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1006-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006-KO는 시중에서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있지 않으며, 매우 음성적인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기동특무부대 강산-29 ("근손실과 근육통")가 현 시점 SCP-1006-KO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대천 피트니스의 고객 명단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절차를 시행 중이다.
SCP-1006-KO는 07K기지 표준 안전 등급 격리소에 보관 중이며, 실험을 위해서는 기지 이사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설명: SCP-1006-KO는 백색의 타원형 알약이다. 알약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참배움 연구소'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SCP-1006-KO는 복용 전까지 어떠한 변칙적 작용도 하지 않는다. 허나 복용하게 되면 SCP-1006-KO는 복용자의 가치판단의 기준을 왜곡한다. 현재 복용자의 가치판단의 원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며 제시된 가설은 다음과 같다.
1. 육체미를 최우선한다.
SCP-1006-KO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삼대천 피트니스의 가설로, 실제로 복용자들은 육체적으로 우월한 능력, 혹은 그렇게 보이는 인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육체미의 기준이 모호하며, 그 또한 사회적인 반응이기에 재단 내부에서는 SCP-1006-KO가 제시하는 이상의 원형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방식을 취했다.
2. 개체의 번식 능력을 최우선한다.
SCP-1006-KO의 변칙적 특성을 역산한 결과와 SCP-1006-KO의 최초 발견자의 증언을 통해 취합한 결과 해당 가설이 SCP-1006-KO의 실제 변칙성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사료된다.
SCP-1006-KO의 변칙성은 영구적이지 않으며 약효는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3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약효가 떨어지더라도 대상자들은 큰 혼란을 받지는 않았다.
부록:
이지윤 박사는 SCP-1006-KO에 음각된 참배움 연구소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해당 단체의 수장을 발견했다. 매우 작은 규모의 단체였기에 요주의 단체 지정은 보류되었고, 대신 단체의 수장을 요주의 인물 POI-5131로 지정했다. 그는 재단에 협조적이었고 무력 충돌 없이 재단의 면담 요청에 응했다.
이지윤 박사: SCP-1006-KO의 최초 생성자 맞으십니까?
POI-5131: 무지의 알약이라 불리는 그것 말씀이시군요. 그건 제 연구소의 많은 실패작 중 하나였습니다.
이지윤 박사: 순순히 인정하시는 군요. 이런 약을 만든 이유가 무엇입니까?
POI-5131: 사고 실험을 실제로 구현화함으로서 아이들이 난해한 철학적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약을 먹으면 원초적 입장에 실제로 서 복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롤스의 '무지의 베일' 이라는 개념처럼 말입니다. 부, 명성, 사회적 지위 등의 여부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이지윤 박사: 롤스의 무지의 베일이요? 하지만 이 알약의 능력은 그것과는 정말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POI-5131: 예, 사실 무지의 베일의 의의는 약의 효능과 달랐습니다. 실제 제작을 위해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을 인지했고요. 하지만 저는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순수하게 모든 가치기준에 무감해졌을 때도 편을 가르고 싸울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평화를 이룩하게 될지요. 원초적 입장에 서게 된 구성원들이 사회를 만들었을 때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었습니다.
이지윤 박사: 하지만 실패했군요.
POI-5131: 예.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회적인 판단을 요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 약물이 효과적으로 '베일'을 씌웠지만, 정말 원초적인 부분은 미처 가리지 못했습니다.
이지윤 박사: 원초적 부분이요?
POI-5131: 아름다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이죠. 피부병, 신체적 장애 여부 혹은 결함에 있어 복용자들은 복용 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추함에 대한 배척은 심해지고, 반대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지윤 박사: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는군요. 아름다움, 즉 미추를 구분하는 과정 역시 다분히 사회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POI-5131: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검증의 과정을 거친 결과,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복용자들이 느끼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얼마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개체인가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이지윤 박사: 짐승이 짝짓기 상대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POI-5131: 하하, 그렇게 비유하시면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겠네요. 제가 원한 건 원초적 입장에 선 개인들이 어떻게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가였는데, 제 약물은 굉장히 국소적인 부분에만 반응했으니까요. 이 약물은 인지 능력을 약화시키거나 왜곡시키지도 않고, 기억을 조작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만을 원시시대의 그것으로 돌려놓습니다. 제가 원한 것과는 정 반대가 되어버린 거죠. 사회적 지위를 아예 인식하지 못하기에 모두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사회적 지위를 온전히 인식함에도 그저 몸이 좋은 사람에게 끌리는 짐승들을 양산하는 약이 되어버렸죠.
이지윤 박사: 의도와 달라진 물건이었던 것이군요. 그걸 폐기처분하신 겁니까?
POI-5131: 그렇게 눈치보며 떠보려고 안하셔도 됩니다. 저도 이 약품이 세상을 계속해서 떠도는 것이 불쾌하던 터라, 재단 여러분께서 격리하신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당시 저희 연구소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자본이 필요했고, 삼대천 피트니스에게 판매했습니다.
이지윤 박사: 당연히 그럴 줄 알았지. 삼대천…잠깐, 삼대천 피트니스요? 생활건강이 아니고요?
