.
O5-4: 내부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기본형, 레이저 빔을 통해 금 펠릿을 가열해서 대상을 강제로 점화해서 소모시키는 격리실, 자기장으로 대상을 가두는, 그러니까 지금 준비된 바로는 스텔러레이터로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격리실이 준비되었고, 기본형은 월면구역에 몇 개 더 만들어두었다.
O5-4: 기본형은 가장 저렴하지만 대상을 어떻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불안요소를 지닌다. 레이저 빔으로 대상을 강제로 점화시키는 격리실 역시 대상이 점화될 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다가 대상이 완전히 연소되어 퇴역하기 전에 격리실이 파손될 위험이 존재한다. 스텔러레이터를 장착한 격리실은 격리라는 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격리실이지만, 제작 단가가 상당히 높고 대상을 안전하게 퇴역시킬 수 없다는 점이 불안 요소이다. 한 놈 격리하는 것만 몇십 년째 하니까 진짜 못해먹겠는데, 이번엔 좀 끝내자.
기록 1111-49
O5-4: 일단 기본형은 오래 못 버티고 작살나려고 해서 교체했다. 이 상태로도 어떻게든 격리는 할 수 있지만, 놈을 아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퇴역시킬 수가 없다. 계속 먹이를 던져주는 꼴이니까. 그리고 레이저 점화기를 단 버전은 딱히 쓸 일이 없었다. 놈이 격리당하자마자 바로 스스로 점화되던데, 그럼 굳이 점화시킬 이유가 없지. 나중에 꺼지면 쓸 일이 있을 거 같기는 하다.
O5-4: 여튼 그래서 스텔러레이터를 단 버전으로 교체 작업을 곧 진행하는데, 이건 성공했으면 좋겠다. 스텔러레이터는 제작 난이도가 높은 만큼 비싸서 기본형마냥 소모해댔다간 다른 데 투입할 자금이 다 날라간다.
기록 1111-50
O5-4: (웃음) 아 진짜 눈물난다. 이 거지같은 것도 끝이 나네. 이 짓거리 두 번은 못 해먹겠다. 아, 여튼 기록은 해놔야지. 혹시 모르니까. 그러니까, 스텔러레이터를 설치한 버전의 격리실은 성공했다. 놈을 안에서 자기장으로 돌려버리고 그 과정에서 해파리한테서 방출되는 복사열을 통해 터빈을 돌려서 놈의 격리실을 유지한다. 보조 동력으로 핵발전기도 들어있고. 이거면 탈출할 일 없지. 그러니까 끝이고. 환상적이구만!
O5-4: 아 여튼, 만약에 다른 놈이 발견되거나 놈이 탈출해서 발견되면 난 이걸 읽고 있을 텐데, 기억제 하나 꽂아라. Z등급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마 하는 상황이 있으니까. 그리고 카론, 스틱스 프로젝트의 종료를 선언한다. 절차 실행하고, 너도 수고가 많았다.
CHARON: 데이터 백업 및 종료 절차를 실행합니다.
O5-4: 아 그리고 [편집됨]. 걔도 맨날 나한테 오느라 고생 많았겠지.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SCP-1111-KO는 확보되었고, 격리되었으며, 대상으로부터 인류는 보호되었다. 크으, 내가 이 말 해볼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자 그럼,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