POI-5131 예, 워낙 인상적인 체격의 사내라 똑똑히 기억합니다. 자기를 삼대천 피트니스의 사장이라고 하더군요?
이지윤 박사는 면담 종료 이후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삼대천 피트니스의 사장 백태양(이하 POI-2439)와 접촉을 시도했다.
POI-2439: 정말 오랜만입니다. 화상통화 면담 이후로는 처음이네요. 그때가 언제더라…한창 코로나 끝나가나 싶더니 또 유행했을 때였죠.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도 않고요.
이지윤 박사: 예. 그러네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SCP-1006-KO를 고객들에게 납품한 이유가 뭡니까?
POI-2439: 저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약물이 무슨 나쁜 데이트 약물 그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상대의 의식을 잃게 하지도 않고, 뭐 최음제처럼 원하지 않는 성적 흥분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이걸 먹은 상대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따라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뿐입니다. 순전히 자신의 의도대로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복용자 역시 자신을 옥죈 족쇄를 푼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지윤 박사: 하지만 당신은 복용자에게 직접 약물을 준 게 아니라, 복용자가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약물을 주었죠. 그건 데이트 약물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하는데요.
POI-2439: 어…그 부분은 저도 인정합니다.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제가 막무가내로 아무 회원들한테나 이걸 준 건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라고 차별받던 분, 동성애자라고 경멸받던 학생들같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을 받지 못한 회원들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거뿐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때 이 약물을 준 겁니다. 이 약으로 사랑을 체감한 이후,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도 더 확실해졌습니다. 땀흘려 노력해서 몸을 가꾸면,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신분, 재산…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회원들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제게 있어 너무나 가슴아픈 것이었습니다.
이지윤 박사: 구구절절히 이야기하셨는데,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약물로 만들어진 사랑이라는 거죠. 결국 문제는 약효과가 떨어진 뒤 아닙니까. 제가 볼때는 그 당신의 워딩에 따르면-'불쌍한' 회원들의 애정결핍을 이용해서 상술을 펼친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POI-2439: 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우선 이 약물은 애초에 판매를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우연히 얻은 것이고, 많은 양을 확보해지 못했기 때문에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제가 마약상도 아니고 간절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려 한 게 아닙니다. 또, 약효가 떨어진 이후에는 어쩌지 하는 걱정을 제가 안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회원들에 한해서는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그들은 약효가 있던 기간 동안 큰 성취 경험을 얻었고, 그 약을 먹었던 사람들 역시 그들의 기억과 의식, 인지능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조금 식었다고 느끼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잠깐 콩깍지가 씌었었나 보다 하는 식으로요. 그뿐입니다. 제가 계속 약을 공급한다면 사랑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이상형과 사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지윤 박사: 한가지 더 묻겠습니다. SCP-1006-KO는 노력을 많이 한 사람에게 반하게 만드는 약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멋진 몸을 가진 사람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같은 연상 작용 역시 하나의 사회적인 학습작용이라는 겁니다. 해당 약물은 그런 사회적인 학습 작용에 의한 섣부른 판단을 지워주는 변칙성을 가지고 있는데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판매한 겁니까?
POI-2439: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그렇게 깊은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이 약물은 몸이 좋은 사람에게 끌리게 만드는 그런 약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말이 완전히 들어맞었고요. 박사님 말을 듣고 보니 이 약물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저는 이 약물이 인간의 육체에 대한 탐닉을 강화시켜주는 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을 증폭시켜주는 그런 거요. 하지만 그렇기엔 모호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걸 잊게 만드는 거라면? 퍼즐이 맞아 떨어지네요.
제가 이걸 육체미를 최우선으로 만들어주는 약물이라고 말한 건 표본이 작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몸이라는 건 어떤 사회적인 학습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 깊숙히 각인된…뭐라고 해야 할까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약물로는 지울 수 없는 것이고요. 하하…
이지윤 박사: 뭡니까?
POI-2439: 아, 죄송합니다. 뭔가 더 위로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이 약물의 진짜 의도와 관계 없이, 인간이 멋진 몸을 추구하는 건 생명체에 가장 큰 본능 같은 거라는 걸 이 약이 증명하는 거잖아요? 이 약이 제가 가는 길이 헛짓이 아니라고 해 주는 것 같아서요.
이지윤 박사: (한숨) 그 참배움 연구소라는 곳과는 여전히 연락을 합니까?
POI-2439: 연락을 피하더군요. 추가 구매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의아했는데 이젠 알겠습니다. 의도와 다른 결과물에 기분이 나쁠만도 하지요.
이지윤 박사: 그렇다면 이제 남은 SCP-1006-KO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겠죠?
POI-2439: 네…
이지윤 박사: 그러면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고 좀 덜 칩시다. 예?
POI-2439: 넵. 하지만…
이지윤 박사: 면담 끝. 조교님들도 괜히 이야기 들어준다고 먹이 물지 말고 무시하세요. 말 많은 녀석이라 걸리면 피곤합니다.
POI-2439: (웃음) 너무하시네!